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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엠비디엑스 “2년내 분기 흑자 가능”…성장 모멘텀은?
-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액체생검 기업 아이엠비디엑스(461030)가 액체생검 시장의 확대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기반으로 제품 판매에 속도를 낸다. 아이엠비디엑스는 긍정적인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3년 내 영업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분기 기준 흑자 전환은 2년 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아이엠비디엑스 매출 총이익률 추이.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알파리퀴드 100, 급여 시장 독보적 1위30일 아이엠비디엑스에 따르면 프로파일링 제품군의 판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동안 실적을 이끌 전망이다. 이후에는 건강검진 과정에서 사용이 가능한 캔서파인드 제품이 매출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아이엠비디엑스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 액체생검 기술을 가지고 있다. 보유 제품으로는 암의 정밀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는 ‘프로파일링’ 부문에 알파리퀴드 100 및 알파리퀴드 HRR, 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재발 모니터링 하는 ‘캔서디텍트’ 부문에 알파리퀴드 디텍트, 다중암 조기 진단이 가능한 ‘캔서파인드’ 부문에 알파리퀴드 스크리닝이 있다.올해 1분기 기준 아이엠비디엑스의 제품별 매출 비중은 알파리퀴드 100이 71%로 가장 높다. 알파리퀴드 HRR 6%, 캔서디텍트 13%, 캔서파인드 8% 비중으로 집계됐다. 특히 매출 총이익률이 2021년 3%, 2022년 14%, 2023년 35%, 올해 1분기 37%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면 2년 내 분기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프로파일링 부문의 알파리퀴드 100과 알파리퀴드 HRR은 전체 매출 77% 차지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2년 가량은 액체생검 시장의 확대 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바탕으로 제품 판매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먼저 알파리퀴드 100은 급여 시장에서 꾸준한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 알파리퀴드 100은 한 번의 채혈로 118개 암 관련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해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주요 고형암과 흑생종, 육종과 같은 희귀암 진단에 사용할 수 있다. 또 표적치료(Targeted therapy)를 위한 바이오마커를 확인할 수도 있다.알파리퀴드 100은 타사 제품 대비 높은 민감도를 가지고 있다. 알파리퀴드 100은 혈액 속의 순환 종양 DNA를 탐지하는 검출 한계(LOD)를 업계 최고 수준인 0.1%로 유지해 더 정확한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이에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국내 34개 의료기관에서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알파리퀴드 100의 사용 의료기관이 점차 늘어나면서 처방 건수는 2021년 141건에서 지난해 1208건으로 급증했다. 또 아이엠비디엑스에 따르면 알파리퀴드 100은 NGS 액체생검 전체 보험 처방 중 90%에 가까운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NGS 급여 시장은 2019년부터 연평균 약 20%씩 증가하고 있어 알파리퀴드 100 사용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선별급여 기준 조정으로 본인부담금이 소폭 증가해 처방 건수 증가율이 낮아질 전망이지만 암 진료에 있어 NGS 검사가 필수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전반적으로는 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아울러 액체생검 시장 자체의 성장도 기대된다. NGS는 크게 기존에 사용하던 조직(고체)생검과 최근 시작된 액체생검으로 구분되는데 아직 액체생검의 비중이 10%에 그쳐 있다. 액체생검의 정확성은 이미 조직생검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만큼 향후엔 편의성이 높은 액체생검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아이엠비디엑스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폐암가이드라인 상 2024년 부터 액체생검 먼저 시행할 것을 권고하면서 액체생검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라며 “이런 의료시장의 변화를 통해 유추할 때 급여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밖에도 건강검진으로 대표되는 비급여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일반인 대상 암 검진이 가능한 캔서파인드를 지난해 11월 출시한 만큼 아직까지 진입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하나로의료재단, 세브란스병원 검진센터 등 주요 검진센터와 다수의 로컬 병의원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앞으로 조금씩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내수 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엠비디엑스 NGS 제품의 수출 비중은 27%까지 늘었다. 특히 대만에서는 출시 2년 만에 가던트 헬스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했다. 아이엠비디엑스 NGS 제품은 가격이 경쟁 제품의 3분의1 수준으로, 품질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 중이다.알파리퀴드 제품 사진. (사진=아이엠비디엑스)◇‘린파자’ 매출 급증…수혜 기대또 다른 프로파일링 제품 ‘알파리퀴드HRR’의 성장도 예상된다. 알파리퀴드 HRR은 15개의 상동 재조합 복구(HRR) 유전자 선별 분석이 가능한 제품이다. 진행성 전립선암에서 올라파립 성분의 표적치료제 동반진단에 사용이 가능해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이에 아이엠비디엑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표적항암제 동반진단 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아시아, 중동, 남미 지역의 3~4기 전립선암 환자에게 알파리퀴드 HRR을 공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계획한 물량은 1200건이며, 추후 변동이 가능하다.특히 린파자는 난소암, 전립선암, HER2 음성 유방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암들에 걸쳐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처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알파리퀴드 HRR의 사용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글로벌데이터 전망치에 따르면 린파자는 2027년 글로벌 PARP 저해제 시장에서 68% 이상을 점유해 매출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매출로 봤을 때는 지난해 기준 1조3000억원 가량에서 2027년 매출은 5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아스트라제네카가 아이엠비디엑스와 협력을 이어갈 경우 단순 추정 계산으로 알파리퀴드 HRR의 공급량 및 매출이 4배 가량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 아이엠비디엑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계약은 3년 유효하다. 또 이번 본사와 계약 외 지역별 별도로 계약을 진행할 수 있어 판매 확대 가능성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아이엠비디엑스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본사와는 25건만 계약했지만 이후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베트남과 직접 계약을 체결해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중”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직접 계약을 통해 점차 확대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끝으로 그는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상장 이후 3년 안에 BEP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분기 기준 흑자전환은 그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매출에 이어 해외 매출도 증가하고 있으며 원가율도 안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 5년마다 ‘원전산업진흥 중장기 로드맵’ 의무화한다
- [세종=이데일리 강신우·김기덕 기자]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주 성과를 잇기 위한 후속 조치로 ‘원전산업진흥특별법’(원전산업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구체적으로 5~10년마다 원전건설 및 운영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담은 ‘원전정책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위원회, 특별회계(기금), 연구개발(R&D), 인력양성 등 원전산업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두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작년 5월 통과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별법처럼 원전산업에 한정해 이를 키울 지원방안을 법으로 못 박는 셈이다. ◇원산법 연내 발의…진흥계획 세운다30일 관가와 국회·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이 같은 원전산업법을 이르면 연내 발의할 예정이다. 애초 각계 의렴수렴을 통해 상반기 중 초안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22대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순연됐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초안을 만드는 단계이며 관계기관이나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국회와 협의를 거쳐 연내 발의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산업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으로 처음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22일 14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원전 산업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원전산업법을 제정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원전분야에선 규제관련 법만 있고 진흥을 위한 법은 없었기 때문에 원전산업 진흥을 위한 법정 계획을 세워두면 정부가 바뀌어도 에너지정책을 흔들림이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체코 원전 수주는 정부의 원전산업법 제정 의지를 더욱 키운 계기가 됐다. 24조원+알파(α) 규모의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권을 따냈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복병이 ‘정책의 신뢰’였다. 정권 바뀜에도 탈원전 등 원전정책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확고히 하면서 얻은 결과였다. 향후 원전 수출의 가장 큰 걸림돌인 정책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선 원전산업법 제정이 필수가 된 셈이다. ◇1000조 원전시장 진출…인력양성 시급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체코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나라가 선정되면서 10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강력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며 “우리 원전 산업이 정권의 성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흔들림 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10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인력양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설계를 진행 중인 신한울 3,4호기와 함께 체코 4기, 폴란드 2기, 그리고 2038년까지 새로 짓기로 계획한 원전 3기에 더해 수출 확대까지 고려한다면 지금의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학계 의견이다. 앞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선 2038년까지 1기당 1.4GW인 신규 대형원전 3기 건설을 제안했다. 계획대로 되면 2038년 우리나라에 가동되는 원전은 30기로 늘어난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산업법에는 인력양성을 두텁게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며 “국내외 원전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당장 원전 설계를 할 인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전공자 육성뿐만 아니라 원전 관련 공기업 퇴직자 등 숙련된 인력을 활용할 근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원전 생태계 완성위한 ‘고준위법’ 제정도원전산업법과 함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특별법’(고준위법) 제정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두 법안은 원전 건설·운영과 방사능폐기물 처리 등 원전 선·후행을 포함한 전(全)주기 산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전산업법은 결국 윤정부의 K원전 수출 10기 목표 달성을 위해 ‘팀코리아’를 지원하는 법안인데, 고준위법 처리와 동시에 이뤄져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용 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표준적 시스템을 패키지화해 놓는다면 K원전은 그만큼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22대 국회에서 고준위법이 통과된다면 원전 추가 수주 때도 더 유리한 측면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준위법은 현재 국민의힘 이인선(정부안·대구 수성을)·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김석기(경북 경주)·정동만(부산 기장)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야당에서도 21대 국회때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이르면 다음 달 고준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주축으로 한 원전특사단을 체코에 파견, 내년 3월 최종 계약까지 세부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체코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 장관급 핫라인을 개설하고 계약 협상을 측면 지원할 정부 실무협의체도 구축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직접 체코를 방문해서, 성공적인 원전 사업과 심도 있는 양국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요국들 '반도체 총력전' 펼치는데…韓 국회는 제자리걸음
- [이데일리 조민정 김정남 기자] “해외 주요국들은 최대한 모든 것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너무 한가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전 세계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로 격상하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정쟁에 밀려 이를 외면하고 있다. 제22대 국회 개원 두달간 여야간 반도체 논의는 전무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반도체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사진=SK하이닉스)◇여야 법안 발의에도…논의는 ‘뒷전’30일 국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여야가 반도체 산업을 특정해 발의한 법안만 총 5건에 달한다. 올해 연말 일몰 위기에 놓인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의 기간을 연장하자는 ‘스트롱 K칩스법’과 대통령 직속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특별법안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도 나왔다. 기존 법안에서 세제 혜택을 대폭 강화한 스트롱 K칩스법의 경우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K칩스법은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에 시설 투자하면 15~25%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여야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 상향하는 등 입장차가 그리 크지 않다.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수백조 원을 들여 평택과 용인에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망 확충을 보장하는 법안 역시 여야는 내놓았다. 김성원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을 차례로 발의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내내 연중무휴 가동돼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시설에 공급하는 전력망 확충은 필수적이다.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문제는 여야가 법안만 내놓은 채 국회에서 전혀 논의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로 제22대 국회가 문을 연지 2개월이 지났는데, 그 사이 소관 상임위는 반도체 법안들을 논의한 적이 없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제 논의 초기 단계”라고 했지만, 여야가 물밑에서 합의점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반도체 산업을 대하는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여야는 내달 1일 본회의를 앞두고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비롯해 방송4법,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쟁점 법안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게 뻔하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법을 비롯해 경제·민생 법안들은 표류하는 분위기다. 현재 발의돼 있는 반도체 법안들은 모두 세제 혜택, 인재 확보 등으로 업계가 기대하는 직접 보조금 지원에 미치지 못하는데, 국회는 이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그래픽=김정훈 기자)◇日 차세대칩 지원법 마련…韓 보조금 ‘전무’여야가 ‘직무유기’ 비판을 받는 것은 해외 주요 국가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처리하면서 총 527억달러(약 73조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 인텔, TSMC, 글로벌파운드리스 등이 직접 수혜를 받으면서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은 500억달러(약 69조원) 넘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미국과 아시아의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자 TSMC, 인텔 등 유치를 위해 총 430억유로(약 64조4000억원) 이상을 썼다.반도체 왕국 재건에 나선 일본이 가장 먼저 하고 있는 정책 역시 직접 보조금 지급이다. 일본은 이미 4조엔(36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했고, 추가로 수조엔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자국 라피더스(일본 대기업 8곳이 설립한 반도체 합작사)의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의회에 조기에 제출하기로 했다. 라피더스가 무려 5조엔의 돈이 더 필요한 상황에 몰리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국내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의회 역시 빠르게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업계에선 반도체 사업에 드는 천문학적인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현금성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는 높아지는 와중에 미세화 공정은 한계에 다다르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나홀로 수십조원을 들여 공장 증설에 나서야 하는 탓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더 열악하다.이종환 교수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대기업을 통한 중소기업, 협력사들의 낙수효과가 있는 산업”이라며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특히 보조금 형태의 현금화가 가능한 지원이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절실하다”고 말했다.
- 말로만 '속도전'…새 국회 두달간 반도체 논의 없었다
- [이데일리 김정남 조민정 기자] 제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여야간 반도체 관련법 논의는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국가대항전이 격화하면서 기업들은 갈 길이 바쁜데, 여야는 말로만 ‘반도체 속도전’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방송4법 등 정치적으로 첨예한 쟁점 법안에 묻혀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나온다.30일 국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5월30일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2개월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관련 소관 상임위에서 반도체 관련 법안을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 정치권 한 인사는 “여야간 물밑 대화조차 전무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현재 국회에 계류된 반도체 법안들은 다수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보호 특별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반도체 세액공제를 2034년 말까지 10년간 연장하고 정부가 5년 단위로 반도체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수립하자는 게 골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와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을 발의했다. 특히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통해 내놓은 세액공제 적용 기한이 2027년 말(3년 연장)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발의한 법안은 이른바 ‘스트롱 K칩스법’으로 불린다. 이외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 반도체집적회로 배치설계법 개정안 등이 반도체 관련법으로 꼽힌다.문제는 여야가 법안 처리의 첫 단계인 상임위에서조차 머리를 맞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추후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확연한 것이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채상병 특검법, 방송4법,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 등 쟁점 법안들이 많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만에 하나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세액공제 연장 불발, 전력망 확충 차질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재계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민관이 함께 반도체 국가대항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한국만 유독 기업 홀로 뛰고 있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반도체 직접 보조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상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재계 고위인사는 “세액공제 정도만 받으면서 반도체로 세계 1등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그만큼 다른 산업들에 비해 투자 규모 자체가 천문학적”이라고 했다.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은 미래 성장과 경제 안보를 위한 중요 산업인 만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회와 정부는 과감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