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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화유산 3점, 日 국보 됐다…환수 노력은 지지부진[2024국감]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일본으로 반출된 한국 문화유산 3점이 일본 국보로 지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점은 국내 환수를 추진 중이지만 10년 이상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노진환 기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유출 문화유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본 소재 한국문화 유산 중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는 것은 ‘이도다완’(1951년), ‘연지사종’(1952년), ‘고려국금자대강경’(2018년) 등이다. ‘이도다완’은 조선시대 제작된 다도용 다완, ‘연지사종’은 통일신라 시기 제작된 연지사라는 절의 종, ‘고려국금자대장경’은 불교 경전이다.이 중 ‘연지사종’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의해 약탈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2013년부터 민간 단체와 협력해 국내 환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12년째 추진이 난항이다. 해당 유산이 봉안된 일본 후쿠이현 죠구신사 측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연지사’의 국내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고, 종이 일본 신사에 봉안된 시점이 임진왜란(1592년~1598년)중인 1597년이었다는 등의 정황증거들 외에는 ‘불법약탈’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반출 원인 불명’은 해외에 나간 한국 문화유산을 되찾아오는 시작 단계부터 큰 걸림돌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박 의원은 “문화재 약탈의 불법 증거를 찾기 위한 ‘연구용역’이나‘전문가 의뢰’ 등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국가유산청의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연지사종’사례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해외 반출된 국가유산 전체의 문제로 문화유산 환수 정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현재 국가유산청이 해외 반출된 한국 문화유산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총 24만 6304점이다. 이 중 일본에 나가 있는 것이 10만 9801점으로 45%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미국 6만 5355점(26.5%) △독일 1만 5692점(6.4%) △중국 1만 3010점(5.3%) △영국 1만 2805점(5.2%) 순이다. 모두 반출된 원인이 약탈등 불법적인 것인지, 그 외 합법적인 방법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는 문화유산들이다.문화유산의 반출 원인이 밝혀진 경우는 예외없이 국내 환수가 완료됐거나 환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환수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된 문화유산 1만 2637점 중 3305점이 불법한 원인에 의한 반출이고, 1366점은 적법하게 나간 문화유산을 경매 등을 통해 매입한 것이다. 국내로 환수한 문화유산 중에도 반출 원인 불명인 7966점이 포함돼 있지만 해외에 남아있는 한국 문화유산 24만 6304점의 3.2%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박 의원은 “1990년 초부터 국유청이 해외 반출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리스트업 작업과 이를 통해 반출 원인 규명 사업을 일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러한 조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큰 틀의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 케이스별로 적극적인 반출 원인규명을 위한 ‘연구용역 추진’, ‘관련 예산 확보’등 보다 적극적인 문화재 환수 조치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 "정보 유출시 책임 소재 불분명…은행 콜센터 상담사 직고용해야"[2024 국감]
-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은행 콜센터 상담사를 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사진=연합뉴스)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이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은행 콜센터 상담 업무를 4개 용역회사에 100%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945명의 상담사가 근무 중이다. 평균 근속 연수는 4년 7개월, 최장 근속 연수는 19년 2개월이다.상담사들은 고객 자택·직장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계좌정보, 거래 내역 등 상당한 신용정보를 다루고 있다. 오픈 뱅킹과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타은행 계좌와 보험, 카드, 부동산 등 광범위한 금융자산을 열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국민은행 시스템에 용역회사 소속 상담사가 접속해서 은행원과 동일한 전산으로 고객 정보를 다루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용역 회사에 당행 시스템에 접속해 개인(신용)정보를 수집·이용·처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해당 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해 상담 인력에 ID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조 의원은 “은행 영업점 축소, 비대면 거래 확대로 콜센터 상담사 업무가 대폭 늘었지만, 대부분 용역회사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어 개인정보나 신용정보 유출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은행이 작성하는 책무구조도에 콜센터 상담 업무의 책임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고객은 은행을 믿고 거래하면서 본인의 개인정보와 신용정보, 거래정보를 맡겼는데 실제로는 은행이 위탁한 용역사 직원들이 정보를 열람하고 있었다”며 “이런 구조는 정보유출 사고나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 판매 상황에서 은행이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사들은 고객의 폭언, 성희롱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발생했던 고객의 성희롱 발언은 8월까지 540여 차례 지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원청사인 국민은행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용역사는 정상 질문에는 상담을 이어가고 성희롱 발언이 나왔을 때에만 ARS 로 연결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은행법 52조의 4는 고객의 폭언이나 성희롱 등으로부터 고객 응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은행의 보호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은행 상담원들은 은행이 아닌 외부 용역사 소속이기 때문에 은행이 책임을 피해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 LH 민간 분양 택지 ‘대금 연체·해지’ 급증…주택공급 빨간불[2024 국감]
-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토지를 사들인 민간 업체들이 그 대금을 갚지 못해 연체한 금액이 6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 해약 건수 역시 5년새 최다를 기록, 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감 질의 모습(사진=안태준 의원실)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경기 광주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LH공급택지 매매대금 연체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연체금액은 모두 6조2475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체금은 지난 2020년 2조5391억 수준이었지만 2021년 2조689억원, 2022년 3조8550억원, 2023년에는 6조9281억원까지 늘었다. 면적 역시 554만5000㎡로 2021년 382만8000㎡를 훌쩍 넘어섰다.토지매수자의 중도금 대출기관으로부터 토지 계약해제 요청 및 중도금 반환청구가 들어오거나 대금 장기연체 등의 사유로 발생하는 토지 해약 건수 역시 급증했다.올해 8월말 기준 해약건수는 모두 462필지로 2020년 307필지, 2021년 146필지, 2022년 161필지, 2023년 249필지를 이미 뛰어 넘었다.해약금액 4조8643억원은 최근 5년간 해약 금액이 가장 적었던 2021년(3251억)보다 무려 1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면적 역시 138만1000㎡로 2022년 20만5000㎡의 7배에 육박했다. 특히 주택 수요가 많은 경기도에서만 64만1000㎡가 해약,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안태준 의원은 “LH에서 매각한 토지의 연체가 늘어나고 계약해지가 증가한다는 것은 LH의 재정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국가적으로 보면 주택공급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부동산경기가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연말 자금압박이 더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면밀히 살피면서 해약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LH는 “토지리턴제, 무이자 할부판매 등 고객 맞춤형 판촉방안을 시행하고, 공공시설용지 관련 제도개선을 통해 미매각 토지 매각 조기화 추진하며, 체계적인 연체관리방안 수립, 운영하여 장기연체 중점관리를 통해 연체해소를 위해 노력중”이라는 입장이다.
- 국가유산청 오늘 국감…日 사도광산·中 무형유산 탈취 등 쟁점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10일 국가유산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정부 입장, 중국의 한국 국가유산 탈취 시도, 국가유산 훼손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 내부 모습.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이다. (사진=연합뉴스)이날 국정감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한다. 국가유산청과 함께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고궁박물관,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궁능유적본부, 국가유산진흥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 8개 기관이 감사 대상이다.가장 큰 쟁점은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관련 논란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은 지난 7월 말 열린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표기한다는 조건 하에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그러나 일본이 사도광산 외에 또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체위는 이 사안과 관련해 호사카 유지 세종대 석좌교수를 국정감차 참고인으로 출석 요구했다.중국이 한국의 무형유산을 자국의 유산으로 지정한 문제에 대한 논의도 있을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이 국감 자료로 제출한 ‘중국이 자국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한국 유산 현황’에 따르면 중국은 조선족 관련이라는 명목으로 중국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20건, ‘성(省)급’ 유산으로 81건의 한국 유산을 지정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국 국가급 무형유산 20건 중에는 아리랑, 농악 등이 포함돼 있으며 널뛰기, 전통혼례, 해금 등 한국에서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한 종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낙서로 훼손된 부분에 대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국가유산 훼손 문제도 이날 국감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경복궁 영추문과 담장 일부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8월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선릉의 봉분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문체위는 국가유산 감시를 위한 CCTV 관제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국가유산청의 대응책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이밖에도 국가유산청 및 소속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 국가무형유산 명맥 단절 위기, 양의숙 전 한국고미술협회장의 문화유산 밀반출 문제 등이 국정감사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문체위 국정감사는 △15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관광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 등 11개 기관△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국립국악원, 국립국어원 등 14개 기관 △18일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21개 기관△22일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6개 체육 관련 기관△24일 종합감사 일정으로 마무리한다. 국정감사 위원은 총 16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전재수 위원장 비롯해 임오경, 강유정, 김윤덕, 민형배, 박수현, 양문석, 이기헌, 조계원 의원 등 9명이다. 국민의힘은 박정하, 김승수, 배현진, 신동욱, 정연욱, 진종오 위원 6명이다. 비교섭단체 위원으로는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 1명이다.
- 장기표와 김형석의 가치와 도덕[이근면의 사람이야기]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장기표가 우리 곁을 떠났다. 김근태, 이부영과 함께 재야의 삼두마차로 불리며 민주화 운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그는 마지막까지 제도권 정치에 도전했으나 그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영원한 재야’로 남았다.장기표는 시종일관, 떠나는 순간까지도 ‘가치와 도덕’을 외쳤다. 그가 생각하는 바른 정치는 올바른 가치관을 굳게 지키고 무너진 도덕성을 다시 회복하는 데 있었던 듯하다. 그가 남긴 마지막 인터뷰엔 “사랑이 넘칠 때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진보적”이라고 했고 “도덕 없이 능력만 있으면 그게 도둑놈이다. 정치인의 통찰력은 좋은 머리와 책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생활이 발라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화 운동 유공자임에도 보상금을 단칼에 거절한 기개도, 노구를 이끌고 목이 터질세라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자고 외친 절실함도 모름지기 정치인이라면 올바른 가치와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그만의 실천이었다.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부와 물질의 바벨탑을 쌓는 데만 몰두하며 정직, 염치, 겸양, 사랑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가치들을 외면해 왔다. 사회 운영의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 정치인들이 검찰과 법원을 문턱이 닳도록 들락날락하면서도 부끄러움이 없고 범죄 이력이 만천하에 드러나도 기어이 대통령,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마이크를 잡는 시대다.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오늘의 이러한 세태를 두고 최근 한 칼럼에서 “경제적 민생보다 소중한 삶의 가치로서의 정신적 민생은 누가 책임지는가”, “더 이상 정신적 가치와 질서를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재야와 진보를 상징하는 장기표와 오랜 세월 양심적 지식인의 표상으로 살아온 김형석의 목소리가 공명하고 있다.도덕과 가치가 상실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차이는 위기 때 극명히 드러난다. 지도자들이 바른 가치관 위에 서 있는 나라는 국민의 기꺼운 지지를 받아 뭉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는 분열과 각자도생으로 무너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쯤 서 있는지 돌아보자.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 신뢰와 애정을 보낼 정치인이 있는가. 경제, 문화, 의료, 법조계는 어떤가. 이익 앞에 무분별하게 집단행동하고 힘 있으면 법치를 우회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그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엔 지나치다. 가치와 도덕은 이미 실종 상태다. 국가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정치 집단의 행태는 거의 자해극 수준이다. 미래와 젊은이, 다음 세대를 위한 오늘을 경영하는 것이 지금 세대의 기본적 책무인데 보여주는 행태는 가히 전범(典範)적 몰가치, 탈도덕의 사례로 점철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그림과 그 실행 방식, 세계 속의 우리 미래 모습을 제시하고 전 국민을 한 덩어리로 모아 함께 나아가자고 외치는 지도자의 모습은 참 그립기만 한 꿈이다. 국제적으로 할 말 하는 나라, 살 만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첩경은 가치의 회복과 도덕의 진작에 있고 이는 지도자의 기본 덕목이자 모든 국민이 지향해야 할 가치다.도산 안창호 선생의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는 명언이 불현듯 떠오른다. 청년의 교육과 양성을 위해 평생 교육운동과 청년운동에 앞장선 그의 선구안과 열정을 이어받을 국가 지도자는 정녕 찾기 힘든 것인가. 출산율은 끝없이 내려가고 사지 멀쩡한 ‘청년 백수’가 130만 명에 육박한다. 귀한 우리의 자산이 낭비되고 있는데 국가 지도자층은 어떤 가치와 도덕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민족과 국가를 향한 사랑과 헌신의 정신이 부재하지는 않은지 하는 우려와 함께….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그들을 롤 모델 삼아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데 자격 미달인 사람들이 자꾸 늘어만 간다. 정파와 정쟁을 상대편의 상처를 목표로 하는 대의 정치의 아수라는 그저 국민의 정신세계와 인식 체계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다음 세대를 위해 시대적 사명은커녕 독신(獨愼)과 양심조차 저버리고 있다. 가히 교과서에 기록될 정도의 치졸함의 극치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믿고 맡긴 대의 대리인이 22대 총선 후보자 등록을 마친 총 952명 중 전과기록을 보유한 후보가 전체의 32%에 달한다는 발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무려 3명 중 1명이 범죄자인 최악의 선택지 속에서 선택과 책임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 돼 버렸다. 미흡하게 이뤄진 후보자 검증의 결과는 법을 어긴 전과자가 법을 만드는 앞뒤가 안 맞는 정치판의 그림을 만들어 냈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제는 일상의 흔한 실수나 실패가 아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의도적이고 파렴치한 범죄자는 입후보 출마를 막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서민을 울리는 권력형 부패 부동산 사기, 금전 사기, 강력범죄, 음주운전 등의 범죄는 원천적 결격사유다. 특히 법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범죄는 절대 불가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전면으로 거부한 이들을 철저하게 배제할 수 있도록 공직 결격 사유로 정해야 한다. 아주 오래된 사건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용이 필요하겠지만 파렴치 범죄는 칼같이 차단하는 등 경중을 따져 공직자의 희화화를 멈춰야 한다. 진정으로 뉘우쳤다면 사회를 위하는 길은 정치와 공직 말고도 많다. 가치와 도덕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근본적 질서의 원천이다. 가치와 도덕이 무너지면 질서가 무너지고 질서가 무너지면 법치가 무너지고 우리는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가치와 도덕을 택할지 각자도생의 야만을 택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치인들의 거짓과 위선에 단호히 아니라고 외치고 사회지도층의 집단 이기주의에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다. 타인을 배려하고 거짓말하지 않는 기본이라도 좀 지키자는 말이다. 장기표는 ‘돈보다 명예, 물질보다 정신’이라고 했다. 그 목소리를 기억하자. 대한민국의 미래 소프트 파워는 정신적 가치의 회복과 실용화가 시작점이다. 철학적 사유와 인문의 실종은 쇠국(衰國)의 길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