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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빙상인연대 "성폭력 피해자 더 있다...배후는 전명규 교수"
-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추가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피해 선수와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 간의 SNS 메시지 캡처[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젊은빙상인연대가 빙상계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추가 폭로하면서 배후에 전명규 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 및 한국체대 교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빙상계 성폭력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심석희 외에도 성폭력 피해자가 더 있다”고 밝혔다.젊은빙상인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여준형 전 대표팀 코치는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2개월여 전부터 빙상계의 성폭력 의혹을 접수해 사실관계를 파악했고 직접 성추행 의혹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피해자 가운데는 현역 선수도 있고 미성년자일 때부터 피해를 당한 선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자리한 손혜원 국회의원(무소속)은 “젊은빙상인연대가 피해자의 적극적 증언과 간접적 인정 등을 통해 확인한 피해 사례는 심석희 선수 건을 포함해 총 6건이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때 빙상계에서 계속 머물기 힘들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공개하길 바라지 않는 성폭력 사건은 이 자리에서 구체적 언급을 피하도록 하겠다. 덧붙여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날짜, 장소에 대해 소상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폭력 사건은 이 자리에서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 피해 선수와 가해 지도자가 나눈 SNS 메시지도 공개했다. 그는 “빙상선수 A 씨는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강습을 받던 중 빙상장 사설강사이자 한체대 전 빙상부 조교인 한 코치로부터 수회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훈련 도중 자세를 교정해준다는 핑계로 강제로 안거나 입을 맞췄다고 증언했으며, 국외 전지훈련을 갔을 때도 강제 포옹과 강제 입맞춤이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또 ‘밖에서 만나서 영화 보러 가자’ 등의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이어 “A 선수가 이를 거부하자 해당 코치는 폭언을 퍼부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이 선수는 당시 충격으로 스케이트화를 벗은 상태다”고 덧붙였다.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SNS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는 저이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수백번씩 하고 잠도 못 자는 것도 저인데 가해자란 사람이 죽겠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명규 교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전명규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길 바래. 그것이 우선이야’라고 짤막하게 답했다.손혜원 의원은 “전명규 교수는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로부터 전달받아 충분히 인지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여전히 빙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명규 교수가 사건의 은폐에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이어 “전명규 교수는 빙상계의 대부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빙상 선수들은 그가 자기 측근의 성폭력 사건 은폐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 입은 빙상선수들이 증언에 소극적인 것이다”며 “빙상계의 적폐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전명규 교수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젊은빙상인연대는 “심석희 선수가 용기를 내 길을 열어주었음에도 성폭력 피해를 본 선수들이 왜 혼자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지도자들이 어째서 계속 승승장구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피해 선수들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 지금도 그 두려움은 여전하다. 이 두려움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라고 주장했다.이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 한국체육대학교 전명규 교수의 전횡과 비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빙상인들과 빙상 팬들은 문체부의 감사로 전 교수가 오랫동안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비정상의 상징’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정상화’되리라 기대했다. 교육부가 전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한국체대에 요구했을 땐 ‘이번만은 바뀌겠지’하는 기대감을 품었다”며 “하지만 그 모든 기대는 헛된 바람으로 끝났다. 빙상연맹은 ‘친 전명규 관리단체’로 변신하며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했고, 한국체대는 전 교수에게 고작 감봉 3개월의 하나 마나 한 징계로 면죄부를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젊은빙상인연대는 “조재범 전 코치와 심석희 선수는 모두 전 교수의 한국체대 제자들이다. 추가 성폭력 가해자 가운데 상당수도 전 교수의 제자들로 확인됐다. 전 교수가 총책임자로 있던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폭행과 폭언을 일상으로 경험했던 학생선수 다수도 한국체대와 관련된 이들이었다”며 “전명규 교수가 오랫동안 대한민국 빙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배경은 빙상계를 포함한 체육계, 그리고 일부 정치인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젊은빙상인연대는 이 자리에서 세 가지 요구 사항을 밝혔다. 우선 체육계 전반에 걸쳐 폭로된 체육계 성폭력에 대해 빠르고도 과감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체육계 성폭력의 항구적 근절을 위해 보다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 확정판결 난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는 각 경기단체 홈페이지에 실명을 공개하고, 성폭력 빈발 경기단체에 대해선 정부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 실질적인 제재안을 명문화해달라”고 말했다.또한 한국체육대학교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를 촉구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한국체대는 국립대이고, 한국체대 교수들은 교육 공무원 신분이다. 하지만, 한국체대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 사고는 ‘과연 이곳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대인가’라는 의문을 낳게 한다. 전 교수를 비롯해 빙상계 성폭력 가해자와 은폐 세력 대부분이 한국체대를 기반으로, 탄탄한 그들만의 왕국을 구축해왔다. 한국체대의 정상화없인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아울러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총사퇴도 요구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대한체육회는 체육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기흥 회장과 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 해체라는 ‘꼬리자르기’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 수뇌부는 이미 국민과 체육계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고 주장했다.
- 광화문역에 GTX-A 노선 신설 추진… 광장 최대 5배 넓어진다
-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전경.(서울시 제공)[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수도권 서북부와 동남부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의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또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가 광장으로 편입하는 등 신설되는 광화문 지상와 지하 공간을 합해 기존 광장 크기 보다 최대 5배나 넓은 시민 보행길이 만들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새로운 광화문광장 대역사’를 주제로 브리핑에 나서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시청까지 이어지는 지하 공간을 활용, GTX-A(파주 운정∼서울∼화성 동탄)의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지하철 5호선 광화문, 1·2호선 시청, GTX-A는 물론 노선·선로를 공유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용산∼고양 삼송)까지 총 5개 노선을 품는 초대형 역으로 탈바꿈이 가능해진다. 서울시에서는 GTX-A노선에 광화문역 추가를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예산 10억 원을 확보한 상황이다. 연내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고 국토교통부, 민간사업자(에스지레일 주식회사)와 협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역사가 빠진 채로 GTX-A 노선 사업이 확정된 사항이지만 추가로 교통수요 대응과 경제성 등을 감안하면 충붕히 추가 역사 신설이 가능할 것으로 국토부도 공감하고 있다”며 “아직 비용 문제 등이 남아 있어 광화문역사 추가와 관련 타당성 용역이 끝나는 대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광화문역사 GTX-A 노선 신설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8월 광화문 역사 추가 신설과 관련 추가 건설비와 운영비 손실에 대한 비용을 모두 시가 부담하면 검토를 개시할 것으로 고지한 바 있다”며 “이후 추가적으로 협의가 진전된 사항은 없다. 이미 지난해 말 착공을 시작한 상황이라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는 또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을 공개했다. 7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당선작은 CA조경기술사사무소와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부교수, 유신, 선인터라인 건축사사무소가 공동 출품한 ‘과거와 미래를배깨우다(Deep Surface)’이다.계획안에 따르면 경복궁 전면에는 ‘역사광장’(약 3만6000㎡), 역사광장 남측으로는 ‘시민광장’(약 2만4000㎡)이 조성된다. 지상 광장은 질서 없는 구조물 등을 정리해 경복궁과 그 뒤 북악산의 원경을 광장 어디서든 막힘없이 볼 수 있고, 주요 행사가 열릴 수 있는 ‘비움의 공간’으로 조성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의 터줏대감인 세종대왕 상과 이순신 장군상을 세종문화회관 옆과 옛 삼군부 터(정부종합청사 앞)로 각각 이전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또 지하 광장은 콘서트, 전시회 같은 문화 이벤트가 연중 열리는 휴식, 문화, 교육, 체험 공간인 ‘채움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당선팀에게는 이번 광화문광장 프로젝트 관련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진다. 서울시는 당선자와 설계 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한 뒤 2월 중 설계 계약을 체결, 연내 설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공사에 들어가 2021년 준공하는 게 목표다. 이번 사업에는 서울시와 정부 예산 총 1040억원(서울시 669억원·문화재청 37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시 ‘새로운 광화문광장 프로젝트’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개발 조감도.(서울시 제공)
- 부산 다방 여종업원 살해 남성...대법, 무죄취지 파기환송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법조-대법원[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대법원이 부산의 한 다방 여종업을 살해한 혐의로 2심까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40대 남성 사건을 무죄 취지로 뒤집었다.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 마대자루를 함께 옮겼다는 동거녀 진술과 제3자에 의한 범행가능성 등에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4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파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라고 21일 밝혔다. 대법원은 “중대한 범죄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하고 그 과정에 한 치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원심 판단에 의문스럽거나 심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판결했다. 양씨는 지난 2002년 5월 21일 부산 사상구 한 다방에서 퇴근한 여종업원 A(사고 당시 22·여)씨를 흉기로 협박해 예금과 적금통장, 신분증, 도장이 있는 가방을 빼앗아 A씨 통장을 이용해 예금 296만원을 인출한 뒤 A씨를 흉기로 수십회 찔러 숨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무직 상태로 일정한 수입이 없는 양씨가 과다 채무상태에서 도박을 즐기다 도박자금과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여성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은 후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봤다.특히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무거운 마대자루를 양씨의 요구대로 양씨와 함께 옮겼다는 양씨 동거녀 진술을 토대로 양씨가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의심했다. A씨는 마대자루에 담긴 채 부산의 한 해안 안벽 아래 해상에서 발견됐다.반면 양씨는 A씨 가방을 주웠고 A씨 예금을 인출한 사실은 있지만 가방을 빼앗지도 그 과정에서 A씨를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 예금통장 비밀번호는 가방 속에 있는 신분증과 수첩에 기재된 A씨 휴대폰 번호 등을 조합해 알아냈다는 입장이었다.1심은 양씨의 신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다. 배심원 평결은 유죄 7명, 무죄 2명이었고, 배심원 양형 의견은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 징역 15년이 2명이었다. 판사는 국민참여재판에 기속되지는 않지만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직접 인정하는 증거는 없지만 양씨가 피해자의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 한 점, 동겨녀가 양씨와 함께 마대자루를 옮긴 점, 양씨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을 통해 A씨 살인이 증명됐다고 봤다. 2심 역시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한 점은 강도살인에 관한 간접증거가 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살인을 해서라도 벗어나야만 할 정도의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 있었는지 다소 의문이 든다”고 판결했다.또한 “동거녀 진술은 마대자루에서 물컹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뿐이고 그 내용물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은 없다”며 “마대자루를 자동차 트렁크에서 내린 후 피고인이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도 않아 그 증거가치가 제한적인 한계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예금을 인출하기 전에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수사 초기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됐던 이모씨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했다고 보인다”며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이 대법원에 접수돼 있어 추가 심리가 필요한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양승태 영장심사 쟁점은…檢vs梁, 치열한 공방 예고
-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18일 오후 김명수 대법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이성기 이승현 기자]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고심 끝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관심의 초점은 발부 여부에 쏠리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인 전직 사법부 수장 구속 여부는 다음주 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판가름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며 “양 전 원장의 지시와 방침에 따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미 구속기소 된 상태”라고 영장 청구 배경을 밝혔다. 하급자인 임 전 차장이 구속기소 된 상황에서 ‘윗선’인 양 전 원장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양 전 원장이 혐의를 전면부인하는 취지로 일관한 점도 검찰의 영장청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영장 발부와 기각 중 선택의 기로에 놓인 법원은 고심에 빠졌다. 전직 사법부 수장을 구속할 경우 ‘사법농단’의 실체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71년 사법부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반면, 영장을 기각하면 ‘방탄 법원’, ‘제 식구 감싸기’란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리는 건 불가피 한 상황이다. ◇檢 vs 梁, 영장 심사 공방 치열 검찰이 양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주요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가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이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및 인사불이익 △헌법재판소 비밀수집 및 누설 등 혐의 사안 각각의 중대성을 강조하고, 관련자 진술과 물적 증거 등을 통해 혐의 상당 부부분이 소명 됐지만,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며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급자인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양 전 원장과 공모했다고 적시한 만큼, 양 전 차장과의 형평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단순히 지시 보고 받는 것을 넘어 직접 주도하고 행동한 것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반면 사실상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양 전 원장 측은 영장 심사에서도 사법농단 의혹 관련, 자신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 받은 적이 없고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원장 측이 검찰의 소환 조사 보다 더 긴 시간을 조서 열람에 할애하면서, 검찰의 조사 내용을 모두 암기해 향후 이뤄질 재판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주거와 신분이 확실한 점을 들어 구속수사 필요성이 낮다는 주장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검찰 스스로가 광범위한 증거와 진술 등을 통해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자신하는 만큼,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논리로 검찰 측 주장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의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법원이 ‘재판 개입은 대법원장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는 등 법리상 직권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할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안팎, 기각 가능성에 무게 사상 초유의 일로 예단하긴 어렵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영장 기각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경우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해 다수의 증거자료를 확보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범죄 관여 범위나 정도, 공모 관계의 성립이나 공모 여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관계자는 “박·고 전 대법관 때와 마찬가지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며 “임 전 차장이 묵비권을 행사 중이고 재판거래 혐의는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양 전 원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해 온 전국공무원노조 법원 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법원이 사법농단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양승태 구속”이라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판단하라”고 법원 측을 압박했다. 한편, 양 전 원장은 영장심사에 직접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전 원장의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이날 “양 전 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참석할 것”이라면서 “포토라인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재판 과정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양 전 원장이 법정에서 직접 자신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 '사법농단' 의혹 제기부터 양승태 구속영장 청구까지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공개 소환된 지 사흘 만에 다시 검찰에 나왔다. 지난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양 전 원장을 공개 소환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에 따라 양 전 원장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후배 법관에게 구속심사를 받는 첫 사법부 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다음은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검찰이 헌정 사상 첫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주요 일지다. ◇양승태 사법부 ‘사법 농단’ 의혹부터 구속영장 청구까지 △2017년 -3월 6일: 국제인권법연구회, ‘사법개혁’ 학술 행사 저지 및 지시 거부 판사 인사조치 의혹 보도 9일: 대법원, 전국 법원장회의 개최…중립적 조사기구 구성 및 조사 결정-4월 18일: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발표…“법원행정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실체 없어”-6월 15일: 시민단체, 양승태 대법원장 등 전·현직 고위 법관 검찰 고발 2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추가 조사 결의안 대법원에 전달 28일: 양승태 대법원장,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거부-9월 22일: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11월 3일: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결정△2018년-1월 22일: 추가조사위,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결과 공개…“법관 동향 파악 문건, 법관 독립 침해 우려” 24일: 김명수 대법원장, 대국민 입장 발표…“사법 불신 사과, 후속조치 기구 구성”-2월 12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특별조사단 구성-5월 31일: 김명수 대법원장, 대국민 담화문 사과 …“의견 수렴해 형사조치 결정”-6월 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관여, 법관 불이익 없었다” 의혹 부인 15일: 김명수 대법원장, 대국민 입장 발표…“형사고발 않되 검찰 수사 적극 협조, 현직 법관 13명 징계 회부” 18일: 검찰, ‘사법농단’ 의혹 특수부 배당…본격 수사 착수 -7월 27일: 대법원, ‘재판 개입 의혹’ 일제 강제징용 피해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9월 13일: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 농단 처벌 첫 언급…“관련자 문책 필요” 20일: 김명수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폐지 첫 공식화-10월 27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법농단 1호 구속 30일: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13년 재판 끝 확정-11월 14일: 임종헌 전 차장 구속기소…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12월 3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청구…전직 대법관 최초△2019년-1월 4일: 검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 통보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헌정 사상 첫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 12일: 양승태, 두 번째 검찰 출석 조서 검토 14일: 양승태, 세 번째 검찰 출석 조사 및 조서 검토 15일: 양승태, 네 번째 검찰 출석 조사 및 조서 검토 17일: 양승태, 다섯 번째 검찰 출석 조서 검토 및 수사 마무리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전직 대법원장 최초
- [르포]명동·강남역 1층마저 텅텅···"無권리금에도 오는 사람 없어"
- 17일 찾은 강남역 일대 한 공실 상가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때 불패상권으로 불리던 서울 지하철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 일대는 공실로 신음을 앓고 있다.[이데일리 박민 경계영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때문인지 불황 때문인지 회식 자리 예약이 뚝 끊겼어요. 1년 새 손님이 절반으로 확 줄었어요.” 지난 17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ㆍ신분당선 강남역 일대에 있는 일식집 사장 김모씨의 하소연이다. 한 때 ‘불패상권’으로 불리던 서울 강남역 일대가 지금은 초라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김 사장은 “그나마 우리는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작년에 문을 닫은 가게가 주변에 한두개가 아니다”며 “지금 같은 불황이 계속되면 올해 안에 폐업을 하게 될 상황”이라고 울먹였다.서울 중구 퇴계로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연결된 명동 중심거리는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북적였지만 500m도 채 못가 안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상황은 정 반대다. 건물 곳곳에 ‘임대 문의’ 팻말이 붙어 있고, 한 블록 전체 상가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다. 명동의 M공인중개사는 “쇼핑은 온라인에, 먹거리는 노점에 밀려 장사가 안되니 작년 하반기부터 임대료가 평균 20%씩 떨어졌다”며 “그런데도 임차하겠다는 문의는 커녕 폐업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늘어나는 빈 상가…‘임대문의’ 팻말 가득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서울의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역·명동·이태원 일대 상권이 휘청이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최저임금 상승, 내수경기 침체까지 삼중고 속에 결국 폐업을 결정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빈 상가(공실)가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비임금근로자)는 지난달 549만6000명으로 2016년 2월 536만명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6월부터 증감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1.7%까지 떨어졌다. 폐업 수에 비해 창업하는 자영업자 규모가 대폭 줄면서 건물주들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결국 공실로 상가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 명동뿐 아니라 서울 강남역 일대 상권도 건물 10개 중 한 두 개 꼴로 1층 상가가 비어 있다. 지하층은 말할 것도 없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상업시설은 지난 한 해 동안 경매 낙찰률이 28%로 지난해 50%에 비해 반토막 났다. 올해 들어서도 상업시설 경매 11건이 진행됐지만 주인을 찾은 물건은 단 하나도 없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강남3구 상업시설의 월별 경매 진행건수가 지난해 8월 2년 내 처음으로 20건을 넘었고, 지난달엔 낙찰가율마저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강남 3구는 경기 악화 신호가 가장 명확하게 포착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분석했다. ◇높은 임대료·인건비 인상에 공시지가 부담까지[이데일리 이동훈 기자]건물주들이 말하는 주된 원인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인상, 52시간 근무제로 손님이 줄어든 영향이다.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한 반면 새로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어 1년 넘게 공실로 방치된 상가가 급증하고 있다. 급기야 ‘무권리 점포’를 내건 곳도 생겨났다. 장사가 잘 돼 ‘목’이 좋은 상가에 보증금이나 임대료 외에 따로 붙는 웃돈 개념의 금액인 권리금까지 포기하는 건 그만큼 일대 상권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때 높은 임대료로 공실이 크게 늘면서 고사 위기까지 직면했던 압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압구정 일대는 지난 2017년부터 임대인·임차인 간 상생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임대료를 깎아주는 이른바 ‘착한 임대료’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저 임금 인상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압구정 메인거리에 있는 전용면적 33~50㎡(10평~15평) 남짓한 1층 상가는 평균 600만원 하던 월세를 400만원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공실 상태다. 황영각 압구정로데오상권살리기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은 “점포 300여곳 중 80여개가 공실이었던 곳이 착한 임대료 사업 이후 20~30개로 많이 줄었다”며 “다만 최저임금제 인상에 내수 소비심리 위축으로 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부 가게 중에는 종업원 감축에 영업시간 단축까지 고민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핵심 상권 점포들이 문을 닫는 것은 수익은 떨어지는데 임대료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높은 임차료에도 많은 고객을 끌어모아 이를 감당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건비 상승에다 외식업 수익률까지 크게 떨어져 상대적으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에 올해 공시지가가 작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뛸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차례 임대료 인상 후폭풍까지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오는 4월 공시할 예정인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올해 명동, 강남, 종로 등 서울 주요 상권 공시지가가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 1㎡당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2배 가량 오른다. 종로 상권도 땅값이 1㎡당 1억원을 넘는 건물이 속출할 것으로 점쳐진다.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권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공지지가가 많이 오르면 임대료도 덩달아 뛸 가능성이 높다”며 “건물주가 공지시가 상승으로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임대료로 전가하면 자영업자는 부담이 커져 폐업하게 돼 공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