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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이 6할"…'콘크리트 유토피아', 결다른 재난 블랙 코미디 [종합]
- (사진=뉴스1)[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시나리오가 5할, 이병헌 선배님이 5할.”이병헌이 보증해 드림 캐스팅을 완성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기존 재난물과는 결이 다른 시나리오와 감동, 블랙코미디로 올 여름 극장가를 공략한다. 21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제작보고회에서는 엄태화 감독을 비롯해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해 작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이병헌과 박서준, 박보영의 첫 호흡에 화려한 캐스팅 조합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앞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전부터 해외 152개국에 선판매되는 등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 이병헌의 열연이 극찬을 받으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의 내용을 각색해 만든 영화로, 자타공인 연기력으로 정점을 찍은 배우 이병헌이 황궁 아파트의 주민 대표 영탁 역으로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가족을 지키기 위한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민성’ 역의 박서준, 민성의 아내이자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명화’ 역에 박보영이 캐스팅됐다. 세 사람의 조합에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연기파 배우들이 똘똘 뭉쳐 꿈의 배우 라인업을 구축했다. 7년 만에 신작으로 관객을 만나는 엄태화 감독은 “감회가 새롭다는 표현 말고는 설명드릴 수 있는게 없는 거 같다”고 운을 떼며 “4년 전쯤 웹툰 ‘유쾌한 왕따’를 처음 봤다. 2부에 ‘유쾌한 이웃’이 있다. 지진이 일어나 건물이 무너졌는데 아파트 한 채는 무너지지 않았고, 그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몰려든다는 설정이었는데 배경이 아파트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사진=뉴스1) 이어 “태어나고 자라난 곳이 아파트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파트가)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이지 않나. 극한 상황 속에서 가장 저희한테 친숙한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들을 하면서 이야기를 각색해봤다”며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나와 비슷한 사람은 누군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지 선택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귀띔했다.화려한 캐스팅 조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엄태화 감독은 “이병헌 선배님을 잡으면 자연스레 좋은 배우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나도 캐스팅을 보고 놀랐다. 두근두근했다. 이들이 한 화면에 잡혔을 때 나도 팬으로서 스크린에서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했다”고 전했다. 이병헌 먼저 잡는 엄태화 감독의 전략은 유효했다. 실제로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등 배우들이 이날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앞다투듯 선배 이병헌을 향한 팬심을 드러내며 출연 계기에 그가 큰 몫을 했다고 털어놨기 때문. 박서준은 자신이 연기한 ‘민성’에 대해 “그동안 했던 역할과 많이 다른 것 같고, 이 안에서 굉장히 많은 감정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서 흥미로웠다. 섬세하게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 공들였다고 자신하고 있다”고 귀띔해 궁금증을 자아냈다.그는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꼭 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병헌 선배님 때문이었다. 엄태화 감독님도 만나뵙고 싶었지만 선배님과 꼭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은 저한테 먼저 제안이 온 작품도 아니었는데 이런 작품이 있다는 걸 알고 제가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다”며 “다행히 감독님이 받아들여 주셨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스1)이에 MC 박경림이 “이병헌이 출연 이유의 8할 정도 되나”라며 너스레를 떨며 묻자 박서준은 “6할 정도”라고 재치있게 대응하는 센스로 응답했다.박보영 또한 “대본을 보고 할 수 있냐고 물어봤고, 이병헌 선배님이 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 서준 씨와 똑같이 ‘그럼 더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고, 다른 장르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더 욕심이 났던 것 같다. 시나리오의 매력이 5할, 이병헌 선배님이 5할”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부녀회장 ‘금애’ 역을 맡은 김선영 역시 자신의 출연 계기에 이병헌 선배님이 ‘8할’이라고 먼저 밝히며 “이병헌 선배님이 하신다고 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이병헌이 “지금 다들 날 놀리는 것이냐”고 장난으로 발끈하는 모습은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렇다면, 이들을 사실상 영화로 불러낸 이병헌의 출연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병헌은 이전에도 ‘비상선언’ 등 재난을 소재로 한 작품들에 수 차례 출연한 바 있다. 다만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출연 계기에 대해 “사실 이 작품은 굳이 장르로 따지자면 ‘재난 영화라 이야기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른 결을 지녔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보통의 재난 영화는 재난이 계속 진행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재난이 주인공이 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재난이 벌어진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버텨나가고 소통하며 상황을 이겨내려 애쓰며 살게 되는지를 보여준다”며 “그런 면에서 오히려 휴먼이나 블랙코미디 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재난 영화와 다른 부분이 아닐까 싶어서 선택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사진=뉴스1)자신이 맡은 캐릭터 ‘영탁’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병헌은 “재난이 벌어진 이후의 극단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많이 변한 모습이다. 보통 저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캐릭터의 겉모습을 만들어 나간다. 논리적으로 이렇기 때문에 ‘헤어스타일이 이래야 한다’라는 건 없다. 다만 변형시키다 보면 ‘영탁이가 이런 모습일 것 같다’라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을 밝혔다.이어 “머리카락이 굵고 뻗쳐나가는 스타일의 성질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표현하려 분장팀과 상의했다. 머리숱이 많고, M자 탈모가 시작될 것 같은 모습의 외형을 상상했고, 그 상태로 촬영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이병헌 역시 자신을 믿고 출연을 결정한 배우들의 열정과 에너지에 놀랐다고. 이병헌은 “저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저는 이 분들과 처음 촬영을 하면서 놀랐다”며 “모두들 열연을 펼쳤고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도 전했다. 이병헌은 “압도적인 사운드나 장면들에서 극장에서 보는 것과 TV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현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히 극장에서 더 느낄 수 있는 게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바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정도로 재미있었고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함께하면 더 이상 볼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고 확신을 드러냈다. 한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개봉한다.
- "살고 싶습니다"…이라크 땅에서 울부짖던 30대 한국인[그해 오늘]
-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04년 6월 21일. 한국 시간 기준 새벽 시간. 카타르 위성방송인 알자리라는 이라크 무장세력에 피랍된 한국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방송했다. 미군 군납업체인 가나무역 소속 한국인 김선일(당시 34세)씨였다. 김씨는 영상에서 영어로 “한국 군인들! 제발 여기를 떠나세요.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살고 싶습니다. 당신의 생명은 소중하고, 제 생명도 소중합니다”라고 말을 했다.김선일씨 사망 직후인 2004년 6월 28일 서울대학교 입구에서 학생들이 이라크 파병반대 및 고 김선일씨 추모 삼보일배 행진을 하려고 교문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슬람 무장단체 소속 납치범 일당 중 한 명은 영상에서 “한국정부와 한국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며 “우리는 한국군이 이 땅에서 철군하기를 원한다. 더 이상 이 땅에 군대를 보내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이 한국인의 머리를 보낼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군에 24시간을 준다고 밝혔다.해당 영상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는 현지시간 방송 당일인 20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알자리라 사무실로 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철군 요구를 거부하고, 이라크 재건 지원을 위한 파병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김씨의 석방을 위해 무장단체와의 협상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외교통상부는 당일 주한 중동국 대사들을 불러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죽기 직전까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호소다음날 무장단체가 김씨 석방 의사를 표명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으나, 김씨는 한국시간 22일 밤 10시 20분(이라크 현지시간 오후 5시 20분) 바그다드에서 약 35㎞ 떨어진 팔루자 인근 도로변에서 순찰 중이던 미군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은 참수된 상태였다.미군은 우리 군당국에 ‘동양인 시신 발견’ 사실을 즉각 통보했다. 그 이후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은 한국시간 23일 0시 45분 이메일로 송부된 사진이 김씨라고 확인했다. 김씨 시신은 다국적군 병원에 안치됐다가 같은 달 26일 군 수송기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무장단체가 이후 공개한 영상에서 김씨는 사망 직전 당시 대통령을 향해 “저는 살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제발, 이라크에 한국 군인들을 보내지 마십시오” 드을 말하며 울부짖었다.당시는 이라크 무장세력들이 외국인들을 무차별적 납치가 잇따라 벌어지던 시기였다. 피랍된 외국인들 중엔 풀려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잔혹하게 살해되는 경우도 많았다. 사건 발생 약 두 달 전, 한국인 목사 7명도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외교통상부 조사 결과, 김씨는 5월 31일 오후 이라크인 직원 1명과 함께 트럭을 타고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팔루자 지역으로 향하던 중 이곳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가나무역 사장은 김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외교부에 신고하는 대신, 경찰서와 병원 등지를 뒤졌다. 김씨가 교통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6월 12일 무렵 피랍 사실을 확인한 후에도 외교부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외교부, 6월초 ‘납치된 한국인 있나’ 문의받고도 몰라가나무역 측은 김씨의 피랍 사실을 확인한 후 자체적으로 현지 변호사를 선임해 무장단체와의 석방협상을 진행했다. 이때까지도 우리 정부에 피랍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김씨의 피랍 상황을 담인 방송이 현지시간 20일 밤 알자리라를 통해 보도됐다.가나무역 사장은 김씨가 피랍되고 알자리라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을 방문했으나 피랍 사실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김씨 피랍사실이 확인된 이후에도 김씨의 피랍 시점에 대해 수차례 말을 바꾸기도 했다. 가나무역 측이 외교부에 피랍 사실을 미리 알렸다면 정부 차원이 더 빠른 대처가 가능했을 상황이었다. AP 통신은 24일 “6월 초 피랍된 김씨가 나오는 비디오테이프를 배달받은 후, 외교부에 영상 속 김씨 신원 및 피랍 사실 여부 등을 문의했으나 ‘한국인 피랍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당시 억류 여부가 불분명해 결국 해당 비디오테이프를 방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AP통신은 이 같은 상황을 보도한 당일,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피랍 직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김씨가 깔끔한 모습으로, 침착하게 납치범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 속에서 김씨는 이름, 생년월일, 직업, 이라크에 온 시점 등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AP통신이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지국 기자가 6월 3일 김선일이라는 이름의 한국인이 이라크에서 실종됐는지 여부를 외교부에 전화로 문의했으나, 테이프 존재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인이 실종됐는지 여부를 단독으로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외교부에 전달했다.또 “문의를 받은 외교부 관계자는 김선일이라는 사람 등 어떤 한국인도 실종되거나 체포됐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디오 테이프는 6월 초 바그다드에 있는 APTN(AP통신 TV계열사)으로 배달됐다. 비디오테이프에는 김씨가 납치됐거나 그의 의사에 반해 억류돼 있다는 그 어떤 표시도 없었다”고 덧붙였다.외교부 측은 AP 측으로부터 문의를 받은 후에도 이를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에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은 이후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