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2건
- 현대건설, 포항에 ‘힐스테이트 환호공원’ 신규 공급
-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현대건설은 경상북도 포항시에 힐스테이트 환호공원을 공급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8층, 총 20개 동, 총 2994가구(1블록 1590가구, 2블록 1,404가구)로 구성된다. 블록별 가구 수는 1블록 59㎡ 302가구, 84㎡ 994가구, 101㎡ 294가구이며, 2블록은, 59㎡ 364가구, 84㎡ 747가구, 101㎡ 293가구다. 현대건설은 “단지는 북구에서 주거 선호도 높은 입지에 조성돼 교통·교육·생활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새천년대로, 삼호로, 소티재로, 영일만대로 등을 통해 포항 전역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성곡 IC, 포항 IC, 대련 IC 등을 통하면 전국 각지로도 수월하게 갈 수 있다. 포항고속버스터미널도 가깝고, 인근의 KTX 포항역을 이용하면 동대구까지 30분대, 서울까지 2시간 30분대면 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단지에서 도보로 해맞이초에 갈 수 있고 항구초, 대도중, 환호여자중 등 다수의 학교도 가깝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특히 반경 2km 안에 양덕동과 두호동 일대 학원가도 밀집해 있다. 이 밖에도 하나로마트, 죽도시장,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이마트 등 쇼핑 시설은 물론 시티병원, 포항시립미술관, 롯데시네마,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실개천거리도 가깝다. 단지 주변으로 포항국가산업단지, 영일만산업단지 등도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힐스테이트 환호공원 1블럭 조감도
- [e갤러리] '헝가리식' 우연이 만든 주름…시몬 한타이 '수채화'
- 시몬 한타이 ‘수채화’(1971·사진=성곡미술관)[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헝가리 출신 프랑스 작가 시몬 한타이(1922∼2008). 20세기 후반 세계 추상의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느 추상화가와는 좀 다르다. 의미를 구도로 삼고 스토리를 색으로 올리는, 다른 이들과는 다른 장면을 만들어내서다. 작가는 ‘우연’을 믿는다. 최선을 다한 화면에서 성과처럼 얻어내는 결과물. 이런 식이다. 접고 구기거나 실로 촘촘히 묶어 매듭을 만든 캔버스나 종이에 물감을 칠하는데, 주름 잡힌 방향과 방법에 따라 독특하게 퍼져나오는 ‘패턴’을 작품으로 삼는 거다. 굳이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플리아주’ 기법. 그림으로 조각 같은 깊이를 구현하는 작업이다. 결국 작가가 작품을 마주하는 건 물감이 마른 뒤 천을 펼치고 나서인데. 바로 ‘우연’이 만들어낸 장면을 뒤늦게 보게 되는 거다. ‘수채화’(Aquarelle·1971) 역시 그렇게 제작한 작품 중 하나. 아무리 우연이라 해도 그 결과를 이끌어낸 연구와 실험까지 우연이라 할 순 없다.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서 야노서 파요, 페렌츠 피체, 타마스 헨체, 일로너 케세뤼, 카밀 마요르, 베라 몰나르, 주디트 레이글 등 15인의 헝가리 작가와 함께 여는 기획전 ‘접히고-펼쳐진’(Folded-Unfolded)에서 볼 수 있다. 1960∼1970년대 헝가리 작가의 추상미술을 모았다. 종이에 수채. 65.5×56.5㎝. 성곡미술관 제공. 일로너 케세뤼 ‘흐름’(Stream·1975∼1989), 캔버스에 아크릴, 180×120㎝(사진=성곡미술관)야노서 파요 ‘삼각형’(Triangles·1969∼1989), 캔버스에 오일, 201×201㎝(사진=성곡미술관)주디트 레이글 ‘진행’(Progress·1975), 캔버스에 혼합재료, 180.5×201.5㎝(사진=성곡미술관)
- 예술의 시간, 회화작가 박진아·이혜인 ‘아우라는 모퉁이에서 만나지’ 개최
- [이데일리 이윤정 인턴기자]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회화작가 박진아, 이혜인의 2인전 ‘아우라는 모퉁이에서 만나지’ 전시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아우라는 모퉁이에서 만나지’ 전시전경 (사진제공=아트센터 예술의 시간)9월 16일부터 11월 27일까지 서울 금천구 ‘예술의 시간’ 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의 경험을 독자적인 화풍으로 구현하는 두 작가의 신작을 포함한 약 40여 점의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의 시간 관계자는 “오랜 시간 회화 작업에 몰두해 온 박진아, 이혜인 작가의 작품에서는 고유의 아우라가 발생한다. 특히 독산동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 공간에서 만나는데, 이러한 장소적 특징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 모두를 선사하며 관람자가 작품을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향유 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이어 “디지털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묵묵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회화를 탐구해 온 두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가면 어느새 한 모퉁이에서 발생하는 아우라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박진아(b.1974)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런던 첼시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사람들이 조명 아래 모여 있다’(합정지구, 2018), ‘백스테이지’(교보아트스페이스, 2018), ‘네온 그레이 터미널’(하이트컬렉션 2014), ‘스냅라이프-성곡 내일의 작가’(성곡미술관 2010) 등이 있다.이혜인(b.1981)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어느날, 날씨를 밟으며’(갤러리 기체 2020), ‘Sync’(신도문화공간 2018), ‘A Travel Journal’(Sophie’s Tree 뉴욕), ‘완벽한 날들’(두산갤러리 뉴욕) 등이 있다.
- 영조가 사랑한 경희궁…왕의 공간서 시민공간으로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서울 신문로2가는 옛 경희궁 영역과 거의 일치하는 지역이다. 경희궁의 흥망성쇠와 명맥을 같이하는 공간이다. 왕이 떠난 경희궁터에는 일제강점기 학교와 전매국 관사지가 들어섰고, 해방 이후에는 서울고등학교와 고급 주택지가 형성됐다. 서울고등학교가 있던 자리에는 경희궁 일부가 복원되고 서울역사박물관이 세워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신문로2가, 궁터에서 시민공간으로’ 보고서를 통해 왕의 공간이 어떻게 시민들의 공간으로 변화되었는지 살펴보자. 발굴조사가 진행중인 옛 경희궁터.(사진=서울시 제공)◇대한제국기 경희궁의 쇠퇴와 남아있는 흔적광해군은 임진왜란 시기 경복궁이 불타고, 창덕궁은 기거하기를 꺼려해 왕기가 서렸다는 곳에 경희궁을 1617년 건설했다. 1865년 경복궁 중건이 시작되자 경희궁 전각의 목재와 석재는 새로운 궁궐의 자재로 활용됐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경희궁의 빈터는 명례궁 등 4개의 궁에 토지로 분배되고 뽕나무가 심어지는 등 궁으로서의 위상은 점점 사라졌다.경희궁의 일부 전각과 빈 땅은 권업박람회 예정지로 지정되거나 각종 사교모임의 장으로 활용됐다. 궁의 경계부는 각종 개발로 모호해졌다. 남쪽부지는 전차개설과 신문로 확장으로 궁의 일부가 잘려나갔으며 동쪽은 전매국 관사 건설로, 서북쪽은 경성측후소와 남감리교 숙소가 건축돼 광활한 경희궁과 주변의 영역구분은 점차 흐려졌다. 경희궁지는 수 차례 발굴조사가 이뤄진 뒤 일부는 보존 전시되거나 안내판이 설치돼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특히 경희궁의 동쪽 경계부는 흔적이 남아 궁장의 일부가 복원되고, 경희궁의 정자 춘화정이 있던 성곡미술관에는 숙종 대에 설치한 반월형 석조 연못이 발견돼 일반 시민에게도 공개하고 있다.◇선택된 이들의 공간, 경성중·서울고“중학교는 별궁의 하나 경희궁 속에 있었다. 작은 언덕을 배경으로 하고 아래로 층층이 부드러운 검도장, 강당, 우천 체조 경기장이 늘어서 더욱 2층 건물이 2열로 세워져 있었다. 건물 사이에는 화강암으로 조각된 돌계단과 울타리 등 옛 궁전 터가 많다고 생각했다.” 경성중학교 졸업생이자 전 지바현 계량협회 회장 모리코 오조오는 ‘경성의 거리의 추억’을 통해 이같이 회상했다. 1910년 설립된 경성중학교는 조선에 거주하는 고위급 일본 관료 자녀들의 교육을 위한 학교로 설립됐다. 초기에는 숭정전, 회상전, 흥정당 등 경희궁의 일부 전각을 사용했으나 1926년 이후 하나씩 건물이 매각됐다. 경성중학교는 본관, 체육관, 수영장, 테니스코트, 도서관, 강당 등을 갖춘 최신 시설의 학교로 명성을 날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전쟁이 격화되자 서울 곳곳에 방공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경성중학교 부지 내 방공호 건설 공사는 1944년 겨울부터 시작돼 체신국 직원들과 경성중학교 학생들을 동원해 건설했다. 미완성인 채로 해방을 맞이해 한국전쟁 당시 군인들이 잠시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도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인근에 방공호는 남아있으며 서울고등학교 학생들의 회고담에도 접근금지 장소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1910년대 경성중학교 전경.(사진=서울시 제공)서울중학교는 해방 이후 경성중학교에서 새롭게 거듭난 ‘신흥학교’로서 선생과 학생을 모두 새로 모집해야 했다. 당시 월남한 이북 명문중학교 출신 학생들을 대거 서울고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 학생 수를 충원할 수 있었다. 서울고등학교는 초대 김원규 교장의 엄격한 교육과 훈련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를 ‘신문로 감옥소’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 교장은 명문학교로 거듭나기 위해 조병화, 황순원, 김광식 등 각계 인재들을 교사로 초빙해 학생들에게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교사들에게는 학교 안에 있는 사택을 제공해 안정적 생활기반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서울고등학교는 신설학교였으나 경성중학교의 시설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일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정문에서 들어서면 왼쪽 언덕에 있던 신사를 허물고 그곳에 삼일탑을 세웠으며 각종 기념비와 무기고 등을 철거했다. 특히 밴드반은 1949년 초 창설되고, 각종 관악대회에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둬 학교의 자랑거리였다. 1955년 8월 15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광복 10주년 기념식에서 서울고 밴드반은 을지로~충무로입구~남대문~세종로~서울고로 이어지는 첫 시가행진을 시작했다. 이후 유명해진 서울고의 시가행진은 서울고 학생들뿐 아니라 서울시민의 구경거리가 됐다.◇고급주택지의 시초, 전매국 관사의 형성과 해방 이후 불하현재 서울역사박물관 동쪽에 있는 조용한 고급주택지는 1920년대 형성된 전매국과 총독부 관사지로 개발된 지역이다. 일본은 늘어나는 경성 거주 일본인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의 관사를 건설했다. 대부분 부지확보가 쉬운 빈 땅의 국유지, 산자락, 조선시대 대형필지 등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희궁과 경복궁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고 궐내와 주변에 대규모 관사가 건설된 것이다. 토지대장과 각종 신문기사와 법규를 살펴보면, 국유지인 신문로2가의 토지가 개인으로 소유자가 바뀌는 시기는 1955년 전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소유주는 대부분은 불하를 통해 신문로2가 관사를 확보한 것으로 추측된다. 초기 소유자 중에는 전매국 소속 공무원을 비롯한 공무원, 기업인, 정치인들이 대다수였다. 이후 1960년대 목조 관사를 허물고 대부분은 현대식 주택을 건설했고 대규모 필지의 고급주택의 양산, 기업 총수 및 고위공무원 등의 거주 등은 이곳을 서울의 대표적인 고급주택지로 자리매김 하는 한 요인이 됐다.명문학교와 인접하여 주거 선호도가 높은 신문로2가는 1974년 고교평준화, 학군제 도입과 1976년 도심 내 명문고의 강남이전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강남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논현동 일대의 주택지가 부각되고 최고가를 자랑하던 신문로2가의 주택지 선호도는 급격히 떨어져 1983년 최고가 주택지의 자리를 논현동에 내줬다. 대신 1980년대부터 신문로에는 대사관을 비롯한 사옥, 문화시설, 출판사 등이 입지해 주거지의 성격에서 복합기능지의 양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1960년대 자문동 일대.(사진=서울시 제공)
- 예술로 핀 전단지…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어두운 전시장에 들어서면 인왕산, 관악산 등의 산등성이 실루엣 뒤로 은은한 빛이 벽면에 너울거리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 뒤로 빨강, 파랑, 초록 등의 색깔이 차례로 변하면서 마치 산 속에서 오로라를 보는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이창원 ‘기여화강’(2016), 광고 전단지·LED조명·디스플레이 턴테이블(사진=성곡미술관)빛의 정체를 보기 위해 작품 뒤를 보면 ‘다이어트’, ‘입시’, ‘투자’ 등 각종 글씨가 적힌 전단지들이 턴테이블에 돌아가고 있다. 전시장 가득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빛은 조명이 비춰진 전단지에서 만들진 것.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창원(49) 작가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에 설치된 ‘기여화광’이다. 이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빛의 반사’와 ‘그림자’를 이용해 성스럽고 예술적으로 보이는 세계와 싸구려 재료로 만든 그 이면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최근 미술관에서 만난 이 작가는 “일상 생활에서 신문 기사, 광고지 등 무수한 이미지를 접하지만 표면만 볼 뿐 맥락과 관계 등은 알 수 없다”며 “현실의 이미지로부터 전혀 다른 맥락의 이미지를 끌어내 두 세계로 표현해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작품에는 신문 기사, 광고지, 커피가루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 활용됐다.우아한 스테인드 글라스 빛을 내는 오색찬란한 작품 ‘성스러운 빛’이 대표적이다. 앞에서 보면 아름답기만 한 작품의 뒷면을 보면 그 빛의 실체가 대야, 그릇,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물건들의 실루엣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작품을 통해 아름답다, 예쁘다 등의 감상을 떠나 그 근원을 함께 자각했으면 한다”고 의도를 설명했다.이창원 작가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에 설치된 자신의 작품 ‘대한제국의 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신문기사를 활용한 ‘평행세계’를 통해서는 현시대의 문제점을 화두로 던지기도 한다. 작가는 동물과 관련된 기사를 수집해, 기사에 실린 이미지 부분만 정교하게 오려내 작은 거울 위에 부착하고 그 부분을 조명으로 비춘다. 거울이 빛을 받아 반사된 동물 이미지는 어두운 전시장 벽면을 뛰노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기사 속 동물들은 동물 학대, 방사능 수치 때문에 죽어가는 물고기 등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작가는 작품에서 무엇이 표면이고, 무엇이 그 속에 담긴 맥락인지 판단은 관람객에게 맡겼다. 그는 “각자의 지식, 배경에 따라서 인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개개인의 경험에 맞게 해석하돼, 작품을 본 후 일상생활의 신문기사나 광고판 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면 했다”고 바람을 전했다.이번 전시는 20년 이상 활발하게 활동한 중견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 작가의 데뷔 때부터 최근까지의 작품 27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8월 8일까지.
- [인터뷰]'얼개'로 비춰내는 인생의 본질...색면추상 화가 전지연
- 전지연 작가가 한남동 갤러리 비선재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이데일리 뷰티in 문정원 기자]인터뷰 : 김재홍 이데일리 뷰티in 편집장ㅣ 정리·사진 : 문정원 기자내려놓지 못하고 비어낼 수 없는 사회다. 뒤쳐지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더욱 소유해야 하며, 소유 뒤에는 더 많은 욕심이 찾아온다. 욕심으로 점철된 인생은 푸석푸석해지고 그 사회는 회색과 검은 빛으로 멍들어간다. 안타깝지만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2018 대한민국의 단면이자 자화상이다.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여유 조차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대한민국에서 인간의 모습과 닮은 ‘얼개’를 매개체로 한 미술작품으로 치유의 시간을 선사하는 작가가 있어 주목된다. 자격지심이나 계산 없이 그냥 주고 싶고, 그냥 받아도 기분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한국의 대표적인 색면추상 화가인 전지연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이데일리]는 오는 20일까지 ‘Serendipity(뜻밖의 기쁨)’란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전지연 작가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갤러리 비선재에서 지난 13일 만났다. 10년 가까이 ‘얼개’라는 소재를 통해 색(色)과 면(面)의 추상회화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온 전 작가의 작품 세계와 그가 살아온 길에 대해서 들어봤다.-현재 개인전 ‘세렌디피티’가 진행 중이다.“내가 해야만 하는 수많은 역할들이 있는 상황에서 급하게 잡힌 전시였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감이 더 컸다. 마음 속에서 ‘너무 힘들다’란 생각이 많아서 슬럼프처럼 어려움이 왔지만, 인내를 하고 나니까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는 평안과 기쁨이 찾아왔다. 이 시점에서 ‘이건 내가 예상하지 못한 기쁨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세렌디피티’란 주제를 정하게 됐다. 이 기쁨을 얻은 후에 작업에 속도가 붙으며 빠르게 작품을 마무리하게 됐다. 같은 맥락에서 인생에서도 인내와 고난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잘 견디면 남과 다른 기쁨을 느끼게 되는 시점이 있다. 그래서 ‘난 기다려야 한다’라는 주의다. 기다리면 온다.”Flowing-1806(1) 160x130cm mixed media on canvas 2018.(사진제공=전지연 작가)-10년 이상 ’얼개‘를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다. ’얼개‘란 무엇인가“얼개는 얼기설기 만들어진 구조물(structure)로 유기체이다. 이것은 원래 강원도 방언에서 유래한 말로 뼈대만 남아있는 구조물을 의미한다. 이 구조물이 부서지기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단단한 형태의 강한 역할이 있기도 하다. 얼개의 이런 특성이 인간의 양면성과 너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간의 약한 부분과 강한 부분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 얼개의 형태라고 생각한다.”“얼개는 항상 방향성을 갖고 움직인다. 이 방향은 제가 가야 할 비전이나 목표, 죽음 뒤에 가야 하는 본향을 의미하기도 한다. 얼개는 본향을 향해 가는 여정을 품고 있다.”“얼개의 형태들을 보면 어떤 것은 빽빽하게 다양한 색들을 포함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간단하게 라인만 있는 것들도 있다. 작품이란 것은 작가의 삶과 신앙과 철학이 그대로 표출되기 마련인데, 그런 의미에서 얼개의 형태들이 알록달록한 것은 창조주가 각 사람에게 준 달란트를 의미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재정, 환경을 조건 없이 흘려 보낼 때 서로 조건 없이 주고받아도 기뻐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다. 얼개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선순환을 할 수 있다. 그것이 얼개의 참뜻이다.”-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결정적인 이유는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외할아버지께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셨지만, 그 시대는 ‘환쟁이(만화가)’라고 불리며 그림을 못 그리게 하던 때였다. 그래서 가정을 이루고 사업을 하다가 나중에 연세가 드셔서 그림을 시작하셨다. 원로작가 (故)김원 선생님께 사사 받으며 홍익화우회에서 활동하셨다.”“할아버지께서는 내가 5살 때부터 야외스케치에 데리고 다니셨다. 할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갖고 여의도 나루터 등 인근으로 나가서 할아버지는 유화를 그리셨고, 나는 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흙장난이나 꽃을 따기도 했다. 물론 나는 낙서 수준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장래희망이 늘 화가였고, 본태 화가라고 생각했다.”-초기 작가 시절의 작품과 최근 작품들을 비교할 때 가장 큰 변화는.“작품에는 작가의 삶과 철학과 신앙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허상, 허망, 윤회 등 불교적인 것들에 대한 작업을 많이 했다. 미국에 간 뒤 극적으로 하나님을 영접하고 1997년도에 기독교라는 신앙을 갖게 되면서 이전 작품과는 많이 바뀌게 됐다.”“내가 바뀌니 그림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관계성’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했다. 나와 가족과의 관계,나와 사회와의 관계 등 다양하게 얽혀져 있는데, 하나님과의 관계가 온전하니까 다른 관계들도 다 편해졌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게 되니 다른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너무도 귀하고 예뻐 보이는 순간이 왔다. ‘오늘은 기쁠까? 슬플까?’ 결국 나의 선택의 문제였다. 하나님이 기뻐하라고 하셨으니 기뻐하게 됐다. 이런 부분들을 계속 내 안에서 주장하게 됐고,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니 나의 주변이 선하게 변화됨을 보게 됐다.”-기억에 남는 개인전과 작품이 궁금하다.“미술관 전시들은 기본적으로 큰 공간에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떤 스토리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성곡미술관, 쉐마 미술관, 서호 미술관 등에서 했던 전시들 모두 좋았다. 특히 2006년도 국립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하던 때가 ‘얼개’의 형태가 나온 시점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기본적으로 늘 현재 진행하는 전시가 제일 좋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색면추상 화가로 유명하다. 색면추상화란 무엇인가.“1940~1950년 사이에 나타난 추상표현주의 중에 하나다. 보통 마크 로스코나 바넷 뉴만 등이 주도한 운동이다. ‘절제’에서 나오는 작품들, 작가의 철학적인 이념을 바탕으로 단순하고 강렬한 색면회화를 추구한다. 관객들이 작품을 접했을 때 ‘이것이 뭐지?’ ‘이것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지’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색을 보면서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주파수를 맞춰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리라 본다.”“내 작품을 한 평론가가 색면추상 회화라고 말했다. 우선은 강렬한 색채와 단순한 이미지의 부분적요소도 있지만, 얼개 고유의 형태 이미지도 보여주고 있다. 얼개의 형태들이 계속 변화되어 해체되고 다시 또 확산이 된다. 거시적으로도, 미시적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화가로서 가장 좋아하는 색은.“작년까지는 노란색을 많이 썼다. 노란색은 화해의 색깔이고 치유의 색깔이다. 노란색을 많이 사용하면서 내 자신도 힐링을 받았고 내가 힐링 받으면서 완성한 그림들을 통해서 누군가는 또 다시 힐링을 느끼게 되는 것을 봤다.”“올해는 인내하는 시간들을 지나서 ‘세렌디피티’처럼 또 다른 어떤 계기가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다 보니 노란색에 국한되지 않아도 내가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색은 사방에 널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전시의 작품을 보면 내가 힘 빼고, 잠잠해 할 때 표현되는 색들이 있다. 또한 ‘내가 그것을 해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에너지를 몰아붙일 때는 노란색, 파란색과 같은 강렬한 색을 만들게 된다. 가령 바다에서 둥둥 떠 갈 때 나오는 색이 있고, 파도를 넘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할 때 나오는 색이 있는데 둘 다 내 삶인 것 같다.”Flowing-1807(2) 72.5x72.5cm mixed media on canvas 2018.(사진제공=전지연 작가)-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전작가에게 화가란 무엇인가.“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또한 호기심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좋다고 해서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사람이 환경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환경에도 맞아야 하고, 나의 비전과도 맞아야 한다. 또한 주위의 도움과 관계도 필요한 것 같다.”“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고 가정을 꾸리면서 생겨난 모든 관계들이 있는 상황에서 작업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의 경우 미술을 다섯 살 때부터 시작을 했지만, 포기하고 싶었던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미술은 나와 내 자신이 소통하는 것 이였기 때문에 이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네 번의 큰 절망이 왔을 때,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도 선물 같은 일들이 생겼다. 이 선물은 하나님께로 온 것이며 하나의 달란트를 10달란트, 100달라트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잘 가꾸고, 개발하고, 인내해서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네 번의 절망의 순간들을 겪고 나니 이제는 소명이 됐다.”-미술작가가 아닌 인간 전지연의 삶도 궁금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올해가 52세다. 많은 연령대의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들을 볼 때 인간은 주어진 삶에 대해 거부하지 못하는 시한부의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맡겨진 삶을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할지에 어떻게 마무리 할 지에 대한 묵상을 몇 년 전부터 계속하고 있다.”“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구조물인 얼개가 좋다. 비슷한 예로 어망을 계곡에 받쳐 놓으면 물고기만 잡히고 나머지는 다 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의미에서 내가 어떤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나머지는 다 버려야 되는 부분들이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얼개를 볼 때마다 다시 본질로 돌아 오게 되는 것이다. 2007년 처음 한 평론가로부터 ‘얼개’라는 단어를 받게 됐는데, 사실 나와 안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꾸준히 ‘얼개’로 작품을 해오고 있음에도 얼개 자체가 너무 투박하고, 단어 자체가 너무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 전시를 하면서 얼개를 생각해보니, 다시 기본으로 돌아와야 하고 내가 교만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게 붙들어 주는 것이 ‘얼개’란 생각을 하게 된다. 얼개로 출발해서 10년, 20년을 갔다가 어느 지점에서 내가 목표했던 것이 끝나면 다시 시작하는 얼개는 ‘꿈이자 겸손의 마음’이다.”-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여러 가지 모습들을 추구하고 있지만, 기본은 솔직하고 거짓이 없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림이라는 것은 작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내 작품이 좋으려면 전지연이라는 작가가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전제 조건이 있기에 늘 마음의 모습을 바라보는 과정들이 필요하게 된다.”“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상인 자격지심이나 계산 없이 그냥 주고 싶고, 그냥 받아도 기분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나는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겸손해지고 싶어요’란 말 자체도 교만하다고 할 만큼 사람의 욕심과 교만함은 계속 자라난다. 모든 사람들이 비워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야만이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우는 것은 사람마다 방법이 다르다고 보는데, 나는 개인전을 하고 나서 이 기간 동안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나를 계속 낮추고 비워내면서 아름답고 선한 사람, 작가 전지연으로 남고 싶다.”
- '나' 혹은 '그들'…오늘의 작가 vs 내일의 작가
- 조각가 김승영의 설치작품 ‘마인드’(2017), ‘성찰’(2017)과 화가 이상원의 회화 ‘군중’(2015·부분). 김승영이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과 감정에만 몰두한다면 이상원은 자신 밖으로 보이는 ‘그들’의 세상을 찾아가 관찰한다(사진=김종영미술관·성곡미술관).[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한 사람은 자신만을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은 다 빼버리고 오로지 ‘나’에 몰입한다. 한없이 고요하다. 하지만 저절로 생긴 고요가 아니다. 거기까지가 참 험난했다. 소용돌이 치는 마음을 누르고, 감정을 잘라 내 철창에 가두기도 했다. 똑똑 한 방울씩 떨어져 끝없이 파문을 만드는 생각과도 싸워내고. 또 한 사람은 다른 이들만 본다. 자신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군중만 눈에 담는다. 공원으로 수영장으로 광장으로 학교로 ‘그들’만을 찾아나선다. 표정이 없는 그들이다. 대신 색을 가졌다. 몸짓으로 자세로 분위기로 구도로 뿜어낸 ‘색’이 그들의 표정을 대신한다. 한 사람은 조각가 김승영(54), 또 한 사람은 화가 이상원(39). 두 작가는 굵직한 두 미술관이 각각 선정한 ‘오늘의 작가’고 ‘내일의 작가’다. 김승영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오늘의 작가’ 전을, 이상원은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내일의 작가’ 전을 열고 있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관찰하기에 여념이 없는 김승영. 자신의 존재를 잊고 무리지은 사람만을 좇는 이상원. 망치 혹은 붓, 돌 혹은 캔버스, 나무 혹은 물감. 두 사람의 작품세계는 각자 챙겨든 도구·소재 그 이상으로 묘한 대조를 이룬다. 어찌 보면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과 내일일지도. △내 마음 두들기는 소리…김승영 ‘노크’ 커다란 창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무로 만든 컨테이너라고 할까. 밖으로 달린 출입문에선 계속 소리가 난다. 누군가가 두드리는 ‘노크’다. 문을 열자 비로소 멈추는 그 두들김. 그러자 이번엔 다른 소리가 들린다. 비질이다. 돌계단을 쓰는 듯, 마당을 쓰는 듯 무언가를 깨끗이 벗겨내는 듯한 쓸림. 천장 높은 어두운 전시실 하나를 다 차지한 이 작품은 ‘노크 쓸다’(2017). 창고에서 들리는 두 소리를 모아 작품명을 만들었다. 김승영의 ‘노크 쓸다’(2017). 전시장에 세운 거대한 나무창고 출입문에선 누군가가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계속 울린다. 문을 열자 두들김 대신 다른 소리가 들린다. 비질이다(사진=김종영미술관).작가 김승영은 소리를 조각한다. 소리를 내는 작품을 세우기도 하고 소리가 들릴 듯한 작품을 빚기도 한다. ‘노크’(Knock)란 타이틀 아래 김종영미술관에 펼친 그의 이번 전시 역시 소리를 중심에 둔 10점의 설치와 조각으로 구성했다. 그렇다고 요란한 소음인 건 아니다. 모든 작품이 향하는 곳이 마음과 감정이니. 소리는 당연히 내 안에서 꿈틀거리며 빠져나오는 울림이다. 가령 이 작품을 보자. 과테말라석이라 불리는 대리석과 오석 계통의 벼루석으로 만든 몇 점의 조각품. 물방울이 떨어져 파장을 만드는 그 순간을 포착한 조각들은 하나같이 밖으론 들리지 않는 물소리를 품고 있다. 한 방울씩 ‘똑똑’ 떨어져 수면에 번지는 진동까지 전하는 작품은 결국 마음에 이는 파문을 잡아낸 것이다. 작품에 감도는 긴장감은 돌로 빚은 가느다란 물기둥 때문이다. 육중한 입방체 혹은 정사각형 돌덩이 위에 애써 세운 그 물기둥이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안해 보이는 탓이다. 작가는 이들에 ‘항해’(2012), ‘두 개의 물방울’(2012), ‘하모니’(2012), ‘파문’(2017) 등의 이름을 붙였다. 김승영의 ‘항해’(2012). 물방울이 떨어져 파장을 만드는 그 순간을 포착했다. 한 방울씩 ‘똑똑’ 떨어져 수면에 번지는 진동까지 전하는 작품은 결국 마음에 이는 파문을 잡아낸 것이다(사진=김종영미술관).대놓고 ‘마인드’(2017), ‘성찰’(2017)이라 한 작품도 있다. 극한의 대조를 위해 아예 서걱거리는 자갈밭 위에 설치했다. 겉으론 잠잠한 수면이지만 안에선 깊은 소용돌이가 이는 ‘마인드’는 갈등과 싸우는 심중을 표현한 것이다. 몇 걸음 옆 철창 안에는 기쁨·슬픔·즐거움·우울·질투 등 온갖 감정이 적힌 금괴가 갇혀 있다. 이 모두를 다스리는 일이 ‘성찰’인 거다. 작가의 작업은 느리게 감는 시간이다. 때론 들리는 소리로, 때론 들리지 않는 침묵으로 빨리 움직이면 결코 눈치챌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잡아둬야 하는지를 말한다. 전시는 25일까지다. △그들에는 색깔이 있다…이상원 ‘군중의 색’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알록달록한 군상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2∼3m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화면에 ‘사람’이 한가득이다.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사람, 공원에 모여앉은 사람, 수영장에 몸 담근 사람,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든 사람 등. 작가 이상원은 무리를 그린다. 무리지은 사람 혹은 무리지은 공간. 거기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한다. 화면은 정지해 있으나 움직임은 제각각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 시공간에 ‘그들’이 모여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없다는 것. ‘군중의 색’(The Colors of the Crowd)이란 타이틀로 성곡미술관에 내건 작품들은 세상의 군상을 모두 모은 듯하다. 회화 연작 ‘군중’(2015·2017 등)으로 중심을 잡고 영상·설치로 가미한 70여점이다. 이상원의 ‘어린이대공원’(2009). 세로 200㎝에 가로는 660㎝에 이르는 대작을 빼곡히 표정 없는 사람들로 채웠다(사진=성곡미술관).충남 청양 칠갑산 언저리가 고향이란 작가가 1990년대 초반 서울에 처음 와서 접한 충격적인 장면이 있단다. 하나는 야경, 하나는 사람. 가슴을 뒤흔든 그 장면이 지금껏 그의 화폭에 아로새겨진 모양이다. 첫 작품은 2007년 성산대교에서 바라본 수영장 풍경. 그후 ‘특별한 공식’이 생겼다. 화면은 커지고 사람은 작아지고. “풍경을 그릴 때 움직이는 사람들이 계절별로 비슷하더라. 패턴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작업은 카메라를 들고 나가 촬영한 그들을 캔버스에 모아두는 식. 지난 10여년 간 군중이 모인 다양한 장소에서 하이앵글을 들이댔다. 그렇게 수집한 사진은 ‘시대상’이 됐다. 다만 그들은 표정이 없다. 표정이 없으니 감흥도 없다. 좋다, 흥겹다, 행복하다, 불행하다, 불편하다, 편안하다 따위의 간단한 감정표출조차 빠져 있다. 굳이 왜? 작가는 “군중의 일원이 된 현대인의 풍경”이라서란다. “차라리 그 얼굴에 누군가를 대입할 수도 있으니 대중의 공감을 더 쉽게 얻겠다 싶었다.” 작가 이상원이 ‘군중’(2017) 앞에 섰다. 지난 겨울 광장을 달군 촛불집회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구상을 고집하던 작업이 추상으로 옮겨오는 것, 레저를 즐기던 군상이 정치·사회적 목적을 공유하는 것 등이 최근의 변화다(사진=성곡미술관).이제는 차라리 독창적이라고 할 ‘전통회화’가 특징. 유화물감과 아크릴물감도 모자라 수채물감과 수묵까지 동원해 ‘정성껏’ 붓질을 한다. 장면의 확장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보이는 화면이 끝이 아닌 듯 캔버스 사방으로 느낌이 퍼져 나간다. 250명을 포착한 프레임을 3분짜리 영상에 쉼 없이 돌리는 작품도 내놨다. 그들은 한 방향을 향해 끝없이 움직인다. 줄넘기를 하고, 조깅을 하고, 사이클링을 한다. 행위는 같지만 목적은 다른, 작가는 그들을 규격화된 프레임에 ‘다색무취’하게 가둬놨다. 구상을 고집하던 작가의 작업이 최근 추상으로 옮겨오는 듯하다. 현상을 아우른 시각적 패턴이란 게 세세한 동작을 묘사하는 그 이상의 의미여야 한다고 여긴 건지. 전시는 11월 19일까지다.
- 롯데건설 '경희궁 롯데캐슬' 아파트 이달 분양
- △ 롯데건설은 이달 중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을 재개발한 ‘경희궁 롯데캐슬’ 아파트를 분양한다. 경희궁 롯데캐슬 아파트 조감도 [자료=롯데건설][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롯데건설은 이달 중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을 재개발한 ‘경희궁 롯데캐슬’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7일 밝혔다. 경희궁 롯데캐슬은 지하 2층~지상 16층짜리 아파트 4개 동에 총 195가구(전용면적 59~110㎡)중 116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주택형(전용면적)별로 △59㎡ 21가구 △84㎡ 80가구 △104㎡ 9가구 △110㎡ 6가구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단지 앞에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이 있는 초역세권 단지로 1·3·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까지 10분 이내,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과 2·3호선 환승역인 교대역까지 20분 대로 이동할 수 있다. 내부순환도로 홍은·홍제 나들목(IC)과도 가깝다.서울 대표 도심업무지구인 종로·광화문으로 출퇴근이 편리하고 단지 주변으로 녹지시설이 풍부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전체 공급물량의 약 83%가 서대문독립공원 조망이 가능해 조망 프리미엄을 갖췄다. 단지 북쪽으로 인왕산 숲길공원도 이용할 수 있다.교육시설로는 독립문초, 매동초, 덕수초, 대신고, 한성과학고, 경복고, 이화여고 등이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등의 대학으로도 이동이 수월하다. 서울정부청사, 서울지방경찰청 등 행정기관과 세종문화회관, 금호아트홀, 성곡미술관, 강북삼성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전용면적 84㎡와 110㎡형 일부 가구는 개방형 발코니를 통해 기존 공간보다 더 넓은 공간활용을 할 수 있다. 특히 전용 110㎡는 별도의 현관을 갖춘 부분 임대형으로 설계해 임대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 모델하우스는 서울 용산구 갈월동 5-8번지에 마련될 예정이다. 입주는 2018년 12월 예정이다.
- [사모님은 관장님]① 사모님은 왜 미술을 사랑할까
- 이미지=이데일리 디자인팀[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김 기사 운전해.” 고상한 말투를 가진 사모님의 직업은 ‘사모님’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모님에게 익숙한 직함이 생겼다. ‘미술관장’이다. 국내 기업들이 사세를 확장하며 뛰어든 일이 바로 미술투자이기 때문이다. 취미 삼아 하나둘씩 미술품을 수집하던 사모님은 ‘관장’이란 직함을 달고 나선 본격적으로 미술품을 사들이며 미술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모님은 왜 미술품을 사랑하게 됐을까. 국내 대기업 중 미술관을 운영하는 곳은 삼성과 SK, 현대, 대림, 금호아시아나, 코리아나, 애경 등 10여개에 이른다. 두산, 롯데, 신세계 등 갤러리를 운영하는 기업을 포함하면 수십개다. 미술관의 상당수는 오너의 부인이나 자녀, 여자형제 등 총수일가가 관장을 맡고 있다. 기업이 미술품을 사들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돈 많은 이들의 고상한 취미’로 볼 수 있다. 작품가격이 한점당 수억원에서 수십억, 수천억원에 이르는 미술품 수집 취미는 상당한 자산가가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특히 기업 총수일가 중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가 있다면 그 기업은 전통적으로 미술품에 대한 조예가 깊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서울대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했다. 또 다른 이유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과 달리 비밀리에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가 어떤 미술품을 얼마에 구입했는지 추적할 수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유명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우가 많아 비밀스러운 투자는 더욱 매력을 갖는다. 조우성 기업분쟁연구소장은 “등기부등본상에 거래기록이 남는 부동산과 달리 그림은 구매 흔적을 없애고 세금도 피할 수 있다”며 “명작은 가격도 잘 오르고 경기에 둔감해 부자들의 주된 투자처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의 미술품 수집이 단순히 취미나 자산관리의 차원이 아니라는 점은 이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일. 그동안 수많은 부정부패사건에 ‘미술품’이 관련돼 왔기 때문이다. 최근 대표적인 사건이 담철곤 오리온 회장 부부의 횡령사건이다. 2013년 회삿돈 300억원을 횡령해 유죄 확정을 받은 담 회장부부는 상당 금액을 미술품 구입에 사용했다. 당시 조사과정에서 담 회장 부부는 미국 유명 추상화가 프란츠 클라인의 회화 ‘페인팅 11,1953’을 회삿돈으로 구입해 집안에 걸어둔 것으로 밝혀졌다. 시가 55억원짜리였다. 앞서 2007년에는 쌍용그룹에서 운영한 성곡미술관이 ‘신정아 스캔들’과 관련해 비자금 및 횡령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기업미술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됐는데 삼성미술관 리움도 수사목록에 올랐다. 당시 홍 관장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의 뒷거래 의혹이 불거졌고 기업 미술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미술품을 사들이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누구나 드나드는 사옥이나 소유 미술관에 유명작가의 미술품을 설치해 대중이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사회공헌·환원 목적에도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 관련기사 ◀☞ [사모님은 관장님]① 사모님은 왜 미술을 사랑할까☞ [사모님은 관장님]② 홍라희 '리움'…노소영 '나비'☞ [사모님은 관장님]③ 기업 소유 미술관 '명과 암'☞ [사모님은 관장님]④ 박수근·이중섭·백남준…사모님 소장품☞ [사모님은 관장님]⑤ 미술관 간 2·3세대 경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