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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세공장까지 흔드는 민노총에 눈물 흘리는 갖바치
-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 제화 산업 침체와 공임 인상, 임대료 상승까지 겹쳐 일대가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사진=김호준 기자)[이데일리 김호준 기자]“내가 반세기하고도 5년을 더 구두를 만들었어. 나 포함해서 우리나라 족쟁이(제화공들이 스스로 지칭하는 말)들 세계 어디다 내놔도 안 꿀려. 그런데 이렇게 가면 이제 성수동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구두의 맥 자체가 끊어지는 거야” 56년 동안 구두를 만든 ‘서울시 구두 명장 1호’ 유홍식(71)씨는 최근 수제화거리의 분위기를 이 같이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를 만들어 유명해진 유씨는 며칠 전에도 대통령이 신을 구두를 부탁받았다. 하지만 유씨의 표정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신발 산업 침체와 작년부터 본격화된 민주노총의 공임(工賃·제화공들이 신발 한 켤레를 만들 때마다 받는 비용)상승 압박, 제화공 퇴직금 소송으로 수제화거리 전체가 뒤숭숭 했기 때문이다. 성동제화협회에 따르면 현재 성수동 수제화거리에 매물로 나온 공장은 100여개에 달한다. 최근 구두보다 ‘힙플레이스’로 더 유명해진 서울 성수동 일대의 수제화거리의 활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도심형 소공인 집적지로 선정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수제화 생산단지다. 2013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당시 성수동에는 수제화 생산 관련 업체 650여 개가 자리잡고 있었고, 종사자는 60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2017년 기준으로 업체수가 380여개로 줄었고, 지난해부터 1년여 사이에 무려 170여개가 줄어 지금은 200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씨가 운영하는 공장에서도 최근 일감이 줄어 함께 일하던 공장장과 처남이 그만뒀다. 유씨는 “원래 족쟁이들은 일제시대부터 여기저기 일감 찾아서 돌아다녔는데, 현실도 모르고 공임 올려 달라 퇴직금 달라하면 업체들 다 문 닫으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8일 오후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한 공장. 공장 관계자는 “일감이 줄고 경영난으로 도산하는 업체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김호준 기자)이 같은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붕괴는 작년부터 민주노총이 제화공들의 공임(工賃·신발 한켤레를 만들 때 받는 임금)에 개입하면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민노총의 개입으로 제화공들의 임금 투쟁이 잇따르면서 인건비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20여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한 민주노총 제화지부는 작년 4월 ‘탠디 투쟁’(민노총 제화지부가 주도해 봉천동 탠디 사업장에 벌인 파업)을 계기로 700여명으로 급격히 세를 늘렸다. 파업 후 회사 측은 제화공 공임을 켤레당 평균 6500원에서 7800원으로 20% 올렸다. 제화지부는 탠디 투쟁 이후 성수동 일대로 공임 인상 투쟁을 옮겨왔다. ‘탠디’와 ‘세라’, ‘소다’, ‘미소페’ 등 대형 제화업체의 하청공장에서부터 소규모 영세공장까지 공임 인상이 이어졌다. 평균 공임은 20~30% 가량 상승했다. 또 일을 그만둔 제화공들은 사측에 퇴직금을 요구했다. 제화공들은 돈이 없어 퇴직금을 주지 못한 업체들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업체들은 신발산업이 침체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노조가 공임 인상과 퇴직금 소송까지 유도하면서 수제화거리의 쇠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박동희 성동제화협회장은 “노조가 공임 협상에 응하지 않는 작업장에 와서 훼방을 놓고 퇴직금 소송 때는 변호사까지 지원해줬다”며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 권리는 누가 지켜주냐”고 하소연했다.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 제화 산업 침체와 공임 인상, 임대료 상승이 겹치며 폐업하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사진=김호준 기자)결국 작년 12월에는 국내 3위 제화업체 미소페가 중국으로 공장 이전을 결정했다. 또한 현재 퇴직금 지급 소송이 진행 중인 38개 공장 역시 잇따라 패소하면서 영업 중단과 폐업을 준비 중이다. 박 회장은 “지금 가동 중인 공장 100여개도 매물로 나와 있다”며 “이렇게 가면 성수동은 집적지로서 기능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성수동 일대가 인기를 얻으면서 건물 임대료가 점차 상승하고 있는 점도 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성수동에서 22년 동안 수제화 매장을 운영한 김모(55)씨는 “주말만 되면 사람들이 들끓는데 하루가 다르게 가게가 망하고 새로 들어선다”며 “겨우 밥 벌어먹고 사는 공장이나 제화공들은 성수동에서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민주노총도 이같은 업체들의 상황을 인지하고 최근 공임 인상보다 제화공 처우개선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지만 시기를 놓쳐버린 모습이다. 정기만 민주노총 제화지부장은 “아직 공임비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면서도 “지금 하청업체와 수제화단지 전체가 힘들기 때문에 유통수수료를 낮추고 특수고용직 신분인 제화공들에게 4대 보험을 제공하는 등 원청과 협력업체, 노동자가 상생하는 쪽으로 활동 목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 제화 산업 침체와 공임 인상, 임대료 상승까지 겹쳐 일대가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사진=김호준 기자) 상황이 이처럼 최악으로 향하고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수제화거리가 어려운 상황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전체 소공인 지원사업의 틀 안에서 기술이나 판로 등을 같이 지원하는 방안 밖에 없어 수제화거리만을 위한 지원책을 내기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구체적으로 지원 방안은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서울시 차원에서도 판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을 논의하는 국회 ‘을지로위원회’가 10일 수제화 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확실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당정청이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클러스터화 된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경우, 업종 특성에 맞게 공동 비용절감을 위한 정부의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포스코건설, 경남 양산시 ‘사송 더샵 데시앙’ 모델하우스 개관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포스코건설과 태영건설 컨소시엄은 오는 10일 경남 양산시 ‘사송 더샵 데시앙’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본격 분양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경남 사송신도시는 1만5000여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자족형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로 2021년까지 건설된다. 그 중 포스코건설과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3단계에 걸쳐 약 4600가구의 대규모 브랜드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1단계로 이달에 분양하는 사송 더샵 데시앙은 3개 블록에 걸쳐 조성된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5층, 17개 동, 총 1712가구(전용면적 74~101㎡로)로 조성된다. 이 아파트는 고객의 건강을 생각한 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 전 가구 내부에는 전열교환기에 미세먼지 제거 기능이 있는 고성능 헤파(HEPA) 필터를 적용한 스마트 공기청정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으로 자동환기센서를 제어하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관에는 흡착된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에어클리닝을 도입해 오염된 먼지의 실내 유입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단지 외부에는 미세먼지 측정센서가 설치돼 미세먼지 농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단지 내 미스트 분사설비도 설치할 계획이다.단지 입지여건도 뛰어나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장사업이 2021년 완료될 예정이어서 단지 인근에 들어설 내송역(예정)을 이용하면 두 정거장만에 부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이 조성되며, 도보거리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들어설 계획이다. 청약 일정은 오는 14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5일 1순위, 16일 2순위 접수를 받는다. 블록별로 청약이 가능하며, 당첨자 발표는 C-1블록 22일, B-4블록 23일, B-3 블록은 24일이다. 계약은 내달 4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다.사송 더샵 데시앙은 청약 비규제지역에 속해 청약 전매제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주택 소유 및 세대주 여부와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 청약통장 가입 6개월 이상, 경남(양산)·부산·울산 주거지역별 예치금 조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모델하우스는 경남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부산지하철2호선 부산대양산캠퍼스역 앞) 일대에 마련된다. 입주는 2021년 11월 예정이다.포스코건설-태영건설, 경남 양산시 ‘사송 더샵 데시앙’ 조감도.(포스코건설 제공)
-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9편] 수레를 말 앞에 묶지 말라
-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것이 혼돈스럽고, 일분일초가 귀하게 느껴진다. 뭔가는 해야 하겠는데,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일에도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누가 무얼 어떻게 하는지 전체적인 파악도 힘드니, 우리 회사가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두려움만 커진다.옛말에 ‘호떡집에 불 난 것 같다’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의미한다. 바로 그 ‘불 난 호떡집’이 회사 내 위기관리센터 또는 워룸이다. 마구 대응 지시는 내려오는데, 무얼 먼저 하고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분분하다.아까 지시한 사항을 실행했냐는 질문이 위에서 내려오면 실무자들은 식은땀만 흘린다. 지시한지 언제인데 아직도 실행하지 않았느냐 호통이 떨어진다. 이때부터 실무자들은 일단 위에서 지시받은 내용만 처리하자 생각하게 된다. 이 때부터 위기관리 대응이 꼬이기 시작한다. 실무자들이 영혼 없는 실행에 몰두하게 되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준비되지 않은 실행을 벌인다. 준비라는 것은 항상 상당 수준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그런 투여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감정적 여유가 없을 뿐, 물리적 시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급하니 일단 되는대로 준비를 건너 뛰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지배하게 된다.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진행되는 위기 대응은 대부분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제대로 준비해 실행해도 문제가 되는 위기관리인데, 준비 없이 실행되는 위기관리가 성공적일리 없다.바쁘다 바쁘다를 입에 달고 위기관리를 하는 실무자들은 뭐든 바로 해보고, 시작하려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수레를 말 앞에 묵고서는 달려 나갈 수 없는 법이다. 수레는 끌려고 있는 것이니, 말을 움직여 수레 앞으로 가게 해 다시 말을 묵어야 겨우 달려 나갈 수 있다.이런 합리적인 생각이 황당하게도 무시되는 시기가 위기관리 기간이다. 일단 달려 나가라는 명령 때문에, 말에 채찍을 휘둘러보는데, 수레가 말 앞을 가로 막고 있으니 말은 오갈데를 찾지 못한다. 수레에 채찍질을 해 봐도 수레가 움직일 리 없다. 부랴부랴 수레를 풀러 이리 저리 움직여 보고, 채찍에 놀라 달려 나간 말을 찾아 돌아다니며 소비하다 보니 시간 소요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어차피 이 말과 이 수레는 달려 나가기 틀렸다 생각하고 다른 말과 수레를 또 묵는데, 다시 수레가 말 앞에 있다. 난감하다. 그래도 어떻게 든 다시 해 보자 무조건 채찍을 휘두르니 이전과 같은 현상이 재발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 위기관리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반복된다. 시간은 시간대로 지나가고,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한다. 힘 만 들고 스트레스만 받는다.컨설턴트들이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준비 시간을 최소한이라도 들여 제대로 된 대응을 할 것을 조언하면, 마음 급한 실무자들은 한가한 소리를 한다 불평한다. 대부분 이런 실무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알겠는데, 그래도 지금 하죠” “제가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니죠. 그냥 해 주세요.” “빨리 하라면 하지 왜 그렇게 말이 많을까요?”일단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준비되지 않은 급한 실행이 실행된다 치자. 그 후 이미 예상되었던 많은 비판과 추가 문제들이 불거진다. 그러면 다시 내부 분위기는 바뀐다. 누가 그렇게 성의 없이 실행을 하라 한 건가 하는 책임론이 대두된다. 사후 약방문도 아니고 아무 의미도 없다.일단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위기관리를 통해 더 큰 위기를 만들어 내지는 말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없다. 급하다. 앞이 깜깜하다. 확신이 없다. 이런 생각을 기저에 깔고, 일단 지시받은 내용이니 준비할 시간이 없어도 그냥 먼저 하고 보자는 식의 실행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다.시간이 없을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차분하게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 필요한 준비 노력에 집중하자. 최대한 완벽에 가깝게 준비에 최선을 다하자.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는 역량은 사전준비 여부에 달려 있다. 사전에 자주 그리고 많은 부분이 준비되어 있었다면, 위기 시 긴 준비 시간은 필요 없게 된다.급하다 해서 수레를 말 앞에 매고 밀고 당기고 하는 기업은, 사전 준비가 없었다는 증거다. 즉, 시간이 없다 기 보다 준비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 기업은 수레와 말을 가지고 앞뒤 씨름을 하면서 더욱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결국 준비를 제대로 했다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을 대응을 다 실패로 몰아넣어 버린다. 그래서 실패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면 수레와 말을 이리 저리 괴롭히는 불 난 호떡집이 생각난다.◇필자 정용민은 누구?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문정훈의 맛있는 혁신]탄산이 폭발한다
-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2014년 여름부터 폭발의 조짐이 보였다. 롯데칠성이 출시한 탄산수 브랜드 ‘트레비’를 중심으로 많은 탄산수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탄산수 시장이 급성장한 2015년, 2016년 여름에는 누구나 예쁘게 생긴 탄산수 병을 들고 다니며 한 모금씩 마시는 것이 유행일 정도였다. 우리가 탄산수를 익숙하게 대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1991년 유럽에 난생 처음 갔을 때 물을 사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 실수로 탄산수라도 고르게 되면 ‘돈 버렸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시 물을 사 마시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물에 탄산감이 있으면 촌스러운 내 몸은 ‘그냥 맹물을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탄산수 시장의 성장에 가장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영양학자들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원들이었다. 국민의 건강을 챙기는 이들의 관점에서 탄산수 시장의 성장은 기존 탄산음료 시장을 대체하며 당 섭취량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던 것이다. 국민들이 당이 없는 탄산수를 마시게 되면 같은 탄산감과 함께 당 함량이 높은 콜라, 사이다, 환타 등의 소비가 줄어들게 될 것이므로 국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나 최근 마트와 편의점에서의 상황을 보면 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서 제공하고 있는 소매점 판매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서 분석을 해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탄산수뿐만 아니라 콜라, 사이다, 환타 등의 가당 탄산음료 역시 수년간 꾸준히 판매가 늘었다. 탄산수 소비의 증가가 가당 탄산음료를 대체하면서 당 섭취를 줄일 것이라는 가설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니 평상시 가당 탄산음료를 잘 마시지 않았던 사람들도 탄산수를 먹게 된 후 가당 탄산음료를 마시게 되는 확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즉, 탄산수로 탄산감에 익숙해지면 탄산 특유의 톡 쏘는 청량감에 대한 선호가 올라가서 예전에 먹지 않던 가당 탄산음료도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음료 시장에서는 탄산이 폭발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편의점 쪽 전문가들과 논의해 보았더니 ‘기후 변화’ 이야기를 한다. 여름이 길어지고 더욱 더워짐에 따라 사람들이 더 많은 탄산음료를 소비하고 있다. 음료 기업과 논의해 보아도 비슷한 의견을 낸다. 날씨가 더워지니 소비자들은 뭔가를 더 마시고 싶어 하고, 여러 음료들 중 탄산음료를 더 집어 들고 있다는 것이다. 탄산음료는 특유의 청량감 때문에 입안에서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탄산수의 증가세보다 가당 탄산음료의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탄산이 들어간 음료에 대해서 조금 더 둘러보니 주류 산업에서도 재미있는 현상들이 관찰된다. 최근 수년간 국내 주류 시장은 전반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분명히 성장하는 품목들이 눈에 띈다. 국내 주류 시장 규모의 60%를 차지하는 맥주 시장에서는 특히 수입 맥주가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 생산 수제맥주 역시 틈새를 비집고 성장하고 있다. 맥주 맛의 핵심은 역시 시원한 탄산감이지 않은가! 반면에 맥주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국민술 ‘소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국내 소주 시장의 규모는 10% 정도가 줄었다. 소주보다 더 높은 도수의 위스키 시장의 규모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 무더워진 날씨가 대한민국 소비자들을 교묘히 조정하는 것인지, 우리 전통주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오랜 기간 소비자들이 외면해온 막걸리의 시장규모가 수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더운 여름 날밤에 편의점이라면 결국 맥주 아니면 막걸리이지 않은가? 생 막걸리 특유의 살아있는 탄산감에 대한 매력을 젊은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날씨 탓만은 아니다.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예쁜 패키지에 담은 다양한 저도수 막걸리를 출시하고 있고, 이에 젊은 소비자들이 반응하고 있다. 와인 쪽 전문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지난 한 해 가장 각광받았던 성장세의 와인 품목으로 모두 스파클링 와인을 꼽는다. 일반 음료뿐만 아니라 국내 술 시장에서도 맥주, 막걸리, 스파클링 와인 등 탄산감이 풍부한 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때론 내 위장의 크기는 한계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한 번에 먹고 마실 수 있는 음식과 음료의 양은 한정적이다. 무언가를 더 먹으면 무언가를 덜 먹게 된다. 탄산수를 포함한 탄산음료를 더 마신다는 것은 무언가는 덜 마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소비자들은 최근 탄산음료를 더 마시는 대신 무엇을 덜 마시고 있을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스류 소비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시장 규모 1위 주스인 오렌지 주스, 2위인 한라봉 주스, 3위인 포도 주스 모두 감소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해태의 ‘썬키스트’, 롯데칠성의 ‘델몬트’가 만들어 낸 ‘100% 과즙 주스’라는 1세대 혁신, 2007년 풀무원의 ‘아임리얼’이 만들어 낸 ‘비 가열 생착즙 주스’라는 2세대 혁신 이후 국내 주스 시장에서는 별다른 혁신이 없었다. 소비자들 역시 별다른 변화가 없는 주스 시장에 싫증을 내고 있으며, 주스에 함유된 과당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최근 편의점의 냉장 음료 매대에서 주스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며 다른 음료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음료 기업에 친절하게 힌트를 드린다. 주스를 발효하면 탄산이 나오고 당이 줄어들고 과일의 향은 유지된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탄산을 원한다. 혁신적인 주스가 나와서 소비자들에게 사랑도 받고, 주스 소비의 감소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 과일 농가들도 웃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 방미 "해외투자 누구나 가능…자신감·열정 갖고 도전하길"
- 가수 방미가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처음 시작은 형편없었지만,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한 결과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종잣돈 700만원으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된 40년 내공의 실전 투자자. 업계 전문가의 타이틀이 아니다. 1978년 연예계 데뷔 후 1980년 ‘날 보러와요’로 스타덤에 올랐던 가수 방미(59)의 얘기다. 자신의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 ‘종자돈 700만원으로 부동산 투자 200억 만들기’(중앙북스)와 2010년 ‘방미의 골든타임’(행복한책장)을 냈던 그가 이번엔 ‘나는 해외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중앙북스)로 독자를 만난다.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방미는 “연예인 출신으로 내가 경험한 것을 이야기해도 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한권의 책으로 내게 됐다”며 “세계 시장을 뚫고 들어가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고 집필계기를 밝혔다.△20년 해외투자 노하우 풀어내책은 20여 년 동안 해외에서 실제로 부동산 투자를 하며 터득한 실전 경험과 구체적인 노하우를 담았다. 비자 발급은 물론 해외 투자 전 알아야 할 기본 상식, 뉴욕·LA·마이애미·하와이 등 지역별 정보, 부동산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와 세금에 대한 내용까지 망라했다.“당시 CF도 찍고 영화에 출연하면서 받은 돈을 아끼고 아껴 700만원을 모았다. 노래 외에도 투자가 매력있다는 걸 일찍부터 알아서 잘 된 것 같다. 워낙 가난한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절약하면서 살던 습관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특히 해외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맨해튼은 손혜원 국회의원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 등이 투자했던 곳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일반인이라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 외국 부동산 투자는 영어를 못해도 상관없고 무비자로도 가능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해외 유망 투자국으로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을 꼽았고 베트남이나 중국, 태국은 주의해야할 국가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개인의 재산권을 확실히 지켜줄 뿐만 아니라 법과 지급 시스템 등이 잘 정비돼 있다. 베트남이나 중국, 태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을 살 때 그 나라 국민의 이름으로 사는 식으로 투자를 해야해서 나중에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서 조심해야 한다.”국내 부동산에 대해서는 거품이 많이 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방미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살고싶어하는 맨해튼의 집이 20억~30억원일 때 한국의 집값은 100억원까지 간다는 기사를 읽고 조금 답답했다”며 “한국이 미국보다 부동산으로는 확실히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회는 항상 안 좋을 때 온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투자를 하고 싶은 지역의 집값을 잘 공부하다보면 좋은 투자처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앞으로는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짐 로저스처럼 투자자로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살 계획이다. “1년에 반은 한국에서, 2~3개월은 하와이나 LA에서, 나머지는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낸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여행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더 이상 욕심은 없다. 인생을 잘 정리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미나·박형준·김민수 "무인도서 펼쳐지는 위험한 사랑 기대하세요"
- 연극 ‘라 쁘띠뜨위뜨’에서 배우 김민수(왼쪽부터), 가수 미나, 배우 박형준이 무대를 꾸민다. 김민수는 “오래전 작품이지만 전혀 시대적인 뒤쳐짐이 없는 작품”이라며 “여성 관객들에게 용기와 위로와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정말 실제상황처럼 대사를 주고받는게 자연스럽다. 현실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면서 재미와 사랑의 진실함을 전하려 한다”배우 김민수(56)와 박형준(49), 가수 미나(47)가 삼각관계로 만난다. 오는 8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앙코르 공연하는 연극 ‘라 쁘띠뜨 위뜨(La Petite Hutte)’에서다. 부부 사이인 미나(쉬잔느 역)와 김민수(필립 역) 사이에 친구인 박형준(앙리 역)이 끼어들면서 아슬아슬한 사랑의 줄타기를 이어나간다. 그것도 장소가 무인도다. 박형준과 김민수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고, 미나는 이번 공연이 첫 연극무대 도전이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세 사람은 “프랑스 코미디극이지만 한국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며 “공연 기간이 길지 않으니 꼭 보러와서 즐기길 바란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첫 연극무대 떨려”…세 사람 호흡도 좋아‘작은 오두막’이란 뜻의 ‘라 쁘띠뜨 위뜨’는 1947년 프랑스 앙드레루센의 코미디극이다. 파리에서는 1500여회가 매진이 됐을만큼 유명하다. 국내서 상업공연으로는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작품은 행복한 부부 ‘쉬잔느’와 ‘필립’, 필립의 절친 ‘앙리’가 무인도에 갇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인도에 적응하면서 살던 어느날 앙리는 필립에게 자신이 사실은 쉬잔느와 7년 동안 사귀었던 사이었다고 고백한다.가수에서 연극배우로 도전장을 던진 미나는 “여자 주인공이 백치미도 있고 발랄해서 실제 내 성격과 잘 맞는것 같았다”며 “나의 매력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출연을 결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많이 어렵다”고 말했다. 미나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전화받어’로 데뷔한 이후 섹시미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워낙 베테랑 배우들이과 같이 하다보니 어깨가 무겁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작품과 배우들에 누를 끼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평생 살면서 연극 연습하는 요즘이 제일 열심히사는 것 같다. 춤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이렇게 연습을 많이 한 적이 없다. 하하. ”(미나)박형준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1990년대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마지막 승부’를 떠올린다. 1989년 MBC 19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여러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추다가 최근에는 창작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연극 ‘쥐덫’ ‘골목길 햄릿’ 등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오고 있다. 박형준은 “지난해와 상대역이 바뀌니까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며 “미나 씨의 경우 무대에 서 본 경험이 많아서인지 처음 하는 건데도 잘 따라오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형준이 “주말에 남편이랑 연습을 많이 하는지 집에 갔다오면 많이 달라져서 온다”고 너스레를 떨자 미나는 “안 그래도 집에가서 남편에게 상대역 대사를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맹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김민수는 1987년 뮤지컬 ‘피핀’으로 데뷔한 이후 ‘레미제라블’ ‘겨울나그네’ ‘아가씨와 건달들’ ‘캣츠’ 등 여러 작품에서 활약했다. 셋 중에서는 가장 연장자라 평소 중심을 잘 잡아준다고 한다. 그는 “외모적으로는 박형준과 나의 겉모습이 많이 대비된다”면서도 “소극장 무대라 자연스러운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세 명의 호흡이 잘 맞아서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두 번째 시즌, 노력도 두 배두 번째 시즌이다보니 더 많은걸 보여주기 위해 곱절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형준은 “관객을 더 잘 설득시킬 수 있다는 자심감이 들었다”고 말했고, 미나는 “박형준은 진지하고, 김민수는 은근 코믹해서 둘 다 정말 매력이 있다”며 “무인도니까 내가 여왕이라는 느낌으로 대리만족도 느끼면서 즐겁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는 “두번째 시즌이다보니 역할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며 “이전 공연에서 재미를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재미와 함께 그 안에 감춰진 사랑과 우정에 대한 진실성을 끄집어내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배우들을 빠지게 한 작품의 매력은 뭘까. 세 사람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사랑에 대해 성찰해볼수 있는 것이 작품의 묘미라고 입을 모았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인도라는 섬에서 인간의 본성이 나온다. 블랙코미디의 유머 속에 우정과 사랑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박형준), “결혼생활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랜다. 어떤 면에선 섹슈얼한 코미디이지만, 결국은 잃어버렸던 사랑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다. ‘저 사람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아갔을까’ 하는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김민수), “소극장 무대라 가까이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을 거다. 웃음포인트가 정말 많다.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만큼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 꼭 보러와서 응원해주길 바란다”(미나).연극 ‘라 쁘띠뜨위뜨’에 출연하는 배우 김민수(왼쪽부터), 가수 미나, 배우 박형준(사진=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
- [홍캉스②] 삼수이포에서 만난 홍콩 사람들의 비밀 맛집 리스트
- 유엔퐁 만두 가게 전경[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삼수이포는 오랫동안 여행지로 주목받지 못했다. 홍콩 서민들의 주거지이자 번화가로 역사를 이어온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곳은 가벼운 지갑과 까다로운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맛집들의 집결지가 되었다. 홍콩의 어느 도심보다 독특하고 선명한 활기로 약동하는 삼수이포의 중심가를 걷는다. 색색의 건물들과 가지를 드리운 보리수 사이로 각양각색의 음식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기막히게 맛있는 군만두와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 진정성 넘치는 옛날식 카트누들을 맛보기 위해, 홍콩 사람들은 먼 길을 마다 않고 삼수이포로 흘러든다. 가격 또한 경이롭다. HKD 40 정도면 배부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진정한 맛과 향의 모험이 삼수이포에서 시작된다. 유엔퐁 만두 가게◇가성비·맛도 ‘갑’…홍콩에서 가장 사랑받는 만두 가게 유엔퐁 만두 가게는 겉보기엔 네온사인 하나 없는 낡은 점포에 불과하지만, 이곳의 군만두를 먹기 위해 홍콩 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오전 나절 가게에 들어서면 만두를 빚고 있는 직원들이 보인다. 분주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부터 노포 특유의 노련함을 짐작할 수 있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지만, 그들이 택하는 메뉴는 비슷비슷하다. 자그마한 만두들이 뽀얀 생선 국물 아래 잠겨 있는 물냉이 만둣국 혹은 바삭하게 구운 부추 고기 군만두다. 만둣국에 사용한 재료 물냉이(Cresson)는 프랑스 고급 요리에 사용되는 채소다. 하늘하늘한 만두피, 물냉이의 아삭한 식감과 신선한 향기가 입 안에서 즐겁게 섞인다. 보기 좋게 갈색으로 익은 부추 군만두는 한 입 깨무는 순간 육즙이 사방으로 튄다.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된다면 그냥 둘 다 먹어버리자. 대부분의 메뉴가 4000원 이하라 부담 느낄 필요도 없다. 컹와 두부 공장◇부담없이 맛보는 달콤한 두부 푸딩컹와 두부 공장의 실내는 비좁고 언제나 인파로 가득하다. 낯선 현지인들과 합석해야할 가능성 또한 높다. 그러나 쾌적함과 거리가 먼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들로 붐비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1960년대부터 삼수이포에서 역사를 이어온 컹와 두부 공장은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두부를 디저트로 즐겨왔다. 이곳의 시그니처 두부 푸딩을 한 입 삼키고 나면 그 이유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 은은한 달콤함이 입 안을 채우고, 두부 조각은 비단처럼 부드럽게 목구멍 뒤로 미끄러진다. 갓 만든 두부 푸딩은 프랑스 디저트 ’크렘 부를레‘에도 곧잘 비교된다. 바삭바삭한 딥 프라이드 토푸(Deep Freid Tofu), 고소하고 향기로운 두유(Soy Milk) 또한 인기 높다. 그야말로 ’홍콩의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가게다. 삼수이포 카트 누들 식당 ‘만케이’◇풍미도 가격도 몇 십년 전 그대로홍콩 사람들은 어떤 식재료로도 국수를 만들 줄 안다. 육류와 해산물, 채소는 기본이다. 쇠고기 내장, 다양한 만두, 동글동글하게 빚은 어묵, 튀긴 생선 껍질… 경이로운 포용력은 토핑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쌀국수, 에그누들, 바람에 말린 이푸 누들까지 사용하는 면의 종류 또한 많다. 이쯤되면 홍콩 국수의 미덕은 다양성이라기보다 유연함이라고 말해야겠다. 삼수이포의 카트 누들 식당 만께이는 혼란스럽지만 맛있는 국수의 세계로 입장하는 통로다. 카트 누들은 수십 가지의 토핑과 다채로운 면, 육수를 손님이 직접 선택하는 홍콩의 옛 국수 노점을 가리킨다. 기나긴 식재료 목록으로부터 가능한 조합의 수는 수백에 이른다. 메뉴는 낯선 어감으로 가득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고른 후 그 우연의 풍미를 맛보는 것 또한 여행자의 기쁨이다. 보다 안전한 선택을 원한다면, 부드러운 쇠고기 양지(Chuhau Beef Brisket)와 달콤한 스위스 치킨 윙(Swiss Chicken Wing), 가게에서 직접 제조한 칠리 소스(Special Chilli Sauce)를 토핑으로 택해보자. 이 시끌벅적한 국수집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한 블록에 매장을 3개나 오픈한데다 미슐랭 스트리트 푸드 가이드에서도 호평 받았다.선흥유엔 콘비프 샌드위치◇3500원에 맛보는 본격 마라 샌드위치광둥 남쪽의 작은 섬에 영국 해군이 상륙하기 전까지 홍콩이라는 도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홍콩의 식탁에서 서양와 동양의 전통이 서로 섞이는 건 당연했다. 수많은 이종교배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결과가 차찬탱이었다. 차찬탱은 홍콩식 밀크티와 커피, 맛있는 족발 국수와 투박한 프렌치토스트가 공존하는 찻집이다. 삼수이포의 오래된 차찬탱 선항옌 또한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지만, 이 식당의 명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콘비프 샌드위치였다.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 사이 스크램블드에그와 짭짤한 콘비프를 끼워내는 것이 전부. 동서의 만남을 더욱 독특하게 즐기고 싶다면, 지난해 본점 인근에 오픈한 2호점을 찾아가보자. 2호점에서만 판매하는 사천식 콘비프 샌드위치(Sichuan Cornedbeef Sandwich)는 기름지고 육중한 맛 사이 마라의 향을 더해 식욕을 한층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