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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로 결정되는 세상…내 평판은 '상대의 몫'
- 현대 사회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관계를 넓혀가는 시대다. (사진=이미지투데이)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는 미디어 기술의 어두운 면을 과감하고 적나라하게 그린 SF 작품이다. 스냅타임은 지난달 22일 블랙미러가 보여주고 있는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다가왔는지 살펴봤다. 웹캠 기술의 발전으로 사생활이 노출되고, AI 대화 기능으로 죽은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일은 이미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실감하고 있는 블랙미러의 세상은 또 다른 방향에서도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인간의 삶 자체가 되어버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SNS의 등장은 21세기 초 인간의 생활상을 확 바꿔놨다. 출퇴근 전철 풍경에 책보다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사람이 늘었고, 결혼 청첩장은 타임라인이나 DM(Direct Message)으로 전달됐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올리며 누리꾼들의 좋아요를 한 몸에 받는 '따봉충'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무방비하게 퍼지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가짜뉴스는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SNS가 인류의 생각과 방향을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블랙미러는 SNS의 암울한 미래를 어떻게 그렸을까? 지난 블랙미러편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살펴본다.블랙미러 '추락'의 세상…상대가 결정하는 평판지난 2016년 10월 공개된 블랙미러 시즌 3의 첫 번째 에피소드 '추락(Nosedive)'은 소셜 네트워크 점수가 인생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를 다뤘다. 이 세상에서 '나'를 어떤 사람인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상대가 부여하는 SNS 점수뿐이다. 만약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잘못된 일을 했다면, 광경을 목격한 사람은 누구든 내 평판 점수를 깎을 수 있다. SNS 점수로 평판이 결정되는 블랙미러 '추락' 에피소드의 세상. (사진=넷플릭스)이야기는 4점 초반대의 평점을 가진 주인공 레이시가 등장하며 시작된다. 레이시는 자신의 평판 점수를 높여 신분 상승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총 5점 만점의 평판 점수에서 4점 후반대의 '유명인 그룹(Celebrity Group)'에 들면 각종 사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집을 살 수 있고,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는데 긴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낮은 평판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 혜택에서 배제된다. 심지어 아무 잘못 없이 길을 지나가기만 해도 '불쾌한 것'이라며 비난과 멸시를 받는다.유명인 그룹에게 평가를 받으면 평판 점수가 더 많이 올라간다. 레이시는 월세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4.8점인 친구의 결혼식 축사를 자청한다. 고평점 하객들의 눈에 들어 집 계약 기간 내로 유명인 그룹에 들겠다는 이유다.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축사를 부탁할까봐 마음에 맞지도 않는 아부를 해가며 친구의 비위를 맞춰준다. 정성껏 축사를 준비하고 친구의 결혼식장으로 가는 길, 레이시는 에피소드 제목 그대로 '추락'하게 된다. 블랙미러 '추락' 에피소드. SNS 점수가 낮아졌다면 어떻게든 다시 올려야만 한다. (사진=넷플릭스)생활 속 SNS 평가…취업 시장에서 '이미 진행 중'페이스북이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2010년대 초부터, 서점에 '페이스북 스타 되기', '인스타그램 셀럽으로 가는 길' 등의 책이 우후죽순 발매됐다. 일상 소식을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공유하기 위해 사람들은 SNS 관련 서적을 읽고, 또 읽었다. 비교적 인기가 식긴 했지만 팔로워가 많은 사람, 구독자가 많은 크리에이터는 여전히 온라인의 '인기스타'다.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는 지난 1월 공개한 '세계 소셜 미디어 이용자 수' 통계에서 2019년 소셜 미디어 이용자 수가 약 27억 7000만 명이라고 밝혔다. 또 2021년에 이르면 약 30억 2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SNS 이용 추이 및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국내 SNS 이용률은 2011년 16.8%에서 2017년 45.8%로 크게 늘었다. 2017년 기준 연령별 통계에서는 20대가 83%로 가장 많이 이용했다. 특히 20대는 하루 평균 77.9분을 SNS 이용에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다행히 소셜 네트워크의 팔로워, 좋아요가 우리의 사회적 평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언을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어 지탄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블랙미러처럼 소셜 네트워크로 사람을 평가한 사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블랙미러 '추락' 에피소드. 비록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SNS로 점수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사진=넷플릭스)지난 2015년 홍콩의 신용 기업 렌도(Lenddo)는 SNS로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대출 순위를 결정했다. 대출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렌도는 그 즉시 페이스북 친구 목록, 결혼 여부, 학력,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신용 점수를 계산한다. 만약 페이스북으로 교류하고 있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의 신용도가 낮으면 자신도 덩달아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 잔혹한 결과지만 근묵자흑이라는 사자성어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기업의 채용 과정에서는 SNS로 인한 평가가 더 두드러진다. 미국 직업정보 기업 커리어빌더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SNS 검열 비율은 지난 2006년 11%에서 2017년 70%까지 약 7배가량 늘었다. 또 SNS를 탐색했던 인사 담당자 중 54%는 지원자의 정보를 보고 탈락시켰다고 전했다.한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18년 잡코리아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9%가 지원자의 평판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그중 지원자의 SNS를 방문하는 방법이 27.2%를 차지했다. '최고의 분야 전문가 되기'라는 표어를 사용하고 있는 링크드인. (사진=링크드인 웹사이트 갈무리)이처럼 SNS가 취업 시장에서 중요해진 만큼, 구인구직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도 등장했다. 제프 와이너가 2009년 설립한 링크드인(Linked-in)이다. 개인의 신변잡기를 쓰는 다른 SNS와 달리 링크드인에서는 학력, 학점, 수상 실적, 기술 등 '스펙'을 위주로 작성한다. 구직자는 원하는 기업을 등록해 채용 소식을 전해 받고, 기존에 알고 지낸 사람이나 동종 업계를 희망하는 사람과 친구를 맺을 수도 있다. 희망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취업 박람회의 온라인 판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아성을 넘진 못했지만 외국계 기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소소하게 이용하고 있다.내 평판은 '남의 손'에…가까운 미래?시장조사 기업 트렌드모니터는 '2018년 SNS 이용 및 인식 관련 조사'에서 SNS 이용자 중 6.6%만이 "SNS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다"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SNS에서는 행복한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68.8%에 달했다. 내 일상은 항상 최악이고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지만, SNS 속 친구들의 모습은 항상 즐거워 보이는 이유다.온라인 평판 및 개인 정보 관리 기업인 레퓨테이션닷컴의 설립자 마이클 퍼틱(Michael Fertik)은 저서 '디지털 평판이 부를 결정한다'에서 SNS의 미래를 예견했다. 퍼틱은 "미래의 사이트들이 당신의 SNS 평판으로 정말 착한지, 약속을 잘 지키는지, 독신인지 등을 알아낸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면서 "현대의 중매쟁이가 가족과 주변 친구들을 먼저 만나보고 뒷조사를 철저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스갯소리로 "옛날 옛적 마이스페이스(Myspace) 프로필의 '애인 있음'처럼 수년간 손도 대지 않은 오랜 정보가 있다면 빨리 지우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미러'의 타이틀. (사진=넷플릭스)지난 스냅타임 기사의 사생활 노출, AI로 부활한 인간에 이어 SNS로 펼쳐질 미래까지 살펴봤다. 현실적으로 믿기 어려운 블랙미러 '추락' 에피소드도 머지않은 미래의 이야기다. 물론 우리는 SNS가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점점 SNS로 사람을 평가하고, 많은 이들이 따르는 '페북 스타'는 어딜 가든 대우받는다. 블랙미러의 세상이 다가오기에는 아직 기술이 부족했을 뿐이다. 만약 기술이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면, 눈에 이식된 VR로 사람을 평가하고 점수 매기는 인류가 곧 나타날지도 모른다./스냅타임
- "피 한 방울로…" 돈·권력·언론이 부추긴 10조 사기극
- 2014년 ‘포브스 400’(왼쪽)의 표지를 장식한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인을 발표한 특별판에 등장했다. 숭배하던 스티브 잡스처럼 늘 입고 다녔다는 검은 터틀넥 차림이다. 같은 해 ‘포천’ 역시 ‘피에 굶주린 CEO’란 헤드라인으로 홈즈를 표지에 세웠다. 언론이 부추긴 왜곡된 신화였다(사진=이데일리DB).[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사기. “이익을 취하기 위해 ‘나쁜 꾀’로 남을 속임”이란 뜻이다. 그런데 여기 좀더 과격한 사기가 있다.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나쁜 피’로 남을 속임.” 시작은 이 한 문장이었다. “집에서 직접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검사를 할 수 있다.” 어떤가. 대단하지 않은가. 아마 혁명이란 것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거다. 세상을 뒤집는 혁신 혹은 변혁, 기성을 초월하는 파격 혹은 쇄신. 다만 피를 부르는 유혈혁명인 건 맞다. 최소한 한 방울은 내놓으라고 하니까. 까짓 이쯤이야. 기꺼이 짜줄 용의가 있다. 게다가 의도가 착하기까지 하니. 가장 편리하고 가장 저렴하게 질병과 싸워 아픈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하질 않나. 이 엄청난 생각은 젊은, 아니 차라리 어리다 할, 한 스타트업 창업자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런데 더욱 엄청난 건 그저 아이디어 차원으로 한번 던져보고 만 것이 아니었다는 거다. 실제 그이의 스타트업이 ‘파격적이고 착하기까지 한 피 한 방울’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낸 것이었으니까. 미세바늘로 고통 없이 혈액을 채취하는 접착형 패치에서 나온 결과를 주치의에게 전달한다, 누가 이 꿈을 마다하겠는가. 그런데 이 모두가 사기였다? 그것도 한때 실리콘밸리의 별이라 불린, 마냥 믿고만 싶었던 젊고 매력적인 여성 창업자가 꾸민 주도면밀한 사기극이라고? 책은 ‘실리콘밸리 사상 최대 사기극’이란 타이틀을 가진 사건의 전말을 폭로한 탐사스토리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거대한 사기극을 무너뜨리는 일이 얼마나 험난한 과정인지. 그 험한 일을 자처한 이는 저자 존 캐리루. 월스트리트저널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는 경력이 따라붙는다. △실리콘밸리 농락한 ‘나쁜 피’ 엘리자베스 홈즈라고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다니다 때려치운 열아홉 살, 첨단 의료기술을 베이스로 한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이란 단어를 조합했단다. 2003년이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홈즈는 회사명에 걸맞은 ‘휴대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한다. 손가락 끝에서 채혈한 피 몇 방울로 200여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거였다. 뉴스가 뜨자마자 뜨거운 반응이 솟구쳤다. 각계각층 유명인사들이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으니. 2년도 채 안 돼 홈즈가 투자받은 금액은 600만달러(약 68억원).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가 낳은 가장 자랑스럽고 가장 잘 나가는 최고의 스타트업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저 그들만의 경사도 아니었다. 비싼 의료비에 시달리던 미국민까지 열광적으로 성원을 보냈다. “숭고하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왜 아니겠나. 싸고 간단하게 만병통치를 할 수 있는 진단법이라니, 도대체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줄였다고 말할 수 있겠나. 거기에 말이다. 판이 큰 사기극일수록 ‘산적 같은 외모’로는 한계가 있는 법. 홈즈는 연예인급 스타성이 있었다. 매력적인 외모에 독특한 언술, 주변을 휘어잡는 리더십까지 두루 갖췄으니. 단숨에 ‘제2의 스티브 잡스’ ‘여자 스티브 잡스’란 별칭이 따라붙었다. 자, 다음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하는 그대로다. 돈이 붙기 시작했다. 미국 최대 잡화·식품·건강보조품 판매업체인 월그린이 투자를 선언했다. 이어 미국 대표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프웨이가 접근했고. 매장만 수천 개에 달하는 이들 기업이 테라노스와 공급계약을 하자고 덤벼든 거다. 결정적으론 미국 군대다. 이 진단법을 여기보다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을 데도 없어 보였다. 하늘을 찌를 듯한 상승세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거다. 어디 이뿐인가. 성공에는 그보다 더 부풀린 신화가 따라다니는 법. 그 소임은 정·재계 권력층이 기꺼이 맡아줬다. 벤처투자자 도널드 L 루커스의 후원과 인맥이 동원됐고, 해군 출신 정치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대표 외교관 조지 슐츠, 정치가 헨리 키신저가 차례로 나섰다. 마무리 주자는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 1억 2000만달러(약 1370억원)로 ‘성공신화’에 바람을 넣었다. 아주 빵빵하게. 한 가지 더. ‘피 한 방울 신화’를 완결한 조력자, 언론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터. 아무 의심 없이 수많은 언론이 그 환상적인 스토리를 퍼나르기 시작한 거다. 이 모두에 힘입어 2015년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8억 7500만달러(약 10조원)를 찍게 된다. △대형사기극에는 공식이 있다…돈·권력·언론 현대의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아해 했을 법한 지점. 극소량의 혈액으론 의미있는 검사결과를 낼 수 없단다. 아직까진 말이다. 같은 피라 해도 결과가 왔다갔다 할 만큼 불안정하다는 거다. 다시 말해 홈즈의 진단법이란 건 단순히 결과를 뽑아낸다는 차원을 지나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단 얘기다. 어차피 안 되는 일이니 방법은 조작뿐. 검사결과를 포장하고 투자자용 제품시연은 만들어둔 걸로 대체했다. 여기에 극도의 기밀유지까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한 그 드라마에 제동을 건 이가 바로 저자다. 발단은 한 점 의혹이었다. 수년 간 기술 결함을 감추고, 다른 회사의 기기를 몰래 이용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직원은 즉시 해고하고, 입단속용 비밀유지서약에 서명하라는 강요까지. 소소한 한 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전 테라노스 직원 60명을 포함해 내부고발자 160여명과 긴밀히 진행한 인터뷰가 바탕이 됐다고 했다. 책은 또 한 편의 사기극을 세상에 꺼내놨다. 흥미로운 캐릭터에 잘 짜인 각본이 살아 있는. 늘 그랬듯 필요충분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단 얘기다. 예나 지금이나 대형사기극에는 나름의 공식이 있으니까. 실제 사기꾼은 자리만 펼칠 뿐, 돈과 권력이 들러붙고 언론이 부추긴다. 조연은 절박한 대중. 간절함이 클수록 격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없이 반복되는 그 공식에 왜 또 속을 수밖에 없나. 독일 나치 선전장관을 지낸 파울 요제프 괴벨스(1897∼1945)의 말은 어쨌든 유효하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잘 속는다’고 했더랬다. 이뿐인가. 신뢰하는 만큼 속고, 욕망이 강해 속고, 불안해서 속고. 15년 만에 10조원 가치를 0원으로 만든 ‘몰락의 드라마’가 어떤 경각심을 일으켰을지 알 수는 없다. 짐작할 수 있는 점은 지금도 어디선가 또 다른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을 거란 것. 다만 하나는 건지고 가자. 세상은 아직도 기술보단 사람이란 것. 내부고발자란 낙인을 마다하지 않은 160명, 온갖 협박과 감시에도 꿈쩍하지 않았다는 단 한 명의 기자가 결국 거대한 판을 깨버리지 않았나.
- 고교무상교육 7년 만에 실현…“고등학교까지 국가 책임”
-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교 무상교육 시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김연명 사회수석 등이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정부가 2013년부터 국정과제로 추진한 고교무상교육이 7년 만에 첫발을 뗐다. 당장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2학기부터 수업료나 교과서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교육계에서는 중학교 무상교육이 완성된 2004년 이후 가장 큰 변화로 받아들인다. 중학교 졸업자의 99.7%가 고교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마칠 수 있어서다.◇무상교육 대상 49만→88만→126만 단계 확대 9일 당·정·청이 합의한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 방안에 따르면 당장 2학기 고3 학생 49만 명이 수업료·교과서·학교운영지원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어 내년에는 고교 2·3학년 88만 명이, 2021년에는 고교 전 학년 126만 명이 이러한 혜택을 받게 된다. 현재 전체 고등학생이 연간 부담하는 입학금·수업료·교과서·학교운영비의 전국 평균은 1인당 158만2000원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연간 160만원에 가까운 학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연도별 총 소요액 추계(자료: 교육부)고교 전 학년에 무상교육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1조9951억원이다. 올해는 고3을 대상으로 2학기만 시행하기 때문에 3856억원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 시도교육청은 교육청별로 추경 편성을 통해 이를 충당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교육청의 추경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 수입 증가로 올해에만 교육청에 교부하는 세계잉여금이 2조3000억원에 달하기 때문. 문제는 고교무상교육이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 약 2조원이 소요되는 2021년부터다. 정부·여당은 이를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총 소요액 1조9951억원 중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66억원(47.5%)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나머지 1019억원(5%)를 부담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안은 2021년 고교무상 교육 전면 시행 이후 2024년까지 총 5년간 유지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 7년 만에 햇빛 고교무상교육의 필요성은 보수정부에서도 거론돼 왔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고교무상교육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고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초기 제도 정착을 위해 필요한 국고 지원은 인색했던 반면 재정 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긴 탓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교 졸업자의 99.7%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다. 진학률이 99%를 넘지만 중학교와 달리 고교 학비는 무상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고교무상교육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교육계는 이번 고교무상교육 추진을 2004년 완성한 중학교 무상교육 이후 중등교육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로 받아들인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위원은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마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서민층 학비 부담을 완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재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 자녀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고교까지 학비를 지원받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나 농어민 자녀도 교육청·지자체 학비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직원 등 서민층 자녀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결산 기준 공립고교 수업료 미납액은 약 67억 원으로 약 1만4914명의 고교생이 형편이 어려워 수업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교무상교육이 시행되면 학비 지원을 받지 못하던 서민층 자녀들이 실제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 13개 시도교육청 ‘고교무상교육=교육감 공약’ 고교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 벌써부터 재원 확보방안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체 예산 중 절반을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기에 교육감들의 입장이 바뀔 경우 재원마련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2016년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놓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격돌했던 ‘누리과정 사태’의 재발을 우려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정부가 국고 지원을 한 푼도 하지 않고 교육감들에게 예산 부담을 떠안긴 2016년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2016년 예산안을 마련하며 누리과정 총 예산 4조원 중 어린이집 지원액 2조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예산당국의 반대로 전액 삭감되면서 누리과정 사태의 발단이 됐다. 하지만 고교무상교육의 경우 실제 추가되는 예산으로 계산하면 약 70%를 중앙정부가 부담한다. 총 소요 예산 1조9951억원 중 5388억원은 시도교육청이 저소득층 고교생 교육비 지원사업 등으로 이미 지원해오던 부분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도 지방공무원 자녀나 한부모 자녀 교육비 지원 명목으로 이미 1019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총 소요액 1조9951억원 중 실제 추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1조3544억원이다. 실체 추가되는 부담액만 놓고 보면 국고 지원 비중은 70%(9466억원)로 늘어난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재원 분담액(단위: 억원, 자료: 교육부)특히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은 고교무상교육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치러진 교육감선거에서 당선된 17명의 교육감 중 서울·대구·대전·경북을 제외한 모든 교육감이 고교무상교육 도입을 공약했다.중학교 무상교육의 경우 2004년 전면 시행된 이후 2005년부터는 교부금을 증액해 지원했다. 당시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지방교육재정으로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비율을 0.85%포인트 인상한 것. 교육부와 예산당국은 2024년 이후 학생감소 등 교육재정 여건을 검토한 뒤 고교무상교육 지원방안을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고교무상교육을 완성한 이후 재정 현황과 인구변동 등 교육여건을 감안해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모비스, 직접 조성한 친환경 미르숲에서 풍성한 행사
- 현대모비스가 봄을 맞아 지난 6일 충북 진천 미르숲에서 음악회를 개최했다. 호수를 배경으로 한 야외 무대에 가수 혜은이와 손승연 등이 출연한 가운데 관객 수백명이 공연을 즐기며 봄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사진=현대모비스)[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현대모비스(012330)가 사회공헌활동의 목적으로 조성한 친환경 생태숲에서 올해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현대모비스는 충북 진천에 있는 미르숲에서 올해에도 ‘미르숲 음악회’, ‘해설가와 함께하는 숲 체험’, ‘초등학생 대상 생태활동’ 등 자연의 숨결을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난 주말 미르숲 음악회를 시작으로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9일 밝혔다.미르숲(108만㎡)은 현대모비스가 진천군과 함께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100억여원을 투자해 직접 조성한 친환경 생태숲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생물 다양성 존중의 가치를 실제 체험할 수 있도록 산림 치유, 동식물 관찰, 습지 체험 등을 위한 6개의 테마 공간으로 조성했다. 천년 역사를 간직한 농다리, 용을 닮은 호수, 산새와 물새 소리를 찾아 매년 수많은 참가객들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현대모비스는 2015년 숲을 본격 개장한 이후, 매년 봄과 가을에 ‘미르숲 음악회’를 개최한다. 올해도 봄을 맞아 지난 주말‘2019 미르숲 음악회’를 개최해 지역주민을 포함 관람객 700여명이 참석해 공연을 즐겼다. 봄 음악회는 오는 13일에도 개최된다.현대모비스는 숲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으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공연을 준비했다. 1970~1980년대 감수성 있는 멜로디와 노랫말로 큰 인기를 누렸던 가수 혜은이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손승연이 합동 무대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오케스트라와 재즈밴드의 공연도 펼쳐져 따스한 봄날을 즐기는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숲과 함께 숨쉬기 좋은 가을에도 음악회는 열린다. 가수 인순이, 신효범 등이 출연하는 가을 음악회는 오는 10월 둘째, 셋째 주 토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현대모비스는 일반인 누구나 신청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도록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전문 숲 해설가의 안내에 따라 거닐며 숲 속 생태계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며, 분주한 일상을 잠시 잊고 평화로운 공간에 누워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밖에도 초등학생 대상으로 ‘습지 생물 탐구활동’, ‘새집 달아주기’ 등 생태활동도 진행된다. 미르숲의 체험 프로그램은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한 3~6월, 9~12월 사이 예약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이광형 현대모비스 CSR팀장은“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가족과 함께 숲의 향기와 음악으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말했다.
- '실실' '배시시'…고양이 씨가 온몸으로 휘저은 세상살이
- 토마 뷔유의 ‘바쁜 꿀벌이 독립한 한국왕을 따르다’(2019). 날개 단 고양이가 파리 에펠탑과 서울 남산타워를 바쁘게 오가고 그들을 반기듯 담벼락 고양이는 포옹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빼낸 작품은 왼쪽 돌담과 오른쪽 파도를 전시장 벽으로 연장해 그라피티 아트의 느낌까지 살려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세상이 온통 고양이 판이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끼어들지 않은 곳이 없고, 다니지 않은 데가 없다. 복잡한 도시 한복판 어느 건물지붕에 널부러져 있는 건 흔한 광경, 세계적인 명화 틈에 끼어 섹시한 포즈를 취하질 않나, 엄숙한 지폐 속 위인 옆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파리 에펠탑 꼭대기에 가뿐히 매달리는 건 보통, 나무가 울창한 정글 한가운데, 프랑스혁명이 한창 진행 중인 역사적 현장에도, 서울 남산타워가 올려다보이는 요즘 이태원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때로는 자유의 상징인 양, 때로는 정의의 사도인 양, 도시로 산으로 바다로 숲으로 사정없이 헤집고 다니는 거다. 말 그대로 ‘종잡을 수 없음’이다 그래, 도대체 고양이 너, 어느 별에서 떨어진 누구인 거냐. 이쯤 되면 이 친구의 출생비밀이 궁금할 터. 본적은 프랑스. 이름은 ‘무슈샤’(M. Chat). 영어로 미스터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무슈’(monsieur)에 캣이란 뜻의 ‘샤’(chat)를 붙여 만들었단다. 원체 단순한 호칭이다 보니 고급스러운 한글로 풀어보아도 그저 ‘고양이 씨’. 하얗게 드러낸 가지런한 치아가 6개, 하트모양을 바로 혹은 뒤집어놓은 오목코,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실실 혹은 배시시 온몸으로 웃고 있는 노란 털. 고양이 씨가 이번에 제대로 뜬 곳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자신의 이름을 딴 ‘무슈샤 고양이’ 전이다. 마치 회고전을 펼치듯 그간 자신이 휘저어놓은 흔적과 족적을 아낌없이 소개하는 자리인 거다. 그런데 전시의 규모와 내용이 단순치 않다. 무엇보다 고양이 씨를 끌고 프랑스에서 날아온 스위스 출신의 토마 뷔유(Thoma Vuille·42). 온 천지에 흩어져 있는 고양이를 모조리 전시장으로 불러들인 그다. 어딜 가도 자신을 ‘거리예술가’라 소개한다는데. 하지만 이는 지극히 겸손한 타이틀일 뿐, 뷔유는 유럽을 기반으로 세상을 종횡무진하는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무슈샤 고양이’ 전에 걸린 토마 뷔유의 작품들. 메인 작품 외에 캔버스와 캔버스를 긴밀하게 연결한 낙서 같은 그림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두 개의 큰 화면을 둘러싼 액자는 1달러짜리 지폐에 고양이를 들여 치장한 작품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캔버스를 뛰쳐나온 낙서쇼 그라피티 아트. ‘거리의 예술’이다. 벽이나 바닥 등을 화폭 삼아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댄 그림을 통칭한다. 디테일보다는 속도감,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며 장난스러운, 강렬한 색과 패턴이 특징이다. 깊이 생각할 겨를 없이 빨리 그리고 후다닥 도망쳐야 하니까. 벽에 낙서하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범법행위인가. 예술의 나라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뷔유가 사소한 낙서죄로 유치장에 들락날락한 건 부지기수. ‘그라피티 범죄 및 상습적 범행’이란 정식죄목 아래 감옥에 갇히기도 했단다. 불과 5년 전에는 말이다. 파리교통공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적도 있다는데. 혐의는 지하철 역내에 고양이판을 펼쳐 공공시설을 훼손했다는 것. 전시는 그처럼 사연 많은 그라피티 아트를, 대중을 관람객 삼아 도심거리나 담벼락에서 볼 수 있던 그것을 대형 캔버스에 옮긴 작품이 주를 이룬다. 회화·드로잉 등으로 포장한 180여점을 걸었다. 장면은 다채롭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역시 고양이다. ‘활짝’ 띄운 웃음이 무기인 고양이를 지구촌 거리풍경에, 세계사의 시공간에, 신화의 한 장면에, 앙리 마티스니 앙리 루소니 하는 유명작가의 그림 속에 주·조연으로 세우는 식이다. 한마디로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살이다. 해학과 유머, 비유와 농담은 필수, 그 기본철학을 살린 뒤 특유의 작가적 해석을 얹어 완성한 작품들이다. 토마 뷔유의 ‘춤이 너를 웃게 한다’(2019). 프랑스의 야슈파 화가 앙리 마티스의 ‘춤’(1909)을 모티브로 삼았다. 왼쪽에 박아넣은 ‘서울’이란 글자가 눈에 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젠 제도권으로 기꺼이 편입해 캔버스에 캐릭터를 가두고 똑똑 떨어지는 작품명을 붙여놨지만 뷔유의 그림은 누가 봐도 거리가 어울리는 작업이다. 분방한 주제가 그렇고, 익살스러운 설정이 그렇고, 굳이 경계를 두지 않은 형식과 방식이 그렇다. 사실 그라피티 아트란 게 그렇지 않은가. 애초에 정해둔 것이 없는 법이다. 답답증은 작가가 먼저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전시장에는 실제 그이의 진짜 그라피티 아트를 직접 볼 수 있는 장면이 여럿이다. 화폭에서 그대로 연장한, 또는 화면과 화면을 긴밀하게 연결한 낙서 같은 그림이 수시로 뛰쳐나와 있으니까. ‘바쁜 꿀벌이 독립한 한국왕을 따르다’(2019)란 독특한 상상력을 빼낸 작품은 왼쪽 돌담과 오른쪽 파도를 벽화로 이어냈고, ‘낮잠’(2018), ‘날기’(2018), ‘가르랑 가르랑’(2018), ‘포옹’(2018)을 한 세트로 모은 작품 위 벽으론 그림에 둥실 떴던 뭉게구름을 늘려 뽑아냈다. 낙서죄로 유치장에 갇혔던 때를 회상한 ‘파리 북쪽역’(2016)이란 작품은 자신을 대신해 철창에 갇힌 고양이를 전시장 벽에 아예 다시 옮겨놓기도 했다. 토마 뷔유의 ‘파리 북쪽역’(2016·오른쪽). 낙서죄로 유치장에 갇혔던 때를 회상한 작품이다. 자신을 대신해 철창에 갇힌 고양이를 전시장 벽에 아예 다시 옮겨놓기도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거리서 전시장으로…고양이와 함께 20년 뷔유가 그라피티를 시작한 건 열다섯 살이던 1992년, 본격적으로 고양이 씨를 소재로 삼은 건 20년이 넘었단다. 대학시절 우연히 한 파키스탄 소녀가 그린 고양이 그림을 보고 매료됐다는데. 진정으로 고양이에 ‘꽂힌’ 셈이다. 이후 세상은 그에게 만만한 캔버스 그 자체였다. 남의 집 담은 대단히 양호한 편, 지하철역·자동차·논밭 등 닥치는 대로 그려댔단다. 그러던 그가 사람들의 이목을 제대로 끈 건 2004년. 파리 퐁피두광장에 ‘세계에서 가장 큰 고양이’를 그리면서다. 50m×25m 크기였다. 결국 국가도 이 호방한 낙서꾼의 재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뷔유는 2024년 예정한 파리하계올림픽에 디자이너로 나서 활약할 참이다. 토마 뷔유의 ‘서프라이즈’(2019). 원시적인 화풍을 구사했던 프랑스화가 앙리 루소가 그린 이국적인 자연풍경을 모티브로 삼았다. 루소가 그랬듯 정글의 야생동물과 울창한 수풀이 등장하는 그림을 뷔유도 여러 점 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래, 고양이 씨가 들여다본 세상살이는 어떻던가. 고되고 척박한 일상이야 어딜 가겠나. 하지만 열쇠는 ‘웃음’이라고 했다. 어떤 심각한 상황에서도 어떤 고독한 장소에서도 ‘미친 웃음’을 잃지 말 것. 그것이 절반은 해결해준다는 얘기다. 다툼·편견·다름·소외에 지친 인생에 평화·평등·자유·사랑을 뿌려주는. 그래서 고양이 씨는 오늘도 여기저기 휘젓고 다녀야 한단다. 치아 6개를 드러내고 헤벌쩍 웃으면서. 전시는 5월 13일까지.
- [Love yourself]뮤직비디오 속 BTS 세계관 분석
- 방탄소년단이 2016년 발매한 ‘화양연화’ 3부작 ‘에필로그’ 앨범 수록곡 ‘Young Forever’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 (사진=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캡쳐)[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석진(진)과 태형(뷔), 남준(RM), 호석(제이홉), 윤기(슈가), 정국, 지민. 이들 7명의 소년은 각자 아픈 가정사와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타임리프 능력을 가진 석진은 불행을 겪는 6명의 친구들을 구하고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내고자 매번 4월 11일로 시간을 되돌린다. 하지만 석진의 능력으로는 6명 중 5명의 친구들밖에 구할 수 없다. 1명이 희생해야 6명이 살아남는 셈이다.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015년 4월 발매한 ‘화양연화 파트1’부터 지난해 8월 발매한 러브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까지 앨범들 안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방탄소년단은 멤버 각각을 캐릭터화 하고 앨범들과 뮤직비디오 속 장면, 오브제, 노래 가사 등을 촘촘히 활용해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마블이 ‘마블 시네마틱유니버스(MCU)’란 공통된 세계관 속에서 작품들을 펼친 것처럼 방탄소년단이 발매한 앨범들은 특정 등장인물들과 이 인물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통해 전세계 팬들을 끌어들였다.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영상 등 콘텐츠에는 ‘BU’ 로고가 붙는다.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팬들은 이를 방탄소년단 세계관(BTS Universe)이라 해석하고 있다. 세계관 속 이야기들은 시간순으로 전개되지 않고, 뮤직비디오와 앨범 곳곳에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스메랄도 꽃과 모래, 가면, 불, 초코바 등 오브제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오브제들이 다른 곡 뮤직비디오 장면에서도 반복 등장해 흩어진 서사를 연결하는 열쇠가 된다. 작품들 속에 담긴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영상 스틸컷과 함께 살펴봤다.방탄소년단 ‘러브유어셀프 기승전결’ 앨범 3부작 중 ‘승’에 해당하는 ‘티어’ 앨범 수록곡 ‘fake love’의 티저 영상. 영상에서는 인이어와 초코바, 거울, 풀꽃수목원 사진 등 멤버 각자가 지니고 있는 트라우마로 상징되는 물건을 매직샵에 찾아가 다른 물건으로 교환해가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사진=방탄소년단 Fake love 티저 영상 캡쳐)◇화양연화 시리즈(I need you-불타오르네(Save me)-Yong Forever)석진과 멤버 6명은 불우한 가정사와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등 각자 불행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화양연화 시리즈를 지나 ‘러브유어셀프’ 앨범 3부작 시리즈 수록곡 ‘Fake Love’의 티저와 뮤직비디오에서도 구체화된 사물로 상징화됐다.화양연화 시리즈 1부 타이틀곡 ‘I need you’ 뮤직비디오에서 석진이 스메랄도 꽃잎 6장을 바닥에 두지만 불에 타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석진이 타임리프 능력으로 불행에서 구해내려는 6명의 멤버들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진=I need you 뮤직비디오 캡쳐) 석진 : ‘좋은 아이’가 되어야만 한다는 아버지 협박에 학교 교장과 친구들 사이의 밀고자가 되어야만 했다. 교장은 석진과 어울리는 6명의 멤버들을 예의 주시했고 본인은 자신이 6명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겪었던 일들을 스파이처럼 교장에게 전부 보고해야만 했다. 방탄소년단의 ‘I need you’ 뮤직비디오에서 윤기가 라이터를 들고 있는 장면. 윤기에게 라이터와 불은 집에서 일어난 화재로 돌아간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트라우마를 상징하고 있다.윤기 : 집이 불에 타 집 안에 있던 어머니가 화재로 숨졌다. 당시 너무 놀라 당황해 화재를 목격한 사람들이 안에 사람이 있냐고 묻는 질문에 ‘아무도 없다’고 대답해버렸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고 피아노를 사랑하지만 피아노만 보면 당시 화재로 불에 탄 어머니의 피아노가 떠올라 견디기 힘들다. 결국 음악에 대한 꿈을 접고 라이터로 침실을 방화해 자살을 시도한다. (‘라이터’로 상징)방탄소년단의 ‘fake love’ 뮤직비디오에서 호석이 초코바에 가득 둘러싸있는 장면. 초코바는 호석을 버리고 간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거짓과 불행을 의미한다.호석 :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 당시 어머니가 눈을 가리고 그 자리에 서서 열까지 세라고 한 뒤 떠나버린 기억 때문에 숫자를 셀 때마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힌다.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물건이 ‘초코바’였다. 이 때문에 호석에게 초코바는 거짓과 불행을 상징. 기면발작증환자라 언제나 약을 달고 산다(하지만 이는 추후 신체적 결함이나 병이 없어도 관심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였던 것으로 드러남). 우울감을 견디지 못하고 수면제를 과다복용해 자살을 시도한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Fake Love’에서 지민의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풀꽃수목원 그림이 그려져 있다.지민 : 초등학교 때 소풍을 갔다가 풀꽃수목원에서 어떠한 일을 겪어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 그 때의 기억과 트라우마로 인해 병원에 갇혀 있다. (‘풀꽃수목원’ 사진으로 상징)‘러브유어셀프 기승전결’ 시리즈 중 ‘기’에 해당하는 유포리아 영상에도 친부에 의해 학대를 받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태형의 모습이 그려진다.태형 :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 누나와 살고 있다. 아버지에게 학대 받는 가정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결국 학대 받는 누나를 구해내려다 아버지를 살해해 경찰에 구속된다. 갈 곳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정국. (사진=I need you 뮤직비디오 장면 캡쳐)정국 : 차갑고 무서운 부모님 밑에서 자라 마음 둘 곳이 없어 거리를 배회한다. (사진=I need you 뮤직비디오 캡쳐)남준 : 지독한 가난 속에서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며 주유소 아르바이트 활동 등을 전전하고 있다. (‘살아남아야 한다’란 문구가 적힌 거울로 상징)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에서는 해맑게 뛰어노는 6명의 친구들을 따라가지 않고 손을 들어 카메라를 찍는 포즈를 보이는 석진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는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석진의 타임리프 능력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많았다. (사진=‘봄날’ 뮤직비디오 장면 캡쳐)화양연화 시리즈에서는 석진을 제외한 6명의 멤버들이 각자의 트라우마와 불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범죄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석진은 이를 마음 아파하며 7명이 함께 행복했던 한 때를 회상하고 불행을 부정하려 한다. 타임리프 능력을 얻게 된 석진은 매번 4월 11일로 시간을 돌려 멤버들을 불행에서 구해내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해본다. 이어 발매된 앨범들의 뮤직비디오들에서는 석진이 타임리프 능력을 갖게 된 후 시간을 되돌려 구축한 가상의 세계에서 멤버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에서는 ‘오멜라스’란 문구가 적힌 집에 멤버들이 하나둘씩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 등 문학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오마주한 장면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러브유어셀프’ 앨범 유포리아 뮤직비디오 영상에는 침실을 방화해 자살하려는 윤기를 정국이 구출해내고 대신 희생양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윙즈(피땀눈물-봄날)석진은 타임리프 능력으로 시간을 되돌려 당시 멤버들을 불행에 빠뜨린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행복을 되찾으려 여러가지 시도를 감행한다. 하지만 여러 시도를 통해 멤버들을 구해내는 과정에서 모두의 행복을 위해 1명의 친구가 희생되어야만 한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마을 전체의 행복을 위해 아이 한 명이 지하실에 갇혀 사는 희생을 겪어야만 하며 마을 사람들의 그 아이의 불행을 일생의 한 번 정도 마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문학서에서 모티프를 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봄날’ 뮤직비디오에서 이러한 세계관이 장면 곳곳에 담겨 있다. 뮤직비디오에 따르면 석진의 타임리프 능력에 따른 희생양은 정국이며 이 때문에 정국은 석진에 의해 교통 사고를 당한다. 방탄소년단 ‘Fake Love’ 뮤직비디오에서는 불행에서 벗어나 행복을 즐기던 6명의 멤버들이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이 석진이 만들어 낸 가상세계이며 이는 정국의 희생에 의한 것임을 깨달으면서 가상세계가 무너지고 현실을 직시했음을 상징하는 장면들이 나온다.◇러브유어셀프(유포리아-DNA-Fake love-Idol)정국의 희생으로 불행을 겪던 멤버들의 과거와 미래도 바뀐다. 태형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윤기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기 직전 정국에 의해 구조되었으며 지민과 호석도 우울감에서 조금 벗어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이 행복이 진실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가상의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가상세계를 위해 희생된 사람이 정국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정국 역시 자신이 멤버들의 가상 행복을 위해 희생양으로 결정됐음을 알고 있다. 멤버들이 이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석진이 노력해 만들어낸 행복의 세계도 무너지고 만다. 결국 멤버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자신들의 불행과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되지만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깨닫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러브유어셀프’ 마지막부 ‘결(結) : Answer’ 앨범의 타이틀곡 ‘idol’ 뮤직비디오에서는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트라우마와 불행을 미술 심리치료 등으로 극복하고 그간의 시련들을 거쳐 온전히 자기 자신을 바라봐 사랑할 수 있게 됐음을 알려주는 상징들이 등장한다.
- “AI 스피커에서 무료로 음성 통화한다”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휴대폰이 없는 6살 아들을 둔 워킹맘 B씨. 아들이 유치원 하원 시간에 집에 잘 왔는지 걱정 되지만, 어린 나이라 휴대폰 구매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 콜(NUGU call)’을 이용해 집에 있는 인공지능 누구 스피커에 전화를 걸 수 있다.지인을 초대해 바쁘게 요리 중인 직장인 A씨. 손은 없고 레시피는 기억이 안 난다. 이럴 때 간절히 생각나는 건 엄마. 누구(NUGU) 스피커에 “엄마에게 전화해줘”하면 척척박사 엄마가 레시피를 알려준다. 손이 없어도, 전화가 없어도 “엄마” 한마디면 전화할 수 있다.SK텔레콤(대표이사 사장 박정호)이 △누구(NUGU) 스피커 간 △누구 스피커↔누구 앱 △누구 앱↔누구 앱 간 무료(mVoIP, 무선인터넷전화 방식)로 음성 통화가 가능한 ‘누구 콜(NUGU call)’ 서비스를 출시했다. 안드로이드 앱에서 가능하다. ‘누구 콜’은 누구 앱에서 누구 디바이스를 연동(누구 스피커 없는 경우 생략 가능)시킨 후, 보유 연락처를 추가하면 수·발신이 가능하다. 단, 휴대폰 인증, 필수권한 및 약관 동의 등을 설정해야 한다.엄마에게 발신 시 누구 스피커에 “아리아, 엄마에게 전화해줘”라고 말하면, 엄마는 누구 스피커와 누구 앱(스마트폰) 중 원하는 디바이스(Device)로 수신이 가능하다. 구 스피커를 통해 받을 경우에는 “아리아, 전화 받아줘”라고 하면 된다. ‘누구 콜’은 SK텔레콤만의 ‘통화 품질 향상 처리 기술’을 적용하여 2m 떨어진 거리에서 말해도 바로 옆에서 말한 것과 유사한 수준의 깨끗한 품질과 통화 음량을 보장한다. 개인화 음성인식 모델(PLM)을 적용해 음성명령 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누구 콜’ 서비스는 통신사 관계없이 기존에 출시한 ‘누구(NUGU)’, ‘누구 미니(NUGU mini), ‘누구 캔들(NUGU candle)’을 가진 고객이라면 모두 이용할 수 있다.이현아 AI서비스플랫폼단장은 “누구 콜 출시를 통해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한 방식으로 통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향후에도 SK텔레콤은 AI기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해 누구에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누구나 함께 빠른속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
-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갤럭시S10 5G’ 상품기획을 담당한 강호성씨. 사진=삼성전자 뉴스룸[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모바일로 축구 중계를 보면 옆집에선 이미 환호성이 터지고 있는데 내가 보고 있는 영상에선 골이 늦게 들어가는 경험, 5G 시대에서는 없습니다.”삼성전자가 세계 첫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4일 삼성전자는 공식 홍보 채널인 뉴스룸을 통해 갤럭시S10 5G 기획 과정의 뒷이야기를 소개했다.5G에 대해 ‘일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대체 무엇이냐’를 묻는 이들이 많다. 상품기획을 담당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강호성(사진)씨는 “클라우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8K까지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콘텐츠의 일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역시 ‘속도’이다. 강씨는 “기존에 오래 걸렸던 대용량 콘텐츠 다운로드 속도가 획기적으로 줄고, 고화질 영상을 스트리밍할 때 반복되던 버퍼링도 이젠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며 “향후 진정한 5G 시대가 도래하면 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빨라진 속도는 그 동안 모바일 기기에서 즐기기 어려웠던 1인칭 슈팅(FPS), 레이싱과 같은 장르의 게임을 비롯해 클라우드 기반 엔터테인먼트까지 활성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삼성전자는 나아가 클라우드 게임 전문회사 해치(Hatch)와 제휴해 갤럭시 S10 5G 사용자들에게 100종 이상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3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에 게임을 따로 저장하지 않고 클라우드 서버에 있는 게임을 실시간으로 즐기는 방식이다. 빨라진 5G 통신 덕에 가능한 서비스다.새로운 5G 스마트폰에는 전면부와 후면부 모두 3D(3차원) 심도 카메라를 탑재했다. 촬영 대상(피사체)과 거리를 측정할 수 있어 AR 기능도 보다 생생하게 이용할 수 있다.물론 이처럼 다양한 활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4500mAh 대용량 배터리와 25W(와트) 고속충전도 갖췄다.이처럼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국 해낸 데에는 수직계열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강씨는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새롭게 개발하는 등 기술 장벽이 높았다”며 “2세대(2G)에서 3세대(3G), 4세대까지 모바일 산업을 이끌어온 역량과 함께 네트워크 장비, 단말기, 칩셋까지 5G 서비스에 필요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강씨는 “초기에 정부와 업계가 상용화에 매진해 지금의 4G LTE가 익숙해진 것처럼, 5G가 일상이 될 날도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라며 “누구나 5G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삼성전자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 [전문]文대통령 "정부 목표, 신문 목표 따로있지 않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이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신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언론인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누릴 때, 신문도 본연의 사명을 다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이날 문 대통령의 축사 전문이다. 신문인 여러분, 내외귀빈 여러분, 제63회 신문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신문’을 생각하면, ‘처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른 아침, 아직 잉크 냄새가 나는 신문을 집어드는 것은그날그날의 세상 소식을 ‘처음’ 만나는 일입니다.신문은 또한 민주주의의 ‘처음’입니다. 영국 명예혁명에서 인류는 처음으로 언론의 자유를 쟁취했습니다.언론의 자유를 통해 민주주의, 인권, 정의, 평화가 커갈 수 있었습니다.우리 역사에서 신문은 새로운 시대를 만나는 일이었습니다.서재필 선생이 발간한 최초의 민간신문 ‘독립신문’은120여 년 전 ‘처음’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여성의 권리를 내세웠고, 더 많은 국민이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발행했습니다.3.1독립운동 당일 발행된 ‘조선독립신문’ 1호는 독립선언 발표 소식을 국민께 ‘처음’ 전했으며, 3월 3일 제2호에서는 ‘국민대회’를 열어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대통령을 선출할 것이라고 알렸습니다.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1919년 8월 21일 기관지 ‘독립신문’을 내고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소식을 국민께 알렸습니다.신문인 여러분, 기자 여러분,한 장의 사진, 한 줄의 기사에 담긴 신문인의 양심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1936년 동아일보는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우고사진을 보도했습니다.식민지 치하에서 고통받던 우리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독립 의지를 북돋는 역할을 했습니다. 1960년 부산일보 허종 기자가 찍어 특종으로 보도한김주열 열사의 사진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1980년 5월 20일,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양심이 담긴 공동사표가2만 장의 호외로 뿌려졌습니다.“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고 적혀있었습니다.독재와 검열의 시대에 보여준 신문인의 용기있는 행동은고립된 광주시민에게 뜨거운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촛불혁명 역시 우리 신문들의 보도를 통해 가장 평화롭고 민주적인 혁명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모두 신문과 보도의 힘입니다.언론 자유는 결코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신문과 신문인은 참으로 어려운 길을 걸었습니다. 신문을 압수하거나 정간, 폐간시키는 일제와 싸웠습니다. 보도지침이라는 이름으로 기사에 빨간 줄을 죽죽 그었던 독재와 싸웠습니다.백지광고로 저항하고,수백 명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해직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권력으로 국민의 눈을 막고 진실을 가렸지만우리 신문인은 결코 붓을 꺾지 않았습니다. 국민들도 우리 신문을 사랑하고 신뢰했습니다.권력의 검열로 신문이 제대로 진실을 전하지 못했던 시기에도국민들은 1면 톱기사가 아닌 구석의 1단짜리 작은 기사에서더 큰 진실을 읽어냈고,심지어 미처 말하지 못하는 기사의 행간에서진실을 찾기도 했습니다.우리 신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가고,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신문인의 양심을 지켜온 여러분의 노고에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문인 여러분,기자 여러분,이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습니다.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습니다.많은 해직 기자들이 일터로 돌아갔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다시 높아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진실한 보도, 공정한 보도, 균형있는 보도를 위해신문이 극복해야 할 대내외적 도전도 여전합니다. 첫째, 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입니다.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로 인정받는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PFI)에서한국은 2006년 31위를 기록했지만, 2009년 69위, 2016년 70위로 추락했습니다.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63위, 2018년 43위로 다시 회복하고 있지만,정치권력 외에도 언론자본과 광고자본, 사회적 편견,국민을 나누는 진영논리, 속보 경쟁 등기자의 양심과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들이 아직도 많습니다.둘째, 신뢰에 대한 도전입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 신문이 되고 방송이 되는 시대입니다. 언론이 보도하고 독자가 읽던 시대가 지나고 있습니다.나날이 발전하는 정보통신 환경은정보의 유통속도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여주었지만,동시에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이는 신문과 신문인에 대한 신뢰는 물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심각한 도전입니다. 셋째, 공정에 대한 도전입니다.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모바일로 뉴스를 접할 정도로뉴스를 보기 위해 신문을 펴는 것보다스마트폰을 켜는 것이 익숙한 세상입니다.신문사 입장에서는 누가 먼저 보도했는지, 어느 신문사의 클릭 수가 많은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 깊이 없는 보도가 많아지고 완성되지 않은 기사가 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종이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이 떨어지는 것은어쩔 수 없는 언론환경일지 모르지만,전통적인 신문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줄지 않았습니다. 뉴스를 이용하는 공간은 인터넷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신문사들이 제공하는 뉴스를 읽고 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위기를 얘기하지만,저는 신문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양심의 자유는 언론 자유의 토대입니다.신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언론인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누릴 때, 신문도 본연의 사명을 다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신문은 존경받습니다.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설정은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입니다. 그럴 때 국민의 이익이 커지고, 대한민국이 강해집니다. 신문과 신문인이 언론의 사명을 잊지않고 스스로 혁신해 나간다면,국민의 신뢰와 사랑 역시 변치않고 지속될 것입니다.신문인 여러분, 내외귀빈 여러분, 신문은 우리 사회의 거울입니다. 국민과 국가의 힘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그래서 국민과 정부의 목표, 신문의 목표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신문인의 양심이 자유롭게 발현되고, 신문이 힘없는 사람,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할 때,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로 발전할 것입니다. 정부도 함께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우리 신문이 국민과 함께 역사의 질곡을 헤쳐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혁신적 포용국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 광고회사에 야근·경쟁 PT가 없다고?
- 직원 중심의 기업 문화를 가진 광고 기업, 이노레드. (사진=스냅타임)지난 2017년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판사였다. 판사는 지속 가능성, 근무 조건, 발전 가능성, 급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다른 직업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평판 분야에서도 판사 직업을 권유하겠다는 응답이 93.5%에 달했다.하지만 주목받는 판사와 달리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중·하위권에 오른 직종이 있다. 이미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업계다. 고용정보원 자료에서는 5개의 광고 관련 직종이 순위에 올랐다. 그중 기획 및 광고 관리자는 전체 595개 직업 중 209위를 차지했다. 광고 및 홍보 전문가는 하위권 수준인 499위였다. 직업의 근무 조건을 따져본 통계에서는 순위가 더 낮았다. 광고 및 홍보 전문가는 근무 조건 분야에서 거의 끝자락인 548위에 있었다.이처럼 처절한 근무 조건과 함께 “광고 회사는 야근으로 시작해 야근으로 끝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생겼다. 하지만 광고 업계에 만연한 야근 구조를 부숴버린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다름아닌 사업 초창기부터 ‘야근 없는 회사’를 시도하는 과감함도 보였다. 바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노레드’다. 한국은 물론 해외까지 세계적으로 초과 근무가 만연한 광고 업계. 이노레드는 어떻게 이 구조를 타파했을까? 스냅타임이 박현우 이노레드 대표를 만나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항상 '직원의 고충'에서 문제 해결을 시작한다는 박현우 이노레드 대표. (사진=스냅타임)'직원 입장'에서 고민하는 태도…지금의 이노레드로취업 준비생들이 많이 찾는 기업 리뷰 사이트 잡플래닛의 사내 문화 평가에서 이노레드는 높은 점수로 5위를 차지했다. 광고 업계에서는 이노레드가 유일한 순위권 기업이다. 또한 재직자, 퇴사자들이 기업 평가를 적나라하게 하는 사이트 특성을 감안 하더라도 이노레드는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이 '평가 좋은 그룹' 이노레드를 만들었을까.박 대표는 “문화가 없는 조직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본인이 집중하고 있는 사내 문화의 방점은 이노레드 구성원들이라고 덧붙였다. 단숨에 인기를 얻으려면 흔히 말하는 ‘보여주기식’ 복지 제도를 만들 수도 있지만, 박 대표는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광고처럼 '크리에이티브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했다. 직원의 입장에서 고민해보고, 직원들과 생각을 공유하다 보니 지금의 이노레드 문화가 만들어졌다. 박 대표는 “그런 고민을 하는 자체가 이노레드의 문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게 일상이 됐다. 박 대표의 생일날 이노레드 직원들이 붙여준 메시지. 이처럼 '대표를 놀릴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이노레드의 가장 큰 보물이다. (사진=이노레드)흔히 ‘기업 문화’라고 부르는 개념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박 대표는 “단지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제도가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는게 또 하나의 문화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노레드에서는 누구나 쉽게 상사에게 질문하고, 도전할 수 있으며 때로는 직원들이 자신을 놀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무리 수평적인 구조를 표방하더라도 기업 대표를 놀리는 일은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모두 받아주고 같이 웃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평적인 문화와 직원을 고민하던 박 대표의 태도가 지금의 ‘사내 문화 5위 기업’을 만들었다.과감한 도전 ‘경쟁 PT 타파'…’득‘이 훨씬 많아이노레드의 공식 업무 시간은 8시 10분부터 17시까지다. 출근 시간 10분은 혹시 모를 지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해가 뜰 때 회사에 들어와서, 여전히 떠 있는 해를 보며 집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이노레드의 평균 퇴근 초과 시간은 17시 50분이었다. 정식 퇴근 시간인 17시에 비해 약 1시간가량 늦었다. 그러나 많은 광고 기업에서 대중교통이 종료될 즈음 퇴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노레드의 평균 퇴근 시간은 빠른 편에 속한다. 이노레드는 업계 관행과 같은 '경쟁 PT'를 과감히 타파했다. (그림=이미지투데이)박 대표는 광고 업계가 야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경쟁 프레젠테이션(경쟁 PT)에서 찾았다.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여러 광고 기업이 광고주를 상대로 벌이는 발표 경연대회 같은 개념이다. 이노레드는 많게는 회사의 40~50%를 차지하는 경쟁 PT를 과감히 없애면서, 야근 없는 광고 기업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경쟁 PT로 '이기기 위한 제안'을 하다 보니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고민하지 못하게 됐다”며 “우리는 이런 소모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쟁 PT를 없애고 보니 기존 고객들에게 더 집중하고, 직원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박 대표는 “경쟁 PT가 없는 대신 실력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쟁보다 실력으로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얘기다.광고를 의뢰한 고객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당장 오늘 맡기고 내일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는 광고주도 거의 없었다. 박 대표는 “이노레드의 생각에 동의 해주시는 좋은 고객들이 많았고, 어떻게 보면 운이 정말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노레드의 가치와 고객의 뜻이 맞아떨어진 탓에, 광고사 직원들을 쥐어 짜내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없었다. 이 흐름에 따라 직원들도 업무 시간에 치열하게 일하고, 마감 시간 전에 고객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경쟁 PT 타파'에서 '야근 없는 회사'로 이어진 풍조는, '개인의 삶'을 보장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림=이미지투데이)물론 경쟁 PT를 타파할 당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던 것은 아니다. 다른 광고 기업에서는 백이면 백 진행하고 있는 제도를 갑자기 없애니, 이노레드로 들어오는 광고가 대부분 끊겨버렸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도 박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를 믿지 않았다. 직원들은 “이 작은 회사에서 어떻게 고객을 바꿀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럴때마다 박 대표는 “You will see the miracle(넌 기적을 보게 될거야)”이라고 답했다. 언젠가 이노레드의 방식이 좋은 결과로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인 생각과 이미지를 계속 각인시켰다. 그 결과 업무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 박 대표가 말했던 ‘기적’이 일어났다.박 대표는 “당장은 힘들지만 경쟁 PT를 없애는 일은 모든 광고 기업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구성원들을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육체와 감정 노동이 함께 있는 광고 업계에서는 경쟁 PT를 없애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직원 중심 문화…12년간 팀장급 19명 '모두' 남아박 대표는 며칠 전 소름 끼치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노레드의 팀장급 직원 19명이 12년간 이직하지도, 퇴사하지도 않고 같은 회사에서 쭉 근무했다. 이직이 잦은 광고 업계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이 기록을 세운 배경에는 ‘직원들이 웃을 수 있는 기업’을 추구하는 회사 방침이 큰 역할을 했다. 이노레드의 기업 분위기를 잘 드러내주는 표어들. (사진=스냅타임)이노레드에서는 전 직원이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짓고 한글 이름 대신 사용하는 제도다. 박 대표의 영어 이름은 ‘애런(Aaron)’이었다. 직원들이 상사를 부르기 어려워하는 모습에서 착안해 만들어졌고, 사내 관계를 더 유연하게 만들었다. 물론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한글 직급과 함께 사용하다 보니 ‘애런 대표님’처럼 애매한 호칭도 튀어나왔다. 지금은 모든 호칭을 영어 이름으로 끝내고 있다. 이제 신입 사원도 박 대표에게 서스럼 없이 ‘애런’이라고 부른다.영어 이름 제도는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시행 2년 만에 전 직원의 90%가 긍정적이라고 투표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고객에게 직원을 소개할 때 가끔 한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며 웃지 못할 사건도 언급했다.타 기업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해본 뒤 "별로였다"고 평가하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했다. 박 대표는 “다른 기업들은 영어 이름을 비교적 짧은 기간만 시행했기 때문”이라며 “이노레드는 영어 이름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노레드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북클럽' 활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스냅타임)사내 동아리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 중에는 ‘일회용 카메라 모임’같은 독특한 동아리도 있다. 동아리 중 ‘지각하기 좋은 날’이라는 이름의 사내 밴드는 정식 음반을 2개나 냈다. 다양한 동아리가 있지만 박 대표는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노레드는 몇몇 기업처럼 억지로 동아리 문화를 도입해 직원들에게 ‘동아리를 만들어보라’, ‘여기에 가입하라’는 강압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자유와 개인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한편 이노레드의 직원 수는 ‘80명’으로 고정된 상태다. 박 대표는 “직원들을 한 명씩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적당한 인원이 80명 정도”라면서 “연봉 협상도 한 사람씩 직접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노레드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현재 인원의 두 배로 확장해도 무리는 없다. 그러나 박 대표는 한 사람마다 생각을 이해하고 발걸음을 맞춰 나가기 위해 인원 제한을 결정했다. 최근에는 80명 직원을 이해하는 일이 익숙해져, "90명까지는 너무 오버한 것 같고. '89명'까지 조금 더 채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노레드는 매일 아침마다 이 장소에서 전 직원들과 함께 단체 사진 'G모닝로그'를 찍는다. (사진=스냅타임)이처럼 직원 중심의 기업 문화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노레드의 이직률은 5~10% 수준이다. 광고 업계가 평균적으로 30~40% 정도 이직한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아주 적은 수치다. 지난 9개월 동안 이노레드에서 이직 및 퇴사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12년간 팀장급 19명이 퇴사하지 않았다’는 독특한 사실 또한 이노레드의 기업 문화에서 나왔다.물론 이노레드가 아예 놀자판인 것은 아니다. 상황에 필요한 엄격함도 철저하게 지킨다. 이노레드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다. 아침에 지각하는 사람들을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공개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을 잘 지키라는 메시지도 자주 전송한다. 박 대표는 “시간을 잘 지키는 일은 동료들과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대부분 팀으로 함께 일하는 직업인데,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면 동료의 시간을 뺏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무실 게시판에 마련된 고백 쪽지. 직원들이 서로 칭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진=스냅타임)스냅타임이 박 대표의 2019년 첫 인터뷰를 함께 진행하며 한 해의 목표를 묻자 특이하게도 “올 해의 목표는 따로 없다”고 답했다. 대신 박 대표는 “직원들이 더 행복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비단 2019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평생 가지고 갈 목표라고 했다. 매출을 더 많이 달성 하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틀에 박힌 목표는 없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더 웃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직원이 수혜받는 회사’ 이노레드를 이끌어 나갈 생각이다./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