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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희진, 박지원 등 경영진 무더기 고소→하이브 "무고로 대응" 갈등 점화[종합]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모기업인 하이브 경영진을 업무방해 및 전자기록 등 내용 탐지, 명예훼손 등 혐의로 줄줄이 고소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이같은 민 대표의 대응이 허위사실이라고 일축, 무고로 대응할 것이라며 맞섰다. 24일 민 대표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등은 금일(7월 24일) 용산경찰서에 하이브 대표이사 박지원, 감사위원회 위원장 임수현, 최고법률책임자 정진수, 최고재무책임자 이경준, 최고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박태희를 업무방해,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 피고소인들은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 간의 메신저 대화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 및 자신들의 의도대로 거짓 편집하는 행태를 수없이 반복해 왔다”며 “피고소인들은 지난 4월 민희진 대표의 두 차례에 걸친 내부고발에 대해 어도어 대표이사에서 해임할 목적으로 ‘모회사의 자회사 감사’라는 명목으로 고소인들이 사용하는 어도어 소유의 업무용 노트북 PC들을 강압적으로 취득했다”고 고소 취지를 밝혔다. 또 “이를 통해 고소인들의 개인적인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내용 등을 확보하고 2022년경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에 부임하면서 초기화하여 반납한 노트북도 포렌식하여 업무가 아닌 개인 대화를 불법 취득했다”며 “또한 피고소인들은 취득한 개인 대화 내용을 편집, 왜곡해서 고소인 민희진의 경영 및 업무수행에 대한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 등을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여 고소인 민희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활용했다”고도 비판했다. 민 대표가 아티스트와 어도어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대중에 혼란을 야기하는 이 같은 행위를 멈출 것을 수차례 공식, 비공식적으로 요청했음에도 피고소인들의 불법행위는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민 대표 측은 “이에 더 이상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아티스트와 어도어 구성원의 피해를 방치할 수 없어 조치를 취한다”고 전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이같은 민 대표 측 입장에 즉각 반박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는 지금까지 하이브에 노트북 등 어떠한 정보자산도 제출한 바 없습니다. 감사에도 응한 적 없다”며 “두 명의 부대표는 본인 동의 하에 정보자산을 제출했다. 당사가 강압적으로 취득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당사는 민희진 대표가 과거에 반납한 노트북을 포렌식한 적 없음을 가처분 심문기일에 법정에서 이미 밝혔다”며 “민희진 대표는 무속인과의 대화록을 포함해 다수의 업무 자료를 본인의 하이브 업무용 이메일 계정으로 외부에 전송했고 이는 당사의 서버에 그대로 남아있었다”고도 반박했다. 하이브는 이어 “이 메일의 외부 수신인은 협력업체 B사의 고위 관계자로 파악됐다”며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입사 당시 개인정보의 처리에 동의하였고, 이러한 내용을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입수경위에 대해 수차례 밝혔음에도 허위사실을 앞세워 고소한 민희진 대표 등에 대하여 무고로 대응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민 대표는 현재 하이브 산하 다른 레이블 쏘스뮤직과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중이다. 쏘스뮤직 측이 민희진 대표가 4월 진행한 기자회견 당시 쏘스뮤직과 소속 그룹 르세라핌을 언급해 레이블 측에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해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아울러 이날 하이브는 4년 만에 박지원 대표 체제를 끝내고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하이브는 “3년간 하이브를 이끌어 온 박지원 대표는 하이브의 글로벌 사업 본격 확장 및 신성장 전략이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새 대표에는 이재상 CSO가 내정됐으며,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식 선임할 계획이다.
- 의협 올특위 결국 중단…새 전공의 모집 '보이콧' 확산
-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외면 속에 출범 한 달여 만에 활동을 종료한다. 오는 26일 열리는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가 마지막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집행부가 23일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한 결과, 전공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올특위 방향성을 대폭 개편, 존속 여부 등의 심사숙고와 다양한 의견 청취를 위해 26일로 예정된 토론회 이후 올특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임정혁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공동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사진=연합뉴스)올특위는 지난달 19일 의협과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이 모여 출범했다. 의대 교수, 전공의와 의대생, 시·도 의사회 등이 모여 의료계의 통일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됐으나, 수련병원 이탈과 의대 유급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불참하면서 동력이 떨어졌다. 지난 13일에는 매주 토요일 열리던 회의가 취소돼 좌초 위기설과 함께 의대 교수들과 개원의 간 의견이 엇갈렸다는 불화설까지 나왔다. 16개 시·도 의사회는 회장단 회의 후 의협 집행부에 올특위 해체를 권고하며 임현택 회장이 의사단체 수장으로서 올특위 대신 전면에 나서 문제 해결능력을 보여줘야 한단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20일 의협은 “올특위는 잠정 중단되지 않았고, 13일 회의는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가 겹쳐 하루 쉬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나흘만에 중단 결정을 공식화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올특위의 운영 방향을 집행부에 맡기자고 의견을 정리해줘 운영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정부가 지난 22일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새 전공의 충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가톨릭대 의대 안과학 교실 교수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의사가 없다”며 “교실의 의사에 반해 전공의 모집이 진행될 경우, 하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한 모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면고 했다.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들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인기과 쏠림 현상, 상급 연차 전공의 부재 시 1년차 전공의 수련의 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등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교육의 주체인 진료과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지도에 따라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22일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하반기 모집 때 충원되는 새 전공의들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정부는 교수 보이콧이 가시화될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출신 학교나 출신 병원으로 제자들을 차별하겠다는 성명은 의학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자로서 온당한 태도가 아니며 헌법적으로나 인권적 가치에도 반한다”며 “각 병원은 전공의법에 따라 수련 계약과 수련 규칙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관 함께 ‘K뷰티 펀드’ 조성…“화장품 수출 1위국으로”(종합)
-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전 세계 화장품 수출 1위 국가 도약을 위해 민·관이 힘을 합친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글로벌 K뷰티 펀드’를 공동 조성해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수출 규제 해소와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왼쪽부터)최경 코스맥스 대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신화숙 아마존글로벌셀링 대표, 최현규 한국콜마 대표가 24일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에서 열린 ‘K뷰티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및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유망기업 육성하고 수출규제 대응 지원중소벤처기업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4일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에서 ‘K뷰티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CJ올리브영, 아마존, 코스맥스(192820), 한국콜마(161890) 등 민간 기업들도 참여해 K뷰티 산업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번 대책은 국내 화장품 수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이 겪는 애로를 해소하고 관련 산업을 키우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은 역대 최고치인 53억 달러(약 7조 3500억원)를 기록하며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져 상반기에만 33억 달러(4조 5700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수출액을 오는 2027년까지 100억 달러(13조 8400억원)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수출 중소기업 수도 지난해 8360개사에서 2027년 1만개 사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K뷰티 유망기업 민관 협업 발굴·육성 △해외 수출규제 체계적 대응 △K뷰티 생태계 레벨업 등 세 가지 방안을 양 부처가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정부와 민간 기업은 경진대회 방식의 ‘K뷰티 크리에이터 챌린지’를 통해 화장품 수출 유망기업을 공동 발굴·육성한다. 아마존이 입점·마케팅을,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제조·컨설팅을 지원하며 중기부와 식약처가 인증, 연구개발(R&D) 등을 연계 지원한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모태펀드와 공동으로 해외 진출 화장품 제조기업에 중점 투자하는 전용 펀드도 조성한다. 정부는 화장품 수출규제 대응 지원을 강화한다. 업계에서 가장 큰 애로로 꼽는 화장품 인증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별 규제 정보 제공을 확대한다. 또 국내 화장품 인증 기준인 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를 국제기준(ISO)과 통일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한다. K뷰티 생태계 발전을 위해 개발·제조·물류 등 분야별 지원수단도 강화한다. 발주 계약만 있어도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K뷰티 네트워크론’을 신설한다. 스마트공장, 풀필먼트 센터 등 중기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K뷰티 전용 트랙도 구축한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중소 K뷰티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고 한류를 바탕으로 국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만들어온 바탕 위에 정부 지원이 함께 한다면 K뷰티 생태계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고 화장품 수출 세계 1위국 도약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인증·물류에 애로…도약 기대감↑”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개별 기업 단위에서 대응 여력이 없어 해외 수출 규제나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온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김용철 티르티르 대표는 “국가별로 인증 제도가 달라 수출 준비에만 6개월씩 걸렸는데 정부의 관심과 지원으로 미주,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등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안전관리지원체계가 잘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민우 코컴퍼니 대표는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는 역직구하는 경우가 많아 적은 물량을 매일 보내야 한다”며 “K뷰티 특화 풀필먼트 센터가 구축되면 중소기업 브랜드사들의 물류를 동시에 내보낼 수 있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는 “이번 방안은 K화장품 산업이 글로벌을 향해 또 한 번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국내 유망 신진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지속가능한 수출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 '인간애 실천한'... 故 윤대원 이사장 자서전 ‘마이티 닥터’ 발간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국내 의료발전에 기여하고 약자를 위해 헌신했던 故 도헌 윤대원 학교법인일송학원 이사장의 자서전 ‘마이티 닥터(Mighty Doctor)’가 23일 발간됐다.윤대원 이사장은 아버지였던 故 일송 윤덕선 학교법인일송학원 설립자를 이어 1989년 2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35년간 한림대학교의료원, 한림대학교, 한림성심대학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그리고 6개 복지관을 지휘하며 성장시켰다.자서전의 제목 ‘마이티 닥터’는 모든 의사가 바라보고 가야 할 가치적 지향점을 뜻한다. 그의 유년기부터 79세까지의 인생이 녹아있는 자서전 ‘마이티 닥터’에는 ▲전란 속 힘들었던 어린 시절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해준 생물 채집단 활동 ▲외과 의사로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 ▲병원을 설립하고 대학과 복지관을 운영했던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덕적도 명의로 불리던 시절 ▲간염의 발병, 간암 진단, 간이식까지의 과정 등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도 실렸다. 책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그의 도전정신과 신념을 보여준다.의료학술 파트너십을 맺고 교류했던 마크 하디 미국 콜럼비아의과대학 외과 명예이식센터장은 “윤대원 이사장은 첨단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소외된 나라를 도우며 인류를 위해 최고 수준으로 봉사했다”고 전했다. 또 로버트 켈리 미국 뉴욕프레스비테리언병원 명예원장은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훌륭하고 많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며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대담한 비전으로 이끌어 모두가 동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생물 채집단 통해 느낀 생명에 대한 경외심… 의학 향한 열정으로 승화책 속에서 그는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생물 채집단의 일원으로 전국을 누비며 온갖 식물을 탐색했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집 앞의 작은 텃밭이었다. 밭을 들여다보고 흙에서 자라나는 생명을 지켜보는 시간이 한없이 좋았다”며 “그 시절의 나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저건 천생 농부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고 전했다.그런 그를 보며 고모는 “풀 한 포기, 나무 하나에 온 정신을 쏟는 성정이니 그 정성을 사람을 살리고 고치는 데 쏟아보는 것도 분명 보람 있는 삶이 될 게다”며 조언했다.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농부까지 꿈꿨던 그는 고모의 끈질긴 설득에 의과대학으로 편입했고 결국 외과 의사가 되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결핵 환자 돌보고 응급수술 집도 레지던트 2년 차 시절 덕적도에서 근무했던 생생한 이야기도 남겼다. 그는 당시 인천 서쪽으로 배를 타고 4시간 동안 가야 하는 아득한 섬 덕적도 파견을 자처했다. 덕적도는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레지던트들에게 기피 지역이었다. 거즈도, 링거액도, 수혈용 혈액도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그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고군분투했다.그는 결핵 환자를 회진했던 때를 떠올리며 “지하실에 내려가니 그냥 맨땅에 놓인 기둥들에 빨래를 칸막이 삼아 20여 명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회진 약속을 지킨 것에 다들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지금껏 어떤 원장도 얼굴을 비춘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중략) 그 시절 결핵 환자들은 그렇게 국가와 사회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는 비참한 삶을 살았다”며 안타까워했다.또 응급 환자를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수술을 집도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년 차 레지던트 신분이던 나로선 위 수술을 해본 적이 없고 조수조차 서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당시 병원에는 링거액이나 혈액도 없었다. (중략) 수술 기구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나마 쓸모 있어 보이는 몇몇 기구들을 준비하고 로사와 중학생 2명을 더 불러와 수술 준비를 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수술을 도감을 보아가며 시도했다”며 환자를 살리고자 수술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후 그는 연이어 수술에 성공하며 ‘덕적도 명의’라 불렸다.◇ 온갖 수술 섭렵하며 수련… 국내 최초 췌장이식 수술 성공 쾌거덕적도 파견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윤 이사장은 외과 의사로서 끊임없이 수련했다. 당시에 대해 그는 “일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잠자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고 썼다. 그는 췌장 머리부분에 암이 생겼을 때 하는 휘플수술, 양잿물로 식도가 녹았을 때 대장을 식도에 붙여주는 대치 수술 등 각종 고난도 수술을 익혔다.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선진 의료를 배우고자 미국 콜럼비아대학병원 외과학 교실로 해외연수도 떠났다. 장기이식에 주목하며 당뇨병 치료를 위한 췌장 도세포 이종이식 연구에 참여했다. 그는 “9시부터 5시까지 줄곧 실험에 매달려 있었다. 식사하러 갈 시간도 없었다. 3개월 새 체중이 10킬로그램이 빠졌으니 내 몸을 얼마나 혹사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며 연구에 몰두했던 때를 회고했다. 이외에도 신장이식을 연구하며 환자를 돌봤고, 당시 우리나라에서 하지 못하던 심장수술 참관도 이어갔다.이렇듯 그는 끊임없는 수련으로 국내 의료 발전을 이끌었다. 1987년 국내 최초로 췌장이식 수술에 성공한 것이다. 당뇨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된 순간이었다.췌장이식 수술 성공 후 방송사 인터뷰.그는 “의사로서의 도전 중 가장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꼈던 것은 신장이식과 췌장이식 수술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식 수술은 더 이상의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치료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하고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의사로서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인술(仁術) 펼친 경영인… 취약계층 위한 무료진료 지속그는 “아버지는 늘 밤마다 새벽마다 불려 나가서 수술하고 돌아오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나였으니 당연히 의사는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중략) 환자가 있는 곳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 그에 따라 사는 삶이 의사의 숙명이라고 믿었다. 그 습관이 몸에 배서 의사가 되어서도 그런 생활을 당연하게 여겼다”며 책을 통해 의사로서의 삶을 회고했다.실제로 그는 매 순간 환자를 살리겠다는 사명으로 의술을 행했다. 그에게 있어 의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람을 지키는 ‘인술(仁術)’이었다. 성심자선병원 부원장 시절부터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진료를 펼쳤던 윤 이사장은 이후 경영인이 되어서도 한림대의료원과 복지관 차원에서 꾸준히 무료진료를 시행했다. 그는 “무료진료라 해서 임시로 간단한 약 처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시설을 갖춤으로써 웬만한 치료는 거의 해결할 수 있었다”며 “성심자선병원은 영세민을 위한 무료병원으로 극빈 환자들에게는 한 가닥 희망의 끈이 되어주었다. 국가가 복지나 무료진료에 여유를 가질 수 없었던 시절, 그 역할을 앞서 수행한 국내 최초의 민간 무료병원이었다. (중략) 무료진료사업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인술이었다”고 설명했다.또 인간애를 바탕으로 사회복지 증진에도 기여했다. 그가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 주민을 위해 2000만원을 출자해 실시했던 긴급재난지원제도는 정부 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출자했던 금액이 종잣돈이 돼 ‘SOS 기금회’가 설립됐고, 2006년 긴급복지지원법 제정을 통한 긴급생계비 지원 제도 시행에 초석이 된 것이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 성과는 대단히 컸고 결과 또한 아주 흡족했는데, 이렇게 신림종합복지관에서 시작된 SOS 긴급재난지원금은 수년 후 전국적으로 수십억 단위의 SOS 긴급재난지원제도로 발전했다”고 했다. ◇ 시대에 발맞춰 혁신하는 교육인… ‘글로컬대학’ 선정그는 책을 통해 교육자로서의 비전도 제시했다. 전공 간 벽을 허물어 융합인재를 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다짐과 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춰 AI 교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이런 비전을 바탕으로 한림대학교는 K-고등교육모델을 선도하며 2023년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한림대학교는 교육부로부터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그는 글로컬대학 계획서에서 밝힌 주요 전략을 소개하며 “새로운 전공과 융합 분야가 속속 출현하는 세상인데 지금의 폐쇄적인 구조로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 학과의 경계를 초월한 토론과 연구는 새로운 전공 개설, 융합학문 출현 등 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중략) 다음으로 중요한 전략은 AI 기반의 교육 개혁이다. 한림대는 2032년까지 전체 교과목의 20퍼센트를 AI 교수가 담당할 계획”이라며 한림대학교가 걸어갈 길을 제시했다.◇ 병원 설립과 복지관 운영, 해외 학술교류까지… 개척자로서의 삶1945년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윤덕선 학교법인일송학원 설립자의 첫째 아들로 태어난 故 윤대원 이사장은 용산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톨릭의과대학 의학 석·박사를 마쳤다. 이후 한림대의료원 최초 신장이식 수술, 국내 최초 췌장이식 수술을 연이어 성공하며 국내 의료 발전에 기여했다. 학교법인일송학원 2대 이사장에 취임한 후에는 1999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2013년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을 설립하며 학교법인일송학원 산하 한림대학교의료원을 5개 대학병원(한림대성심병원,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을 지닌 대규모 기관으로 성장시켰다. 이외에도 1991년 한국노인보건의료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성심복지관(현 신림종합사회복지관), 안양복지관,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화성시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 동탄노인복지관 등을 운영하며 의료사회복지사업의 초석을 다졌다. 또한 한림대학교의료원과 한림대학교의 세계적인 도약을 위해 2003년 ‘마이티 한림(Mighty Hallym)’을 선포했다. 세계적인 선두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경쟁력을 키워가고자 함이었다. ‘마이티 한림’의 비전 속에서 미국 NYP병원·콜럼비아의대·코넬의대·UCLA, 스웨덴 웁살라대학, 핀란드 오울루대학,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일본 나고야시립대학·나가사키대학 등 해외 유수 대학과 긴밀한 의료학술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정기적으로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열어 양국의 최신 의료지론을 공유하며 의과학 분야 발전을 이끌었다. 故 도헌 윤대원 이사장(왼쪽)이 안데스 하그펠트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총장(오른쪽)으로부터 린네 골드메달을 받는 모습 .이에 2020년에는 국제 학술교류를 통해 의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스웨덴 웁살라대학교로부터 아시아 최초 ‘린네 골드메달’을 수여 받았다. 린네 메달은 세계 최초로 동식물을 분류한 생물학자 칸 폰 린네를 기리기 위해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에서 제정된 상으로, 지난 2007년부터 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업적을 거둔 인물에게 수여하고 있다. 윤 이사장은 웁살라대학교와 한림대학교, 한림대학교의료원의 학술교류를 통해 난치질환과 암에 대한 유전자·세포치료 연구를 발전시킨 공헌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또한 한국의 의료와 대학 교육 발전 및 국내외 사회봉사에 평생을 헌신한 공적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될 예정이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훈장 5등급 중 가장 높은 1등급에 해당한다. 앞서 1996년 그의 선친인 故 윤덕선 박사도 같은 훈장을 받은 바 있다. 훈장이 추서되면 그는 2대째 무궁화장을 받는 영예를 안게 된다. 학교법인일송학원은 故 도헌 윤대원 이사장의 생전 뜻에 따라 자서전 인세 전액을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