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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경제 보기]BIFAN 폐막…장르 영화 축제 즐기셨나요
-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경제지 기자입니다. 영화 속 경제 이야기를 제멋대로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글 특성상 줄거리와 결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포스터.(이미지=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다양한 장르 영화가 상영돼 마니아들에게는 최고의 행사 중 하나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폐막했습니다. 영화제 시작 초기에는 ‘그들만의 축제’에 그치기도 했지만 점차 세를 넓히면서 부천시의 명물이 됐습니다. 영화제 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들이 연달아 열리면서 경제 유발 효과도 쏠쏠하다고 합니다. 이번 BIFAN에서도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여러 영화들을 상영했습니다. 어떤 호러·판타지 영화들이 관객들을 홀렸을까요?‘나이트메어 시네마’에서 아들을 간호하고 있는 어머니. 하지만 그는 아들을 데려가고 싶어하는 영혼이다.(영화 스틸 컷, 이미지=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부천이 선택한 국내외 장르 영화는올해 BIFAN은 23회를 맞았습니다. 공상과학(SF)을 주제로 49개국의 영화 284편이 선정됐습니다. 개막작은 멕시코 감독인 에드가 니토의 ‘기름도둑’이 상영됐는데요. 멕시코의 가난한 동네에서 기름을 훔치던 한 소년이 겪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뤘습니다.‘컨덕트’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 주인공. 그런데 뒤에 누군가가 있다.(영화 스틸 컷, 이미지=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기자가 본 영화는 ‘나이트메어 시네마(이하 시네마)’ ‘컨덕트’ ‘야간근무자’ 세편입니다. 호러와 판타지를 적절히 섞은 영화들로 상영 후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시네마’는 유명 공포영화 감독들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저주 받은 극장에 홀려 들어간 주인공들은 의문의 영사 기사(미키 루크)가 틀어주는 영화 세계에 빠지게 됩니다. 에피소드의 주제는 다양합니다. 흉흉한 산장에서 살인마와의 사투를 익살스럽게 비틀거나 우울증에 걸린 여성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독특한 소재도 나오고 성당에 숨어든 악령에 맞서는 신부와 수녀들도 등장합니다.러시아 영화인 ‘컨덕트’에서 영혼을 보는 주인공(알렉산드라 보르티취)은 실종된 쌍둥이 언니를 찾아가던 중 어릴 적 본적이 있는 연쇄살인마를 추적하게 됩니다. 악령에 쓰여 소년 때부터 범죄를 저지른 살인마는 장성해서 주인공을 위험에 빠트립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돈에 빠지는 주인공의 실감나는 연기와 긴박한 전개가 흥미롭습면서 니다.‘야간근무자’에서 문 밖의 여자는 “좋은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가 아니다. 살해 후 복수를 하러 남편을 찾아온 영혼이다. (영화 스틸 컷, 이미지=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야간근무자’는 시체(상태의 영혼)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영안실 근무자가 주인공인 브라질 영화입니다. 어느 날 한 시체로부터 아내의 불륜 소식을 들은 그는 영안실에서의 대화를 외부로 유출하면 안된다는 불문율을 어기면서 복수를 합니다. 악령이 된 아내로부터 가족들이 시달리면서 겪는 현상을 공포감 있게 연출합니다.이밖에도 영화제는 △부천 초이스 △코리안 판타스틱 △월드 판타스틱 레드 △월드 판타스틱 블루 △패밀리 존 △금지구역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를 상영했습니다.BIFAN 개막식을 찾은 배우 정우성(왼쪽)과 김혜수. 이들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이다.(이미지=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김혜수·정우성 등 영화계 ‘별’도 관심국내 주요 영화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BIFAN의 면면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해 개막식 행사에서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내빈들과 배우 특별전 주인공 김혜수를 비롯해 문성근, 엄정화, 이하늬, 정우성, 조진웅 등 유명 배우들과 나홍진, 양우석, 임권택 등 감독들이 참석했습니다. 참석하는 유명인들이 점차 확대되면서 대중들의 관심도도 크게 올라갔습니다.‘문화특별시’를 표방하는 부천시는 BIFAN을 비롯해 부천국제만화축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엽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서 지난해에는 유네스코의 문화 분야 창의도시에도 선정됐다고 합니다. 영화제를 찾는 발길이 늘면서 상권도 활성화됐습니다. 2017년에 부천시가 한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해 BIFAN이 열린 11일간 행사장 주변인 상동역세권, 송내영화거리, 송내역세권의 요식·유흥업 등 매출이 평상시보다 3억원 가량 증가했습니다. 부천 전역은 물론 인천과 서울 구로·강서구 등 인접지역 유입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화제가 관광객 유입 효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부천시는 2017년 당시 BIFAN을 통해 31개 기업을 유치하고 2500여개 일자리 창출, 3200억원대 경제 효과를 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BIFAN의 경제 효과를 벤치마킹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영화제 개최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구의 한 시의원은 부천의 성공 사례를 본떠 ‘대구국제메디컬영화제(가칭)’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영화제는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이색 소재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개봉하기 전 영화를 미리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BIFAN을 놓쳤더라도 앞으로 영화제 일정은 빼곡합니다. 이달 충무로뮤지컬영화제, 다음달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이 있고 10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예정됐습니다. 영화제를 찾아 흥미로운 영화를 보고 주변 맛집도 들러보는 ‘영화 여행’ 어떨까요?
- 노화백이 미리 쓴 비문 "변하지 않으면 추락, 변해도 추락"
- 박서보의 ‘묘법 No.080618’(2008·왼쪽)과 ‘묘법 No.931215’(1993). 왼쪽은 색채묘법이라 불리는 후기작. 일정간격을 두고 막대기 등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길고 선명한 선과 고랑을 만들어냈다. 오른쪽은 연필묘법에서 지그재그묘법으로 변화하던 시절의 작품. 바탕에 진한 원색을 입히고 검은 물감을 다시 발라 밀어내며 회화성을 얻어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0분쯤 늦을 거라 귀띔한다. “연로한 노화백이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얼핏 상상이 안 됐다. 그 쟁쟁하던 분이 정말 그럴까. 결국 10분을 넘겨서야 화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입장이 단순치 않다. 휠체어에 앉은 채였으니까. 긴 지팡이까지 어깻죽지에 걸치고. 분위기를 감지한 건가. 첫마디부터 무게가 실렸다. “내가 숨기고 싶었던, 내가 살아온 과정을 다 드러낸 전시다. 발가벗고 선 입장이다. 사실 내가 발가벗은 것보다 그림이 발가벗은 게 더 아름다울 텐데. 난 이제 근육이 다 빠져나가고 배만 볼록한 노인이 됐으니.” 박서보(88). 그가 누구던가.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거장으로 불려온 이다. 그를 빼놓고 한국의 현대미술을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내 최초 앵포르멜(2차대전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운동. 작가의 즉흥적 행위·감정을 중시하는 추상미술) 작가로 이름을 올리며 한국미술의 흐름을 틀고 비틀더니, 1990년대 중반 이후 ‘단색화’ 바람을 타고서는 그 기둥이 됐다. 교육가로 행정가로 평론가로 활약한 것도 모자라 한 점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단색조 대표작가로도 우뚝 섰다. 화단에선 무서울 게 없던 그였다. 그런데 세월은 어찌하지 못했나 보다. 어느덧 아흔을 바라보는 ‘연로한 노화백’으로 우리 앞에 나섰으니. 박서보 화백이 휠체어에 올라탄 채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뒤로 ‘묘법 No.991004’(1999)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대규모 회고전으로 마련한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전. 개막 이후 한 달 남짓, 거장이 일생을 활활 태운 70여년 화업을 경외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950∼1960년대 구상·추상 초기작, 한국식 앵포르멜 회화로 전쟁의 상흔과 불안·고독의 정서를 내보인 ‘원형질’시대, 옵아트·팝아트를 수용한 기하학적 추상에 한국 전통색을 띄워 물질-추상의 관계를 밝힌 ‘유전질’시대를 잇는다. 이후는 1970년대부터 평생을 품어온 ‘묘법’ 시리즈다. 연필로 수없이 그어댄 선긋기를 거쳐 닥종이 등 한지물성을 색감으로 극대화한 ‘지난한 노동’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냈다. 160여점을 걸었다. 그저 수행자처럼 걸어온 인생그림이다. 지치지도 않고 지칠 겨를도 없었다. 박서보의 ‘유전질 No.7-69-70’(1970). 전통과 서구의 결합을 실험하던 시절의 작품이다. 오방색 비키니를 입은 여인이 등장하고, 몸이 빠진 채 옷만으로 형태를 잡은 인간상도 이즈음 만들었다. 붓을 사용하지 않고 스프레이만으로 작업했는데, 화백이 건강을 해친 것도 이 때문이라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한국추상미술 선구자가 쓴 ‘반골의 역사’ “수많은 일을 겪었다. 자다가 중앙정보부가 있던 남산에 끌려가기도 하고. 하지만 한 번도 굴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 앞에서 도도하게 내 생각을 펼쳐왔다.” 말이 쉽지, 이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린 안다. 빛이고 그늘인 삶. 전쟁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동료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져 갈 때도, 반정부작가로 낙인찍히고 매장당할 때도, 남들이 인정하지 못하는 화풍으로 이단아 취급을 받을 때도, 길을 놓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1956년 반(反)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을 선언하며 화가 김영환·김충선·문우식과 의기투합해 독립전을 이끌었던 게 그 한 단면.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술상에 ‘초짜화가’가 정면으로 대든 ‘괘씸한 사건’이었다. 이때 나온 작품이 ‘회화 No.1’(1957)이다. 한국의 첫 앵포르멜 작품으로 기록됐던 이 그림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첫 공개다. 박서보의 ‘회화 No.1’(1957). 한국 최초의 앵포르멜 작품으로 기록돼 있다. 한국전쟁 이후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건물잔해에 철근이 뒤엉킨 광경을 보고 제작했다고 전한다. 이번 전시에 처음 나왔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화백의 ‘반골’기질은 홍익대 교수 시절 도드라졌다. “미술시간에 화병과 꽃·사과·명태 놓고 그리라는 교육으론 절대 좋은 작가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뻔한 미술교육에 반하며 홍대 미대 개혁의 선봉에 섰던 셈인데. 당장 미운털이 박혔다. “더러워서 사표를 냈다.” 1966년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이 화백의 일생을 바꿨다. 호기롭게 사표는 냈는데 아득하더란다. 경제사정도 그랬지만 ‘화가의 고민’도 시작됐으니. “그동안 해온 게 뭐냐. 서양 애들의 회화이론을 짜깁기하고 있었던 거 아니냐.” 자신에 대한 매질을 시작한 셈이다. 불경·노자·장자 안 읽은 게 없다던 그 시절 끝에 결국 다다른 지점은 여기다. “결국 나를 비워내야 하겠더라. 캔버스를 비우자. 그래야 다른 사람이 와서 쉬어갈 수도 있고.” 그런데 도대체 방법을 모르겠더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작은 아들이 방한지 노트에 한글을 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단다. 글자가 작은 네모 안에 제대로 안 들어가는 게 짜증이 났던지 마구 긋다가 내던져버리는 그 모습이. 아차, 했다. 내가 찾던 게 저기 있구나. 일생을 고민하고 탐닉해온 ‘묘법’이 탄생하던 순간이다. 화백이 “연필을 가지고 날 비워나가는 작업”이라 했던 그것. 박서보의 ‘묘법 No.190227’(2019). 올해 제작한 신작이다. 빗질로 그어낸 듯한 분홍·회색 바탕에 유백색 물감을 얹고 마르기 전에 연필로 무수히 그어 완성했다. 10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도와주는 이 없이 처음으로 오롯이 혼자 이뤄낸 작품이란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전시장 초입에 걸린, 올해 어렵게 완성했다는 대작 ‘묘법 No.190227’ ‘묘법 No.190411’ 두 점은 그때 이후 반세기를 더듬어온 역작이다. 빗질로 그어낸 듯한 분홍·회색 바탕에 유백색 물감을 얹고 마르기 전에 연필로 무수히 그었다. 10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처음으로 오롯이 혼자 이뤄낸 작품이다. 그 앞에서 화백은 돈 보따리를 던져줘도 팔지 않을 거란 한마디로 차마 더 풀어내지 못한 지난 과거를 에둘렀다. △치열한 ‘독종’이 미리 써둔 묘비명 단연 ‘묘법’이 중심이지만 전시는 회고전답다. 초기 구상·앵포르멜 작업부터 중기 ‘원형질’ ‘유전질’ 연작에까지 고르게 할애했다. 박서보스럽지 않은 파격적인 설치작품 한 점도 눈에 띈다. 육체는 빠져나가고 육체를 감싸던 외피만 남긴 인물군상이 붉은 조명과 어우러진 작품. ‘허의 공간’(1970·2019 다시 제작)이다. 절친이던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의 제안으로 만들어 1970년 일본 오사카엑스포 한국관에 세웠더랬다. 전시기간을 채우지도 못했다. 반정부기질이 보인다 해 도중 철거됐던 거다. 49년 만의 귀환이라고 할까. 박서보의 설치작품 ‘허의 공간’(1970·2019). 육체는 빠져나가고 외피만 남긴 인물군상을 붉은 조명과 어울렸다. 절친이던 건축가 김수근의 제안으로 1970년 일본 오사카엑스포 한국관에 세웠으나 반정부성향을 트집잡혀 도중에 철거됐다. 49년 만에 다시 나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화백을 두고 후대는 ‘권태를 모르는 위대한 노동자’라 말한다. 평생 꿈틀거렸으니, 지키고 바꿨으니, 전통을 부수지 않은 혁신을 끊임없이 꾀했으니. 하지만 이 때문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1970년 교수직에 복직한 뒤 미술계에 고질적 병폐가 된 ‘홍익대 사단’을 단단히 굳힌 인물로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나와 같이 출발한 친구들이 사라져갔다. 그 유능한 작가들이 중도에 다 실패하고 나 같은 독종만 살아남았다. 끝까지 물고 있어서 성공한 거다.” 맞다. 달리 어찌 설명해낼 건가. 일생 품어왔다는 좌우명이 철학으로, 글로, 그림으로 전시장 곳곳에 배어 있다.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그 또한 추락한다.’ 아마도 그는 이 명제를 영원히 품고 갈 작정인가 보다. “오래 살 것 같지 않아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는데, 이 문구를 내 비석에 적으려 한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 [여행] '의도된' 불편함 속에서 '나'를 찾다
-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조용히 여유를 즐기고 있는 투숙객[강원도 홍천=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 남짓 되는 거리, 강원도 홍천 종자산 깊은 산에 있는 마을이 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세상과 단절된 기분마저 드는 곳. 도시 한가운데서 치열하게 살던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가기 시작했다. 저마다 하나씩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 그 상처를 치유해보겠다며 향한 곳이 ‘힐리언스 선마을’이다. 대단한 의술이나 치료기가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큰 깨우침을 주는 곳도 아니다. 단지 의도된 불편함이 가득하다. 그 불편함 속에서 사람들은 삶의 여백을 찾는다. 그 여백이 때로는 시인의 주옥같은 시 구절처럼, 성경이나 불경 구절처럼 가르침이 된다. 상처 입은 도시 사람에게 치유의 힘을 준다는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묵상토록 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힐리언스 선마을 숲속동 테라스에서 바라본 전경◇사람답게 늙도록 도와주는 곳 ‘힐리언스 선마을’선마을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투숙객들강원 홍천군 서면 종자산. 그 깊은 산 속에 도시의 분주함과는 다른 낯선 곳이 있다. 국내 최초의 힐링리조트로 이름난 ‘힐리언스 선마을’이다. 일상의 자극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완벽한 충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을 표방하는 곳이다.힐리언스는 힐링과 사이언스의 합성어. 이 마을은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의 제안으로 대웅제약·매일유업·풀무원 등 여러 기업이 자본을 모아 2007년 문을 열었다. 세계적인 장수촌들과 마찬가지로 250m 고지에 터를 잡았다. 건립 취지는 ‘웰에이징’, 즉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요가·명상·숲 트레킹·수(水)치료 등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갖췄다. 여기에 식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 생활리듬습관 등 4대 습관 개선을 위한 ‘불편함’도 있다.힐리언스 선마을이 자리한 종자산 풍경을 즐기고 있는 투숙객불편함은 이런 것들이다. 선마을에서는 휴대폰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도 없다. 밥 한끼를 먹더라도 숙소에서 식당까지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종자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자연친화적으로 설계해서다. 종자산 능선을 따라 지어진 선마을의 비탈길을 걸으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지만, 상쾌함은 남다르다. 여기에 이 마을에서는 먹는 것도 통제한다. 하루 세끼,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저염식 식단이다. 이 불편함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내 점점 불편함이 익숙함으로 바뀌면서 삶의 진정한 쉼표를 맞이할 수 있다.입소 후 바로 소도구 테라피 수업이다. ‘밸런틱’이라 부르는 기다란 막대와 지압기를 이용한다. 팔과 다리, 발바닥 등을 스스로 지압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요가’라 불리는 요가 수업도 있다. 마이링·리커버링 등 도구를 사용하는 선마을 특유 수업이다. 눕거나 선 채로 다리를 들어 올리고 비트는 동작으로 몸의 균형을 다시 맞추도록 도와준다.힐리언스 선마을 선요가 프로그램선마을의 숙박시설도 자연 친화적이다. 일단 두 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다. 숲속동은 자연의 선을 그대로 담아냈다. 정갈하지만 소박한 공간이다. 야외 테라스 흔들의자에 앉아 종자산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있다. 정원동은 정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친환경 자재로만 시공했다. 아침이면 천장에 내리쬐는 햇살이 기분 좋은 하루를 선사한다. 10개의 트레킹 코스에서는 산뜻한 산림욕을 제공한다. 잣나무와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온몸 구석구석 퍼지는 곳이다. 산림욕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장과 심폐 기능까지 절로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수타사 흥회루. 대적광전과 마주보며 개방되어 있다.수타사 대적광전 목조관음보살좌상◇아늑하고 깊은 숲길을 따라 걷다수타사 산소길 귕소 출렁다리북한강의 지류인 홍천강(洪川江)의 우리말 이름은 ‘너브내’다. 강폭이 넓고 완만한 데다 수심은 비교적 얕은 게 널찍해서다. 홍천군 서석면 응봉산 자락 미약골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굽이치다 북한강 청평호로 흘러든다. 하류는 이름처럼 넓고 완만하지만, 상류의 여러 물길은 좁고 깊은 바위 골짜기들이다. 두촌면 용소계곡, 동면 수타계곡(수타사계곡) 등이 대표적인 바위 골짜기로, 사철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한다동면 공작산 자락에 숨은 수타계곡은 일년내내 어느 때 보아도 아름답다. 강원 영서 지역의 최고 고찰인 수타사와 멋진 숲길을 거느렸다. 이 계곡을 따라 ‘수타산 산소길’을 조성했다. 잣나무·참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어둑한 숲,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 낭랑한 새소리와 짙은 물소리를 두루 갖춘 바위 골짜기 숲길이다.수타사는 신라 때 원효가 수타계곡 상류 골짜기에 일월사란 이름으로 창건한 이래, 조선 세조 때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수타사로 바꿨다. 본디 절 옆의 폭포와 깊은 소(용담)를 가리키는 ‘수타사’(水墮寺)였으나, 스님들이 용담에 빠져 익사하는 일이 잦자 1811년 ‘수타사’(壽陀寺)로 고쳤다고 한다. 조선 중기 건물인 아담한 대적광전, 1670년 만든 동종, 절 들머리에 있는 고려 후기의 소박한 삼층석탑 등이 볼거리다. 절 성보박물관인 보장각엔 세조 때 간행한 ‘월인석보’(보물)와 영산회상도 등 문화재들을 보관하고 있다.수타사 흥회루. 대적광전과 마주보며 개방되어 있다.수타사 주변 숲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2㎞ 남짓의 짤막한 숲길(산소길 2코스)이다. 수타교에서 물길 왼쪽으로 올라 출렁다리를 건너 반대편 숲길을 따라 수타사로 내려오거나(시계방향), 그 반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수타사를 관람했다면 절 앞(생태공원 연못 옆) 산길로 들어서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오는 게 좋다.생태공원은 옛날 수타사에서 경작하던 논이 있던 자리에 잔디·꽃을 옮겨 심고, 시멘트길 내서 만든 인공 정원이다. 숲길은 잣나무·소나무·참나무류가 햇빛이 제대로 파고들지 못할 만큼 우거져 한낮에도 어둡게 느껴질 정도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오솔길을 아이들도 걷고 연인도 걷고 어르신 부부도 걸으며 새소리·물소리를 즐긴다. 숲길을 소란스럽게 하는 건 골짜기 아래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나뭇가지 타고 달음박질치는 다람쥐·청설모들이다.귕소에서 바라본 귕소 출렁다리◇여행메모△가는길= 서울에서 갈 때 서울외곽순환도로 강일나들목에서 나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강촌 인터체인지에서 나가 삼거리에서 가정리 방향으로 좌회전해 모곡 삼거리에서 홍천·서면 방향으로 좌회전한 후 힐리언스 선마을 팻말을 보고 들어간다. 수타사는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앙고속도로로 바꿔탄 뒤 홍천나들목에서 나가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쪽으로 가다 444번 지방도(공작산로)로 우회전해 직진, 동면소재지에서 덕치리·수타사 팻말 보고 좌회전해 들어간다.△여행팁= 8일은 ‘글로벌 웰니스 데이’다. 2012년 터키에서 시작한 비영리 이벤트로, ‘단 하루가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One day can change your whole life)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6월 둘째 토요일에 열린다. 스스로 더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이런 생각을 사회적인 가치로 인식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올해는 약 130개국 5000여 개 지역에서 이벤트가 열린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31개 웰니스 관광지 중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영주 다스림, 서울 티테라피(행랑점), 충주 깊은산속 옹달샘 등 8곳이 참여한다. 운영 시간·예약 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웰니스 관광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타사 대적광전
- ‘기생충’ 인기에 ‘봉준호 다시보기’ 열풍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화제를 모으면서, ‘봉준호 다시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왕좌의 게임’, ‘존 윅 3’ 등 신작의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보는 ‘재주행’ 열기도 뜨겁다.왓챠플레이(대표 박태훈)는 이용자들의 시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월 들어(6월1~3일) 왓챠플레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 5위 안에 ‘마더(2009년)’, ‘살인의 추억(2003년)’, ‘설국열차(2013년)’ 등 봉준호 감독의 영화 3편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봉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지난달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봉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치솟은 것이다.봉 감독의 2009년작 ‘마더’는 ‘기생충’의 칸영화제 수상 전인 4월과 비교하면, 5월 들어서 일평균 누적 시청분수가 4.5배 증가했고, 6월 들어서는 무려 25.0배나 증가했다. 봉 감독의 출세작인 ‘살인의 추억’은 5, 6월 일평균 누적 시청분수가 4월 대비 각각 2.7배, 10.5배 늘었다. ‘설국열차’ 역시 5월과 6월에 각각 4월 대비 3.7배, 11.6배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봉준호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평가처럼 이 작품들은 ‘기생충’ 이전에 장르로서의 ‘봉준호’를 구축해간 여정을 보여준다. 기존 장르의 규칙을 비틀고 융합하는 새로운 영화적 문법으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봉 감독 특유의 통찰력이 녹아있다.리메이크 영화와 시리즈물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과 전작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실사판 ‘알라딘’이 지난달 개봉해 인기를 끌자, 이 영화의 원작인 애니메이션 ‘알라딘(1992년)’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왓챠플레이는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6월 일평균 누적 시청분수는 실사판 ‘알라딘’이 개봉하기 전인 4월보다 17.5배 증가해하면서 6월 최고 인기 영화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5월 개봉한 ‘존 윅 3’의 전편인 ‘존 윅’과 ‘존 윅 ? 리로드’ 역시 각각 4.1배, 4.0배 늘면서 상위권에 랭크됐다.최근 8년 여에 걸친 대장정을 마친 의 ‘왕좌의 게임’ 시리즈 ‘재주행’ 열기도 뜨겁다. 지난 4~5월 방영된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시즌 8)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자, 나온 지 8년이 지난 시즌 1의 인기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6월 들어 ‘왕좌의 게임’ 시즌 1의 일평균 누적시청분수는 시즌 8 방영 전인 3월 대비 3.0배나 치솟으면서, 왓챠플레이 유저들이 가장 많이 본 드라마 3위에 이름을 올렸다.왓챠플레이 유저들이 가장 많이 본 드라마 1, 2위에는 ‘왕좌의 게임’ 시즌 8과 시즌 7이 오르면서 인기 드라마 상위권을 ‘왕좌의 게임’ 시리즈가 싹쓸이했다. 2011년 첫 시즌을 방영한 ‘왕좌의 게임’은 역대 드라마 최다 에미상 수상, 케이블방송 사상 역대 최다 시청자수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지난달 시즌 8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왓챠플레이는 이달부터 ‘왕좌의 게임’ 시즌 전편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박태훈 왓챠 대표는 “뛰어난 작품들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최신 작품 뿐만 아니라 가치있는 오래된 작품들 역시 지속적으로 팬들이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왓챠플레이는왓챠플레이는 2012년 카카오 벤처스가 첫 투자처로 선택한 스타트업 왓챠에서 출시한 월정액 VOD 스트리밍 서비스다. 320만건 이상의 앱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6만 편 넘는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예능 콘텐츠를 무제한 감상할 수 있다. 5억개 평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도 높은 취향별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