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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의 칼럼] 가와사키병, 감기와 혼동하기 쉬워
- [한미영 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가와사키병은 질환명 조차 매우 생소하다. 국내 발병률은 약 0.2%로 낮은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일본에 이어 2번째로 환자가 많다. 소아에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급성 열성 혈관염으로 전신으로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5~8월과 겨울에 집중되다 보니 단순 감기로 오인하기도 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학적 요인이 있는 소아가 병원체 감염에 따라 과민반응, 비정상적인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주로 5세 이하 어린이에게 한미영 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발병하며,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는 질환으로 제때 치료하면 대부분은 완전히 회복하지만, 진단과 치료가 지연될 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증상은 고열 이외에도 부종, 피부 발진, 결막염, 입술의 홍조 및 균열 등이 있다. 열이 나면, 해열제나 항생제에 치료 반응이 있지만 해당 질환에 의한 고열은 약제에 의한 효과가 없다. 초기에는 경우에 따라 설사, 복통, 소화 장애 등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까지 결정적인 진단법이 없어 임상 증상에 의지해 진단해야 한다. 10~15% 정도는 고열과 함께 급성기 증상 일부만 나타나 진단을 명확히 내리기 어렵다보니 치료가 늦어져 심장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로 증상 호전이 되지 않으면, 가와사키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혈액검사를 통한 전신성 염증반응 확인, 심장초음파검사 등의 병행을 권장한다.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 중 약 15~20%는 관상동맥의 일부가 확장되는 심장 합병증을 앓게 된다. ◇ 임상적 진단 ( 38도 이상의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면서 다음 초기증상 중 4개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1. 양쪽 눈 결막 충혈 2. 입술과 목안이 빨개지고 딸기처럼 혀가 부어오름 3. 손·발바닥이 빨개지고 부으며 1-2주 후에는 손·발가락의 끝부터 피부가 벗겨짐 4. 다양한 모양의 피부 발진 (3세 이하는 BCG 접종 부위가 붉고 단단하게 변하기도 함) 5. 목의 임파절이 부어오름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조기 진단과 함께 혈관 내 염증을 억제하는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고용량의 아스피린을 활용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발병 10일 이내에 투여 시, 심장 합병증 발병률은 5% 이내로 감소한다. 단, 겉으로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발병 후 6~8주 동안은 주기적으로 심초음파를 시행하고, 확장된 혈관 내 혈전 방지를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 대부분 초기 치료를 통해 고열과 전신염증이 호전되지만, 15~20%는 열이 쉽게 잡히지 않아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기도 한다. 이후에는 표준 치료가 확립되지 않아 의료진의 경험에 의해 면역글로불린을 재투여하거나 스테로이드, 인플릭시맙 등을 활용한다. 면역글로불린은 생백신의 항체 형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MMR(홍역, 볼거리, 풍진)과 수두 백신은 투여 후 11개월이 지난 시점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간에는 수두나 인플루엔자 독감 감염 시 라이증후군이라는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독감 예방주사와 전문 의료진과의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관상동맥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혈전을 방지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계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혈관 확장이 심하지 않다면 1~2년 내에 혈관은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관상동맥 확장정도가 크다면, 혈전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아스피린뿐만 아니라 다른 항응고제도 함께 복용해야 한다. 이후에는 심초음파, 운동 부하검사, 심혈관 조영술 등을 통해 관상동맥 협착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협착이 관찰된다면, 정도에 따라 경피적 관상동맥 성형술 혹은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가와사키병은 진단 및 치료에 있어 질환 자체의 특수성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나 적절한 시기에 진단·치료를 진행한다면, 심각한 심장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인 만큼, 증상에 근거한 자가 진단보다는 전문 의료진을 통한 체계적인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장작패기 알바시켜서 미안해"…프메2 리젠, 가상육아도 쉽지않네[잇:써봐]
- IT업계는 늘상 새로운 것들이 쏟아집니다. 기기가 될 수도 있고, 게임이나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지요. 바쁜 일상 속, 많은 사람들이 그냥 기사로만 ‘아 이런 거구나’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봐야 알 수 있는 것,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지요. 그래서 이데일리 ICT부에서는 직접 해보고 난 뒤의 생생한 느낌을 [잇(IT):써봐]에 숨김없이 그대로 전달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솔직하지 않은 리뷰는 담지 않겠습니다.[편집자 주][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는 격언을 게임으로 깨닫게 될 줄은 몰랐다. 게임 속 딸아이조차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성장해주지 않았다. 4시간의 플레이 시간 동안 부모님 말씀 안 들었던 지난날의 나를 생각하며 죄송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이 게임은 어쩌면 ‘현생의 효녀·효자 만들기’가 목표 아닐까.프린세스 메이커1 리제너레이션 버전 플레이 화면(사진=게임 화면 캡처)최근 육성 시뮬레이션 명작 ‘프린세스 메이커’의 30주년 기념 리메이크 버전 ‘프린세스 메이커2 리제너레이션’이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게임의 역사는 앞선 1991년 일본의 게임 개발사 가이낙스가 처음으로 해당 지식재산(IP)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꾸준한 인기로 흥행에 성공하자 지난 2000년대 초 시리즈 5까지 제작됐으며, 가이낙스는 지난달 11일 발표된 이번 버전 개발도 진두지휘하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출시된 지 30년도 넘은 프린세스 메이커 IP가 현 시대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이 게임은 마왕과의 전투에서 승리해 도시를 구한 용사(이용자)가 하늘로부터 어린 여자아이를 받아 키운다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10세 딸이 18세 성인이 될 때까지 8년간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 딸의 체력과 지능, 매력, 기품, 도덕성, 스트레스 등 상태가 수치로 표현되며 이를 총합한 결과에 따라 엔딩이 결정된다. 어린 딸을 도시의 공주(프린세스)로 키우는 것이 최종 목표다.2000년대 초 기자가 초등학생 때 주말 동안 프린세스 메이커에 몰두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게임 구매를 결정했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4만2000원 금액을 결제하고 플레이를 시작했다.당시 정성스럽게 키운 딸아이를 프린세스로 거듭나게 한 경험이 있던 탓일까. 기자의 자신감이 너무 컸다. 게임을 시작한 지 네시간 반 만에 성인이 된 딸 아이 보라는 결국 빈털터리가 됐다. 사기꾼 남자에 속아 결혼한 뒤 빚을 대신 갚느라 가진 것들을 모두 잃은 것이다.프린세스 메이커2 리제너레이션 엔딩 장면(사진=게임 화면 캡처)기자가 사교성과 친밀감 향상보다 교육과 교과과정 학습에 집중한 결과다. 플레이어는 도시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500골드 봉급을 제외하곤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황. 자연과학과 시문학 등 부문 교육이나 검술, 격투술, 무용 등 단련을 시키면 일정량의 골드가 소비되는데, 그에 비해 골드는 턱없이 부족하다. 딸 아이가 학습 활동 및 단련과 아르바이트 일을 번갈아가면서 하도록 일정을 짤 수 밖에 없다.너무 치열하게 살도록 아이 일정을 짠 전략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을 사귀고 네트워크할 수 있도록 수확제 행사에 더 자주 참여토록 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나무 일에 재능이 있다는 목수의 말에 기뻐하며 장작패기 아르바이트만 시킨 것이 문제였을까. 예법 과정의 상급 과정까지 마쳤으면 기품이 더 높아졌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스쳤다.이번 리제너레이션 버전은 기존 버전에 비해 그래픽 품질을 높였다는 게 특징이다. 다만, 엔딩 시나리오에서 아빠와의 결혼, 유흥가 직원으로 근무 등의 다소 부적절한 상황이 PC와 닌텐도 서비스에 그대로 담겼다는 점은 지적할 만하다. 그간 엔딩 시나리오에 대한 수정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이러한 비도덕적인 요소를 제외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아직까지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육아본능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식이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느껴보고자 한다면 프린세스 메이커를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 尹정부 연금개혁 재시동, 전문가들 '환영'..쟁점은 '첨예'[이슈포커스]
-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지난 5월 21대 국회에서 22대 국회로 연금개혁의 공을 미뤘던 윤석열 정부가 다시 연금개혁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이달 말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빠른 연금 개혁을 주장해온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에 환영하면서도 각 쟁점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출산 크레디트 확대는 국회 내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대별 보험료률 차등 인상과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선 이견이 엇갈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올해 내 개혁 마무리 가능성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지는 더 많이 아들은 더 적게…세대 갈등 유발 우려정부는 세대별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이 든 세대일수록 보험료율을 더 빨리 올려 청년세대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여주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앞으로 13%로 인상한다면 40~50대는 해마다 1%포인트씩 4년에 걸쳐 올리고 20~30대는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차등’ 인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영령별 형평성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특히 연금개혁에 대한 청년세대의 동의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논의가 숙성되지 않아 제도화에 여러 가지 손질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더 많이 받아가니 좀 더 내라는 것”이라며 “연금 미적립부채가 1825조원이나 되는데 이걸 함께 부담하자고 하면 (장년세대 설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연금 미적립부채는 GDP의 80.1%에 이른다. 연금 재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암묵적 부채는 2050년에 6105조원, 2090년에는 4경 4385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미루지 말고 곧 수급대상이 되는 장년세대가 함께 부담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낮춰주자는 주장이다.보험료율을 3%포인트 높이면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를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고 기금운용수익률을 1.5%포인트 끌어올리는 ‘3115개혁안’을 제안한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정부가 안을 낸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성년 세대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아 형평성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30대는 천천히 올리고 40~50대는 빨리 올린다면 현재의 10대 이하는 20대가 되자마자 최대 보험료를 내야 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청년과 중장년층의 갈등을 다음 세대로 미룬다는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2030세대라 하더라도 정규직에 자산이 많은 납부자도 있는데 젊은 세대라는 이유로 차등을 둔다면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도 현재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연금은 되겠느냐”고 지적했다.◇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냐정부는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는 인구구조, 경제지표, 연금재정수지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지급액, 수급 연령 등 모수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제도다. 현재 스웨덴(1998년), 독일(2004년), 일본(2004년)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0%가 운용 중이다. 자동 안전화 장치의 골자는 연금 조정에서 정치적 판단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개혁 논의만 반복하면서 정치·사회적 비용이 소모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정부 성향과 상관없이 연금액이 규칙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윤석명 명예연구위원은 “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데 가장 핵심 요소는 출생률과 평균 수명, 경제성장률인데 이 요인을 자동 연동시키자는 것”이라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창 교수는 “자동조정장치의 경우 어느 정도 내는 돈과 받는 돈이 균형을 이룬 이후에 사회변동을 흡수하는 장치를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만약 현재 적용한다면 이는 논의의 장에 올라오지 못한 미성년세대에게 미적립부채 부담을 떠넘기는 거란 비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정책위원장도 “현재 연금재정 불균형이 커서 자동조정장치를 통한 기계적 개혁안이 나온다면 고강도의 개혁이 요구될 것”이라며 “자칫하다간 연금 불신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정용건 위원장은 “(이번이 아닌) 6~7차 재정계산에서 차근차근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했다. 이어 “현재로선 보험료율을 어느 정도 인상하고 청년 지급보장을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용어 설명*연금 자동조정장치: 출산율, 기대 수명, 경제성장률 등 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에 맞춰 연금 지급액과 보험료율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24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있다.*출산 크레디트: 아이를 낳거나 입양한 사람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로 2018년 1월 도입됐다. 현재는 둘째 자녀를 낳거나 입양하면 기존 가입 기간에 최대 12개월을 더해주고 셋째부터는 자녀 1인당 18개월을 추가해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연장해준다. 정부는 이번 연금개혁을 통해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씩 지원하고 기존 최장 50개월까지만 지원해주던 대납 상한선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 마약 보다 높은 음주운전 재범률.."교특법 폐지·사면 제외 지속해야"
- [이데일리 성주원 이유림 백주아 기자] “술 한 잔쯤이야…”라는 위험한 생각이 매일 36건의 음주운전 사고를 낳고 있다. 12일 서울 중구 KG타워 20층 이데일리 회의실에서 열린 ‘음주운전 교통사고 근절 해법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이같은 충격적인 음주운전 현황과 실태를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12일 서울 중구 KG타워 20층 이데일리 회의실에서 열린 ‘음주운전 교통사고 근절 해법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원중 한국교통법학회장(청주대 교수), 유상용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종학 경찰청 교통안전계장,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사진= 이영훈 기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만3042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건수는 전년 대비 13.4% 줄었지만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13만150건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음주운전 단속 재범률(42.3%)은 매년 40%를 웃돌고 있다. 10명 중 4명은 음주운전 적발 후에도 다시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30%대인 마약 재범률보다 높은 수준이다.이에 전문가들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교통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원중 청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하면 패가망신한다고 느낄 정도로 해당 벌금액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을 폐지하고 일본처럼 강력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당근’으로는 예방 교육과 캠페인이 제시됐다. 유상용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술병에 음주운전 경고 문구를 붙이자”고 제안했고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가정에서의 음주운전 예방 교육도 중요하다”고 보탰다.(그래픽=김일환 기자)새로운 개선방안도 제시됐다. 이종학 경찰천 교통안전계장은 “오는 10월부터 음주운전 재범자에게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도입된다”며 기술적 해결책을 소개했고, 윤해성 선임연구위원은 “음주 측정 전에 도주하는 음주운전자는 CCTV와 드론 등을 활용해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날 좌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법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공감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가해자를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음주운전 규제 수준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처벌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종학 계장은 “언제 어디서나 단속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게 집중단속하겠다”며 철저한 단속 의지를 밝혔다.■다음은 ‘음주운전 교통사고 근절 해법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나온 주요 발언 내용-우리나라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과 문제점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유상용: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건수가 1만3000건 정도다. 음주운전 사고가 매일 36건씩 발생하는 셈이다. 여전히 심각하다. 음주운전 단속 재범률은 40%를 넘는다. 10명 중 4명은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고도 음주 후 운전대를 또 잡았다는 뜻이다.△이종학: 지난해 같은 경우 단속건수가 약 13만건인데 그 중에서 음주로 인해 사고 발생하는 경우는 1만3000건 정도니까 10대 1 비율이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2021년 같은 경우 단속건수가 연 11만5000건 정도로 10% 이상 줄어든 걸로 집계됐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그 시기에도 꾸준하게 1만5000건 정도를 유지했다.△김원중: 정부는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여러 대책을 시행했다.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낮춘 게 가장 컸고 삼진아웃제에서 이진아웃제로 바뀐 것 등이 눈에 띈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음주운전이나 음주사고 건수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회적 심각성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개선방안을 논의해보자. 제도적으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김원중: 음주운전 시 벌금 등의 금액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정도의 기준으로 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서 음주운전에 대해 추징금 등의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윤해성: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은 폐지하는 게 맞다. 형사정책적으로도 완전 반한다. 제정 40년이 넘는 것인데 당시 내수 보험산업 육성을 위해 내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무리하게 만든 법이다. 특례, 다시 말해 특별예외를 둔 것이고 한시법이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일본처럼 교통·음주운전 관련해서 면탈죄까지 포함한 강력한 특별법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은 2013년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려고 도피·잠적하거나 추가 음주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과실운전치사상 알코올 등 영향 발각 면탈죄’를 제정했다.△이종학: 음주운전 관련해 최근 제정된 법이 ‘윤창호법’(2019년 6월 시행)이다. 윤창호법 제정 이후로 단속기준이나 음주운전, 음주사고 관련해서 기본적으로 처벌 수위는 올라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형량이 1990년 이전엔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50만원이었지만 2019년 법 개정을 통해 음주운전 적발 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로 바뀌었다. 징역 기준 5배 강화된 것이다.(그래픽=문승용 기자)-사회 문화적인 개선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유상용: 술병에 음주운전 예방 관련한 경고 문구 등을 붙이는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해외 주류업체 광고를 보면 ‘술은 우리 술 먹되 운전하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제품 홍보를 하면서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을 하는 셈이다. 이같은 사례는 상당히 많으며 우리나라도 적극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김원중: 가정 내에서부터 음주 문화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흔히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음주를 교육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먼저 술을 권한다. 술 마셔도 괜찮다는 인식이 크다. 이는 음주운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술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정경일: 담배 같은 경우 제품에 교육적 문구가 있다. 술에도 건강 관련 경고 문구가 표기되지만 음주 후 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문구는 없다. 가정에서도 음주운전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단속과 관련해 기술적인 개선방안은 없나△이종학: 음주운전 방조 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차량 압수 사례가 많아졌다. 지난 2~4월까지 도로 위 안전 확보 특별대책 추진해서 방조 21건, 차량 압수 38건 처리했다. 오는 10월 25일부터는 음주운전 재범자들에 대해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도입된다. 코로나19 당시 불지 않고도 창문만 열면 감지할 수 있는 비접촉 감지기를 개발해 기술적으로 해결한 부분도 있다. 현재 단속에 특별히 지장은 없다.△윤해성: 우리나라 CCTV 시스템 잘 갖춰져 있다. CCTV와 드론을 활용하면 음주운전자가 차량 버리고 도망가는 것 잡을 수 있다. 일본은 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더 열악한데 정황 등 신고 받아서 처벌하고 있다. 음주 측정 전에 도망간 경우 음주 여부 입증 책임을 운전자에게 두도록 전환해야 한다. 다른 나라는 그렇게 하고 있다. 12일 서울 중구 KG타워 20층 이데일리 회의실에서 열린 음주운전 교통사고 근절 해법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상용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종학 경찰청 교통안전계장,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김원중 한국교통법학회장(청주대 교수),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이영훈 기자)-여러 의견들이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거나 강조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김원중: 요즘에는 음주운전자의 경우 면허 행정처분 특별감면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앞으로도 음주 사면은 계속 없어야 한다.△유상용: 국내도 음주운전자에 대한 좀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같은 제도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효능감이 높아질 것이며 제도개선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유사한 음주운전 규제 수준을 갖추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제도 정착은 미흡한 상황이다.△윤해성: 음주운전과 관련해 법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가해자를 과실범으로 보지 말고 고의범으로 봐서 처벌해야 한다. 또한 교특법을 폐지하는 게 형사정책적으로도 타당하다.△정경일: 과거에는 음주하든 안 하든 합의하면 집행유예였는데 최근에는 합의해도 실형 나오는 경우가 나오고 있긴 하다. 다만 윤창호법 만들어졌음에도 강력한 처벌은 안 따라오고 있다. 또한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 범죄자들은 범행이 걸렸을 때와 안 걸렸을 때의 이득을 따진다. 단속이 철저하게 이뤄지면 애초에 음주운전을 안하게 될 것이다.△이종학: 경찰청은 음주사고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행위 자체가 근절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언제 어디서나 단속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끔 집중단속할 것이다.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단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법률적, 제도적 테두리 내에서 음주운전이 근절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 디저트가 아닌 식량, 인류의 최초 먹거리[이우석의 식사(食史)]
- [글·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먹었던 음식에는 많은 것이 있다. 푸성귀도 먹어보고 조개도 주워 먹었다. 그중에 근사한 것이 있었다. 과일(정확히는 열매)이다. 열매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다른 초식동물처럼 열매를 주요 식량으로 삼았다. 잡기에 그리 녹록하지 않은 고기와 ‘가공’을 거쳐야 하는 곡물보다 훨씬 이전부터였다.미국인의 아침식사인 팬케이크에 과일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여전히 인류는 열매를 열심히 먹는다. 열매는 더 커졌고 맛도 좋아졌다. 다만 주식의 개념에선 살짝 벗어나 디저트·감미료·향료·음료의 용도로 더 많이 쓰고 있다.우린 이것을 ‘과일’(fruit)이라 부른다. 열매와 과일은 무엇이 다른가. 식물의 생식기관을 열매라 한다. 씨를 보호하는 씨방(子房·자방)이 수정된 것이다. 열매 중에는 과일도 있고 채소·곡물도 있다. 모두 열매라 부르지만 정확히는 다르게 분류한다. 포도는 과일, 오이는 채소, 콩은 곡물로 분류한다.토마토 장아찌◇토마토나 수박은 채소일까, 수박일까맛이 좋고 인체에 필요한 다양한 비타민·미네랄 등을 함유한 과일은 인간이나 동물에게 굉장히 좋은 음식이다. 곡물에 비해 과일이 유독 단맛을 내는 이유는 동물이나 곤충이 이를 먹고 씨를 널리 퍼트려주기 바라는 식물의 생존 본능 덕분이다.과일은 주로 유실수(有實樹), 즉 열매를 맺는 나무에 열리지만 넝쿨과 풀에서 열리기도 한다. 성경과 뉴턴의 만유인력 깨우침,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으로 인해 인류사에서 가장 유명한 과일이 된 사과는 당연히 사과나무에서 열린다.하지만 인류가 좋아하는 딸기류(딸기)·수박·참외 등은 나무가 아닌 넝쿨 식물의 열매다. 자랐다가 결실을 맺고 나면 말라 죽어버리는 덩굴에 달린다. 따라서 계통분류학에선 이들을 과일이 아니라 과채(果菜)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상식 퀴즈에 ‘토마토나 수박이 과일인가?’가 등장하는 모양이다.참고로 딸기는 우리가 식용하는 달콤한 부분이 열매가 아니다. 꽃받침이 비대해진 것이다. 열매는 없나? 딸기에 박혀있는 작은 씨앗이 실제 열매다. 딸기를 집어 입에 넣고 씹노라면 엄청나게 많은 열매를 한 번에 먹어버리는 셈이다.참외장아찌무화과 역시 마찬가지다. 껍질 과육 내부에 들어앉은 꽃술 자체를 먹는 셈이니 ‘꽃 피우지 않는 과일(無花果·무화과)’이라 이름 지으면 안 될 일이다.파인애플도 희한하다. 열매인 줄 알았는데 그 자체는 줄기다. 알로에처럼 생긴 풀의 줄기에 열매들이 차곡차곡 덩어리처럼 맺힌 형태다.허나 실제 식탁에서는 이런 분류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식생활에서 과일로 먹으면 과일, 채소로 먹으면 채소다.과일은 보통 그 생산 주기가 짧다. 몇 년씩 자라는 과일은 없다. 꽃이 피는 개화로부터 꽃잎이 떨어지고 열매가 달리면 익을 때를 기다렸다 바로 수확해서 먹는다. 동물이나 뿌리작물처럼 몇 년씩 자라지 않는다.다만, 보다 맛있게 먹기 위해 수확 후 상온에 보존하는 후숙(後熟)을 거치기도 한다. 온실 재배 기술 발전과 열대·아열대 등 다른 기후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제철 과일의 개념은 점점 상실되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맛있는 계절은 엄연히 있다. 주요 수확철은 가을이지만 무더운 요즘이 과일을 가장 먹기 좋을 때다. 과즙(果汁)을 뜻하는 주스(juice)는 물론이며 화채나 빙수에도 올려서 과일을 소비한다. 여름은 과일의 주요 소비철이다.구시카츠 쿠시엔 시나몬 사과 꼬치◇산미·향·당도 으뜸인 과일, 식탁에 맛을 입히다과일은 과육 그대로 베어 먹거나 즙을 짜 주스로 먹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지만 훌륭한 식재료가 되기도 한다. 알고보면 과일은 다방면에 음식으로 활용되고 있다.기본적으로 시고 단(가끔은 쌉쌀하거나 떫은) 맛을 품고 있고 특유의 향까지 지니고 있어 이를 요리에 응용한다. 보통 식용 과일은 8~15브릭스(Brix) 정도의 당도를 가지고 있어 설탕이나 꿀의 대용으로 사용하기 좋다. 게다가 육류나 곡물에 부족한 비타민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 균형을 맞추기에 최적이다.세계적으로 요리에 파인애플을 많이 쓴다. 특히 파인애플은 산미·향·당도가 충분해 이를 활용한 요리가 많다. 새콤한 맛에 달콤함까지 어우러지니 그 자체로 훌륭한 소스 구실을 한다. 잘라낸 과육을 살짝 그릴에 구워서 스테이크에 가니시로 쓰기도 하고, 깍둑썰기로 피자 위에 토핑하기도 한다.파인애플을 얹은 피자를 하와이안 피자라 부르지만 실은 북미(캐나다)에서 개발한 레시피다. 새콤달콤한 맛이 좋다는 이도 있지만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음식 중 하나다.주요 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도 파인애플을 많이 쓴다. 속을 파내 볶음밥을 채운 파인애플 볶음밥이 가장 유명하다. 중국 남부에는 광둥 요리인 탕수육(糖醋肉) 소스를 만들 때 새콤달콤한 파인애플이나 오렌지를 넣어 풍미를 올린다.어메이징농카이 파인애플 볶음밥한국에선 파인애플 과육 그대로는 디저트로나 먹지만, 과즙 속 단백질 분해효소인 브로멜린에 주목해 연육제로 쓰기도 한다. 파인애플 과즙으로 고기를 재우면 대번에 육질이 연해진다. 브로멜린의 작용이 식육 내 조직을 분해해 시간을 들여 숙성(aging)시킨 효과와 비슷할 정도로 부드러워진다.이와 비슷한 과일은 키위·배·파파야 등이 있다. 키위의 액티니딘, 배에 든 프로테아제, 파파야에 든 파파인 등은 모두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다. 고기를 요리할 때 과일 효소를 연육제로 쓰면 연육 작용도 좋고 단맛이 가미돼 풍미도 한결 좋아진다. 이들 과일은 얼마나 단백질 분해 효과가 좋은지 너무 오래 재우면 고기가 스프레드처럼 물컹물컹해지고 만다.그래서 배는 한식 고기 요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과일이다. 서울·경기 지방의 고급 김치인 보쌈김치나 냉면, 육회 등에 들어가 달콤하고 아삭한 맛을 더해준다. 연육 작용은 물론 소화에도 좋다. 냉면에도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키위는 샐러드로 쓸 때 이외에는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갈아서 쓴다. 고기를 재우는 양념이나 비빔냉면 양념 등에 넣는다. 열대과일 파파야는 부드럽고 달콤한 완숙 상태로는 과일로 먹고 아삭한 풋 파파야(green papaya)는 채를 썰어 솜땀 등을 만들어 먹는다. 솜땀은 태국의 김치 격으로 대표적 샐러드 메뉴다.청매실 장아찌◇한·중·일 삼국의 식탁을 점령한 ‘매실’한식에선 매실도 많이 쓰는 식재료다. 요즘 식탁에서 많이 보인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고 6월 경에 수확을 하는데 이를 청매실, 따지 않고 좀 더 놔두면 노랗게 익어가는데 이를 두고 황매실이라 한다.매실은 장아찌로 담가 먹거나 달콤한 청을 내서 조리할 때 쓴다. 매실은 재배 역사가 꽤 오래된 과일이다. 중국 삼국지에도 매실 밭이 언급된다. 위나라 조조 군대가 후퇴하던 중 지치고 갈증을 호소하자 조조가 “저기 너머(가까운 곳에) 매실밭이 있다”고 외쳤다. 그러자 군사들이 매실의 시큼한 맛을 떠올려 침이 괴어 갈증을 견뎌냈다는 이야기다. ‘망매해갈(望梅解渴)’이란 사자성어로 전해진다.소금에 절이거나 설탕에 재웠다 먹는데 특히 술로 많이 담근다. 불에 그슬린 매실(烏梅·오매)을 달여서 제호탕을 만들어 먹으면 요새같은 무더운 여름날 갈증 해소에 그리 좋다고 한다.매실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일본이다. 매실 장아찌 격인 우메보시(梅干)는 일본의 대표적 반찬이다. 매실을 통째로 소금에 절였다가 차조기 잎을 넣어 붉은 물을 들인 염장 보존 음식이다. 우리네 김치처럼 입맛을 살리고 배앓이에도 좋다고 해서 과거엔 일본인들이 해외여행 갈 때 꼭 챙겨가는 필수품이었다고 한다. 요즘도 대부분의 도시락(벤토)에 반찬으로 한 알 정도는 꼭 들어있다.육회에도 어김없이 배가 들어간다우메보시는 신맛과 짠맛 그리고 은은한 단맛이 난다. 옛날 굴비처럼 상온 보존할 때는 굉장히 짜서 우메보시 한 알이면 밥을 한 공기를 먹을 수 있었다지만 요즘은 짜게 담지 않는다. 새큼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기 때문에 차 밥(오차즈케)에 올리거나 주먹밥(오니기리) 안에 소로 집어넣는다.과일을 장아찌로 먹는 경우는 매실 뿐만이 아니다. 사과나 복숭아 장아찌도 시중에 간혹 나와 있지만 여전히 생소하다. 널리 먹는 음식은 아니었단 얘기다. 대신 참외 장아찌만큼은 예전부터 즐겨 먹어온 음식이다. 참외는 이름 그대로 참 오이란 뜻이다. 과채류로 분류할 만큼 채소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수박이나 멜론처럼 과일로 주로 먹는게 일반적이다.참외 속 태좌는 달달한 맛을 책임지고 하얀 과육은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을 준다. 이 과육을 활용해 장아찌를 담근다. 된장에 박거나 따로 염장을 해서 장아찌를 담그면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다. 참외 명산지 경북 성주군에 가면 찬으로 내주는 집이 종종 있다. 수박도 껍데기를 버리지 않고 알뜰살뜰 채를 썰어 무쳐 먹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고기리막국수 비빔막국수. 역시 배 한조각은 빠질 수가 없다.◇인류가 가장 먼저 대량 재배한 유실수 ‘올리브’세계적으로 가장 식재료 활용도가 높은 과일은 역시 올리브다. 인류가 가장 먼저 대량 재배한 유실수가 올리브란 설이 있다. 무려 약 8000년 전 유적에서 올리브나무 과수원 흔적이 출토되었다. 감람(橄欖)이라 불리는 올리브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다. 그대로 먹고 기름을 짜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 과일이지만 우리의 무나 배추처럼 가장 절실한 채소 역할을 한다. 아니 그 이상이다. 그리스나 튀르키예·이탈리아 등에선 어떤 형태로든 올리브가 들지 않는 음식이 없을 정도다.올리브는 염장해 쓴맛을 제거한 후 다양한 용도로 쓴다. 애피타이저로 그냥 먹기도 하고 초절임·기름에 재우는 등 장아찌로 담가 먹는다. 잘게 썰어 토핑하면 조미료 역할을 한다. 청매실처럼 덜 익은 그린 올리브를 쓰기도 하고 완숙한 검은색 올리브를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과일이냐 하면 흔한 올리버(Oliver)·올리비에(Olivier)·올리베이라(Oliveira)·올리비아(Olivia)라는 이름도 바로 이 과일에서 나왔다. 우리로 따지면 김 참외·이 수박 같은 이름이다.유럽에서 올리브를 다양하게 활용하듯 동남아시아에선 야자수 열매인 코코넛을 다방면으로 쓴다. 코코넛 안에 든 과즙은 주스로 먹고 하얀색 과육은 말렸다가 빻아서 밀가루처럼 쓴다. 빵가루처럼 튀겨내면 바삭한 맛이 난다. 과육을 말리지 않고 갈아낸 것을 코코넛 밀크라 부르는데 실제로 코코넛의 과육은 배젖이라 해 씨앗이 발아하도록 영양을 공급하는 성분이라 ‘밀크’라 명명한 것이 들어맞는다. 코코넛 밀크는 크림처럼 과자나 빵을 만들 때 쓰기도 하며 톰얌꿍 같은 수프에 들어간다.무더운 여름날 해갈(解渴)을 도와주고 비타민까지 공급해 주는 과일, 오래전 인류를 살아남도록 도와준 소중한 음식 과일의 맛과 효능을 지금의 후손들도 톡톡히 즐기고 있다.녹진한 맛의 아보카도는 치즈처럼 김밥에 넣기도 한다.◇과일맛집◇막국수 = 고기리막국수. 요즘 어디를 가나 막국수 얘기를 하자면 이 집이 나온다.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청량한 육수와 고함량 메밀의 구수한 면발이 특징이다. 정갈하고 깔끔한 담음새와 포인트로 배를 썰어 꾸미로 얹었다. 배는 달랑 한 조각뿐이지만 그 존재감은 훨씬 크다. 달달하고 아삭한 배 맛이 구수한 메밀면과도 ‘쩡’한 육수 맛과도 잘 어울린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이종무로 157. ◇시나몬사과튀김 = 쿠시카츠 쿠시엔. 일본 오사카(大阪)의 명물 쿠시카스(튀김꼬치)를 하는 집. 이 가게는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는 간토(關東) 스타일이다. 육류는 물론이고 아스파라거스같은 채소나 과일까지도 모두 튀김꼬치로 즐길 수 있다. 즉석에서 튀김 옷을 입혀 뜨거운 기름에 튀겨낸 사과가 달달하고 아삭하다. 은은히 입힌 시나몬 향이 당도 높은 사과와 궁합이 좋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5나길 18.◇파인애플볶음밥 = 어메이징 농카이. 태국인이 운영하는 집이다. 파인애플 볶음밥은 카오팟쌉파롯이라 한다. 과일이 들었다고 미리 질색할 필요없다. 달큼하지만 새큼하기도 한 단무지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오히려 돼지고기(무)와 새우, 다양한 채소와도 잘 어우러져 입맛을 당장 살려준다. 매콤하고 짭조름한 피시 소스를 넣으면 더 좋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156-11.멕시코에서 식재료로 즐겨쓰는 아보카도
- 일산차병원에서 치료 받은 환자, '아름다운 동행' 기부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일산차병원(원장 송재만)에서 치료받은 일본계 미국인 오시마 딕 이소오(Isoo Dick Oshima) 씨가 차 의과학대학교에 5,000달러(한화 약 690만 원)를 기부했다.차 의과학대학교는 지난 2일 일산차병원 대회의실에서 ‘아름다운 동행’ 기부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차 의과학대학교 차원태 총장, 임동욱 행정대외부총장, 일산차병원 송재만 원장, 김원장 교수, 박근형 교수 그리고 오시마 씨를 대신해 부인 최정순 씨가 참석했다.하와이에 거주하는 오시마 씨는 작년 5월 한국을 여행하던 중 혈액투석 치료를 받기 위해 일산차병원을 찾았다. 인공신장실 박근형 교수는 오시마 씨의 다리부종과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확인했고, 심장에도 추가적인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심전도 검사와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오시마 씨의 양쪽 늑막에 물이 차 있었고, 박 교수는 김원장 교수와 협진을 통해 환자의 심장 혈관 유착 및 심장 비대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관상동맥조영술과 심장초음파를 시행했다. 심부전을 확인한 두 교수는 심부전 치료와 함께 약물 조절 등으로 심장과 늑막에 찬 체액을 빼내면서 심부전 및 투석 치료를 병행했고, 오시마 씨는 건강을 회복했다.퇴원한 오시마 씨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차 의과학대학교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5,000달러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아름다운 동행은 보건의료인재 양성과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는 차 의과학대 장학기금이다.오시마 씨는 “한 달 이상 입원하는 동안 매일 최고의 치료를 받았다”며 “보건의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차원태 총장은 “차 의과학대학교와 차병원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긍정적인 기부 협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름다운 동행을 잘 활용해 선도적인 의과학 연구자를 길러내는 밑거름으로 쓰겠다”고 말했다.송재만 원장은 “환자에 대한 빠른 협진, 첨단내과센터의 원스톱 다학제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모든 환자를 가족처럼 마음을 다해 케어하겠다”고 말했다.(왼쪽부터) 일산차병원 김원장 교수, 송재만 원장, 차 의과학대학교 차원태 총장, 오시마 씨 부인 최정순 씨, 일산차병원 박근형 교수가 발전기금 전달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