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경북 지역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면서 불길은 일주일 가까이 잦아들지 않아 많은 사람의 애를 태웠는데요.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도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피해가 없게끔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25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변 산들이 불타고 있다.(사진=경북도)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산불로 경북 25명, 경남 4명 등 2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번 산불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의성, 안동, 영덕, 영양, 청송, 산청, 하동, 무주, 옥천 등에서 불이 일었는데요.진화 과정에서 산불진화대원과 산불 진화에 투입된 헬기 조종사 등이 사망하면서 특히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습니다.시설 피해도 막대했습니다. 산불로 불에 탄 시설은 경북 지역이 4646곳, 경남 74곳, 울산 15곳, 전남 2곳으로 파악됐습니다.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도 상당수 피해를 입었는데요. 경북 영덕에서 주택 1172곳, 경북 안동에서 주택 750곳, 경북 청송에서 주택 625곳, 경북 의성에서 주택 303곳, 경북 영양에서 주택 106곳이 화를 당했습니다.이외 지역은 조사 중인 걸로 피해 규모는 늘어날 전망입니다.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재민도 1189세대 4911명으로 파악됩니다. 국가유산도 화마에 당하며 국민의 안타까움이 컸습니다.국가유산 피해는 국가가 지정한 11건, 시·도가 지정한 19건을 포함해 총 30건으로 조사됐습니다.중대형 산불이 발생한 11곳 중 산청·하동은 아직 진화 중이고 진화율은 96%(전날 오후 8시 기준)으로 파악됩니다. 나머지 지역은 진화가 완료됐습니다.일주일째 이어진 이번 경북 일대 산불의 영향구역은 이날 오전까지 4만5157㏊로 파악됩니다. 이는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입니다.이번 산불로 진화인력 고령화·부족 문제, 기술과 장비 고도화 필요성 등이 떠올랐습니다.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공중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등 산불진화인력은 총 1만143명으로 파악되는데요. 지자체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산불진화인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단기 계약직인데다 6~7개월 만 운영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지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이들 대부분은 60세 이상의 고령층입니다. 반면 경찰·소방관에 준하는 체력 검정을 거쳐 공무직으로 채용되는 산림청 산불특수진화대는 현재 366명 수준으로, 소방청 산하 119산불특수대응단도 경북특수대응단과 환동해특수대응단(강원) 두 곳이 있지만 총 117명뿐입니다.산불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산에 간 등산객 등이 담배를 피우거나 주민이 물건을 태우는 과정에서 실화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한편 실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됐습니다. 현행 산림보호법상 과실로 타인의 산림을 태운 자나 자기 산림에 불을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요. 경북 의성군에서 성묘하다가 산불을 낸 혐의를 받는 50대 A씨는 31일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경북 의성군 특별사법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 기초 사실관계 조사를 마쳤습니다. A씨는 인명·문화재 피해를 일으켰기 때문에 형법과 문화재보호법도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는데요. 다시는 이런 산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행정안전부와 산림청은 주의를 당부하는 안전 안내 문자를 연일 발송하고 있는데요.산림청은 “작은 실수가 큰 산불을 냅니다. 실수로 산불을 내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으니 산림 주변에선 불씨 취급에 주의를 바랍니다”라고 알렸습니다.
늘어지는 탄핵 선고에 집회 격화…달걀 맞고 발에 차인 국회의원
손의연 기자2025.03.22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길어지면서 헌법재판소 앞 집회 현장이 달궈졌습니다. 경찰은 20일 헌재 앞 천막 농성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나서기도 했는데요. 다음 주에도 격렬한 집회가 예상됩니다.백혜련 의원 (사진=연합뉴스)20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빠른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가 던진 날계란을 맞았습니다. 백 의원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계란과 바나나 등에 맞는 피해를 입었는데요. 백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반드시 범인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종로경찰서 형사과장을 중심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수사전담팀을 구성했으며 영상자료 분석과 투척자 추적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했습니다.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계란, 생수병 등 범행에 사용한 물품 구매자 등을 확인 중입니다. 유류품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했고 인근 CCTV를 통해서도 피의자를 추적 중입니다.같은날 오후 이재정 의원을 상대로도 폭행 사건이 발생했는데요.이 의원은 전날 오후 6시10분께 헌재 앞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허벅지를 가격당했습니다.경찰은 신고를 접수해 내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야당 의원이 헌재 앞에서 폭행을 당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습니다.전날 윤건영· 박정현· 이상식· 모경종· 김성회· 양부남· 이광희· 채현일 등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차장)과 면담했습니다.이들은 이날 오전 백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다 날계란 등을 맞은 사건에 대해 경찰의 경비 태세가 미흡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는데요.민주당 의원들은 △헌재 앞 차벽 설치 △극우 유튜버의 헌재 앞 통행 통제 △헌재 정문 옆 불법 천막 철거 조치 등을 경찰에 요구했습니다.경찰은 헌재 앞 집회가 과격 양상을 띠자 농성을 하고 있는 이들을 안국역 인근으로 이격 조치했습니다. 1인 시위를 빙자해 농성을 벌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강제해산에 나섰는데요. 일부 시위대가 흥분한 모습으로 경찰에 달려들어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다음 주 나올 것이 유력한 가운데 헌재 앞은 연일 소란스러울 것으로 예상, 경찰은 경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朴 파면 땐 4명 숨졌다…탄핵 선고날 앞둔 경찰, 긴장감 최고조
박기주 기자2025.03.15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건데요. 결과에 따라 특정 세력이 강하게 반발,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날에도 사상자가 나온 만큼 이를 대비하는 경찰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담장에 철조망이 설치돼있다. (사진= 연합뉴스)경찰청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해당 날짜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경찰은 전국 경찰관서에 ‘갑호비상’을 발령, 경찰력을 100% 동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아무래도 가장 주목받는 장소는 헌법재판소인데요. 경찰은 전국 337개 기동대 2만여명을 투입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투입해 질서유지장비를 만들고, 안전을 확보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헌재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드론 비행을 막았고, 전파차단기 등을 통해 불법 드론은 바로 차단할 계획입니다. 선고를 전후해 폭력시위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기동대는 신체보호복을 착용하고, 캡사이신이나 장봉 등 진압할 수 있는 장비를 최대한 이용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만약 시설 파괴나 방화, 경찰관 폭행 등을 저지르는 이들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바로 체포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서울 종로·중구 일대를 8개 구역으로 나눠 30여명의 총경급 지휘자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는 G20과 같이 대대적인 국제 행사 때나 활용하는 방식인데요. 이번 선고일을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방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경찰관서에 보관 중인 민간소유 총기 8만 6811정의 출고도 금지됩니다. 경찰은 이번 대처를 위해 지난 2017년 박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벌어진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했습니다. 당시 방송과 채증 영상 등을 통해 폭력 시위 양상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를 보고 대처 방안을 세운 것이죠.당시 상황을 보면 박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격분한 이들이 극단적인 폭력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경찰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경찰 버스를 탈취하거나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세워 둔 차벽을 흔들기도 했고, 방화를 시도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경찰 차량 위에 설치된 스피커가 떨어져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고, 참가자 사이에 짓눌린 3명이 더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모두 고려해 인명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경찰의 의지입니다. 또한 서부지법 폭동의 사례처럼 헌법기관이 폭도들에게 점거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아직 선고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그게 법치주의 아닐까요.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여주인공 ‘애순’은 친어머니를 잃고 “대학을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이복 동생들을 키웁니다. “조금만 더 도와주면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학업과 보모 일을 병행하다 결국 남자친구 ‘관식’과 함께 부산으로 도피하게 되죠. 하지만 거기서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들의 등골을 후려치는 사기꾼을 만나 가진 재물 전부를 잃게 됩니다.박수영(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손영광(왼쪽 네 번째) 연금개혁청년행동 대표 등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 법안 통과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2030의 지지를 간판처럼 내세운 국민의힘은 청년층의 반발에도 소득대체율을 43%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13%로 올리는 모수개혁안에 지난 20일 합의했습니다. 이에 같은 당 소속 의원들도 반발하며, 국민의힘 연금개혁 특위 위원들은 총사퇴를 감행했습니다.반면, 실제 여론조사 수치상 2030 지지가 국민의힘보다 높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관련 논의가 전무합니다. 이들은 청년층이 반대하고 있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거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자, 사실상 입법권에서 우세한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 청년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습니다.실제 연금개혁과 관련해 여당 측과 지속해서 소통을 이어가던 청년 대표 ‘연금개혁 청년행동’도 이 때문에 애순씨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이들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청년을 배신했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의 총사퇴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모수개혁안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했습니다. 청년행동과 같이 회견에 나선 대학생들도 “미래 세대가 빚더미아 앉을 것”, “청년 착취 멈춰라”는 등 비판에 가세했죠. 국민의힘은 연금개혁 관련 청년간담회에서 이들을 초청한 적이 있습니다. 간담회에서 청년행동 측은 소득대체율 상승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여당과 연금개혁을 논의할 만큼 보수 진영에 우호적인 단체조차 이번 모수개혁안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할 정도로 반발은 거셌습니다.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반발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업체 여론조사공정(주)이 연금개혁 청년행동의 의뢰로 지난 2월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8.8%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높여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19.4%)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었죠.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는 모수개혁안이 통과한 만큼 자동조정장치는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야당과 합의를 위해 일보 양보는 했으나, 여전히 재정적 부담은 크다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청년층이 모두 떠안게 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여야가 합의한 모수개혁안은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더 내고 더 받는’ 새로운 국민연금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18년 만에 합의한 모수개혁안에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어렵습니다.구조개혁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입니다. 이미 모수개혁안이 통과돼 대외적으로 연금개혁을 이룬 상황이고, 여야가 일부 이견을 보이던 크레딧 제도도 합의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주고받으며 협상할 수 있는 카드 자체가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옵니다.구조개혁 없는 모수개혁이 유지된다면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은 여전히 천정부지로 늘어납니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한 국민의힘은 “소수당이라 힘이 없다”고 합니다. 청년 세대의 지지가 높은 민주당은 관련 논의조차 없습니다. 정치권에 반겨줄 아랫목 하나 없는 청년들은 어디에 기대야 할까요?
‘尹 석방’ 속 野 총공세…이재명 득일까, 실일까
황병서 기자2025.03.15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일주일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장외 공세가 두드러졌습니다. 법원이 지난 17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데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장외 여론전에서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 세력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셈입니다.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왼쪽부터), 박홍배, 김문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조기파면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민주당 박수현·민형배·김준혁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 천막을 치고 윤 대통령의 조기 파면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을 석방한 검찰총장을 즉각 사퇴하고, 윤석열 탄핵을 방해하는 국민의힘도 즉각 해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선고가 나올 때까지 천막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같은날 민주당 박홍배·김문수·전진숙 의원도 국회 본관 앞에서 삭발했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삭발식에 참석했습니다. 박 의원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이 내란 수괴를 풀어줬다”고 했습니다. 전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의 불안함을 막아준다면 제 몸이라도 던져서 헌법재판관에게 얼마나 절절하게 국민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며 “제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지어 재판관에게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당 재선, 3선 의원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를 향해 “즉각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재선 의원들은 “국민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복귀는 대한민국을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헌정질서를 파괴한 윤 대통령을 즉각 파면하고, 국민이 다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3선 의원들도 “헌재는 국가 혼란·국민 분열 극복을 위해 탄핵 선고 기일을 조속히 지정하고,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것”이라며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향후 윤 대통령의 파면과 관련한 백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을 ‘헌정 수호의 날’로 지정하고 국회에서 출발해 광화문에 마련한 천막 농성장까지 8.7㎞ 구간을 걸어서 이동하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이날까지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도보 행진 출정식에 “우리의 행진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며, 헌법을 짓밟는 불의한 권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면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독재를 종식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원들은 오후 7시 광화문 부근에서 시민단체들과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 행동’ 집회에 나서며, 오후 9시에 광화문 앞 잔디밭에서 의원총회와 릴레이 규탄 발언도 이어갔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4일 광화문 인근에서 최고위원회의도 진행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암살 제보 등 신변 위협을 이유로 불참했으나 최고위원들과 당직자 20여 명이 참석해 1시간 동안 공개와 비공개회의를 열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윤석열은 파면을 피할 수 없다”면서 “허위 선동과 억지 주장 말고 겸허하게 파면 결정을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 이재명 대표에게는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이 대표가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비명계와 검찰 간의 야합 의혹을 제기했는데, 비명계의 반발이 주춤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대표와 각을 세우기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불문율이 사라진 국회
김유성 기자2025.03.08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미국 야구팬들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빠던’(빠따 던지기, 배트플립)에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금기시되는데 한국 선수들은 화려하게 배트를 던지고 1루로 뛰어 나갔다. MLB에서 빠던을 했다가는 머리로 야구공이 날아오는 ‘헤드샷’을 각오해야 한다. 투수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받아들여서다. 비단 ‘빠던’ 뿐이겠는가. ‘노히트노런을 하는 투수에게는 번트를 대지 않는다’, ‘큰 격차로 앞선 팀은 도루를 하지 않는다’ 등의 불문율이 있다. 한국 프로야구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만의 불문율을 갖고 있다. 이런 불문율이 무시되면 곧장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선수 본인들을 추하지 않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게 일깨워주는 역할이다. 너무 많으면 경기 재미를 떨어뜨리지만 적당한 불문율은 원활한 경기 운영에 도움을 준다. 축구 등 다른 종목에도 각자의 문화에 맞게 불문율이 있는 이유다. 2024년 11월 18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6회말 2사 1루에서 김도영이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승패가 존재하는 정치권에도 불문율은 존재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장 큰 목적은 국가의 분열을 막기 위한 데 있다. 예컨대 미국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선거 후 패자의 승복’이 불문율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있겠지만 남북전쟁으로 나라가 갈릴 뻔한 경험을 가진 미국 정치권에서는 금과옥조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같은 인물이 대선에 패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불문율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만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관행으로 유지되던 것들이 줄줄이 깨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불문율이 깨지는 것을 넘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있다. 가장 큰 예시 사례는 최종 심판자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부정이다. 헌법재판소의 권위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 존중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헌법재판관 개인에 대한 비판이나 모욕 정도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돌자 “헌법재판소를 때려 부수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말을 한 인물이 집권 여당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보수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불문율의 범위’를 넘은 게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작금의 상황은 지금까지 쌓여 왔던 ‘비정상적인 상황’이 켜켜이 누적되어 초래된 것일 수도 있다. 과거부터 지켜왔던 불문율, 마땅히 지켜야 할 관행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무시한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무기화했고 여소야대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수를 썼다.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이 알면서도 쓰지 않았던 최후의 수단이었다. 결국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그 와중에 진영 갈등은 심해졌다. 정치권이 나서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그들에게 과연 ‘선(線)’이란 게 존재할까 의심이 될 정도다. 불문율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한국 정치인들. 그들에게 바닥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