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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대통령 “26조 규모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 마련”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지난 4월 9일 반도체 현안 점검 회의 이후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정부가 금융, 인프라, R&D(연구개발)는 물론 중소·중견기업 지원까지 아우르는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이날 회의는 지난 5월 9일 거시경제·금융시장 현안을 주제로 열린 ‘제1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 이어서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관련 현안,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과 관련,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한편, 올해 일몰되는 투자세액공제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에 차질이 없도록 연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간이 곧 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이 없도록 전기, 용수, 도로 등의 인프라를 정부와 공공부문이 책임지고 빠른 속도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그러면서 “1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해 유망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미니팹(fab·공장) 등 기업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도 기업이 원하는 수준으로 신속하게 확충하겠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또한 반도체 산업 지원이 ‘대기업 감세’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세제 지원으로 기업 투자가 확대되고 수익이 늘어나면 국민은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누리게 되어 민생이 살아나고 세수도 증가하기 때문에 ‘반도체가 곧 민생’”이라면서 “이번 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프로그램의 70%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이 혜택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반도체 산업의 성패는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결정되는데, 아직 우리 팹리스 업계의 시장 점유율이 1% 수준에 머물고 파운드리(위탁 생산)도 선도기업과의 격차가 여전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세계 각국이 국가의 운명을 걸고 산업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장관들이 우리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부처 간,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총력을 다해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한편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왕윤종 안보실 3차장 등이 참석했다.
- "김호중의 자승자박"…법조계 "구속 여부, 자백이 관건"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 씨와 소속사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오는 24일 결정된다. 음주 사고 후 지난 2주간 김호중과 소속사 측의 범죄 은닉을 위한 계획적·조직적 시도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가운데 법률전문가들은 김호중 측의 잘못된 대응이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단순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에 그칠 수 있던 사안이 운전자 바꿔치기, 증거인멸 등 사법 방해 행위가 더해지면서 구속 수사 및 실형 등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수 김호중. (사진=연합뉴스)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24일 낮 12시부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는 김 씨 소속사 대표 이광득 씨와 본부장 전 모 씨도 각각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과 11시 45분에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호중 측 초기 대처에서의 중대한 잘못을 짚었다. 단순 음주운전으로 끝날 수 있던 ‘음주 뺑소니’ 사건이 커진 것은 김호중 측의 사건 은폐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사고 후 3시간 뒤 김씨의 매니저는 김씨의 옷을 입고 경찰을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허위 자수를 했다. 또 본부장 전씨는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 김씨와 소속사 모두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한 정황이 나왔다.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음주운전 사고에서 도주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음주인데 김호중 측은 최초에 ‘공황발작’ 증상으로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한 후 사고 열흘 만에 음주운전을 인정했다”며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말과 태도가 바뀌는 부분에 대해서 죄질을 나쁘게 본다”고 말했다.정 변호사는 이어 “음주운전을 하고 뺑소니를 해도 즉시 이실직고 하는 경우 벌금형으로 그칠 수도 있다”며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등의 행동을 보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았거나 사건 관련해 충분한 지식이 갖춰진 상태에서 그걸 이용했다가 들통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김호중 측 “음주했지만 사고 원인 아냐” 주장 경찰과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청구 조치도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김씨는 사고 열흘 만에 음주운전을 인정한 후 지난 21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음식점에서 소주·맥주 폭탄주 1~2잔, 유흥업소에서 소주 3~4잔 등 총 10잔 이내 술을 마셨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는 교통 사고가 음주로 인해 벌어진 게 아니라며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피해가기 위해 계산된 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가법상 음주 또는 약물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를 운전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경찰은 김씨의 진술에 앞서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주대사체 검출 자료를 포함해 유흥업소 내부 CCTV 자료, 술자리에 동석자 진술, 유흥업소 종업원의 진술 등 다양한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이상훈 법무법인 에이시스 대표변호사는 “위험운전치상의 경우 음주가 인정이 돼야 성립하는데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대한 입증 여부가 관건”이라며 “다만 범인도피방조는 사법방해죄라 사법부에서도 죄질을 안 좋게 보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구속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2일 오전 김씨와 김씨 소속사 대표, 소속사 본부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검찰은 같은 날 오후 김씨 외 3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의 영장 신청에 검찰이 당일 바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수사기관도 김씨 사건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이다.◇24일 영장실질심사…김호중 ‘자백’이 관건김씨의 구속영장 발부 쟁점은 ‘증거 인멸 염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재판은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나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이 가능하다. 김씨의 경우 유명인으로 주거지가 없거나 도망의 우려는 사실상 없다. 다만 증거 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수사단계에서 범인도피·은닉 및 교사, 증거인멸·위조 및 교사, 문서위조 및 교사, 위증 및 교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을 ‘사법방해’ 행위로 정하고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 구속 사유에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구체적 사례는 △음주 운전·교통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법률상 용인되는 진술 거부를 넘어선 적극·조직·계획적 허위 진술 △진상 은폐를 위한 허위 진술 교사·종용 △증거 조작과 증거인멸·폐기 △위증과 증거위조 등이다. 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범죄 혐의를 자백하면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구속 필요성이 떨어져서 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앞서 이미 도주, 증거인멸을 한 것을 사법방해 행위로 엄단해 구속수사 원칙을 세운다고 했기 때문에 김호중 측이 전부 자백하지 않는 한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세금 대신 재단 통해 공익기부…국민 75% "지원 확대 공감대"
-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발렌베리가(家)는 ‘유럽 최대·최고(最古)의 산업 왕조’로 불리는 스웨덴 기업 가문이다. 160여년 간 5세대에 걸쳐 다국적 기업들의 대주주 지위를 지켰다.발렌베리가는 지주사를 통해 에릭슨, 아스트라제네카, 일렉트로룩스, 사브 등 핵심 자회사들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 지주사를 지배하는 곳이 가문이 세운 공익재단이다. 세금 부담이 없는 재단을 통해 가문 경영권을 보장받는 대신 그룹 이익금의 80%는 모두 재단으로 보내 기초과학, 연구개발, 대학지원 등 공익적인 목적으로 쓴다. 그래서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에서 존경의 대상이라고 한다. 공익재단을 통한 가업 승계는 미국, 유럽 등에서 비일비재한 사례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HPSP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가업 승계가 부담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상속세 완화를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그러나 이는 한국에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탓에 대를 거듭할수록 가업 승계 자체가 매우 어려운 데다 해외 민간 공익재단들과 비교해 규제들이 많은 탓이다. 한국은 차등의결권(일부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상속세·증여세법(상증세법)상 공익재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전체 주식의 5% 이상을 주식 취득 형태로 출연받는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미국(20~35% 면세), 독일(전액 면세) 등과 비교하면 재단을 통한 가업 승계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재계에서는 이런 규제만 풀렸어도 락앤락(밀폐용기), 유니더스(콘돔), 쓰리세븐(손톱깎이), 동진섬유(신발원단) 등이 승계를 포기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가 이데일리 의뢰로 지난 7~10일 실시한 상속세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기업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74.7%는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업의 자발적인 활동이므로 불필요하다”는 답변은 25.3%에 그쳤다. 유럽처럼 공익재단을 새로운 지배구조 패러다임으로 검토하는 게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또 ‘최근 상속세 납부를 위해 상속받은 주식을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상속세 부담이 기업 경영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위협”(18.5%) “위협”(53.4%) 등의 답변이 70%를 넘었다. 실제 중견기업 A사는 최근 상속세 부담 탓에 제조업을 이어가기보다 사모펀드에 팔아 생긴 현금으로 부동산 혹은 금융 투자를 하는 게 이득이라는 자녀들의 요청에 승계를 포기했다.거주지(개인) 또는 본사(기업)를 지방으로 이전할 때 상속세 혜택을 제공한다면 비수도권으로 이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9.3%가 “의향이 있다”고 했다. 지방 이전을 위한 상속세 완화 정도를 두고서는 “절반까지 완화시”(55.4%) “전액 면제시”(30.4%) “3분의 1까지 완화시”(14.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