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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줌인]한세실업 첫 여성 CEO…산전수전 다 겪은 '패션 외교관'
-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이사가 한세실업 본사 회의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어린 시절 외교관이 꿈이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K패션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조희선 한세실업 대표는 한국 패션업계에서 ‘여성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 2017년 한세실업에 합류한 뒤 2년 만에,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대표이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여성임원 비율이 50%가 넘는 한세실업 내에서도 창립 38주년 만에 이뤄진 파격적 인사였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7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에서 비율 50%로 1위에 올랐다. 조사대상 기업의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3.6%로, 이보다 15배나 높은 수치다. 대표 취임 석 달 만인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한세실업 본사에서 만난 조희선 대표는 “패션 업(業)의 특성상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경영인으로 대표 자리에 오르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면서 “수 십 년 동안 다양한 유통 및 패션 회사를 거치면서 쌓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홍콩 등 근무…글로벌 트렌드에 밝아 조 대표는 올해 초 한세실업 대표에 오르기까지 약 36년간 국내외 패션회사를 거치며 쌓아온 내공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제조부터 구매, 유통·판매 등 패션업계 전반의 시스템을 꿰뚫고 있는 것은 물론 외국계 회사 근무 경력으로 글로벌 패션 트렌드와 경영 시스템 등에 대해 익숙한 것도 그의 경쟁력이다. 패션업계 첫 경력은 의류 및 액세서리 분야 글로벌 소싱 업체 PBMS(Pacific Buying & Marketing Service Ltd.)에서 쌓았다. 1984년 입사해 7년 간 일하면서 리즈 클라이본(Liz Claiborne), 다나 부크만(Dana Buchman) 등 당시 미국에서 가장 ‘핫’ 했던 패션 브랜드의 구매를 담당했다. 이후 홍콩의 세계적 무역회사인 리앤풍 본사와 미국·한국 지사에서 근무했고, 미국의 메이 백화점에서는 한국 구매 총괄 담당으로 11년 간 일했다. 테스코 시절인 2008년엔 홈플러스 패션 부문 전무로 상품 본부장을 맡았다.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임원 배출 사례였다. 한세실업 직전에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약진통상은 칼랄 그룹 소유의 의류 제조·수출 전문 회사로 한세실업과 업태가 가장 비슷한 곳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외교관이 되는 것보다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우먼파워를 발휘할 여지가 더 크다고 봤다”면서 “외교관과는 다른 방식으로 국제무대에 서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외국계 패션 기업을 거치면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패션업계에 종사한 만큼 잊지 못할 일들도 많았다. 고되고 힘든 일들이 많았지만 ‘악바리 근성’으로 맡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말았다. 메이 백화점에서 한국 구매 총괄을 담당할 당시 혼자서 이민 가방 20개 분량에 달하는 샘플을 미국, 한국, 대만 등 쇼가 펼쳐지는 각 나라로 운반해야 했던 일이 대표적이다. 세관 통과가 수월하지 않은 때가 허다했고, 항공사에서 짐을 실어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업무를 포기하거나, 본사에 도움을 청했을 테지만 그는 엉엉 울면서도 한국 승객들에게 짐을 하나씩 부탁하면서까지 맡은 일은 스스로 해냈다. 또 한국 패션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K패션의 위상이 지금부터 높지 않았던 10여 년 전부터 우리 패션 산업의 잠재력을 확신했다. 메이 백화점 근무 당시 해외 바이어들은 이탈리아 원단에 비해 한국산 원단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지만, 그는 회장에게 직접 제일모직의 원단 우수성을 설명하고 처음으로 100만 야드를 매입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 패션 산업과 함께 성장해온 조 대표의 경영 능력은 한세실업에서도 빛을 냈다. 지난 2년 동안 영업부문장(부사장)으로 일하면서 해외 브랜드 캡(GAP), 폴로(POLO) 등 다양한 브랜드를 맡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총괄해왔다. 그 과정에서 수익성이 높은 ODM 비중을 늘리고 한세실업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든 특수 원단과 디자인 등을 앞세워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일명 ‘뽀글이’, ‘플리스’로 불리는 셰르파(Sherpa)에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해 시장경쟁력을 넓혔고, 기능성 소재로 만든 러닝복 역시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아이템이 됐다. 이렇게 해외 브랜드 고객사들과 원단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까지 협력을 강화하고, 생산량도 점차 늘려갔다. 그 결과 한세실업은 지난해 매출 2조1000억원을 기록, 목표 성장률 25%를 초과 달성했다. 조 대표는 한세실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상황을 차근차근 준비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사진=방인권 기자)올해 한세실업의 목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체 패션 산업에 악재가 닥친 상황에서도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2029년 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시장 다변화에 나선다. 자라(ZARA), H&M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신규 바이어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코로나 위기 속 유럽·일본 등 시장 다변화 조 대표는 “미국 시장 의존율이 높은 상황에서 현재 미국·유럽권의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하면 올해 어려움이 예상되는 건 맞다”면서도 “38년 간 쌓아온 한세실업의 업력과 탄탄한 재무구조로 ‘포스트 코로나19’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 현지 상황에 따라 주문량이 급변해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이미 구축한 것은 물론, 중장기 목표로 세운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도 매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또 개별 브랜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고객사에 라이프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제안할 수 있도록 R&D 부문 투자도 늘려갈 예정이다. 조 대표는 기술적이고 정량적인 시스템 개선에 더해 김익환 대표이사(부회장)와도 ‘환상의 케미’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익환 대표는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차남이다. 그동안 스마트 팩토리 등 공장 선진화와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며 조 대표와 협업해 한세실업을 이끌어 왔다. 조 대표는 “김 부회장님은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중장기적인 목표와 경영·영업 지원 본부를 맡고, 저는 나머지 영업·품질 관리, 상품 개발 등을 담당한다”면서 “지난 2년 간 함께 일하면서 차분하고 목표지향적인 성향이 비슷해 성과가 좋았다. 앞으로도 가족애 못지않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갈아보자 vs 갈아봤자' 선거사…'4·15 표심' 여기서 읽는다
- 1956년 ‘제3·4대 정·부통령선거’ 때 나붙었던 구호 ‘가러봤자(갈아봤자) 더못산다’. 집권당인 자유당에서 출마한 이승만·이기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의 신익희·장면 후보가 내세운 구호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받아친 맞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못살겠다 갈아보자’ vs ‘가러봤자 더못산다’ 1956년 5월 15일 제3·4대 정·부통령선거. 대한민국 선거사에 ‘영롱하게’ 남을 구호가 이때 등장한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신익희·장면이 내세운 ‘못살겠다 갈아보자’다. 자유당의 이승만·이기붕 후보의 맞불은 이랬더랬다. ‘가러봤자(갈아봤자) 더못산다’. 민심은 어디에 솔깃했을까. 결론은 애매하게 났다. 집권당에 치열하게 덤볐던 신익희 후보가 선거를 열흘 앞두고 유세 중 급서하면서 이승만이 ‘어거지로’ 3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걸로. 반면 4대 부통령 자리는 이기붕을 누른 장면에게로 돌아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자유당의 패배라 한다. 이승만의 득표율(52%)이 4년 전보다 22%나 떨어졌던 터. 이미 민심은 이승만을 떠나고 있었던 거다. 1948년 ‘5·10 제헌국회의원선거’에 나선 이승만 후보 선전물. 해방 후 대한민국 제헌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실시한 첫 선거에 이승만은 동대문구갑 선거구에 출마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못살겠다 갈아보자’가 대폭발한 건 4년 뒤였다. 1960년 3월 15일 제4·5대 정·부통령선거. 역사상 최악의 ‘부정선거’가 자행됐던 때다. 이승만 자유당 후보와 맞붙은 조병옥 민주당 후보가 신병치료차 미국에 건너간 틈을 타 5월 예정 선거를 두 달 앞당기면서 서막은 올랐다. 서둘러 귀국하던 조병옥 후보가 또 급서하면서 단일후보 이승만은 ‘그냥’ 4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끝내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앉히려는 온갖 부정행위가 들끓었던 것. 이는 결국 올해 60주년을 맞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선거는 역사다. 대한민국의 선거는 특히 그랬다. 소소하게는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꿨고, 거대하게는 나라 전체의 운명을 뒤집었다. 그 절절한 드라마, 그 광대한 흐름을 압축해 내보인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이 만만치 않은 그 시도를 해봤다. 미술관에 선거판을 들인 ‘새일꾼 1948∼2020: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 전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작한 다양한 선거홍보포스터. ‘공명선거’ ‘바른투표’ ‘민주사회’ ‘나라운명’ ‘주권행사’ ‘기권없이’ 등이 단골 키워드로 들어가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1948년 5·10 제헌국회의원선거’부터 ‘2020년 4·15 제21대 국회의원선거’까지. 장장 73년간 이어진 ‘대한민국 선거사’가 소재면서 주제다. 골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록보존연구소의 협업을 받은 400여점의 선거사료로 세웠다. 사실 이게 전부라면 싱거울 뻔한 자리였을 터. 분위기를 띄운 건 천경우·이미정·안규철·최하늘·놀공·일상의실천·정윤선 등 개인·단체 21개 팀 작가군이다. ‘애국자가 누구냐’를 찾고, ‘한 표 얻으려 팔도강산’을 헤매며, ‘지금 대단히 OOO한 투표가 진행’되는 현장을 급습해, ‘선거 24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영상·설치·게임·음악작품 등을 세우고 매달고 돌린다. △‘경제vs민주’…선거홍보·벽보로 되짚은 73년 ‘투표는 애국민의 의무, 기권은 국민의 수치’(1948·5·10선거). 대한민국 첫 선거는 ‘의무와 수치’로 운을 뗐다. 이제는 사라진 중앙청을 향해 두건을 두르고 쪽진 머리를 한 군중이 투표용지를 들고 달려가는 그림에는 ‘총선거로 독립문은 열린다’는 문구까지 넣어 중앙정부 수립을 향한 염원을 담았더랬다. 이 포스터를 신호로 전시는 73년 선거역사의 씨줄과 날줄을 촘촘히 짜놓는다. 1948년 ‘5·10 제헌국회의원선거’ 공식 포스터다. 이제는 사라진 중앙청을 향해 투표용지를 들고 달려가는 군중을 그린 그림에 ‘총선거로 독립문은 열린다’는 문구까지 넣어 중앙정부 수립을 향한 염원을 담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사연 많은 선거벽보물에 역시 ‘구경거리’가 많다. 후보자 얼굴·이름을 대문짝만하게 박은 선거벽보를 전시장 벽면 가득 도배한 ‘1960∼1980년대 7∼12대 국회의원선거후보자 선거벽보’ 80점으로 정점을 찍는데. 굳이 이 시기여야 한 이유가 있단다. ‘경제개발 vs 민주화’의 극적인 대립. 대한민국 선거에서 이만큼 맹렬한 다툼을 만든 어젠다가 없었다는 거다. ‘번영과 통일 위해 공화당을 밀어주자’(1973·9대)와 ‘숨통 막혀 못살겠다 강압정치 물리치자’(1985·12대)의 물고 물리는 싸움이랄까. 1967년부터 1985년까지 치렀던 ‘제7∼12대 국회의원선거후보자 선거벽보’. 대한민국 선거사에서 ‘경제개발 vs 민주화’란의 어젠다가 맹렬히 대립했던 때다. 80점을 선별해 전시장 벽면에 그대로 옮겨붙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부정선거의 기억’도 간과할 수 없다. 일러스트를 곁들인 사진·증언기록 한 토막을 보자. “1958년 5월 20일 개표시간에 집에서 자고 있는데 참모가 깨우며 큰일났다는 거야. 개표장으로 뛰어가 보니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지 않았겠어. 개표 참관인은 모두 코를 골며 자고 있고 뒷마당에서는 투표용지가 불타고 있고.” 제헌의원과 5·6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정래(1899∼1989)가 폭로한 ‘진실’은 이랬다. 여당에서 수면제 넣은 닭죽을 야식으로 제공해 참관인들을 작정하고 재웠던 거라고. 4대 국회의원선거의 ‘웃픈’ 기억이란다. 결국 ‘부정트라우마’는 선거 때마다 작용한 듯하다. 절정은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였다. 당시 구로구을에서 이송하던 우편투표함을 부정투표함이라 여겼던 시민들이 막아서면서 개표를 못한 사건. 전시는 바로 그 ‘우편투표함’을 한쪽에 옮겨다 놨다. 누군가 올라타 뚜껑이 찌그러진 채 칠까지 다 벗겨진 연두색 ‘역사’를.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때 사용했던 ‘구로구을 투표함’. 당시 서울 구로구을에서 이송하던 우편투표함을 부정투표함이라 여겼던 시민들이 막아서면서 개표를 못한 사건의 바로 그 투포함이다. 이후 2016년까지 이 함은 열리지 못했다. 위로 당시 시민들이 올라탄 채 투표함을 ‘지키던’ 자료사진, 투표함에서 절단한 자물쇠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64년 묵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갈아야 할 때 대통령선거만 19번. 중복을 포함해 118명에 달하는 후보들의 ‘과격하고 달콤했던 구호’만 추려도 맥락은 잡힌다. 64년 묵은 ‘못살겠다 갈아보자’(1956·신익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군정으로 병든 나라 민정으로 바로잡자’(1963·윤보선), ‘여러분의 명랑한 생활과 편리한 살림을 위해 황소처럼 힘차게 일하겠읍니다’(1967·박정희), ‘논도 갈고 밭도 갈고 대통령도 갈아보자’(1971·김대중), ‘이제는 안정입니다’(1987·노태우), ‘경제대통령 통일대통령’(1992·정주영) 등등. 작가 ‘일상의실천’ 팀이 여기에 착안했다. 선거벽보에 박힌, 400여개의 선언 속 단어를 수집한 뒤 레터프레스로 집자해 인쇄할 수 있게 한 ‘이상국가: 유토피아’(2020)다. ‘국민’ ‘뿌리뽑자’ ‘깨끗한’ ‘가자!’ ‘약속’ 등. 눈치챘겠지만 ‘이 단어들로 찾아갈 수 있는 나라는 (아직) 없다’가 테마일 터. 작가 일상의실천 팀이 제작한 설치작품 ‘이상국가: 유토피아’(2020).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뽑아낸 구호·공약 중 400여개 단어를 수집, 벽면에 나열하고 앞에는 레터프레스기를 설치했다. 단어와 문구를 뽑아 관람객이 직접 벽보를 제작할 수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일상의실천 팀이 문자로 그 공허한 세상을 보였다면 작가 안규철은 색으로 드러냈다. 역대 대통령선거 벽보에서 얼굴·구호 등을 다 지우고 색만 남겨 ‘그림’으로 바꾼 작업이다. 어찌됐을까. 요란한 소리가 빠진 벽보는 변별력도 없고 특색도 없는 ‘단색의 추상화’로 남더란 거다. 장밋빛 현혹이 빠진 밍밍한 모노크롬 ‘69개의 약속’(2020)으로. 씁쓸한 선거역사가 묵직하지만, 튀는 아이디어를 입힌 ‘선거예술’을 골라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정윤선이 과거 ‘막걸리선거’ ‘체육관선거’를 설치작품으로 꾸민 ‘광화문체육관: 부정의 추억’(2020), 미혼모·트랜스젠더·외국인노동자가 국회로 가는 꿈을 꾼 최하늘의 ‘한국몽’(2020) 등. 작가 OOO(본명 정세원)이 그린 삽화에 작가 조은하가 영상을 입혀 꼬집은 ‘애국자가 누구냐’(2020)는 내내 숙제처럼 떠돈다. ‘내가 바로 애국자’ ‘나야말로 애국자’ ‘내가 진짜 애국자’ ‘사실 애국자는 나’로 나눈 4컷 만화. 아흐레 뒤로 다가온 ‘4·15총선’의 다채로운 후보들을 이 ‘4지’에 끼워 넣을 타임이 아닌가. 전시는 6월 21일까지. 작가 최하늘의 설치작품 ‘한국몽’ 중 부분(2020). 미혼모·트랜스젠더·외국인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가 국회로 가는 그날을 꿈꾸며 제작한 조각상을 세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4컷 만화 영상 ‘애국자가 누구냐’(2020). 작가 OOO(본명 정세원)이 그린 삽화에 작가 조은하가 영상을 입혔다. 가벼운 유머처럼 보이지만 대단히 중요한 문제를 다뤘다. 선거에 나온 후보를 4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갈렸고 또 갈릴 테니까(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김호중 "고교생 파바로티가 미스터트롯까지, 용기·희망 주고파" [인터뷰]
-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수 김호중은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있다. 700만 명이 넘게 투표에 참여했을 정도로 초대박이 난 TV조선 트롯 경연 프로그램에서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4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그 이전의 삶 또한 파란만장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스터트롯’의 ‘트바로티’이기 이전에 김호중은 ‘스타킹’의 ‘고교생 파바로티’로 먼저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열아홉 살이었던 2009년 SBS ‘스타킹’에 출연해 방황을 시간을 보내다가 ‘참스승’을 만나 마음을 다잡고 음악의 길을 걷게 된 일화을 공개하며 뛰어난 노래 실력을 뽐내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김호중의 이야기는 실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한석규, 이제훈 주연의 ‘파파로티’(2012)가 김호중의 사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스타킹’ 출연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유학 생활을 보낸 뒤 성악가의 길을 걸어온 김호중. 그는 ‘미스터트롯’을 통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자신의 영화 같은 삶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종 4위에 오르며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가수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지난달 27일 이데일리와 만난 김호중은 “방황을 끝내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사는 저의 모습을 보고 많은 분이 용기와 희망을 가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녹화 때 못했던 휴식을 취하며 인터뷰 일정 등을 소화 중이다. 운동도 조금씩 하면서 지낸다. 마음에 여유도 생겼다. ‘미스터트롯’ 경연에 임할 때는 주어진 시간 안에 미션곡을 편곡해서 제 스타일대로 소화해야 했기에 노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경연이 끝나서 마음이 편하다. (미소). -성악가로 활동하다가 ‘미스터트롯’ 지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가장 좋아하는 성악가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다. 파바로티는 오페라 장르만 한 게 아니라 마이클 볼튼 머라이어 캐리, 스팅 등 세계적 아티스트와도 작업했다. 저도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다. 실제로 2013년 디지털 싱글을 냈을 때 1절은 발라드 느낌으로 부르기도 했었고, 래퍼와 협업한 적도 있다. 조금 더 대중성을 갖추고 싶다는 고민을 계속해오던 와중에 우연히 보게 된 게 ‘미스트롯’이었다. 아나운서나 개그우먼 같은 분들이 트롯 장르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공감이 됐고, 혹시 남자 편이 만들어진다면 나도 지원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미스터트롯’ 공고가 나서 바로 신청을 하게 됐다. -평소 트롯 장르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었나.△어릴 때부터 음악 듣는 걸 좋아했고, 장르를 따지지 않고 많은 음악을 들었다. 그렇다 보니 제 또래들보다 흘러간 옛 가요나 포크 음악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런 부분이 ‘미스터트롯’ 경연에 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다. -트롯 장르에 도전하기 위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는지도 궁금한데. △짧은 시간 안에 평생 공부한 성악 스타일을 확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타일을 확 바꾸기보다는 저만이 할 수 있는 성악이 가미된 트롯을 들려드리자는 생각으로 임했다.-처음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임해본 소감은.△되게 재밌었다. 원래 도전하고 모험하는 걸 즐긴다.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에도 혼자 유럽 이곳저곳을 여행 다니기도 했다. 물론, 내가 과연 낯선 무대에서 노래를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좋은 곡은 곡들을 만난 덕분에 편안하게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팀 미션이 낯선 경험이었을 텐데.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추억이 많이 쌓였다. 서로 경쟁자라는 생각보다는 ‘우린 진짜 팀이다’라는 생각이 강했고, 여러 가수 분들과 함께하며 좋은 결과를 이뤄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심사평이 있나. △‘태클을 걸지마’를 불렀을 때 원곡자인 진성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녹화 당일까지 진성 선생님이 출연하신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그런데 촬영을 몇 시간 앞두고 진성 선생님이 오신 거다. 너무 부담되고 곡을 바꿔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노래를 듣고 ‘너무 좋다’, ‘앞으로 김호중이 어느 무대에 가서든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조영수 작곡가님이 ‘음악으로도, 삶적으로도 호중 씨의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씀해주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 -최종 4위로 프로그램을 마무리 했다. 이렇게 좋은 성과를 얻게 될 거라고 예상했나. △아무래도 경연 형식이다 보니 성적에 대한 욕심이 없진 않았다. 그런데 갈수록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즐기게 되더라. 그만큼 매번 새롭게 주어지는 미션이 즐겁고 재밌었다. 경연 말미에는 이미 팬클럽 ‘트바로티’ 회원 분들의 마음 속에 있는 트로피를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감사한 일이니 성적은 중요치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미스터트롯’ 출연 이후 확실히 팬이 늘었나. △이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미소). 팬클럽 자체가 ‘미스터트롯’ 출연 이후에 생겼으니까. 또 요즘 어딜 가든 정말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신다. 마트나 시장에 가면 사장님들이 서비스를 너무 많이 주셔서 집에 올 때 양손이 무겁다. 소속사 계약 기사가 난 이후에는 사무실에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화분과 꽃이 왔다. 너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 하루하루 행복하다. -결승전에서는 700만명 이상이 문자 투표에 참여했다. 당시 현장 반응은 어땠나.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모두 깜짝 놀랐다. 전산 시스템이 마비되었다는 게 이해가 되는 투표 수였다. 앞으로 음악을 하면서 700만여 명의 관심을 받는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톱7’에 오른 이들과 함께 1년 반 동안 프로젝트 활동을 펼치게 되었는데. △7명이 모두 각자 다른 무기와 컬러를 지니고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같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음악을 하면서 이 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는 생가도 든다. 그만큼 장점이 많은 분과 함께하게 되어 기대된다. -무지개 얘기가 나온김에 김호중의 색깔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아무래도 성악가 출신이라는 점이 제가 가진 색깔의 가장 큰 특징이지 않나 싶다. 앞으로 김호중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의 장점을 잘 살려나가고 싶고, 편안하고 좋은 메시지가 담긴 곡들을 많이 부르고 싶다. 목표 중 하나인 앨범을 작업하게 되면, 제 옷에 딱 맞게끔 완성해내고 싶다.-앨범을 내게 되면 다양한 장르의 곡을 담게 되는 건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노래하는 사람 김호중’이 되는 게 꿈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백호 선생님을 존경한다.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낭만 가객’이시지 않나. 몇년 전 선생님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한 관객분께서 선생님께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의 가수셨는데, 지금은 제 가수가 되어 계시네요’라는 말을 하셨는데 가슴을 ‘꽝’ 하고 치더라. 그때 나도 선생님처럼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수가 되어 훗날 저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 어떤 비싼 다이아몬드를 품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지 않을까.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다. 실제 본인의 이야기가 영화 ‘파파로티’로 만들어지기도 했었고. △하하. ‘파파로티’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는 SNS 메시지를 많이 받아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다. 자신감과 용기를 잃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김호중이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하겠냐’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저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최근엔 ‘미스터트롯’에서의 제 모습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아시다시피 전 학창시절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가 마음을 다잡고 음악을 시작한 이후부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대로 남한테 피해 안 입히고 두 발 뻗고 잘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많은 분이 새로운 꿈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김호중이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하겠냐’는 생각을 더 많은 분이 하도록 만들겠다. (미소).
- 게임한류 열 새얼굴 찾는다…‘신규 IP’로 글로벌 공략하는 게임사들
- 플랜8. 펄어비스 제공[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음악과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K게임’으로 게임한류를 열 주인공은 누가 될까. 국내 게임업계가 신규 IP(지식재산권)로 개발한 ‘뉴페이스 게임’을 들고,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을 훔칠 채비에 나서고 있다.30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263750)는 ‘지스타 2019’에서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신규 IP 3종의 개발에 속력을 내고 있다.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 8’ 등 신작 3종은 모두 신형 게임엔진으로 제작하고 있다. 신형 게임엔진은 완성도와 그래픽 품질의 수준을 높이면서 개발 속도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3종 게임은 모두 다른 장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콘솔과 PC 플랫폼으로 먼저 제작된다는 것. 최근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신작 게임 대부분을 모바일로 출시하는 가운데, 모바일이 아닌 콘솔과 PC 플랫폼으로 신작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사는 드물다. 오픈월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붉은사막’은 광대한 파이웰 대륙의 용병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사실적인 캐릭터와 컷신으로 그린 펄어비스의 차기 플래그십(최상위) MMORPG다. 2020년 테스트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도깨비(DokeV)’는 사람들의 꿈에서 힘을 얻고 성장하는 도깨비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수집형 오픈월드 MMO 게임으로, 콘솔과 PC 출시를 우선으로 제작하고 있다. 높은 자유도를 중심으로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그래픽으로 만들고 있다. 도깨비도 2020년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플랜 8(PLAN 8)’은 현시대를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그래픽의 표현과 세련된 액션이 돋보이는 엑소수트 MMO 슈터(Exosuit MMO Shooter) 게임이다. 오픈월드 MMO이며, 콘솔과 PC로 개발하고 있다.신규 자체 IP로 개발한 모바일 MMORPG ‘V4’로 국내 흥행에 성공한 넥슨은 지난 26일 대만·홍콩·마카오 지역에 V4 글로벌 버전을 처음 선보이며 해외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V4 글로벌 버전은 △모바일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터 서버 월드’ △자산 가치를 지켜주는 ‘자율 경제 시스템’ △언리얼 엔진 4로 구현한 6개 테마의 오픈 필드 △독립적인 전투 구조로 설계된 6개 클래스 등을 갖췄다.넥슨은 국내에 이어 해당 서비스 지역에도 모바일 계정 연동으로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 V4 PC 버전을 도입했다. 글로벌 버전 이용자는 에뮬레이터(스마트폰 앱을 PC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가 아닌 클라이언트를 내려받아 V4를 즐길 수 있다.크래프톤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서비스)하는 PC MMORPG ‘에어’도 출시 전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비공개 테스트 과정에서 나온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오는 4월1일 티저 페이지를 통해 게임의 파격적인 변화요소를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이용자는 에어의 변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진실 혹은 거짓’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신규 IP 프로젝트로 바일 3D 스타일링 게임 ‘스타일릿’을 선보일 예정이다. 쿠키런이 아닌 신규 IP로는 처음 선보이는 게임이다. 곧 글로벌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다.생동감 넘치는 의상과 패션 아이템을 활용해 원하는 대로 스타일링하고, 전세계 이용자들과 의상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등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글씨가 사람"…집 잃은 '서예'를 들이다 51년 만에
- 일중 김충현의 ‘조성신 도산가’(1963). ‘일중체’로 불리는 한글 궁서·고체, 한문 예서를 만들어낸 ‘서예천재’ 일중이 한글·한문을 혼용해 쓴 새로운 서예작품이다. 한글과 한문이 한 종이에서 주거니 받거니 나란히 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이전까지 아무도 하지 못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태백산 나린 용이 영지산 높아서라 황지로 솟은 물이 낙천이 맑아서라 퇴계수 돌아들어 온계촌 올라가니 노송정 높은 집에 대현이 나시셨다….” 조선 문인 조성신(1765∼1835)은 정조 16년(1792) 경북 안동 도산 별과에 응시했다가 낙방하고 만다. 그 안타까움은 중년에 들어서 눈이 점점 더 어두워지며 되살아났다. 도산서원의 풍경, 제를 올릴 때의 광경이 떠올랐고, 퇴계 이황의 덕을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깊어졌다. 후대에 수작으로 평가받은 ‘도산가’(도산별곡)는 그때 지어졌다. 그 절절함이 한 번 더 살아난 건 170여년 뒤, 우연찮은 계기였다. 바로 일중 김충현(1921∼2006)이 옮긴 글씨. ‘국필’로 불리던 그가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한글·한자를 혼용한 서예작품을 내놓은 거다. ‘조성신 도산가’(1963)다. 획수 변화가 작은 한글과 큰 한문, 여백이 많은 한글과 적은 한문이 한 종이에서 주거니 받거니 나란히 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이전까지 아무도 못했던 터다. 그것도 아주 편안하게, 부딪치지도 충돌하지도 않고. 그 순간, 글씨는 예술이 됐다. 한때 그런 적이 있다. 서예가 미술이던 때. 여기에 금을 낸 첫 난관은 일제강점기에 있었다.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서도부’가 ‘공예부’로 대체되면서. 두 번째 난관은 50년 뒤에 왔다. ‘선전’에 이어 1949년부터 연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가 1981년 30회를 끝으로 ‘재량껏 민간 주최’로 넘어가면서다. 그나마 동양화·서양화·조각 뒤에 작은 자리 하나 차지하던 서예를 대놓고 빼버리기 시작한 거다. 언감생심 ‘국립 기획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아니 그보다 늘 바닥에 깔려 있던 문제에 시달렸다. “서예가 미술인가.” 초정 권창륜의 ‘직선지가필유여경’(2009). ‘선을 쌓으면 집안에 좋은 일이 가득하다’는 주역의 글귀를 5m 길이의 종이에 일필휘지 행초서로 그어냈다. 초정은 근현대 서예가 2세대로 일중 김충현의 제자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국립현대미술관이 이 두 ‘과제’의 동시 해결에 나섰다. 1969년 개관 이래 처음 ‘단독 서예기획전’을 열고, ‘서예도 미술이다’에 접근한 거다. 서울 중구 덕수궁관에 펼친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이다. 일단 ‘집 잃은’ 서예를 미술관에 대거 들이고, 서예가 근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가치를 더듬는다. 말보단 작품이다. 미술이든 아니든 미동도 않고 굳건히 지켜온, ‘글씨 좀 썼다’는 작가 48명의 압도하는 300여점이 대신 외친다. “내 붓이 뭘 품어왔는지 아는가.” △“난 그린 적 없다 썼다”…그림 그린 이들의 ‘서예’ ‘서예전’이라면 으레 겁먹을, 고색창연한 글씨는 없다. 전시는 타이틀의 ‘근현대’가 잡아주듯 일제강점기부터 바로 오늘까지의 붓길을 따른다. 한마디로 ‘서예를 그리고 그림을 써’ 온, ‘글씨가 곧 사람’이라 믿어온, 그러다가 ‘서예로 실험’을 하고, ‘디자인도 입히고 일상도 품겠다’고 한 고집과 철학, 혁신과 진화를 관통하는 거다. 우성 김종영의 ‘작품65-2’(1965·왼쪽). 조각가면서 대단한 서예가였던 우성이 기하학적 입방체를 수직·수평으로 연결한 나무조각이다. 오른쪽은 고암 이응노의 수묵담채 ‘생맥’(1950s). 상형문자에서 시작한 서예를 바탕으로 완성했다. 고암은 서양의 추상회화를 전통서화가로 수용하며 문자·서체추상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중요한 맥락 중 하나가 그림과 떨어질 수 없는 글씨의 운명이다. 김환기·이응노·장우성·남관·이우환·서세옥·김창열·황창배·오수환·김기창 등 그림으로 세상을 흔든 대가들의 ‘시서화’ ‘문자추상’ ‘서체추상’으로 포문을 연 건데. ‘저는 시방 꼭 텅 빈 항아리 같기도 하고…’로 운을 뗀 서정주의 시 ‘기도’를 그림에 옮겨 쓴 김환기의 ‘항아리와 시’(1954), 선글라스·배꼽티·휴대폰으로 무장했지만 가계도 제대로 모르는 젊은 여성을 한탄한 장우성의 ‘단군일백오십대손’(2001) 등 시서화를 앞세우고 김기창의 ‘문자도’(1980), 이응노의 ‘구성’(1970), 서세옥의 ‘사람들’(1988), 남관의 ‘겨울풍경’(1972), 김창열의 ‘회귀’(1995) 등 문자추상, 이우환의 ‘동풍 84011003’(1984), 오수환의 ‘배리에이션’(2008), 김종영의 나무조각 ‘작품65-2’(1965) 등 서체추상이 연달아 출현한다. 월전 장우성의 ‘단군일백오십대손’(2001). 선글라스·배꼽티·휴대폰으로 무장했지만 출신도 제대로 모르는 젊은 여성을 한탄하는 내용이 글로 들어간 풍자적 시서화다. 나이 아흔의 월전이 ‘미스 한’이란 이 여성에게 가계를 물었더니 “단군 백대손”이란 대답을 듣고 시제를 잡았단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표현과 기법은 차이가 있지만 이들에겐 굵은 공통점이 있다. 동아시아 회화사를 이끈 ‘서화동원론’(글씨와 그림은 뿌리가 같다)에 한 표씩 던지고 서예에서 미술을 끌어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거다. 캔버스에 숱한 점을 찍고 선을 그어 추상회화의 거장 반열에 오른 이우환조차 말이다. “난 그린 적이 없다, 썼다”고 했다지 않나. △한 획엔 신념, 한 획엔 고집…철학 품은 미술 ‘서예’의 진화그럼에도 ‘서예전’이라면 먹향이 스미고 붉은 낙관이 화룡점정인, 온전한 붓글씨에 찍혀야 하는 법. 전시의 비중 역시 거기에 실렸다. 같은 붓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던 조선의 서화시대 이후 말이다. 그림에서 떨어져 나와, 온전히 글씨로만 ‘전통·예술’ 양쪽에서 승부를 봐야 했던 이들을 집중조명한 거다. ‘글씨는 그 사람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못한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이다. 소암 현중화의 ‘취시선’(1976). 전시가 선정한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에 든 소암이 어느 날 제주 서귀포 한 음식점에 갔다가 새로 도배된 벽을 보고 붓이 동해 술기운에 휘감아냈다는 글씨다. 후에 절친이던 청원 변성근이 가게주인과 협의해 도배지를 떼어내 배접한 뒤 보관했단다. ‘취하면 곧 신선’이란 뜻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일제강점기의 ‘서도’란 명칭 대신 ‘서예’란 이름을 지금껏 쓰게 한 소전 손재형(1903∼1981), 그 조형미 넘치던 ‘소전체’는 글씨도 아니라며 “고법의 재해석이 서예의 갈 길”이라 주창했던 여초 김응현(1927∼2007)이 벌인 붓대결은 놓칠 수 없는 지점. 아호 그대로 ‘칼과 같이’(劍如·검여), 멈추고 세우고 찌르고 막는, 전투력 있는 필획을 그었던 ‘검여 유희강’(1911∼1976)도 독보적이다. 58세에 오른손이 마비되자 피나는 노력 끝에 왼손으로 글씨를 썼다는데, 전시는 양손에서 나온 작품을 구분해 걸고 보는 이들을 기죽게 한다. 소전 손재형의 ‘수신진덕온고지신’(1970년대·위). ‘몸을 닦아 덕으로 나아가며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말이다. 안정된 짜임, 차분한 운필, 완곡한 획법이 노년의 소전이 구현한 예서의 전형을 보인다. 아래는 일본 전각가 마츠우라 요우겐이 목인한 ‘손재형인’ ‘교졸상망’이 놓였다. 각각 위 작품의 왼쪽과 오른쪽에 낙관으로 찍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검여 유희강의 ‘두보 백부행’(1966). 당나라 두보의 ‘흰 오리를 노래함’이란 시를 옮겼다. 해서·행서·초서를 뒤섞어 칼로 베어내고 찌르듯 막힘없이 몰아쳤다. 검여는 먹을 4시간쯤 갈고 하루를 숙성한 뒤 글씨를 썼다는데 덕분에 ‘빛과 향이 다르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단다. 마비가 오기 전 오른손으로 쓴 글씨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앞서 ‘조성신 도산가’로 맛보기를 했던 일중 김충현은 시쳇말로 ‘서예천재’라고 할까. 20대에 이미 이름을 알린 뒤 한글·한문혼용은 물론 ‘일중체’로 불리는 한글 궁서·고체, 한문 예서를 만들어냈다. 전시는 그이의 다양한 서체를 두루 갖췄는데. 백미는 ‘정읍사’(1962)라 할 거다. 6가지 서체(한글 고체·흘림, 전서·예서·해서·행서)를 한 작품에 들였으니. 1968년 국전(17회) 사상 처음으로 서예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평보 서희환(1934∼1995)도 지나칠 수 없다. 스승의 글씨인 소전체를 넘어 ‘평보체’로 휘두른 ‘높이 올라 멀리 보라’(1978), ‘불휘기픈남간’(1984) 등을 통해 이후의 2세대를 엿보게 하니까. 초정 권창륜(77)이 주역의 글귀를 5m 일필휘지 행초서로 그어낸 ‘직선지가필유여경’(선을 쌓으면 집안에 좋은 일이 가득하다·2009), 하석 박원규(73)가 TV세트와 곰발바닥으로 ‘그린’ 문자조형 ‘공정’(公正·2020) 등등을 말이다. 평보 서희환의 ‘불휘기픈남간’(1984). 스승의 글씨인 소전체를 넘어 ‘평보체’로 휘둘렀다. 강하고 질박한 필획의 힘이 튀어나올 듯한 글씨를 썼던 평보는 서예사에 한번도 존재한 적 없는 ‘한글서예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하석 박원규의 ‘공정’(2020). 근현대 서예가 2세대에 속하는 하석이 고대 서주시대 청동 제기에 새겨진 ‘공정’(公正) 자를 현재적 문자조형으로 재해석했다. 회화적 요소를 극대화한 서예의 진화라 할 법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한 점, 한 점 풀어내기도 버거운 구성이다. 전시에 들지 못한 작가·작품이 한둘이 아닐 텐데, 그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촘촘하고 성실하게 갖췄다. 다만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건 미술관 휴관이 끝나는 때로 잠시 미뤄야 할 듯하다. 대신 온라인으로는 미리 볼 수 있다. 미술관이 90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30일부터 유튜브채널에 공개했다. 오랜 시간 준비했을 배원정 학예연구사가 마치 자신의 작품들인양 소개하고 안내한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그저 그 자리에 함께 들이지 못한 먹먹한 묵향일 터.
- '하이바이, 마마!' 이규형, 김태희 환생 비밀 알았다
-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하이바이,마마!’ 이규형이 김태희의 환생 비밀을 알고 오열했다. ‘하이바이 마마’(사진=tvN)지난 29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마마!’(연출 유제원, 극본 권혜주,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엠아이, 이하 ‘하바마’) 12회에서 조강화(이규형 분)는 차유리(김태희 분)가 지난 5년간 자신의 곁에서 모든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외로이 홀로 가족들을 지켜봤을 차유리에 대한 미안함에 오열하는 조강화, 그리고 변해가는 것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차유리의 모습이 먹먹함을 자아냈다. 차유리 역시 딸 조서우(서우진 분)가 귀신이었던 자신을 줄곧 봐왔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눈물을 흘렸다. 차유리는 조서우가 가장 좋아하는 이가 엄마 오민정(고보결 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제자리 찾기에 욕심내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퇴마사(양경원 분)의 등장, 차유리의 환생 비밀을 알게 된 조강화까지 차유리의 환생 라이프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면서 과연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이날 조서우는 가족사진에 공주 스티커를 붙이며 차유리의 이름을 말했다. 조강화는 딸 조서우의 입에서 나온 사별한 아내의 이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만취한 오민정을 부축하며 나타난 차유리에 또 한 번 놀랐다. 집 앞 놀이터에서 조강화는 가족사진에 붙여진 스티커를 보여주며 조서우가 차유리의 이름을 알고 있음을 밝혔다. 차유리는 과거 귀신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것을 떠올리곤 조서우가 그동안 귀신인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오열했다.울고 있는 차유리에게 손을 뻗던 조강화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저 어깨를 토닥이며 그가 진정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조강화는 “넌 계속 이렇게 서우 보면서 가슴 쥐어뜯고, 민정이는 속고 있는 게 맞냐”며 목숨까지 걸고 지킨 조서우 앞에 당당히 나서지 못하고 숨어버리는 차유리를 답답해했다. 조강화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자고 했지만 차유리는 이승을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밝힐 수 없었다. 조강화는 여전히 차유리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고현정을 찾아갔다. 조강화는 “생각해보니 나 처음 봤을 때 놀라지도 않았다. 숨어 있다가 들킨 사람처럼”이라고 말했고, 따로 아는 게 있는지 물었다. 고현정은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금세 눈물이 고여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차유리는 물론 가족들까지. 조서우 앞에 당당히 나서지는 못했지만 그를 향한 마음만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차유리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조서우에게 “옛날부터 나 계속 봤지.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서우 옆에 있어서 무서웠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조서우는 우는 차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런 딸의 손길에 차유리는 더욱 마음 아파했다. 아빠 차무풍(박수영 분)과 엄마 전은숙(김미경 분)은 조서우를 아끼는 마음만큼, 오민정에게도 고마운 마음이었다. 차무풍은 조강화에게 “서우 예쁘게 키워줘서 자네 처한테도 고맙다”는 말을 전했고, 전은숙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속이면서 이런 식은 안 돼”라며 차유리에게 하원 도우미를 그만 하라고 말렸다. 그런 그들 앞에 선물처럼 조서우가 찾아왔다. 조강화는 급한 일이 생겼다며 차유리의 집에 조서우를 맡겼고, 가족들은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 놓고 손녀와 시간을 보내며 행복해했다.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차유리의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갔다. 퇴마사가 차유리를 찾아간 것. 차유리는 현재 사람임에도 퇴마사의 지팡이와 미동댁(윤사봉 분)의 방울에 의해 끌려다녔다. “네 딸 데리러 왔어”라는 퇴마사의 말에 충격을 받은 차유리는 남아있는 시간 동안 조서우의 곁에 귀신이 못 오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차유리를 바라보던 미동댁은 자리 찾기 미션에 마음이 없냐고 물었고, 차유리는 “서우가 제일 좋아하는 게 엄마다”라며 차마 오민정의 자리를 욕심낼 수 없었던 진심을 드러냈다.퇴마사의 등장 후 차유리는 날을 세웠다. 오민정에게는 각종 호신용품을 선물했고, 조강화에게는 조서우의 손을 꼭 잡고 다니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조강화가 잠시 손을 놓친 사이, 퇴마사가 조서우에게 다가갔다. 조강화는 달려가 퇴마사를 막아섰고, 퇴마사는 그간 차유리가 조서우와 조강화 옆에 붙어있던 귀신이라고 이야기했다. 퍼즐이 맞춰진 조강화는 그길로 차유리를 찾아갔다. 조강화는 “쭉 내 옆에 있었냐, 어떻게 그걸 다 봤냐”며 눈물과 함께 토해냈다. 조강화는 차유리가 자신의 연애 시작부터 결혼, 그리고 조서우와 새 가정 안에서 행복을 되찾을 때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봐 왔다는 사실을 알고 무너졌다. 차유리의 등장 후에도 애써 흔들리지 않고 버티던 조강화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굳은 다짐에도 변화가 드리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조강화는 변화하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차유리의 시간을 알게 됐고, 오민정은 조강화의 넘치는 배려로 인해 만들어진 선을 이제 막 조금씩 넘고자 했다. 서로 다른 감정의 변화를 보인 조강화, 오민정 부부가 차유리의 자리 찾기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차유리가 제 자리를 찾아 가족 곁에서 살 수 있을지, 미련 없이 승천할 것인지, 예측 불가한 그의 선택에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딸 조서우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승천을 결심한 차유리 앞에 등장한 수많은 변수는 그의 심경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제자리를 찾고 싶음에도 딸 조서우가 엄마 오민정을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에 그의 자리를 욕심내지 않았던 차유리. 하지만 예상치 못한 퇴마사의 등장은 그의 환생 라이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유리야 네가 다 걸고 지킨 서우잖아”라는 조강화의 말처럼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킨 조서우를 위해 마음을 바꿀 것인지, 환생 비밀을 모두 알게 된 조강화의 변화까지 맞물리며 궁금증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퇴마사에게 1순위 승천 대상으로 지목된 자살귀 박혜진(배윤경 분)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안겼다. 회사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엄마를 찾아간 박혜진은 강상봉(이재우 분)에게 태어나서 제일 후회하는 되는 일은 ‘죽은 것’임을 털어놨다. 선배들의 갑질과 직장 내 따돌림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그는 죽은 뒤에야 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난 뒤에야 꿈이 단어가 아닌 문장일 수도 있다며 행복하기, 사랑하는 사람 만들기, 즐겁게 살기 등을 담담히 나열하는 박혜진의 모습이 공감과 뭉클함을 자아냈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마마!’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방송된다.
- [윤경 변호사의 세상萬思]괜찮다. 액땜한 거야!
- [윤경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어떤 소녀가 집으로 돌아와 엄마한테 “큰일 났어. 반지를 잃어 버렸어.”하며 슬퍼하자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얘야, 손가락은 그대로 있잖니?” 참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다. 어릴 적,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이 떠 오른다. 초등학교 때 핸들이 U자형을 꺽어진 멋진 새 자전거가 갖는 것이 꿈이었다. 1등을 연속으로 여러 번 하면 사주겠다는 약속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원하던 자전거를 선물 받았다. 그런데 며칠 후 학교 운동장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친구들과 놀이를 하다가 와보니 새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너무 충격이 커서 미친 듯이 자전거를 찾아 학교 주위를 헤매다가 결국 엉엉 울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났지만, 부모님으로부터 혼날 각오도 되어 있었다.그런데 뜻밖에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울지 마라.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액땜’한 거란다.” 그 말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힘들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기곤 한다. 내가 항상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며, 실상은 내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때때로 위로 받고 싶나 보다. 아이들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나도 모르게 어머니가 해주신 이 말을 내가 되풀이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괜찮다. 괜찮아. 다 괜찮아.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액땜한 거란다.” 그리곤 언제나 더 좋은 일이 생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다. 불행에 대한 걱정을 하려고 하면 끝도 없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처음부터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다 잃어봤자 본전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 때문에 울 필요는 없다. 그런 고민은 어제의 문제로써 내일의 기회를 망치느라, 오늘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괜찮아. 액땜한 거야”라는 말을 버릇처럼 사용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스로에게 “괜찮다. 다 괜찮아!”라고 말해라.쓸데 없는 걱정과 근심은 마음을 갉아 먹는 벌레다. 걱정하는 문제는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걱정은 말 그대로 걱정일 뿐이다. 걱정도 하면 할수록 눈덩이처럼 더 커진다. 산을 온통 뒤덮는 30cm 두께의 짙은 안개는 물로 치면 한 컵도 안 된다. 그러나 이 미세한 입자들이 도시나 시골 위로 드리우면, 앞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작디작은 초조함의 방울들이 우리 생각을 둘러싸면 우리는 시야를 뺏긴 채 잠겨 버린다. 걱정 한 잔이 딱 그러하다. 근거 없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걱정은 안개와 같다. 지나친 근심과 걱정으로 오늘의 중요한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낙천적인 마음으로 현재를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중세 고명한 성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일을 불안해 하는 제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내주면서 말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열어봐라. 조금 어렵다고 열어봐서는 안 된다. 정말 힘들 때 열어봐라.” 세월이 흐른 후 수도원에 큰 문제가 생겼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제자들은 마침내 성인의 편지를 열어 볼 때가 왔다고 결정하고 편지를 뜯었다. 거기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 어떻게든 된다.”참으로 명쾌한 말이다. 근심하지 마라. 받아야 할 일은 받아야 하고, 치러야 할 일은 치러야 한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누군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는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을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궁핍한 집안살림을 꾸려나간 어머니는 생활비나 대학등록금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늘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어머니 말대로 미래에 대한 걱정거리는 거짓말처럼 언제나 해결되었다. 돌아가신 어머니 말씀은 언제나 옳았다. 어떻게든 된다. 자신감을 갖고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면 말이다.◆ 윤경 변호사는…△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 [여행] 정조의 '천도의 꿈' 품은 '화성'을 거닐다
- 수원 화성을 대표하는 장안문. 화성의 북쪽 대문으로 정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수원 화성의 정문답게 그 규모가 웅장하다. 팔달문과 같이 성문의 바깥에는 이중 방어 역할을 하기 위한 반달 모양의 옹성을 쌓은 것이 특징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화성(華城·경기도 수원)은 ‘정조의 도시’였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옮겨왔으니, 선산이 있는 화성은 그의 고향과도 같았다. 화성 곳곳에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근대적 신도시이면서 실학의 실험장이자, 그 결정체가 바로 화성이었다. 또 정조의 통치이념인 ‘작성지화’(作成之化·만들어냄으로써 발전을 꾀함)의 체현이었다. 정조는 화성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 그의 정치실험의 장이자 깨어나기 시작한 조선의 새로운 출발지가 바로 화성이었던 셈이다. 전국에서 들려오는 꽃 소식으로 봄기운이 완연한 3월의 어느 날, 화성 성곽길에서 정조의 야망과 웅지가 느껴졌다.수원 화성의 중심인 ‘화성행궁’. 왕이 지방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물기 위해 짓는 별도의 궁궐이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중심이 되는 곳이 화성행궁이다.◇천도의 꿈을 꾸게 한 ‘화성’ 화성행궁을 먼저 둘러보는 게 순서다. 행궁은 왕이 지방으로 행차를 나갈 때 임시로 머물기 위해 짓는 별도의 궁궐을 말한다. 정조는 수원에 신도시를 만들고 한양에서 수원에 이르는 주요 경유지에 여러 행궁들을 지었다. 그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중심이 되는 곳이 화성행궁이었다.의문이 들었다. 정조는 옷을 기워 입을 정도로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왜 대규모 역사를 벌였을까. 알려진 바와 같이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서였을까. 정조는 즉위한 후 사도세자의 복권을 위해 ‘묘’를 지금의 융릉으로 이장한다. 조선 땅에서도 가장 좋은 명당으로 손꼽히던 곳. 당시 이곳에는 수원부가 있었다. 정조는 수원부와 마을을 통째로 옮기고, 이곳에 화성을 지었다. 사도세자의 복권, 그리고 이장, 화성 건설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화성행궁 복내당이는 단지 효심 때문이 아니었다. 사도세자의 영전에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것은 왕권에의 복속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치판의 대대적인 물갈이로 이어진다. 정조실록에는 “호위를 엄하게 하려는 것도 아니요, 변란을 막기 위한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나의 깊은 뜻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정조의 정치실험은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짐작컨대 정조는 화성으로 왕도를 옮기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화성은 1794년 착공해 1796년에 완공했다. 둘레는 약 5.7km, 성벽 높이는 4~7m에 달했다. 땅속에도 깊이 1m를 파 기초를 다졌다. 성을 건축하는데 들어간 벽돌 수만 무려 70만장에 육박할 정도였다. 2년 9개월(장마 등 공사를 못한 기간을 제외하면 약 2년 6개월)의 짧은 시간이었다. 실학자 정약용이 설계했고, 채제공이 축성 책임을 맡았다. 당시 정약용은 거중기를 만들어 성곽 건축 시간을 크게 단축했고, 백성들의 고충을 덜어주었다.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으로 성곽의 많은 부분이 파괴됐다. 하지만 건축설계서인 ‘화성성역의궤’가 남아 있어 복구가 가능했다.수원화성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시내와 성곽◇‘성곽길의 꽃’ 수원 화성을 걷다수원화성 남포루 성곽길성곽길을 걸어볼 차례다. 길은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더라도 원점 회귀가 가능하다. 5.7km 성곽을 모두 걸어도 좋고, 여의치 않다면 일부만 걸어도 좋다. 남문인 팔달문에서 시작해 남포루, 서포루, 서장대를 거쳐 화서문, 북포루, 장안문을 지나 화홍문과 방화수류정까지 이어지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봄기운 물씬 풍기는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길은 운치가 넘친다. 옛 성벽과 도심의 빌딩이 어우러진 경치도 이색적이다.들머리는 팔달문. 여기서 남포루를 지나 서남암문까지 이어지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다. 암문이란 성곽의 깊숙하고 후미진 곳에 적이 잘 알지 못하도록 만든 출입구. 화성에는 위치에 따라 여러 곳에 암문을 만들었다. 계단을 오르고 뒤돌아서면 수원 시내의 멋진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여기서 서장대까지는 성곽을 따라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서장대는 수원 화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장대란 성곽 일대를 한눈에 바라보며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 화성에는 서장대와 함께 동장대 두 곳이 있다. 서장대는 정조대왕이 직접 이곳에 올라 군사지휘를 한 곳이기도 하다. 현판에 걸린 ‘화성장대’(華城將臺) 편액은 정조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서장대 뒤쪽으로는 서노대가 자리하고 이다. 군사지휘소인 서장대를 방어하는 중요한 시설이다. 쇠뇌라 불리는 다연발 활을 쏠 수 있는 시설이다. 누각 없이 돌을 쌓아 높은 대를 만들어 적의 공격을 감시하거나, 적이 접근했을 때 쇠뇌를 쏘아 공격할 수 있다. 화성에는 서노대와 동북노대 두 곳이 있다. 서장대 아래쪽으로는 시야가 트여 있어 날씨가 좋을 때에는 수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화성행궁의 전체적인 모습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수원화성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시내화서문까지는 내리막길이다. 화서공원을 지나면 화서문 옆에 우뚝 솟은 서북공심돈이 있다. 건물 안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며 공격도 가능한 시설로, 축조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성에서만 볼 수 있는 구조물로, 우리 건축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서북공심돈에서 성곽을 따라가면 장안문이다. 화성의 북쪽 대문으로 정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수원 화성의 정문답게 그 규모가 웅장하다. 팔달문과 같이 성문의 바깥에는 이중 방어 역할을 하기 위한 반달 모양의 옹성을 쌓은 것이 특징이다. 수원 화성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왕도를 옮기려 했던 정조의 포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득권 세력과 결별하고 강력한 개혁정치를 펼치고자 했던 정조. 화성에는 왕도정치의 꿈과 이상이 깃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완의 역사로 남았다.수원화성 서장대◇여행팁=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안전여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여행 전에는 △개인 차량을 이용한 여행계획 수립 △사람이 덜 밀집한 여행장소 선정 △마스크, 휴대용 손세정제 등 준비 △개인용 휴대용 컵과 상비약 준비 △여행지 폐쇄 여부 확인 △확진환자 이동경로 확인 등이다. 여행 중에는 △적절한 휴식 △물을 자주 마시고 익히지 않은 음식 주의 △발열과 호흡기 증상 발생시 여행 중단 권고 등이다. 여행 후에는 △확진환자의 이동경로와 날짜가 겹칠 경우 발열과 호흡기 증상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또는 관할 보건소에 상담 후 조치하기 등이다. 젋은 연인들이 수원화성 성곽길을 걷고 있다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한국판 양적완화 시동…한은, RP 무제한 매입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다음은 27일자 이데일리신문 주요 뉴스다.△1면-한국판 양적완화 시동…한은, RP 무제한 매입 -정부 ‘서울형 재난기본소득’ 푼다 -산은·수은, 두산중공업에 1조 수혈 -M&A도 대체투자도 ‘급브레이크’…길 잃은 IB△줌인&-좌우 넘나드는 선거 승부사…중도 표심 잡을까 △투자업계 ‘겨울왕국’-‘코로나 디스카운트 변수’, PEF, 실탄 두둑해도 쓰는 데는 ‘신중’-발 묶인 벤처캐피털, 해외·지방 신규투자 ‘올스톱’-실사할 수 없으니…연기금·공제회 대체투자도 제동 △종합 -“단기 유동성 부족 해소 기대” VS “기업에 직접 대출할 상항인지 예의주시” -김진일 교수 “한은 최종 대부자 역할 하려면 국회·정부나서 대화해야” -달러 부족 해소 나선 정부…은행 외화건전성 규제 한시 완화 △‘코로나 소방수’ 지역사랑상품권 -시민엔 10+10% 할인, 가맹점엔 당일 환전…군산 골목골목 돈이 돌았다 -지역 살리려 발행 2배로 늘린다지만.. 재정 나쁜 지자체, 득보다 실 클 수도 -“할인·캐시백, 시장·영세상점으로 제한해 재정부담 낮춰야” △국제·경제 -코로나發 ‘메이드인 인디아’ 스톱…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무너지나 -美, 돈 보따리 풀었다…‘2700조 슈퍼부양책’ 우여곡절 끝에 상원 통과 -‘코로나 앞에 장사없네’..美포드마저 신용 강등 △선택 4·15 총선 D-19-총선 열차 출발…이낙연 “국민 고통 덜 것” 황교안 “경제 폭망·민생 도탄” -‘親盧’ 박재호 vs ‘보수 여전사’ 이언주…수성이냐 탈환이냐 -두번 탈락, 두번 생환…‘불사신’ 민경욱 -신세돈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 “젊은 중산층 분노 과소평가…수도권 과반의석 가능” △정치 -文, G20 정상에 ‘기업인 자유왕래’ 제안…황교안 ‘40조 국민채’ 검토 뜻-범여 비례정당 표 분산..시민당 지지율 9%P 하락, 열린당 3위 -국경 봉쇄, 항공편 중단...재외선거 첫 현지 개표하나 △경제 -“전국민 재난수당, 효과보다 후유증 크다”..코로나 ‘핀셋 대응’ 나선 정부 -연임 성공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코로나 맞서 금융 온기 전할 것” △산업&기업 -‘비상’ 외친 최태원…SK ‘생존 DNA’ 깨웠다 -국민연금까지 손 들어줬다..조원태, 경영권 유지 확정적 -1.2조 회사채 만기 몰렸던 두산重, 유동성 숨통-삼성전자 ‘임금 협상’ 마무리..2.5% 인상 △산업·소비자생활 -“영양 만점에 때되면 갖다줘”…배달이유식 ‘붐’-필라이트, 2년6개월만에 ‘7억캔’ 돌파 -김동진 아이에이 회장, M&A로 미래차 핵심 부품사 우뚝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김경준 딜로이트 부회장 “코로나 사태가 강요한 비대면 환경…변화 속 엄청난 사업기회 올 것” -“온라인 역량 못 키운 은행, 아마존에 밀려 사라질 것” △증권&마켓 -주주제안 17→11개사로…기관 목소리 힘 빠졌다 -국민연금 “사외이사·이사보수 맘에 안 들어” -“코로나 백신 개발 착수”..신라젠 상한제 치솟아 △증권 -코로나19에 장외시장·코넥스 ‘흔들’…“이전상장 먹구름” -라임펀드에 투자한 상장사..넥센·명문제약 등 피해 속출 -아시아나 이어 현대상선도 내부회계 감사 ‘비적정’ -양도소득세 물리는 ‘대주주 범위 확대’ 유예 요구 봇물 △콘텐츠와 함께…슬기로운 집콕 생활 -웃고 즐기다 보니 마음의 안식 -딸은 ‘카봇’ 아빤 ‘왕건’…리모컨 쟁탈전 끝~ -아이들 공연 보며 채팅…손가락마저 즐겁다 -혜민스님이 읽어주는 에세이…듣다보면 힐링 -인기 크리에이터가 알려주는 생활 속 꿀팁 -AI선생님과 대화하고 영어발음 첨삭 지도 △‘코로나 블루’ 이겨낼 봄패션 -그래도 봄은 왔다...‘집콕’해도 화사하게 -밤에도 빛 반사...나를 지켜주는 아웃도어 -‘고급소재+트렌디한 디자인’ 홈쇼핑패션 맞아? -실용성에 친환경까지 ‘애슬레저웨어의 진화’ -가볍게 스타일리시하게...‘홈트족’ 잡는다 △여행 -정조가 꿈꾼 ‘작성지화’ 실현...조선의 르네상스 꽃 피우다 -정자 위서 달빛 비친 용연 내려다보니 탄성 절로 -가마솥 기름에 풍덩~ 튀겨지는 통닭처럼 추억도 새록새록 △스포츠 -벙커샷 연습 많이하니..그루브 빨리 닳아요 -아쉬운 고진영...시간 번 박인비 -메이저 대회 ‘윔블던 테니스’ 정상 개최 여부 다음주 결정 △피플 -“고효율 가전제품 사면 환급…경기 활력소 될 것” -정경두 “차기 호위암 중 천안함 명명 검토” -나눔은 즐겁다...메리츠證, 14년째 참사랑 실천 -손병환 신임 NH농협은행장 “농민들에게 비 올때 우산같은 존재 돼야” -삼정KPMG 품질관리실장에 양승열 임명 -강계웅·강인식 신규 선임..LG하우시스 각자대표 체제△오피니언 -ICT로 ‘잠금해제’...올바르고 따뜻한 세상 -‘n번방’ 범죄 재발 막으려면 △부동산 -코로나19 장기화에...“언제 열릴지” 기약없는 경매 vs “더는 못 미뤄” 밀어내는 분양 -상승세 멈춘 마·용·성…더 떨어진 강남3구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만 25세→34세 이하로 확대 △사회 -자가격리 무단이탈땐 외국인 강제 출국…내국인도 경찰 즉시 출동한다 -박원순 “신천지 법인 설립허가 취소” -檢 ‘박사방’ 공범·범죄수익 찾기 총력 -학생들 “등록금 환불 해달라”…대학들 ‘온라인강의 연장’ 골머리 -檢 ‘라임사태’ 전 부사장 인터폴 수배 요청 -대법 “‘민중은 개·돼지’ 나향욱 강등은 정당”
- 윤희 "트로트 솔로의 삶, 언젠간 나만의 노래 갖겠다"
-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2017년 어느 날, “한 곡당 길어봐야 내 분량은 40초, 노래를 계속해야 하는 걸까.” 가수 윤희의 머리는 복잡했다. 트로트 그룹 오로라의 메인 보컬로 활동한 그에게 노래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여러 멤버가 모인 그룹 활동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지만, 이룬 게 없는 것 같은 아쉬움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2018년 어느 날. 윤희에게 선택의 순간이 왔다. 솔로, 정확히 말하면 트로트 솔로로 데뷔하자는 제안이었다. 가수로 성장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는 윤희에게 노래의 분량이 많아졌다는 것만으로도 도전의 가치는 충분했다.가수 윤희“백조 같은 삶이랄까요? 물 위의 모습은 우아해보이지만 물 아래의 모습은 연신 발을 젖고 있는 거죠. 노래와 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진짜 열심히 살아왔어요.”윤희는 그룹 오로라로 데뷔하기 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언더그라운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틈날 때마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에 각종 자격증도 땄다. 경락, 피부미용 등 피부 관련 자격증만 6개다. 한 밸리댄스 대회에서 3관왕의 챔피언을 따내기도 했다. 가수의 삶과 미래를 준비한 삶을 함께한 지 벌써 11년. 2009년 ‘빨리와’를 통해 데뷔해 2011년말부터 2017년까지 그룹 오로라 멤버로 참여했고 2018년 ‘아뿔싸’, 2019년 ‘나혼자 산다’를 통해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 “매번 다른 옷을 입는 느낌이 좋아요. 카메라가 커지거나 켜지거나, 무대에 서거나 내려서거나, 웃거나 울거나. 모두 제 삶의 일부죠. 이젠 저도 좋고 대중도 좋아하는 곡을 갖고 싶어요. 윤희라는 가수를 떠올리면 함께 떠오르는 곡, 그걸 곧 찾아낼 거 같아요.”윤희는 지난해 SBS ‘집사부일체’ 장윤정 편에서 후배 가수로 출연해 ‘님과 함께’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지난 2월에는 MBC ‘편애중계’에도 출연했다. 오랜 기간 가수 활동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는 터라 금세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최근 트로트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를 찾는 사람과 행사도 많아졌다. 가수 장윤정, 홍진영 등 이미 트로트 가수로 이름을 알린 동료와 다른 매력으로 다가설 것인가 고민 중이다. 트로트 가수는 노래와 춤 외에도 좌중을 웃고 울리는 무대 매너가 반드시 필수적이라는 게 윤희의 말이다.“저의 노하우라면 노래와 춤, 모두 자신 있다는 거죠. 요즘 트로트를 좋아하는 층이 다양해져서 모든 나이대를 소화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많이 준비해야해요. 책도 많이 읽어 상식도 높여야 해요. 예를 들어 4자성어를 차용한 유머를 무대 위에서 쓰는 것만으로 관객의 호응을 바로 이끌어낼 수 있죠,”가수 윤희윤희는 트로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반갑다. 트로트가 연륜 있는 이들의 음악이라는 편견도 사라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칼군무와 후크송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음악만이 편식한 듯 소비되는 대신 트로트 등 다른 장르도 사랑받기를 바란다. “춤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꿈을 지금도 잃지 않고 있어요. 언젠간 살사 댄스로 아마추어 챔피언십 대회에 도전하고 싶어요. 제가 욕심이 많아요. 무한 긍정의 삶으로 하루하루 성장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 故 문지윤 父 손편지…“연기만 생각했던 배우로 기억해주길”(전문)
-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급성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문지윤 부친이 손 편지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故) 문지윤 부친 문광석 씨는 소속사 가족이엔티를 통해 아들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며 애도와 조의를 표한 팬들과 동료 배우들, 제작진,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배우 고(故) 문지윤 빈소 (사진=이데일리 공동취재단)공개된 손 편지에는 “급작스럽게 아들을 하늘로 보낸 지 벌써 3일째가 됐다. 아비인 저도 아직 믿기지가 않고 가슴이 아리고 먹먹하기만 하다. 하지만 지윤이가 소천하고 장례 기간 정말 많은분께서 함께 아파해주시고 함께 울어주시고 같이 고생해주셨기에 힘을 내어 본다. 정말 너무나 감사해서 글로 나마 저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이어 “지윤이를 오랫동안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팬분들과 시청자 여러분들과 또 함께 울어주시고 슬퍼해 주신 감독, 작가, 스텝, 수많은 제작진, 지윤이와 연기하고 같이 땀 흘렸던 모든 배우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이제 더 슬퍼하지 마시고 지윤이와 웃으며 좋았던 기억, 보잘것없지만 심성 하나만큼은 참 착하고 연기만 생각했던 배우 문지윤으로 오래 간직해 주셨으면 하는 아비의 간절한 마음이다. 저와 아내가 감사한 마음을 한 분 한 분 찾아뵐 수도 없는 상황과 현실이니 큰 이해를 부탁드리며 대신하려 한다”고 덧붙였다.앞서 문지윤은 지난 18일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소속사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인후염을 앓다 고열이 심해져 지난 16일 병원에 입원했고, 급성 패혈증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문지윤은 지난 2002년 MBC 드라마 ‘로망스’로 데뷔했으며, KBS2 ‘쾌걸춘향’, MBC ‘선덕여왕’, tvN ‘치즈 인 더 트랩’ 등에 출연하며 폭 넓은 연기로 사랑받았다.고(故) 문지윤 부친 문광석 씨 손편지 (사진=가족이엔티 제공)이하 고인 아버지 문광석 씨의 손편지 전문.안녕하세요. 故 배우 문지윤의 아버지 문광석입니다.급작스럽게 아들을 하늘로 보낸 지 벌써 3일째가 되었네요. 아비인 저도 아직까지 믿기지가 않고 가슴이 아리고 먹먹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지윤이가 소천하고 장례 기간 동안 정말 많은 분께서 함께 아파해주시고 함께 울어주시고 같이 고생해주셨기에 힘을 내어 봅니다. 정말 많은분들께 너무나 감사해서 이렇게 글로 나마 저의 마음을 전합니다.저희 지윤이는 중학교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며 집에서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연기학원을 걸어서 오가며 길거리에서 발음과 발성 연습을 하고 오디션에 필요한 대사나 몸짓을 연습하는 연기의 꿈이 간절했던 아이였습니다.어린 나이에 데뷔하여 19년 동안 많은 작품을 연기하였고. 작품에 캐스팅되면 함께 일하는 감독, 작가, 스텝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또 쉬는 날에도 연기자들이 모여 만든 진혼의 농구팀에서 형, 동생들과 신나게 농구하고 집에 돌아오면 어린아이처럼 기쁘게 부모에게 수다를 늘어놓고는 하였습니다.집 밖을 나가지 않거나 혼자있는 시간에는 독학으로 터득한 그림을 그리며 지윤이만의 세상을 그려나가곤 했고, 불과 몇 주 전에는 15년 만에 CF를 찍게 되었다며 기뻐하며 제주도로 촬영가 너무 행복하고 정말 재미있었다고 CF감독님께 자신의 연기를 인정받고 있음에 큰 행복을 느꼈다며 저에게 긴긴 수다를 늘어놓았는데..마지막 작품이 되었네요.더욱 본인 스스로 다잡고 열심히 배우를 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던 아들이 갑작스럽게 집에서 목이 아프다며 이틀을 고열에 시달렸고, 병원 입원 후 치료를 받다 삼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지윤이를 잃고 장례를 치러야 함에도, 현 시국의 안타까운 코로나19의 상황과 심각성으로 걱정과 우려되어 저는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려 하였지만, 코로나의 위험과 바쁘시고 힘드신 상황속에서도 지윤이의 마지막 가는길을 보러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너무 많은 분들이 계셨고 그로 인해 지윤이 가는 길 마지막까지 외롭지 않게 잘 마무리 할수 있어 감사했습니다.먼저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해주신 지윤이를 오랫동안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팬분들과 시청자 여러분들과 또 함께 울어주시고 슬퍼해 주신 감독, 작가, 스텝, 수많은 제작진, 그리고 지윤이와 연기하고 같이 땀 흘렸던 모든 배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랫동안 동료로 형으로 친구로 함께 건강과 우정을 나눴던 지윤이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진혼 농구단에도 지윤이를 보살펴 주셨음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지윤이가 보잘것없지만 하나님께 가는 길을 더욱 빛나게 해주신 수많은 방송사와 언론사 및 기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가족과 친척분들께 감사드리고, 마지막으로 지윤이의 운명과 함께 모든 장례를 끝까지 함께해주신 지윤이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친구 박찬석, 옥전일, 조대웅, 홍승영, 김선우, 이정호, 이대호, 채송아, 고윤미와 절친 배우 임성언, 천영술, 이승현께도 감사드리며, 지윤이의 15년 지기 친형. 동생처럼 지내온 소속사 (주)가족이엔티 양병용 대표, 이승희 이사, 김민수, 채봉주 매니저와 그동안 지윤이와 함께 일하며 우정을 나눴던 수많은 매니저분들과 소속사 관계자, 스텝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감사한 분이 너무 많아 생각하다 보니 또 한 번 눈물이 납니다.지윤이가 살아 있을 때 옆에 두고 좋아하던 것들을 소천길에 함께 떠나보냈습니다. 좋아하던 자동차에 좋아했던 대본, 좋아하던 음악, 그리고 커피와 밀크티를 함께 보냈으니 외롭지 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먼 길 여행을 하고 이제 하나님께 잘 도착했을 것 같습니다.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마시고 지윤이와 웃으며 좋았던 기억, 보잘것없지만 심성 하나만큼은 참 착하고 연기만 생각했던 배우 문지윤으로 오래 간직해 주셨으면 하는 아비의 간절한 마음입니다.저와 아내가 감사한 마음을 한 분 한 분 찾아뵐수도 없는 상황과 현실이니 큰 이해를 부탁드리며 대신하려 합니다. 이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하시는 일마다 건승하시고,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일도 슬픈 일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희에게 직접 연락을 주셔도 좋고, 지윤이의 영원한 소속사 가족이엔티를 통해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저희 지윤이가 받은 너무 큰 사랑과 감사를 저희도 꼭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주인도 손님도 甲'…'쌍갑포차' 5월 방영 앞두고 첫 포스터 공개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웹툰 원작의 드라마 ‘쌍갑포차’가 5월 방영을 앞두고 23일 포스터 공개로 첫 포문을 열었다. (사진=JTBC)JTBC 새 수목드라마 ‘쌍갑포차’(극본 하윤아, 연출 전창근, 제작 삼화네트웍스, JTBC스튜디오)는 신비한 포장마차의 까칠한 이모님과 순수청년 알바생이 손님들의 꿈속에 들어가 맺힌 한을 풀어주는 판타지 카운슬링 드라마다. 다음 웹툰 연재 중 독자들로부터 10점 만점의 평점을 얻고, 2017년 대한민국 만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배혜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너도 갑, 나도 갑’이라는 ‘쌍갑포차’가 오는 5월 20일 수요일 개점 소식을 알린 가운데, 오늘(23일) 공개된 쌍甲 포스터는 그 의미를 더욱 뚜렷하게 담고 있다. 영롱한 백열등 아래 주황색 포장마차(이하 포차) 천막에 매직으로 자유롭게 적힌 ‘손님도! 주인도! 갑’이라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하지만 강렬하다. 술 한 잔의 위로가 필요해 포차를 찾아오는 손님도, 천막 안에서 맛있는 안주와 함께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도, 쌍방이 모두 ‘갑(甲)’이라는 것.그렇다면, 세상 모든 을(乙)들에게 “이곳에서만큼은 당신도 갑”이라고 대신 외쳐주는 쌍갑포차의 주인은 누구일까. 먼저, 이승도 저승도 아닌 꿈속 세상 ‘그승’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카운슬러 월주(황정음 분)가 포차 이모님으로 손님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여기에 몸이 닿기만 하면 사람들이 비밀을 고백하는 특이 체질을 가진 갑을마트 고객상담실 직원 한강배(육성재 분)가 알바생으로, 월주의 실적관리를 위해 부임한 전 저승경찰청 형사 반장 귀반장(최원영 분)이 관리자로 함께한다.이처럼 ‘쌍갑포차’는 월주, 강배, 귀반장과 함께 다른 곳에선 말 못할 손님들의 다양한 사연을 들어주고, 그에 깊이 공감하고, 마침내 맺힌 한을 풀어줄 예정이다. 제작진은 “‘쌍갑포차’는 갑질 당하는 이에겐 위로를, 갑질 하는 이에겐 응징과 깨우침을 주며 인간사의 조화를 추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내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를 넘는 갑질’이 되지 않았는지, 잠시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평범해서 더 정감이 가는 이 주황색 천막 속에서 어떤 신비한 일이 벌어질지, 개점이 더욱 손꼽아 기다려지는 ‘쌍갑포차’는 드라마 ‘직장의 신’, ‘가족끼리 왜 이래’, ‘더패키지’의 전창근 감독이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통쾌하고도 섬세한 터치로 드라마를 완성할 예정이다. 오는 5월 20일 수요일 JTBC에서 첫 방송된다.
- '번역가의 일상' '시의 나라 여행기'가 궁금하다면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어른이 되어서 300권 가까운 책을 번역했고, 이런 나를 보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니 인간 승리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일이 직업이라는 이 은혜로운 상황을 맞게 된 건 글쓰기와 독서를 하며 존재감 없는 시절을 꿋꿋하게 살아낸 과거의 나 덕분이리라.”(‘귀찮지만 행복해 볼까’)“까마귀 소리와 기도 소리로 매캐한 오래된 호텔에서의 며칠 밤은 고통이었다. 도마뱀이 기어 다니고 춥고 녹물이 나왔다. 초대 시인에게 제공된 고풍의 호텔이어서 감사히 머물렀지만 일정이 끝나자마자 나와 몇몇 시인은 바로 옆 샹그릴라 호텔로 짐을 옮겼다.”(‘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일본 소설 번역가인 권남희 번역가와 다수의 국내외 문학상을 수상한 문정희 시인이 작가로 돌아왔다. 권 번역가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상상출판)를, 문 시인은 번뜩이는 여행기를 담은 산문집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민음사)를 각각 내놨다. ◇‘번역하는 아줌마’의 일상일본 소설 좀 읽었다는 사람이라면 권남희라는 이름 석자가 익숙할 것이다. 유명 일본 소설 10권 중 반은 그가 번역했기 때문이다. ‘어른 여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마스다 미리 시리즈’, 첫사랑의 대명사 ‘러브 레터’ 등 일본 문학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을 번역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해왔다.이번 책은 ‘번역에 살고 죽고’ 이후 8년 만의 신작이다. ‘하루키의 고민 상담소’ ‘잡담입니다’ ‘남희 씨는 행복해요?’ 등 총 5장으로 구성했다. 주로 번역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과 작가와 만났던 에피소드, 자신의 습관과 가치관을 대화하듯 편안하게 들려준다. 특히 하루키의 많은 소설을 번역했던 그는 2016년 하루키가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떠오르자 덩달아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확정되기도 전에 이 정도인데 실제로 그가 받으면 얼마나 연락이 올까 싶어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개뿔도 아는게 없습니다”라고 자동응답을 바꿔 놓을까도 생각했단다. 딸과 엄마 등 개인적인 가족들 이야기와 마쓰오카 여행 등에서 느낀 점들도 소소하게 전한다.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까지 병행해야 하는 ‘번역하는 아줌마’의 재밌는 일상도 만나볼 수 있다.◇매혹적인 ‘시의 나라’문정희 시인은 국내에서만큼이나 해외에서의 활동이 인상 깊은 인물이다. 스웨덴 ‘시카다상’을 비롯한 국제문학상을 수상했고, 11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14종의 저서가 있다. 이번 산문집은 시인의 왕성한 활동을 풀어놓은 여행기이자, 매혹의 장소를 옮겨 적은 기록이다. 프랑스 낭트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루마니아의 오래된 도시 쿠르테아데아르제슈, 홍콩과 난징, 산티아고와 킹스턴까지 망라했다.문 시인은 일찍이 뉴욕 유학 생활을 경험했고, 세계 곳곳의 문학 행사와 시상식에 여러번 초청된 바 있다. 베네치아에서 목격한 명품 패션의 허무, 파리의 동굴카페에서 맛본 황홀 등을 특유의 시적인 감각으로 풀어낸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아르빌성에선 돌 하나 풀 하나에도 신비함이 풍겨 나왔다고 한다. 시인 로르카가 오래 머문 방을 구경할 때는 헤밍웨이가 머문 호텔을 확인할 때와는 또 다른 은밀한 감동이 밀려오더라고 전한다. 각지를 여행하며 혹은 누군가와 우정을 나누며 영감을 얻어 창작한 시 19편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