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근감소증 있는 노인, 중증 발기부전 위험 2배 높아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적으로 노인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남성 노인의 근력이 떨어지면 중증 발기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 장일영 교수와 소화기내과 박형철 전임의가 강원도 평창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남성 노인 5백여 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과 발기부전 여부를 분석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집단에서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중증 발기부전 유병률이 약 1.89배 높았다고 13일 밝혔다.근감소증이란 노화에 따른 만성질환, 영양부족, 운동량 감소 등으로 근육량과 근력, 근기능이 일정 기준보다 떨어지는 질환이다. 최근 근감소증이 노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노인 남성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성기능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2016년 1월부터 2년간 강원도 평창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남성 519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과 중증 발기부전 여부를 조사한 후 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근감소증은 의료진이 환자의 근육량과 악력, 보행속도를 종합적으로 측정해 진단했으며, 중증 발기부전은 공인된 자기 기입식 설문지인 국제발기능측정설문지(IIEF)를 통해 측정했다. 519명 중에서 중증 발기부전 환자는 약 52.4%(272명)이었으며, 전체의 31.6%(164명)는 근감소증을 가지고 있었다.근감소증이 없는 노인 남성 중 약 43%만이 중증 발기부전을 가지고 있는 반면 근감소증 환자들 중에서 중증 발기부전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약 73%인 것으로 나타나, 중증 발기부전 유병률이 약 1.89배 높았다.특히 중증 발기부전이 없었던 남성 노인 197명 중 근육량과 보행속도가 정상 기준보다 떨어져있는 경우, 1년 후 중증 발기부전 발생률이 각각 약 2.5배, 약 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속도는 우리 몸의 근력이 잘 기능하는지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나이,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 우울증, 다약제 복용 여부 등 발기부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제외했는데도 근감소증 환자에게 중증 발기부전이 나타날 위험이 높았다”고 말했다.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노년층에서 근감소증, 특히 그 중에서 근력보다는 근육량과 보행속도가 떨어지면 중증 발기부전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건강한 성은 노년층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내 자전거 타기, 가벼운 체조나 수영 등 근력을 균형 있게 발달시킬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식단으로 단백질 영양섭취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이 연구 결과는 대한내과학회 영문 학술지(KJIM, 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가 노인 남성 근감소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반역인가 반전인가…명화로 진격한 '아이돌'
- 작가 마리킴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연 개인전 ‘마스터피스’에 내건 ‘생명의 나무’(2019) 앞에 섰다. 오스트리아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동명원작(1909)에 등장하는 여인의 자리에 자신의 캐릭터 ‘아이돌’을 접목한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달팽이처럼 돌돌 말린 문양이 여기저기서 번쩍한다. 나선을 따라 박아넣은 금박이 조명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다. 한눈에 봐도 알 만한 그림. 독창적인 패턴과 강렬할 색채, 찬란한 황금빛을 뒤집어쓴 관능적인 여인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생명의 나무’(1909)가 분명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거대한 나무에, 금박에, 여인은 그대로인데 ‘관능’이 빠진 거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나 볼 법하다는 자태를 뽐내는 여인 대신 커다란 눈의 앳된 소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서 있으니. #2. 아미타불 본존이 결가부좌한 채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그 아래 좌우로는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 두 협시보살이 본존을 보필하듯 서 있고. 뒷머리 쪽엔 광배가 둥글게 아우라처럼 뻗쳐 있는 모양이, 그림 한 폭에 삼존을 그린 전형적인 고려불화 ‘아미타삼존도’(14세기)가 맞다. 그런데 일본 도쿄 네즈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그림은 색까지 바래 얼굴조차 희미한 지경이라는데. 여기 이 그림은 역시 뭔가 이상하다. 예의 그 커다란 눈을 가진 세 여인이 한껏 치장을 하고 삼존을 흉내내듯 들어가 있으니까. 마리킴의 ‘아미타삼존도’(2019·왼쪽)와 ‘수월관음도’(2019). 14세기에 그려진 고려불화 ‘아미타삼존도’의 삼존과 ‘수월관음도’의 관음보살 대신 커다란 눈의 ‘아이돌’을 들였다(사진=가나아트갤러리).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 벽마다 큼직한 액자 속 낯익은 그림들이 걸렸다. 지구촌 유수의 미술관에 있어야 할 굵직굵직한 간판작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고 할까. 마치 세계명화전의 축소판이라고 해야 할 전경. 그런데 어디까지나 멀찍이 떨어져 봤을 때의 얘기다.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는데. 그림마다 박혀 있는 바로 그 과장된 큰 눈과 마주치는 그 일이다. △“유능하면 모방하고 위대하면 훔친다” 작가 마리킴(43)이 국내서 4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이름 하여 ‘마스터피스’ 전. 타이틀 그대로 전시는 명화로 시작해 명화로 끝난다. 다만 늘 봐오던 그것들과는 다른 모양인데. 작가의 독특한 캐릭터 ‘아이돌’(Eyedoll)을 명작 속 주인공(주로 여성) 자리에 과감하게 등장시킨 거다. 하나같이 ‘마리킴 아이돌’로 변신한, 그렇게 아이돌이 진격한 명화를 재구성한 작품은 26점. 회화 25점과 조각 1점을 걸고 세운 작가는 이 모두를 “원작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한다. 마리킴의 ‘오송빌르 백작부인의 초상화’(2019). 프랑스작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가 그린 동명원작(1854) 속 여인이 ‘마리킴 아이돌’로 변신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원작을 변형했지만 작품명은 원작 그대로 삼았다. 시작은 ‘웨스턴 모텔’(1957/2019). 미국작가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그림이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프랑스작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오송빌르 백작부인의 초상화’(1854/2019)가 보이고, 에두아르 마네의 ‘철도에서’(1873/2019),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뿌리개를 든 소녀’(1876/2018)도 눈에 띈다.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고야가 옷을 벗기기도, 옷을 입히기도 했던 여인 마하를 그린 ‘옷을 벗은 마하’(1797∼1800/2019), ‘옷을 입은 마하’(1803/2019)는 세트로 걸려 있고, 디에고 벨리스케스의 그 유명한 ‘푸른 드레스를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1659/2019)는 더 어려졌다. 이뿐인가. 이탈리아의 중세 걸작품도 나왔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흰 담비를 안은 여인’(1400s/2019), 산드로 보티첼리의 ‘이상적 여인의 초상’(1400s/2019) 등등. 물론 여기가 끝이 아니다. 시공을 고려 후기로 옮겨놨으니. ‘수월관음도’ ‘아미타삼존도’ ‘관음·지장보살병립도’ 등이 불화시리즈(2019)로 나섰다고 할까. ‘수월관음도’에서 좌상으로 빼낸 조각작품(2019)까지 말이다. 마리킴의 ‘옷을 벗은 마하’(2019·위)와 ‘옷을 입은 마하’(2019).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고야의 동명연작(1797∼1800 & 1803) 속 여인들도 작가의 ‘오마주’ 대상이 됐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의 ‘아이돌’은 이미 유명하다. 2007년 한국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팝아트의 줄기로 이름을 알렸다. 그 ‘만화 같은 그림’은 2011년 아이돌그룹 2NE1 앨범표지에 등장하면서 ‘아이돌과 손잡은 아이돌’로 한 차례 더 부상했다. 그런 작가가 처음부터 ‘아이돌’을 작정하고 탄생시킨 건 아니란다.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배운 적이 없다”는 작가는 “만화를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큰 캐릭터가 스타일이 됐다”고 말한다. 실제 작가는 미대에서 미술이 아닌, 공대에서 멀티미디어를 공부했단다. 컴퓨터로 애니메이션 그리는 일이 훨씬 익숙했다는 소리다. ‘공학도 출신’답게 그간 작품은 주로 ‘프린트’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 그랬던 것이 이번 ‘명화시리즈’에선 다른 시도를 선뵀는데. 이른바 ‘물감 덧입히기’.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대형 캔버스로 출력한 뒤 그 위에 다시 붓질을 한 거다. 원작의 질감을 내려했단다. 화면의 절반 이상이던 얼굴 작업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얼굴을 바꿨지만, 얼굴만 바꿀 순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돌을 들이기 위해선 원작인물이 가진 몸의 균형·규모까지 손을 봐야 했다는 거다. 그럼에도 “비율보단 기법의 다양성에 집중하려 했다”고 한다. 마리킴의 ‘관음·지정보살병립도’(2019). 전신에 하얀색 옷을 입은 관음보살상(오른쪽)이 등장하는 고려불화로 2008년 뒤늦게 발견돼 화제를 모은 ‘관음·지정보살병립도’(연도미상)를 원작으로 삼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오마주인가 훼손인가…보는 이가 가려야 그렇다면 왜 굳이 명화에 접목했을까. 미술작품은 단 하나만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 어깃장을 놓고 싶었나 보다. “사진복제시대를 지나면서 ‘원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지 않은가. 명화에도 기술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전유물처럼 꺼내보고 소유하던 명화를 대중화하고자 했다는 거다. 고려불화는 한국적인 상황의 ‘대중화’인 셈. 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그 ‘걸작들’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노출한 셈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작품은 극과 극의 평가에 놓일 만도 하다. ‘원작 오마주’인지 ‘원작 훼손인지’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작가의 반응도 조심스럽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피카소가 말하지 않았나. 하지만 난 그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명화의 색다른 방식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 한 근거로 작가는 ‘흰 담비를 안은 여인’(2019) 속의 다빈치 사인을 가리킨다. 원작을 훼손하거나 훔치려 했다면 굳이 그 사인까지 옮겨놨겠느냐는 거다. 작가 마리킴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연 개인전 ‘마스터피스’에 건 ‘흰 담비를 안은 여인’(2019) 옆에 섰다. 이탈리아 중세 걸작품이라 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세기에 그린 동명원작에 자신의 캐릭터 ‘아이돌’을 접목한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말을 인용해 작가는 이렇게 주장한다. “현대미술에서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아이디어를 내는 거니까.” 그 말대로 작품은 불멸의 예술성에 최신의 기술을 과감하게 얹은 상상력의 승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한다”(톨스토이)며 작가가 신봉해온 ‘미론’에선 호불호가 생길 만하다. 다른 손을 타야 아름다워지는 예술이란 점에서 반기가 들릴 여지가 충분하니까. 결국 반역인지 반전인지는 보는 이들이 가려내야 할 터. 어쨌든 미술계에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던져놨다고 할까. 전시는 31일까지.
- [강경록의 ‘콕’] 미로같은 골목, 개성 가득한 상점 속으로
- 골목길과 시장의 만남, 미로예술시장[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길 잃는 것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야. 우리는 지금 세상을 탐험하는 중이야.” 카트린 파시히와 알렉스 숄츠는 《여행의 기술》에서 길 잃기를 독려하며 “길을 잃어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무 길이나 일단 가보기, 다른 데 정신 팔고 가기, 의도적으로 다른 길 들어서기 등 책에서 본 독특한 여행의 기술을 실행에 옮길 장소를 물색한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과 개성 있는 상점이 늘어선 시장의 합, 원주 미로예술시장으로 낙점!미로 같은 골목길이라 시장 구경이 더 재미나다.◇입구부터 길 잃기 쉬운 ‘미로예술시장’친절한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에 장착된 요즘은 길 잃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원주중앙시장 2층에 있는 미로예술시장은 입구부터 찾아 헤맬지 모른다. 원주중앙시장은 1970년 건립한 2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재건축 없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1층과 2층은 안팎의 여러 계단을 통해 이어진다. 지정된 출입구가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 시장 1층에서 눈에 보이는 아무 계단이나 올라가면 된다.원주중앙시장 1층과 2층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1층은 주단 가게와 옷 가게, 음식점 등이 모인 전통시장이고, 2층은 카페와 공방, 문화 공간이 어우러져 뉴트로 분위기가 풍긴다. 원주중앙시장은 자유시장, 중원전통시장 등 여러 시장과 이어지고 번화가인 중앙로문화의거리와 맞닿아, 전성기만 못한 시절에도 손님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1층에 국한됐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져 방치된 2층은 2010년대 들어 ‘예술로 연주하는 중앙시장’ 레지던스 사업이 진행되고, 문화 관광형 시장과 청년몰 사업에 선정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로예술시장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때부터다.미로예술시장과 어울리는 업사이클링 카메라 자판기시장은 이름처럼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어지고, 오래된 가게와 최근 들어선 가게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시장 구경에 빠져 이리저리 무작정 걷다 보면 막다른 길에 이르기도 하고, 왔던 길을 다시 지나기도 한다. 이곳에서 효율적인 동선 따위는 필요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보는 게 미로예술시장을 여행하는 방법이다.골목은 광장이나 큰길로 이어지게 마련.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골목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중앙광장에 이른다. 시장은 중앙광장에서 4개 동으로 뻗어간다. 각 동은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가동은 오래된 양복점이나 금은방이 눈에 띄고, 다동은 체험 공간이 다양하다. 라동은 SBS-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음식점이 모여 있다. 나동은 2019년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대부분 영업을 못 하는 상태다.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며 소소한 재미를 찾아보자.◇시장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 찾기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숨은 재미를 찾아보자. 미로예술시장의 마스코트인 고양이와 생쥐 그림이나 조형물도 그중 하나다. 각 동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반기는 마스코트와 만난다. 실제로 고양이가 많이 다니던 곳이라 고양이를 마스코트로 삼았다. 이를 증명하듯 지금도 간혹 길고양이가 눈에 띈다. 군데군데 상인들이 고양이를 위해 마련한 먹이와 화장실도 있다.우연히 들어선 길목에서 독특한 자동판매기를 발견한다. 음료나 과자가 아니라 일회용 카메라와 필름을 파는 자판기다. 이 자판기가 시장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필름 카메라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과 업사이클링이라는 포인트 때문이다. 일회용 카메라지만 세심한 작업을 통해 여러 번 다시 사용한다. 자판기 속 카메라는 디자인과 종류가 다양하고 흑백 카메라도 있다.자판기에서 카메라 하나를 뽑는다. 필름 감는 레버를 드르륵드르륵 돌려본다.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다. 1970년 건립해 세월의 흔적을 담뿍 머금은 시장은 필름 카메라에 담기 딱 좋은 피사체다. 필름을 다 채운 카메라는 자판기 옆 카페 ‘동경수선’에 맡긴다. 자판기를 운영하는 이곳에 카메라와 케이스를 반납하면 다 쓴 필름으로 만든 상품을 선물로 준다. 필름은 현상과 인화는 물론, 스캔해서 온라인상으로도 볼 수 있다.산수화 같은 풍경 속을 달리는 원주레일파크◇미로처럼 숨은 원주의 보물을 찾다원주에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한 명소가 또 있다. 중앙선 폐선 구간에 들어선 원주레일파크다. 간현역과 판대역 사이 7.8km를 오가는 코스로,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으로 갔다가 레일바이크를 타고 돌아온다. 레일바이크 이용 구간은 대부분 내리막이라 힘들지 않다. 섬강, 소금산 등이 어우러져 산수화 같은 풍경과 테마별로 꾸민 터널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원주소금산출렁다리도 한눈에 잡힌다.원주를 대표하는 치악산은 주봉인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향로봉, 남대봉, 매화산 등 높이 1000m가 넘는 여러 고봉이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치악산 자락을 따라 걷는 치악산둘레길은 현재 1코스 꽃밭머리길(11.2km), 2코스 구룡길(7km), 3코스 수레너미길(14.9km)이 개통했다. 1코스에서 국형사, 관음사 등 고찰과 비경을 만난다. 2코스에는 이 일대 주민이 장터나 학교를 오가던 옛길이 있다. 3코스에는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길이 포함된다. 코스마다 스탬프북 보관함과 스탬프인증대를 설치했다.원주8경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구룡사도 치악산에 들어앉았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당시 아홉 마리 용의 전설과 연관 있다 하여 구룡사(九龍寺)라 했으나, 조선 시대에 절 입구 거북바위의 기운을 담는 뜻에서 구룡사(龜龍寺)라고 이름을 바꿨다. 치악산 품에 안겨 풍치가 좋고, 주변으로 황장목숲길과 구룡소, 세렴폭포 등 볼거리가 있다.치악산 품에 안긴 구룡사◇여행메모△여행코스= 치악산둘레길→구룡사→미로예술시장→숙박→간현관광지→원주레일파크→뮤지엄 SAN△가는길= 중앙고속도로→남원주 IC→원주 방면 오른쪽→단계지하차도에서 횡성·원주 IC 방면 지하차도 진입→단계택지사거리에서 평창 방면 우회전→지하상가사거리에서 남부시장·KBS·강원감영 방면 우회전→중앙시장길 방면 좌회전→미로예술시장△잠잘곳=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로 시청로의 ‘호텔K’가 있다. 지정면에는 오크밸리리조트가, 문막읍에는 베니키아호텔 문막이 있다.◇먹을곳= 미로예술시장 내 어머니손칼국수에서는 손칼국수, 동경수선에서는 밀크티, 자매제과에서는 다쿠아즈, 자유시장의 신혼부부에서는 떡뽁이와 돈가스가 유명하다.◇주변 볼거리= 강원감영, 원주소금산출렁다리, 원주한지테마파크, 박경리문학공원 등
- 무심히 '얼굴' 된 흙색덩어리…수억으로도 못 품는 '김종영'
- 김종영의 ‘작품 80-5’(1980). 작가의 ‘세 번째 자각상’이라 불린다. ‘깎지 않은’ 불각의 추상, 그 정점에 이르렀다 할 대표적 ‘인체조각’이다. 나무작품인 원작 대신 브론즈조각이 전시장에 나왔다. 오른쪽은 ‘작품 80-5’의 모티브가 됐을 ‘자화상’(1975경). 먹 찍은 붓선 한 줄로 휘두른 얼굴에 눈·코·입을 간신히 들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세로결이 무심하게 그인 흙색의 밋밋한 덩어리는 그대로 ‘얼굴’이 됐다. 정갈하게 다듬고 고른 형태와는 거리가 멀다. 한쪽은 잘려나간 선으로 뚝 떨어졌고, 다른 한쪽에는 각진 모서리가 하나 더 생겼으니. 좌우대칭의 조화조차 못 이룬 그 얼굴의 무게를 받친 건 두툼한 또 다른 덩어리. 이것을 어찌 얼굴이라 하겠느냐 해도 어쩔 수 없다. 눈과 입조차도 과욕이라 여겼나 보니. 간신히 기다란 토막 한 줄 가운데 박아 코라도 만든 게 어딘가 싶어 감지덕지할 뿐. 무념무심한 얼굴만큼이나 담담한 작품명을 본다면 이해가 될 듯도 할 거다. 그저 ‘작품 80-5’. 1980년에 빚은 여섯 번째 작품이란 뜻이다. 그런데 ‘얼굴’은 혼자가 아니었다. 조각상 옆에 나란히 걸린 그림 한 점이 ‘덩어리’의 무게를 덜어내고 있다. 일필휘지라 해도 섭섭하지 않을, 먹 찍은 붓선 한 줄로 휘두른 날렵한 생김새에 눈·코·입 간신히 들인 모양. 줄기도 뿌리도 다 잃고 홀로 떨어져 나온 나뭇잎을 닮은 또 하나의 얼굴. 마치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는 듯 고개를 기울인 비대칭. 맞다. 바로 옆에 세운 그 얼굴이 보이지 않나. 세로 30㎝ 남짓한 이 얼굴에는 ‘자화상’(1975경)이란 작품명이 붙었다. 그렇다면? 절제가 지나쳐 무심하기까지 한 저 옆 덩어리는 ‘자각상’인 거다. 김종영의 ‘여인입상’(1965)을 앞쪽과 뒤쪽에서 봤다. 1m 남짓한 호리호리한 여인상의 원작은 나무다. 전시장에는 브론즈조각이 대신 나왔다. 이 시기 인체조각은 이후 차츰 간결해지며 추상조각의 정수에 다다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우성 김종영(1915∼1982). 세상은 그를 ‘한국추상조각의 선구자’라 부른다. 뛰어난 서예가기도 했던 그이는 마치 획처럼 그어낸 조각을 했다. 선과 맞먹는 입체라니. 아니 붓길 만큼이나 정과 망치가 가는 자리를 아꼈다는 건데.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던가. 종국에는 ‘깎지 않는 조각’을 평생 도달해야 할 경지로 삼고야 말았다. 재료를 새기거나 깎아 입체적인 형상을 만드는 일. 그이는 그 ‘조각’의 근본을 뒤흔들어 버린 거다. 그런데 그것이 말이다. 반역이 아니라 반전이었다. ‘안 한’ 것이 아니라 ‘더 한’ 것이었으니까. 수없는 구상으로 최소한의 실체만 뽑아내는, 말 그대로 ‘불각(不刻)의 미’란 정수에 올라선 거다. 김종영의 ‘작품 68-1’(1968)과 ‘드로잉’(1968 이후). 색연필로 쓱쓱 그은, 문자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한 ‘드로잉’(1968 이후)은 그 형태 그대로 브론즈조각 ‘작품 68-1’(1968)로 태어났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다만 그 명성에, 그 명작에 가려 놓쳐온 것이 있다. 수려한 ‘추상조각’의 면면이 그이가 줄기차게 추구해왔던 작업 한 줄기를 숨긴 셈인데. 바로 ‘인체조각’이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이 특별전을 꾸리고 바로 그 지점을 들여다본다. ‘한국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의 인체조각’ 전이다. △‘불각의 미’에 이르게 한 바탕 ‘인체’ 전시는 김종영에 묻혀 미처 보지 못했던 김종영을 꺼내놓는 자리다. 그이의 수많은 작품이 추상조각으로 향하는 길을 ‘인체’로 들여다본 거니까. 이유는 명쾌하다. 그 인체가 작품세계에 철두철미한 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이 과정을 두고 “가장 표준적인 조각의 길을 선생 역시 걸었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추상조각이 아니란 소리다. 이어 박 실장은 “공통의 조형원리를 찾으려 한 게 아닌가 싶다”며 “종내 시공을 초월한 공감을 얻으려 했던 것”이라고 읽어냈다. 생전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조각가 김종영(1915∼1982)(사진=김종영미술관).인체조각이라고 혹여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처럼 잘빠진 구상조각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김종영 식’이니까. 돌에서 나무에서 철에서 빼낸 사람, 아니 이미 들어있었을 그들을 건져냈다고 할까. 하나같이 ‘나무는 나무답게’ ‘돌은 돌답게’ ‘철은 철답게’다. 야속하도록 군더더기를 빼고, 인색하도록 표현을 아낀 형체가 줄지어 나섰다. 김종영의 ‘작품 80-3’(1980)과 ‘드로잉’(1970s). 춤추는 사람을 모델로 했을까. 나무에 채색한 조각과 종이에 연필·먹으로 그린 회화. 빼다 박은 듯 닮은 두 작품이 나란히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조각작품 40여점, 회화작품 40여점을 세우고 건 이번 전시에서도 늘 그렇듯 ‘연결고리 찾기’가 도드라진다. 드로잉이 조각으로, 조각이 드로잉으로 변주되는 경로 말이다. 종이에 먹과 수채로 풍선을 엮듯 둥글게 그리고 채색한 ‘드로잉’(1970s)은 나무조각 ‘작품 76-12’(1976)로 이어진다. 연필스케치가 선명한 두루뭉술한 인간형상의 ‘드로잉’(1970s)은 찍어내듯 조각하고 색을 입힌 나무조각 ‘작품 80-3’(1980)이 됐다. 색연필로 쓱쓱 그은, 문자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한 ‘드로잉’(1968 이후)은 그 형태 그대로 브론즈조각 ‘작품 68-1’(1968)로 태어났다. 여기에 그이가 마지막으로 제작했다는 여인입상 ‘작품 74-1A’(1974)는 석고로 작업했다는 ‘작품 53-1’(1953·전시에는 사진으로만 나왔다)과 나란히 서서, 한치도 곁눈질이 없던 20년 세월의 일관성까지 증명하고야 만다. 김종영의 ‘작품 74-1A’(1974). 작가가 마지막으로 제작했다는 여인입상이다. 돌 작품인 원작 대신 브론즈조각이 전시장에 나왔다. 1953년 석고로 제작한 또 다른 여인입상 ‘작품 53-1’(1953·왼쪽)과 비교할 때 20년 세월을 뛰어넘는 공통점이 보인다. ‘한손으로 턱을 괴고 상념에 잠긴 여인’에 기울인 애정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소재·주제가 인체인 만큼 작가의 자화상·자각상은 물론이고, 작가의 가족과도 두루 눈 맞춤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딸(‘드로잉’ 1949·1955)과 아들(‘태아7세상’ 1958), 어머니(‘어머니상’ 1974)와 할머니(‘조모상 작품 36-1’), 평생 모델로 삼은 것도 모자라 임신 중일 때까지 기어이 캔버스 앞에 앉혔다는 아내(‘부인’ 1949, ‘부인상’ 1950s 등)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이 모두를 함께 들인, 조각상을 닮은 그림 ‘가족의 초상’(1954)은 신선한 덤이라고 할까. 유독 작가가 ‘그리고 만지고 보듬고’ 싶었던 인체들이 아니었을까. 김종영의 ‘부인’(1949). 1941년 결혼 후 1948년 서울대 조소과에 부임하기까지 작가에게 아내는 가장 훌륭한 모델이었단다. 임신 중일 때도 기어이 캔버스 앞에 끌어다 앉혀 그렸다는 작품이다. 부인 이효영 여사는 지난해 타계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돈 대신 마음으로 품어야 하는 ‘작품’ 1915년 경남 창원서 태어난 김종영은 영남 사대부가의 후손답게 선비교육을 받았다. 시서화는 기본, 다섯 살부터 아버지에게서 한학과 서예를 배우고 익혔단다. 17세 휘문고보 재학 중에 나선 ‘제3회 전조선학생작품전람회’(1932)에서 중등부 습자 장원을 받은 건 어찌 보면 수순이었다.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동경미술학교 조각과를 졸업한 그이는 1948년 서울대 미대에 부임해 1980년 미대 학장을 지내고 퇴임하기까지 교단과 작업실만을 오가는 생애를 살았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 펼친 ‘한국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의 인체조각’ 전경. 왼쪽부터 ‘작품 73-12’(1972·브론즈), ‘작품 79-10’(1979·나무), ‘작품 65-7A 가족A’(1965)가 차례로 섰다. 오른쪽 그림은 작가의 가족을 마치 조각상처럼 세워 화면에 들인 ‘가족의 초상’(1954)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삶 그대로 그이가 정한 고집스러운 원칙 하나가 있었으니 ‘작품은 팔지 않는 것’이었다. 실제 김종영의 작품은 미술시장에 나온 적이 거의 없다. 생전 작가의 ‘작품 불매’ 의지는 유족에게 ‘작가의 그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로 이어져 ‘매매’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던 거다. 오죽했으면 5년 전쯤 까다로운 눈높이의 삼성가가 서예작품 한 점에 대한 거래를 제안했을 때도 완곡히 거절을 했을까. 그러니 그이의 작품가치는 그저 가늠만 할 뿐이다. 수억원을 들이밀어도 못 사는 것으로, 결국 돈이 아닌 마음으로 품어야 하는 것으로. 돌과 나무, 브론즈로 형상화한 300여점의 조각, 다 꺼내보지도 못했다는 1000여점의 서예, 수채·유화·드로잉 등 3000여점의 회화작품들은 덕분에 흩어지지 않은 채 다 함께 모여 있다. 한국조각사를 넘어 한국현대미술사에 얹은 비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이가 다다르려 했던 봉우리는 이리도 우뚝하다. 전시는 6월 7일까지.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세계랭킹 18위 확정...여자는 16위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진=대한아이스하키연맹[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 세계랭킹이 각각 18위와 16위에 자리했다.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25일 2020년 아이스하키 남녀 대표팀의 세계 랭킹을 확정 발표했다.IIHF는 최근 4년간 IIHF가 주관한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예선, 본선에서의 성적을 집계, 2020년 남녀 대표팀의 세계 랭킹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0년 IIHF 세계 랭킹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본선(남녀)과 예선(여자) 시드 배정의 기준으로 적용된다. IIHF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치러지지 못한 2020년 IIHF 세계선수권의 배점은 지난해 순위를 기준으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2020년 랭킹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내려앉은 18위로 평가됐고,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와 동일한 16위에 머물렀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남자 랭킹 1위는 캐나다, 여자 랭킹 1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아울러 IIHF는 2020년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남자부와 여자부 본선 조 편성을 발표했다. 12개 팀이 출전하는 남자부는 A조에 캐나다(1), 미국(6위), 독일(7위), 중국(개최국) B조에 러시아(2위), 체코(5위), 스위스(8위), Q3(최종 예선 팀 중 최하위 랭킹), C조에 핀란드(3위), 스웨덴(4위), Q1(최종 예선 통과 팀 중 최상위 랭킹), Q2(최종 예선 통과 팀 중 차상위 랭킹)이 편성됐다. 전통의 라이벌 캐나다와 미국, 핀란드와 스웨덴이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이 눈길을 끈다. 2018 평창 올림픽 때보다 두 팀이 늘어난 10개 팀이 출전하는 여자부는 A조에 미국(1위), 캐나다(2위), 핀란드(3위), 러시아(4위), 스위스(5위), B조에 일본(6위)과 중국(개최국), 그리고 최종 예선을 통과할 3개 팀이 편성됐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아이스하키 남자부 최종 예선은 8월 27일부터 4일간 열린다. 3개조의 각 조 최상위 팀들이 본선에 합류한다.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노르웨이(11위), 덴마크(12위), 슬로베니아(20위)와 함께 F조에서 베이징행 티켓을 다툰다. 최종 예선 D조는 슬로바키아(9위), 벨라루스(13위), 오스트리아(17위), 폴란드(22위), E조는 라트비아(10위), 프랑스(14위), 이탈리아(15위), 헝가리(21위)로 이뤄졌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부 최종 예선은 2021년 2월 11월부터 4일간 열릴 예정이다. 2020년 랭킹 7위 체코, 8위 독일, 9위 스웨덴에서 예선전이 개최된다. 예선 세부 일정과 조 편성 등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연기된 2020년 IIHF 연차 총회에서 확정된다.
- 강남 집값 2억 오른 이낙연 전 총리, 윤종원 행장은 예금만 17억
-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데일리 DB[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이번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당선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4억3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4일 관보에 게재한 4월 수시 재산목록 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직전 재산공개 때보다 재산이 4억원이 늘어났다. 재산 증가의 주요 이유는 아파트 공시지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본인 명의로 보유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 공시가격이 2억2400만원 올라 11억4400만원이 됐다. 또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보유한 대지 등 토지 공시가격이 6억원에서 6억4000만원으로 약 4000만원 상승했다. 이 전 총리는 본인과 가족의 예금으로 6억원을 신고했다. 또 이 전 총리는 아들 재산에 대해서는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공개를 하지 않았다.이번 수시 재산목록 공개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 재산도 공개됐다. 윤 행장은 약 27억1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윤 행장은 본인 소유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7억5000만원)와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아파트 전세임차권(5억원)을 신고했다. 또 4600만원 상당의 2013년식 제네시스 자동차와 2016년식 BMW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그외 본인과 배우자, 장남, 장녀 명의 예금이 총 16억9900만원이었다.이번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당선된 고민정 청와대 전 대변인은 7억31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고 전 대변인은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동 아파트 5억5000만원, 2010년식 K5 자동차 등을 소유하고 있다. 본인과 가족 명의의 예금은 약 1억8000만원이다.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당선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재산 6억7900만원을 신고했다. 윤 전 실장은 서울시 성북구 돈암동 아파트 3억900만원,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 아파트 전세권 2억8000만원 등을 소유하고 있다. 현직자 가운데 재산 상위자는 한광협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으로 94억 3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어 김기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35억300만원, 이성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33억 5400만원을 신고했다. 현직자 중 재산 하위자는 남구준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7100만원), 이수권 대검찰청 인권부장(1억2000만원),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1억8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퇴직자 중 재산 상위자는 이상훈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안전공사 전 상임감사위원 68억 2000만원, 최혜리 국가인권위원회 전 상임위원 58억9000만원, 이인선 경상북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전 청장 57억 3000만원 순이었다. 퇴직자 가운데 재산 하위자는윤형권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전 의원(-1억5000만원), 이나영 경기도의회 전 의원(-6200만원), 최혁진 대통령비서실 전 사회적경제비서관(1억 2000만원)이었다.
- 김정은 이상설 속 北매체 침묵…2인자 김여정에 쏠린 눈(종합)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 내 여전히 특이동향 없다”(청와대), “우리는 모른다.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해 말부터 김여정 대행 체제 준비 중”(일본 요미우리 보도).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두고 국내외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22일 오후 현재 여전히 등장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북한 관영 매체에 공개 활동이 보도된 이후 11일째 침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고지도자의 신변 관련 설에 북한이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는다”며 재차 진화에 나섰지만 폐쇄적인 북한 체제 특성상 진위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없는 만큼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보도하기 전까지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그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연합뉴스).◇엇갈린 관측 난무…진화 나선 靑북한이 ‘신변이상설’을 불식시킬만한 어떤 ‘증거’(입장)도 내놓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반응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태양절 참배에 불참한 것을 감안하면 건강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맞지만 생활 위험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위독설은 ‘썰’일 가능성 높다고 분석했다.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시술설과 관련 “2014년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했을 때 돌았던 ‘지라시’ 내용과 비슷하다”며 “김 위원장은 11일 당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상당 부분 건재함을 확인했다. 며칠 사이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2012년 집권 후 활동 횟수도 줄여왔다”며 “2012년 1년 동안 237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지만 작년엔 87회로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그래픽=연합뉴스.정부도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이) 정상 활동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간의 정보 자산을 통해 김 위원장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노출하면서까지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을 부인하고 나온 셈이다.북한 매체들은 22일 현재까지 김 위원장의 동향과 관련한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김 위원장을 주어로 하는 동정 기사를 1면에 줄곧 실어왔으나, 이날에는 이마저도 없었다. 전날 밤 늦게 김 위원장이 ‘노력 영웅’에게 생일상을 보냈다는 중앙통신의 동정 보도가 있었지만 건재함을 확인할 만한 내용은은 없었다. 이와관련 주영국 북한대사 출신인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서울 강남갑)은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이 보도된 후 일주일이 넘은 지금까지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여동생 김여정 대행체제 가능성 제기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중단으로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도 김정은 체제의 이상 징후로 ‘여동생 김여정 대행체제’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동시에 ‘백두혈통’이라는 상징성이 큰 김여정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대신해 각종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유사시 ‘김정은의 대리인’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김 부부장은 2011년 12월 부친 김정일의 장례식 때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주요 행사 때마다 등장해 지근거리에서 의전을 챙겼다. 2016년 5월 노동당 중앙위원, 2017년 10월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특사로 파견된 이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도 관여했다. 지난해 4월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지고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제외됐다가 지난 11일 1년만에 복귀했다. 최근엔 본인 명의의 대남·대미 담화를 발표하면서 오빠인 김정은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넘어 실질적 권력 ‘2인자’로서 당내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동향 공개 여부 주목…4말5초 등장 관측도신변 이상설 속 북한이 어떤 식으로 김 위원장의 동향을 공개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2014년 9~10월 약 40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중병설, 뇌사설, 유고설, 망명설 등이 제기됐는데 당시에도 여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김 위원장의 건재는 북한 매체 보도로 확인됐다. 노동신문 등은 그 해 10월14일 김 위원장이 평양 위성과학자 주택지구를 현지지도 했다며 관련 소식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 신변이상설도 북한 매체가 향후 김 위원장의 군사활동, 경제현장 지도 등 공개활동을 보도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홍민 실장은 “4월 말에서 5월 초에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순천인비료공장 등이 당초 예정대로라면 완공식을 앞두고 있어 여기서 얼굴을 비출 것 같다”고 관측했다.2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황사로 뿌옇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