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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與의원 막았다? 오히려 월담 지원 한마음이었다"[인터뷰]
-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 밤, 국회경비대 등 경찰은 계엄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위해 달려온 국회의원들은 국회 담장을 넘어야 했다. 올해 67세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평균연령 56.3세의 국회의원들이 국회경비대와 기동대 소속 젊은 경찰관들의 제지를 뚫고 사람 키보다 높은 국회 담장을 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많은 시민과 국회 직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더불어민주당 사무처 소속 직원인 김용근 부국장과 안준승 부장 역시 국회의원들의 월담을 도와준 숨은 영웅들이었다. 이데일리는 2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이들을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다.더불어민주당 김용근 부국장(왼쪽), 안준승 부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계엄 당시 퇴근했던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모습을 본 후 곧바로 국회로 이동했다. 얼마 후 국회는 경찰에 의해 출입이 통제됐고, 일분일초를 다투던 긴박한 상황에서 이들은 민주당 사무처 소속 허재필 차장, 조영재 과장과 함께 ‘의원 월담 지원조’를 꾸렸다.안 부장은 “표결을 위한 의원들의 국회 진입이 급선무라는 얘기를 당사무처를 통해 들었고, 국회에 들어가는 대신 덩치가 큰 사무처 소속 4명이 조를 이뤄 의원들이 담을 넘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시민들이 국회 넘어가던 계엄군 막아서기도”이들은 국회 외곽을 둘러보며, 담이 비교적 낮고 경찰들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허술해 의원들이 담을 넘을 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그렇게 찾은 장소가 파천교(여의2교) 인근 수소충전서 쪽 담이었다. 안 부장은 곧바로 당사무처에 이 같은 상황을 알렸고, 안 부장의 연락처는 소속 의원들에게 공유됐다.국회의원 월담에도 전략과 작전이 필요했다. 국회 안과 밖 모두를 경찰들이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경찰들의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다 담을 넘으려는 의원들이 인근에 도착했을 때 순식간에 작전을 폈다.김 부국장이 곧바로 담 앞에서 엎드리면, 다른 3명이 주변의 감시하며 의원들이 김 부국장의 등을 밟고 담을 올라 건너편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돕는 식이었다. 김민석 의원을 시작으로 정동영·조승래·이춘석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10여명의 월담을 이렇게 도왔다.이들의 지원을 받으면 국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는 다른 당 의원들에게도 순식간에 퍼졌고,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무소속 김종민 의원,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들의 도움을 받아 국회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총 15명이 이들 도움으로 무사히 국회에 입성했다. 천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한 시민들이 바로 이들이다.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였던 3일 밤 11시경 경찰이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해제 요구안 표결을 위해 국회 담장을 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안 부장은 “저희 당 내부에 공지됐던 제 번호가 금세 다른 당에도 소위 ‘지라시’ 형태로 퍼졌고 다른 당 관계자들로부터 엄청나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며 “우리당, 다른 당 가릴 처지도 아니었기에 여야 가리지 않고 도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국회의원들이 월담을 하는데 시민들의 도움도 컸다고 입을 모았다. 김 부국장은 “경찰들의 경비가 삼엄해지자 시민들이 다른 곳에서 넘어가는 척 경찰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 틈을 타 의원들이 재빠르게 담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의원 월담을 막으려는 경찰들과 몸싸움이 난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고 밝혔다.계엄군 선발대의 국회 진입을 늦춘 것도 시민들이었다. 안 부장은 “계엄군이 탄 버스가 도착하자 경찰이 국회 담을 넘도록 길을 터줬다. 시민들이 달려들어 계엄군을 막아섰고, 결국 다수 계엄군은 국회 진입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고 설명했다.◇“함께 싸워주신 시민들 생각하면 눈물 나”김 부국장은 “시민들도 여야 할 것 없이 표결을 위해 의원들이 한 명이라도 더 국회에 들어가야 하는 비상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했고, 저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며 “여당 의원들에게 투표를 하라고 소리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의원들을 막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말 그대로 군인들을 몰아내던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경찰이 국회 정문을 폐쇄하는 등 국회를 전면 차단하자, 시민들이 몰려들어 비상계엄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진=뉴스1)경찰과의 몸싸움 상황에서 손에 부상을 입은 안 부장은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후에도 사무처 직원들이 밤새 돌아가며 순찰을 돌았다”며 “순찰을 돌다가 문득, 제 피를 닦아주고 담장에 같이 매달려 함께 싸워준 시민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모든 분들에게 고마웠다”고 밝혔다.이들은 당일 경찰의 행태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국회 정문 출입 차단을 넘어 물리력으로 월담을 하려는 국회의원들까지 밀치며 큰 부상이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 여러 번 나왔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이 경찰의 방해로 담벼락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안 부장은 “국회 차단 초반엔 국회경비대 소속으로 보이는 경찰관들이 제지를 하면서도 의원들이 이미 담에 올라탄 상황에선 국회 안쪽에서 받아주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후 경비가 더 강화된 후 외부 기동대로 보이는 경찰관들은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밀치거나 잡아당겼다. 시민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일부러 시민들을 자극하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두 사람에게 ‘당시 두려움은 없었나’라고 묻자 “무서웠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 부장은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헬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야당 당직자인 만큼 ‘진짜 잡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집에 전화해 ‘아버지를 잘 부탁한다’는 얘기까지 드렸다”고 말했다.김 부국장도 “계엄 선포 당시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집을 나오면서 아내와 함께 커플 목걸이를 찼다. 아내에게 ‘살아 돌아오겠다’는 말을 했다”며 “실제 이 불법 계엄이 성공했다면 우리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갔을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 마은혁 "비상계엄, 사법 대상…권한대행, 재판관 임명 가능"(종합)
-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마은혁(61·사법연수원 29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여당은 인사청문회에 불참하며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을 지적했으나, 마 후보자는 정치 편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3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사당에서 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여당인 국민의힘은 불참해,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이날 인사청문회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관련 질의가 집중됐다.먼저 마 후보자는 ‘계엄은 통치행위이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동의하냐’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질의에 대해 “계엄 선포에 대한 헌재 또는 대법원 태도는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계엄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닌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주장을 줄곧 펴고 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도 헌법에서 정한 요건과 한계를 준수해야 하고, 만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위법에 해당한다고 보느냐’에 대한 질의에도 “맞는다”고 했다.계엄 포고령 1호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 마 후보자는 “(헌재 탄핵심판에서) 가장 중요한 실체적 요건 판단 관련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권한을 제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포고령 1호의 문구가 국회 권한을 제한하는 의미냐’는 김한규 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서도 “문언 자체는 그런 의미로 이해된다”고 답했다.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직무정지로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신임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느냐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 후보자는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한다면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선출된 인물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일각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른바 ‘체포 명단’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등이 포함돼 있단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권 독립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밖에도 민주당 소속 박지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의원이었다면 12월 3일 밤에 담장을 넘어 국회로 뛰어왔겠느냐’고 묻자 마 후보자는 “아마 그랬다면 많은 국회의원께서 하신 대로 비슷하게 행동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인사청문회에 불참한 여당은 마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성향을 갖고 있다며 재판관 선출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마 후보자는 판사로 임용되기 전부터 과격 좌익 혁명단체로 불리는 인천지역 사회주의 혁명조직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바탕으로 한 이론교육과 선전활동을 주도했다”며 “판사로 재직하면서는 이러한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판결에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마 후보자는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하고 합격한 이후로 꽤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며 “재판을 25년간 해 온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가치에 따라 법률과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이었을 뿐 거기에 어떤 정치적 편향성이나 그런 것들이 개입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