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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 돋보기]금융시장 혼란기, 슬기로운 투자생활
-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금융시장이 한겨울이다. 올 들어 코스피 -19%, S&P500 -18%, 나스닥 -26%, 미국채 20년 ETF -27%, 미국채 10년 ETF -14% 등 주식 채권 구분 없이 모두 하락했다. 블랙록6040펀드 1년 수익률도 20% 하락하며 분산투자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같은 금융시장 혼란 못지않게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금융과 서민가계의 연결고리의 변화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금융시장 혼란은 정책당국과 금융회사, 일부 투자자의 ‘일’이지 서민 가계의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주식 인구 1373만명, 경제활동인구 거의 절반이 투자자다. 팬데믹 직전 618만명이었는데 2년만에 두 배 넘게 폭증했다. 이중 MZ세대 주식인구만 500만명이다. 자산순환표상 가계 주식자산은 1000조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500조원 가량의 연금자산까지 합치면 서민 가계의 자본시장 노출도는 놀라울 만큼 커졌다. 서민가계의 투자관리가 가계부채관리만큼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서민 가계는 작금의 퍼펙트스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 겨울나기 제일의 원칙은 ‘지키는 투자’다. 투자 혼란기에는 전문투자자도 변동성에 맞서지 않는다. 더욱이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은 통상적인 경기침체보다 정책대응이 어렵고 지속되는 속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금융시장 혼란기에 가계의 금융자산은 늘지 않았다. 지금 경제상황과 유사한 1970년대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70%에서 61%로 줄고 회복기간도 길었다. IT 버블 때도 회복기간은 짧았지만 금융자산은 68%에서 60%로 큰 폭 줄었다. 실물자산을 늘리고, 예금과 안전자산을 늘리고 위험자산을 줄이는 대응을 했지만 부(富)를 온전히 지키지는 못한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이 발전하며 지키는 투자 상품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다. 일년짜리 예금 대신 높아질 대로 높아진 고금리 채권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인컴투자 상품의 다양화는 지키는 투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둘째, ‘씨를 뿌리는 투자’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경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진보가 지지부진했던 시대였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당시 폴 볼커 미국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 의장의 초긴축으로 잡을 때까지 생산성 둔화와 경기침체가 지속됐다.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은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에너지전환으로 생산성 혁신이 가속화되며 투자측면에서 기회의 창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 70년대보다 가계의 금융자산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된 2000년 IT 버블 회복 때와 닮은 긍정적인 지점이다. 우리나라 가계도 씨를 뿌리는 투자가 가능한 장기투자 성격의 사적연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금자산의 단기투자 습성을 버리고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에 씨를 뿌리는 장기투자로 인식변화가 일어난다면 서민가계의 부를 키우는 기본자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오래 지속될 구조적 요인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시차를 두고 진행될 탈세계화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효율의 비용 전가, 물가-임금의 악순환, 팬데믹 이후 초유동성 등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 투자는 시대에 따라 양상이 조금 다르지만 본질은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이다. 70년대 미국 가계가 실물 부동산을 늘리는 대응을 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대체투자자산의 다변화로 원자재 등 금융화된 실물자산의 수요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년간 미국 천연가스펀드는 50% 올랐고, 전통자산과 대체투자를 함께 투자하는 미국 CTA ETF는 16% 상승했다. 글로벌 연기금의 상반기 성과에서도 대체투자는 힘을 발휘했다. 대체투자를 제일 많이 하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수익률을 제일 잘 방어한 반면 대체투자를 하지 않는 노르웨이 투자관리청(NBIM)은 -14%로 최악의 성과를 냈다. 서민 가계도 전통자산 중심에서 대체투자를 필수로 하는 분산투자로 바뀌고 있는 자산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연말 한미 금리 역전폭 1%P 이상 벌어질 수도…한은, 빅스텝 하나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세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 정책금리를 3.0~3.25%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8월에 이어 한미 정책금리가 또 다시 역전될 전망이다.더 큰 문제는 연준의 최종금리가 계속해서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연말 연준 금리 상단이 4.5%에 이르게 되고 최종 금리가 4~5%, 일부에선 5%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제시한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가 수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기준금리 인상까지 등장했고 한은 최종 금리 전망도 3.5%로 높아졌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당분간 베이비스텝’ 부르짖던 한은 태도 바뀔까연준이 20일,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3.0~3.25%로 0.75%포인트 올릴 전망이다. 6월 연준 위원들이 전망했던 금리 점도표상의 최종 금리는 2023년 3.8%였으나 이도 크게 상향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산하 글로벌 마케츠이니셔티브(IGM)와 공동으로 이코노미스트 44명을 대상으로 13일~15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66%가 연준 최종금리가 4~5%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5~6% 전망은 18%, 6~7% 전망도 2%나 나와 20% 가량이 최종 금리가 5%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이 나타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11월 정책금리가 3.75~4.0%에 이르고 12월엔 빅스텝으로 연말 금리가 4.25~4.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연준의 강한 금리 인상 기조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8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포워드 가이던스를 흔들만한 변수다. 이 총재는 “당분간은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즉, 연말까지 10월, 11월 두 차례의 금통위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올려 연말 금리를 3%로 올리겠다는 의미다. 한은의 포워드 가이던스대로라면 연말 연준 금리가 4.25~4.5%를 기준으로 금리 역전폭이 무려 1.5%포인트로 벌어진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2000년 5월(-1.5%포인트) 이후 한미 금리가 가장 큰 폭으로 역전된다. 다만 총재가 당시 기자회견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미 금리 (역전)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1%포인트 중심으로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너무 격차가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고 밝힌 만큼 금리 역전폭을 줄이기 위해 빅스텝을 추가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전망 경로를 9월과 11월 각각 0.75%포인트 인상, 12월 0.5%포인트 인상으로 상향 조정한다”면서 “한은 기준금리 전망도 10월과 11월 0.5%포인트, 0.25%포인트로 조정, 연말 금리를 3.2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한미간 금리차가 커지고 환율 급등세가 강화될 경우 수입물가가 올라 한은이 예상한 물가 정점 시기는 지연될 수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럽 가스관 전면 중단’이란 승부수를 내걸 수 있어 물가 정점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한은도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물가오름세는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상방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은, 최종 금리도 상향 조짐…3.25%→3.5%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한 한은 역시 연준을 쫓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말 잭슨홀 회의 직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미국의 최종 금리가 4~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은의 최종 금리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최종 금리는 내년 상반기께 3.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연말 금리가 4%, 최종 금리가 4.5%일 것이란 전제에서다. 기존까지 3.25% 전망이 가장 높은 수준의 한은 최종금리였는데 이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가파른 환율 급등세는 그 자체로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의 대응이 불가피함을 보여주고 있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14일 한독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환율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고 국내 수요가 감소할 위험이 커진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더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진 윤석열 정부의 최대 정책 목표가 ‘물가안정’이라지만 내년으로 갈수록 물가보다는 경기침체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침체 우려가 국고채 금리 역전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각각 3.784%, 3.774%로 2008년 7월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역전됐다. 김성수 연구원은 “국고채 장단기 금리 역전은 시간 문제였기 때문에 역전 현상 자체보다 시장 전반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침체는 몰라도 부진한 흐름이 곧 나올 것이고 기준금리는 당분간 올라갈 것이라 (국고채 금리 역전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문재인·이재명, 尹 대북 정책 비판…與 “원인은 文 정치쇼” 반박(종합)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19 군사합의 4주년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선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지금의 대치 국면의 배경을 두고 “문재인 정권의 ‘정치 쇼’ 때문”이라고 반격했다.문재인 전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 대문 주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문재인 “정부 바뀌어도 합의 이행해야”, 이재명 “한반도 평화 시계 4년전 회귀” 이재명 오는 19일 예정된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 축사를 통해 “대북 강경론과 선제 타격론을 주장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며 “비싼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사실상 재탕한 ‘담대한 구상’을 내놨지만, 북한은 이를 정면 거부하고 지난 8일엔 ‘핵무력정책법’까지 통과시켰다”며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경고도 있다.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2018년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귀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4년 전 9·19 군사합의에 대해 “정전협정 체결 65년 만에 남북이 군사적 긴장의 실질적 해소 방안에 합의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군사분계선 일대의 일부 전방 감시초소(GP)가 철수됐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의 지뢰제거 작업도 순조롭게 완료됐다. 군비축소와 이를 통한 안보 딜레마 완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으로 가는 문이 활짝 열렸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종심(공간·시간·자원 상의 작전 범위)이 짧은 한반도 특성상 전쟁은 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 우리는 더더욱 평화 지키기를 넘어 평화를 만들고 또한 세울 수 있는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행사에 문재인 전 대통령도 서면 축사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평양공동선언을 회고하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양측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이고, 신뢰는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며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다.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與 “북핵 위협 원인, 文 ‘남북 정치쇼’ 탓”국민의힘에선 여당 측 지도자의 발언에 반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9·19 군사합의 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 통과로 까지 이어졌다’고 궤변을 내놓았다”며 “지금 한반도가 역사상 최악의 북핵 위협에 놓여있는 원인이 무엇인가. 바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국민을 현혹한 ‘남북 정치쇼’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정권이 거짓으로 내민 손을 잡으며 임기 동안 ‘대북 굴종 외교’를 자행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할 시간에,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줬다”며 “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그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평화를 사지 못한 민주당과 이 대표가 폄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윤석열 대통령이 핵과 대량살상무기 위협, 인권탄압 등으로부터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 지금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 북한이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 하고,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의 지속적인 핵실험 정황을 포착한 것을 감안하면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더더욱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권이 임기 내내 평화쇼를 고집했지만 북한의 핵 무장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되었고, 그 결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며 “문 전 대통령은 평화쇼를 본인의 업적이라고 과대포장하기 이전에 북에 의해 피살된 서해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와 강제북송 탈북선언 등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반복되는 '스토킹 범죄' 막으려면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한 시민이 써 붙인 글이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고, 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있지만,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으로 허점이 드러났다. 스토킹 행위가 살인 등 중대 범죄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31)씨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스토킹 처벌법 시행 1년…‘신당역’으로 허점 드러나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전모(31)씨가 역사 내부를 순찰하던 역무원 A(28)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알고 지내던 A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고 불법촬영물로 협박한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전씨는 선고 전날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과거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만 처벌됐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가 중대 범죄로 이어지는 등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지난해 10월21일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내용(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법이 개정, 시행됐다. 그러나 개정된 법마저도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을 막지 못하면서 허점이 드러났다. 전씨는 A씨에게 약 300회에 걸쳐 전화와 메시지를 남기며 스토킹했고, 참다못한 A씨는 전씨를 지난 1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럼에도, 전씨는 A씨에 합의를 종용하며 연락을 계속 취했다.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는 법과 제도적 허점이 컸다. 지난해 10월 불법촬영혐의로 A씨로부터 접수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지난 1월 스토킹 혐의로 추가 고소가 접수됐지만, 경찰은 과거 구속 영장이 기각된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피해자 보호 조치도 A씨가 원하지 않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반복되는 스토킹 범죄 막으려면…‘피해자 보호’ 강화전씨가 불구속으로 재판받던 중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구속 사유를 더 넓고 적극적인 범위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찰학회보에 실린 염윤호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경찰관 31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652명(83.6%)이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독자적 구속사유로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스토킹 범죄 총 3412건을 접수해 2887건을 처분했지만, 구속 건수는 125건, 6.2%에 그쳤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호도 처벌도 불가하다는 점도 스토킹 처벌법의 허점으로 꼽혔다. 경찰은 1차 고소장 접수 당시 A씨를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한 달간 등록했지만, A씨가 원하지 않아 잠정조치, 스마트워치 지급 등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 달간 유지되던 신변 보호조차 A씨가 연장을 원하지 않아 한 달 만에 종료됐다. 이에 따라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하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의사불벌’ 조항이 사라지면 전씨가 합의를 요구하며 A씨에게 접근할 일도 없고, 수사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나 구속 수사가 확대되면 수사기관이 의무적,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 文, 퇴임 후 첫 공식 메시지…“남북 합의, 정부 바뀌어도 이행해야”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공식 메시지로 “한반도 평화”를 외쳤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평양공동선언을 회고하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양측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민주당)문 전 대통령은 오는 19일 예정된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의 서면 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고 말했다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전했다.문 전 대통령은 해당 축사에서 지난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4년 전 오늘,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8000만 겨레 앞에 엄숙히 약속했다.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9.19 군사합의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이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교착 상태인 것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제도화하는 것,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절감한 시간이었다”며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어내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평화의 길을 개척했던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 주도적 입장에서 극복하고 헤쳐나갈 때 비로소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경색 국면인 남북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남과 북 모두 대화와 기존 합의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이고, 신뢰는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다.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반도 평화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회는 9.19 군사합의 당시 남측 실무 합의를 이끌었던 김도균 전 수석대표가 발제자로 참여한다.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사회를 맡았고 김종대 전 의원, 윤건영 의원, 이정철 서울대 교수,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등이 토론에 나선다.
- 성인도 ADHD, 많은 일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산만하다면 의심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30대 남성 A씨는 잦은 이직을 하면서 우울한 느낌이 들어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내원했다. A씨는 집중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업무상 실수를 자주 했고 프로젝트를 기한 내에 완수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충동적으로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해서 갈등을 빚곤 했다. 아동기에 대해 묻자, 초등학생 때 자리에 차분히 앉아있지 못했고 숙제를 미뤄서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혼이 났다고 했다. A씨는 성인 ADHD 진단 하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주의집중력이 개선됐고, 새로운 직장에 잘 적응하면서 우울감도 함께 호전됐다.과거에는 ADHD를 소아기 질환이라고 여겼지만, ADHD 아동 3분의 2 가량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성인 ADHD 유병률은 4.4%로 추정되는데, 국내 환자 치료율이 1%에 못 미칠 정도로 저조하였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된 2016년부터 진단, 치료가 크게 늘었다. ADHD 증상은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이지만 증상 발현 양상에 개인차가 크며, 성장에 따라 과잉 행동은 줄어들고 부주의와 충동성 증상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예를 들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억제하기 어려워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를 유지하기 힘들고, 책을 읽고 공부할 때 딴 생각에 쉽게 빠져들고, 많은 일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산만해진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고 잃어버리고, 약속, 마감 날짜, 앞으로 할 일들을 곧잘 잊어버린다.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느낌과 생각을 말해서, 눈치 없고 경솔해 보이기도 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업무 수행,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생활에서 종종 불화를 겪고 자녀를 양육할 때 인내심을 갖기 어려워한다. 스스로 의심이 된다면 가장 간단한 선별도구로 성인용 ADHD 자기-보고 척도(ASRS)를 해볼 수 있다. 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숙영 전문의는 “검게 칠해진 문항 수가 4개 이상이면 성인 ADHD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ADHD를 평가하는 방법에는 면담, 검사, 행동평가척도가 있는데, 면담이 가장 중요하다. 주의산만 증상과 과잉행동, 충동성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12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었을 경우에 ADHD 진단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성인 ADHD 환자들은 흔히 불안장애, 알코올과 같은 물질 사용 장애, 기분 장애 등을 함께 앓는다. ADHD 증상으로 인해 자주 실패하고 대인관계에서 거절을 경험하여 우울해지고 불안해질 수 있다. 불안과 기분 저하를 완화하고자 충동적으로 알코올과 같은 물질을 남용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존 질환에 대해서만 치료하고 ADHD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처럼 ADHD 치료를 하면서 공존 질환이 함께 호전되지만, 공존 질환 치료도 병행해야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ADHD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뇌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더 중요하고, 유전성이 높은 질환이다. 성인 ADHD 일차 치료로 약물요법이 권장되며, 메틸페니데이트 서방형 경구제(콘서타)와 아토목세틴 경구제(스트라테라)가 국내 허가되어 있다. 가설적으로 ADHD 환자의 전전두엽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회로에 불균형이 있고, 이러한 약물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증가시켜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증상을 개선시켜 준다고 설명할 수 있다. ADHD 약제를 복용하면 주의력과 기억력이 개선된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어 있다. 그래서 시험 공부를 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ADHD 치료약을 복용해보고 싶다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통상 인지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비환자군에 사용하지는 않으며, 불면, 빈맥, 식욕저하 등의 부작용 우려도 있다. 약물과 함께 인지 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DHD 환자들의 약점인 시간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인지행동 치료 회기를 갖는데, 목표를 세우고,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성공하면 스스로 보상하는 훈련을 한다. 또, 충동조절을 위한 전략을 소개하고 연습하도록 하여, 환자가 멈추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ADHD 특유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을 인식하게끔 하고 의사소통기술을 교육할 수 있다. 성인 ADHD 환자들은 발산적인 사고에 능하고 창의성이 높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역사적 인물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이 ADHD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스로 성인 ADHD 치료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 웹툰 작가 기안84도 창의성이 돋보이는 사례일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ADHD 치료 약물을 복용한다고 해서 창의성이 저해되지는 않는다고 하니, 이 점은 안심하고 약을 복용해도 괜찮다.
- 비슷해지는 통신-인터넷 기업문화 [김현아의 IT세상읽기]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황현식 LG유플러스 CEO가 기자간담회에서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지난 15일, LG유플러스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걸 요지로 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대표이사(CEO)의 입으로 ‘플랫폼 회사가 미래’라고 공식화한 건 LG유플 역사상 26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 전신인 LG텔레콤이 019 번호로 이동전화 사업을 시작한 1996년이 기준이죠. 데이터 통신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설립된 LG데이콤을 기준으로 하면 40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된 LG파워콤을 기준으로 하면 22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는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이 합병해 2010년 탄생한 회사입니다.이날 황현식 LG유플러스 CEO는 “진정한 고객 중심회사는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이라며 “플랫폼 사업을 통해 2027년 통신이 아닌 사업 매출 비중을 40%로 늘리고 기업가치 12조 원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LG유플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4.9조 원 정도이니, 5년 내에 2배 이상 성장해야 합니다.그가 4대 핵심으로 꼽은 것은 △통신기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커머스와 구독)△놀이 플랫폼(여러 OTT를 편하게 보는 TV)△성장케어 플랫폼(아이들나라의 키즈OTT화) △웹(web) 3.0 플랫폼(토큰 이코노미나 대체불가능토큰(NFT)과의 접목)이었습니다. 고객의 시간 데이터를 가진 통신사가 무엇을 하는지까지 확장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나, K-콘텐츠와 시너지를 발휘할 놀이, LG유플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아이들나라’의 모바일화, 여기에 개방성과 함께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블록체인까지 흐름은 맞는 것 같습니다.“황현식님~”으로 부르기 시작한 변화다만, 제가 걱정스러웠던 건 바로 기업문화였습니다. 플랫폼 사업에서 성공한 기업들, ‘네카쿠배당(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을 보면,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현식 대표를 부르는 한 임원의 말을 듣고 말이죠. 황 CEO의 인사말 이후 권용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소위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했는데, 그는 큰 틀을 방향을 언급한 황 대표 강연에 대해 “아까 황현식 님이 말씀하셨듯이~”라는 식으로 황 대표를 “황현식님‘이라고 세 번 이상 언급하더라고요. 규제가 강한 통신업을 하는 회사에서 ‘황현식 대표님’, ‘황현식 사장님’이 아니라 이름 뒤에 바로 ‘~님’을 붙이는 문화(황현식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SK텔레콤에서는 유영상 CEO를 ‘제임스’라고 부른지 꽤 됐지만 말입니다. 사실 ‘님’ 문화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나 세상의 문제점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스타트업(초기 벤처)에선 익숙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그렇죠. 직급이나 직책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각자 맡은 업무의 역할을 평등하게 인정합니다. 심지어 카카오는 직원들을 크루(krew·선원)라고 부르고, 계열사들을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크루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항해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죠.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규율 갖추기 시작한 인터넷 대기업들그런데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대기업이 된 인터넷 기업들은 스타트업과 달리 어느 정도의 규율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국내 최고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창사 20년 만인 2019년 임원제를 부활했죠. 네이버는 1999년 네이버컴이라는 작은 회사로 첫발을 뗐습니다. 그런데 리더와 대표급(C레벨)사이에 중간관리자인 ‘책임리더’ 직급을 만든 겁니다. 이들은 비등기 임원으로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보유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갖습니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계열사 사업 전략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인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 CAC)’를 만들어 조직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회와 함께 긴 호흡으로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답은 없어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인 <위기의X>에선 주인공 권상우(a저씨)가 대기업에서 희망퇴직을 한 뒤 스타트업에 부사장으로 입사해 조직 문화를 바꾸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는 자동차 디테일링 스타트업 회사(루시도)에서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데, 이 회사는 아이디어는 기발하나 임원들끼리 시도 때도 없이 으르렁거리고 다투는 문제가 있었죠. 그런데 관록으로, 유머로, 청춘들을 다독이고 독려하는 a저씨 덕분에 차츰 회사다운 모습을 갖춰갑니다.조직 문화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오늘 하루하루를 함께 한다’는 동료 의식이, 이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도전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충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또 사상 최고 넘은 리튬값…전기차 생산 확대 발목 잡을라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큰 장애물은 높은 전기차 가격이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특히 전기차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생산시설을 확충하면서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더 뛰고 있어 전기차업체들의 수익성과 리튬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시장 조사업체인 아시안메탈에 따르면 중국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배터리용 리튬 카보네이트(탄산리튬) 가격은 톤(t)당 50만500위안(7만1315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튬은 전기차부터 스마트폰까지 다수 제품에 쓰이는 배터리 셀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3배로 뛴 중국 내 리튬 가격은 좀더 싼 가격에 전기차를 생산하려는 기업이나 싸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리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테슬라부터 포드, 비야디(BYD), 리비안 등 대부분 전기차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이처럼 리튬 가격이 계속 상승한 것은, 최근 이어지는 수요 증가와 팬데믹에 따른 공급 차질이 겹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달 초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올 한 해 중국 내에서만 총 6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이라며 당초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국에서도 2분기에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대비 70% 가까이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례로, 테슬라의 ‘모델Y’ 롱레인지의 경우 당장 주문해도 내년 초까지는 제품을 받아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원소 수요 전망이런 가운데 중국 내 상황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탓에 리튬 생산이 원활치 않다는 점도 가격 상승요인이다. 중국 내 리튬 생산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스촨성의 경우 2주 간 정전사태가 벌어진 탓에 리튬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겨울철 난방 수요로 인해 전력 부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리튬 가격 급등이 단기적일 순 있겠지만, 공급 차질 문제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커니의 더그 멜 자동차 및 산업부문 총괄은 “최근 리튬 가격이 톤당 7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공급 제약에 따른 것으로 다소 일시적일 수 있다”면서도 “주요 광물원소 중에서 25번째로 부존량이 많을 정도로 리튬이 희귀한 광물은 아니지만, 채굴과 정제가 원활치 않기 때문에 2030년 이전까지는 계속 심각한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나마 최근 미국에서 자국 내 리튬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설 확충이 실제 리튬 생산으로 이어지는 데엔 수년씩 걸릴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테슬라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은 리튬 확보를 위해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고, 심지어 최근엔 테슬라가 텍사스에 리튬 정제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은 아니다. 멜 총괄은 “테슬라가 리튬 정제시설을 만들려 하는 것은 좀 더 싸게 리튬을 공급 받고자 하는 것이지만, 공급 자체를 원활하게 하고 배터리와 완성차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수직계열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머지` 완료 후 추락한 이더리움, 남은 숙제들 [이정훈의 코읽남]
- [코인 읽어주는 남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장기간 기다려온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에 충실한 차익매물 탓에 이번주 석 달 만에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17일 시장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2.59% 하락한 144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1700달러를 넘었던 가격은,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인 14~15일에 차례로 급전직하는 모습을 보였다.이에 이번주 들어서만 이더리움 가격은 16.6%나 추락하고 있고, 이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근 3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가장 본질적 부분인 거래검증 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더리움의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헤지펀드인 ARK36을 이끌고 있는 앤토 파로이안 최고경영자(CEO)는 “과장하지 않고 순수하게 기술적 관점에서만 보면 머지는 엄청나게 큰 엔지니어링 업적”이라며 “이는 마치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전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맘추지 않게 하면서 이 엔진을 교체한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에 있는 특정한 실체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수많은 개발자들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건 가상자산 영역에서의 핵심적 이상을 달성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런 성공 이후 기존 작업증명 방식을 고수하는 이더리움 채굴자들이 만든 이더리움의 포크 버전인 ETHPoW 가격은, 머지 업그레이드 직전 21달러 수준에서 9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 이더리움 가격 추이이처럼 이더리움과 ETHPoW 가격이 동반 하락한 것은, 업그레이드 이전에 몰렸던 투기적인 매수세가 사라진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예상한 매수세와 이더리움 매수로 업그레이드 이후에 ETHPoW를 에어드랍 받으려는 매수세가 몰렸고, 이더리움에 문제가 생길 경우 ETHPoW 가격이 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등이 한데 어우러졌지만, 실제 업그레이드 이후 이런 수요가 사라진 것. 그렇다 보니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로 선물시장에서도 이더리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 실제 해외 주요 거래소에서는 펀딩 레이트(funding rate)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 레이트는 업그레이드 이후 마이너스(-)2 아래까지 내려가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코인 선물 거래에선 매수(long)와 매도(short) 간 균형을 위해 거래소들이 이자를 지급하는 펀딩 개념을 도입하는데, 선물 매도자가 너무 많아 매수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펀딩 레이트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것이다. 이제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이 같은 시장 가격 왜곡이 줄어들면서 이더리움 안정화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씨티그룹은 이날 “그나마 업그레이드 이후에 이더리움에 대한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 레이트도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며 “ETHPoW 에어드랍을 받기 위한 이더리움 매수세가 사라진 만큼 헤지용 선물 매도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더리움 가격 하락이 진정된다면 펀딩 레이트도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레이트 추이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에너지 사용량을 99.95%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더리움의 경쟁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분증명을 위한 스태이킹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자산이 됐고, 발행량이 90%나 줄어 디플레이션 성격을 강화한 만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대한 기관투자가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다만 그런 과정은 상당히 긴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고, 당장 눈앞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돈줄 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이더리움에도 분명한 악재다. 존 토다로 니덤 애널리스트는 “분명 머지는 성공적으로 완로된 듯하지만, 실제 이더리움 네트워크 생태계에서의 변화는 6개월 정도는 지나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머지 이후 향상된 기술적 확장성도 수 년 정도 이후에나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K코인의 제이슨 로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불행하게도 가상자산시장은 그 자체로 거시경제적 흐름과 탈동조화(디커플링)할 수 있는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머지 업그레이드가 그런 호재일 순 있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먼 업그레이드의 첫 단계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분증명을 위한 스태이킹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이더리움의 달라진 방힉이 금융당국의 눈에는 마치 증권(Securities)의 투자 수익 보상처럼 비쳐질 수 있는 만큼 규제의 칼날이 다시 닥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로우 COO는 “이더리움이 환경적 측면에서 큰 성취를 이뤄냈지만, 이는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에겐 단지 하나의 악재만 해소된 것일뿐”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이더리움을 적극 매수하지 않고 관망하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더리움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과 다른 자산으로 인정 받아야만, 기관들은 자사의 컴플라이언스 규정이나 규제 적합성등을 판단해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