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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내년 상반기 어려워…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센터장의 뷰]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 봅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떨어지고 있고 정치 불확실성 또한 부담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글로벌적인 금리 인하 기조로 시장에 유동성이 늘면, 하반기부터는 흐름이 나아질 것이라 전망합니다.”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2025년 한국 증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방이 제한된 박스권 속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좋아지는 하반기부터 박스권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키움증권)◇ “내년 ‘상고하저’…보수적 관점으로 접근해야”이 센터장은 올해 증시의 키워드를 △금리 인하 △인공지능(AI) △트럼프 △삼성전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AI에 대한 폭발적인 성장세를 확인한 증시가 랠리를 펼치다 하반기 들어서 이 같은 기대감이 꺼졌다. ‘트럼프 트레이드’와 삼성전자의 위기, 최근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악재가 연이어 겹치며 상반기 상승 폭을 되돌렸기 때문이다. 실제 상반기까지 코스피는 5.37% 상승했지만, 하반기 들어서 지난 19일까지 12.93% 빠졌다. 무엇보다 이 센터장은 하반기 하락장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의 위기’를 짚었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부진하면서 코스피 역시 추세 전환을 못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로는 D램 가격이 하락하는 등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면서 이익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손꼽았다. 게다가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에서도 밀리면서 위기가 찾아왔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본원적인 경쟁력에 대해 시장에서 의구심과 우려가 생겨났고, 낮은 가격 수준임에도,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장중 8만 8800원 고점을 찍은 후 추락을 거듭하면서 지난 11월 14일 4만 9900원까지 떨어졌다. 5만원선이 붕괴된 적은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위기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 센터장의 분석이다. 각 기업의 이익 체력이 낮아지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서 벌어질 여러 불확실성, 국내 정치적 리스크를 섣불리 예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여전히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남아 있다. ◇ “하반기부터는 韓 증시 기지개…전력기기 주목” 국내외로 내홍을 겪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투자에 무리하게 접근하거나, 패닉셀에 동참하기보다는 증시의 리스크가 해소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낙폭 과대 업종을 중심으로 선별해 담아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이 센터장은 전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국내 증시도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고, 유동성이 늘어나니 경기에 반영되는 하반기쯤 기업의 이익 체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반도체 업황도 이익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와 낮은 주주 환원율을 개선해 외국인 투자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부연했다.내년 하반기 국내 증시가 상승 추세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이 센터장은 AI와 관련된 전력기기 업종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미국 내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등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AI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일어나고 있고, 전력 이슈도 상당히 중요하게 자리 잡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AI 전력망 업그레이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AI의 수혜를 이어받을 산업이라 기대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 변호인단 구성 마친 尹, 성탄절 공수처 출석할까
- [이데일리 백주아 성주원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과 수사에 대비한 변호인단 구성을 마무리했다. 이에 공수처의 성탄절 소환 요구에 응할지 주목된다.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을 이끌 방송통신위원장 출신 김홍일(왼쪽)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공보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뉴시스)◇헌재 출신 배보윤 합류…尹변호인단 구성 완료22일 법조계와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홍일(68·사법연수원 15기)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배보윤(64·20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10명 안팎의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뒤늦게 합류 결정을 한 배 변호사는 20여년간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한 헌법 전문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 공보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대외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석동현(64·15기) 변호사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의 수사기관 출석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머지않은 시기에 변호인단 구성이 마친 뒤 발표를 통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이런 가운데 공조수사본부(경찰·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20일 윤 대통령에게 오는 25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로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차정현 수사4부장검사 명의로 특급 우편과 전자 공문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과 대통령 관저, 대통령 관저 부속실 등 3곳에 발송했다.하지만 우편으로 보낸 소환 통보 서류는 주말이 지난 후에야 배송될 것으로 보이며, 전자 공문 접수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출석 요구서 전달 여부는 23일께 결정될 전망이다.공수처는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조사 가능성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20일에는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가 입주한 5동 현관 앞·옆 도로를 ‘경호·경찰 차량을 위한 주차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고, 방송국 차량 주차 구역도 별도로 지정했다. 성탄절인 25일을 출석일로 정한 것도 경호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5동 청사에는 공수처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등 다른 기관이 입주해 있는 만큼 조사가 이뤄진다면 당일 전면 출입 통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출석 의사를 밝히면 대통령경호처와 구체적인 경호 방안을 추가로 협의할 계획이다.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지만 대통령 경호·의전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5일 출석시 경호처 등이 공수처 청사 보안 문제 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다만 윤 대통령이 이번 소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6일 첫 소환 통보 당시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했고, 우편으로 보낸 출석 요구서도 수취인 불명과 수취 거부로 전달이 무산된 바 있다.윤 대통령은 탄핵심판과 관련한 서류 송달도 일주일째 거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부터 보내고 있는 탄핵심판 접수통지와 출석요구서 등의 서류는 대통령 관저에서는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하고 있고, 대통령실에서는 ‘수취인 부재’를 이유로 반송하고 있다. 이에 헌재는 오는 23일 송달(서류 전달) 문제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편으로 발송한 시점을 기준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는 방법(발송송달) △해당 장소에 직접 서류를 전달하는 방법(유치·보충송달) △헌재 게시판에 공개 게시하는 방법(공시송달) 등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50여명 인력으로 대통령 수사…검찰 협조도 과제한편 공수처의 수사 역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검사와 수사관을 합쳐 총 50여명에 불과한 인력 규모로 현직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라는 중대 사건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 경찰에서 인력을 지원받을 예정이지만,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법상 외부 수사 인력으로 공수처 수사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자는 검찰수사관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수처는 경찰 수사관들이 대면 조사 등 직접 수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기존 초동 수사 기록을 분류·검토하는 역할만 맡도록 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의 수사 진행에 있어 경찰 인력 지원 문제와 더불어 검찰과의 협조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 간 조정이 필요하다며 조사에 불응하거나,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위법 수사 지적을 받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과 공조본 실무단 차원에서 이첩 서류 범위 등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공수처가 수사를 마치고 기소 단계로 나아가더라도 검찰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기소 권한만 갖고 있어,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기 위해서는 검찰에 사건을 다시 이첩해야 한다.사진= 뉴스1,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주간증시전망]고환율에 휘청이는 코스피…가격 매력에 반등할까
-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지난주에 이어 고환율 부담 속 정치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둔화 등의 우려에 지속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 여파 등으로 주요 글로벌 증시 대비 선제적으로 낙폭이 확대된 만큼 하방 경직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이 커진 상황에서 낙폭 과대주와 배당주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2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는 2404.15로 마감해 전주(12월13일, 2494.46) 대비 3.6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3.66% 밀렸다.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인 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영향이 컸다.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도, 내년 말 기준금리(중간값)를 종전 전망치(3.4%) 대비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이는 내년 예상 금리 인하 횟수가 4회에서 2회로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이는 주식 시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커진 점도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꺾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025년 회계연도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매출액 79억달러, 주당순이익(EPS) 1.5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월가 제시한 매출 전망치 89억9000만달러, EPS 예상치 1.92달러를 큰 폭 하회하는 수준이다.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정치 및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증권가에선 고환율 여파가 이번 주에도 지속 영향을 미치면서 추세적인 투자심리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미국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2.4% 상승해 시장 예상치(2.5%)를 밑돌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일부 완화한 데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급을 확정한 점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로 2390~2510선을 제시했다.국내 증시가 여러 악재가 선반영되며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낙폭 과대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440~2450선 구간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8.2배,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으로 해당 구간 전후에서 지지력 테스트 이후 반등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며 “실적 대비 저평가된 업종이자 7월 11일 이후 낙폭과대 업종인 자동차, 기계, 2차전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기 대선 모멘텀이 기대되는 내수주와 연말 배당 매력이 큰 금융주에 기회가 있을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추가 하락 시 분할 매수 대응이 필요한 구간”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국내 조기 대선 기대감을 선반영할 수 있는 내수주와 배당주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 ‘12·3 비상계엄’ 그날밤…국민의힘·민주당 단체방은 왜 이렇게 달랐나[국회기자24시]
-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가 종료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가결됐으나 정치권의 충격은 여전합니다. 최근에는 계엄당일 긴박했던 순간 일사불란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 단체 대화방과 이와 대비되는 국민의힘 의원 단체방 상황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여야의 대응은 왜 이렇게 달랐을까요.강명구, 유영하,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등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발언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비상계엄 그날밤…혼란만 이어졌던 국민의힘 단체방 이데일리 취재와 최근 TV조선이 공개한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단체방 내용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선포된 직후인 3일 오후 10시29분부터 비상계엄 해제가 의결된 4일 오전 1시16분까지 혼란이 거듭됩니다. 1. 계엄선포 인지 및 최고위·비상의총 소집 박수영 의원이 3일 오후 10시29분 ‘비상계엄 선포’라고 메시지를 올리자 이후 김소희 의원(오후 10시45분)은 ‘민주당은 바로 국회 소집한다는데. 우리는 어찌해야할까요?’라고 묻습니다. 이후 박수영 의원은 헌법 77조 계엄 조문과 한동훈 전 당대표 이름의 공지(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 국민과 함께 막겠다)도 공유합니다. 헌법 77조에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 외에도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77조 5항)’는 해제 요건도 명시돼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모두 민주당이 왜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했는지 명확히 이해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후 여러 의원들이 ‘의총을 소집해달라’, ‘지도부에서 빠른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하자 원내지도부는 오후 10시59분께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명의로 ‘비상의총을 위해 국회로 모여달라’고 합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44분께 당대표실발로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겠다는 공지가 지도부에 발송됐다고 합니다. 국민의힘도 처음에는 비상의총과 최고위 모두 국회에서 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2. “국회 못 들어간다”→최고위·비상의총 장소 모두 당사 변경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선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오후 11시3분께입니다. 해당 시각 당대표실은 최고위 장소를 당초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한다는 공지를 보냅니다. 1분 뒤인 오후 11시4분 친한계인 서범수 전 사무총장이 “국회는 폐쇄되었다 합니다. 의원님들께서는 당사로 모이시죠”라는 메시지도 단체방에 남깁니다. 이후 배준영 전 원내수석부대표(오후 11시7분)은 단체방에 “원내수석입니다. 모든 의원님들 당사로 모여주십시오”라고 보냅니다. 의총 집결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바꾼다는 의미입니다. 이어 오후 11시9분에 추 전 원내대표 명의로 비상의총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하겠다는 문자가 발송됩니다. 3. 국회로 오라는 韓…원내지도부도 ‘국회’로 집결장소 변경 오후 11시24분 주진우 의원은 한 전 대표의 메시지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합니다. 지금 민주당은 담을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계엄해제 안에 반대하는 분 계시는지요? -한동훈 당대표-’를 보냅니다. 계엄 해제를 위한 본회의 참석이 급하니 ‘당사’가 아닌 ‘국회’로 모이라는 요청입니다. 원내지도부도 이를 반영한 듯 오후 11시33분 비상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꾸겠다고 다시 공지합니다. 하지만 다음날인 오전 0시3분에는 비상의총 장소를 다시 당사 3층으로 변경해 공지합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당 관계자는 “11시40분부터 국회 출입이 전면 차단되면서 의원들이 ‘국회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민원이 쇄도해 바꿨다”고 설명합니다. 4. 친한계 “본회의장으로 와달라”…친윤계 대부분 표결 불참 0시6분 우재준 의원은 “대표님 지시 사항입니다. 본회의장 와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우 의원은 0시10분에는 다시 “당대표 한동훈입니다. 본회의장으로 모두 모이십시오. 당대표 지시입니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로 못 들어간다’, ‘담을 넘어왔다’, ‘당사로 오라’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은 오전 1시 의결됩니다. 당시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친한계 또는 비윤계(비윤석열)로 분류됩니다. (자료 = 주철현 의원실 제공)◇ 신속했던 野…이재명 ‘국회로’ 지시, 보좌진까지 집결 지시 반면 민주당은 신속하고 간단했습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3일 오후 10시27분 민주당은 천준호 의원이 계엄선포를 알린 후 바로 계엄해제를 위해 국회로 모여야 한다고 의견을 정리합니다. 오후 10시39분 이재명 대표가 ‘국회로’라고 보내면서 목적지는 더욱 명료해집니다. 보좌진까지 모이게 해달라는 공지도 나옵니다. 오후 11시부터는 어떻게 봉쇄된 국회를 넘어오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울타리를 넘어오라’, ‘담 국회 뒤쪽으로 돌면 넘을 수 있다’, ‘정문에서 의원증 제시하고 들어왔다’, ‘도서관 헌정회 쪽은 아직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등 국회 진입을 위한 상황 공유 메시지가 오갑니다. 비슷한 시각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서 ‘당사로 모여달라’고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혼란이 시작됐던 것과는 크게 대비됩니다. 조국혁신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3일 오후 10시28분 계엄 발령상황이 공유됐고 국회로 모이자고 의견을 모읍니다. 이후 ‘국회로 가고 있다’, ‘월담해서 들어왔다’ 등의 메시지가 공유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담을 넘어 국회 진입하고 있다.(사진 = 의장실 제공)◇ 계파갈등 그대로 노출한 국민의힘…비상계엄 판단도 엇갈려 비상계엄 당일 민주당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국민의힘 단체방은 여당의 복잡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먼저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 계파 갈등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헌법 제77조 조문을 공유했기에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본회의 의결(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 점을 인지했습니다.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면 일단 국회로 들어와야 한단 사실도 알았을 겁니다.4일 0시 이후에는 친한계를 중심으로 ‘당대표 지시’라고 강조하며 국회 본회의장으로 와달라 이야기하지만 결국 본회의장에서 표결에 참여한 18명은 대부분은 친한계 또는 계파색이 옅은 이들입니다. 당시 ‘본회의장으로 와달라’는 한 전 대표의 지시를 친한계 의원들만 따른 셈입니다. 이날 친윤계 의원 일부는 이미 국회 본관으로 진입해 원내대표실 등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나 본회의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계엄해제 표결 참여는 의원들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했다”고 설명합니다. 두 번째로는 12·3 비상계엄을 어떻게 바라봤느냐는 시각차 입니다. 사실 긴급한 상황에서 한 전 대표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뜻이 같았다면 전화 한 통으로도 모든 혼선을 정리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엄중한 상황에도 양쪽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모으지 못한 것은 비상계엄에 대한 인식이 달랐기 때문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과 긴밀한 여당으로서는 대통령이 발동한 계엄을 바로 ‘불법’으로 판단해 대응하긴 쉽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국민의힘 의원 중 누구도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이는 없는 것을 보면 당시 국민의힘의 매우 석연찮은 판단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탄핵 이후에도 찢긴 국민의힘…진짜 해당행위는 무엇인가 비상계엄 당일도 계파 갈등으로 무력했던 국민의힘은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계파별로 찢긴 모습입니다. 탄핵안 가결 후 첫 비상의총 녹취록까지 공개되는 등 내홍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20일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녹취록에 대해 “회의 내용이 유출된 것은 명백한 해당(害黨)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다만 해당행위의 의미가 ‘한 정당의 당원이 소속 정당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정의한다면, 비상의총 녹취록이 보도됐다고 해당행위라고 하는 것은 느슨한 현실인식입니다. 국민의힘은 국민 다수가 교과서에서만 봤던 비상계엄을 45년 만에 발동한 윤석열 대통령을 여전히 당원으로 두고 있습니다. 친윤-친한 다툼 속에 어느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제명·출당 논의는 사라졌습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친윤계가 한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다만 한 전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현 국민의힘의 위기를 만든 주범은 윤 대통령입니다. 아마 비상계엄이 없었다면 현실화되고 있는 사법 리스크로 고전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기는 앞으로 오롯이 국민의힘에게 큰 반사이익으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선을 승리해 정권을 유지하려면 국민의힘은 중도·수도권에서 모두 사랑받는 전국정당이어야 합니다. 여전히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앞으로 중도·수도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
- 12·3 계엄 그날밤 대체 무슨일이…檢, 국무위원 줄소환
-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계엄 전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주요 각료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최상목(왼쪽)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을 대상으로 개최한 합동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비공개 조사했다. 최 부총리는 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 3일 밤 10시 17분경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11명의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함께 했다.최 부총리는 조사에서 당시 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강하게 반대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경제부처 담당 장관으로서 우리나라 경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강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한 “계엄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퇴를 결심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며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막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당시 계엄 관련 예비비와 재정자금 확보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가 담긴 쪽지를 실무자로부터 전달받았다고도 진술했다.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21일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박 장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는 불참했으나, 4일 새벽 4시 27분경 열린 계엄 해제 국무회의에는 참석했다. 그는 “3일 저녁 9시 18분경 대통령실 행정관으로부터 출석 요청을 받고 택시를 타고 갔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회의가 끝나 있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발령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진술했다.박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무위원으로서 비상계엄이 발령된 것, 그리고 현 시국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고 안타깝다”며 사과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내각 총사퇴 의견이 나왔을 때도 “회의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주류였다”면서 “저 역시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검찰은 앞서 조규홍 장관, 김영호 장관 등 계엄 관련 국무회의 참석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특수본은 각 장관들의 진술을 토대로 계엄 전후 상황과 대통령실의 지시사항 등을 확인하며 사건 당일 국무위원들의 타임라인을 면밀히 재구성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6시간여만인 4일 오전 4시 30분 해제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각 국무위원들의 역할과 대응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검찰은 향후 추가 국무위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어가며 계엄 선포의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 해제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엄 선포 결정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각 부처의 대응, 국무위원들의 개별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검찰 수사의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