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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때린 윤석열…"교실서 '한 친구'에만 사로잡힌 학생 같아"
  • 文 때린 윤석열…"교실서 '한 친구'에만 사로잡힌 학생 같아"
  •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교실에서 한 친구(북한)에게만 사로잡힌 학생같아 보였다“고 평가절하했다.윤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사이에서 너무 모호한 태도를 취한 전임 정부의 외교 정책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밝히며 “나는 예측 가능성을 추구할 것이며 한국은 미·중 관계에서 더욱 분명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집착한 문 전 대통령을 ”교실에서 한 친구(북한)에게만 사로잡힌 학생 같아 보였다“고 비판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제공)‘칩4’로 알려진 기술동맹 가입이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4개국이 긴밀히 협의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칩4’는 미국 주도하에 결성이 추진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로, 한국·미국·일본·대만이 대상국이다.윤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선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것은 국가의 주권과 안보의 문제이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선택할 경우 밝은 경제적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NYT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시절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등에 대해 ‘정치적인 쇼’라고 지칭해왔다고 소개했다.특히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역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일괄 타결)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이런 상황에서 같은 날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 합의는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공개된 서면 축사를 통해서다.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기존 남북 간 합의 준수 및 이행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문 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도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면서 “합의 준수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신뢰가 쌓일 것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간 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2.09.19 I 이선영 기자
금융시장 혼란기, 슬기로운 투자생활
  • [금융시장 돋보기]금융시장 혼란기, 슬기로운 투자생활
  •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금융시장이 한겨울이다. 올 들어 코스피 -19%, S&P500 -18%, 나스닥 -26%, 미국채 20년 ETF -27%, 미국채 10년 ETF -14% 등 주식 채권 구분 없이 모두 하락했다. 블랙록6040펀드 1년 수익률도 20% 하락하며 분산투자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같은 금융시장 혼란 못지않게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금융과 서민가계의 연결고리의 변화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금융시장 혼란은 정책당국과 금융회사, 일부 투자자의 ‘일’이지 서민 가계의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주식 인구 1373만명, 경제활동인구 거의 절반이 투자자다. 팬데믹 직전 618만명이었는데 2년만에 두 배 넘게 폭증했다. 이중 MZ세대 주식인구만 500만명이다. 자산순환표상 가계 주식자산은 1000조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500조원 가량의 연금자산까지 합치면 서민 가계의 자본시장 노출도는 놀라울 만큼 커졌다. 서민가계의 투자관리가 가계부채관리만큼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서민 가계는 작금의 퍼펙트스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 겨울나기 제일의 원칙은 ‘지키는 투자’다. 투자 혼란기에는 전문투자자도 변동성에 맞서지 않는다. 더욱이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은 통상적인 경기침체보다 정책대응이 어렵고 지속되는 속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금융시장 혼란기에 가계의 금융자산은 늘지 않았다. 지금 경제상황과 유사한 1970년대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70%에서 61%로 줄고 회복기간도 길었다. IT 버블 때도 회복기간은 짧았지만 금융자산은 68%에서 60%로 큰 폭 줄었다. 실물자산을 늘리고, 예금과 안전자산을 늘리고 위험자산을 줄이는 대응을 했지만 부(富)를 온전히 지키지는 못한 것이다. 우리 금융시장이 발전하며 지키는 투자 상품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다. 일년짜리 예금 대신 높아질 대로 높아진 고금리 채권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인컴투자 상품의 다양화는 지키는 투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둘째, ‘씨를 뿌리는 투자’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경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진보가 지지부진했던 시대였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당시 폴 볼커 미국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 의장의 초긴축으로 잡을 때까지 생산성 둔화와 경기침체가 지속됐다.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은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에너지전환으로 생산성 혁신이 가속화되며 투자측면에서 기회의 창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 70년대보다 가계의 금융자산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된 2000년 IT 버블 회복 때와 닮은 긍정적인 지점이다. 우리나라 가계도 씨를 뿌리는 투자가 가능한 장기투자 성격의 사적연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금자산의 단기투자 습성을 버리고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에 씨를 뿌리는 장기투자로 인식변화가 일어난다면 서민가계의 부를 키우는 기본자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오래 지속될 구조적 요인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시차를 두고 진행될 탈세계화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효율의 비용 전가, 물가-임금의 악순환, 팬데믹 이후 초유동성 등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 투자는 시대에 따라 양상이 조금 다르지만 본질은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이다. 70년대 미국 가계가 실물 부동산을 늘리는 대응을 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대체투자자산의 다변화로 원자재 등 금융화된 실물자산의 수요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년간 미국 천연가스펀드는 50% 올랐고, 전통자산과 대체투자를 함께 투자하는 미국 CTA ETF는 16% 상승했다. 글로벌 연기금의 상반기 성과에서도 대체투자는 힘을 발휘했다. 대체투자를 제일 많이 하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수익률을 제일 잘 방어한 반면 대체투자를 하지 않는 노르웨이 투자관리청(NBIM)은 -14%로 최악의 성과를 냈다. 서민 가계도 전통자산 중심에서 대체투자를 필수로 하는 분산투자로 바뀌고 있는 자산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22.09.19 I 송길호 기자
방콕 거리 곳곳서 '한국인 대마 파티'…마약청정국 '흔들흔들'
  • 방콕 거리 곳곳서 '한국인 대마 파티'…마약청정국 '흔들흔들'
  • [방콕=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You Korean? Try it. come. come.” 지난 16일 이데일리 취재진이 돌아본 태국 방콕의 밤거리는 그야말로 ‘대마 천국’이었다. 카오산 로드와 스쿰빗 등 번화가 거리 곳곳에서는 대마를 태울 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다. 호객행위를 하는 태국 현지인들은 거리 초입부터 관광객들의 앞길을 막아서면서 대마잎과 ‘happy’가 쓰여 있는 전단을 설명하곤 대마를 해보라며 팔을 붙들었다.지난 5일 태국 현지의 한 음식점에서 대마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사진=이용성 기자)◇태국으로 ‘대마 관광’…적발도 어려워태국 번화가의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곳곳에서 대마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대거 모여 앉아 있는 음식점이나 술집 등은 어김없이 대마를 판매하는 상점이었다. 대마를 파는 노점상도 곳곳에 널려 있었다. 가격도 1g당 2만~3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편의점에서는 대마가 함유돼 각성 효과가 있는 음료수 등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대마잎이 그려져 있는 대마 판매 매장에는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더러는 한국인들도 해당 매장을 방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노상에 자리한 테이블에는 대마를 소비하는 이들과 마약 풍선으로 불리는 이른바 ‘해피벌룬’(아산화질소가 담긴 풍선)을 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지난 6월 태국 정부는 대마초 재배 및 식당 시설 등에서 대마초 유통·판매를 허가하면서 아시아 최초로 대마 합법화 국가가 됐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대마 판매·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가뜩이나 저렴한 관광지로 유명한 태국에, 대마까지 합법화되면서 국내에서는 ‘대마 관광’을 하러 가겠다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태국 현지에서 대마 제품을 ‘합법적으로’ 이용하더라도 국내에서는 범죄 행위다. 우리나라 정부가 대마를 불법 마약류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대마를 피우거나 소지하고 있어도 국내법에 따라 처벌된다.지난 5일 태국의 번화가 거리인 카오산로드의 모습. 곳곳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태국 현지인들이 관광객들에게 대마를 권유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쳐다도 안 봤는데 호기심 생겨”…‘마약청정국’ 무너지나문제는 대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지난 추석 연휴 태국 방콕을 방문한 A(27)씨는 “대마가 진짜 무서운 마약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쳐다도 안 봤는데, 여기저기서 다 피는 걸 보면 ‘괜찮은가’하며 호기심이 생긴다”며 “아무래도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설명했다. 최근 태국을 방문했다던 김모(29)씨 역시 “태국에 놀러 간다니까 주변에서 ‘대마 관광’하러 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태국을 갔다 와 보니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걸릴 일도 없을 것 같아 왜 ‘대마 관광’이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갔다”고 언급했다. 단속도 쉽지 않다. 관세청은 공항에서 입국자 정보를 토대로 선별해 마약 단속을 하고 있지만,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마 등 마약류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면 국내 마약류 범죄 지형에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게된 배경에도 이와 같은 대내외적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검거한 마약 사범 중 10대, 20대 사이에서 마약 사범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0대 마약 사범 검거 건수는 △2018년 104명(1.3%) △2019년 164명(1.6%) △2020년 241명(2.0%) △2021년 309명(2.9%)으로 3년 새 2.9배 늘었다. 20대 마약 사범은 연간 3500명을 처음으로 넘어섰으며 전체 마약 사범 중 3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수사팀에 몸을 담고 있던 경찰 관계자는 “미국에서 마약이 퍼진 역사를 짚어보면 우리나라도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상해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마약류를 하나하나 눈 감게 되면 그것이 물꼬를 트게 되고, 결국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도 마약을 하면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무엇보다 (마약류에)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22.09.19 I 이용성 기자
연말 한미 금리 역전폭 1%P 이상 벌어질 수도…한은, 빅스텝 하나
  • 연말 한미 금리 역전폭 1%P 이상 벌어질 수도…한은, 빅스텝 하나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세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 정책금리를 3.0~3.25%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8월에 이어 한미 정책금리가 또 다시 역전될 전망이다.더 큰 문제는 연준의 최종금리가 계속해서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연말 연준 금리 상단이 4.5%에 이르게 되고 최종 금리가 4~5%, 일부에선 5%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제시한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가 수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기준금리 인상까지 등장했고 한은 최종 금리 전망도 3.5%로 높아졌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당분간 베이비스텝’ 부르짖던 한은 태도 바뀔까연준이 20일,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3.0~3.25%로 0.75%포인트 올릴 전망이다. 6월 연준 위원들이 전망했던 금리 점도표상의 최종 금리는 2023년 3.8%였으나 이도 크게 상향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산하 글로벌 마케츠이니셔티브(IGM)와 공동으로 이코노미스트 44명을 대상으로 13일~15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66%가 연준 최종금리가 4~5%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5~6% 전망은 18%, 6~7% 전망도 2%나 나와 20% 가량이 최종 금리가 5%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이 나타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11월 정책금리가 3.75~4.0%에 이르고 12월엔 빅스텝으로 연말 금리가 4.25~4.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연준의 강한 금리 인상 기조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8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포워드 가이던스를 흔들만한 변수다. 이 총재는 “당분간은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즉, 연말까지 10월, 11월 두 차례의 금통위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올려 연말 금리를 3%로 올리겠다는 의미다. 한은의 포워드 가이던스대로라면 연말 연준 금리가 4.25~4.5%를 기준으로 금리 역전폭이 무려 1.5%포인트로 벌어진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2000년 5월(-1.5%포인트) 이후 한미 금리가 가장 큰 폭으로 역전된다. 다만 총재가 당시 기자회견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미 금리 (역전)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1%포인트 중심으로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너무 격차가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고 밝힌 만큼 금리 역전폭을 줄이기 위해 빅스텝을 추가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전망 경로를 9월과 11월 각각 0.75%포인트 인상, 12월 0.5%포인트 인상으로 상향 조정한다”면서 “한은 기준금리 전망도 10월과 11월 0.5%포인트, 0.25%포인트로 조정, 연말 금리를 3.2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한미간 금리차가 커지고 환율 급등세가 강화될 경우 수입물가가 올라 한은이 예상한 물가 정점 시기는 지연될 수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럽 가스관 전면 중단’이란 승부수를 내걸 수 있어 물가 정점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한은도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물가오름세는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상방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은, 최종 금리도 상향 조짐…3.25%→3.5%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한 한은 역시 연준을 쫓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말 잭슨홀 회의 직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미국의 최종 금리가 4~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은의 최종 금리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최종 금리는 내년 상반기께 3.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연말 금리가 4%, 최종 금리가 4.5%일 것이란 전제에서다. 기존까지 3.25% 전망이 가장 높은 수준의 한은 최종금리였는데 이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가파른 환율 급등세는 그 자체로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의 대응이 불가피함을 보여주고 있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14일 한독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환율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고 국내 수요가 감소할 위험이 커진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더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진 윤석열 정부의 최대 정책 목표가 ‘물가안정’이라지만 내년으로 갈수록 물가보다는 경기침체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침체 우려가 국고채 금리 역전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각각 3.784%, 3.774%로 2008년 7월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역전됐다. 김성수 연구원은 “국고채 장단기 금리 역전은 시간 문제였기 때문에 역전 현상 자체보다 시장 전반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침체는 몰라도 부진한 흐름이 곧 나올 것이고 기준금리는 당분간 올라갈 것이라 (국고채 금리 역전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2022.09.19 I 최정희 기자
대통령은 철회했는데…권성동 "구청건물도 수천억, 영빈관 논의해야"
  • 대통령은 철회했는데…권성동 "구청건물도 수천억, 영빈관 논의해야"
  •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영빈관 신축 제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철회한 가운데 여당 원내대표가 논의 필요성을 다시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구청 건물도 수천억”이라며 장기적으로 영빈관 기능의 건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연합권 원내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국가 영빈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야 한다”며 “유럽에는 역사적 기념시설이 많다. 둘러보면 자연스레 그 나라를 존중하는 마음이 든다. 이런 것이 바로 국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이어 “국가영빈관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헌법기관들의 국제행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용산과 가깝고 고정된 장소이기 때문에 내외빈을 위한 경호에도 용이하다”며 “지금 당장 신축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2, 3년은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영빈관은 윤 대통령보다 후임 대통령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새 정부가 멀쩡한 청와대를 비우고 새 영빈관을 지으려하는 행동의 모순에 대해서는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약속과 배치된다”고 답했다. 또 “현재 구청 건물도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곳이 많다. 동네 주민센터도 수백억이 되는 곳이 있다”며 2년 동안 878억원이 책정된 신축 예산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도 주장했다.권 원내대표는 긍정적 검토 요소를 거듭 강조하며 “민주당은 오직 정쟁의 소재로만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다만 권 원내대표 주장과는 별개로 윤 대통령은 여론이 나빠지자 영빈관 신축 제안을 철회했다. 윤 대통령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기재부 예산안 철회를 지시했다. 예산이 반영되기 전 사전 여론을 왜 확인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2022.09.18 I 장영락 기자
與, 文정부 대북 외교정책 때리기…“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어”
  • 與, 文정부 대북 외교정책 때리기…“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어”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9·19 남북 군사합의 4주년을 맞아 낸 발언을 비판하며 직전 정권의 북한 외교 정책은 ‘남북 정치쇼’라고 일갈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낸 논평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9·19 군사합의 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 통과’로 까지 이어졌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면서 “지금 한반도가 역사상 최악의 북핵 위협에 놓인 원인은 바로 문 정권 5년 동안 국민을 현혹한 ‘남북 정치쇼’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정권이 거짓으로 내민 손을 잡으며 임기 동안 ‘대북 굴종 외교’를 자행했다”며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그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평화를 사지 못한 민주당과 이 대표가 폄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그간 남북합의에 대해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여당은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전북 김제시 농업인교육문화지원센터에서 가진 농민단체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은 이날 논평에서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 안전을 위협하는 정치 개입 멈추고, 평화쇼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이런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양 대변인은 이어 “최근 북한이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하고,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의 지속적인 핵실험 정황을 포착한 것을 감안하면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더욱 부적절해 보인다”며 “직전 정권이 임기 내내 평화쇼를 고집했지만 북한의 핵 무장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됐으며, 그 결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해공무원 피습 사건에 대한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양 대변인은 “북에 의해 피살된 서해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와 강제북송 탈북선언 등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은 본인이 발언한 ‘잊혀진 삶’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정치 개입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09.18 I 김기덕 기자
문재인·이재명, 尹 대북 정책 비판…與 “원인은 文 정치쇼” 반박(종합)
  • 문재인·이재명, 尹 대북 정책 비판…與 “원인은 文 정치쇼” 반박(종합)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19 군사합의 4주년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선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지금의 대치 국면의 배경을 두고 “문재인 정권의 ‘정치 쇼’ 때문”이라고 반격했다.문재인 전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 대문 주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문재인 “정부 바뀌어도 합의 이행해야”, 이재명 “한반도 평화 시계 4년전 회귀” 이재명 오는 19일 예정된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 축사를 통해 “대북 강경론과 선제 타격론을 주장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며 “비싼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사실상 재탕한 ‘담대한 구상’을 내놨지만, 북한은 이를 정면 거부하고 지난 8일엔 ‘핵무력정책법’까지 통과시켰다”며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경고도 있다.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2018년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귀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4년 전 9·19 군사합의에 대해 “정전협정 체결 65년 만에 남북이 군사적 긴장의 실질적 해소 방안에 합의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군사분계선 일대의 일부 전방 감시초소(GP)가 철수됐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의 지뢰제거 작업도 순조롭게 완료됐다. 군비축소와 이를 통한 안보 딜레마 완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으로 가는 문이 활짝 열렸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종심(공간·시간·자원 상의 작전 범위)이 짧은 한반도 특성상 전쟁은 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 우리는 더더욱 평화 지키기를 넘어 평화를 만들고 또한 세울 수 있는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행사에 문재인 전 대통령도 서면 축사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평양공동선언을 회고하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양측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이고, 신뢰는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며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다.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與 “북핵 위협 원인, 文 ‘남북 정치쇼’ 탓”국민의힘에선 여당 측 지도자의 발언에 반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9·19 군사합의 4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 통과로 까지 이어졌다’고 궤변을 내놓았다”며 “지금 한반도가 역사상 최악의 북핵 위협에 놓여있는 원인이 무엇인가. 바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국민을 현혹한 ‘남북 정치쇼’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정권이 거짓으로 내민 손을 잡으며 임기 동안 ‘대북 굴종 외교’를 자행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할 시간에,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줬다”며 “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그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평화를 사지 못한 민주당과 이 대표가 폄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윤석열 대통령이 핵과 대량살상무기 위협, 인권탄압 등으로부터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 지금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 북한이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 하고,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의 지속적인 핵실험 정황을 포착한 것을 감안하면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더더욱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권이 임기 내내 평화쇼를 고집했지만 북한의 핵 무장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되었고, 그 결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며 “문 전 대통령은 평화쇼를 본인의 업적이라고 과대포장하기 이전에 북에 의해 피살된 서해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와 강제북송 탈북선언 등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09.18 I 박기주 기자
'신당역 살해범', 범행 당일 피해자 옛집 찾아가 배회
  • '신당역 살해범', 범행 당일 피해자 옛집 찾아가 배회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모(31)씨가 범행 전 피해자가 살았던 거주지에 찾아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31)씨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14일 피해자가 살았던 거주지 주변을 찾아갔다. 전씨는 자신의 거주지인 서울 서대문구에서 흉기를 챙긴 후 서울 은평구 구산역까지 이동해 피해자를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피해자가 이미 거주지를 옮겨 나타나지 않자 일대를 배회하며 다른 여성을 7분간 미행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후 구산역 고객안전실에 들어가 서울교통공사 직원이라 소개한 후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 시간을 알아낸 후 신당역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그는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서 1시간가량 피해자를 기다렸다가 역사 내부 순찰을 나온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전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알고 지내던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고 불법촬영물로 협박한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전씨는 선고 전날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경찰은 전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피해자를 기다리는 등의 정황을 근거로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전씨에 대한 혐의를 형법상 살인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변경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최소 징역 5년 이상인 살인죄보다 형이 무겁다.경찰은 지난 15일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전씨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는 오는 19일 개최할 예정이다.
2022.09.18 I 이용성 기자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반복되는 '스토킹 범죄' 막으려면
  •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반복되는 '스토킹 범죄' 막으려면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한 시민이 써 붙인 글이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고, 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있지만,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으로 허점이 드러났다. 스토킹 행위가 살인 등 중대 범죄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31)씨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스토킹 처벌법 시행 1년…‘신당역’으로 허점 드러나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전모(31)씨가 역사 내부를 순찰하던 역무원 A(28)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알고 지내던 A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고 불법촬영물로 협박한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전씨는 선고 전날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과거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만 처벌됐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가 중대 범죄로 이어지는 등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지난해 10월21일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내용(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법이 개정, 시행됐다. 그러나 개정된 법마저도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을 막지 못하면서 허점이 드러났다. 전씨는 A씨에게 약 300회에 걸쳐 전화와 메시지를 남기며 스토킹했고, 참다못한 A씨는 전씨를 지난 1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럼에도, 전씨는 A씨에 합의를 종용하며 연락을 계속 취했다.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는 법과 제도적 허점이 컸다. 지난해 10월 불법촬영혐의로 A씨로부터 접수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지난 1월 스토킹 혐의로 추가 고소가 접수됐지만, 경찰은 과거 구속 영장이 기각된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피해자 보호 조치도 A씨가 원하지 않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반복되는 스토킹 범죄 막으려면…‘피해자 보호’ 강화전씨가 불구속으로 재판받던 중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구속 사유를 더 넓고 적극적인 범위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찰학회보에 실린 염윤호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경찰관 31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652명(83.6%)이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독자적 구속사유로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스토킹 범죄 총 3412건을 접수해 2887건을 처분했지만, 구속 건수는 125건, 6.2%에 그쳤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호도 처벌도 불가하다는 점도 스토킹 처벌법의 허점으로 꼽혔다. 경찰은 1차 고소장 접수 당시 A씨를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한 달간 등록했지만, A씨가 원하지 않아 잠정조치, 스마트워치 지급 등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 달간 유지되던 신변 보호조차 A씨가 연장을 원하지 않아 한 달 만에 종료됐다. 이에 따라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하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의사불벌’ 조항이 사라지면 전씨가 합의를 요구하며 A씨에게 접근할 일도 없고, 수사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나 구속 수사가 확대되면 수사기관이 의무적,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2.09.18 I 이용성 기자
상상을 처벌하는 대중
  • [딴소리]상상을 처벌하는 대중
  •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인류가 언제부터 예술적 행위를 했는지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학자에 따라서는 200만년 전부터 인류가 창작물을 만들어냈다는 주장을 하지만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이를 뒷받침할 정황이 명확하게 남지 않았다. 비교적 현재에도 형태가 남아있는 것은 벽화다. 인간은 같은 인간을 조각하고 동물의 형상도 모사했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의 그림은 고대 수렵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림에는 상상력의 산물이 자리했을 것이다. 넷플리스시리즈 ‘수리남’ (사진=넷플릭스)‘상상’(想像). 이 단어에는 다소 뜬금없게도 ‘코끼리 상(象)’에서 따온 ‘형상 상(像)’이 들어있다. 일리 있는 가설은 이렇다.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중국인이 코끼리뼈만으로 코끼리의 형상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는 유래다.결국 코끼리뼈라는 상상의 재료가 있을 때 코끼리의 형태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게 ‘상상’이다. 밑도 끝도 없는 상상은 망상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인류가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둬야 상상으로 남을 수 있다.예술가들에게 즐거움을 느끼는 지점은 여기다. 과학자들이 특수상대성 이론을 논하며 시간여행의 가부를 따질 때 영화감독은 ‘백투더퓨처’를 만들어 미래와 과거를 오간다. 여전히 과학자들은 시간 여행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 중이다.예술의 상상력이 과학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사례도 있다. 허버트 조지 웰즈의 소설 ‘투명인간’은 1897년에 쓰였지만, 100년도 더 지난 현재 과학자들이 투명 망토를 만드려는 시도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때론 예술가의 미래 예측이 더 정확하기도 하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은 “언젠가는 모두가 각자의 TV 채널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누구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현재를 정확하게 봤다. DEC 설립자이자 공학자인 켄 올센은 “개인이 집에 컴퓨터를 갖출 이유가 없다”는 말을 1977년에 남겼다. 2. 조선 정조 때 강이천이란 선비가 있었다. 정조의 ‘문체반정’과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체반정은 정조가 새롭게 등장하던 문장들을 ‘패관소품’으로 규정하고 기존의 문장들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의 문풍 개혁 정책이다. 요즘에 비유하자면 인터넷 밈용어를 막겠다는 것이다.백승종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의 저서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에 자세한 소개가 있다. 강이천은 당시 유행하던 ‘천주교’와 ‘정감록’을 근본 삼아 새로운 가치관을 추종했던 사람이다. 반면 정조는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지배 가치를 갖고 있던 임금이다. 불교도 기를 못 펴던 시기에 신흥종교인 천주교나, 조선 왕조를 뒤엎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는 정감록은 보수적 성리학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던 것들이다.결론적으로 강이천의 바람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와 함께한 신지식인들은 정조의 탄압을 받아 유배를 떠났고 일부는 처형까지 당했다. 지금 기준으로는 아무것도 아닐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에 끝내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다.고(故) 마광수 교수(사진=연합뉴스)현재 대한민국은 사회적 상상력에 대한 포용이 더욱 커졌을까. 1992년 10월 29일 연세대 국어국문과 수업 중이던 마광수 교수가 강의 도중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그의 소설 ‘즐거운 사라’가 형법 제243조 및 244조의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즐거운 사라는 국가 체제 전복을 논한 정감록이 아니었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치부시되던 ‘성(性)’ 담론을 가공한 소설이었을 뿐이다.외설스러운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저자가 구속된 세계 최초의 사례가 20세기 대한민국에서 자행됐던 것이다. 마 교수가 “10년 정도 지나면 어처구니 없던 해프닝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처럼 대한민국은, 훨씬 성적으로 개방된 사회가 됐다. 소설 속 사라가 보여준 성적 자기결정권은 21세기를 사는 여성들에게는 당연히 속해있는 관념이다.마 교수 사건을 비단 20세기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다. 2007년 마 교수는 다시 즐거운 사라로 벌금 처벌을 받는다. 인터넷으로 음란물이 넘쳐나던 21세기에 즐거운 사라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된 것이다. 그나마 사회가 성적으로 개방된 덕에 정식 기소가 아닌 약식기소에 그쳤다. 퍽이나 감사한 일이다.3.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외교갈등이 불거졌다. 이름조차도 생소했던 남미 국가 수리남에 한국인 마약왕이 활개를 치다 붙잡혔다는 것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수리남 정부는 자국을 ‘마약 국가’로 묘사한 스토리로 인해 국격이 손상됐다면서 제작사인 넷플릭스에 법적 조치를 검토중이며,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가 현지 교민들에게 안전을 당부했을 정도다.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지만 타국의 정부까지 나서 창작물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당혹스럽다. 배경이 되는 수리남 인물들이 전형적이고 평면적으로 묘사되는 지점은 실망스럽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품을 평가하는 척도로만 남아야 한다.드라마의 내용은 ‘조봉행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실제 수리남에서 마약 유통 등에 나섰던 인물로 조봉행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데시 바우테르서 전 수리남 대통령은 1999년 코카인 밀매 혐의로 네덜란드 현지 궐석재판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실제가 혼재돼 있다고 한들, 이 작품은 말그대로 상상력으로 새롭게 빚어낸 드라마다. 드라마를 다큐로 바라보는 건, 근시안적 시각을 자인하는 꼴이다. 비단 수리남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JTBC 드라마 ‘설강화’를 놓고 무려 청와대 국민청원에 방영을 금지시켜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한 적이 있다. 해당 작품이 역사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판단한다면, 외면하면 될 일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지만, 타인의 상상력에 위해를 가하려는 시도는 여전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창작자들은 자기검열을 강화할 수밖다. 결과적으로는 획일적 작품만을 보게될 대중의 손해다.영화 ‘곡성’ 스틸컷“영화 ‘곡성(哭聲)’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谷城)’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 한자락이라도 담아갔으면 좋겠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 개봉 이후 유근기 곡성군수의 유려했던 대처가 새삼 떠오른다.
2022.09.18 I 김영환 기자
'1달러=7위안' 깨진 中위안화…향후 전망은
  • '1달러=7위안' 깨진 中위안화…향후 전망은
  •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의 위안화가 2년여만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기는 ‘포치’(破七·달러당 위안화 환율 7위안 돌파)를 기록했다. 미국의 긴축 의지에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안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사진=픽사베이)중국 위안화는 지난 15일 저녁 역외시장에서 ‘1달러=7위안’ 선이 깨진 데 이어 16일 역내 시장에서도 달러당 7위안 선을 웃돌았다. 위안화가 마지막으로 ‘포치’를 기록한 건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20년 7월이다. 위안화는 중국 경제가 악화되거나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면 통상 약세를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6일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204위안(0.29%) 오른(위안화 가치는 하락) 6.930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 역시 2020년 8월 18일 이후 최저치다. 위안화는 중국 역내시장에서 고시 환율의 상하 2% 범위에서 거래된다. 위안화는 올해 4월에 큰 폭 절하된 후 안정세를 보이다 8월 중순 이후 다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위안화 약세는 달러 초강세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차이가 있다. 시장에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긴축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위안화뿐 아니라 주요 통화국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인민은행 산하 중국외환거래시스템(CFETS)이 추산하는 환율지수에 따르면 위안화는 아시아 주요국 통화 중 약세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연초 대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마이너스(-)19.8%, 원화는 -14.2% 등 주변국 통화가 두자릿수 절하됐지만 위안화는 -8.6%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급격한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올해 4월과 이달 외화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꺼냈다. 중국 당국의 정책대응은 특정 환율에 대응한 ‘포치’를 막기보다는 위안화 약세 속도를 완만하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자료=블룸버그, 한국은행)주1) 2022년 1월초=100 기준국제전략 전문가인 천지아 연구원은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포치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상 단지 기술적인 지표일 뿐”이라며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 경제가 회복력을 유지하고 ‘세계의 공장’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 위안화는 단기적으로 달러당 7위안 선이 깨더라도 결국 균형 있는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올해 위안화 환율 전망치를 7위안 이상으로 상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안화가 달러당 7.2위안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중국 경제 매체 진룽제(금융계)가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부문을 부양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추진하더라도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회복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란 예상에서다. HSBC는 추가적인 대규모 부양책을 실시하더라도 현재 부동산 부문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의 GDP 성장률 부양 효과는 0.9%포인트(p)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위안화 절하속도가 가팔라지면 중국 당국이 더 강력한 정책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중국 당국도 달러당 7위안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으며 7위안을 강조할 경우 오히려 투기적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참가자들은 현재 중국내 경기상황 및 연준의 금리 인상 지속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위안화의 추가적인 약세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속도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022.09.18 I 신정은 기자
文, 퇴임 후 첫 공식 메시지…“남북 합의, 정부 바뀌어도 이행해야”
  • 文, 퇴임 후 첫 공식 메시지…“남북 합의, 정부 바뀌어도 이행해야”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공식 메시지로 “한반도 평화”를 외쳤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평양공동선언을 회고하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양측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민주당)문 전 대통령은 오는 19일 예정된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의 서면 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고 말했다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전했다.문 전 대통령은 해당 축사에서 지난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4년 전 오늘,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8000만 겨레 앞에 엄숙히 약속했다.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9.19 군사합의에 대해서는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이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교착 상태인 것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제도화하는 것,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절감한 시간이었다”며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어내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평화의 길을 개척했던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 주도적 입장에서 극복하고 헤쳐나갈 때 비로소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경색 국면인 남북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남과 북 모두 대화와 기존 합의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이고, 신뢰는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다.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반도 평화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회는 9.19 군사합의 당시 남측 실무 합의를 이끌었던 김도균 전 수석대표가 발제자로 참여한다.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사회를 맡았고 김종대 전 의원, 윤건영 의원, 이정철 서울대 교수,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등이 토론에 나선다.
2022.09.18 I 박기주 기자
이준석, 오늘 운명의날…당 윤리위서 제명시 소송전 물거품
  • 이준석, 오늘 운명의날…당 윤리위서 제명시 소송전 물거품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8일 오후 3시 긴급 전체회의를 열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논의한다. 당초 예정됐던 이달 28일 회의보다 열흘이나 빠른 시점이다. 당 윤리위가 추가 징계를 결정할 경우 사법 리스크로 최대 위기에 봉착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나 당 대표 복귀를 노리는 이 전 대표의 행보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오후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안을 논의한다. 앞서 지난 7월 8일 당 윤리위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받은 이 전 대표가 최고 징계수준인 제명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당 윤리위 관계자는 “회의를 들어간 이후 테이블에 논의 안건이 올라오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올라왔는지는 알 수 없다”며 “당으로부터 (이 전 대표에 징계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을 경우 그동안 발언 등을 보고 정당 민주주의를 해친 사례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당헌 개정을 합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회의를 통해 당헌 개정을 하기로 합의하고, 이 전 대표에 대해 추가 징계를 촉구한다고 윤리위에 건의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를 향해 ‘개고기’, ‘신군부’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4단계다. 앞서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받은 이 전 대표가 제명을 받게 될 경우 현재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전에서 채권자 자격이 상실돼 결국 각하 또는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 무효를 주장한 1차 가처분 신청은 인용된 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7일 저녁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역사적으로도 지난 몇 달을 보면 윤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어디에 가시면 꼭 그 사람들이 일을 벌였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또 순방하신다고 하는데 그사이에 뭔가를 꾸미고 있을 것 같다”고 의심했다. 또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서 제명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 같다”며 윤리위 추가 징계안을 예상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6일에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와우, 대통령 출국 시점에 맞춰. 바로 직후에”라며 “이제 18일에 윤리위 개최를 하기로 해놓고도 언론인들이 물어봐도 이야기를 안해 주는군요. 개최 여부까지 숨겨가면서 윤리위까지 열어야 할 이유가 있냐”며 비꼬았다.이 전 대표의 예상대로 실제로 당 윤리위는 오는 28일 예정됐던 회의 보다 열흘이나 앞서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를 두고 오는 28일로 예정된 서울남부지법의 ‘정진석 비대위’ 추가 가처분 심문 이전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첫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오전 10시 께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해 같은 날 오후 10시까지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 전 대표가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경찰 출석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 전 대표는 대전 유성구 한 호텔에서 2013년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접대와 금품을 받고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이 전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직권남용,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이다.
2022.09.18 I 김기덕 기자
이준석 촉 좋네…與윤리위, 사실상 '제명' 수순?
  • 이준석 촉 좋네…與윤리위, 사실상 '제명' 수순?[배진솔의 정치사전]
  •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한 주 동안 넘쳐나는 정치 기사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 더 알고 싶어서 찾아보고 싶었던 부분 있으셨나요. 주말에 조금이나마 긁어 드리겠습니다. 배진솔의 정치사전에서 뵙겠습니다. <편집자 주>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예언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서는 18일 이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자신을 제명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순방차 출국하는 날인 이날 갑자기 윤리위는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합니다. 오늘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가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내막에 대해 ‘배진솔의 정치사전’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월 8일 국회 대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오늘 회의를 소집합니다. 원래 28일로 잡혀있던 회의와는 별도입니다. 오는 28일엔 지난 8월 수해 복구 현장에서 실언을 한 김성원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당초 윤리위는 김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와 함께 이 전 대표 추가 징계의 건도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 전 대표의 ‘양두구육, 신군부, 개고기’ 등 발언에 대한 추가 징계 처리 촉구를 결의한 바 있습니다. 윤리위는 16일 오후 긴급 전체 회의 소집을 알립니다. 예정보다 열흘 빨리 회의를 소집하는 것인데요. 윤리위가 날짜를 앞당긴 것은 여러 셈법이 섞인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오는 28일로 예정된 법원의 ‘정진석 비대위’ 추가 가처분 심문 전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마무리하겠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이 전 대표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징계를 받았습니다. 윤리위에서 추가 징계를 할 경우 이전보다 무거운 징계인 탈당 권유나 제명일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당 윤리위를 통해 이 전 대표의 당원권이 박탈되면 이 전 대표가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또한 무용지물이 돼 자연스럽게 각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발표도 임박했습니다. 경찰은 전날(17일) 이 전 대표를 소환했고, 이 전 대표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총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밤늦게 귀가했습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명절 선물을 줬다고 주장하는 시기인 2015년 9월 23~25일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시효는 일주일 가량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만약 경찰이 조만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검찰에 송치할 경우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포함된다면 당 윤리위에서 이 전 대표에 제명을 내릴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이 전 대표에게 정치적 타격도 꽤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양희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7월 7일 오후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이양희 윤리위원장과 현 윤리위원들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위원장을 비롯, 윤리위원들은 오는 10월 중순께 임기가 종료됩니다. 만약 9월 말로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가 개시될 경우 임기 내 절차를 마무리짓기 어려울 수 있어 앞당겼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사실상 윤리위가 중징계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전 대표는 윤리위에서 제명이나 탈당권고 등 중징계를 내리면 다시 가처분을 포함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서도 “역사적으로도 지난 몇 달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어디에 가시면 꼭 그 사람들이 일을 벌였다”며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서 제명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 같다. 윤리위를 사실 오늘 열려면 오늘 저녁에 열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대표도 검은 먹구름을 느낀 듯 당의 제명 시도가 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18~24일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었죠.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길에 오릅니다.
2022.09.18 I 배진솔 기자
성인도 ADHD, 많은 일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산만하다면 의심
  • 성인도 ADHD, 많은 일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산만하다면 의심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30대 남성 A씨는 잦은 이직을 하면서 우울한 느낌이 들어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내원했다. A씨는 집중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업무상 실수를 자주 했고 프로젝트를 기한 내에 완수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충동적으로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해서 갈등을 빚곤 했다. 아동기에 대해 묻자, 초등학생 때 자리에 차분히 앉아있지 못했고 숙제를 미뤄서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혼이 났다고 했다. A씨는 성인 ADHD 진단 하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주의집중력이 개선됐고, 새로운 직장에 잘 적응하면서 우울감도 함께 호전됐다.과거에는 ADHD를 소아기 질환이라고 여겼지만, ADHD 아동 3분의 2 가량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성인 ADHD 유병률은 4.4%로 추정되는데, 국내 환자 치료율이 1%에 못 미칠 정도로 저조하였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된 2016년부터 진단, 치료가 크게 늘었다. ADHD 증상은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이지만 증상 발현 양상에 개인차가 크며, 성장에 따라 과잉 행동은 줄어들고 부주의와 충동성 증상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예를 들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억제하기 어려워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를 유지하기 힘들고, 책을 읽고 공부할 때 딴 생각에 쉽게 빠져들고, 많은 일을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산만해진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고 잃어버리고, 약속, 마감 날짜, 앞으로 할 일들을 곧잘 잊어버린다.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느낌과 생각을 말해서, 눈치 없고 경솔해 보이기도 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업무 수행,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생활에서 종종 불화를 겪고 자녀를 양육할 때 인내심을 갖기 어려워한다. 스스로 의심이 된다면 가장 간단한 선별도구로 성인용 ADHD 자기-보고 척도(ASRS)를 해볼 수 있다. 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숙영 전문의는 “검게 칠해진 문항 수가 4개 이상이면 성인 ADHD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ADHD를 평가하는 방법에는 면담, 검사, 행동평가척도가 있는데, 면담이 가장 중요하다. 주의산만 증상과 과잉행동, 충동성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12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었을 경우에 ADHD 진단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성인 ADHD 환자들은 흔히 불안장애, 알코올과 같은 물질 사용 장애, 기분 장애 등을 함께 앓는다. ADHD 증상으로 인해 자주 실패하고 대인관계에서 거절을 경험하여 우울해지고 불안해질 수 있다. 불안과 기분 저하를 완화하고자 충동적으로 알코올과 같은 물질을 남용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존 질환에 대해서만 치료하고 ADHD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처럼 ADHD 치료를 하면서 공존 질환이 함께 호전되지만, 공존 질환 치료도 병행해야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ADHD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뇌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더 중요하고, 유전성이 높은 질환이다. 성인 ADHD 일차 치료로 약물요법이 권장되며, 메틸페니데이트 서방형 경구제(콘서타)와 아토목세틴 경구제(스트라테라)가 국내 허가되어 있다. 가설적으로 ADHD 환자의 전전두엽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회로에 불균형이 있고, 이러한 약물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증가시켜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증상을 개선시켜 준다고 설명할 수 있다. ADHD 약제를 복용하면 주의력과 기억력이 개선된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어 있다. 그래서 시험 공부를 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ADHD 치료약을 복용해보고 싶다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통상 인지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비환자군에 사용하지는 않으며, 불면, 빈맥, 식욕저하 등의 부작용 우려도 있다. 약물과 함께 인지 행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ADHD 환자들의 약점인 시간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인지행동 치료 회기를 갖는데, 목표를 세우고,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성공하면 스스로 보상하는 훈련을 한다. 또, 충동조절을 위한 전략을 소개하고 연습하도록 하여, 환자가 멈추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ADHD 특유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을 인식하게끔 하고 의사소통기술을 교육할 수 있다. 성인 ADHD 환자들은 발산적인 사고에 능하고 창의성이 높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역사적 인물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이 ADHD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스로 성인 ADHD 치료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 웹툰 작가 기안84도 창의성이 돋보이는 사례일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ADHD 치료 약물을 복용한다고 해서 창의성이 저해되지는 않는다고 하니, 이 점은 안심하고 약을 복용해도 괜찮다.
2022.09.18 I 이순용 기자
비슷해지는 통신-인터넷 기업문화
  • 비슷해지는 통신-인터넷 기업문화 [김현아의 IT세상읽기]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황현식 LG유플러스 CEO가 기자간담회에서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지난 15일, LG유플러스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걸 요지로 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대표이사(CEO)의 입으로 ‘플랫폼 회사가 미래’라고 공식화한 건 LG유플 역사상 26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 전신인 LG텔레콤이 019 번호로 이동전화 사업을 시작한 1996년이 기준이죠. 데이터 통신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설립된 LG데이콤을 기준으로 하면 40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된 LG파워콤을 기준으로 하면 22년 만의 일입니다. LG유플러스는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이 합병해 2010년 탄생한 회사입니다.이날 황현식 LG유플러스 CEO는 “진정한 고객 중심회사는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이라며 “플랫폼 사업을 통해 2027년 통신이 아닌 사업 매출 비중을 40%로 늘리고 기업가치 12조 원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LG유플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4.9조 원 정도이니, 5년 내에 2배 이상 성장해야 합니다.그가 4대 핵심으로 꼽은 것은 △통신기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커머스와 구독)△놀이 플랫폼(여러 OTT를 편하게 보는 TV)△성장케어 플랫폼(아이들나라의 키즈OTT화) △웹(web) 3.0 플랫폼(토큰 이코노미나 대체불가능토큰(NFT)과의 접목)이었습니다. 고객의 시간 데이터를 가진 통신사가 무엇을 하는지까지 확장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나, K-콘텐츠와 시너지를 발휘할 놀이, LG유플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아이들나라’의 모바일화, 여기에 개방성과 함께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블록체인까지 흐름은 맞는 것 같습니다.“황현식님~”으로 부르기 시작한 변화다만, 제가 걱정스러웠던 건 바로 기업문화였습니다. 플랫폼 사업에서 성공한 기업들, ‘네카쿠배당(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을 보면,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현식 대표를 부르는 한 임원의 말을 듣고 말이죠. 황 CEO의 인사말 이후 권용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소위 4대 플랫폼 중심 신사업 전략을 소개했는데, 그는 큰 틀을 방향을 언급한 황 대표 강연에 대해 “아까 황현식 님이 말씀하셨듯이~”라는 식으로 황 대표를 “황현식님‘이라고 세 번 이상 언급하더라고요. 규제가 강한 통신업을 하는 회사에서 ‘황현식 대표님’, ‘황현식 사장님’이 아니라 이름 뒤에 바로 ‘~님’을 붙이는 문화(황현식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SK텔레콤에서는 유영상 CEO를 ‘제임스’라고 부른지 꽤 됐지만 말입니다. 사실 ‘님’ 문화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나 세상의 문제점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스타트업(초기 벤처)에선 익숙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그렇죠. 직급이나 직책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각자 맡은 업무의 역할을 평등하게 인정합니다. 심지어 카카오는 직원들을 크루(krew·선원)라고 부르고, 계열사들을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크루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항해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죠.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규율 갖추기 시작한 인터넷 대기업들그런데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대기업이 된 인터넷 기업들은 스타트업과 달리 어느 정도의 규율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국내 최고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창사 20년 만인 2019년 임원제를 부활했죠. 네이버는 1999년 네이버컴이라는 작은 회사로 첫발을 뗐습니다. 그런데 리더와 대표급(C레벨)사이에 중간관리자인 ‘책임리더’ 직급을 만든 겁니다. 이들은 비등기 임원으로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보유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갖습니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계열사 사업 전략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인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 CAC)’를 만들어 조직 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회와 함께 긴 호흡으로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답은 없어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인 <위기의X>에선 주인공 권상우(a저씨)가 대기업에서 희망퇴직을 한 뒤 스타트업에 부사장으로 입사해 조직 문화를 바꾸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는 자동차 디테일링 스타트업 회사(루시도)에서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데, 이 회사는 아이디어는 기발하나 임원들끼리 시도 때도 없이 으르렁거리고 다투는 문제가 있었죠. 그런데 관록으로, 유머로, 청춘들을 다독이고 독려하는 a저씨 덕분에 차츰 회사다운 모습을 갖춰갑니다.조직 문화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오늘 하루하루를 함께 한다’는 동료 의식이, 이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도전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충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22.09.17 I 김현아 기자
박병석 만난 中리잔수, 한국사 연표 논란에 "발생 말았어야 할 일"
  • 박병석 만난 中리잔수, 한국사 연표 논란에 "발생 말았어야 할 일"
  •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방한 일정 중인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최근 고구려와 발해 내용을 뺀 연표로 논란이 된 중국 국가박물관 전시에 대해 “발생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단독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박 전 의장 측)17일 박 전 의장 측에 따르면, 리 위원장은 이날 신라호텔에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고 해결책을 합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가박물관은 한중 수교 30주년과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지난 7월부터 ‘동방길금(동방의 상서로운 금속)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회에는 한국 국립중앙박물관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제공한 한국사 연표에 고구려와 발해의 건국 연도가 포함돼 있었으나 중국 국가박물관의 실제 전시에서는 이 내용이 빠져 논란이 발생했다.리 위원장은 “역사 연구는 학술적 교류를 통해 협의해 갈 수 있다”라며 “이 일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박 전 의장은 “이번 문제는 한국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이외에도 박 전 의장과 리 위원장은 양국관계의 실질적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박 전 의장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외한 외교적 노력을 해준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 심각한 긴장을 유발하므로 중국이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리 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중국에도 중요하다”며 “정세 타개를 위해서는 미국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양자와 다자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정세가 격화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2.09.17 I 권오석 기자
또 사상 최고 넘은 리튬값…전기차 생산 확대 발목 잡을라
  • 또 사상 최고 넘은 리튬값…전기차 생산 확대 발목 잡을라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큰 장애물은 높은 전기차 가격이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특히 전기차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생산시설을 확충하면서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더 뛰고 있어 전기차업체들의 수익성과 리튬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시장 조사업체인 아시안메탈에 따르면 중국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배터리용 리튬 카보네이트(탄산리튬) 가격은 톤(t)당 50만500위안(7만1315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튬은 전기차부터 스마트폰까지 다수 제품에 쓰이는 배터리 셀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3배로 뛴 중국 내 리튬 가격은 좀더 싼 가격에 전기차를 생산하려는 기업이나 싸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리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테슬라부터 포드, 비야디(BYD), 리비안 등 대부분 전기차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이처럼 리튬 가격이 계속 상승한 것은, 최근 이어지는 수요 증가와 팬데믹에 따른 공급 차질이 겹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달 초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올 한 해 중국 내에서만 총 6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이라며 당초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국에서도 2분기에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대비 70% 가까이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례로, 테슬라의 ‘모델Y’ 롱레인지의 경우 당장 주문해도 내년 초까지는 제품을 받아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원소 수요 전망이런 가운데 중국 내 상황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탓에 리튬 생산이 원활치 않다는 점도 가격 상승요인이다. 중국 내 리튬 생산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스촨성의 경우 2주 간 정전사태가 벌어진 탓에 리튬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겨울철 난방 수요로 인해 전력 부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리튬 가격 급등이 단기적일 순 있겠지만, 공급 차질 문제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커니의 더그 멜 자동차 및 산업부문 총괄은 “최근 리튬 가격이 톤당 7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공급 제약에 따른 것으로 다소 일시적일 수 있다”면서도 “주요 광물원소 중에서 25번째로 부존량이 많을 정도로 리튬이 희귀한 광물은 아니지만, 채굴과 정제가 원활치 않기 때문에 2030년 이전까지는 계속 심각한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나마 최근 미국에서 자국 내 리튬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설 확충이 실제 리튬 생산으로 이어지는 데엔 수년씩 걸릴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테슬라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은 리튬 확보를 위해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고, 심지어 최근엔 테슬라가 텍사스에 리튬 정제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은 아니다. 멜 총괄은 “테슬라가 리튬 정제시설을 만들려 하는 것은 좀 더 싸게 리튬을 공급 받고자 하는 것이지만, 공급 자체를 원활하게 하고 배터리와 완성차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수직계열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2.09.17 I 이정훈 기자
`머지` 완료 후 추락한 이더리움, 남은 숙제들
  • `머지` 완료 후 추락한 이더리움, 남은 숙제들 [이정훈의 코읽남]
  • [코인 읽어주는 남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장기간 기다려온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에 충실한 차익매물 탓에 이번주 석 달 만에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17일 시장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2.59% 하락한 144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1700달러를 넘었던 가격은,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인 14~15일에 차례로 급전직하는 모습을 보였다.이에 이번주 들어서만 이더리움 가격은 16.6%나 추락하고 있고, 이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근 3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가장 본질적 부분인 거래검증 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더리움의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헤지펀드인 ARK36을 이끌고 있는 앤토 파로이안 최고경영자(CEO)는 “과장하지 않고 순수하게 기술적 관점에서만 보면 머지는 엄청나게 큰 엔지니어링 업적”이라며 “이는 마치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전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맘추지 않게 하면서 이 엔진을 교체한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에 있는 특정한 실체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수많은 개발자들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건 가상자산 영역에서의 핵심적 이상을 달성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런 성공 이후 기존 작업증명 방식을 고수하는 이더리움 채굴자들이 만든 이더리움의 포크 버전인 ETHPoW 가격은, 머지 업그레이드 직전 21달러 수준에서 9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 이더리움 가격 추이이처럼 이더리움과 ETHPoW 가격이 동반 하락한 것은, 업그레이드 이전에 몰렸던 투기적인 매수세가 사라진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예상한 매수세와 이더리움 매수로 업그레이드 이후에 ETHPoW를 에어드랍 받으려는 매수세가 몰렸고, 이더리움에 문제가 생길 경우 ETHPoW 가격이 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등이 한데 어우러졌지만, 실제 업그레이드 이후 이런 수요가 사라진 것. 그렇다 보니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로 선물시장에서도 이더리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 실제 해외 주요 거래소에서는 펀딩 레이트(funding rate)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 레이트는 업그레이드 이후 마이너스(-)2 아래까지 내려가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코인 선물 거래에선 매수(long)와 매도(short) 간 균형을 위해 거래소들이 이자를 지급하는 펀딩 개념을 도입하는데, 선물 매도자가 너무 많아 매수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펀딩 레이트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것이다. 이제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이 같은 시장 가격 왜곡이 줄어들면서 이더리움 안정화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씨티그룹은 이날 “그나마 업그레이드 이후에 이더리움에 대한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 레이트도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며 “ETHPoW 에어드랍을 받기 위한 이더리움 매수세가 사라진 만큼 헤지용 선물 매도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더리움 가격 하락이 진정된다면 펀딩 레이트도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레이트 추이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에너지 사용량을 99.95%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더리움의 경쟁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분증명을 위한 스태이킹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자산이 됐고, 발행량이 90%나 줄어 디플레이션 성격을 강화한 만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대한 기관투자가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다만 그런 과정은 상당히 긴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고, 당장 눈앞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돈줄 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이더리움에도 분명한 악재다. 존 토다로 니덤 애널리스트는 “분명 머지는 성공적으로 완로된 듯하지만, 실제 이더리움 네트워크 생태계에서의 변화는 6개월 정도는 지나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머지 이후 향상된 기술적 확장성도 수 년 정도 이후에나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K코인의 제이슨 로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불행하게도 가상자산시장은 그 자체로 거시경제적 흐름과 탈동조화(디커플링)할 수 있는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머지 업그레이드가 그런 호재일 순 있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먼 업그레이드의 첫 단계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분증명을 위한 스태이킹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이더리움의 달라진 방힉이 금융당국의 눈에는 마치 증권(Securities)의 투자 수익 보상처럼 비쳐질 수 있는 만큼 규제의 칼날이 다시 닥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로우 COO는 “이더리움이 환경적 측면에서 큰 성취를 이뤄냈지만, 이는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에겐 단지 하나의 악재만 해소된 것일뿐”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이더리움을 적극 매수하지 않고 관망하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더리움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과 다른 자산으로 인정 받아야만, 기관들은 자사의 컴플라이언스 규정이나 규제 적합성등을 판단해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2.09.17 I 이정훈 기자
`1석` 정당에 손가락질 하는 `169석` 민주당의 품격
  • `1석` 정당에 손가락질 하는 `169석` 민주당의 품격 [국회기자 24시]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로 수세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추석 직전 반격의 카드로 꺼내든 ‘김건희 특검법’이 큰 걸림돌을 만났습니다. 법안 통과를 위한 최후 수단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 꼭 필요했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협조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인데요. 조 의원의 반대가 ‘169석’이라는 거대 야당의 자존심을 건드린 걸까요. ‘1석’에 불과한 소수정당 의원의 결정에 대해 비판을 퍼부으며 압박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 부적절한 발언까지 나오며 당 안팎의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민주당의 반격 카드 `김건희 특검`, 조정훈 반대에 `급제동`민주당은 지난 8월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과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을 집중 수사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이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검찰과 경찰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자 민주당이 맞불을 놓기 위해 내놓은 카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이는 명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난관을 만났습니다. 조 의원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추석 밥상을 짜증나게 하는 특검법 추진에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조 의원은 “특검이 추진된다면 모든 민생 이슈를 잡아먹을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모습이다”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죠. 조 의원이 반대하면서 민주당의 계획은 상당 부분 어그러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현재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맡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민주당도 당연히 이를 알고 있었고,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한 국회 통과가 현실적인 목표였습니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거부를 한다 해도 일단 특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는 정치적 의미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다만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법사위 재적 위원 18명 중 5분의 3(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 민주당(10명)으로서는 법사위 비교섭 단체 인원인 조정훈 의원의 찬성표가 절실했습니다. 조 의원이 반대하면 패스트트랙이라는 카드가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정의당 등의 협조를 얻어 180석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지만, 여러 정치적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100% 확신할 수 없기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와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민주당 의원들, 조정훈 전방위 압박…“어떻게 의원 됐나”당혹스런 상황이 된 민주당에서는 조 의원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박범계 의원의 경우 더불어시민당(민주당 비례 위성정당) 출신인 조 의원의 이력을 두고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를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며 압박했습니다. 민주당 덕에 국회의원이 됐으면서 왜 민주당의 뜻에 반기를 드냐는 우회적인 비판이었죠. 아울러 장경태 최고위원은 “그 역사적 책임은 아마 본인이 혼자 지시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습니다.여기서 더 문제가 된 건 민주당 의원들의 이 같은 발언의 후폭풍이었습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불을 지핀 것이죠. 의원들의 발언 후 이들 지지자들은 조 의원을 향해 문자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매일 800통에 가까운 항의 문자가 보내지고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조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이지매(イジメ·특정 인물을 따돌리거나 놀리는 행위) 당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역사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민주당 의원들의 판단에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조응천 의원도 “국회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옛날에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타고 들어오지 않았나. 그렇게 들어왔으면서 지금은 다른 얘기를 하느냐고 말하는 것은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국회 소수정당을 비롯한 비교섭단체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다소 의아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당시에도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안건조정위에서 불리한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에서 탈당해 이를 대체하는 이른바 ‘꼼수 탈당’이라는 전략을 쓴 바 있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300명 각각은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막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곧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22.09.17 I 박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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