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美中 선택 강요받는 韓, 핵심 산업엔 '링펜스' 치고 이익 지켜라"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자산을 구분관리하는 링펜싱(ringfencing)‘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단 조언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협의회의 로버트 도너 선임연구위원이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웨비나에서 발표하고 있다.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협의회의 로버트 도너 선임연구위원 24일 세계경제연구원(IGE)이 개최한 웨비나에서 ’글로벌 공급망 이슈 진단과 세계 경제안보 전망‘을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도너 연구위원은 2005∼2016년 미 재무부에서 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뒤 국제관계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친 아태지역 경제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다.도너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중 무조건 한 나라의 방향성을 따르기 보다는 ’열린 무역‘, ’투명하고 견실한 공급망‘ 등 일련의 원칙 자체를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미중 강대국 강등에서 외교적 명확성은 가질 필요성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핵심이익에 있어서는 타협할 수 없단 인식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특정하게 규정된 범위 안에서는 일정 부분의 자율성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링펜스’를 세울 것을 권고했다. 링펜스란 권투선수들이 링 밖에서는 싸우지 못하지만 안에서는 규칙 내에서 얼마든지 주먹을 휘두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에서 비롯된 용어다. 그는 “미중 갈등을 필두로 보호무역 주의, 적대국에 대한 경제제재 등으로 인해 공급망 차질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한국이 미중 양국간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지만 기업들은 주요 부품, 민감한 섹션을 분리해서 대처하도록 ‘링펜싱’ 전략을 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선택을 하는데 있어 명분도 쌓아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그는 “미국, 중국 모두에게 공급망 협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단 점을 전제로 해야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등 모든 규제를 무조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단 사실도 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너 연구위원은 앞으로 공급망 이슈가 국가안보와 연계성이 높은 네트워크, 인공지능, 드론과 로봇 등 주요 산업에서 꾸준히 이어질 문제라고 판단하면서도 자유무역의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그는 글로벌 공급망에 관한 최근의 오해들을 설명하면서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이전)으로 대표되는 자국 중심의 자급자족이 아닌 개방적 무역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GM의 공급업체는 약 1만8000개, 애플의 공급업체는 7000개가 넘는다”면서 “섬유산업과 같이 값싼 노동력으로 빙요을 절감해 리쇼어링하기 쉬운 부문이 있는 반면 반도체와 같이 다양한 제품에 사용될 수록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이런 산업 구조 전체를 자국으로 들고 들어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용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팬데믹과 같은 질병,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측면에서도 자국 생산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생산 기지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질병이나 자연재해 피해에 대응하는데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전했다. 도너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수요를 예측해 재고량이나 공급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미국내 연간 가전구매 증가율이 3~4%대에서 코로나 1년만에 37%로 폭증했는데 이런 경험에 비춰보면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재고를 쌓아두는 것만으로 역부족이란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너 연구위원은 미국에 대해서도 정책을 짜고 이핼 할 때 동맹국과 관련 기업들과 사전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직언했다. 그는 “클린 네트워크, 칩4 동맹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수출 통제 조치 등이 다른 동맹국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고 지원해야 한다”면서 “특히 공급망 이슈에 영향을 미칠 조치들은 (동맹국과) 사전 협의하는 과정을 더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 상반기 실적 성적표는
-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의 상반기 성적표를 확인해 본 결과 적자 기업보다 흑자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률 역시 흑자 기업이 공모가를 웃도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만 극심한 주식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실적이 좋은데도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들 역시 상당했다.◇새내기주 반기보고서 첫 제출…오토앤 등 적자 지속23일 금융감독원 전자거래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39개 기업(스팩, 리츠, 이전상장 제외) 중 정기보고서인 반기보고서를 제출 기한인 지난 16일까지 제출한 기업은 총 27개다. 이 중 올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곳은 총 11개사로 집계됐다. 흑자를 기록한 곳은 이 보다 소폭 많은 16개였다.적자를 낸 기업의 업종은 메타버스, 수소차, 로봇, 반도체, 바이오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을 기록했거나 따상과 유사한 수준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음에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곳도 상당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영업손실이 난 곳은 오토앤(353590)이다. 1분기에 10억669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분기에도 26억4632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오토앤은 무려 따상은 물론 상한가를 한 번 더 기록하면서 ‘따상상’으로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실적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역시 따상을 기록했던 포바이포(389140)는 1분기 6억5324만원의 손실을 냈고, 2분기에는 13억5204만원으로 영업적자가 더 커졌다. 유일로보틱스(388720) 역시 따상을 기록했지만 1분기 6억2779만원 적자에 이어 2분기에도 1억3874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적자폭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따상에 근접했던 스코넥(276040) 역시 1분기 12억3107만원, 2분기 9억1975만원의 적자를 냈다.실적에 대한 우려로 인해 상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바이오주 역시 상당수 종목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최근 상장한 보로노이(310210)와 루닛(328130)이 대표적이다.데뷔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시초가를 기록하기도 했던 나래나노텍(137080)은 1분기 5억8642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24억6835만원 손실을 기록하면서 유일하게 적자전환했다.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로 보면 적자를 기록한 종목 11개 중 현재 주가 기준 공모가를 웃도는 곳은 오토앤, 유일로보틱스, 루닛 등 세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실적에 주가가 수렴하는 비율이 높은 셈이다. 보로노이는 이날 기준 공모가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가온칩스 2분기 흑자전환, HPSP 등 ‘탄탄 실적’반대로 흑자를 낸 기업 중에서는 가온칩스(399720)가 1분기 3억1519만원 적자에서 2분기 15억5168만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가장 눈에 띄었다.올해 첫 따상을 기록했던 케이옥션(102370)은 1분기 24억6129만원, 2분기 34억4988만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 역시 따상을 기록한 퓨런티어(370090), HPSP(403870) 등도 모두 반기보고서 상 1분기와 2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 세 기업은 모두 이날 기준 종가가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이밖에 아셈스(136410),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 스톤브릿지벤처스(330730), 풍원정밀(371950), 비씨엔씨(146320) 등도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한 기업들이다. 다만 총 16개 흑자 기업 중 이날 기준 종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기업의 수는 10개로, 6개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와 위니아에이드가 대표적이다.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새내기주 중에서 전체적으로 주목할 만한 기업은 HPSP, 바이오에프디엔씨 등 외형과 이익 성장률, 수익성 등에서 모두 상위권을 기록한 경우”라면서 “앞으로 실적 성장세가 보이는 비씨엔씨를 비롯해 전년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기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한편 올해 상장한 기업 중 공모 납입일이 7월1일 이후여서 반기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곳은 새빗켐(107600), 아이씨에이치(368600), 성일하이텍(365340), 에이치와이티씨(148930), 에이프릴바이오(397030), 코난테크놀로지(402030) 등 6개사다. 이밖에 청담글로벌(362320)은 최초로 별도에서 연결로 기준을 변경하면서 제출 기한이 15일 연장됐고, 노을(376930)과 브이씨(365900) 역시 같은 이유로 제출 기한이 보름 뒤로 밀렸다.
- "뒤샹 변기에 심은 회로도…20년 작업 '메타로그'로 다시 시작"
- 작가 배수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원에서 연 개인전 ‘회·로, 메타로그’에 건 자신의 작품 ‘내 세상’(Mamonde·2022·116.8×91㎝·왼쪽)과 ‘운명’(Destiny·2022·91×91㎝) 사이에 섰다. 스테인리스스틸 판에 날아가는 나비를 붙잡아둔 듯 입체감을 심은 부조작품은 독특한 광택 덕에 전시장 안쪽까지 비춰내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진짜배기는 깊숙한 곳에 들여놓는 법이다. 거기까지 이르는 길을 불편하게, 험하게 만들어 기대감을 키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떠올리고 생각하게 한다.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보려 하는지. 바로 여기가 그런 형국이 아닌가. 환한 화이트큐브, 세련되고 멀쩡한 공간을 떠나 한참을 내려보낸 지하, 그 촘촘한 계단 끝으로 몸과 마음을 끌어내리고 있으니. 그렇게 도달한 지점. 환풍기가 요란하게 돌아가는 그 깊은 안쪽에 ‘진짜배기’가 보인다.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에 덩그러니 올린 자전거 바퀴. 낯선 아이디어가 세운 낯선 조합으로 빚어 세상을 뒤바꾼 그 현대예술작품이 맞다.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자전거 바퀴’(1913). 그런데 정말 뒤샹의 그 작품인 건가.그 의문은 조금만 더 신중하게 뜯어본다면 바로 풀리게 돼 있다. 바퀴를 고정하고 받치는 격인 철기둥에 뭔가 달린 게 보이니까. 눈을 바짝 붙이고 들여다봐야 잡히는 초록바탕의 작은 전자회로판이다. 마치 네임태그인 양 앙증맞게 매달려 존재감, 아니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고 있다. “이것은 뒤샹의 ‘자전거 바퀴’가 아니다”라고. 그렇다. 이것은 ‘회로라벨 자전거 바퀴’(2022)다. 배수영의 ‘회로라벨 자전거 바퀴’(2022). 마르셀 뒤샹의 ‘자전거 바퀴’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에 덩그러니 올린 자전거 바퀴까지는 뒤샹과 다를 게 없지만, 바퀴를 고정한 철기둥에 매단 작은 전자회로판이 ‘배수영의 재해석 작품’이란 걸 보여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내친김에, 아니 지하로 내려온 김에 하나만 더 보자. ‘자전거 바퀴’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에 놓인 또 다른 뒤샹이 있으니까. ‘자전거 바퀴’보다 훨씬 유명한, 뒤로 눕힌 남성 소변기 ‘샘’(Fountain·1917) 말이다. 세상을 뒤흔든 여파도 더 강렬했더랬다. 100여년 전 동네 철물점에서 단돈 6달러를 주고 산 변기에 욕실용품 제조업자의 이름 ‘알 뮤트 1917’(R. Mutt)이란 서명 하나 달랑 박아 전시장에 들고 갔던 작품. 결국 전시에서 내쫓기는 봉변까지 당하지만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기어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여기 놓인 ‘샘’은 다른 옷을 입고 있다. 1세기 전 남성 소변기만 할 크기의 작은 변기로. 사인도 ‘뒤샹 버전’에선 보지 못했던 ‘한글’이다. ‘대림 2022’(2022)라고 썼다. 변기 안쪽에 박아놓은 나비와 하트 문양은 덤이라고 할까. 역시 전자회로판을 형상화했다. 배수영의 ‘대림 2022’(2022). 마르셀 뒤샹의 ‘샘’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뒤샹이 ‘샘’에 박았던 욕실용품 제조업자 서명 대신 작가는 변기제조업체명을 써넣었다. 변기 안쪽에 전자회로판으로 형상화한 나비·하트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어령 ‘디지로그’서 착안한 개념 ‘메타로그’로 “회로도에 대한 정리로 보면 된다. 언제나 환경문제를 고민해왔지만 철학적인 고리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매일 쏟아져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지만 언제까지 쓰레기로만 갈 순 없겠다 싶었던 거다.” ‘회로도 작가’로, ‘환경작가’로 이름을 알린 설치미술가 배수영(49). 21번째 개인전을 연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원에 만난 배 작가는 첫마디부터 진지했다. 적어도 이렇게 벌려둔 판이 그저 치기 어린 대가의 흉내내기는 아니었던 거다. 돌아보면, 비단 작품만이 아니었다. 배 작가 역시 그랬다. 진짜배기를 찾아가는 길이 험난했다니까. 지하로 끊임없이 스며들며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보려 하는지’ 고민해 왔던 거다. 그렇게 지난 20년간 작품활동을 짊어지고 왔다. 하지만 이내 한계에 다다랐다. 도무지 새로운 길이 보이지 않았던 거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원에 연 배수영의 개인전 ‘회·로, 메타로그’ 전경. 배 작가가 20여년 동안 ‘진화’시켜 온 시그니처 작품들이 나란히 걸렸다. 나비·새·사과·하트 등을 전자회로판으로 형상화한 평면작업이다. 오른쪽부터 ‘G5 버터플라이’(2021·25×25cm), ‘G5 애플’(2021), ‘G5 하트’(2021), ‘G5 프라이드’(2021), ‘G5 버드’(2021). 안쪽으로 부조작품 ‘운명’(Destiny·2022·91×91㎝)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즈음 눈에 띈 게 있었단다. 지난 2월 타계한 ‘시대의 지성’ 이어령(1934∼2022) 선생의 대표저술 ‘디지로그’(2006). “이거다 싶었다. 19년 전 착안했고, 작품에 들인 지도 15년. 내가 연구했던 게 소통방식을 위한 회로도였으니까. 바로 디지로그를 위한 연구였구나 했다.” 다만 아날로그로 시작한 그 회로도를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야 할 건가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세상은 디지털로 휙휙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작업만 하고 있었던 거고. 그때 성큼 다가온 ‘디지로그’는 적절한 길잡이가 돼줬던 거다. ‘메타로그’란 개념은 그렇게 나왔단다. 아날로그와 메타버스를 종합하고 아우르는 시도로. “PC판에서 따온 회로도도 따지고 보면 ‘레디메이드’가 아닌가. 재생아트를 해온 그간의 작업과도 연결된다. 뒤샹에게 받은 영향을 그동안 해온 개념미술에 살짝 얹는 오마주를 해보자고 했다.” 작가 배수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원에서 연 개인전 ‘회·로, 메타로그’에 건 자신의 작품 ‘추앙’(Reverence·2022·162.2×130.3㎝·왼쪽)와 ‘이브와 아담’(2022·110×60㎝) & ‘해피뉴스’(2022·110×60㎝) 사이에 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명이 사실 전부라 할 만하다. ‘회·로(回·路), 메타로그’라고. 전자부속품에 불과했던 ‘회로’는 멀리 돌아온 길인 ‘회로’가 됐다. 뒤샹의 아이디어에 얹은 배 작가의 오마주 작품도 다르지 않다. 과거와 현재, 100년을 이어낸 회로인 동시에 기계미학의 생명선을 연결한 회로인 거다. ‘회로라벨 자전거 바퀴’와 ‘대림 2022’를 앞세운 전시에는 이외에도 뒤샹의 조형언어를 ‘배수영 식’으로 해석한 작품이 더 있다. 관음증을 자극하는 설치작품 ‘에탕도네’(1946∼1966)를 변형한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2022), 회화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1913)를 배 작가의 로봇 캐릭터로 대신 세운 ‘계단을 내려오는 또마’(2022) 등. 배수영의 ‘계단을 내려오는 또마’(2022). 마르셀 뒤샹의 회화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전자회로판으로 배경을 만들고 작가가 만들어낸 로봇 캐릭터 또마를 대신 세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생명선, 그 순환에서 상생하지 못할 것은 없다”전시에는 배 작가의 ‘시그니처’도 함께 나섰다. 흔하디 흔한 나비·새·사과·하트 등에 특별한 ‘심장’을 품게 한 건 물론 말랑한 ‘속살’까지 드러내게 한 그 작품들 말이다. 다만 이들 또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 일쯤은 쉽다. 이젠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에 입히는 크롬·우레탄·캔디·마블링 도장까지 신중하게 고려한단다. 배수영의 입체설치작품 ‘추앙’(Reverence·2022·가변크기). ‘회로도를 새긴 틈으로 빛을 밝히는 하트’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작가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하트에 만든 모서리, 외피의 색과 도장, 안쪽에 심은 조명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회로도를 새긴 틈으로 빛을 밝히는 하트’를 한데 모은 입체설치작품 ‘추앙’(2022·가변크기), 광택 나는 스테인리스스틸 판에 날아가는 나비를 붙잡아둔 듯 입체감을 심은 부조작품 ‘운명’(Destiny·2022·91×91㎝)과 ‘내 세상’(Mamonde·2022·116.8×91㎝), 도자처럼 매끈한 캔버스에 전자회로도로 사과·나비를 형상화한 평면작품 ‘이브와 아담’(2022·110×60㎝) 등등. 전시작 40여점은 형체는 제각각이지만 배 작가가 향하는 곳을 정확히 짚고 있다. “지금껏 관계회로를 연구했지만 앞으로 잡고 나갈 것은 네트워크다. 작품을 두고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일 말이다.” 빛나는 ‘회로’를 위한 지난한 ‘회로’였는데, 그래도 용케 그 시작을 놓치진 않았구나 싶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멸하는 동시에 다시 태어난다”고, “결국 그 순환에서 치유하지 못할 게 없고 상생하지 못할 게 없다”고. 오래전 배 작가가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전시는 29일까지.
- 제12차 한-아세안 교통협력포럼...스마트 모빌리티 협력방안 논의
-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토교통부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 교통부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마트 모빌리티 대전환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국토교통부는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대전환 방안’을 주제로 한-아세안 교통협력포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아세안 교통협력포럼은 2010년부터 아세안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와 지역 내 효율적인 교통체계 구축 및 연계성 증진을 위한 협력의 장으로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아세안과 한국의 앞선 교통기술과 우수 교통정책을 공유하고 아세안 참가국 고위공무원 등과 비즈니스 상담 기회를 제공해 우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해왔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영상을 통한 개회사에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택시 ‘로보라이드(RoboRide)’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활짝 열렸으며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드론 배송 등 혁신적인 모빌리티도 주목받고 있다”면서 “아세안에도 불고 있는 디지털 바람은 스마트 모빌리티와 교통혁신을 위한 든든한 추진동력으로 앞으로 한국과 아세안이 모빌리티 대전환 시대를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대전환 방안’을 주제로 한-아세안 교통협력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이어서 인도네시아 교통부 노비 리안토 사무차관 겸 아세안 교통 고위급회의(STOM, Senior Transport Officials Meeting) 의장, 김해용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이 영상을 통해 환영사와 축사가 진행됐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이 ‘스마트 모빌리티 대전환 방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제12차 한-아세안 교통협력포럼’은 3개 분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 번째 분과에서는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교통인프라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스마트 교통 인프라 투자방향의 변화를 진단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인프라 협력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의견을 나눈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아세안 각국 대표와 함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 해외 인프라 사업 지원기관과 한-아세안센터, 주한 아세안 국가별 공관 등도 참석했다.두 번째 분과에서는 국토부에서 임시운행허가, 시범운행지구, 차세대지능형교통체계(C-ITS), 정밀도로지도 등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제도·인프라 준비상황을 소개하고, 쏘카 김세훈 상무이사가 공유 모빌리티 성공사례와 모빌리티 서비스의 미래전망을 발표한다. 세 번째 분과에는 첫 번째 연사인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교통국 이창주 경제담당관이 아세안 지역의 스마트 모빌리티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 교통부 대표로부터 각 국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입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또한, 매 분과별로 마련된 종합 토론 시간에는 남두희 한성대 교수의 사회로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참석한 아세안 대표단과 국내외 인사 약 200여 명이 스마트 모빌리티 도입과 저변 확대, 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에 대한 질의를 통해 모빌리티 대전환을 위한 열띤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우제 국토교통부 정책기획관은 “글로벌 교통산업 환경이 모빌리티로 급격히 전환하는 시기에 아세안 회원국도 교통의 디지털화를 발빠르게 도입하고 있어 포럼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의 스마트 기술 기반의 모빌리티 혁신정책과 성과를 아세안과 공유해 아세안과의 상생발전은 물론 우리기업의 아세안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가전 수요 줄어드는데…렌탈 가전 실적은 '증가'
-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코웨이(021240)와 SK매직, 쿠쿠홈시스(284740) 등 주요 렌탈 가전업체들이 올해 2분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업체들을 중심으로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재고 증가 등 영향으로 부정적인 실적을 공개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어서 주목을 받는다.코웨이 아이콘 얼음정수기 (제공=코웨이)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렌탈 가전업계 1위 코웨이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 늘어난 978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6%, 14% 증가한 1760억원, 1325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18%에 달했다. 2분기 말 기준 렌탈 계정 수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78만 계정이 늘어난 944만 계정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코웨이 렌탈 계정 수는 연말에 1000만 계정에 육박할 전망이다.코웨이의 2분기 실적은 해외 사업이 이끌었다. 이 기간 말레이시아와 미국 등 해외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4% 늘어난 3540억원이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매출액 5375억원을 올리면서 국내를 제외한 단일 국가 첫 연매출 1조원 달성도 유력하다. 코웨이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국내와 함께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 성장 동력 발굴 등을 통해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SK매직은 올해 2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한 2836억원이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103억원에 머물렀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외 계정 수가 34만 늘어나면서 누적 계정 수는 총 231만이었다.SK매직은 지난 5월 ‘에코 휴’를 출시하며 침대 매트리스 렌탈 시장에 진출했다. 아울러 지난 6월 제습 기술을 적용한 ‘에코클린 음식물처리기’를 선보이며 렌탈 영역을 확장했다. SK매직 관계자는 “생활구독 기업으로의 전환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광고비 집행 등으로 이익이 줄었다. 하지만 정수기, 식기세척기 등 신모델 출시를 통해 견조한 실적 성장은 지속했다”며 “매트리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앞세워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쿠쿠홈시스 역시 실적 상승을 보였다. 쿠쿠홈시스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제로백 얼음정수기’를 비롯해 청소기, 창문형 에어컨 등 신모델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한 2626억원이었다. 다만 같은 기간 마케팅, 광고 등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577억원에서 22% 줄어든 453억원이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누적 렌탈 계정 수는 232만 계정이었다.쿠쿠홈시스 관계자는 “국내에선 로봇청소기 등 렌탈 가전 라인업 확장과 함께 추가적인 신제품 출시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들어 말레이시아 등 해외 주력 시장이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망 강화를 통해 실적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에 이어 미국, 호주, 인도 등 신시장 개척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가전을 비롯한 소비재 수요가 위축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경기가 침체하면 가정마다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필요한 물품을 일시불이 아닌 렌탈 방식으로 쓰려는 수요는 늘어난다. 렌탈 가전업체들이 올 하반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SK매직 ‘에코미니 정수기 그린41’ (제공=SK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