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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상습투약 혐의' 유아인, 오늘 1심 선고…檢, 4년 구형
  • '마약 상습투약 혐의' 유아인, 오늘 1심 선고…檢, 4년 구형
  •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프로포폴과 대마 등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8)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오늘(3일) 나온다.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씨와 그의 지인인 미술작가 최모(33)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한다.유씨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병원 14곳에서 미용 시술 목적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프로포폴, 미다졸람, 레미마졸람, 케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를 181회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21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44회에 걸쳐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유씨가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미국에서 일행에게 대마 흡연을 강요한 정황도 추가로 포착했다.검찰은 지난 7월 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유씨에게 징역 4년, 벌금 200만원, 추징금 150여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유명 연예인으로서 소신 있는 발언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끼쳐왔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그런 사회적 영향력으로 자신의 죄를 덮는데 불법한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유씨 측 변호인은 마약 투약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앓고 있던 우울증과 불안장애, 불면증 등에 대한 치료 목적이었다고 항변했다. 반면 지인에게 대마 흡연을 권유하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는 부인했다.유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저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제 인생 전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불미스럽지만 이런 사건을 통해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검찰은 유씨와 함께 기소된 최씨에게도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최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범인도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4.09.03 I 성주원 기자
“日남성 너무 싫어”…태국 트렌스젠더 女, 73명에 접근해 12억 뜯었다
  • “日남성 너무 싫어”…태국 트렌스젠더 女, 73명에 접근해 12억 뜯었다
  •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일본인 전 남자친구에게 차였던 경험에 앙심을 품고 일본 남성 73명에게 약 12억원 사기를 친 태국의 트랜스젠더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4일 트랜스젠더 여성 우타이 난타칸(49)이 태국 방콕에서 경찰에 체포됐다.사진=SCMP현지 경찰은 지난 1월 태국에 입국한 일본인 남성 A씨(36)가 약 6억원 상당의 사기 피해 사실을 알리자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난타칸은 가명 ‘에이미’를 사용하며 A씨에게 여권과 지갑을 잃어버린 홍콩 관광객인 척 접근했다. 이후 호텔 비용을 빌렸고 연락처도 교환하며 빠르게 친밀한 관계가 됐다.여러 차례 데이트하며 돈을 빌려줬지만 난타칸은 한 번도 A씨에게 돈을 갚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을 위해 금을 사게 한 뒤 이를 현금으로 교환해 사라졌다.피해자는 A씨뿐만이 아니었다. 난타칸은 2011년부터 13년간 일본 남성 73명에게 3000만 바트(한화 약 11억 7682만원) 상당의 사기를 쳤다.사진=SCMP자신을 대만 혹은 홍콩 출신 관광객으로 위장해 여권 갱신 또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치료비가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돈을 빌렸다. 가짜 사업에 투자하게 한 뒤 투자 자금을 훔치기도 했다.경찰에 따르면 난타칸은 수년 전 일본인 남자친구에게 차여 이후 앙심을 품고 범행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 시절 일본인 남자친구가 여행 중에 나를 버렸고, 모든 비용을 내게 맡겼다. 마음이 아팠다”며 “전에 사귀었던 일본 남자에게 사기를 당한 적도 있어서 일본 사람들이 정말 싫어서 복수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다만 범행 동기가 정말 일본 국적 전 연인 때문인지는 불확실하다.한편 태국에서는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과 6만 바트(234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2024.09.03 I 권혜미 기자
우주청 개청으로 뉴스페이스 포문 연 한국…성적표는
  • 우주청 개청으로 뉴스페이스 포문 연 한국…성적표는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항공우주업계 숙원이었던 우주항공청이 3일 ‘개청 100일’을 맞았다. 우리나라도 이제서야 우주항공전담기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 흐름인 민간 산업화(뉴스페이스) 시대로의 전환과 우주 5대 강국의 중심이 되길 바라는 항공우주업계의 기대감이 크다.우주항공청은 지난 100일 동안 인재 채용부터 항공우주분야 부문별 전문가와의 소통, 내년 예산안 편성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같은 초기 행보에 성과를 내기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항공우주업계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우주항공청의 모습은 ‘물음표’이거나 ‘바뀐 게 없다’는 분석이 많다.우주항공청은 지난 5월 27일 개청했다.(사진=우주항공청)◇우주항공전담기구 출범은 성과우주항공청은 개청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항공우주 부분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이관받았다. 당초 출연연에서 박사급 인력이 아무도 안 갈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주요 보직에 출연연 출신들이 포진했다.미 항공우주국(NASA) 등 해외 채용에도 힘쓴 결과, 존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내년도 우주청 총예산도 올해 7598억원 대비 2051억원(27%) 증액된 9649억원 수준으로 편성됐다. 우주 관련 사업 예산을 더하면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글로벌 우주산업 컨설팅 회사인 유로컨설트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2년 전 세계 우주경제 규모는 약 4640억 달러(621조원)로, 연평균 5.5% 성장해 2032년에는 8210억 달러(1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정부도 이에 맞춰 우주 분야 예산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오는 2027년까지 우주항공 예산을 1조5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대응하고 있다.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은 “선진국과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 기조에 맞춰 우주청 예산도 늘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지원이 늘어나 우주 5대 강국 비전을 달성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우주청은 지난 7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2024’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국제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해외 국가들에게 우리나라에도 우주항공 분야 전담기구가 생겼다는 점을 알렸다. 폴윤 미항공우주국(NASA) 홍보대사는 “대한민국이 인류의 확장 영역인 우주로 진출하는데 우주청이 기여하고 있다”며 “우주청이 시대상황에 적절하게 방향을 제시하고, 다양한 실질적 사업들을 기획해 추진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산업계 육성, 혁신 활동 ‘글쎄~’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에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한다.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청으로 설치되면서 과기정통부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독립된 청으로서 국방부, 외교부와의 조율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위원장이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된 국가우주위원회에 조율 기능을 기대했지만 지난 5월 개청일 즈음에 열린 우주위 이후 후속 우주위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민간 전문가가 맡는 부위원장도 아직 임명되지 못했다.우주항공청이 우주경제 역할을 강조한 만큼 민간 산업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차세대발사체 기술료를 놓고 갈등을 겪으면서 우주항공청이 뒤늦게 중재에 나섰지만, 적극적인 역할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는 차세대발사체 지식재산권 공동 소유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지난달 말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항우연과 한화가 갈등을 해결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우주 산업화를 위해서는 정부사업을 통한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이를 민간기업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최근 이노스페이스(462350), 컨텍(451760), 루미르 등 항공우주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했거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어 우주항공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이밖에 업무 방식이나 소통 방식이 기존 과기정통부에서 하던 방식과 유사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주기업들이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우주 기업들은 수익이 안 남고, 시장 변수가 많아 대기업에서도 선뜻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우주청에서 기업들이 미리 시장 수요를 예측할 수 있도록 우주사업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주고, 기술료 문제 해결을 비롯해 더 적극적인 민간산업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4.09.03 I 강민구 기자
“추석 상여금이요? 월급이라도 주면 다행”
  • “추석 상여금이요? 월급이라도 주면 다행”
  •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예년에는 3만원 상당의 치약 비누세트라도 직원들에게 돌렸지만 올해는 이마저 어렵다. 코로나19 때도 힘들었지만 잘 견뎌왔는데 올해는 최악이다. 월 매출 5000만원을 해왔다면 지금은 2000만원도 못 한다.”경기도에 위치한 한 주물공장 모습. 기사내용과는 무관. (사진=이데일리DB)경기도 화성에서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용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추석을 앞두고 밤잠을 설친다고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백년소공인’으로 지정할 만큼 25년간 건실하게 사업을 했지만 이제는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자동차 부품과 물통, 완구 등 시장제품을 50%씩 만들어왔는데 내수부진과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자동차 산업 구조 전환을 맞아 수주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6명까지 늘었던 직원들도 최근 2명이 퇴사해 4명으로 쪼그라들었다.A대표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부품이 3만 5000개 정도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1만 2000개만 있으면 된다”며 “자연스럽게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회사들이 폐업하거나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완구제품도 저출생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장난감을 1~2달 쓰다가 금방 싫증을 내는터라 ‘당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중고거래를 많이 하면서 신제품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덧붙였다.깊어지는 내수부진에 추석을 앞둔 중소기업 대표들의 얼굴에 주름살이 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금에 일감까지 급감하면서 추석 상여금은 언감생심이고 폐업을 고려해야 할 처지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8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자금사정이 ‘작년보다 곤란하다’는 응답이 25.6%로 ‘원활하다’는 응답(16.0%)보다 1.6배 높았다. 이 때문에 추석상여금 지급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곳도 47.3%로 절반도 못 미쳤다.인천 지역에서 도금사업을 30년 넘게 운영해온 B대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추석 상여금은커녕 월급을 안 밀리면 다행이라는 입장이다.B대표는 “물량이 거의 반토막이 나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업체들의 도산 소식도 들리기 시작한다”며 “우리는 표면처리라 마지막 공정인데 우리가 이 정도면 선공정 업체들은 더 어렵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매출이 9억원 정도인데 작년보다 20% 정도 감소한 것”이라며 “인건비·재료비는 오르고 물량은 줄었는데 납품단가는 그대로이다보니 2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전했다.그는 정부 자금 지원도 현장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B대표는 “정부가 싼 이자로 대출해준다고 해도 우리는 담보가 없고 보증서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대출이 많아서 추가 보증도 어렵다. 현장에선 정부 지원책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어렵다. 3D업종, 뿌리산업이 다 어렵다”고 토로했다. 내수 부진 여파는 제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서울에서 전시컨벤션 및 행사 대행업을 하는 C대표는 “자동차와 통신, 금융 대기업이 주된 고객인데 작년 하반기부터 일감이 거의 없어져 상반기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었다”며 “일감이 줄면서 부서 통폐합을 실시해 직원들도 그만두고 있어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고 했다.
2024.09.03 I 노희준 기자
"과일ㆍ채소 담기 겁나" "명절대목 옛말"…소비자도 상인도 한숨
  • "과일ㆍ채소 담기 겁나" "명절대목 옛말"…소비자도 상인도 한숨[르포]
  • [이데일리 김영환 한전진 김정유 기자] “이미 작년에 많이 올랐잖아요. 아직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긴 한데 추석이 가까이 오면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죠.”지난달 30일 찾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시장. 추석 연휴를 보름 가량 앞둔 시점이지만 시장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다. 이곳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손님이 없으니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래픽= 김정훈 기자)◇“명절대목 사라졌다” 전통시장엔 푸념만1년 중 가장 풍요로운 추석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내수 경기가 악화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민생안정대책을 내놨지만 대체로 ‘체감하기 어렵다’라는 분위기다. 추석 장을 보려는 주부 사이에서는 이미 고점인 제수비용에 대한 불만이 높았고 상인 사이에서는 ‘대목이 사라졌다’는 한탄이 쏟아졌다.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가 지난달 기준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 용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추석 차례상 비용(4인 가족 기준)은 28만 7100원으로 지난해보다 9.1%나 올랐다. 10년 전 추석 차례상 비용(19만 8610원) 대비해서는 44.6%나 높은 수준이다같은 날 인근의 원당시장도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일산시장보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많았지만 실제 구매까지 나서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배추를 들었다놨다 하던 주부 정 모씨는 “채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서 구매가 망설여진다”며 “추석을 안 쇨 수도 없고 살지 말지 너무 고민이 된다”라고 말했다.직장인 최모 씨는 “생필품 좀 사러 왔다가 추석 전에 가격이 얼마나 될까 싶어 둘러보는 중”이라며 “명절 앞두고는 너무 가격이 비싼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올해도 그냥 단촐하게 장을 봐야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배추, 무, 시금치, 상추 등 주요 채소들 가격이 지난해 대비 급등했다. 지난해 8월 30일 대비 올해 무 가격은 무려 44.4%나 올랐다. 시금치도 같은 기간 38%나 치솟았고 상추와 배추도 각각 20.3%, 12.8% 가격이 올랐다.가격이 떨어진 식품도 있었지만 미미했다. 사과만 지난해 대비 가격이 22% 낮아졌을 뿐 한우 등심이나 삼겹살 등은 가격하락폭이 2.1%, 2.5%에 불과해 체감상 물가가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삼겹살 한 근을 구매한 주부 채 모씨는 “오를 땐 깜짝 놀라게 오르다가 떨어질 땐 시늉만 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상인들 사이에서는 ‘명절대목이 사라졌다’는 앓는 소리가 나온다. 반찬가게를 하는 김 모씨는 “다들 차례도 안 지내려고 하는데 지내는 사람들마저도 비싸다고 씀씀이를 줄이니 이젠 정말 장사하기 힘들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원당시장 내 한 수산물 가게에서 상인들이 수산물을 팔고 있다. (사진= 김영환 기자)◇정부 ‘추석 민생안정 대책’ 효과는 ‘일부’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달 31일 이마트(139480) 영등포점에서는 ‘주말 3일 특가’로 국내산 샤인머스캣(1.5㎏)과 하우스감귤(1.4㎏)을 각각 1만 7800원과 1만 1900원에 팔았다. 국내산 햇사과(5~8입)도 9900원에 내놓는 등 여러 채소·과일 할인행사를 진행했다.하지만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은 진열된 제품을 살피면서도 쉽게 장바구니에 담지 못했다. 50대 주부 이 모씨는 “할인행사를 하지만 과일과 채소는 여전히 비싸다”며 “과거 1000원에 팔던 애호박 가격이 지금은 2000원이다. 추석이 다가오니 더 비싸지는 것 같다”며 슬그머니 사과 봉지를 내려놨다. 이씨는 “사과 가격이 내려갔다고 하는데 체감은 사실 안된다”며 “이미 과일과 채소가격은 비쌌던 터라 이제는 그냥저냥 하는 수준이다. 추석이라 더 비싸지는 거 같다”고 했다.추석을 앞두고 외식·식품부터 채소 가격까지 고공행진 하면서 대형마트에서는 ‘초저가’ 등을 내세워 고객 몰이에 나섰지만 물건을 고르는 주부들의 손길에는 신중함이 묻어났다. 정부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에도 소비자들은 “체감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8만 7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 늘었다. 특히 식료품 중 과일·과일가공품 소비지출이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채소·채소가공품 지출도 10.6% 늘었다. 이는 과일·채소 가격의 불안정으로 소비지출 명목금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식료품의 실질소비지출은 작년보다 0.9% 줄었다.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살 수 있는 식료품 양이 적어졌단 의미다. 추석대목이 사라져간다는 푸념은 마트 코너에서도 확인이 가능했다.라면·과자 골라담기 매대는 사람들의 발길이 적잖게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주요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간식 등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8980원에 과자 10봉지, 9900원에 묶음라면 3봉지를 가져가는 방식의 판매는 쏠쏠하게 이어졌다. 반면 명절이 대목인 추석 선물세트 코너는 한산했다. 식용유, 스팸, 참치 등 ‘실속’을 내세운 세트가 가득했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판촉 사원이 “상품 보고 가시라”, “구성이 좋다” 등을 외치며 고객유인에 나섰지만 설명만 듣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판촉 사원은 “힘이 드는 건 예년이나 올해나 마찬가지”라며 “그래도 실속 상품이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정부는 올해 700억원을 투입해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가동했다.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서는 정부가 가격이 높은 성수품의 할인 판매를 지원한다. 정부지원에 대형마트별 자체 할인분을 더하면 할인폭이 40~50%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다. 이마트는 오는 6일부터 정부 지원 농산물 할인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추석 기간 출하량을 늘려 물가 잡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사과, 배 등 과일은 작황이 좋은 편이어서 사과 도매가격은 10㎏에 6만9357원으로 1년 전보다 13.2% 내렸다. 농식품부는 성수품 14개 품목을 평시의 1.6배인 15만3000t 공급하고 할인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다만 소비자들의 기대는 크지 않다. 50대 주부 정 모씨는 “지금껏 피부로 와 닿았던 정부 명절 대책이 없어서 큰 기대는 없다”며 “이번 추석 준비는 간소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인근의 롯데마트 양평점의 상황도 비슷했다. 주요 할인 제품을 보고도 머뭇거리는 주부들이 많았다. 롯데마트는 이날 ‘미션! 물가를 잡아라’로 국산 샤인머스캣과 햇꽃게, 캐나다·호주산 찜·갈비 등 육류와 채소류를 할인 판매했다. 축산 코너에서 가격표를 살펴보던 주부 최 모씨는 “막상 살만한 할인 상품은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조기품절인 경우가 많다”며 “고기류는 좀 샀는데 시금치 등 채소가 너무 올라 나물 반찬은 꿈도 못 꿀 것 같다”고 했다.(그래픽= 김정훈 기자)◇마트 추석 판촉에도 ‘지갑 안 열려’대량구매에 특화된 대형 할인점에서도 추석 선물 수요를 잡기 위해 분주했다. 1일 방문한 이마트 트레이더스 고양점에는 즉석햄, 통조림 참치 등 가공식품 선물세트 코너를 대규모로 배치하는 등 추석 선물 수요 잡기에 나섰다. 다만 과일 선물세트 코너의 경우 아직 제대로 준비되진 않은 모습이었다. 현장에서는 사전예약 구매만 안내하고 있었다. 가격대는 사과 골드 세트의 경우 14개입에 5만 4800원, 프리미엄 배 세트는 8개입에 4만 8800원이었다. 트레이더스 고양점 관계자는 “이른 추석으로 인해 명절용 과일 출하가 늦어지면서 현장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과일 선물세트의 경우 사전예약 형태로만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삼송역 인근서 거주하는 50대의 한 주부는 “사과 등 과일 가격이 다소 안정됐다는 소식에 미리 구매하러 왔다. 올해 설보다는 과일 가격이 안정된 것 같다”며 “과일을 제외한 장바구니 물가 전반이 올라 전체적인 와닿지는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한전진 기자)
2024.09.03 I 김영환 기자
대주주 바뀐 SK렌터카 입지 '흔들'…롯데렌탈 '독주'
  • 대주주 바뀐 SK렌터카 입지 '흔들'…롯데렌탈 '독주'
  •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금리 하락 추세에 따라 차입을 통해 차량을 조달하는 렌터카 업체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다만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 최대주주가 바뀐 SK렌터카의 입지는 좁아지고 시장점유율 1위인 롯데렌탈(089860)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렌터카 인가 대수는 122만 6000대로 2023년 말(122만 1000대) 대비 증가율은 0.4% 수준이다. 렌탈 자산(차량)을 매입할 때 업체들이 차입을 이용하는 만큼 고금리 영향으로 시장 성장률이 둔화한 영향이다.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시장 전망도 달라지고 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기점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예정이고, 시장금리는 이미 하락 추세에 들어섰다”며 “금리 하락 국면에서는 렌터카 회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다시 전개하게 되고, 렌터카 시장 성장세는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렌터카 시장 성장은 2024년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으로 2026년 렌터카 인가대수는 140만대(시장규모 10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현재 렌터카 시장 상위 4개 사업자는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렌탈(점유율 21%), SK렌터카(16%), 현대캐피탈(13%), 하나캐피탈(6%) 순이다. 안 연구원은 “캐피탈사의 경우 본업비율 제한이 있고, 렌터카 비즈니스 자체의 난이도도 높아 확장이 제한적”이라며 “렌터카 업체 간 경쟁구도에서는 신용도가 높아 낮은 금리로 차량을 조달 가능하고, 조달 방법도 다양한 대기업이 절대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모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렌터카 회사는 현재까지 롯데렌탈과 SK렌터카뿐이다. 다만 SK렌터카는 지난달 20일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 매각됐다. 신용평가사들은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소멸됐다고 판단, 신용등급(장기)을 기존 ‘A+’ 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윤기현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기존 회사가 보유하던 사업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지배구조 변경 이후 조기 조직안정화를 통한 경쟁 지위 유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렌터카의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574%로 주요 렌터카 업체 중 가장 높다. 또 SK그룹의 지원 가능성 소멸로 과거 대비 평균 조달 금리가 0.2~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안 연구원은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차입을 통한 차량 확보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 SK렌터카의 부채비율은 경쟁사 대비 200%포인트 가까이 높다”며 “금리가 내려간다 해도 차입을 늘리기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 짚었다.반면 낮아진 금리 환경은 경쟁사에 더 유리하게 작용, 시장에는 현재의 상위업체 간 시장점유율 격차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증권사들은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렌탈의 목표주가를 7월 이후 3만7600원에서 3만8500원으로 2.4% 상향했다. 안 연구원은 “롯데렌탈은 장단기렌터카와 카쉐어링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 사업자로, 다양한 렌터카 서비스 간의 고객 유치 시너지 효과가 경쟁사 대비 크다”며 “시장 1위 업체인 롯데렌탈이 렌터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올투자증권은 롯데렌탈의 목표가를 4만 2000원까지 보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0월 론칭하는 중고차 소매 플랫폼은 성장 잠재력이 높아 매출과 이익 기여 확인 시 밸류에이션 멀티플 상승에 빠르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09.03 I 박정수 기자
데이식스 '웰컴 투 더 쇼'
  • [문화대상 추천작_콘서트]데이식스 '웰컴 투 더 쇼'
  •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데이식스(DAY6)가 ‘K팝 대표 밴드’로의 성장을 증명했다.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을 들썩인 단독 콘서트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를 통해서다.(사진=JYP엔터테인먼트)팀 로고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360도 원형 회전 무대에서 폭발력 있으면서도 감미로운 밴드 사운드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멤버들이 직접 세트리스트를 구성해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스위트 카오스’(Sweet Chaos), ‘배터 배터’(Better Better), ‘어쩌다 보니’, ‘해피’(HAPPY) 등으로 노래와 연주 실력을 뽐냈다.계절감을 살려 봄날과 잘 어울리는 곡들을 주로 선보인 점이 돋보였다. 밴드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풍성한 음향 연출로 듣는 재미를 높였고 가사가 흘러나오는 대형 전광판을 준비해 1층 스탠딩석부터 2·3층 지정석까지, 전 좌석 관객의 목소리로 공연장이 꽉 채워질 수 있도록 했다. 멤버들의 연주에 맞춰 관객이 노래 부르는, 밴드이기에 가능한 감동적인 교감의 순간도 연출했다. 데이식스는 이번 콘서트로 총 3만 4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자체 최다 콘서트 모객 기록을 달성하며 팀 커리어에 의미 깊은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사진=JYP엔터테인먼트)△한줄평=“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두고두고 간직할 추억을 남긴 공연.”(나상천 꿈의엔진 대표), “데이식스와 맞이한 미래가 이렇게 눈물 가득한 감동이 있을 줄이야.”(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사진=JYP엔터테인먼트)
2024.09.03 I 김현식 기자
싱크넥스트24 '조 도깨비 영숙'
  • [문화대상 추천작_국악]싱크넥스트24 '조 도깨비 영숙'
  • [이데일리 김가영 기자] ‘90세 명인’ 조영숙의 온몸이 전통 예술을 말한다.지난 7월 26일~27일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싱크넥스트24 ‘조 도깨비 영숙’.(사진=세종문화예술회관)세종문화회관의 여름 시즌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 24, 조영숙X장영규X박민희: 조 도깨비 영숙’(2024년 7월 26~27일,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은 장영규 음악감독과 박민희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가 70여 년 전 전란의 소용돌이에서 한없이 반짝였던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 명인을 마주하는 공연이다. 장영규 감독이 오랜 시간 음악적으로 교감하며 소통해온 박민희와 함께 한 시대를 강렬하게 풍미했던 조영숙 명인의 삶과 예술을 조우하며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선화공주’를 재해석한 이 작품은 1장·2장은 여성국극 복식을 복원해 촬영한 영상을 중심으로, 3장·4장은 영상 속 배우와 무대 위 배우가 함께 연기하는 공연으로 구성됐다. 조영숙은 과거 주로 맡았던 철쇠를 비롯해 서동, 석품, 왕, 선화공주 등 1인 5역을 맡아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국극 1세대 조영숙의 뜨거운 열정이 평생 잊을 수 없는 황홀한 감정과 전통 예술에 대한 큰 울림을 선사한다.△한줄평=“여성국극의 살아있는 신화 조영숙의 농익은 소리와 그 뒤를 이어가는 젊은 제자들이 함께한 감동의 무대.”(한덕택 전통문화기획자), “90세의 국극배우 조영숙을 통해 예술은 시간이 몸에 누적된 결과라고 말해주는 공연.”(천재현 공연연출 및 기획자)
2024.09.03 I 김가영 기자
2024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 [문화대상 추천작_클래식]2024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휘자 최수열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지휘자다. 심지어 로봇 지휘자와도 협업했다. 최수열이 지휘하는 공연 소식을 들으면 그가 어떤 선곡을 할지 궁금해진다.지난 7월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2024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7월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선보인 ‘2024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은 최수열의 음악적 색깔이 잘 드러난 무대였다. 다른 공연보다 늦은 오후 9시에 시작하는 이 공연은 단 1시간 동안 실험적이고 낯선 현대음악이 주는 해방감과 쾌감을 선사했다.이날 공연은 독일 작곡가 헬무트 라헨만과 한국이 자랑하는 작곡가 진은숙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특히 헬무트 라헨만의 ‘구에로’에서는 피아노를 타악기로 활용하는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소프라노 황수미도 함께해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무대로 신선함을 선사했다. 현대음악의 매력을 담아 클래식 공연의 외연을 확장한 도전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지난 7월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2024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한줄평=“낯선 현대음악이 친근하게 손 내미는 순간의 설렘.”(국지연 컴퍼니 연 대표), “탁월한 기획과 해설, 연주로 동시대 음악의 기쁨과 즐거움을 가득 느끼게 해준 공연.”(신예슬 음악평론가), “다른 콘서트보다 늦게 시작하지만 더 늦게 끝나진 않는다. 짧은 콘서트지만 재미와 감동까지 짧지는 않다.”(이상민 클래식 음악 큐레이터), “대단히 정교하고 면밀하게 조직된 음향과 리듬의 만화경으로 21세기적 음향 유희-드라마의 극치를 선사했다. 현대음악의 대중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 멋진 공연!”(황장원 클래식평론가)
2024.09.03 I 장병호 기자
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 '장녀들'
  • [문화대상 추천작_연극]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 '장녀들'
  •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2024년 7월 28일~8월 4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서지혜 연출)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부모의 돌봄을 떠맡게 된 장녀들의 탈출구 없는 삶을 조명한다. 사회제도의 미비가 개인에게 전가하는 책임과 현실을 통해 ‘가족’에 대한 근본적 고찰은 물론,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던진다.연극 ‘장녀들’ 공연 사진. (사진=보통현상)‘장녀들’은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의 작가 시노다 세츠코가 20년간 치매 노모를 돌본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서지혜 연출이 직접 각색해 한국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이야기는 총 3부작으로, 앞서 1부 ‘집 지키는 딸’, 3부 ‘퍼스트 레이디’ 두 편이 먼저 공연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앞서 공연된 1부와 3부에 발표되지 않았던 2부 ‘미션’까지 선보였다. 출연 배우만 30명에, 3부작을 쉬지 않고 달려 쉬는 시간 15분을 제외한 공연 길이만 무려 3시간 45분이다. 방대한 연습량과 뛰어난 캐릭터들의 해석을 바탕으로 30명의 배우가 선보인 응집된 앙상블이 무대 몰입을 견인한다. 다양한 동선, 공간 변환, 세밀한 디테일 등 입체적 무대구성으로 상쇄한 서지혜의 연출력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연극 ‘장녀들’ 공연 사진. (사진=보통현상)△한줄평=“섬세한 연출과 연극적 미학성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밀도있게 풀어냈다.”(김건표 대경대 교수), “시적이며 서사적인 희곡의 묘미를 연극성으로 잘 살려낸 수작.”(류주연 연출), 연극 ‘장녀들’ 공연 사진. (사진=보통현상)연극 ‘장녀들’ 공연 사진. (사진-보통현상)
2024.09.03 I 김보영 기자
'역발상 무대'로 선사한 '신선한 충격'
  • [문화대상 추천작]'역발상 무대'로 선사한 '신선한 충격'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예술은 늘 변화한다. 낯설면서도 색다른 무대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익숙한 현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올해 공연계는 장르 관계없이 다채로운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클래식은 늦은 밤 9시 단 1시간 동안 낯선 현대음악의 매력을 담아 새로운 감각을 일깨웠다.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는 예상 밖의 선곡으로 관객 마음을 파고들었다. 뮤지컬은 화려함을 잠시 내려놓고 메시지에 집중했다. 시대를 관통하는 차별과 편견, 로봇·동물과의 공존으로 현실을 환기시켰다.연극은 삶과 죽음을 성찰했다. 전통 해학에 B급 유머를 버무리는가 하면, 3시간 45분 동안 무려 30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대작도 있었다. 무용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문제와 한옥 공간을 모티브로 몸짓을 펼쳤고, 국악은 타악기 연주자와 90세 여성국극 명인의 참신한 무대가 빛났다. 콘서트는 최신 무대 기술로 볼거리를 선사했다.‘제11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위원단이 10월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앞두고 하반기 추천작을 냈다. 올해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 기준으로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선보인 공연예술작품, 그리고 지난 상반기 공연했지만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을 포함해 연극·클래식·국악·무용·뮤지컬·콘서트 등 부문별로 두 작품씩을 선정했다.
2024.09.03 I 장병호 기자
뜨거워진 '文일가 수사'…오늘 檢총장 인사청문회서 공방 예상
  • 뜨거워진 '文일가 수사'…오늘 檢총장 인사청문회서 공방 예상
  •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영장에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하면서 가족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늘(3일) 열린다.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달 12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3일 오전 10시부터 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앞서 심 후보자는 지난달 12일부터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약 3주간 청문회 준비에 총력을 다했다. 지난 1일에는 1500쪽 분량의 서면 질의 답변서를 법사위에 제출키도 했다.서면 질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질의서를 통해 심 후보자는 자신의 지명에 김 여사의 친 오빠 김모씨의 영향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김씨의 집을 방문했던 적도, 방문해서 김 여사나 모친을 만난 적도 없으며 현재는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자와 김 여사의 오빠 김씨는 휘문고등학교 동문이다.심 후보자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특혜 조사 등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서는 “조사에 이른 경위나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조사 시기, 장소 등은 수사팀이 제반 사정과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또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067990)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회복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사건 수사 중이므로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찰 구성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숙고하겠다”고 했다.심 후보자는 이른바 해병대 채해병 순직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 답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정치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채상병 사건의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객관성이 의심되는 사안에 한정해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여사 사건과 채해병 사건뿐만 아니라 문 전 대통령 일가의 수사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채용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는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와 제주도 별장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히 영장에는 문 전 대통령이 2억2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당내 검찰수사 대응기구인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확대 재편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회에서는 애초 질의서에 담기지 않았던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질문도 집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2024.09.03 I 송승현 기자
  • 5년래 최저치 찍은 거래량…금투세 여야 공감이 '당근' 될까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며 코스피 역시 2680선을 회복했지만 거래는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서서히 거래를 줄이며 2일 코스피 거래량은 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다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글로벌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면 코스피 역시 회복세를 나타내고, 집 떠났던 개미들도 서서히 증시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코스피 2680선 되찾았는데…거래량, 5년만의 최저치엠피닥터에 따르면 9월 첫 거래일인 2일 코스피 거래량은 2억 6247만주로 집계됐다. 8월 하루 평균 거래량(4억 1394만주)보다 36.59% 줄어든 수준인데다 지난 2019년 9월 2일(2억 6215만주) 이후 최저치다.거래대금 역시 8조 5502억원에 머물며 전달의 일 평균 거래대금(10조 6455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6.69포인트(0.25%) 오른 2681.00에 마감하며 3일 만에 2680선을 되찾았는데도 거래는 뜸했다.거래가 부진한 이유로는 개미투자자의 이탈이 손꼽힌다. 실제 개인투자자의 영향이 큰 거래량은 지난 6월만 해도 일 평균 6억 4137만주에 달했지만 7월 4억 6915만주로 줄었고 8월엔 4억 1394만주에 불과했다. 거래대금 역시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달 일 평균 거래대금은 10조 6455억원으로 6월(12조 9650억원)이나 7월(12조 336억원)과 견줘 크게 감소한 모습이다.반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자금을 유통할 투자처의 몸집만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CMA 잔고는 총 87조 9811억원으로 한 달 전(85조 5655억원)보다 2조 4156억원 늘었다. 증권사는 최근 연 2.50~3.60%의 CMA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코스피가 다시 2700선을 향해 다가가는데다 미국의 9월 금리 인하가 가시화된 상황에서도 개인들의 투심(투자심리)은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반도체 대형주의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최근 한 달간 각 10.47%, 9.98% 하락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의 등락률(-3.48%)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달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한데다 엔비디아 실적 증가세도 서서히 한풀 꺾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진했고 이에 개미들의 투자도 위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금투세 여야 공감대…美 ‘안정적’ 금리인하 기대감도다만 시장에서는 추석 연휴가 지나고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퍼지며 코스피가 2700선을 회복하면 개인투자자들도 증시에 다시 유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덜’ 올랐던 2차전지주나 바이오주의 상승세 역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2만 4000원(6.19%) 오르며 41만 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28일(종가 기준, 40만 1500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40만원대에서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 역시 이날 8.02% 오르며 4거래일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다. 게다가 금융투자소득세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 역시 해소될 실마리를 찾고 있다. 지난 2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나 금투세에 대해 논의했다. 물론 ‘폐지’와 ‘유예’, 합의의 결론은 내지 못한 채 회담은 끝났지만 11년만에 여야 대표가 만난데다 금투세 개편에 대해 공감대를 나눈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커지고 경기 침체 우려는 약해지는 등 대외 경제 환경도 우호적이다.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예상치에 부합하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빅컷(기준 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하함)을 단행하는 게 아니라, 질서있는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8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와 고용지표가 재차 미국 경기 연착륙에 힘을 더해준다면 주식시장 등 각종 자산시장에서 유동성 랠리 기대감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09.03 I 김인경 기자
침체 위기 9월 IPO시장…‘바이오’가 해결사 될까
  • 침체 위기 9월 IPO시장…‘바이오’가 해결사 될까
  •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투자 열기가 사그라진 기업공개(IPO) 시장에 바이오 테마가 해결사로 나섰다. 지난달 신규 상장 종목들이 잇따라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인 가운데 바이오 새내기주가 선전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신약 호재 등이 겹치며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의 신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티디에스팜(464280)은 이날 공모가 대비 241.54% 오른 4만 4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 당시 ‘따따블’(공모가 대비 300% 상승)을 기록한 이후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으나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상장 당일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이엔셀(456070)과 넥스트바이오메디컬(389650) 역시 공모가 이상의 가격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상장한 새내기주 10종목(스팩제외) 중 절반이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시장은 최근 바이오 새내기주가 증시에서 나름의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주요 바이오 기업의 신약 모멘텀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을 꼽고 있다. 바이오 섹터의 발목을 잡아온 고금리 국면이 곧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한양행(000100)을 비롯해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알테오젠(196170) 등 최근 바이오 종목의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달 세계폐암학회(WCLC)와 유럽종양학회(ESMO) 등 주요 글로벌 학회가 열리는 점도 기대감을 부추겼다. 한국거래소가 주요 바이오 종목을 추종해 집계하는 KRX헬스케어 지수는 지난달 이후 5.65% 올랐다. 바이오 새내기주의 선전으로 이달 IPO 일정에 돌입하는 후발주자 역시 한시름 놓고 청약 흥행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달은 전월 대비 IPO에 나선 종목이 적어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바이오 섹터만은 투자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는 덕이다.이달 중 IPO 일정이 예고된 종목은 셀비온과 에이치이엠파마다. 오는 5일부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나서는 셀비온은 올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가 승인된 첫 신약 개발기업으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및 진단제 개발, 방사성의약품 생산을 영위한다. 하루 늦게 수요예측에 돌입하는 에이치이엠파마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등 연구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충족했다. 두 종목 모두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 및 외형확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IPO를 통해 새롭게 증시에 진입할 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심리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하반기 들어 신규 상장 종목에 대한 시장의 옥석가리기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꼼꼼하게 살펴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섹터가 소수 기업들의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 기업이 성과를 나타내는 구간으로 진입했다”며 “2025년까지 다수의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가 지속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4.09.03 I 이정현 기자
내년도 최대 20조원 반영된 외평채…발행부담 가중 우려
  • 내년도 최대 20조원 반영된 외평채…발행부담 가중 우려
  •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정부가 내년 최대 20조원 규모 원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 발행을 책정했지만 발행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시장에선 내년도로 발행이 밀릴 경우 기존 국고채 발행량 200조원에 더해 총 220조원의 물량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최대 20조원 규모 외평채 발행이 책정됐다. 외평채는 환율변동에 대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지난 2003년 이후 발행이 중단된 바 있다.외국환평형기금은 애초에 환율변동 대비를 위한 기금이지만 정부는 ‘건전재정’을 이유로 국고채 발행 대신 외평기금과 공자기금 등에서 재원을 끌어 쓰며 고육책을 이어갔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국고채 순증 규모 등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한계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앞서 지난해 통과된 올해 예산안에서도 최대 18조원의 원화 외평채 발행이 책정됐지만 9월이 된 지금도 국회에 발행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 7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등은 한국은행이 원화 외평채도 발행 및 등록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끔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외국환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문제는 현재 여야 대립 등으로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평채 발행이 계속해서 미뤄질 경우 내년도 시장 물량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김명실 아이엠증권 연구위원은 “만약 올해 외평채가 일부 발행됐다면 발행 만기가 대부분 1년에 불과하기에 내년 발행물은 차환 성격을 가지게 돼 전체 국고 시장에 미치는 구축효과(발행부담)가 제한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올 하반기 예정 물량이 발행되지 못할 경우 내년 국고 시장에 미치는 구축효과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전했다.시장 참여자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사실 이달 초만 해도 외평채 발행량에 대한 부담이 없었지만 내년에 발행된다면 다른 문제”라면서 “만기가 짧을 거라고는 하나 장기물과 단기물 양쪽에서 물량이 늘어난다면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T-bill(초단기 채권)이 없는 이유는 사실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통화안정증권으로 초단기를 발행하고 있지만 통화안정증권이 있는 국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이어 “국가가 단기적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 단기채를 통해 재원을 끌어와야 하는데 발목이 묶인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통화정책을 하는 한국은행도 힘들고 정부 당국도 힘든 만큼 국회 설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24.09.03 I 유준하 기자
200조원대 국고채 발행은 시작일 뿐…발행량, 앞으로도 늘어난다
  • 200조원대 국고채 발행은 시작일 뿐…발행량, 앞으로도 늘어난다
  •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정부가 내년 200조원대 역대급 국고채 발행량을 발표, 국고채 시장 금리에 상승충격을 가한 가운데 국가채무비율 확대 방침에 따라 국고채 발행량은 향후에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선 정부의 보다 면밀하고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공급 물량 폭탄에 약세…선물시장 포지션도 축소 흐름최근 국고채 시장에선 내년도 200조원대 국채 발행량 발표 이후 금리가 일제히 상승 흐름을 보였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발표 직전인 지난 8월26일 오후 고시금리 대비 3년물 금리는 9.9bp(1bp=0.01%포인트) 오른 2.989%를 기록했다.같은 기간 5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는 각각 12.4bp, 14.7bp 오른 3.049%, 3.121%를,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12.8bp, 9.7bp 오른 3.118%, 3.002%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나 30년물 금리는 오후 고시금리 기준 지난 7월25일 이후 처음으로 3%대를 넘어섰다.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2025년 48.3%서 2028년 50.5%까지 올린다는 게 정부 계획인 만큼 이에 따른 국고채 발행량 증가 전망도 시장엔 약세재료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기간의 대규모 재정적자에 따른 예정된 상환과 공공 기금 활용으로 인해 향후 몇 년간 잠재적인 국채 발행 요구량은 여전히 클 것”이라며 “대규모 국채 발행이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내년도 국고채 발행량 급증에 대해선 정부가 그간 건전재정을 강조해왔지만 사실상 세수 부족분을 여타 기금에서 더 이상 끌어올 수 없게 된 만큼 국고채 발행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선 내년도에 이렇게 한꺼번에 발행될 줄 몰랐다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A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예상치 못한 재료에 당황스러웠다”면서 “올해보다 많이 찍을 거라곤 예상했지만 200조원이라는 역대급 숫자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갑작스런 공급 충격에 시장 참여자들은 일제히 변동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날 엠피닥터에 따르면 3년 국채선물 미결제약정 물량은 지난달 26일 51만2212계약서 이날 47만9407계약으로 줄었고 10년 국채선물 미결제약정 물량은 26만8830계약서 26만4911계약으로 줄었다.미결제약정은 시장 참여자들의 오픈된 롱·숏 포지션으로 미결제약정의 감소는 참여자들이 기존의 포지션을 축소해 향후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한 외국계 은행 채권 딜러는 “금리 인하 기대 횟수도 줄어든 가운데 국채 발행도 늘어난 만큼 변동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라고 봤다.자료=기획재정부◇“당국 소통 아쉬워, 영국과 대비”시장에선 이처럼 역대급 국고채 발행량 증가 재료가 나오기 전 당국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안 발표 직전 총리가 직접 나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고통을 감수해달라고 호소한 영국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B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영국 같은 경우만 봐도 최근 예산안 발표하기 전에 재정에 대한 우려를 다 같이 감내하자는 식으로 언지를 줬었다”면서 “반면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는 뭔가 감추다가 터뜨리는 식이었는데 당국의 시장 소통이 조금 아쉽다”고 토로했다.실제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는 10월 발표할 정부 예산안에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7일 TV 연설에서 밝혔다. 키어 총리는 연설에서 “10월로 예정된 예산안이 고통스러울 것이며 상황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해달라고 큰 부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당국은 소통 부족 지적에 앞으로 시장과의 소통 및 조율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통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다만 국고채 발행량은 우리나라 재정을 짜는 구조상 총지출, 총세입이 다 정해진 다음 맨 나중에 결정이 되는 것이기에 그 과정에서 최종 발표직전까지 국채 발행량을 정확히 예측하긴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2024.09.03 I 유준하 기자
'전세 품귀' 20평대가 11억…파죽지세 서울 전셋값 "비싸도 아파트"
  • '전세 품귀' 20평대가 11억…파죽지세 서울 전셋값 "비싸도 아파트"
  •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非) 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넘어오면서 시작된 전셋값 오름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특히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까지 줄면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사진=연합뉴스)2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해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7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9% 상승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은 되려 9.96%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 상승세가 올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전셋값이 올해 들어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를 기피하면서 이들 수요가 중소형 평형대 아파트로 한꺼번에 옮겨오면서다. 실제 KB부동산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전셋값은 상승세는 중소형 아파트가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4억 357만원으로 지난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4억원을 넘었다. 60㎡ 초과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역시 6억 582만원으로 1년8개월여 만에 6억원을 다시 넘어섰다.반면 올해들어 빌라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은 1만 4903건으로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1년 이후 매 1분기를 비교해보면 가장 적은 수치다.수요는 늘고 있는데 반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전세 매물은 빠르게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통계를 분석해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서울에 나온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2만 6947건이다. 한 달 전만 해도 3만건을 넘겼던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5만 5882건 이었던과 비교하면 현재는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규모다.특히 전세 수요가 많은 강남 3구나 마포구, 용산구 등의 경우 전용면적 59㎡ 기준 전셋값이 10억원을 돌파한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 예로 잠실엘스는 이달 전용면적 59㎡ 전세 매물이 11억원에 계약됐는데 전년 동기만 해도 8억원 대에 거래되던 것이 1년 만에 3억원이 상승한 셈이다. 총 5678가구인 초대형 단지 잠실엘스는 지난달 갱신 계약을 제외하고 신규로 한 전세 계약이 10건에 불과했다. 매물품귀 현상이 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 처럼 수급 불균형에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해지면서 정부는 전세 수요를 줄이기 위해 최근 각종 전세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출 규제로는 일시적으로 전세 수요를 줄일 순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셋값 상승을 더 부추기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전세 대출 규제 은행이 늘수록 수도권 아파트 전세 수요는 전세대출이 가능한 매물을 찾기 어려워 일시적으로 반전세 또는 월세 시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문제는 좀 더 길게 보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등 각종 전세대출 중단은 가뜩이나 아파트 전세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를 잡기보단 전세공급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어 다가오는 이사철 전셋값 상승을 가중시킬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2024.09.03 I 박지애 기자
위험을 보는 네 가지 방법
  • [목멱칼럼]위험을 보는 네 가지 방법
  • [고광재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장]의정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6개월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부족한 의료인력 확충과 지역 및 필수 의료분야의 불균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환경을 개선하면서 의사 수를 점진적으로 늘리자며 의대 정원 확대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고통은 환자의 몫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교통사고 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최근 전문의들의 현장 이탈이 느는 것을 보면서 다시 급증하는 코로나와 추석 연휴 병원 이용자가 늘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병을 고치는 의사에는 신의, 명의, 평의, 의원 4단계가 있다고 한다. 최고의 의사는 환자의 얼굴만 보고도 질병을 안다는 신의(神醫)다. 다음은 환자의 목소리만 듣고도 증상을 알 수 있다는 명의(名醫)다. 환자의 증세를 물어보고 아는 평의(平醫)가 그다음이고, 환자의 맥을 짚어보고 증세를 아는 의사를 의원(醫員)이라고 한다. 이러한 의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항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의료분야를 포함해 안전이나 구조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특별하게 예우하는 이유다.필자는 안전에도 위험을 보는 시(See), 룩(Look), 워치(Watch), 인사이트(Insight) 4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1단계는 위험이 눈에 보이는 시 단계다. 깨진 유리창처럼 위험한 상태가 눈에 보이니 조심하게 되고 안전을 위한 개선 조치도 즉시 이뤄진다. 위험도가 높은 장소나 업무에서 예상과 달리 사고가 많이 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단계는 위험장소나 시설에 위험표지판을 부착하거나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단계는 위험이 있음에도 쉽게 찾지 못해 주의해서 살펴야 하는 룩 단계다. 항상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일을 하다 보면 업무에 익숙해져 위험을 발견하지 못하고 종종 놓치는 경우가 있다.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니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예방 투자 또한 잘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소기업에서 사고 발생률이 높은 이유다. 이럴 때는 사고 발생 주기와 유형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분석해 취약 분야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3단계는 위험이 보이지 않아 꼼꼼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워치 단계다.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안심하고 있다가 숨어 있는 위험 요인이나 돌발상황을 만나 사고를 당하게 된다. 대형사고 대부분이 이 단계에서 발생한다. 인센티브 같은 동기부여 방안을 마련하면 보이지 않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안전을 기본으로 인식하고 위험을 통찰하는 인사이트 단계다. 경영자가 모든 일에는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위험을 상시 관리해 나가는 단계다. 인사이트는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내용인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과 안전경영 리더십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보고, 묻고, 진찰을 통해 아픈 곳을 찾아내듯이 산업재해도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보고, 찾을 수 있다면 해결은 쉬워진다. 영화 ‘관상’의 한명회와 관상가 김내경이 나누는 대화에서 문제의 원인 찾기와 해결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거사를 일으킨 사람들의 면면을 봤을 텐데 그 관상은 기록해 두었소. 기록하시오. 난을 즐기는 자들의 특징을 상세히 기록해 두면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대비할 수 있지 않겠소.”(한명회) “나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격이지. 바람을 봐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요.”(김내경) 어려움 없는 인생 없고 갈등 없는 사회 또한 없다. 영국의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자신의 저서 ‘역설을 넘어서 미래를 이해하기’에서 “상반된 것들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려 하기보다 그것들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높은 수준의 산재사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현재의 문제를 인정하고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위기도 예측해 잘 준비하면 기회가 된다. 사고의 결과가 아닌 원인을 보자. 파도가 아닌 바람을 보자.
2024.09.03 I 최은영 기자
국고채 201조 역대급 발행… 짙어지는 금리상승 먹구름
  • 국고채 201조 역대급 발행… 짙어지는 금리상승 먹구름
  •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정부가 내년 200조원대 역대급 국고채 발행량을 발표, 시장에 충격을 가한 가운데 2028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50.5%까지 확대할 방침인 만큼 국고채 발행량이 향후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정부는 건전재정을 강조해왔지만 사실상 세수부족분을 여타 기금에서 끌어올 수 없게 돼 국고채 발행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장기물 발행이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장기구간 상승 우려와 더불어 정부의 소통 방식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오후 고시금리 기준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4bp(1bp=0.01%포인트) 오른 3.002%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예산안이 발표되기 직전인 26일 오후 마감금리 대비 9.7bp 늘어난 수치로 지난 7월25일 오후 금리 3.004% 이후 약 한 달 만에 3%대를 넘어섰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내년도 예산안서 국고채 발행량을 201조3000억원을 제시, 역대 최대치 규모를 예고한 바 있다. 이후 시장 금리는 지속적으로 우상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장기 금리 상승 우려가 제기되는 요인으로는 최근 당국의 장기물 발행 비중 확대가 배경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3개월래 발행안을 살펴보면 10년물 이상의 비중은 7월 54.4%에서 8월 54.8%, 9월에는 56.4%로 우상향하는 추세다. 일례로 연초였던 1월 비중은 51.8%였다.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기재부서 초장기 수요를 발행에 적용하겠다는 언급이 있었다”면서 “다만 올해만큼의 비중을 내년에 적용할 경우 현재 연초 대비 부채 듀레이션(현금흐름 가중평균만기)이 거의 변하지 않았기에 내년 수요는 올해 대비 적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나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오는 2028년까지 50.5%로 늘려나갈 방침인 만큼 발행량 우려가 한동안 이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국고채 금리가 공급 부담으로 상승할 경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자칫 희석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과 가계 부채 상환 부담이 보다 가중될 수 있는 셈이다.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일드커브(수익률곡선) 대신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만일 시장의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다면 발행을 줄이고, 필요한 경우 교환과 바이백(환매) 방식 등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최종수요자인 엔드유저 수요에 따라 만기물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재정적자를 국고채로 메우게 되면 정부도 일드커브에 대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미세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이제는 국고채 공급자로서 시장 참여자들과 만기별 소화 물량에 대해 조율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2024.09.03 I 유준하 기자
  • [사설]헛돈 쏟은 박원순표 공중보행로의 교훈
  • 서울시가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 공중보행로를 철거한다. 공중보행로는 종묘에서 세운상가를 거쳐 인현·진양상가까지 남북으로 1km에 걸쳐 7개 건물 3층을 잇는 시설이다. 불과 2년 전 1109억원을 들여 개통했으나 활용도가 낮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일대를 녹지생태도심의 핵심축으로 재창조한다는 전략을 2022년에 발표했다. 공중보행로 철거는 그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 일대는 구도심 재개발 대상이었다. 2006년 당시 오 시장은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후임자인 박원순 전 시장은 도심 보전과 재생을 앞세워 상가를 그냥 두고 공중보행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보행로는 2016년 착공했고 2단계 사업을 거쳐 6년 뒤인 2022년 개통됐다. 오 시장은 공중보행로가 세운상가 재개발을 방해하는 ‘대못’이라고 비판했다.보행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감사보고서에서 “총사업비 1109억원을 투입하고서도 당초 사업의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및 주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보행량이 예측치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도심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은 서울시의 묵은 숙제다. 공중보행로 같은 미봉책으론 상권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에 확인됐다. 그보다는 아예 건물을 헐고 이 일대를 고층빌딩숲과 나무숲이 공존하는 녹지생태도심으로 재창조하겠다는 오 시장의 구상이 타당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재 4%를 밑도는 도심 녹지율은 15% 이상으로 높아진다.박 전 시장이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어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상권 활성화라는 목표도 이루지 못한 채 시민이 낸 막대한 세금만 공중에 날아가게 생겼다. 다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재개발은 사전에 주민 동의를 충분히 확보하는 게 필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보행로에서 얻은 교훈이다. 서울시는 이달 중 주민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부터 보행로 철거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먼저 주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시장에 따라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혼선을 막을 수 있다.
2024.09.03 I 양승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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