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1년 3월 30일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20대 부부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인 8살 딸을 학대한 끝에 살해한 20대 계부와 친모가 재판에 넘겨진 것이었다. 8살 아이가 부모의 학대 속에서 숨지기까지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계부와 친모가 2021년 3월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3년간 학대…사건 당일엔 찬물목욕 후 방치도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1년 3월 2일이었다. 친모 A씨는 이날 정오께 인천 중구의 자택에서 B(사망 당시 8세)양이 거실에서 소변을 본 것에 화가 난다며 그를 수차례 때렸다. 이후 A씨는 화장실로 딸을 데려가 찬물로 목욕하게 한 뒤 2시간가량 방치했다. 곧 계부 C씨가 퇴근 후 집에 돌아왔지만 그는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못하는 B양을 발견하고도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C씨는 B양이 계속 움직이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화장실로 가 아이가 호흡이 약한 것을 확인했지만 그간의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C양을 방으로 데리고 가 눕힌 뒤 인공호흡만을 했으며 학대에 사용해온 범행 도구를 부러뜨려 베란다 밖으로 던졌다. 이들은 아들 D군을 불러 자신들은 B양이 대소변 실수를 할 때마다 5대 체벌했다는 식으로 대답하라고 지시했고 부부 간 말을 맞추는 등 범행 은폐 작업을 이어갔다. 이후 C씨는 같은 날 오후 8시 57분께가 돼서야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119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결과 B양에 대한 부부의 학대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B양은 뼈대가 드러날 정도로 굶주리는 등 영양 불균형 상태였으며 또래 신장 평균치(127.8㎝, 몸무게 26㎏)보다 훨씬 적은 신장 110㎝에 몸무게 13㎏밖에 되지 않았다. B양의 온몸에는 멍이나 찢어진 상처가 남아 있었으며 얼굴은 갈색으로 변해 있기도 했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D군은 경찰에 “평소 동생이 아빠한테서 맞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C씨는 “사망한 당일에는 때린 적이 없다”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는 부인했다. A씨 또한 “딸을 학대한 적이 없다”며 “최근 들어 아이가 (이불에) 실수를 해서 기저귀를 (한번)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이들 부부가 3년 전인 2018년 1월부터 B양을 학대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B양이 냉장고에서 족발을 꺼내 방으로 가져가 이불 속에서 몰래 먹고 뼈를 버렸다며 1시간 동안 손을 들고 벽을 보게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2021년 3월 1일께까지 35회에 걸쳐 B양의 온몸을 때리고 ‘엎드려뻗쳐’, ‘앉았다 일어나기’를 시키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이들이 옷걸이나 주먹으로 아이를 때리고 대소변을 먹게 하는 등 가혹 행위를 했으며 2020년 8월부터 반찬 없이 맨밥만 주거나 하루 이틀간은 밥 또는 물을 전혀 주지 않고 굶긴 것으로 확인됐다. ◇法 “훈육 주장하지만 강도 비정상적…피해아동 고통 극심”재판에 넘겨진 두 사람은 법정에서 “피해자를 학대·유기·방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B양이 사망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건 당일 따뜻한 물로 B양을 샤워시켰으며 물기도 닦아줬다”고 했으며 C씨는 “당일 집에 도착했을 때 B양은 이미 사망했거나 즉시 구호조치를 취하더라도 생존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자신의 행위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1심은 “고인들은 훈육이었다고 주장하지만, 학대 강도 등을 보면 정상적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만 8살로 신체적 방어 능력이 부족한 아동이었는데 학대로 인한 신체적 고통은 극심했을 것”이라며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D군의 진술에 대해서도 “직접 겪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라며 “(아들도) 일부 학대를 당하긴 했어도 부모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거짓 진술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A씨 부부는 항소했지만 2심이 이를 기각한 뒤 대법원도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이듬해인 2022년 5월에는 딸의 학대 상황을 D군에게 반복적으로 보여줘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도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기도 했다.
“아직 살아있네”…대낮 길에서 부부 살해한 母子
권혜미 기자2025.03.29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오늘로부터 3년 전인 2022년 3월 29일. 검찰이 부산 ‘구포동 살인사건’의 피의자 2명을 구속기소했다. 사건은 같은 달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4시 40분경 부산 구포동의 한 주택가에서 남성 A씨(30대)가 50대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친모 B씨(50대)와 함께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2022년 3월 부산 북구 구포동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 화면.(사진=부산경찰청 제공)두 사람은 범행 후 차량으로 경북 경주까지 함께 달아났다. 그러나 수사망이 좁혀지자 결국 112에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2시간 만인 오후 6시 30분께 이들을 긴급체포했다.A씨와 B씨 모자는 경찰에 “평소 피해자였던 부부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며 “사건 당일 금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흉기를 들고 와 살해했다”며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A씨는 부부를 향해 수십 차례나 흉기를 휘둘렀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B씨는 흉기에 찔린 여성이 일어나려 하자 세게 밀쳐 넘어뜨리고, 살아 움직이는 것을 아들에게 손짓으로 알려 추가로 흉기를 휘두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심지어 이들 모자는 범행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등을 통해 “아파트 대출금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남성을 살해해야 한다” 등의 대화를 나누며 공모한 정황도 드러났다. A씨는 범행 전날 밤 지인에게 연락해 “작업을 하나 하려 한다”며 범행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그렇다면 가해 모자와 피해자들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엄마 B씨와 피해 부부의 남편인 C씨는 1998년 경북 김천의 한 다방에서 종업원과 손님으로 처음 만났다가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사진=채널A 캡처두 사람은 20년 동안 만남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부유했던 C씨의 도움으로 2011년 부산의 한 아파트를 구매했고, 이후에도 C씨에게 지속적으로 생활비를 받았다.하지만 B씨는 아들 A씨가 실직하고 A씨의 동생이 병원에 입원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자신과 정반대의 삶을 사는 C씨 가족에 분노를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출금 등을 청산하기 위해 큰돈이 필요해지자 B씨는 아들 A씨와 함께 “돈을 안 주면 가족들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C씨를 협박했다.C씨는 B씨의 요구를 거듭 거절했고, 모자가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자 신변의 위협을 느껴 경찰에 2번이나 신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끔찍한 비극을 막지 못했다.재판에 넘겨진 모자는 우발적 범행이라 주장했다. B씨는 공동정범임이 아닌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이진혁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A씨와 B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했다.재판부는 “피고인들은 2명이나 무참히 살해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불행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특히 남편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말리다가 끝내 살해당한 아내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 사형 방법 고민했다"…딸 잃은 아버지의 오열
채나연 기자2025.03.28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판사님, 김병찬을 사형에 처해주실 것을 부탁합니다”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 (사진=뉴스1)2022년 3월 28일 스토킹 살해범 김병찬(35)에게 딸을 잃은 아버지가 재판에서 눈물로 호소했다.이날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의 두 번째 공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재판에는 피해자의 부모가 직접 양형 증인으로 나섰다. ‘양형 증인’이란 형벌의 정도를 정하기 위해 재판부가 참고로 삼는 증인을 뜻한다.피해자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 온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사고가 있던 날 처음 면사무소 직원에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교통사고인 줄 알았다”며 “딸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을 줄 몰랐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제 딸이 살인마와 만나면서 (부모가) 걱정할까, 염려할까 힘든 내색도 하지 않고 만나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법에 의해 김병찬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매일매일 생각하고 준비한 것이 이 종이 쪼가리 하나뿐이다. 판사님, 김병찬을 사형에 처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현장에서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김병찬은 유족의 증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병찬은 2021년 11월 19일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전 여자친구인 3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김병찬과 A씨는 2000년 1월 교제를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김병찬의 잦은 폭력과 채무 문제 등을 견디기 어려웠던 A씨는 이별을 통보했다. 이에 김병찬은 A씨에게 수십 차례 전화하거나 직장을 찾아가는 등 강도 높은 스토킹을 시작했다. 두려움을 느낀 A씨는 부산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로 이사를 가는 등 김병찬에게서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결국 A씨는 경찰에 그를 신고했고 법원은 김병찬에게 스토킹 행위 금지, 100m 이내 접근 금지, 정보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의 내용을 알리는 문자를 발송했다.하지만 김병찬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신고를 취소하라며 A씨를 찾아가 위협하고 계속해서 전화를 거는 등 스토킹 행위를 지속했다. 이 기간 김병찬은 인터넷으로 ‘사시미칼’ ‘칼손잡이 미끄러움’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다.범행 전날 서울로 미리 올라온 김병찬은 범행에 사용할 흉기와 모자 등을 구입한 뒤 다음 날 서울 중구에 있는 A씨 오피스텔에 찾아가 A씨를 살해했다.A씨는 당시 긴급 호출용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여 경찰에게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위치 추적 장치 오류로 경찰이 신고 12분 만인 11시 41분 현장에 도착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당일에 숨졌다.범행 후 도주한 김병찬은 다음 날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피의자 김병찬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김병찬은 체포된 이후부터 첫 재판에서까지 살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이에 1심 재판부는 “김병찬은 단순히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이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형이 다소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며 1심보다 5년 무거운 징역 40년을 선고했다.이에 유족 측은 “무기징역이 아니라 저희는 다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며 “스토킹 신고와 접근금지 등 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는데도 이렇게 됐다. 제도와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