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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에 부동산경매 파행…재개 후엔 잠실5·목동7 나온다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법원에 2주간 휴정권고가 내려지면서 부동산경매가 부분파행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매매시장과 발맞춰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100%를 웃돌았던 서울아파트 경매시장도 잠시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물건이 누적됨에 따라 경매 재개 후 옥석고르기 눈치싸움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이데일리 이동훈 기자]◇법원 경매, 곳곳 파행…서울 아파트 2건, 낙찰가율 100%지지옥션에 따르면 24일에는 당초 지방법원 31곳에서 부동산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12군데가 취소됐다. 전주지법 판사의 코로나19 확진에 따라 전주, 대전, 충주 등은 물론 서울에서도 3곳 중 2곳이 문을 닫았다. 오는 25일에도 예정했던 23곳 가운데 절반 넘는 14곳이 일정을 취소했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반나절도 안돼 일정을 취소한 곳이 3곳 늘었다”며 “한동안은 부동산 경매시장의 정상적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이날 서울 아파트경매는 송파구 잠실주공5아파트의 기일이 변경되면서 2건만 경매에 부쳐졌고 모두 낙찰됐다. 송파구 거여동의 거여4단지아파트(전용면적60㎡)는 감정가 7억3900만원에 나와 8억550만원에 낙찰됐고, 강동구 성내동의 동남아파트(전용85㎡)는 감정가 5억7200만원에 낙찰가 5억2700만원을 기록했다. 평균 낙찰가율은 100.5%, 평균 응찰자수는 5명이다.이는 이달 셋째주까지의 성적과 비교하면 다소 저조한 편이다. 서울 아파트 법원경매는 지난 21일까지 총 49건 중 34건이 낙찰됐고 평균 낙찰가율은 108.5%, 평균 응찰자수는 6.32명이었다. 지난주만 해도 26건 중 18건이 평균 낙찰가율 111.2%로 새 주인에게 넘어갔다. 지지옥션 오명원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세법 강화 등으로 부동산 보유에 따른 부담이 현실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며 “휴정기를 기점으로 2~3개월 동안은 관망세가 도는 조정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사진=연합뉴스)◇15억 초과 강남권 아파트 대기…똘똘한 한채, 인기 탈까그럼에도 매매시장에서 인기 있는 아파트는 경매장에서도 높은 몸값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법원경매가 정상화되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다.지지옥션에 따르면 향후 경매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현재 84건이 쌓여 있다. 이 가운데 정부의 고가아파트 기준인 감정가 9억원이 넘는 물건은 17건이다. 최근 정부의 잇단 규제 속에 다시 나타나고 있는 ‘똘똘한 한 채’ 현상과 맞물려 경매시장에서도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들이다. 12건은 첫 경매날짜만 기다리는 ‘신상품’이어서 입찰자가 적지 않게 몰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특히 관심을 끄는 물건은 재건축 이슈가 있는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주공5단지아파트(전용 81㎡)와 방이동의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전용 84㎡)다. 재건축조합이 설립돼 있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감정가 20억7000만원에 나왔는데 지난 6월 실거래가가 23억8000만원을 찍었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은 감정가 16억7000만원에 나와 지난달 실거래된 18억원보다 1억3000만원 낮다. 현재 시장 호가는 19억원이다. 올해 내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어 재건축 속도를 내는 모양새로 낙찰 받을 경우 향후 기대되는 시세차익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강남구 삼성동 롯데캐슬프레미어(전용 213㎡)은 감정가와 시세 차이가 더 큰 물건이다. 감정가는 28억9000만원인데 최근 신고가는 35억3000만원, 현재 호가는 37억원에 달한다. 삼성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실거주 등의 목적으로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만 집을 살 수 있지만 경매는 예외라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선 강점이다.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인 대치동에서도 쌍용대치1차 아파트(전용141㎡)가 감정가 21억9900만원으로 경매에 나올 예정이어서 낙찰성적이 주목된다. 현 시세는 24억7500만원 수준이다. 이외에도 서초구 방배동 청광아트빌 14차 아파트(전용245㎡) 2채와 양천구 목동에서 목동롯데캐슬위너(전용 156㎡), 목동신시가지7단지(전용101㎡), 진도아파트(전용 85㎡) 등이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오명원 연구원은 “일반 매매시장에서의 아파트 인기는 경매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며 “15억원 넘는 아파트는 경매에서도 대출이 일절 불가능하지만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함께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 조은희가 쏘아올린 '재산세 감면'…다른 자치구 동참할까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재산세 감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입니다. 그는 최근 본인 페이스북에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상으로 재산세 50% 감면을 추진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내세워 급격한 공시가 인상에 나선 영향으로 장기 보유 1주택자의 세부담이 너무 높아졌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서초구 제공)물론 공시가격 9억원이라는 금액대가 낮은 가격대는 아닙니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약 70% 인 점을 감안하면, 공시가 9억원 아파트의 시세는 약 13억원 정도입니다. ‘시세 13억원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에게 왜 세금을 깎아주느냐’라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다만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 가격을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를 차지하는 중앙값)이 9억원,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을 정도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수십년간 1주택을 유지하며 살아오거나, 은퇴 후 소득이 없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급격한 세금 인상이 너무 가혹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실제 서초구만 놓고 보면 이 지역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최근 3년간 60% 급등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서초구 주택 소유자의 재산세 납부액은 72%나 올랐습니다.서울 지역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제공)그렇다면 과연 재산세 감면은 현실성이 있을까요? 서초구에서는 공시가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에 해당하는 가구가 약 5만 가구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서초구에서 재산세를 내는 전체 13만7000가구의 36% 수준입니다. 이들에 대해 평균 20만원선에서 세금을 환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조 구청장은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다른 자치구들도 동참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서 중앙 정부에서도 재산세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데다 코로나19로 실직되거나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서입니다.각 구청장들은 아직까지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지난 13일 서울시청에서 8·15 광화문 집회 철회를 주제로 한 기자회견에서 이동진 도봉구청장(서울시구청장협의회 회장)은 “(조 구청장이 말한)실수요자, 장기 보유자인 1주택자에 대한 세금 감면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렇고 구청장들도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인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8·15 서울 대규모 집회 철회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김수영 양천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사진=뉴스1)다만 이 구청장은 “재산세 감면의 법률적 근거에 대해서는 명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 지방세법 제111조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재산세율에 대해서 지방정부가 가감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재정수요가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를 근거를 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현 상황이 재산세 감면이 기준이 되는 ‘재난 상황’에 준하는 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구청장은 또 지방정부 재정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전국 시·군·구 재정자립도는 20%, 서울 지역은 28.4%에 불과합니다. 지방세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조정하면 지방정부 세입이 더욱 줄 수 있기 때문에 수혜 대상자나 감면율, 지자체 재정보전 방안 등에 관해 중앙 정부와 다양한 협의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익명을 요구한 한 구청장은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인하라는 큰 기조에는 동감하지만 당장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실행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얼마나 재정을 보존해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거침없는 서울 전셋값, 58주 상승…상승폭 더 커졌다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8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다. 특히 올해 5월부터는 상승폭이 점차 커지는 추세인데다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지속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 우려를 낳고 있다.6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첫째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전셋값은 0.17% 올랐다. 5월 첫째주 0.02%였던 변동률은 6월 첫째주 0.04%를 보이다 7월 첫째주 0.10%, 마지막주 0.14%에서 이달 또 상승폭이 커졌다.감정원 관계자는 “임대차보호법 시행과 저금리 기조,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매물 부족 현상 지속되고 있다”며 “역세권 및 학군 양호한 지역과 정비사업 이주수요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강남권을 보면 강동구(0.31%)는 고덕ㆍ강일ㆍ상일동 신축 위주로, 서초구(0.28%)는 한신4지구 이주 수요 영향이 있는 잠원동 위주로 상승했다. 강남구(0.30%)는 대치ㆍ역삼ㆍ삼성동 위주로, 송파구(0.30%)는 송파ㆍ가락동 구축 위주로 올랐다. 강북권에선 성동구(0.23%)가 역세권 및 학군수요 있는 행당ㆍ하왕십리동 일대 위주로, 마포구(0.20%)는 가격 수준이 낮은 중소형 위주로 올랐다.경기도는 이번주 0.29% 올라 역시 전주(0.24%)보다 전셋값 상승폭이 커졌다. 수원 권선구(0.66%)는 정주환경 양호하고 가격 수준 낮은 금곡ㆍ호매실동 위주로, 용인 기흥구(0.64%)는 역세권 주요 단지 위주로 전세매물이 소진되며 값이 올라 눈에 띈다. 구리시(0.62%)는 갈매지구 신축과 인창동 등 상대적 저평가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지방에서도 일제히 상승폭을 키웠다. 5대 광역시는 대전(0.45%) 등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전주 0.13%, 이번주 0.15%를 기록했다. 8개도 역시 전주 0.11%에서 이번주 0.13%로 올랐다. 세종시의 경우 같은 기간 2.17%에서 2.41%로 크게 뛰었다.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서울(0.04%) 및 수도권(0.12%), 지방(0.14%) 모두 상승폭이 전주와 동일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다주택자 종부세 및 취득세율 인상 등 7.10보완대책 법안이 지난달 말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하고, 관련 절차들이 순항함에 따라 매매시장은 안정세 나타냈다”고 분석했다.시도별로는 세종(2.77%), 대전(0.20%), 경기(0.18%), 충남(0.17%), 대구(0.14%), 경북(0.13%), 부산(0.12%), 강원(0.07%), 경남(0.05%), 서울(0.04%) 등은 상승했고 전북은 변동이 없었다.
- 공유 킥보드 씽씽, 종로·마포·중구 진출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공유 킥보드 서비스 ‘씽씽’이 종로와 마포, 중구 등 지역 확장을 통해 강북과 강남을 잇는 서울지역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피유엠피(대표 윤문진)는 ‘씽씽’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지역과 성동 및 광진에 이어 종로, 마포, 중구를 중심으로 한 강북권 신규 서비스를 통해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서울 ‘씽벨트’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주요 공유 킥보드 서비스는 강남 쏠림 현상이 있었다. 서울 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고, 유행을 선도해 테스드베드로 활용되는데다, 여러 공유 킥보드 제공 업체들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이번 지역 확장을 통해 씽씽은 기존 성동, 광진구에 이어 종로, 마포, 중구를 서비스 지역으로 삼으면서 강북 운영을 한층 강화한다.회사는 “앞서 진행된 강남, 서초, 송파, 동작, 관악, 영등포, 강동, 구로 등 강남권과 성동, 광진 등 강북의 타 지역으로 확대하며 기기 배치, 운영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서울 강남과 강북을 잇는 대표 라스트 모빌리티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역 외에 씽씽은 부산과 수원, 원주, 전주, 진주, 광주 등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이에 더해 신속하고, 안정적인 지역 확장을 위해 지역 운영 사업자를 31일까지 공개 모집 중이다. 지난 20여일 간 200개가 넘는 신청서가 접수됐다. 8월 중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를 열고, 지역 사업자를 선정해 지역 운영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올 가을, 씽씽은 티머니가 운영하는 통합 이동 서비스 플랫폼 ‘티머니GO’에 탑재될 예정이다. 티머니GO에서 씽씽의 기기 위치를 조회하고,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도록 연동하는 전략적 업무협약을 티머니와 체결한 것. 이용자는 티머니GO에서 공유 킥보드 씽씽을 찾고, 결제 및 대여할 수 있다. 티머니GO는 실시간 교통 수요에 따른 맞춤 이동 경로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하철과 버스, 따릉이(자전거) 정보를 연동한다. 대중교통을 포함해 경로 검색과 따릉이 대여소 찾기, 결제가 한 번에 가능하다. 씽씽은 티머니GO뿐 아니라 다양한 교통수단 및 MaaS에서 사용 가능한 공개 플랫폼을 구축해 서비스를 확장 중이다.
- 기업도 저출산·고령화…"고용없는 경기회복 우려"
-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청 취업게시판.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우리나라 기업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좋아지면 탄력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신생기업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줄고 대외개방 확대로 기업들의 경쟁 심화로 나타나는 전세계적 현상으로, 신생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규제 완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늙어가는 韓기업…신생기업 비중 19%→11.7%까지 한국은행은 29일 ‘신생기업 감소와 거시경제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은이 전국사업체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 수 가운데 당해년도에 시장에 진입한 신생기업 수를 나타내는 신생기업 비중은 2002년 19.0%로 고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지속해 2018년 11.7%까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생기업 감소 현상은 전 산업 영역에서 공통되게 나타났다. 2001~02년 대비 2017~18년 중 신생기업 비중은 제조업(12.4% → 7.4%), 건설업(19.6% → 11.6%), 도소매업(16.7% → 12.2%) 및 여타 서비스업 등에서 일제히 감소했다. 통신·금융·정보기술·사업서비스업 등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에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뿐 신생기업 비중은 역시 감소(17.7% → 13.6%)했다. 신생기업 감소 현상이 특정 산업의 쇠락 등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셈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신생기업 감소 현상은 특정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공통 요인에 기인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공급 증가세 둔화와 대외개방 확대에 따른 국제경쟁 심화가 신생기업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신생기업 비중 추이. (자료=한국은행)◇신생기업 감소에 고용창출률 2.6%→1.4%로 하락 신생기업의 감소는 기존기업의 퇴출률을 낮춰 전체 기업의 고령화 현상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기업 진입이 줄수록 기존 기업에는 경쟁이 완화되는 효과로 나타나 퇴출률이 떨어지고, 결국 남은 기업들은 더욱 고령화되는 경로다. 이는 결국 노동생산성 증가와 고용창출을 제약하고 고용없는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기업연령이 0~1년 사이인 시장진입 초기 36% 수준에서 4년차 이후에는 5~6% 내외의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진입 초기일수록 신기술과 신상품을 통한 혁신이 활발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의 학습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고용창출 효과 역시 기업의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기업의 순고용창출률은 기업 연령이 0~1년인 경우 5.2%, 2~3년인 경우 6.1% 수준에서 4~8년차 기업부터 2.1%, 9~13년 1.3%, 14~18년 0.6%로 떨어졌다. 이같이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신생기업의 비중이 갈수록 줄면서 2017~2018년 전체 기업의 순고용창출률은 1.4%로 2001~2002년(2.6%)과 비교해 1.2%포인트나 하락했다. 기업의 고용탄력성 또한 연령이 7년 이하인 기업이 연령이 8년 이상인 기업보다 1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기업이 감소가 고용없는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연령별 노동생산성 증가율 기여도 변화. (자료=한국은행)◇한은 “대외적 요인에 대응은 한계…규제개혁 나서야”결국 신생기업의 진출을 이끌 규제완화가 대안이라는 게 한은의 제언이다. 신생기업 감소를 이끄는 주요 원인인 인구구조 변화와 대외개방 확대는 정책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상품시장 규제 및 진입장벽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OECD가 5년마다 회원국과 기타 주요 비회원국들의 시장 규제현황을 조사해 발표하는 ‘상품시장규제(OECD Product Market Regulation, 2018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품시장 규제는 터키, 이스라엘, 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또 월드뱅크의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2020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진입장벽 규제 역시 폴란드, 멕시코, 이탈리아에 이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오 과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공급 증가율 둔화, 대외개방 확대에 따른 국제경쟁 심화 등은 정책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불확실성 증대는 잠재적 경쟁기업의 시장진입을 상당 기간 제약할 수 있다”며 “기업의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규제개혁을 정책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정재 35억 시세차익…스타의 '재테크'는 왜 '빌딩'일까
-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배우 이정재가 최근 꼬마빌딩 매각으로 35억을 벌어들였다는 소식(이데일리 7월27일 단독 보도)이 알려지며 ‘건물주 연예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연예인들의 재테크에 단골로 등장하는 게 ‘빌딩’이다. 연예인 누가 건물을 샀다, 팔아서 얼마의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와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 만큼 많은 연예인들이 건물을 산다는 방증이다. 연예인들 중 빌딩 투자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이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이정재(사진=이데일리DB)매니지먼트 관계자들과 빌사남부동산중개법인 김윤수 대표는 “연예인들의 수익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안전 자산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짚었다.◇연예인=갓물주하정우, 공효진, 권상우, 전지현 등 수많은 스타들이 ‘갓물주 연예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정우는 지난 2018년 강서구 화곡동,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건물을 매입했으며 지난해 서울 송파구·이대 앞 건물까지 매입해 총 건물 다섯채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만 총 334억 상당. 빌딩, 아파트, 빌라 등 다양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전지현도 340억원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건물을 대출 없이 순수하게 현금으로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지현은 삼성동뿐만 아니라 논현동, 이촌동까지 총 3채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공효진(사진=이데일리DB)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택하는 만큼, 매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각으로 시세차익을 남기는 스타들도 많다. 공효진이 대표적인 예다. 공효진은 은행 대출을 이용해 건물을 매입한 후 5년 안에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방식을 활용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딩을 37억원에 사들였다가 4년 뒤 약 60억원에 팔았다. 2016년 사들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건물도 매입가는 63억원이었지만 현재 130억원 이상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이시영 부부도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건물 두 채를 각각 23억원에 매입, 43억원에 매도하며 약 40억 시세차익을 남겼다.◇왜 빌딩인가다수 연예인은 고소득자에 속하지만, 수익 구조는 안정적이지 못한 편이다. 출연 작품, 광고모델 등 활동 제의가 언제 끊길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줄 만한 창구를 찾는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수입의 기복이 심하다. A급 연예인이라 하더라도 수입이 없는 기간이 있다”며 “건물을 매입하면 임대료가 고정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소득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연예 관계자는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의 경우는 대출의 한도가 높아 일반인보다 건물을 사기 수월하다”며 “법인으로 건물을 구매하면 절세의 효과도 있기 때문에 1인 기획사를 운영 중인 배우들은 건물을 많이 매입한다”고 부연했다.이런 대출 구조는 MBC ‘PD수첩’을 통해 공개돼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PD수첩’에서는 스타 건물주들이 매입과 동시에 매입가의 70~80%를 대출받고 건물 임차인들의 보증금까지 포함해 자기자본금을 10%도 들이지 않은 사례가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하정우(사진=이데일리DB)◇연예인 투자의 특징과 트렌드일반 투자자와 연예인 투자자의 차이점은 어떤 것일까. 김윤수 대표는 “연예인들은 고급 정보도 많이 얻는 반면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며 “(빌딩 투자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순 없고 거의 소개를 받아서 믿고 산다. 일반인은 발품을 많이 파는 반면 연예인은 직접 알아보는데도 한계가 있어 소개를 받아 매입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경우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그럼에도 연예인의 ‘부동산 투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원은 최근 가족회사 ‘해와달 엔터테인먼트’ 명의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00억원대 건물을 매입했으며, 황정음은 최근 용산구 이태원 한 고급주택을 약 47억원에 매입했다. 김윤수 대표는 연예인의 부동산 투자 트렌드에 대해 “서울 강남에 주로 치중돼 있다가 최근에는 성수동 쪽에 투자를 많이 하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부동산 투자는 많아질 것 같다. 성수, 한남 쪽에 투자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올해 서울 아파트 최고가 거래는?…50건 중 42건 '한강 생활권'
-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올해 서울에서 최고가로 거래된 아파트 단지들의 대부분이 ‘한강 생활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남더힐’,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갤러리아포레’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 단지는 모두 한강을 반경 1km 이내로 두고 있다. 24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올해(1월~6월) 서울 아파트 거래내역(국토교통부 실거래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격 상위 50위를 차지하고 있는 거래건 중 42건(84%)이 한강 생활권 아파트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올해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아파트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로 전용 240.35㎡가 올해 4월 73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거래금액 상위 1위부터 5위까지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한강 생활권 아파트 중 ‘한남더힐’ 다음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로 전용 154.97㎡가 지난 3월 5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어 강남구 청담동 ‘청담 어퍼하우스’(전용 197.7㎡, 52억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 222.76㎡ 48억9000만원),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8차아파트’(전용210.1㎡ 48억원) 순이었다. 한강 생활권 아파트는 아니지만,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단지는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로 전용 195.38㎡가 57억원에 거래돼 6위를 차지했으며, 7위인 강남구 도곡동 ‘로덴하우스 이스트빌리지’는 전용 244.86㎡가 54억5000만원에 팔렸다. KB부동산 리브온 시세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9년 6월~2020년 6월) 서울 아파트값은 3.3㎡당 2663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라 1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해 한강 조망이 가능한 ‘트리마제’는 전용 84.82㎡가 22억2500만원에서 27억원으로 올라 21.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성수동 바로 옆 광진구 자양동에 들어선 ‘한강우성’은 8억3500만원에서 10억7000만원으로 올라 서울 평균의 두 배 이상인 28.1%의 상승률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한강 생활권 아파트는 쾌적한 주거 환경과 더불어 조망권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때문에 실수요를 비롯해 투자수요까지 몰리고 있어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크게 나타난다”면서 “때문에 분양시장에 한강 조망이 가능한 새 아파트가 나오면 관심이 집중되며 청약 통장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한강 생활권 아파트로 주목을 받은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는 지난 3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24.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 5월 동작구 흑석동에 공급된 ‘흑석 리버파크 자이’는 평균 95.94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반기에 공급하는 신규 분양 단지 중에서도 한강 생활권을 강조한 단지들이 눈에 띈다. 롯데건설은 이달 말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원에서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를 분양할 예정이다. 자양1구역 재건축 사업인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35층, 6개 동, 전용면적 59~122㎡ 총 878가구 규모이며, 이 중 482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중흥토건은 다음달 서울 강동구 천호동 일원에서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5층~지상 40층, 4개 동, 전용 25~138㎡ 총 999가구 규모이며, 이 중 626가구가 일반에 분양한다.
- [시대藝인] "어디에도 없는 풍경"…두 화가, 美완성을 꿈꾸다
- 선배작가 이세현(오른쪽)과 후배작가 채지민이 ‘아뜰리에아키 10주년 기획전’에 건 자신들의 작품 옆에 나란히 섰다. 이 작가 옆으로 ‘비트윈 레드 020JAN01’(2020)이, 채지민 작가 옆으로 ‘무제’(2020)가 보인다(사진=이영훈 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내가 안이라 했을 때/ 그는 늘 밖이라 했다/ […] / 내가 늘 푸른 하늘 시려, 눈물 지을 때,/ 그는 날마다 붉어지는 땅/ 아파 미소 지었다/ […] / 사랑과 진리와 아픔까지도/ 그는 늘 밖이라 하지만 나는/ 항상 안을 생각한다”(배찬희 ‘뫼비우스 띠’·1984). 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니 섬광처럼 스치는 게 있다. 이미 오래전 머리에 박힌 시 한 편이다. “그 실현을 기다리며 오늘을 기다렸다”고 ‘설을 푸는’ 건 누가 봐도 대단한 거짓말일 테고. 그래, 자동연상쯤으로 해두자. 굳이 연관 지을 이유가 없는 두 화면을 한꺼번에 들여다보게 한 자극 혹은 동기부여. 두 화가를 나란히 세우고 보니 섬광은 확신이 됐다. 다름의 시간을 따질 수 있는 건 같음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니까. 안과 밖으로 갈라지는 것도 안팎의 경계에 함께 선 다음의 일이니까. 선배작가 이세현(53)과 후배작가 채지민(37). 두 사람에게는 흔히 뭉뚱그리는 ‘중견작가’와 ‘차세대작가’란 타이틀에 합당한 간극이 있다. 이미 상당한 나이차(16년)에다가 출발도 달랐다. 이 작가는 개인보다 국가의 정체성을 강제하던 시절에 학교(홍익대 서양화과)를 다녔고, 채 작가는 새천년 희망이 개인의 정체성을 강요하던 시절에 학교(서울대 서양화과)를 다녔다. 굳이 이력상 공통분모를 꼽자면, 결국 둘 다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유학(영국 런던예술대 첼시칼리지)을 떠났고, 결국 어떤 형태로든 그 답을 찾아왔다는 것. 어쨌든 두 사람의 시간이 겹친 적은 없다. 채지민의 ‘뜻밖의 관람객’(An Unexpected Appreciator·2020). 벽과 문, 트래픽콘과 잎 없는 나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인물 등은 작가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세운 특별한 조형요소다. 오랫동안 형상에 집착해왔다는 작가는 “2∼3년 전부턴 색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사진=아뜰리에아키).그렇게 각자 낸 결론이 지금 저 벽에 나란히 걸린 그림일 거다. 다른 눈, 다른 붓, 다른 색으로 빚은 전혀 다른 풍경. 그런데 말이다. 그럼에도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보이는 거다. 세상 어디에나 있는 요소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전경을 그린다는 것, 끝내 조화를 이루지 못한 ‘완성하지 못한 풍경’이란 점, 그래서인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게 강렬하다는 점. 이들 선·후배 작가를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에서 만났다. 두 작가는 아뜰리에아키 10주년 기획전 1부 ‘시각 시선 그리고 시작’ 전(5월 12일∼6월 18일), 2부 ‘확장된 시선’ 전(6월 23일∼7월 31일)에 각각 작품을 걸었다. 2010년 처음 간판을 걸고 50여회 전시를 통해 70여명의 작가를 소개해온 아뜰리에아키가 지난 10년 고락을 함께 나누고 다시 10년 또 그럴 수 있으리라 믿는 이들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이토록 어긋나 지독히 닮았다 ‘작가 이세현’을 만든 배경에는 ‘붉은 산수’가 드리워져 있다. 이 작가는 우리 땅에 뿌리내린 산과 물, 땅과 집 등을 맑은 선홍색 핏빛 하나로 그려내는 작업을 해왔다. 장구한 풍광만이 아니다. 분단국가 현실, 개발을 핑계 삼은 자연파괴, 상식을 뭉개는 사회문제까지 들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도 아니다. 모자이크를 한 듯, 퍼즐을 맞춘 듯, 연결되지 않는 요소를 툭툭 얹어낼 뿐이니까. 이런 그의 작업을 먼저 알아본 건 한국화단이 아닌 유럽화단이었다. 다 늦은 마흔 살에 떠난 유학, 그 결과물인 졸업전에 내놨던 작품이 모조리 팔려나갔다. 이세현의 ‘비트윈 레드 020JAN01’(2020). 오늘의 이세현을 만든 ‘붉은 산수’ 연작 중 최근 작품이다. 맑은 선홍색 핏빛 하나로 완성한 거대한 산수는 작가가 기억에서 채집한 이상향에 가깝다.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사회 얘기도 하면서 내 애기도 하는, 그 사이 공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타이틀 ‘비트윈’이 거기서 나왔다(사진=아뜰리에아키).‘붉은 산수’에 대한 전력질주는 그때부터였다. 그럼에도 ‘붉은’은 여전히 어렵다. “붉은색을 금기하던 시절에 공부를 하지 않았나. 공포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지점에 내가 원하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불편 너머에 아름다움, 유토피아 너머에 디스토피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수려한 산수가 품고 있는 묵직한 현실 말이다. 결국 자기검열에 대한 극복은 이 작가의 몫이었다. 싸워야 할 적은 둘이었다. 안에 놓인 생각, 밖에 흐르는 시선. 그러던 그가 이번 전시에 ‘푸른 산수’ 한 점을 꺼내놨다. 15년 이어온 붉은 싸움을 접어가는 건가. “붉은 산수는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반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선가. 복닥거리는 인간의 난장에도 홀로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 더 다가가고 싶었단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강해지면서 색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 푸른색은 휴식이다.” 하지만 이내 포장한 속마음도 드러냈다. “역사는 다양하게 기록하지 않는다. 정확히 기록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역사가 아닌가. 내 세계를 확고하게 만들어보고자 색을 바꾼 거다. 이쪽저쪽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아가겠지.” 작가 이세현이 ‘아뜰리에아키 10주년 기획전’에 건 자신의 작품 ‘비트윈 블루 019NOV01’(2019) 앞에 섰다. ‘붉은 산수’ 작가의 외도는 색에서 비롯됐다. “불편함·불안감을 여전히 품은 촌놈의 감성이 무지개 너머에 있을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진=이영훈 기자).‘작가 채지민’의 경쟁력은 정서를 빼버린 그림에 정서를 얹어내는 데 있다. 그게 어떤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저 무감하게 치고 빠진 공간을 꾸려두곤 작가는 사라지고 보는 이만 남긴 격이랄까. “감정이나 의미를 두는 대상은 없다. 화면에 들인 소재는 조형적인 요소일 뿐, 결과물에 대한 구상은 미리 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즐겨 쓰는 소재, 가령 벽·나무·트래픽콘조차 무심하게 꽂혀 있을 뿐이니까. 즐거움이든 고통이든 그 배당은 오로지 보는 이의 것으로 남긴다. 그래도 테마는 있지 않을까. “내가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란 걸 느꼈던 때가 있다. 이성적이지도, 감정적이지도, 정치적이지도 않은. 바로 그런 상황을, 나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현실과 비현실이 엉켜 있고 애매한 경계에 놓인 그런 상황.” 한마디로 스토리보단 ‘상황’이었다는 거다. 이는 작품에 ‘절대 얼굴은 보이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풍경이 있으면 이야기를 만들기 마련 아닌가. 사람을 그리다 보니 의도치 않게 그들이 주인공이 되더라. 그래서 형태는 남기되 캐릭터는 빼버리자 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누구냐?’가 아니라 ‘아무개!’가 되더라.” 작가 채지민이 ‘아뜰리에아키 10주년 기획전’에 건 자신의 작품 ‘무제’(2020) 옆에 섰다. “안정적이지만 아주 불편한 상황, 어색한 조화로움을 만들려고 한다”는 작가는 실제 작업보다 구상에 시간과 공을 더 많이 들인다고 했다(사진=이영훈 기자).△유토피아·디스토피아 vs 현실·비현실…같은 길을 달리 걸을 뿐굵은 선 하나를 세운 선배나, 이제 그 선을 그어야 하는 후배나 작품에 대한 고민은 멈추질 않는다. 붓을 쥔 이들을 번번이 좌절케 하는 건 그림에 들일 형상이나 색만이 아니니. 시스템이 아닌 개인기로 뚫어야 하는 한국미술계의 여건·조건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두 작가는 입을 모아 경직된 문화를 지적한다. “미술을 취미나 생활로 하지 않는다면 감상은커녕 즐길 수조차 없는 분위기지 않은가. 다들 ‘재능이 없어서 잘 몰라요’라고 한다”(이세현). “영국에선 농담으로도 예술을 말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그것도 어렵다. 한낱 대학 졸업전에 몰려든 인파를 보면서 많이 놀랐다. 결국 한 나라의 문화를 만드는 건 관심과 인식의 문제인 듯하다”(채지민).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접경에 서 있는 선배작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선 후배작가. 어느 쪽이든 발을 더 들이밀 수도 완전히 빼버릴 수도 없다. 왜?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기 때문일 거다. 과연 선배의 유토피아에 후배의 현실을 들일 날이 올 수도 있는가.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내 것을 꾸준히 이루려는 사람을 이길 순 없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해진다”는 후배의 말에 선배는 “치열한 작업이든 무의미한 작업이든, 늘 자유롭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같은 길을 다르게 걷는 두 작가. 결국 안인 듯 밖인 ‘뫼비우스 띠’는 이렇게 계속 감겨 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