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곰탕[나주(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곰탕은 서구화된 식생활에서도 변함없이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전통 음식 중 하나다. 맛과 영양은 물론 정서적인 안정감 덕분에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불린다.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엔 몸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국민 보양식’으로도 손꼽힌다. 여러 종류의 곰탕 중에서도 전남 나주의 지명이 붙은 ‘나주곰탕’은 깊고 진한 맛으로 유명하다. 최근엔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안유성 명장이 지난해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나주곰탕을 제공해 화제가 됐다. 어머니로부터 나주곰탕 조리법을 전수받은 안 명장은 당시 직접 끓인 나주곰탕 500인분과 수육, 제육볶음 등을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에게 제공하며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안유성 명장나주곰탕으로 유명한 전남 나주는 조선 시대부터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로 많은 이들이 왕래하던 곳이었다. 육질이 좋기로 유명한 나주 한우로 만든 나주곰탕은 이 때부터 상인 등 지역을 오가는 이들의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한 끼 식사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나주곰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맑고 투명한 국물이다. 일반적으로 곰탕은 뼈와 고기를 오래 끓여 노란빛을 띤 햐얀색의 우윳빛 국물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주곰탕은 사골을 적게 사용하고 고기 중심으로 국물을 우려내 국물이 맑고 담백한 맛을 유지한다. 나주곰탕이 원재료인 소고기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 기름기가 적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나주곰탕은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난 효능을 갖췄다. 주재료인 소고기는 오랜 시간 동안 푹 익혀 소화가 잘 되는 데다 단백질 흡수율도 높다. 맑은 국물은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식으로도 효과와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사매기 나주곰탕의 주방나주 지역에선 나주곰탕을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 유산으로 여기며, 그 맛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덕분에 맑은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가 특징인 정통 나주곰탕의 맛을 직접 맛보고 느낄 수 있는 유명 식당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전남 나주시 과원동 ‘금성관’ 일대에는 4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하얀집’을 비롯해 60년 전통의 ‘남평할매집’, ‘사매기 나주곰탕’ 등 나주곰탕 맛집들이 운영 중이다. 모두 맑고 깊은 맛의 국물에 인심 넉넉한 푸짐한 양의 고기로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긴 줄이 늘어서는 곳들이다. 특히 사매기 나주곰탕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나주곰탕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진짜 로컬 맛집’으로 손꼽힌다.나주 금성관이들 나주곰탕 맞집 주변으로는 함께 둘러보면 좋은 역사 문화유산도 다양하다. 금성관은 조선 시대에 지방의 중심 도시마다 설치된 관아 건축물로, 왕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거나 외지에서 온 관료, 사신이 머무는 숙소로 사용되던 곳이다. 나주의 째깐한 박물관 외관사매기 나주곰탕 인근에 자리한 ‘째깐한 박물관’은 아담한 규모의 개인 민속 박물관으로, 내부에는 조선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생활용품들이 전시돼 있다. 오래된 카메라, 핸드폰, 축음기, 교과서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물건들을 통해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입맛을 홀린 간장쫄면…손이 멈추지 않는다
김명상 기자2024.02.09
경북 영주의 중앙분식[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애초에 쫄면은 간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토록 기억에 오래 남을 줄은 몰랐다. 지난해 미식투어를 테마로 경북 영주를 찾았다. 시장을 방문했을 때 “쫄면을 맛보고 가자”는 현지 안내자의 제안을 받았다. 4시간 후에 저녁 메뉴이자 영주 방문의 목적인 소고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비워도 모자랄 판국에 쫄면이라니. 하지만 “주말이면 줄 서서 먹는 집”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발길을 옮겼다. 영주시 하명동에 있는 가게 이름은 ‘중앙분식’. 스마트폰 지도에서 검색하면 같은 이름이 100개는 나올 것 같은 평범한 이름이다. 수도권에서 온 이들은 대부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쫄면이 거기서 거기지 뭐.” 평일 점심 시간 이후라 그런지 한산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벽에 메뉴가 붙어 있는데 ‘쫄면, 간장쫄면, 곱배기’ 단 3개뿐이었다. 하수는 잡다한 기술을 여럿 배웠다고 으스대지만, 진정한 고수는 단 하나의 기술로 세상을 평정한다고 했던가. 쫄면 하나에 모든 것을 건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주문 후 간장쫄면이 나왔을 때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풍성한 야채 위에 놓인 계란 반 개, 콩나물이 없고, 단무지를 썰어넣은 것 외에는 평소에 보던 쫄면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역시 거기서 거기라니까. 일행들은 모두 ‘소고기를 위해’ 한 젓가락만 먹겠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했다. 잠시 후 일어났을 때 테이블에 놓인 그릇들은 바닥까지 싹 비워져 있었다. 간장쫄면먹어보니 묘하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심심해서 취향이 아니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런 맛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간장쫄면이라는 이름과 달리 짜지 않고 감칠맛이 구미를 자극했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을 흡수한 오동통한 면은 인상적인 식감을 가졌다.어쩌다 이런 쫄면이 탄생한 것일까. 주방에서 일하는 분께 물으니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앙분식의 역사가 40여 년에 이르는 이유다. 어린 시절 코 흘리며 쫄면을 먹던 아이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같이 오곤 한단다. 주인께 간장쫄면의 유래를 물었다. “매운 쫄면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아버지가 고민하다 개발하셨어요. 전국에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니며 연구 끝에 만드신 양념이죠. 지금은 여든을 넘기셔서 은퇴하시고 제가 이어 받았죠.” 중앙분식의 단무지같이 나오는 단무지도 어디서도 못 봤던 생김새다. 망고 자른 듯한 모양의 단무지는 아삭하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간장쫄면과 잘 어울렸다. 단무지의 길쭉한 모양에 대해 주인장은 “독특하잖아요”라고 쿨하게 대답했다. 사오는 것이 아니라 무를 직접 자르고 재워 만든다고 한다. 떡볶이, 빵, 돈까스, 감자탕 등 맛집이 많은 경북 영주에서도 영주분식은 주말이면 줄 서서 먹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 흔한 TV 미식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문구나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빠가 그런 홍보를 싫어하셨어요.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온 적도 있는데 안했어요. 사진 찍는 것도 거절했고요. 지금 오시는 손님들은 홍보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주고 계신 거죠.”왜 쫄면만 파는 것일까. 식사 중 아쉬웠던 것은 만두나 다른 메뉴도 있으면 좋았겠다는 것이었다. 매출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초기에는 떡볶이 등 다른 메뉴도 있었어요. 지금은 쫄면 하나만 파는 것도 너무 바빠요. 다른 걸 만들어서 내기가 어렵죠. 왜 양념이 짜지 않냐고요? 에이, 그건 말 못하죠.”
쫄깃한 곱창에 전용맥주 '곱·맥' 한판 하실래예~
김명상 기자2023.05.19
안지랑 곱창골목 식당의 차림상[대구=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음식을 빼면 대구 여행은 반쪽만 하는 셈이다. 대구가 고향인 지인에게 어떤 음식이 맛있냐고 물었을 때 ‘치킨’, ‘떡볶이’와 같은 대답이 돌아와 웃은 적이 있다. 내세울 음식이 없다는 뜻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대구는 교촌치킨과 처갓집 양념치킨, 호식이 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등 전국구 명성을 얻은 치킨 브랜드가 탄생한 곳이다. 이 때문에 대구에선 치맥을 주제로 매년 여름마다 ‘치맥 페스티벌’이 열려 시원한 맥주와 함께 유명 가수의 공연을 즐기며 치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또한 1999년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한 신전떡볶이는 전국에 점포를 개설하며 인기몰이 중이니 지인의 말은 농담이 아니라고 하겠다.대구의 별미 중 하나인 납작만두의외로 맛있는 대구 음식 중 하나가 납작만두다. 만두피 속에 약간의 당면과 쪽파 정도를 제외하면 그냥 밀가루를 튀겨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맛보기 전에는 대체 이게 왜 유명한가 싶지만 다른 음식과의 조화가 기막히다. 떡볶이처럼 매운 음식과도 궁합이 좋고, 회무침에 싸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기름진 납작만두와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오묘한 세계가 열리니 꼭 맛봐야 한다.불막창을 직화로 굽는 모습전국적으로 유명한 대구의 간판 먹거리는 막창과 곱창이다. 앞산전망대와 가까운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골목이 유명한데 100m 남짓한 거리에 곱창과 막창을 전문으로 한 매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1969년 대구 달서구 성당못 근처에 있던 도축장에서 싸게 나오는 막창, 곱창을 이용한 것이 서민들의 인기 음식으로 부상했다.이곳에서 영업 중인 한 매장의 대표에게 물으니 현재 58개 업소가 이 거리에서 장사하고 있단다. 어쩌다 이렇게 가게가 많아졌는지 궁금했다. 그는 “한 곳이 잘 되면 옆에 비슷한 가게가 생기고, 그곳이 잘 되면 또 다른 가게가 열리고. 직원이 독립도 하고. 그렇게 늘어나다 지금처럼 확장된 것이죠. 모여 있으면 손님이 더 몰리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안지랑 곱창골목에서는 어디서든 된장과 대파로 맛을 낸 특제 소스를 준다. 가게마다 자신만의 비법을 담은 소스를 주기도 하는데 방문했던 돈박사곱창막창에서는 마요네즈와 카레가루, 매콤한 소스가 추가로 나와 먹는 재미를 더한다.안지랑 곱창골목에서 마실 수 있는 안지랑이 맥주막창과 곱창은 맥주에 곁들이면 최고인 안주다. 특히 안지랑곱창골목에는 막창과 잘 어울리는 전용 맥주 ‘안지랑이’도 있다. 안지랑 곱창과 최적의 조합을 이루는 진한 맛을 자랑하며 안지랑 곱창골목에서만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