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8,765건
- '대장동 국감' 2라운드 준비 나선 與, 다시 칼날 벼르는 野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국감’ 2라운드 준비에 나섰다. 앞서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하는 동시에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반면 설익은 ‘이재명 조폭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 체면을 구긴 야당은 오는 20일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감에서 초과이익 환수 규정 삭제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1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김병욱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與 “부산저축銀 철저히 수사했다면”…尹 책임 공방 예고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어제(18일) 행안위 국감을 통해 국민의힘의 바닥을, 의혹 제기의 밑천을 제대로 봤다”며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국감을 자행하고, 하나 마나한 질의로 변죽만 울리는 맹탕국감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야당의 공세 위주로 진행된 국감에서 사실상 의미 있는 지적이 없었다는 것이 여당의 평가다. 이재명 캠프 박찬대 대변인은 “국감에 임하는 이 후보의 자세도 내용도 ‘A’였다”며 “저쪽 당(국민의힘)은 내용은 D, 커닝까지 해서 시험지까지 몰수당했으니까 결국 F”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감에 대한 평가와 함께 국토위 국감을 앞두고 반격의 카드를 다듬는 것에 힘을 쏟았다. 특히 이날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태스크포스(고발사주 TF)와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대장동 TF)가 연이어 회의를 열고 20일 국감에 대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 TF의 주된 논의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대장동 TF 소병철 의원은 “2011년 당시 부산저축 은행 사건을 철저히 수사했더라면 오늘날 토건비리는 결코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문제가 민주당과 무슨 관계가 있으며 이 책임 누구한테 있느냐”고 윤 전 총장에게 책임을 돌렸다.안민석 의원은 남욱 변호사가 제시한 녹취록에 언급되는 ‘그분’을 두고 윤 전 총장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대장동 ‘그분’을 이재명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그 당시 박근혜 정권에 맞서 가장 최전선에서 단식농성을 했던, 그 정치적 상황을 완전히 외면한 소설”이라며 “실제로 그럼 대장동 그분은 누구일지, 남욱 변호사의 수사를 무마시켰던 그 사람이 그분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두번째)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두 번 ‘헛발질’은 없다, 칼날 벼르는 野반면 야당은 전날 국감에서의 이 후보와 여당의 대응을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감 대책회의에서 “어제 행안위 경기도 국정감사는 민주당 연출, 이재명 주연의 적반하장 식 궤변 대행진이었다”며 “민주당은 국감의 본래 취지와는 정반대로 이재명 후보를 비호하기 위해 감사가 아닌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그는 “이 지사는 절대다수 호위무사의 경호 아래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꺼지지 않는 마이크를 창으로 삼아 궤변과 비웃음으로 일관했다”며 “어제 경기도 국정감사 역시 궤변으로 국민들 기억에 남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행안위 국감에 나섰던 박완수 의원은 “이 지사가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삭제한 것이 아니고 실무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이 팩트다’라고 답변했다”며 “알았는데도 실무자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이 도지사가 다시 해명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토위 국감에서도 이 내용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 후보의 조폭 유착설을 제기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제보자가 제공한 자필 진술서와 뇌물로 전달됐다는 현금 사진을 공개했는데, 해당 사진이 허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실체는 명백하다”며 “돈다발로 문제 제기를 하지만 제보자 진술서에 진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멍울 주변 보조개 · 검붉은 유두분비물’은 유방암 의심증상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유방암은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가장 높다. 2020년 국제암연구소(IARC) 자료에 따르면 1년간 새로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만 226만여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2000년에 6,237명에서 2017년 2만6,534명으로 17년 사이에 4.3배 증가했다. 유방암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유전자 변이와 가족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BRCA1, BRCA2 유전자 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여성은 평생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60~80%까지 증가한다. 부모나 형제자매가 유방암이 있다면 발병 위험도는 2~4배까지 올라간다. 친척이라면 1.5~2배 정도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여성 호르몬 노출 기간도 영향을 미친다. 빠른 초경이나 늦은 폐경, 경구 피임약 복용, 폐경 후 호르몬 대체요법 등을 시행한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 위험이 1.5~2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유방암은 별다른 전조증상이나 통증이 없다. 조기발견을 위해 주기적인 자가검진과 유방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외과 김재일 교수에게 유방암 증상과 자가진단법에 대해 들어봤다.◇‘멍울 주변 보조개 · 검붉은 유두분비물’ 유방암 의심증상 ‘전문의 진료’ 필요 유방암 조기발견을 위해 자가검진은 중요하다. 폐경 전 여성은 생리 시작 일주일 후 자가검진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때가 유방이 가장 부드러운 시기다. 폐경 후 여성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자가검진을 권고한다. 자가검진 방법은 3단계로 시행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거울 앞에서 관찰하기’다. 유방 모양이 평소와 달라졌는지 변화를 살핀다. 두 번째 단계는 ‘서거나 앉아서 촉진하기’다. 2~4번째 손가락 마디로 유방 전체와 겨드랑이 부분을 체크한다. 세 번째 단계는 누워서 2단계 방법과 동일하게 검진한다. ◇유방암 자가검진 3단계1단계 ‘거울 앞에서 관찰하기’ = 거울을 보면서 육안으로 관찰하여 평상시 유방의 모양이나 윤곽의 변화를 비교한다. 2단계 ‘서거나 앉아서 촉진하기’ = 서거나 앉은 자세에서 2~4번째 손가락 첫 마디를 바닥을 이용하여 부드럽게 촉진하는 방법으로 유방 전체와 겨드랑이 부분을 동그라미를 그리듯 빠짐없이 검진한다. 유두 부위를 짜보고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있는지 확인한다.3단계 ‘누워서 촉진하기’ = 2단계와 같은 방법으로 검진하며 누운 자세에서 발견되는 이상을 확인한다.유방암은 별다른 통증이 없다. 유방 통증 대부분은 생리적인 원인이다. 90%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멍울이 만져지거나, 멍울 주변의 피부가 변하면 유방암 의심 증상일 수 있다. 멍울 위치에 따라 암의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다. 보통 중년 여성에서 통증 없이, 콩알 크기의 단단한 멍울이 만져진다면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다. 멍울 주변의 피부가 보조개처럼 들어가거나 귤껍질처럼 변한 것도 위험신호다. 유두 근처에 멍울이 있고, 붉거나 검붉은 빛깔의 유두 분비물이 나온다면 유방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김재일 교수는 “유방에서 만져지는 멍울이 모두 암은 아니지만, 연령이나 동반 증상에 따라 암일 가능성도 있다”며 “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오면 유방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밀유방 여성, 유방암 위험 높아 … ‘유방촬영술·유방초음파 함께 시행’ 조기발견 유리 ‘치밀유방’은 지방조직보다 유선조직 비율이 높다. 치밀유방 여성은 유방암 위험도 증가한다. 우리나라 여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치밀유방 비율이 높아 관리가 필수적이다. 치밀유방은 발견도 쉽지 않다. 암 검진의 일반 유방촬영술 검사만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 X선이 투과하기 어려워 유방 종양을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치밀유방 여성은 일반 유방촬영술과 함께 유방 초음파를 시행하는 것이 유방암 조기발견에 유리하다. 김재일 교수는 “치밀유방 여성은 유방초음파를 통해 더 자세한 병변을 확인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일반 유방촬영술에서도 유방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할 수 없는 미세석회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두 개의 검사 모두 시행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가장 정확한 예방법 ‘자가검진·유방촬영술’… 30세 이상 여성, 1달 1회 ‘유방 자가검진’ 권고유방암의 확실한 예방법은 없다. 가장 정확한 예방법은 조기 발견을 위한 ‘유방 자가검진’과 ‘유방촬영술’이다. 별다른 위험요인이 없는 여성은 30세부터 한 달에 한 번 유방 자가검진을 시행하면 된다. 35세부터는 유방 전문의에 의한 유방 진찰을 받는다. 40세부터는 2년 간격의 유방촬영술을 권고하고 있다. 가족력과 같이 위험요인이 있는 여성은 좀 더 이른 시기에 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김 교수는 “자가검진에서 증상이 있거나 위험요인이 있어 불안한 여성들은 유방 전문의와 상담 후 개인에게 맞는 검진을 하면 된다”며 “정기적인 유방 자가검진과 유방 전문의 진료를 통해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만과 음주 또한 유방암의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식이조절과 함께 일주일에 5회 이상의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유방암 예방의 첫걸음이다”고 말했다. 유방촬영술 검사 사진. 유방암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40세부터 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술을 권고하고 있다.
- "나는 중간작가…수없이 벗긴 달걀껍데기 연잎으로 환생시켜"
- 작가 정채희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누크갤러리 개인전 ‘숨, 쉼’에 내놓은 21점의 ‘동자’ 상 앞에 앉았다. 종이풀을 쒀 만들었다는, 닮은 듯 다른 동자들은 고택 서까래였던 나무기둥에 올라서서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 있다. 정 작가는 “다른 재료와 재료가 만나 또 다른 형체를 만들어가는 게 인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 갈래 길이 보인다. 양쪽을 향해 있지만, 으레 그렇듯 선택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니, 선택할 수가 없다. 둘 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서다. 덕분에 ‘특별한 규칙’이 생겼다. 한 길에서 다른 길로 넘어가려면 반드시 출발했던 그 자리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래도 좋다. 몸은 고되고 시간은 배지만, 못 간 길이 아쉬워 땅을 칠 후회는 없을 테니. 사는 일도 그럴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결국 그 양 갈래 앞에서 또 멈칫하고야 만다. 하나를 고르진 않아도 하나를 먼저 잡는 순서는 있을 텐데 싶었던 거다. 뭐 사는 일이 다 그렇지, 쉬운 게 있으려고. 발도 디디기 전 머리와 마음을 참으로 복잡하게 만든 여기는 작가 정채희(64)가 개인전을 열고 있는 곳이다. ‘숨, 쉼’이란 테마를 달고 서울 종로구 평창동 누크갤러리에 펼쳤다. 눈치가 빠른 편이라면 알아챘겠지만, ‘숨, 쉼’은 바로 그 두 갈래 길에 붙은 ‘표지’다. 굳이 내걸진 않았지만 내건 것보다 더 선명하게 방향을 가리키는. 그 표지 아래 언뜻 한 작가의 작업이라 생각하기 쉽지 않은, 닮지 않은 평면과 입체, 회화와 조각, 두 길이 나 있다. 정채희의 ‘연(緣) 2021-1’(2017∼2021·92.5×122㎝). 옻칠을 겹쳐 만든 바탕에 잘게 부순 달걀껍데기 조각을 정교하게 박고, 나전으로 포인트를 주고 분채로 색을 입혀 신비롭고 고즈넉한 연잎을 그려냈다. 옻과 달걀껍데기, 연잎이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만난 순간이다(사진=누크갤러리).◇옻칠에 얹은 달걀껍데기로 그려낸 연잎 정 작가는 칠화 작업을 한다. 흔히 ‘옻칠’이라는 그거다. 또 ‘동자’를 빚는다. 작고 동글한 몸통을 수줍게 내린, 다리 없는 조각상이다. 이 두 작업은 때론 섞이고, 때론 떨어져, 장르적 심정적 간격을 유지한 채 ‘작가 정채희’를 만들어왔다. “공간을 해석해 그에 걸맞게 작품을 만드는 작업과정을 좋아한다. 전시할 장소가 달라지면 다른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개인전이 그랬다. 하늘을 향해 창이 난 전시장, 나무상자 같이 깊이 들어앉은 전시장, 두 갈래의 공간을 보는 순간 ‘이거다!’ 했단다. 그렇게 ‘숨’에 칠화 20여점을 걸고, ‘쉼’에 동자상 21점을 놓았다. 그저 쉬운 말로 ‘옻칠’이고 ‘조각’이지만 작업 수위는 ‘힘들다’를 넘어선다. 우선 옻칠한 화면. 작가의 칠화에는 ‘난각’이 필수다. ‘동물 알의 껍데기’ 말이다. 주로 달걀껍데기를 사용하는데. 한마디로 이거다. ‘잘게 부순 달걀껍데기 조각을 옻칠한 화면에 하나씩 붙여낸 작품.’ 정채희의 ‘연(緣) 2017’(2017·100×120㎝) 부분. 온전히 옻칠한 배경에 조각낸 달걀껍데기만을 붙여 완성한 작품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연잎을 작가의 느낌 그대로 옮겨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강도를 이해하려면 작업 속속을 들여다보는 게 빠르다. 시작은 알맹이를 뺀 달걀껍데기를 모아 물에 불리고 속껍질을 벗겨내는 것부터다. 누구나 아는 껍데기 속 얇은 막을 빼내는 일인데, 생각처럼 그 막이 한 겹인 건 아니란다. 손끝으로 수없이 문질러 몇겹을 ‘모조리’ 벗겨내고 순도 100%로 말끔해진 껍데기만 모아둔다. 하루종일 붙들고 있어도 속도가 나질 않는 데다가 한 알에서 반쯤 건지면 꽤 수확한 거라고 했다. 게다가 ‘색’을 입히려면 노란달걀은 자격미달. 한국에선 절대소수인 하얀달걀만을 쓴다는데. 그러니 어쩌겠나. 수입을 해야지. “외국에 사는 지인·친구를 총동원해 하얀달걀의 껍데기를 공수받는다”고 했다. 다음은 ‘바탕’이다. 비로소 옻이 등장하는데 나무판에 하염없이 칠을 해 바닥을 만든다. 꾸덕하게 마르면 칠하고, 꾸덕해지면 또 칠하고 그렇게 6∼7번이 ‘최소한’이란다. 여기에도 복병이 있다. 옻이란 게 예민하기가 칼끝이라 온도·습도가 최적일 때만 말을 듣는단다. 사람은 더위·추위에 시달려도 ‘옻칠’은 지켜야 한다니, 상전이 따로 없다. 정채희의 ‘연(緣) 2021-4’(2021·60×50㎝·왼쪽)과 ‘연(緣) 2021-5’(2021·60×50㎝). 연잎이라기엔 대단히 화려한, 마치 밤하늘에 불꽃이 터진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극도의 밀도감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들은 난각·나전은 기본이고 금박(오른쪽)까지 박아낼 만큼 공을 들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 험난한 준비를 끝내야 ‘본 게임’이다. 옻칠한 판 위에 대략의 스케치를 올린 뒤 잘게 부순 달걀껍데기를 한 조각씩 붙여나가는 거다. 그 조각을 고정하는 것도 옻이라고 했다. 딱 하루분량을 정해 그 넓이만큼 칠하고 완전히 굳기 전 잽싸게, 열심히 조각을 붙여내는 거다. ‘잽싸게 열심히’ 해도 한 작품에 ‘족히 몇달’은 기본이다. 그렇게 ‘산’도 세우고 ‘고목’도 심었다. 이번에 공을 들인 건 ‘연잎’이다. 칠흑같은 밤 누군가 저 밖에서 아스라이 빛을 쏜 듯한, 신비스럽고 고즈넉한 연작 ‘연’(緣)을 그려냈다. 제각기 다른 세상에서 온 재료가 맺어졌다고 해서 ‘연’이다. “이 작업에 빠진 이유가 있다. 균열을 안고 흩어졌던 작은 인연들이 모여 새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세포처럼 조각이 하나하나 모이고 연결돼 어떤 형상을 꾸려가는 과정과 결실이 좋다.” 정채희의 ‘그 안의 것들’(2015∼2021·100×75×5.5㎝)과 ‘그 밖의 것들’(2015∼2021·100×75×5.5cm). 나무 한 그루의 안팎을 반전시켜 나란히 대비한 작품.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어떤 걸 볼지가 결정된다. ‘연잎’ 이전에 시도한 나무 시리즈다. 완성까지 장장 6년이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닮은 듯 다른 21점 ‘동자’ 상은 ‘쉼’이 맞다. 고된 칠화에서 잠시 벗어나려 시작한 일. 작가는 “잠시 쉬려고 손을 댄 작업인데 이 역시 만만치 않더라”며 웃는다. 세라믹으로 빚기도 하지만 전시작은 모두 종이풀을 쑤어 제작했다. 여기에도 ‘인연 스토리’가 있는데, ‘동자’들을 올려둔 버팀목 말이다. 어느 집 난로 아궁이에 들어갈 뻔한 고택의 서까래를 극적으로 구조해 사용했다는 거다. ◇서른아홉에 다시 떠난 길에서 찾은 인연세상에 편안한 작품은 많다. 하지만 편안한 작업한 작품은 많지 않다. 정 작가의 작품은 그 보편적 기준에서도 벗어난다. 편안하게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작업에는 더할나위 없는 불편이 따르니. 이 복잡다단한 길에 들어선 건 중국에 유학을 가면서부터란다. “벽화를 전공하는 중에 ‘옻’의 매력에 빠져버렸다”고 했다. 사실 작가는 서양화로 출발했다. 서울대 회화과로 입학해 당시 ‘대세’던 서양화전공으로 졸업을 했는데. 남들 다 하는 그 평범한 그리기에 흥미를 못 가졌나 보다. 어느 순간 붓을 놔버렸고 하루이틀이 결국 10년이 됐다. 10년 만에 복귀한 뒤 첫 개인전은 혼합매체의 추상작업. 그런데 그것도 영 아니었다. “이럴 거면 왜 다시 한다고 했나 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중국으로 갔다. 서른아홉 살이었다.” 정채희의 조각상 ‘동자’ 21점 중 부분.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표정이든 자세든 같은 형체는 하나도 없다. 어느 고택 서까래로 썼던 나무를 잘라낸 기둥에 세워 또 다른 인연을 만든 셈. “완성을 의미하는 숫자 7을 3번 반복해 나온 21은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기본단위”라고 귀띔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살아온 과정이 딱 그랬다. 이번 개인전의 두 갈래 길. 다른 길을 가기 위해 그이는, 처음 떠났던 그 자리에서 다시 출발했다. 몸이 고되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후회는 없다. 아니 잘 걸어온 길이었다. 그러곤 그이는 ‘중간작가’가 됐다. 신진작가도 아닌 중견작가도 아닌, 신진에게 주는 지원과 배려를 받을 수도, 중견에게 걸맞은 대우와 보상이 따르지도 않는, 작가군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는 얘기다. 그 길목에서 만난 이가 조정란 누크갤러리 대표다. 중간작가를 재조명해보자 했던 건 조 대표가 개관 이래 죽 유지해온 고집 같은 신념이다. “끊임없이 작업하지만 흐름에 맞지 않으면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그런 작가를 좀더 알려야겠다”는 다짐을 실천했던 거다. 옻을 만난 달걀껍데기라고 할까, 연잎을 마주한 동자라고 할까. 인연은 이렇게 또 빚어졌다. 전시는 29일까지. 작가 정채희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누크갤러리 개인전 ‘숨, 쉼’에 건 자신의 작품들 가운데 섰다. 왼쪽부터 ‘연(緣) 2021-8’(2021·50×60㎝), ‘연(緣) 2021-4’(2021·60×50㎝)과 ‘연(緣) 2021-5’(2021·60×50㎝). 정 작가는 “하면 할수록 정복되지 않는 천연재료가 갖는 복잡미묘한 까다로움에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올해 공연예술계서 가장 빛난 작품을 소개합니다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는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오는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이 2년 만에 배출하는 대상 수상자가 누구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대상 후보에 오른 최우수작 6편. 왼쪽부터 연극 ‘생활풍경’, 클래식 ‘2020 교향악축제’, 무용 ‘제41회 서울무용제’, 국악 ‘나무, 물고기, 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트와이스 월드 인 어 데이’(사진=극단 신세계·예술의전당·한국무용협회·국립극장·CJ ENM·JYP엔터테인먼트)직전 대회인 ‘제7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은 코로나19 대유행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대폭 축소하면서 대상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시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 한 명에게 대상을 안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역경 속에서 분투하는 공연예술인 모두가 대상 수상자라는 의미도 담았다.‘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열리는 ‘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은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공연예술인들의 노력을 치하하기 위해 2년 만에 대상 수상작을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팬들을 대상으로 한 응원 댓글 이벤트 결과를 합산해 선정된 부문별 최우수작 6편이 대상 후보작에 올랐다.◇온라인 투표 17일 마감대상 후보작에 오른 각 부문별 최우수작은 △연극 ‘생활풍경’(극단 신세계) △클래식 ‘2020 교향악축제’(예술의전당) △무용 ‘제41회 서울무용제’(한국무용협회) △국악 ‘나무, 물고기, 달’(국립창극단)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CJ ENM)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트와이스 월드 인 어 데이’(JYP엔터테인먼트)다. 심사위원 평가 60%, 온라인 투표 30%, 운영사무국 심사 10%의 비중으로 점수를 취합해 이들 중 최고 점수를 획득한 한 작품에 대상을 수여한다. ‘이데일리 문화대상’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온라인 투표는 지난 17일 마감됐다. 역대 대상 수상작들의 면면을 보면 자타공인 당해년도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빛났던 작품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제1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의 대상은 국내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극찬받았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명훈 말러교향곡 9번’이 수상했다. 2015년 ‘제2회 문화대상’의 대상은 폭발적인 흥행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새 길을 연 충무아트센터 제작의 ‘프랑켄슈타인’이 거머쥐었다. 2016년 ‘제3회 문화대상’의 대상 수상작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가 선보인 민간단체 최초의 국악극 축제 ‘제1회 바닥소리극 페스티벌’이었다.‘이데일리 문화대상’ 역대 대상 수상작(디자인=김정훈 기자)◇시상식 티켓 ‘완판’…유튜브 등 통해 생중계2017년 ‘제4회 문화대상’의 대상은 세월을 숙성한 연주와 관객들과의 따뜻한 소통으로 극찬받았던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선물’이 차지했다. 2018년 ‘제5회 문화대상’의 대상은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연극 ‘손님들’이 받았다. 2019년 ‘제6회 문화대상’의 대상은 전 세계를 사로잡으며 K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21세기 팝 아이콘’ 방탄소년단(BTS)에게 돌아갔다. 한편 ‘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은 현장에서 발표되는 대상을 비롯해 연극, 클래식, 무용, 뮤지컬, 국악, 콘서트 등 공연예술 6개 부문 최우수작, 특별상(공로상, 프런티어상 각 1명)을 시상한다. 특별상 중 공로상은 ‘시대의 명창’으로 불리는 안숙선, 프런티어상은 남다른 개척정신을 발휘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각각 수상한다.이날 행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동반자 외 한 칸 띄어앉기로 운영한다. 뜨거운 관심 속에서 시상식 티켓은 모두 팔려 나갔다. 시상식은 카카오TV,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우리은행, KG, 할리스가 후원한다.
- [가보자! 경기북부]고양에서 만나는 자연 "가을의 생태공원은 어떨까?"
- [고양=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생활 반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근거리 생활 관광지가 각광받고 있다.특히 밀폐된 실내보다는 야외활동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산, 공원 등 자연에서 ‘힐링’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이런 여행의 패턴 변화에 알맞는 공원이 고양시에 있다.주말 간단한 차림으로 찾아가 볼 수 있는 ‘대덕생태공원’과 ‘고양생태공원’을 소개한다.대덕생태공원 휴식공간.(사진=고양시 제공)◇대덕생태공원, 한강하구의 독특한 생태계를 품다대덕생태공원은 지난달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1 가을시즌 비대면 안심관광지 25선’에 올랐다. 숲 내음 가득한 산책로와 탁 트인 자전거 도로를 갖춰 안전하게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덕양구 대덕동, 고양시의 가장 동남쪽에 위치한 대덕생태공원은 창릉천 합류 부분부터 가양대교까지 총 3.8㎞, 면적은 81만㎡로 많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공원으로써의 가치가 높다.특히 한강하구의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어 한강의 민물과 서해의 바닷물이 만나 하루 두 번, 강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조수간만의 차가 있어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대덕생태공원의 다리와 구역은 근처에서 서식하는 생물의 이름으로 지어져 ‘잉어다리’에서는 산란을 하러 올라온 한강 물고기들을, ‘말똥게다리’에서는 구멍 밖으로 나와 펄을 먹고 있는 말똥게들을 관찰할 수 있다.대덕생태공원 자전거도로.(사진=고양시 제공)‘물망초다리’, ‘야생화마당’, ‘물억새군락’ 등에서는 철마다 다른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특히 가을에는 갈대가 만발해 카메라를 들고 공원을 찾는 방문객이 많으며 갈대군락과 물망초다리, 제2돌다리 옆에는‘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곳곳마다 나무 그늘 밑에서 쉬어 갈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있으며 한강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잔잔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물멍’을 즐기기 좋다.잘 닦인 자전거 도로 덕에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공원 주차장에서는 고양시 공공자전거 타조도 이용할 수 있다.방화대교 밑에는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쉼터 ‘행호’가 있다.행호는 강둑이 넓고 잔잔해서 마치 호수와 같아 ‘행주강의 호수’라는 의미로 ‘행호(杏湖)’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드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노을을 보기위해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행호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고양누리길 14번 코스인 ‘바람누리길’로도 이어져 북한산성 입구까지 창릉천을 따라 걸을 수 있다. 행주산성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호수공원까지 연결되는 6번 코스‘평화누리길’도 연결된다.고양생태공원 메타세쿼이아 산책로.(사진=고양시 제공)◇호젓한 숲길 속 자연의 모습 그대로…고양생태공원2013년 문을 연 고양생태공원은 고양시 최초로 생태를 주제로 조성된 공원이다.죽은 나무는 치우지 않고 두면 철새들의 휴식처가 되고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는 누운 채로 새 가지를 내기도 하는 등 시는 고양생태공원을 ‘생태를 보존하는 곳’으로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다.깔끔하지는 않지만 자연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고양생태공원만의 매력이다.기존 예약제로 운영했던 고양생태공원은 지난해부터 시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돼 시민들이 더욱 자주 찾는 공간으로 변했다.공원을 둘러싼 대화천을 따라 조성된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산책로는 좁지만 아늑한 숲 그늘이 가득한 곳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곳곳에 자연 그대로를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도 많아 아이와 함께 방문해볼만 하다.탐방로 곳곳에는 참나무관찰원과 야생화관찰원 등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과 조류관찰대가 있고 공원 중앙에는 생태연못이 흐르고 있어 좀 더 다양한 생물들을 볼 수 있다.생태연못의 축소판인 손바닥 웅덩이도 조성, 연못 속 다양한 생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고양생태공원 안내도.(사진=고양시 제공)공원 한 편의 농업체험교육장에서는 수박과 딸기 등 계절과일과 각종 식용 채소, 목화 등의 성장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으며 가을에 방문하면 일상에서 보기 힘들었던 목화의 꽃과 열매를 볼 수 있다.또 10월 한달 동안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해 해설사들은 다른 해설사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각자 원하는 코스로 탐방을 진행한다.고양생태공원은 일산서구 대화로 315에 위치,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동절기(11월~2월)에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월요일은 생태공원 사무실 휴무로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
- 세상 바꾸고 싶은가 '마담의 살롱'으로 오라[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6>
- 아니세 샤를 가브리엘 르모니에가 1812년 그린 ‘1755년 마담 조프린의 살롱’.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후원자 마담 조프린이 자신의 거실 ‘살롱’에서 연 어느 날의 회합 장면을 그렸다. 당대 철학자와 사상가, 예술가 등 지성인을 초청한 이 ‘마담의 살롱’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정신이 나왔고 담론문화가 꽃을 피웠다. 이날 살롱에선 볼테르의 ‘중국 고아’를 한 연극배우가 실감나게 읽어주는 이른바 ‘낭독 공연’을 펼쳤다. 캔버스에 유채, 125.9×196㎝, 프랑스 샤토 드 말메종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학예연구관이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저녁을 먹고 거실의 소파에 퍼져 앉아 TV를 본다. 요즘 보지 않으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사과도 한 입 베어 문다. 굳이 마주 보지 않고도 식구들은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나라면 안 그럴 텐데” “쟤는 왜 저러나” 이러쿵 저러쿵…. 현대 한국인의 거실은 대부분 이런 모습이리라. 비슷비슷한 집의 구조, 넓은 거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방들이 배치된 게 보통이다. 물론 가용자금의 여력에 따라, 생활패턴에 따라 다른 모양의 집을 짓고 살기도 하겠지만, 대개 서민들은 이처럼 유사한 공간에 머문다. 각자 방문을 열면 나오는 큰 공간인 거실에는 테이블과 소파, 안락의자 등을 두고 공동으로 이용케 하고 있다. 우리가 거실이라고 부르는 그 공간에서는 대체로 무엇을 하는가. 식당이 따로 있다면 거실은 주로 혼자 혹은 가족이 모여 앉아 쉬는 공간이다. 현대에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귀족이나 부르주아가 아닌 다수 서민계층의 집은 거실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았다. 특히 집에서 가내수공업을 하는 경우라면 일하는 자리와 식사하는 자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소가 뒤섞여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아드리안 판 오스타더(1610∼1685)의 ‘식사 후 농가의 가족’(1661)에는 그런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식당·일터와 구분 없던 서민층 거실 창에선 빛이 들어오고, 창 밖을 구경하는 큰 아이, 큰 아이처럼 밖을 내다보려 창가 의자로 올라서려 애쓰는 작은 아이가 정겹게 보인다. 그 옆의 아기식탁에는 아직은 혼자 서 있기 힘든 아기가 딸랑이를 쥐고 있으며, 식사를 마친 부부는 화덕 근처에서 담배를 나눠 피우고 있다. 둥근 식탁에는 거칠어 보이는 빵조각이 남아 있고, 바닥은 어지럽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 가운데 놓인 실감개 틀이다. 이 가족은 실을 이용한 직조가 돈벌이 수단인 것이다. 식후 한때 현대인들이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이들의 식후 한때도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식당과 거실과 일터의 구분 없이 작고 보잘것없지만 이들의 집에서는 제일 넓은 공간이다. 지금도 이런 생활 양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어, 신분이나 재력이 인간의 가옥과 정신적·육체적 삶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우울한 지경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드리안 판 오스타더의 ‘식사 후 농가의 가족’(1661). 네덜란드의 풍속화가로 활동한 오스타더는 농민과 서민층의 일상을 꾸밈없이 그렸다. 대부분 활기 넘치는 화풍이었으나 후기에는 렘브란트의 명암법을 받아들여 온화한 실내 정경을 묘사하기도 했다. 작품은 그 시기의 그림 중 한 점으로 17세기 네덜란드 서민 가정의 일터이자 식당이자 거실이던 공간을 엿보게 한다. 패널에 유채, 35.5×31.3㎝, 개인 소장.침실이나 식당과 구분된 ‘거실’은 왕궁, 또 귀족과 부르주아의 가옥에서 보였다. 특히 프랑스에서 손님을 초대해 문화예술 행사를 갖는 상류계층의 거실을 ‘살롱’(salon)이라고 불렀는데, 오늘날 우리가 ‘살롱’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 ‘룸살롱’ ‘헤어살롱’ 등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던 공간이다. 살롱에서의 회합은 그 집의 안주인 ‘마담’(Madame)이 주관했는데, 단지 모임을 준비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문화적·철학적 담론의 좌장 같은 역할이었다. 상류층 여성들 가운데 문화예술을 후원하며, 철학적 담론을 중재하며 토론으로 이끈 대단히 지적인 이들이 살롱의 주인 ‘마담’이었던 것이다. 물론 마담이란 말은 결혼한 여성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명칭이기는 하나, ‘살롱의 마담’이라면 음악회나 미술전시회, 혹은 학술심포지엄을 기획하고 이끌던 인물을 지칭했던 것이다.◇살롱문화 부흥시킨 ‘마담’의 거실 프랑스 화가 아니세 샤를 가브리엘 르모니에(1743∼1824)가 그린 ‘1755년 마담 조프린의 살롱’(1812)은 그러한 대규모 회합이 이뤄지던 살롱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높은 천장과 넓은 벽이 꽉 차도록 그림들이 걸린 살롱. 앉아 있는 사람과 서 있는 사람은 모두 프랑스 학계와 문화계의 저명인사들이다. 앞줄 왼쪽 테이블 앞에 앉아 종이뭉치를 들고 있는 사람은 이 화면에서 가장 격렬한 눈빛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연극배우 르캥이다. 그가 감정을 섞어 읽으면서 음성연기를 하고 있는 글은 볼테르의 ‘중국 고아’란 작품으로, 때마침 살롱의 중앙 벽에는 볼테르의 석조 흉상이 놓여 있다. 청중들은 르캥의 음성연기를 집중해서 듣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이들 가운데는 드니 디드로(1713∼1784), 장 자크 루소(1712∼1778) 등 잘 알려진 백과사전파 계몽주의 사상가의 얼굴이 드문드문 보인다. 이 살롱의 마담 조프린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사상이었던 계몽주의의 후원자였던 것이다. 그림 속에서 조프린은 첫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로 보이는, 수수한 청회색 옷을 입은 여성이다. 조프린은 이후 프랑스 사회문화의 판도를 크게 바꿔놓을 계몽주의 사상가들을 초청해 서로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장인 살롱을 마련하고, 다음 회합을 어떤 내용으로 이끌어갈지 기획한 사람이었다. 그림 속에서 연극배우가 읽고 있는 작품의 저자 볼테르도 대표적인 계몽주의 작가였다. 아니세 샤를 가브리엘 르모니에가 1812년 그린 ‘1755년 마담 조프린의 살롱’의 부분들. 이날 살롱에 참석한 주요인사들을 클로즈업했다. 왼쪽부터 철학자 장 자크 루소, 연극배우 르캥, 작가 겸 사상가 볼테르의 흉상, 철학자 드니 디드로, ‘살롱’을 열고 회합을 주도해간 마담 조프린.마담 조프린의 살롱은 때로는 음악가를 초청해 연주를 감상하는 자리가 되기도 하고, 화가를 초청해 그림을 감상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으며, 철학과 문학을 논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뿐만 아니라 외국 원수와 고위인사도 이 자리에 초청돼 국제적인 정세와 사회사상을 논할 수 있었으니, 당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그녀의 살롱에 얼마나 초대받고 싶어 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마담 조프린의 영향력은 18세기로 그치지만 19세기까지도 여러 가문의 여성이 살롱을 열어 문화예술과 사상을 품고 키워내는 장소를 제공했으니, 거실이 이처럼 크나큰 역할을 할 수 있던 시기가 이전이나 이후에 또 있었을까 싶다. ◇사상·문화예술 교류·회합 주선한 여성들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교육을 받고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제약이 어느 정도 사라진 것은 그후로도 한참 뒤다. 프랑스든 혹은 다른 어느 나라든 여성의 영향력이란 것은, 대부분 권력 있는 남편이나 연인, 아들이 남성으로서 얻을 수 있는 지위를 교묘히 이용하고 조종하는 것으로 그려져 왔다. 그런 여성들이 역사 속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는 것 또한 별로 본 적이 없다. 요즘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도 여성은 노인과 더불어 최약체라, 남성에게 섹스어필해 도움을 받고 살아나갈 방법을 강구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논란거리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역사 속에 여성은 한때 자신의 거실을 열어 예술가·사상가를 초청했고, 초청인사들에 대한 보증인으로, 문화예술을 교류하고 지원한 후원자이자, 새로운 사상에 필요한 회합을 주선해 이를 발전시키는 독특한 매개자로 활약했다. 단지 한가하고 돈 많은 귀족이나 부르주아 부인의 여가생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역할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했다. 물론 마담 조프린을 비롯해 자신의 거실을 열어뒀던 여성들은 어디까지나 배후의 인물일 수밖에 없었고, 문화예술과 사상의 공급자이기보다는 그것을 펼칠 장을 마련하는 역할에 그쳤다. 또한 그것이 자신의 재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것일 수밖에 없기도 했다. 하지만 흔히 역사물에서 그리는 것처럼 시기와 질투, 암투와 의존으로 얼룩진 여성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들은 마땅히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세계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던 여성으로 다시 기록돼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롱의 마담’이라고 할 때 지칭하는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말이다. △이윤희 학예연구관은…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지금은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으로 일한다. 일터에 나가면 미술작품들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전시기획을 하고, 글을 쓴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 [여행] 하늘과 바다, 그리고 섬을 잇다…삼천포 愛 빠지다
- 삼천포대교공원에 있는 사천 조형물사천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창선삼천포대교의 야경[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이맘때는 굳이 특별한 장소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어딜 가더라도 푸른 하늘 그림 같은 풍경이 깔려 있어서다. 깊은 가을 풍경으로 들어가 있노라면, 몸은 저절로 휴식을 얻고 마음의 양식은 가득 채워진다. 남쪽 끝, 경남 사천으로 한달음에 달려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박하지만 눈높이를 낮추면 ‘자연의 얼굴’이 여행객을 반겨준다. 사천대교 앞 거북선 마을부터 남일대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대표적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속삭이듯 가까이 다가와 여행객을 위로한다. 여기에 한국의 금문교라 불리는 창선삼천포대교와 옹기종기 떠 있는 그림 같은 섬,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실안낙조가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낭만에 빠져든다.◇국내 최초로 섬과 섬을 잇는 다리 ‘창선삼천포대교’사천의 최대 랜드마크는 창선삼천포대교(436m)다. 삼천포항 어디서든 잘 보여서다. 사천시 대방동에서 모개섬을 지나 초양도, 늑도를 거쳐 남해군 창선도까지 연결된다. 우리나라 최초로 섬과 섬을 잇는 다리다. 섬에서 섬으로 연결될 때마다 다리는 이름을 바꿔 단항교,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가 된다. 이 5개의 다리 모두를 일컬어 창선·삼천포대교라 한다.사천바다케이블카 각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실안낙조 풍경다리 위에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치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다리를 배경으로 노을 풍경을 담기 위해 삼천포항 주변을 바삐 오가는 여행객을 이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주말에는 다리 조명으로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3번 국도 실안교차로에서 삼천포대교 방향으로 이동하다 삼천포해상관광호텔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나오는 전망대와 정자로 가면 된다. 삼천포대교공원 수상무대 근처에서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대방진굴항삼천포대교 바로 아래에 있는 대방진굴항에서는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원래는 왜구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고려시대에 만든 항구다. 현재의 모습은 조선 후기에 다시 쌓은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숨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지금도 이곳 주민들의 작은 배가 묶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록빛을 띤 물 위로 비치는 고목의 그림자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돌로 쌓은 항구 주변을 거닐며 삼천포항과 삼천포대교를 감상하기에 좋은 위치다. 이순신 동상까지 가는 길에는 벤치가 여럿 있어 잠시 그늘에 앉아 쉬어갈 수도 있다.삼천포 각산에서 초양도로 이어지는 사천바다케이블카◇바다와 섬, 그리고 산을 오르는 ‘사천바다케이블카’삼천포대교 바로 위로는 사천바다케이블카가 다닌다. 2018년 4월 개통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 바다와 섬, 그리고 산을 아우르는 케이블카다. 해상 케이블카와 산악 케이블카를 반반 섞어놓은 모양새다. 전체 길이는 2340m. 대방정류장에서 초양정류장을 잇는 해상 구간이 816m, 대방정류장에서 각산정류장을 잇는 산악 구간이 1614m다. 삼천포대교공원 앞 대방정류장에서 출발해 옥빛 바다를 건너 초양정류장까지 다녀온 케이블카는 대방정류장에 멈추지 않고 곧바로 전망대와 봉수대가 있는 각산(해발 408m) 정상에 오른다. 대방정류장에서 초양정류장과 각산정류장을 거쳐 대방정류장까지 돌아오는 데 25~30분 걸린다.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실안낙조 풍경사천바다케이블카는 빨간색 일반캐빈(30대)과 크리스탈캐빈(15대)이 운행한다. 크리스탈캐빈은 일반캐빈과 달리 바닥을 두께 27.5mm 강화유리로 마감했다. 덕분에 해상 구간을 지날 때는 아름다운 바다가, 산악 구간을 오를 때는 푸른 숲길이 발아래 그림처럼 펼쳐진다.사천바다케이블카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각산전망대에서 보는 창선·삼천포대교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지만, 전망대에서 마주한 장면은 감동이 다르다. 모개섬, 초양도, 늑도를 지나 남해군 창선도로 이어지는 5개 다리가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물길과 어우러진 풍경은 사천이 자랑하는 8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에 다소곳이 자리한 솔섬, 학섬, 두응도, 박도 등도 아기자기하다.삼천포 각산에서 남해 초양도를 가로지르는 사천바다케이블카◇각산 편백숲에서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끼다각산정류장에서는 각산 정상까지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정상에는 각산전망대 외에도 각산정류장 3층과 산림초소 앞에 전망대가 있다. 산림초소 앞 전망대는 각산전망대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인데, 각산전망대만큼 시원한 전망은 아니지만 숲길이 워낙 예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산책하듯 천천히 다녀오기 좋다.각산전망대 뒤로 보이는 큼직한 돌탑은 사천 각산봉수대(경남문화재자료 96호)다. 고려 시대에 설치해 1895년(조선 고종 32)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큼직한 원형 대에 연통을 얹은 지금의 봉수대는 2017년 발굴 조사를 통해 복원했다. 당시 함께 확인된 건물터에는 봉수군 가옥과 봉수대 창고가 자리했다.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각산에는 편백향 가득한 힐링공간인 ‘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도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올해 5월 공사를 마무리했다. 휴양림은 39.4ha 넓이 규모다. 울창한 숲과 계곡 사이에 자리잡은 숙박동(22실), 캠핑이 가능한 야영데크(15개소), 샤워 시설을 갖춘 야영센터 등이 있다. 또 계곡물 탁족장, 어린이 물놀이장, 숲 놀이터, 숲 탐방시설(1.2km)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설치했다.특히 숲속 탐방로는 수만 그루의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숲은 잘 정돈되어 있지만, 대체로 높게 자란 편백 덕에 깊고 그윽하다. 목적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걷거나 사색하기 좋고 쉼을 가져봄 직하다. 하늘 위로 쭉쭉 뻗은 편백 숲 사이로 오솔길을 내, 편히 오가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숲에 들어서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따사로운 햇살과 코끝에 맺히는 은은한 향기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준다.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항균·살균 작용은 물론, 아토피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 중간에 잠시 멈춰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폐부 깊숙한 곳까지 상쾌함과 청량한 기운이 스며드는 기분이다. 마음속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가듯 개운하다.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
- 尹 "黨 없어지는 게 맞아" 발언에 野 대선주자들 '맹폭'
-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윤 전 총장이 전날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13일 오후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주 토론회 시작 전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윤석열 후보.(사진=제주도사진기자회)홍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참 오만방자하다. 들어온 지 석달밖에 안 된 사람이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 해체한다? 나는 이 당을 26년간 사랑하고 지켜온 사람”이라며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고 힐난했다.홍 의원은 “문 대통령과 한편이 돼 보수궤멸에 선봉장이 된 공로로 벼락출세를 두 번이나 하고 검찰을 이용해 장모 비리, 부인 비리를 방어하다가 사퇴 후 자기가 봉직하던 그 검찰에서 본격적인 가족 비리, 본인 비리를 본격적으로 수사하니 정치수사라 호도한다”며 “정치 입문 넉달 만에 대통령 하겠다고 우기는 모습이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내 여태 검찰 후배라 조심스레 다뤘지만 다음 토론때는 혹독한 검증을 해야겠다”며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했다.유 전 의원 역시 이날 “뭐가 두려워서 등 뒤에서 칼을 꽂나.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시절 버릇인가”라며 “무서워서 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와도 버벅거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재명을 이기나. 붙으면 탈탈 털려서 발릴 것”이라고 직격했다.그는 “10원짜리 하나 안 받았다던 장모는 나랏돈 빼먹은 죄로 구속됐었고, 부인과 장모의 주가조작 의혹, 본인의 고발사주 의혹, 화천대유 김만배가 부친 집 사준 의혹 등은 뭐냐”고 반박했다. 이어 “본인 약점이나 신경 쓰고 무서우면 ‘천공스승님 정법 영상’이나 보고 오라”고 했다. 이어 “본인과 부인, 장모 사건들부터 챙기시고, ‘1일 1망언’ 끊고 정책 공부 좀 하라”며 “지지도 좀 나온다고 정치가 그리 우습게 보이고 당이 발 밑에 있는 것 같나”라고 꼬집었다.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검증을 하다 보면 후보 개인은 매우 불편하거나 힘들 수도 있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낫습니다’라는 발언은 분명한 실언이다.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 정치판에 들어오니까 이건 여당이 따로 없고 야당이 따로 없다”고 말하며 자신을 공격하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특히 “민주당과 손잡고 거기 프레임에 (맞춰) 저를 공격하려 한다”라며 “고발사주 (의혹을) 가지고 대장동 사건에 비유해가면서, 이재명과 유동규의 관계가 저와 정보정책관의 관계라는 식으로 공격한다. 이게 도대체 야당 대선 후보가 할 소리인가. 이런 사람이 정권교체를 하겠나”라고 말하며 유 전 의원을 맹비난했다.이어 “그분들이 제대로 했으면 정권이 넘어가고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저렇게 박살이 났겠나”라며 “제 개인은 얼마든지 싸움에 나가 이겨낼 자신이 있지만 참 당이 한심하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당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야말로 본선에 나가도 전혀 끄떡없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정치판에서 십수 년을 지내왔는데 월급쟁이 공직생활을 한 사람한테 도덕 검증, 윤리 검증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게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유승민, 윤석열 향해 "이재명에 털릴 것…文정권 충견" 맹비난
-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어떻게 이재명 후보를 이기겠냐”며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TV토론회에서도 윤 전 총장을 향한 집중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14일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겁하고 약점 투성이 후보가 어떻게 이재명을 이깁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이같이 말했다.(사진=MBC 방송화면 캡처)유 전 의원은 “윤석열 후보님, 뭐가 두려워서 등 뒤에서 칼을 꽂습니까?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시절 버릇입니까?”라고 물으며 “떳떳하면 TV토론에서 사람 눈을 보고 당당하게 말해달라. 무서워서 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와도 버벅거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재명을 이기느냐. 붙으면 탈탈 털려 발릴 것”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그러면서 “일주일만 털면 다 나온다? 특수부 검사다운 말버릇이다. 22년 정치하면서 야당 때도, 여당 때도 탈탈 털어 먼지 하나 안나온 유승민한테 무슨 약점 운운하냐”고 따지면서 “유승민은 윤후보 같은 사람한테 그런 소리나 들을 만큼 허접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깨끗하게, 당당하게, 소신과 양심 지키며 살아왔다”고 강조했다.동시에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논란들을 언급하며 “걸핏하면 ‘털어서 뭐 나온 게 있나?’라고 하는데, 10원 짜리 하나 안받았다던 장모는 나랏돈 빼먹은 죄로 구속됐었고, 부인과 장모의 주가조작 의혹, 본인의 고발사주 의혹, 윤우진 사건 거짓말 의혹, 화천대유 김만배가 부친 집 사준 의혹 등등은 무엇이냐. 본인 약점이나 신경쓰고, 무서우면 ‘천공스승님 정법 영상’이나 보고 오십시오”라고 비꼬았다.앞서 윤 전 총장은 전날 KBS 제주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TV 토론회에서 “이 정부가 저를 2년 동안 가족과 함께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사진=유승민 페이스북)유 전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 덕분에 벼락출세 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느냐.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는 웃기는 소리도 그만 합시다”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언급했다.그는 “(윤 전 총장은)‘조국 수사는 문재인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수사였다’고 말했다. 끝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려고 우리 당에 온 거 아니냐. 본인과 부인, 장모 사건들부터 챙기시고, 1일 1망언 끊고, 정책 공부 좀 하십시오”라고 일갈했다.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것을 다시 강조하며 “지지도 좀 나온다고 정치가 그리 우습게 보이고 당이 발 밑에 있는 것 같느냐. 차리리 ‘나 좀 추대해달라’고 말하라. 당원과 국민들께서 정권교체를 진정 원하신다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주셔야 한다. 이재명에게 탈탈 털리고 당에 치욕을 안길 윤석열 후보로는 필패”라고 덧붙였다.
- "실제 어촌 참고"…'갯마을 차차차' 미술 감독이 밝힌 공진 탄생 비하인드
- ‘갯마을 차차차’(사진=tvN)[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갯마을 차차차’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무공해 청정 바닷마을 공진의 탄생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연출 유제원, 극본 신하은,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지티스트)는 현실주의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 백수 홍반장(김선호 분)이 짠내 사람내음 가득한 바닷마을 ‘공진’에서 벌이는 티키타카 힐링 로맨스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까지 사로잡으며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는 ‘갯마을 차차차’의 주 배경이 되는 바닷마을 공진은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혜진과 두식의 인연이 시작된 곳이자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펼쳐지는 장소이기 때문. 특히 마을 사람들의 푸근한 인심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공진 마을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혜진과 두식의 로맨스를 비롯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고 있는 공진 사람들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몰입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이와 함께 극중 혜진, 두식, 감리 할머니(김영옥 분)의 집 뿐만 아니라 ‘윤치과’, ‘화정횟집’, ‘보라슈퍼’, ‘공진반점’, ‘청호철물‘, 그리고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 라이브 카페 등 공진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상가들의 비주얼 역시 사람 냄새나는 ‘갯마을 차차차’만의 색깔이 오롯이 느껴진다는 평이다. 이는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제작진들의 땀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 이에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비밀의 숲’ 등을 통해 작품의 색깔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온 류선광 미술감독이 직접 밝힌 ‘갯마을 차차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먼저 류선광 미술감독은 “처음 대본을 읽고 기분 좋고 따뜻한 이미지들을 먼저 떠올렸다. 어렸을 때에 시골 외갓집에 놀러 갔을 때 느꼈던 추억, 따뜻한 빛, 꾸며지지 않아도 웃음을 자아내는 것들 등을 각자 나열해 보면서 작업을 시작했었다. 자연스러움을 지키는데 가장 중점을 뒀다”라고 공진 마을을 이룬 초석을 밝혔다. 공진 마을의 상가가 탄생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섭외팀이 장소를 찾는데 많은 고생을 했다. 감리 할머니 집, 화정횟집, 윤치과 등 상가들과 언덕 위의 배, 오징어 동상은 세트장이 아닌 실제 있는 장소에 미술적 세팅을 더해서 만든 공간이다. 극 중에서 보여지는 상가거리처럼 입체적인 공간 안에 모두 모여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다. 각 상가의 간판은 현자의 것과 과거의 것이 조화롭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캐릭터마다 연령이나 히스토리를 반영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고, 실제 어촌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필름으로 찍은 따뜻한 어촌의 모습을 상가 속에 많이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보라슈퍼나 상가거리에 실제 꽃들과 생물들을 많이 배치해서 따뜻한 생명들이 사는 마을처럼 보이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류선광 미술감독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두식의 집 인테리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아낌없이 밝혔다. “작가님께서 쓰신 대본에 한옥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구현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여기서 욕심낸 부분이 있다면 바닥과 서까래 등 나무들이었다. 저희 팀의 디자인과 의도에 맞게 세트팀 역시 고생이 많았다. 실제 한옥 서까래를 구하러 강원도까지 가서 공수해 주셨고, 여기에 소품팀, 조명감독님이 채워주신 빛 덕분에 더욱 따뜻한 공간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미술팀을 비롯해 제작진의 손발이 잘 맞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두식의 카메라 진열대 벽면은 중간에 구조 변경을 했었는데 그 덕분에 더욱 세트가 밀도 있게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작은 디테일까지 세심한 신경을 기울인 제작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수많은 제작진들의 땀과 노력으로 완성된 바닷마을 공진의 모든 공간들은 훈훈하고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의 특성을 시각적으로도 완벽히 구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제대로 만족시키고 있다. 이제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갯마을 차차차’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매주 토, 일 오후 9시에 방송되며 오는 16일 토요일에는 15회가 방송된다.
- 지친 우리를 위로해줬던 예술의 감동 한번 더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 없이 공연예술 전체를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시상식인 ‘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이 오는 1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이데일리가 주최하고 이데일리 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데일리 문화대상’은 한 해 동안 웃음과 눈물 속에 감동과 위안을 선사한 공연을 가리기 위해 지난 2014년 출범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네며 예술의 힘을 보여준 작품을 시상해 움츠러든 공연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한편, 지친 국민들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행사를 준비했다. 앞서 ‘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은 부문별 최우수작을 발표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팬들을 대상으로 한 응원 댓글 이벤트 결과를 합산해 선정된 최우수작은 △연극 ‘생활풍경’(극단 신세계) △클래식 ‘2020 교향악축제’(예술의전당) △무용 ‘제41회 서울무용제’(한국무용협회) △국악 ‘나무, 물고기, 달’(국립창극단)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CJ ENM)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트와이스 월드 인 어 데이’(JYP엔터테인먼트)다. 영예의 대상은 최우수작 중에서 심사위원단 평가와 온라인 투표를 합산해 선정하며, 시상식 당일 발표된다. 온라인 투표는 오는 17일까지 진행한다.역대 대상 수상작의 면면도 화려하다. 2014년 ‘제1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의 대상은 국내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극찬받았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명훈 말러교향곡 9번’이 수상하며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2015년 ‘제2회 문화대상’의 대상은 충무아트센터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거머쥐었다. 2016년 ‘제3회 문화대상’의 대상 수상작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가 선보인 민간단체 최초의 국악극 축제 ‘제1회 바닥소리극 페스티벌’이었다. 2017년 ‘제4회 문화대상’의 대상은 ‘백건우의 선물’이 차지했고, 2018년 ‘제5회 문화대상’의 대상은 젊은 연극인 주축의 프로젝트 내친김에가 제작한 연극 ‘손님들’이 받았다. 2019년 ‘제6회 문화대상’의 대상은 세계를 사로잡으며 K팝의 새 역사를 쓴 콘서트부문의 방탄소년단(BTS)에게 돌아갔다. 2020년 ‘제7회 문화대상’은 처음으로 대상 수상작을 발표하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시련이 들이닥쳐 공연계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누구 한 명에게 대상을 안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데일리 문화대상’은 ‘공로상’을 통해 공연예술계에서 한평생 헌신한 원로들에게 존경의 마음도 표하고 있다. 제1회에서 2016년 타계한 배우 백성희에게 시상한 후 ‘한국 신무용의 대모’ 무용가 김백봉, ‘국민배우’ 이순재, ‘연극계 산증인’ 배우 오현경, ‘전국노래자랑’의 방송인 송해, ‘연극계 대모’ 박정자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에는 ‘시대의 명창’으로 불리는 안숙선이 공로상을 받는다. 남다른 개척정신을 발휘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프론티어상’을 수여한다. 한편 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은 현장에서 발표되는 대상을 비롯해 연극, 클래식, 무용, 뮤지컬, 국악, 콘서트 등 공연예술 6개 부문 최우수작, 특별상(공로상, 프런티어상 각 1명)을 시상한다. 그룹 뉴이스트, 듀에토, 브레이브걸스, 킹덤 등 아티스트들이 참석해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속 공연을 이어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온 공연문화계와 관객들, 아울러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축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동반자 외 한 칸 띄어앉기로 운영한다. 뜨거운 관심 속에서 시상식 당일 티켓은 이미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티켓링크에서는 티켓 오픈 1분 만에 초고속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시상식은 카카오TV,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우리은행, KG, 할리스가 후원한다.
- 유승민 vs 윤석열 `정면충돌`…"천공스승 황당"vs"연락 끊어"
-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본경선 첫 합동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강하게 충돌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 각종 조언을 해줬다는 이른바 `천공 스승`(정법) 논란을 비롯해 처가 의혹을 거론했고, 윤 전 총장이 이에 강하게 반박하며 분위기가 과열됐다.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왼쪽 사진부터),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후보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앞서 2차 컷오프(경선)를 통과한 4인의 후보들은 본경선 첫 일정으로 11일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열린 호남권 합동토론회에 참석했다. 약 100분간 진행된 토론회 초반에는 각 후보들이 호남 관련 공약을 제시하면서 비교적 무난한 양상으로 흘러갔다.유승민 전 의원은 호남과 영남을 아우르는 지역에 50조원을 선투자해 반도체 미래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호남을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의 미래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은 무안공항을 `김대중공항`으로 바꿔 글로벌 관문공항으로 조성, 무안공항 중심으로 에어시티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지역의 큰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호남 특임 장관`을 임명하겠다고 선언했다.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주도권 토론이 돼서야 각 후보들이 공방을 주고 받는 모습이 연출됐다. 특히 직전 토론회에서 `삿대질 논란`으로 갈등을 빚었던 유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이 혈투를 벌였다.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지목하면서 “지난 토론 때 천공을 아느냐, 지장을 아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이 내게 거칠게 항의하고 욕을 하더라”며 “이 문제는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의 판단에 관한 문제이기에 중요하다”고 운을 띄웠다.이어 “정법이란 사람이 ‘내 손바닥이 빨간 이유가 손바닥에서 에너지가 나가기 때문이고 암 걸린 환자가 피를 토하고 암이 나았다’ ‘백두산이 정월초하루에 영하 수십도가 돼도 내가 가면 칼바람이 멈추고 봄날씨가 된다’고 하더라”며 “황당한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이에 윤 전 총장은 “그분이 올린 게 1만개 정도가 된다. 그런 것들도 있을 수 있는데,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며 “합계 27년 간 법조계 생활을 했다. 칼같은 이성과 증거, 합리를 바탕으로 업무결정을 한 사람이다”며 자신을 둘러싼 미신 논란을 적극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은 천공이 자신의 멘토라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나자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이어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 처가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건드리자 윤 전 총장은 발끈했다. 유 전 의원은 “부인의 주가 조작 혐의가 드러나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묻자 윤 전 총 장은 “그럴 리가 없고, 내 정치 행로를 방해하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특수부를 동원해 하는 것”이라며 “26년 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돈을 피해간 사람이다.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고 답했다.유 전 의원의 주도권 시간임에도 윤 전 총장이 답변을 이어나가자 유 전 의원은 “내 질문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냐”고 따졌고 윤 전 총장은 “성의 있게 답변을 하는 것이다. 허 참”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이외에도 원 전 지사와 홍 의원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협공했다. 원 전 지사는 전날 홍 의원이 ‘이 지사는 구치소에 가야할 사람’이라고 한 것을 들어 무슨 죄목이 돼야 하느냐고 물었고, 홍 의원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뇌물죄가 가장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에서 경선 무효표 이의 제기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홍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하면 100% 뒤집힌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