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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제안 설명
-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정부가 발의한 헌법 개정안 표결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했다. 이 설명문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제안 설명 전문.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제가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와 경위 및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여러분께 설명 드리고,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려 합니다. 먼저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와 경위를 말씀드리겠습니다.여러분께서 잘 아시다시피, 현행헌법은 1987년의 6월 항쟁으로 탄생했습니다. 6월 항쟁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자는 국민의 열망을 표출했습니다. 그에 따라 현행헌법은 대통령직선제를 부활하고, 5년 단임제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대통령직선제와 5년 단임제는 1인 장기집권을 근절했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케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현행헌법은 그 시대의 가장 간절했던 소명을 이행했습니다. 현행헌법이 시행되고 3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기본권과 지방분권의 강화 같은 새로운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현행헌법의 대통령 5년 단임제는 국회의원선거 및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주기 차이 때문에 전국적 선거를 너무 자주 치르게 하는 문제점을 낳았습니다. 대통령 단임제는 책임정치의 구현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그러한 배경에서 학계와 국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헌법개정이 논의돼 왔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주요정당 후보들이 모두 개헌을 공약하면서,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는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개헌이 시대의 요구라는 인식을 여야가 공유했던 것입니다. 국회는 특위를 구성해 헌법개정을 논의해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회의 개헌논의는 진척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국회의 개헌논의만 기다리다가는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국민투표라는 여야 공통의 공약을 이행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저는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개헌발의권에 따라 개헌을 발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것은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저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개헌안을 준비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이 특위는 여러 토론회, 간담회와 여론조사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여론을 수렴했습니다. 특히 온라인 여론수렴에는 58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개헌안 마련에 참여해, 70만 건이 넘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개헌안을 법제처 심사 등 소정절차를 거쳐 제가 3월 26일 발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음은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첫째, 기본권과 국민주권을 확대, 강화했습니다. 기본권으로서 생명권, 안전권, 알 권리, 자기정보통제권,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성별과 장애 등에 따른 차별의 개선에 노력할 국가의 의무를 신설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천부인권의 성격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습니다.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했습니다. 고용안정 및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적절한 정책을 시행할 의무도 국가에 지웠습니다.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도록 했습니다.국민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도입했습니다.특히 헌법 전문의 대한민국이 계승하는 민주이념에 4.19혁명에 이어,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을 추가로 명시했습니다.둘째,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방자치를 강화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그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했습니다. 지방정부에 자주조직권을 부여하고, 자치행정권, 자치입법권을 강화했으며, 자치재정권을 보장했습니다.지방자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자치권이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명시하고,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제도의 근거를 신설했습니다. 지방정부의 국정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하고, 지방정부의 법률안 의견 제시권도 도입했습니다. 향후 국가기능의 분산과 수도이전의 필요가 대두될 경우에 대비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했습니다.셋째, 경제질서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을 시정하려는 국가의지를 반영했습니다. 경제주체 사이의 ‘조화’뿐만 아니라 ‘상생’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경제민주화 규정을 보완했습니다.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국가가 특별한 제한 또는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했습니다. 농어민 지원, 사회적 경제 진흥, 소비자운동 장려 등의 의무를 국가에 부과했습니다.넷째, 정치개혁을 위한 몇 가지 조치를 반영했습니다.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고,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시했습니다.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했습니다.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정부의 법률제안권을 제약했습니다.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강화했습니다.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삭제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한 절차적 통제를 도입했습니다.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에서 독립기관으로 바꾸었습니다.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국정을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었습니다.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 선출방식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했습니다.다섯째, 사법제도를 개선했습니다. 대법관 임명에는 대법관추천회의의 추천을, 일반법관의 임명에는 법관인사위원회의 제청을 먼저 거치도록 규정함으로써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했습니다.평시 군사재판을 폐지하고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도 단심으로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더 두텁게 보호했습니다. 헌법재판소 구성에서 법관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각계각층의 의견이 헌법재판에 균형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우리 헌법은 1948년에 제정된 이래 아홉 차례 개정됐습니다. 그 중에서 현행 헌법이 가장 오래 시행됐습니다. 그 만큼 시대의 새로운 요구가 헌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저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여쭈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헌법개정안을 준비해 발의했습니다. 헌법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스스로의 권리로 헌법을 선택하실 수 있도록 국회가 길을 열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께 그 기회를 드리도록 국회가 헌법개정안을 의결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2018년 5월 24일대통령 문 재 인(대독)
- [전문]이낙연 국무총리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 이낙연 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다음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전문이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재외동포 여러분,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입니다.먼저 목숨을 바쳐 신군부의 불의에 맞서 싸우신 민주영령들을 추모하며, 명복을 빕니다. 마음과 몸의 상처를 안고 통한의 세월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위로를 드립니다. 광주정신을 지키고 이어 오신 시도민과 재외동포를 비롯한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5·18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시고 광주를 외롭지 않게 해주신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님, 故 찰스베츠 헌틀리 목사님, 故 아놀드 피터슨 목사님, 고맙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부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광주와 아시아의 연대를 주도해 오신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부터 38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끝내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첫째는 진실규명입니다. 요즘 들어 5·18의 숨겨졌던 진실들이 새로운 증거와 증언으로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불완전했던 진실규명이 이제 채워져 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제정된 5·18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위원회가 9월부터 가동되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아무런 의혹도 남기지 않고, 진실을 완전히 밝혀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당시 국방부가 진실의 왜곡을 주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앞으로 사실이 규명되고, 책임도 가려질 것입니다. 과거 정부의 범죄적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정부의 정리된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둘째는 역사의 복원과 보전입니다. 정부는 옛 전남도청이 5·18의 상징적 장소로 복원되고 보존되도록 광주시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역사자료를 더 보완하도록 광주시 및 유관단체들과 협력해 노력하겠습니다.사랑하는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80년 5월, 광주는 광주다웠습니다.5월15일을 기해 서울의 대학생 시위는 수그러들었습니다. 그러나 광주는 오히려 일어났습니다. 17일 밤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신군부는 정권탈취의 야욕을 노골화했습니다. 그에 광주는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신군부는 군병력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습니다. 그래도 광주는 그들에게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광주입니다.그들은 광주를 군화로 짓밟았습니다.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았습니다. 헬리콥터에서도 사격했습니다. 그래도 광주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유혈의 현장에서 광주는 놀랍게도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배고픈 시위자에게 주먹밥을 나누었고, 피 흘린 시위자를 위해 헌혈했습니다. 그것이 광주입니다.80년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광주학생들이 항일운동을 일으켜 3·1운동 이후 최대 규모의 전국적 시위를 선도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광주사람들은 정의로운 항거에 늘 앞장섰고, 희생됐습니다. 그것이 광주입니다.광주는 역사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우회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광주는 언제나 역사를 마주했습니다. 옳은 일에는 기쁘게 앞장섰고, 옳지 않은 일에는 기꺼이 맞섰습니다. 그것이 광주입니다. 항상 광주는 새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날이 쉽게 올 것 같지 않아도, 광주는 기다리며 싸웠습니다.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고 광주는 늘 맹세했습니다. 80년 5월, 광주는 신군부의 정권찬탈을 저지하고 싶었습니다.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고 싶었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정권이 바뀌는 날을 앞당기고 싶었습니다. 남과 북이 협력하며 평화롭게 사는 날을 보고 싶었습니다.그날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광주의 소망과 달리, 신군부는 정권을 장악했습니다.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기까지는 7년이 걸렸습니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은 5·18로부터 17년 후였습니다. 그때 탄생한 정부가 조국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했습니다.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5·18로부터 27년 후였습니다.그 후로도 역사는 직진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부패와 무능이 이어졌습니다. 남북한 사이에 대화는 단절됐고, 대결은 첨예해졌습니다.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국정은 농단됐습니다.그에 따라 2016년 초겨울부터 6개월 동안 전국에서 연인원 1,700만 명이 참가한 촛불혁명이 일어났습니다. 5·18정신은 촛불혁명으로 장엄하게 부활했습니다. 그 혁명으로 당시 대통령이 탄핵됐고,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습니다.역사는 문재인 정부에게 국정을 바로세우고, 민주주의를 살리라고 명령했습니다.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라는 숙제를 주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역사의 과제를 수행하고자 노력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1년 사이에 여러 분야의 국정을 바로잡았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신속히 열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필코 민주주의를 모든 분야에서 내실화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착근시키겠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은 깨지고 박살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온다.”고 읊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그날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믿습니다. 5·18 이후 38년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지만, 그러나 그날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38년 전 전남도청에서 끝까지 항전하다 산화하신 윤상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영혼으로 결혼하시고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부활하신 윤상원님의 말씀은 맞았습니다. 결국 광주는 승리자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광주는 승리할 것입니다. 역사에서 정의가 끝내 승리하듯이, 광주정신은 끝내 승리할 것입니다. 민주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광주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리뷰]`강철비`, 가짜인데 진짜같은 핵전쟁 시나리오
- ‘강철비’[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북핵 위기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강철비’는 대한민국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강철비’는 남북의 분단상황과 북핵을 소재로 대한민국이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현 시점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영화는 ‘제2차 한국전쟁이 일어나려고 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북한 내 쿠데타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 분)는 공모 세력을 처단하라는 정찰총국 국장 리태한(김갑수 분)의 지령을 받는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나타날 거라는 공모 세력은 나타나지 않고 현장에는 ‘북한 1호’와 그를 반기는 수많은 민간인 뿐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직감하는 순간 다탄두 로켓인 스틸레인이 발사되고 개성공단은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돌변한다. 엄철우는 그곳에서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를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온다. 현실은 아니지만 일어날 법한 일, 그래서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강철비’의 미덕은 기존의 남북 관계를 조명한 영화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주변국과의 역학관계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보다 먼저 핵으로 선제공격하자며 동맹국 국민의 안위를 무시하고 전쟁비용을 운운하는 미국과, 전쟁으로 치닫는 분위기에 내빼려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모습은 몰입감을 넘어서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영화는 북한의 선전포고, 바로 이은 남한의 비상계엄령 발표로 불안한 정세와 반대로 연말 분위기로 들뜬 카페와 거리의 아이러니한 광경을 비추고, 현 대통령 이의성(김의성 분)과 차기 대통령 김경영(이경영 분)을 통해 ‘적’이고 ‘동포’인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인 시선을 꼬집는다. ‘강철비’는 강대국에 좌우되는 우리의 현실에 씁쓸함을 주고, 전쟁이 남의 일이 아님을 환기시켜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정우성과 곽도원의 ‘브로맨스’는 영화의 또 다른 관람포인트다. 북한의 엄철우과 남한의 곽철우(곽동원 분)로 서로의 신념과 입장은 다르지만 철우라는 동명의 이름, 켜켜이 쌓아가는 유대감을 통해 ‘강철비’는 남북이 원래 하나임을 넌지시 말하는 것 같다. 이번 영화로 정우성은 또 하나의 얼굴을 건졌다. 처자식을 둔 가장으로 지금껏 연기와는 결이 다른 비밀요원의 모습을 연기한다. 강철의 비(스틸 레인)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탄환에 처참하게 쓰러지는 민간인 참상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그 순간의 충격과 무력감이 뒤섞인 눈빛은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눈빛이 깊어질수록 연기도 깊이를 더해감을 보여준다.영화의 현실인식, 주제의식을 떠나서 ‘강철비’는 총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된 ‘상업영화’다. 핵전쟁 위기의 상황을 속도감 넘치는 첩보물로 풀어낸다. 숨 돌릴 틈 없이 단숨에 120분을 내달린다. 다만 그게 우리의 일이어서 마냥 즐기기 어렵다. “자유로를 지나면서 저 강 너머가 북한인데 북한이 거기에 있다고 실감한 적은 없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라고 한 의사의 대사가 여운을 준다. 개봉은 14일.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