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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보다 셌던 '응원봉과 K팝'[데스크칼럼]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행정부 수반인 윤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지난 3일 늦은 밤, 전국민을 분노케 한 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가 있은 지 11일 만이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단기간에 아물기 힘든 깊은 상흔을 남겼다. 참담한 역사적 비극 속에서 일촉즉발(一觸卽發) 위기의 대한민국을 달래고 위로해 준 것은 집회 현장에 가득했던 형형색색 응원봉과 흥겨운 K팝이었다.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등 청년들의 참여가 늘어난 이번 집회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 ‘바위처럼’, ‘광야에서’ 등 비장하고 결연한 분위기의 민중가요보단, 로제의 ‘아파트’,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 등이 크게 울려퍼졌다. 이전 촛불집회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전 이화여대 학내 시위에서 불렸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는 집회 대표곡으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특히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만세’ 가사를 읽다 울컥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돼 퍼진 후에는 유튜브·카카오톡 등에서 이 노래의 가삿말 공유가 부쩍 늘었다. 중장년 세대가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한 ‘집회 플레이리스트(플리)’도 눈길을 끌었다. 청년세대들이 즐겨듣는 K팝 외에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김수철 ‘젊은 그대’, 김연자 ‘아모르 파티’등도 번갈아 틀어 ‘떼창’했다. 팬덤 문화에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했던 아이돌 응원봉은 집회를 축제 분위기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발광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샤이니의 ‘샤배트’, 손가락 욕설이 연상되는 에픽하이의 ‘박규봉’, 원하는 문구 삽입이 가능한 NCT 응원봉 등이 촛불 대신 시위 현장을 환하게 밝혔다. 우리만의 독특한(?) 집회 문화에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통신사인 AFP는 “시위대들이 정성들인 의상을 입고 직접 만든 깃발을 들거나, 집회의 필수요소(fixture)가 된 K팝을 틀었다”며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다양한 색상의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드는 등 일부 시위는 댄스파티를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국회 앞 시위가 축제와 같은 분위기”라면서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 대비해 담요를 두르고 손팻말을 들었고, 멀리서부터 음악과 구호가 들려왔다”고 묘사했다.8년 만에 되풀이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는 분명 쓰리고 아픈 일이다. 하지만 성숙한 집회 문화를 통해 국가원수의 잘못된 판단이 촉발한 계엄의 충격을 누그러뜨리고 바로잡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확인했다. 계층·이념·지역·세대·젠더·노사 갈등으로 파편처럼 쪼개졌던 대한민국이 오랜만에 하나 된 모습도 보여줬다. 지지율 11%(한국갤럽) 대통령이 어처구니없는 계엄으로 만들어낸 ‘씁쓸한 대통합’이지만 말이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시민들이 각자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정부 규탄에 동참했다. (사진=독자 제공)
- 헌재, 尹 탄핵 심판 첫 회의…"12월 내 9인 체제 완성 기대"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후보를 모두 추천한 가운데 이르면 이달 내 헌재는 현 ‘6인 체제’에서 ‘9인 체제’로 탄핵 심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법재판관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날 오전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탄핵심판절차에 돌입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미선, 문형배, 김복형, 정현식, 정정미 헌법재판관. (사진=뉴시스)헌재는 16일 오전 10시 재판관 전체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주심 재판관과 변론준비기일 등 구체적인 일정을 정리할 예정이다.김형두(59·사법연수원 19기) 헌법재판관은 서울 종로구 헌재 출근길에 ‘6인 체제로 탄핵 결정 가능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12월 안에 9인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하겠다”고 답했다.김 재판관을 제외한 문형배(58·18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54·26기)·정정미(55·25기)·정형식(63·17기)·김복형(56·24기) 재판관은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헌재로 들어섰다.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청구서 등본을 송달해 사건이 접수됐음을 통지하는 한편, 답변서 제출을 요청할 예정이다.사건번호 ‘2024헌나8’로 접수된 이번 탄핵심판에서 주심 재판관은 컴퓨터 전자 배당 시스템에 의한 무작위 추첨으로 지정된다. 통상 주심 재판관은 비공개가 원칙이나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사건이 접수된 이후 주심을 공개한 바 있다. 다만 탄핵심판은 재판관 모두가 각자 법리 검토와 판단을 내리는 만큼 주심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게 법조계 일반적 시각이다. 탄핵 재판을 지휘하는 재판장은 문 권한대행이 맡는다. 재판장은 변론 공개 여부, 변론 장소 결정, 수명 재판관 지명 권한이 있다. 문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사건을 변론준비절차에 회부하고 증거 조사 등을 관장할 수명재판관 2명을 지정하며 헌법연구관들로 구성된 법리검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 당시에는 연구관 20여명이 투입됐는데, 이번에는 참여 인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