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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생 대책 범위, 세제로 넓혀야…자녀당 소득세 공제액 2배로"[만났습니다①]
-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가 저출생 대응 차원에서 그간 재정정책은 다양하게 시도했으나 조세정책에 있어서는 미흡했다고 본다. 소득세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해 다자녀 가구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목적세를 걷어 장기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성효용 한국재정정책학회장(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이 25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효용 한국재정정책학회장(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은 최근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정부가 펼쳐온 저출생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F학점’(낙제)을 줬다. 그는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저출생 대응에 연 평균 10조원을 썼지만,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앞서 정부는 저출생 문제에 본격 대응하기 위해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신설했다. 이후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해 현재 제4차(2021~2025년)를 시행 중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기본계획 아래 집행된 예산은 283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은 1.132명에서 0.72명까지 떨어졌다. 특히 2015년(1.239명) 이후 출산율은 매해 ‘역대 최저’를 경신하고 있어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성 학회장은 “저출생은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문제로, 시장경제의 경향성이 됐다는 점에서 더 큰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사실 해외로부터 들여오고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좋은 제도들이 이미 많은데, 이들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우선 상대적으로 재정에 집중됐던 저출생 대책의 범위를 세제로 넓혀야 한다는 게 성 학회장의 생각이다. 대표적으로 소득세 자녀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1명당 15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최소 두 배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성 학회장은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대비 다자녀 지원이 굉장히 취약한 편”이라며 “자녀 수에 비례하는 소득세 인적공제는 각 가정이 처한 상황이 반영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가계 단위의 생계 지원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저출생 대응이 다층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재원 마련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해 목적세를 걷고 인구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 학회장은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한국의 부채 비율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예산 소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지출을 낮추긴 어렵다”면서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여성이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고 고용환경 개선, 사회 안전망 구축 등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려면 세금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성효용 한국재정정책학회장(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이 25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다음은 성 학회장과의 일문일답.-우리나라 저출생 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저출생은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문제로, 시장경제의 경향성이 됐다는 점에서 보다 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사례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1~3차에 155조 6000억원을 투입했다. 2006년부터 연평균 10조원 안팎을 투입했는데도 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저출생 관련 조세·재정 정책에 있어서 아쉬운 점은.△창업 지원이나 프로스포츠팀 보조, 대학 인문학 강화 등 저출생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 예산이 투입된 부분이 꽤 있다. 해외로부터 도입한 좋은 저출생·가족친화정책도 이미 많이 있으니 이런 제도들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예산이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정부가 그간 보육·교육·혼인·주거 등과 관련해 다양한 재정정책을 시도했지만, 그에 비해 조세정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본다.-정부가 시도해볼 만한 저출생 대응 조세정책은.△소득세 공제 제도는 가계 단위의 생계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 수에 비례하는 인적공제를 현행 150만원에서 최소 2배인 300만원까지는 늘려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다자녀 가구 세제 지원이 굉장히 취약하다. 자녀세액공제 확대는 각 가정이 처한 상황이 반영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가계 단위의 생계 지원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반면 근로소득공제는 누구나 상황에 관계없이 근로소득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므로 축소하는 쪽이 맞다.-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겠나.△관련 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자녀에 대한 혜택을 많이 줘야 사회가 점진적으로 그 방향을 향해가지 않겠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녀장려세제는 자녀 세액공제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고, 아동수당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을 해볼 만하다.-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신생아 1명당 1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설문조사했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단발성이고 단편적인 접근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1억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출산한다 해도 양육을 도와줄 수 있는 조부모나 친척이 없으면 불안해서 아이를 키울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1억씩 줄 돈으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내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돼야 한다.-인구특별회계나 기금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저출생 해결을 위한 목적세 부과도 결단할 필요가 있다. 출생률 제고를 위해서는 여성이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고용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안전망 구축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금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성효용 한국재정정책학회장(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이 25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여성 경제활동참가율(경활율)은 합계출산율과 반비례해왔다.△저출생 정책의 주된 대상은 기업이며,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변해야만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성의 고용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건 중요한 과제다. 골드만삭스는 2019년 발표한 ‘위미노믹스 5.0’ 보고서에서 한국이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를 해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14.4%까지 성장할 거라고 관측했다.-일본의 여성 경활율은 2022년 기준 74.3%에 달한다.△‘아베노믹스’는 여성 경활율을 끌어올린 아주 모범적인 사례다. 2015년 9월 ‘여성활약추진법’을 제정해 여성 채용 비율·남녀 직원 근속연수 격차·여성 관리직 비율 등의 공표를 기업에 의무화했고 여성 고용 친화 인증 기업에 대해선 공공 조달 가점, 정부정책자금 대출 시 금리 인하 등을 혜택을 부여했다. 우리나라는 점진적으로 다양성 지표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은 없는 상태다. -인구구조 변화 속 중장기적 재정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고려해야 할 조치는.△국가 부채 비율이 이제 GDP 대비 55%를 넘어가고 있다. 비기축 통화 국가 중 한국의 부채 비율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건 사실이지만,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예산 소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낮추긴 어렵다. 재정건전성 관리도 함께 해야 하는 만큼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소득세와 자산세 중심의 누진과세로 세원을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부가가치세율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학회 일정 및 임기 내 목표는.△저출생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이다. 노동시장과 산업구조를 매개로 조세체계 및 재정지출 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길텐데,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노동환경과 지역균형발전, 소득불평등 측면에서 저출생의 원인을 진단하고 조세·재정정책에 있어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 "비혼출산 포용해야" 4050 효도 했지만, 효도 못 받는다 [ESF2024]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결혼해서 애 낳으면 애국이다, 솔로는 세금 더 내야 한다’ 이런 말은 굉장히 폭력적이라 반응합니다. 새로운 세대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프레임에 거부감을 느낍니다.”‘핵가족’을 넘어 이제 ‘핵개인’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한 송길영 작가. 그는 핵개인의 표본이자 저출산의 당사자인 새로운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은 오롯한 선택의 문제라고 짚었다. 기성세대가 품어온 ‘정상성’(正常性)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송 작가는 내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을 차지할 65세 이상 고령층과 이러한 새로운 세대와의 공존을 위해선 ‘평등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송길영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결혼을 출산의 전제로 여기는 강박속에선 결혼이 어려우면 출산도 어렵다”며 “비혼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 수용·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핵개인의 시대…정상가족, 결손가정 틀 깨야”‘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를 자처하는 송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이젠 누구의 자식, 배우자, 부모가 아닌 ‘나는 나’라고 인식하는 핵개인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핵개인이란 자기 삶에 주체적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며 “사회 모둠에서의 역할 아닌 개인의 삶을 중시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결혼·출산 기피도 ‘핵개인으로서의 선택’으로 해석했다. 그는 “‘애를 안 낳아서 큰 일이야’라는 말에 새로운 세대는 ‘내가 왜 낳아야 하느냐’고 되묻는다”며 “선택의 문제를 마치 의무를 등한시하듯 말하면 반감을 산다”고 말했다.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 ‘저출산에 따른 국가적 위기’나 ‘가정의 중요성’ 등을 앞세워 결혼·출산을 독려 혹은 강요한들 역효과만 낳는단 지적이다.결혼·출산을 인생의 정해진 수순처럼 여기던 기성세대와의 다름. 송 작가는 이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다름을 낳은 주요인으로는 새로운 세대가 처한 환경을 꼽았다. 송 작가는 “과거엔 결혼해서 월세방부터 시작해도 수 년 동안 일하면 아파트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파트값이 직장인 연봉의 수십 배에 달한다”며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청년에게 결혼해서 월세방 가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의 압축성장 속에 삶의 기준이 올라간 만큼 우리의 욕망도 커졌다”며 “이 욕망을 충족시킬 만큼 주거·양육 환경에 안정성이 없으니 결혼·출산 여건이 안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커리어 관리, 솔로이거나 아이 없는 삶의 만족도 등 다른 요인들도 있다”며 “저출산의 원인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고 했다.송 작가는 다름에서 생겨난 변화에도 주목했다. 과거 기준의 정상성 궤도에서 비켜나 있는 비혼출산이다. 비혼출산에 대해서까지 수용·존중할 수 있을 때에 모든 아이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송 작가의 견해다.그는 “서울대공원에 놀러온 부모와 두 자녀의 모습을 ‘정상가족’의 표상처럼 그렸던 때가 있다”며 “이와 다르면 ‘결손가정’이란 말로 열패감과 상처를 줬지만 이제는 결혼과 출산의 선후관계 틀이 깨지면서 정상가족의 환상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을 출산의 전제로 여기는 강박 속에선 결혼이 어려우면 출산도 어렵다. 프랑스는 출생아의 60%가량이 혼외자인데 한국은 3%에도 못 미쳤던 이유”라며 “정상성이라는 개념을 다시 돌아볼 때에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묻지 않고 모든 아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했다.◇“미정산세대, 부양은 기대난망…수평적 교류해야”송길영 작가(사진=김태형 기자)송 작가는 저출산의 시대에 ‘효도의 종말’이 함께 왔다고 짚었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이연된 보상’, 즉 대를 잇는 효도를 더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단 분석이다.송 작가는 “지금 40대 후반, 50대는 부모에 효도했으나 자식의 효도를 받지 못하는 첫 번째 ‘미정산 세대’가 된다”며 “이는 불가항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억울하겠지만 억울함을 잊고 아래 세대에 베풀면서 호혜적인 관계를 맺는 게 유리하다”며 “유리한 쪽으로 변화를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내년이면 국민의 20% 이상을 차지할 65세 이상 고령층과 새로운 세대의 공존에도 ‘평등한 교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고령층도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등 IT(정보기술)와 보다 가까워지면서 과거보다 자립성을 확보하고 핵개인화하고 있어 평등한 교류에 긍정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관계 맺을 수 있는 대상도 피로 맺어진 가족에서 온·오프라인 친구로 확대돼 연대를 맺는 데 보다 용이한 여건이 됐다.송 작가는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지혜가 충만하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고령층과 만나고 어울릴 것”이라며 “나이를 곧 권위로 연결시키지 말고, 결혼과 출산을 압박하는 식의 상대방이 꺼릴 대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고령층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으로 영혼과 육체를 잠식한다”며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다. 나이를 잊고, 수평한 형태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그렇다면 사적부조, 부양의 손길이 사라진 부모·조부모세대는 경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송 작가는 “핵개인화가 심화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안전판에 합의를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가뜩이나 노인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고령층이 빈곤의 나락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교 사례로 일본을 언급하기도 했다. 송 작가는 “일본에선 자식이 분가할 때 금전적인 지원을 안 한다”며 “효도의 개념도 용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저 잘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로 안 주고 안 받는 관계가 약속된 일본은 노인 빈곤율이 우리나라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 송길영 작가는...△고려대 전산과학 학·석사 △고려대 대학원 컴퓨터학 박사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겸임교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초빙교수, 서울여대 컴퓨터학과 겸임교수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상상하지 말라》, 《그냥 하지 말라》,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등 저술
- 연구원에 변리사 출신 검사 포진..산업스파이 수사 '맹활약'
- [이데일리 성주원 박정수 기자] “주요 기업을 비롯한 산업계, 산업통상자원부·특허청 등 정부기관, 대학 등 연구기관 등이 첨단산업과 관련한 각 분야에서 맡은 역할을 다해주고 있는 것만큼, 저희도 기술유출범죄 수사 분야의 최일선에서 첨단산업 보호의 보루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혐의 규명 및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안동건(51·사법연수원 35기)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부장검사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첨단산업보호’라는 막중한 임무와 관련해 이같은 각오를 밝혔다. 안동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연구원·변리사 출신 검사…기술유출 수사 드림팀지난 2017년 12월 첨단산업보호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수원지검은 2019년 2월 산업기술범죄수사부를 신설했다. 2021년부터 방위사업과 관련된 수사 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현재 부장검사 1명, 전담검사 5명, 수사관 13명, 실무관 6명, 특허자문관 2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방산부 소속 검사들 면면을 살펴보면 기술유출 범죄의 특성을 고려한 인력 배치가 눈에 띈다. 지난해 2월 방산부로 전입된 노영진(변호사시험 4회) 검사는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KAIST)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066570)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2015년 검사로 임용됐다. 대기업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한 그의 경험은 수원지검 방산부 동료 검사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노 검사는 “개발과 관련한 전반적인 프로세스와 기업의 생리는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민우(변시 4회) 검사 역시 이공계 인재다. 연세대 전지전자공학부 재학 중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그는 졸업 후 고려대 법전원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하고 검사로 임용됐다. 특허범죄 중점검찰청인 대전지검에서 특허범죄조사부 소속으로 있으면서 첨단기술 유출 범죄 수사 경험을 쌓았다. 최성규(40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범죄수익환수부 등에서 근무하면서 반부패범죄 수사 경험과 능력을 검증받았다. 2021년에는 범죄수익환수 공로를 인정받아 검찰총장 표창도 받았다.안지영(42기) 검사는 서울남부지검, 수원지검 성남지청, 광주지검 등을 거쳐 지난해 수원지검에 전입한 뒤 올해 방산부에 합류했다. 안덕중(47기) 검사는 충북과학고와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이공계 인재 출신이다. 지난해 9월부터 수원지검 방산부를 이끌고 있는 안동건 부장검사는 직전 1년여간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전국의 기술유출 사건을 모두 지휘한 바 있다. 안 부장검사는 “수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특허청에서 자문관 2명을 파견받아 영업비밀, 산업기술 해당 여부에 대한 자문을 받는 등 수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IT 전문 수사관 4명을 배치해 대량의 디지털증거 분석, 압수물 저장 서버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소속 검사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동건 부장검사, 안지영 검사, 노영진 검사, 안덕중 검사, 최성규 검사, 서민우 검사. (사진= 방인권 기자)◇“장점 극대화 위해 장기근무·부서확대 등 필요”수원지검 방산부가 해결한 사건 수는 지난해 99건으로 전년(60건) 대비 60% 증가했다. 최근 5년간을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치다. 중점청 제도를 통해 산업기술범죄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축적한 결과로 풀이된다.안 부장검사는 “수사 인력, 설비 등이 해당 분야에 맞게 갖춰질 수 있고 관련 수사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후속 검사 및 수사관들에게 전수할 수 있다”며 “산업기술범죄 대표 검찰청으로서 유관기관과의 협력관계도 원활히 유지하면서 정보 공유 및 필요한 지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전했다.이와 관련해 수원지검은 검사와 수사관들의 모임인 첨단범죄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주요 수사사례를 공유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활동을 다시 확대해 외부기관 초빙 강의, 유관기관과의 세미나 등 정보교류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중점청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해 보인다. 검사들은 통상적으로 2년 근무 후 인사 이동을 하게 되는데 중점청 사건 부서 근무시엔 1년 연장이 가능하다. 안 부장검사는 “기술유출범죄 수사의 경우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다른 수사부서로 이동하게 되면 그동안 쌓은 수사경험과 지식이 무용하게 될 수 있다”며 “장기 근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는 또 전담부서 추가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다. 안 부장검사는 “지능화, 대형화하는 기술유출범죄의 추세, 직접 수사하는 사건뿐 아니라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에도 충실한 수사가 필요한 점 등에 비춰 1개 부서만으로는 모든 사건을 적시에 처분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방산부를 1·2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건의중”이라고 밝혔다.
- “167개 해외공관이 중기 수출 전진기지될 것”
- [대담=박철근 부장·정리=김영환 기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외교부에서 36년간 공직생활을 해온 ‘외교통’이다. 그만큼 해외 진출 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풀어내는 데 세계 각국에 위치한 공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오 장관이 경쟁력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글로벌화를 자신하고 주요 정책으로 꼽은 배경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글로벌화’는 단연 ‘오영주표 정책’이다. 베트남 대사를 역임하면서 기업들의 건의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베트남 정부 인사들과 만났던 경험이 녹아있다.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해외공관을 적극 활용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영훈 기자)오 장관은 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이뤄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외교부도 경제 외교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소기업이 직접 대사관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어 현장에 어떤 애로가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구축한 네트워킹을 통해 애로를 청취하고 이를 외교부에 전달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외교부도 중기부와 뜻을 같이 하면서 167개 재외공관을 수출·수주 전진기지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오 장관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막역한 관계다. 조 장관이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외교 현장이 아닌 벤처업계 신년회를 찾은 데는 오 장관의 역할이 컸다. 중기부와 외교부는 ‘재외공관 협업 K-스타트업 글로벌 네트워킹 지원사업’을 마련해 우리 기업의 현지 적응을 돕기로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애틀, 베트남 하노이·호치민, 사우디, 튀니지, 싱가포르 내 재외공관이 선정됐다. 다음은 오영주 장관과의 일문일답.-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글로벌화는 오영주표 정책이다. 향후 계획은.△중소벤처 분야 주재관 신설은 글로벌화 정책 추진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으로 관계부처와 지속 협의하며 만들어 갈 계획이다. 재외공관주재관 임용령에 중소벤처분야가 따로 없어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 및 해외진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제가 (베트남) 대사로 있을 때도 중기부 차원에서 나에게 요청한 사례는 없었다. 대사만큼 현지 정부와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이 없다. 이걸 잘 활용할 계획이다. 외교부의 업무 중에도 경제 외교가 있고 성과를 내야 하는데 아이템이 너무 적다. 중기부가 구체적으로 요청을 할 수 있다면 공관에서도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 성과는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고 대사관에서도 만족할 성과일 수밖에 없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해외거점이 부족한 부분은 외교부와 협력해 재외공관을 글로벌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코트라의 네트워크와 인재풀을 활용하는 방안도 산업부 등과 협의해 갈 계획이다.-중국 이커머스 침투로 국내 소상공인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제조업의 경우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무료배송 정책으로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가 우려된다. 또 국내기업의 저작권을 도용한 제품이 중국 이머커스에 유통되면 매출 타격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기존에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팔던 유통 소상공인의 입지도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범정부 TF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지속 모니터링 해 TF와 함께 대책마련에 나설 계획이다.-올해 벤처투자시장 동향 및 전망은.△올해는 작년 대비 나아질 것이라는 현장의견이 전반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모태펀드를 1분기에 집중할 계획이고 이렇게 되면 펀드 결성이 확실하게 빨리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 2년 조정기를 거치고 올해는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통해 해외 VC들로부터도 투자를 받고 또 지방에서도 벤처 투자가 많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테크기업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은 계속 활성화하고 로컬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라이콘 펀드도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은 1조6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36% 확대됐다. 중기부는 전액을 1분기 이내 공급할 예정이다.-스타트업 코리아 펀드가 2027년까지 2조원 조성이 목표였는데 속도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가능한 조속히 펀드 조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모태펀드를 통해 결성한 펀드 회수율이 굉장히 높다. 기본적으로는 이 투자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투자라는 걸 중기부가 증명을 했고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도 성공적으로 가져가면 다양한 기업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펀드는 초격차나 세컨드리 쪽에 투자를 하는 거니 새로운 유형의 투자 영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 -플랫폼법을 두고 중기부 정책 영역인 소상공인 업계와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첨예하게 맞선다.△아직 공정위에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기부는 업계(소상공인 및 벤처업계)와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잘 전달했다. 법안이 나온다면 협의와 토의를 이어가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모든 게 다 명확하지 않아 서로 입장이 다르다고 본다. 소상공인이 걱정하는 점은 플랫폼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인데 공정위가 개선하고자 하는 플랫폼법의 메인 내용이 아니다. 법을 제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정책 대상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판단을 하겠다.-중소기업 옴부즈만과 한국벤처투자 대표 등 공석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지난해 8월 전임 중소기업 옴부즈만의 사퇴로 신규 위촉 절차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각계의 의견을 좀 더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규제전문성, 혁신성, 기업이해도, 추진력 등을 가진 후보자를 발굴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도 작년 대표이사 사임 후 전문성 있는 후보자를 발굴할 수 있도록 벤처·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등 각계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 모태펀드 등 한국벤처투자의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부대표가 직무대행 중이다.◆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1964년생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교 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외무고시 22회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주유엔차석대사 △외교부 장관특별보좌관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주베트남대사 △외교부 2차관
- 북한인권정보센터, 3차 UPR 이행 점검 “北 소수자 인권 개선 기대”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2019~2023년 유엔의 북한인권에 대한 제3차 보편적 정례검토(UPR) 결과를 발표하며 그나마 장애인, 아동, 여성 등 소수자의 인권 부분은 개선이 기대되는 분야라고 했다.북한 주민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설 명절을 즐겁게 맞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NKDB는 22일 오후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북한 UPR을 모니터링한 신간 보고서 ‘세 번째 기회: 북한 제3차 보편적정례검토 실행에 대하여’를 발간하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와 세미나는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지원했다.신영호 NKDB 이사장은 “북한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정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적극 참여하는 편”이라며 “대체적으로 체제와 직결되는 정치권 권리 권고안과 달리 사회적 약자 등에 관한 비정치적 권고안은 수용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은 “보고서의 발간은 북한의 실질적 이행촉구에 작은 불이나마 지피는 일”이라며 “북한 주민의 인권이 조금이나마 신장된다면 통일은 그만큼 앞당길 수 있다”고 전했다.UPR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193개 유엔 회원국의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를 4년 6개월 주기로 점검하는 절차다. 북한은 2009년, 2014년, 2019년 심사를 받았고 올해 11월 4차 UPR을 앞두고 있다. 북한은 3차 UPR에서 262개의 권고안 중에서 132개를 수용한다고 밝혔다.송한나 NKDB 센터장은 북한이 지난 1∼3차 UPR에서 소수자 인권에 그나마 관심을 보였지만, 2019년 이후 탈북한 이들을 인터뷰해보니 눈에 띄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송 센터장은 “북한이 가정폭력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했다고 대외적으로 발표했을지라도 북한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이어 송 센터장은 “소수자의 인권 문제는 진전을 거둔 부분”이라며 “해당 이슈에 큰 발전과 개선이 있기를 기대했던 분야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북한 내부에서는 규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송 센터장은 “양성 평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금지하는 것을 사회주의 헌법에 포함시키도 했다”며 “가정 폭력은 전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북한은 장애인 인식 제고를 위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사이트는 북한 내부에서는 접속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영상으로 출연해 “북한이 국제규약(ICCPR)에서 사형제 폐지를 비준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작은 걸음이지만 긍정적인 변화”라고 3차 UPR에 대해 언급했다.이어 “취약여성, 아동에 대해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에 대해 가능성을 보였다”며 “올해 11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북한이 이 기회에 UPR을 통해 국제사회에 참여하는 걸 재개하길 희망한다”고 했다.북한이탈주민인 현인애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은 탈북민이 거짓말을 한다고 하는데, 실제 북한을 가보면 훨씬 더 처참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인식을 바꿔야 하고, 국제사회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통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NKDB는 이번 조사를 위해 북한의 제3차 UPR이 이뤄진 2019년 5월 이후 북한을 떠난 북한이탈주민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10월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응한 탈북민은 남성 11명, 여성 9명이다.
- 최재천의 고언…“손잡고 살아남은 자연 생태계서 배워라”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최재천(70)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의 호칭은 여럿이다.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그의 영역은 넓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워너비(가지고 싶은) 시아버지’로 불린다. 2020년 늦깎이에 시작한 유튜브가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자연과 인간의 생태계를 논하는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 구독자 수는 68만7000여명. 소멸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애 낳으면 바보!”라고 직언을 날리는가 하면, 성심껏 상대를 공감한다. 2016년 초대 국립생태원장 시절,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 꿇고 상장을 건네주던 모습은 뒤늦게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기어코 찾아오겠다는 학생들에겐 연구실 문을 활짝 열어놓는 게 그다. 지난 25년 동안 쉼 없이 신문에 칼럼을 썼고, 지금까지 번역하거나 직접 쓴 책을 모두 합하면 무려 100권이 넘는다. ◇불평등 심해지면 사회 붕괴…필요한 건 `공생`최재천 교수의 새 책 ‘최재천의 곤충사회’(열림원)는 2013~2021년 그의 강연과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에세이집이다. 미국에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인간을 탐구하기에 이른 삶과 연구 이력, 생각 등을 생생하게 풀어냈다.최 교수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 화두인 양심과 공정, 경쟁과 협력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며 책을 소개했다. 이어 “그간 신문이나 잡지 칼럼에 쓴 글을 묶어 낸 에세이는 많았지만 이번에는 의미 있는 강연을 모아 그 녹취를 바탕으로 책을 냈다”며 “직접 쓴 글보다 강연에서 말로 전한 이야기는 톡톡 튀는 맛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신문 칼럼과 강연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최 교수는 “그동안 이 사회가 변화했으면 해서 목소리를 낸 일들이 제법 있다. 당시에는 그게 아무 효과도 없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것들이 분명 생기더라”라며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노력하면 국민 대다수가 이를 품는 걸 여러 번 봤다. 이게 대한민국 국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신간에서는 인간과 다른 듯 닮은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책에서 곤충을 비롯한 자연의 삶을 “열심히 베끼자”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몇몇 식물들이 씨앗을 동물 털에 붙여 멀리 이동시키려고 고안해 낸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것이 찍찍이(벨크로)고, 이것이 의생학의 대표 사례”라며 “인간이 자연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지혜가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지금 당장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공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공생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그는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가 붕괴한다는 걸 동물 사회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동물 사회를 관찰하면 알파 메일(으뜸 수컷)이 혼자 다 차지하지 않고 나눈다”며 “인간 사회는 한번 쥐면 너무 많이 가지려는 경향이 있는데 동물 사회에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인류가 현명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심비우스’(공존하는 인간)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공생(symbiosis)에서 착안해 직접 만든 용어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을 의미한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공평을 주장하지만, 가진 자가 공평하게 살면 그런 사람들만 잘 살게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평에 양심이 더해진 ‘공정’입니다.”2016년 초대 국립생태원장 시절 어린이에게 상장을 주면서 눈높이를 맞추고자 무릎을 꿇은 최재천 교수(사진= 국립생태원 제공).◇정부, R&D 예산 대폭 늘려야 쓴소리도현 정부가 기술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기후 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데에는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1994년에 미국에서 귀국할 때만 해도 ‘한국도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날이 오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오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국가 전체 R&D 예산이 30조원 정도인데, 하버드대 기부금 총액이 50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국가총생산(GDP) 대비 R&D 예산 비율을 자랑하지만 예산 액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기후 문제 관련해선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기후 깡패, 기후 얌체로 불리는데 내가 보기엔 기후 바보다. 재생에너지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반도체도 자동차도 팔 수 없게 되는데 정부가 빨리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최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한 위기의 심각성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 연구 동료이자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의 말을 빌려 “우리는 끝내 해결책을 찾을 것이고, 그래서 희망적이다”라고 했다.
- SEC도 주목한 韓 공매도…배터리 아저씨 격분[최훈길의뒷담화]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말씀을 부정하는 겁니까.”‘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 주최로 열린 공매도 토론회에서 “대통령 지시에도 공매도 제도개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안 되는 이유만 얘기하고 있다”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제대로된 공매도 제도개선 없이 시간끌기용 면피성 검토만 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쏟아졌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작년 11월14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해결책을 준비해달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토론회를 보면 현재까지 공매도 제도개선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난항을 거듭하면서 겉돌고 있습니다. 공매도 제도개선 쟁점은 △상환기간·담보비율 일원화 △불법 공매도 차단 전산 시스템 구축 △불법 공매도 제재 강화 등입니다. 하지만 작년 11월6일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현재까지 합의된 내용은 없습니다. 여론의 관심이 주춤해지자,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공매도 금지 데드라인인 6월 말까지 제대로된 제도개선안이 나오기 힘듭니다. 공매도는 국내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공매도 향배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 출장을 갔다 왔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만난 위원(commissioner)도 우리나라의 공매도 금지 및 제도개선 논의를 알고 있고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해외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 제도개선이 ‘용두사미’가 되면 개인 투자자들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총선용으로 공매도 금지를 한 뒤 근본적 제도개선 없이 끝나게 될 경우엔, 논란만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 뒷담화에서는 이렇게 되지 않도록, ‘공매도 금지 이후 제도개선 향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박순혁 작가는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공매도 제도개선을 바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당국 입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방인권 기자)-최근 공매도 토론회는 내용부터 살펴볼까요?△지난달 27일 토론회를 총평하자면 ‘불꽃 튀는 갑론을박 토론회’였다고 총평을 내릴 수 있습니다. 토론회 주제는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여러 쟁점이 부딪혔는데, 첫째로 ‘실시간 불법공매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2018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주식 매매제도 개선 방안에서 실시간 주식 잔고 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이 시스템은 의지만 있으면 구축이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그러나 거래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2018년 금융위가 발표한 개선 방안은 2020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일반매도, 차입공매도, 권리매도 등을 관리하는 기관이 분업화돼 정확한 잔고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검토 의견으로 폐기됐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해 자동으로 걸러주는 대차거래 플랫폼 도입을 의무화하자는 제안도 나왔지요?△‘대차거래 플랫폼 의무화’가 두 번째 쟁점인데요. 관련 내용은 박순혁 작가가 제안했습니다. 박 작가는 “공매도 주문을 낼 때 무차입인지 차입인지 걸러낼 책임은 증권사에 있다”며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무차입 공매도를 걸러주는 대차거래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해 박 작가는 국내 IT회사 트루테크놀로지에서 출시한 ‘트루웹’을 사용하면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그는 “2021년 하나증권은 트루웹 도입해 대차거래 전 과정 전산화를 마쳤다”며 “공매도를 활발하게 하는 증권사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금융위가 이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거래소선 이같은 플랫폼 도입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는데요. 거래소에 따르면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차입계약뿐 아니라 잔고에 가감되는 투자자의 모든 장내·외 거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래소는 박 작가가 제안한 대차거래 플랫폼인 ‘트루웹’은 차입 주식 수만 집계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국내 기업의 ‘트루웹’ 사용을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거래소는 다수 투자자가 동일 플랫폼을 사용할 때 독과점 문제도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팽팽하게 이견이 있다 보니, 분위기가 뜨거웠을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이견이 반복되자 개인 투자자 측 패널들이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특히 박순혁 작가는 안 될 이유만 찾고 현실적 어려움만 얘기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공매도 제도개선을 지시했는데 공매도 제도개선 관련해 안 될 이유만을 얘기할 게 아니라, 되는 방안과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한국거래소는 고의로 대안을 회피한 게 아니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7일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박순혁 작가(전 금양 홍보이사),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 여상현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대차부장, 홍문유 코스콤 금융투자상품부장, 김영규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장 모습. (사진=김보겸 기자)-그러면 한국거래소에서는 어떤 시스템 도입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나요?△거래소 입장은 이렇습니다. ‘기관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와 거래소 등 제3자가 실시간으로 주식잔고·매매수량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역시 곤란합니다. 매매거래 내역과 차입주식 현황 등 자신의 매도 가능 잔고를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건 기관 투자자 자신입니다. 따라서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공매도 잔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는 게 거래소 입장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같은 ‘셀프 테스트’로 불법 공매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입니다. 위법인지도 알면서도 수익을 위해서 일부러 고의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셀프 테스트’로 제때에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관련해 최근에 글로벌 IB가 고의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한 게 드러났지요?△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의결한 결과를 지난달 25일 공개했는데요. 증선위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 BNP파리바증권, HSBC가 4~9개월에 걸친 무차입 공매도 주문·수탁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검찰 고발 및 총 265억2000만원 과징금 부과(BNP파리바 110억원, BNP파리바증권 80억원, HSBC 75억원)를 결정했습니다. 과징금은 2021년 4월에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이번 결과는 지난 10월15일 금감원이 BNP파리바와 HSBC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제재 결과입니다. BNP파리바는 2021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약 8개월간 카카오(035720)를 포함한 국내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주문했습니다. 증선위는 BNP파리바가 불법 공매도를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방관한 채 공매도 주문을 했다면서 고의성이 있다고 지적했구요. HSBC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호텔신라(008770)를 비롯한 국내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습니다. 증선위는 HSBC가 자사의 공매도 업무처리 방식, 전산시스템이 한국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법 행위를 지속했다며 이를 고의적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이같은 사례를 보면 ‘셀프 테스트’로 불법 공매도를 근절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올해 1~8월 불법 공매도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45건, 과태료·과징금 부과 금액 합계는 107억475만원이었다. 외국계 금융사가 전체 과태료·과징금 부과액의 92%를 차지했다.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다 제재 건수이자 역대 최대 과징금이었는데, 12월 BNP파리바와 HSBC 제재로 제재 건수 및 과징금 규모가 늘어났다. (그래픽=김정훈 기자)-관련해 국회에서 불법 공매도 제재를 강화하는 논의를 하고 있지요?△BNP파리바, HSBC를 보면 2021~2022년 국내 증시에서 560억원대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과징금은 265억2000만원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지난 3월 외국계 ESK자산운용의 불법 공매도에 대한 38억7000만원 과징금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에 비하면 과징금 규모가 상당히 커졌고 사상 최대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불법 행위는 560억원대 규모인데 과징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금융위, 금감원 모두 ‘주문금액 등에 따라 산술적으로 과징금 규모가 나오는 계산되는 거라 봐주기는 없었다’는 입장인데요.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는 ‘여전히 솜방망이 제재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관련해 여야 모두 불법 공매도에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불법 공매도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3년 이상 유기징역과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4~6배 벌금(김용민 민주당 의원) 부과 등을 담은 법안이 계류돼 있구요. 공매도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이면 가중처벌하는 법안(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있습니다.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관련해 금융위가 부당 이득의 최대 6배 벌금에 가중 처벌 3배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는 했는데요, 이는 김용민·권성동 의원안을 병합한 내용입니다. 벌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기존 3~5배에서 4~6배로 올리는 것, 벌금으로 결정될 시 불법 공매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벌금을 2배로 하고 50억원 이상인 경우 벌금을 3배로 가중한다는 것인데요. 이외에도 불법 공매도 행위자에 대한 계좌 지급정지, 금융거래·임원선임 제한도 검토하고 있는데요.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 및 여야 논의가 남아 있어서 최종안을 좀 더 봐야 됩니다. 미국은 악의적으로 남용하는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부당 이득의 10배로 벌금을 매기거나 20년 이하 징역을 적용할 만큼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어서요,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주현(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작년 11월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2023년 11월6일부터 2024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공매도란 주가의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만 냈다면 이는 무차입 공매도로 우리나라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향후 제도개선 전망은 어떤가요?△국회 논의가 겉돌고 있습니다.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1소위)는 지난달 5일 해당 법안들을 상정해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후 각종 쟁점 법안, 국회 예산안 처리 등으로 공매도 논의가 거의 진전되지 못했습니다.상환기간·담보비율 일원화, 불법 공매도 차단 전산 시스템 구축, 불법 공매도 제재 강화 및 제재 수단 다양화 쟁점 중에 상환기간·담보비율 일원화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일례로 금융위는 상환기간을 ‘90일+알파’로 개인, 기관, 외국인 모두 똑같이 설정해 놓았다고 했지만, 개인투자자 측에선 “기관과 외국인이 ‘계속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한 공매도”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관련 쟁점에 대해서도 향후 논의가 주목됩니다. -올해 상반기 제도개선 최종안을 관련해 해외에서도 관심이 클 것 같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안 공모에 선정돼, 재단 지원을 받아 지난 달에 미국 워싱턴 D.C. 출장을 갔다 왔습니다. 당시 헤스터 피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Hester Pierce SEC commissioner)과 만났을 때 ‘한국의 공매도 금지와 제도개선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피어스 위원은 “한국의 시장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면서 신중하게 운을 띄웠습니다. 그는 “시장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살지, 팔지, 공매도를 할지 모두 마켓에 필요한 절차”라며 “과거에 미국은 경제위기 때에 공매도를 금지하려고 했었는데 그것이 잘 안 됐다. 미국 상황은 그렇다”고 덧붙였습니다. 공매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보다 직접적으로 시장 규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개인 투자자가 많은 우리나라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해외보다 클 수 있기 때문에, 규제가 더 엄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도개선 방향도 공정성을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외 자금이 오가는 자본시장은 글로벌 추세와 흐름도 중요합니다. 최종적으로 공매도 제도개선안을 확정할 때, 우리 정부가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올해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금지(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는 제외)된 가운데,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해 11월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중요하지요?△그렇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면서, 국내외 규제의 균형까지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난제일 것입니다. “시장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SEC 위원 지적대로, 개인 투자자들이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고 우리 금융당국은 이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보다 경청했으면 합니다.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가 향후 6개월간 더 많이 머리를 맞대고, 국내외 투자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면 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번에 제대로 개선하기 위해 국회 논의도 속도를 내길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 7914억 제보자 포상금…‘제2 임창정’ 없는 美[최훈길의뒷담화]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올해 자본시장을 되돌아 보면 1순위 이슈 키워드는 ‘주가조작’이라고 봅니다. 지난 4월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을 시작으로 6월, 10월까지 세 차례나 주가조작 사건이 터졌습니다. 초유의 일입니다. 지난 4월 당시 나흘 만에 시가총액 8조원이 증발하는 등 주식 투자자들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이를 보며 ‘우리나라 정부는 왜 세차례 주가조작을 막지 못했나’, ‘주가조작을 막을 후속 대책은 제대로 만들어졌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동료 기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습니다. 언론사를 둘러싼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안 공모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지난 6월 응모했고 7월에 취재비 일체를 지원받게 됐습니다. ‘지원하되 콘텐츠는 노터치’라는 언론재단 기조, 이데일리 편집국의 지원 분위기에 눈치 보지 않고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자본시장 선진국에서 인사이트를 얻자’, ‘당장 실현되지 않더라도 대안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생각에 미국(최훈길), 호주(김보겸), 영국(이용성) 출장을 갔다 왔습니다. 3명의 총 출장 기간만 한 달이 넘었고, 기획부터 보도까지 반년 넘게 걸린 기획취재를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저만 해도 인터뷰 섭외를 위해 1000통 넘게 메일을 보냈으니까요, 취재팀 전원이 고군분투 했습니다. ‘올해와 같은 세차례 주가조작 사태가 재발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해외에서 벤치마킹할만한 자본시장 정책을 찾아내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자본시장과 투자자들에게 보탬이 될만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왔습니다. 오늘 뒷담화에서는 관련 취재의 뒷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취재하면서 어떤 자본시장 정책이 가장 주목됐나요?△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취재를 했는데요. 미국의 자본시장 제도를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헤스터 피어스 위원(Hester Pierce SEC commissioner)과 SEC 집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요.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을 매력적인 제도에 대해 얘기를 들었습니다. 피어스 위원은 위원장 포함 5명으로 구성된 SEC의 고위급 위원입니다. 특히 피어스 위원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미국의 제보자 포상금 제도를 설명한 게 인상 깊었습니다. “미국에도 주가조작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미국엔 내부제보(휘슬블로잉·whistleblowing)처럼 이를 규제할 법이 잘 돼 있다. 한국 정부가 이를 도입한다면 정책 조언을 해줄 수 있다”. 휘슬블로잉 즉 내부 제보자(내부 고발자)를 위한 포상금 제도가 미국에 잘 갖춰져 있다는 건데요. 포상금 액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SEC는 올해 5월 SEC에 제보한 내부 고발자 1명에게 2억7900만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3700억원에 달합니다. 5월에만 그런 게 아닙니다. 지난 8월에도 제보자 7명에게 포상금 1억400만달러(약 1300억원)를 지급했습니다. SEC가 지난달 펴낸 연례 의회 보고서를 보니, SEC가 제보자 포상금으로 지급한 금액이 올해만 거의 6억달러(7914억원)이라고 합니다. 포상금 지급 건수를 보면 주가조작 등의 제보자에 대한 포상 건수가 제일 많구요. 폰지나 피라미드 사기, 코인, 기업 공시나 재무, 내부자 거래 순이었습니다. -제보가 늘면 증권범죄 피해를 줄이는 등 여러 긍정적 효과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SEC가 지급한 포상금이 수천억원 규모여서 놀라운 숫자지만, SEC는 이 같은 내부고발로 40억달러 즉 5조원이 넘는 투자자 피해를 막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조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갈수록 증권범죄가 은밀하고 교묘해지면서 당국이 이를 선제적으로 적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피어스 위원은 “포상금을 강화하자 SEC가 접근하기 어려운 내부 정보들을 많이 입수하고 있다”며 이같은 포상금 제도가 선제적 범죄 예방·적발 효과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파격적 포상금 도입 이후 SEC에 접수된 제보는 제도 도입 직전인 2010년 334건에서 올해 1만8354건으로 55배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포상금을 지급하려면 재정 부담이 크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페어펀드(Fair Fund) 제도라는 미국의 투자자 보호 방안 때문인데요. 미국은 사베인스·옥슬리법(SOX법)에 따라 증권범죄 부당이익환수 금액을 불공정거래 피해자 위한 공적기금(페어 펀드·Fair Fund)에 적립 중입니다. 페어펀드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과징금 등을 부과한 뒤 걷어 들인 제재금을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반환해주는 구제 목적의 펀드입니다. 이렇게 제보가 늘고 제재금이 늘면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입니다. 제재금이 늘수록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지원금도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피어스 위원은 “미국에서는 누가 피해자인지 모를 경우에만 국고로 환수할뿐, 나머지 대부분은 피해자들에게 돌려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파격적 포상금 도입 이후 SEC에 접수된 제보는 제도 도입 직전인 2010년 334건에서 올해 1만8354건으로 55배 늘었다. 2023년 SEC 연례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이 접수된 제보는 주가조작 관련 내용이었다.(사진=최훈길 기자, 그래픽=이미나 기자)-이같은 포상금 제도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많지요?△우리나라 포상금 연간 총액은 재작년 1185만원, 지난해 0원, 올해 1억85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이 액수가 건당이 아니라 한 해 총합산입니다. 미국은 제재부과금의 10~30%를 제보자 포상금으로 지급하니까요, 부과금이 많으면 포상금 한도도 올라가니 어떤 한도나 캡을 씌워놓은 게 아니거든요. 반면 우리나라는 1건당 최대 지급 포상 한도는 20억원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익명 제보는 불가능하구요. 미국은 과징금이나 제재금이 재원인데, 우리나라의 포상금 재원은 증권사 등 금융사가 부담하는 감독분담금이기 때문에 재원이 한정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가조작, 불법공매도 등 증권범죄 관련 과징금은 피해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배상금으로 사용되지 않고 국고로 전액 환수됩니다.한편 금융위는 포상금 최고한도를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상향, 익명 신고 도입(단 포상금 수령하려면 실명 인증 필요), 포상금 재원을 정부 예산으로 마련하는 등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12월14일~내달 8일)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어떻게 이같은 파격적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게 됐나요?△김유니스 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비리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미국 법무성은 포상금 액수가 200만~300만달러(26억~40억원)를 넘는다면 횡재이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봤습니다. 당시 미국의 포상금은 최대 160만달러(현재 환율로 21억원)로 제한돼 있었습니다. 1988년~2009년 당시 SEC에 접수된 제보는 매월 1~2건에 수준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포상금 한도(건당 20억원), 제보 상황과 비슷한 셈입니다.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파격적 포상금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든 상황입니다. 갈수록 자본시장 범죄가 교묘해지고 있어 내부제보 등이 없이는 정부가 비리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힘든 현실적 상황 때문입니다. 포상금 제도는 정부가 혼자 주가조작을 적발하는 게 아니라, 시장과 시민사회의 힘을 빌리는 것입니다. 파격적 포상금은 자본주의 생리를 잘 반영한 제도라고 봅니다.강석훈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데일리와 만나 “내부 제보를 하면 관련 업계에서 더이상 일을 못하기 때문에, 평생 먹고살 정도의 포상금을 줘야 비리에 대한 내부 제보가 가능하다”며 “배신자 프레임 때문에 미국도 내부 제보가 힘들었지만, 파격적인 제보자 포상금 등 자본시장 생리를 잘 반영한 제도 덕분에 SEC가 증권범죄를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헤스터 피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Hester Pierce SEC commissioner)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SEC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했다. 피어스 위원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최훈길 기자, 통역=제레미 서·Jeremy Suh)-미국은 증권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도 세지요?△피어스 SEC 위원에게 ‘미국은 증권범죄로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면 시장에서 한 번에 퇴출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있습니까’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피어스 위원은 “상황, 사이즈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 위법했을 때 비즈니스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있다”며 “의도적인 위법의 경우에는 좀 더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에 징역 150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종신형인데요, 메이도프는 이렇게 처벌을 받고 감옥에서 일생을 끝냈다고 하는데요. 미국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투자자들 피눈물을 흘리게 범죄에는 일벌백계하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올해 3차례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제재 강화에 나섰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사실 우리나라는 최대 양형 기준이 징역 15년에 불과합니다. 주가조작단이 수백억원, 수천억원 부당이득을 챙겨도 수사당국이 부당이득 산정에 실패하면 최대 5억원 벌금만 내면 되구요. 그러다 보니 증권범죄로 수백억 이득을 챙긴 뒤 몇 년 감옥 갔다 와서, 명함 바꾸고 다시 또 사업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이러다 보니 투자자들 피눈물 흘리게 하고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제재 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법무부·대검찰청·금융감독원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시 10년간 자본시장 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 임원 선임에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지난 5월에 이미 발의됐는데, 조금 전 확인해 보니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지금 국회가 정쟁으로 시끄럽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법안은 쟁점 법안이 아닌데도 논의가 안 되고 처리가 무산될 우려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포상금·처벌 관련 법이 잘 갖춰져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4월 주가조작 사건 당시 공모자·피해자 논란을 일었던 임창정씨 사례처럼 ‘제2 임창정’, ‘제3의 임창정’이 계속 반복될 우려가 있는 셈입니다. -이러다가는 제보자 포상을 상향하는 법안도 폐기될 우려가 있다고 하던데. △미국 취재 이후 귀국한 뒤 우리나라의 제보자 포상금 제도를 쭉 살펴봤습니다. 그러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군분투 중인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발견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현행 포상금 한도(30억원)를 없애고, 과징금을 비롯한 제재금의 30%까지 포상금이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이용우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안병길 의원, 정부가 발의한 총 4건의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통합한 법안입니다. 제보자에게 파격적인 포상을 하는 미국 제도를 벤치마킹한 이른바 ‘한국판 휘슬블로어(whistleblower)’ 법안입니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에도 일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처리 시한을 넘길 정도로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익성 있는 법안조차도 표류하고 있습니다. 법안의 산파 역할을 한 이용우 의원은 “정쟁으로 파행이 계속되다 보니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이 막혀 있다”면서 21대 국회에서 불발될 우려를 표했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12월27일 법사위가 예정돼 있는데요, 이때 이 법안도 논의될지 주목됩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한국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비교. (자료=각 기관 종합)-그런데 미국과 우리나라는 금융당국의 조직, 감독 체계도 많이 다르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사실 이번에 출장 가기 전에 여러 금융당국 분들을 만났는데요. 미국의 금융당국 조직, 인원, 체계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더라구요. ‘왜 범인을 못 잡았냐고 뭐라고 하기 전에 범인 잡을 만한 권한을 주고 지원을 해달라’는 얘기인데요. 미국과 우리나라는 법 체계가 다르고, 배심원제에 기반한 집단소송이 활발한 미국 상황, 경제·인구 격차를 고려하면 당연히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G7 선진국 반열에 올랐는데, 이런 경제적 위상에 비해선 미국과 자본시장 조직 관련 격차가 상당히 크더라구요. 우선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조사를 하는 인력 규모에서 격차가 큽니다. 금감원의 불공정거래 조사 인력은 70명(작년 말 기준)입니다. 피어스 SEC 위원에게 물어봤는데요. SEC의 불공정거래 조사인력은 약 14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20배 많은 수준입니다. 조직 구성도 차이가 있습니다. SEC는 통합조직인데 우리나라는 금융위, 금감원으로 당국이 분리돼 있고 조사 권한, 범위도 제각각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4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당시에는 금융위의 늑장대응, 금융위·금감원의 엇박자 논란이 불거졌구요. 금감원의 경우엔 워싱턴 D.C. 및 홍콩 사무소가 폐지돼 해외 주요당국과의 원활한 네트워크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권한도 보면 SEC는 재량에 따른 임의조사, 증인소환 등 강제조사를 할 수 있구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는 계좌에 대한 동결, 증권범죄 일당의 휴대폰 통화 내역 조회도 가능합니다. 이는 한국의 금융당국에는 없는 권한입니다. 그리고 SEC 내에 증권 관련 사건만 전담하는 행정법원도 있어서, 증권 관련 빠른 민사소송을 진행할 경우 SEC 내의 행정법원에서 처리한다고 합니다. -미국과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임금 결정 과정도 다르다고요?△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미 상원 금융위 증권소위원장을 맡을 당시 정책실장이었던 폴 공 루가센터 선임연구원을 만났는데요. 그는 “미국의 SEC가 처음부터 파워가 센 것은 아니었다”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리는데 SEC 인재들이 금융사로 떠나자, 파격적 인센티브를 주면서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폴 공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에 미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인 엔론(Enron)이 분식회계 사기로 파산했습니다. 이에 금융시장 충격이 컸고 투자자들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엔론 사태’를 겪으면서 국회와 정부는 자본시장을 감독할 기관 즉 SEC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민간으로 인재들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했구요. 이에 미국은 2002년에 임금 관련 법(Pay Parity Act)을 도입했고 SEC는 자체적으로 임금을 결정해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급여를 지급했습니다. 오늘날 SEC가 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이같은 인력·조직·예산 지원도 원인 중 하나인 셈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가 일률적으로 인력·조직·예산·임금을 통제하는 구조입니다. 내년도 공무원·공공기관의 임금인상률은 전년대비 2.5%에 불과합니다. 물가 인상률을 밑도는 수준입니다. 이러다 보니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한국의 경제부처 에이스 공무원들이나 금융감독원 인재들이 잇따라 민간 기업으로 떠나게 됩니다. 공무원·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은 엄단해야 하지만, 갈수록 자본시장 규모가 커지고 민생경제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선 미국처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검토했으면 합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미국 취재 전에 영국과 호주도 취재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정책이 주목됐나요?△동료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말씀드릴게요. 영국에서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관련해 ‘한번 걸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금전적 제재로 파산에 이르러 재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금융행위감독청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는 강제출석 요구 권한, 조사권, 금전적·비금전적 제재, 기소 권한 등 강력한 제재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영국에서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FCA가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이유로 FC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당국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관리·감독의 ‘구멍’의 책임이 FCA에 있다고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아, FCA 공무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불공정거래를 감시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호주에서 만난 시장 한 시장관계자는 “준법의식은 강한 처벌에서 시작한다는 원칙 때문”이라며 “주식 시장에도 이 같은 원칙이 자리를 잡으며 주가조작 사태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자료=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호주에서는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핀플루언서에 대해서도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고요? △호주에서는 유튜브에서 주식 관련해 영향력이 센 이른바 핀플루언서(금융 분야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도 경고음을 켰는데요. 호주는 멀게 느껴질 수 있는 나라일법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 적용할 만한 자본시장 정책이 많은 나라인데요. 우리나라와 호주의 자본시장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이고, 영미권 정책을 바로 가져오기는 그렇지만 호주 정책은 우리나라 정책에 바로 적용할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특히 호주에서는 지난 6월 ‘핀플루언서’인 타이슨 슐츠가 법원으로부터 45만6286호주달러(약 3억8326만원)의 벌금을 내라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주가가 크게 변동할 수 있는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들을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언급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자격증 없이 주식에 대해 조언했다는 혐의인데요. 법원은 그가 값비싼 슈퍼카의 사진을 게시한 것이 주식 거래 수익으로 인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처럼 호주는 주가 또는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부 과시’ 행위도 처벌 대상일 만큼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철저히 규제하고 있는데요. 최근 금감원도 불법 혐의를 받는 핀플루언서 조사 내용을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도 호주처럼 핀플루언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본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 조봉호 대표 체제 레메디, 내년 매출액 3배 이상 성장 기대
-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올해도 전년 이상의 매출액 성장이 기대되며, 내년에는 그 ‘더블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레메디가 국내외 최고의 방사선 부품·제품 생산업체로 도약하는 데 일조하는 게 목표다” 조봉호 레메디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레메디 서울 사무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2024년은 레메디 글로벌 사업 확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봉호 레메디 신임 대표.(사진=레메디)◇이레나 전 대표 이화여대 교직으로 돌아가 ‘지원사격’ 올해 초 레메디 영업본부 사장으로 선임된 조 대표는 지난달부터 창업주 이레나 전 대표를 대신해 레메디를 이끌게 됐다. 이 전 대표는 이화여대 교직으로 다시 돌아가 기술개발 등에 전념해 후진을 양성하고 레메디를 지원사격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이 교수는 레메디의 연구소장으로 합류한 디텍터 전문가와 함께 소형엑스레이 발생기술과 검출기술 등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힘쓸 것”이라며 “더불어 인공지능(AI) 전문업체 JLK와 협력 편리하고 신속한 진단 스크리닝 솔류션 제공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레메디의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에서다. 2012년 설립된 레메디는 ‘소형 엑스레이 기술로 인류의 생명을 구하자’라는 이 교수의 경영철학 아래 성장해왔다.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레메디의 지난해 매출액은 77억원으로 전년 대비 92.5% 성장했다. 특히 이 가운데 수출액은 5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전년에 못지않은 성장세를 이뤘으며, 내년에는 그 세 배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도 전년에 못지않은 성장세를 이뤘다. 수출국 확대가 방증한다. 올해 메디컬 제품의 인허가를 39개 국가까지 확대해 판매하고 있다. 덴탈 제품도 46개 국가에서 인허가를 획득해 수출을 하고 있다. 현재 추가적으로 24개 국가에서도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방사선을 직접 발생시키는 핵심 부품 ‘초소형 방사선 튜브’ 등의 개발·생산 능력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결과 최근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내년 매출액 전망치도 이미 수주한 결과만 반영한 것으로 그 이상의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업계에서는 조 대표를 전면에 세우면서 레메디의 외형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약(086450) 전무, 동국생명과학 부사장, 바이엘코리아 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쌓아온 경험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근거로 제시한다. ◇KA 시리즈 글로벌 관심 커져...“인도 시장만 40조 규모”레메디는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사업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레메디 성장의 ‘퀀텀점프’를 이끌 인도 공장 건설, 글로벌 수출망 확대 등이 내년부터 가속화한다. 최근 레메디는 이를 위해 인도 법인(REMEDI HEALTHCARE INDIA PRIVATE LIMITED) 설립을 완료했다. 조 대표는 지난 9월 인도 정부 고위 관계자와 협력사를 순차적으로 만나 공장 생산 규모 등 구체적인 방안들도 논의했다. 그는 “최근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결핵 등이 유행하면서 소형 의료용 방사선 영상장치 ‘KA 시리즈’ 등 레메디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열린 ‘G20 글로벌 스타트업’에서 결핵 퇴치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각 나라의 결핵협회들과 협력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KA 시리즈는 기존 중대형 제품에 못지않은 성능을 내면서도 중량은 2.4㎏ 수준으로 경량화해 편의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폐렴, 폐결핵, 폐암 등 흉부 질환 관련 촬영이 어디서나 가능하다. 기존 제품과 달리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해 별도의 차폐 공간 없이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시설이 취약한 지역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폐렴이 다시금 국제적인 이슈가 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KA 시리즈가 급부상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결핵 발생자는 1060만명으로 전년(1010만명) 대비 4.5% 증가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160만명으로 같은 기간 6.7% 많아졌다. 조 대표는 “인도 시장만 따져도 소형 의료용 방사선 영상장치의 수요가 향후 40조원 규모로 관측된다”며 “새해 글로벌 시장의 성공적 진출과 매출액 성장을 바탕으로 코스닥 상장도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메디의 최대주주는 이 교수(지난해 말 기준)다. 46.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인터밸류 2호 혁신창업 투자조합(5.28%), LG전자(066570)(4.59%), 나녹스(1.05%) 등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1주당 1만원대 중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