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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우 "만점 없는 인생···그냥 달릴 뿐이죠"(인터뷰①)
- ▲ 김태우[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두 남자가 있다. 과거의 잘못으로 `범죄자`로 낙인 찍힌 사람과 잘못 찍은 낙인으로 `범죄자`가 되는 사람. 두 사람은 선후가 다를 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간다는 점에서 닮았다. 김태우(39)의 새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은 이렇듯 제목에서부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한 작품이다. 영화는 애지중지하던 일곱 살 딸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고 자신의 옆집으로 이사 온 남자가 아동 성폭행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언론시사회 현장에서 이 영화에 형사로 출연한 배우 정인기는 `라면`에 빗대 작품을 소개했었다. `나라면, 너라면, 우리라면 어땠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라는 것. 아이를 잃고 절규하는 아버지 노충식으로 분한 김태우는 `불쌍한 두 친구 이야기`라고 영화 소개를 새롭게 했다.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를 두 남자의 충격적인 파국이 그를 이 영화로 이끌었다. 김태우는 "오랜만에 재미있는 상업영화에 출연했는데 이번에도 작품성이 주목받고 있어 내심 불안하다"며 눙쳤다. 그도 강조해 말했지만 김태우는 상업배우다. 방송사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입문해 1997년 `접속`,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영화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이후 10년간 그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영화가 대부분에 그 가운데에서도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과 같은 작가주의적 영화가 특히 도드라진다. 김태우는 "의도한 건 아닌데 자신을 둘러싼 일종의 선입견이 생겨버렸다"며 난감해했다. TV 출연을 꺼리지도, 작가주의적 영화에만 출연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배우 김태우는 진지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에만 출연한다` 식으로 소문이 나 있더라는 것이다. 그가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그와 작업한 감독들이 하나같이 너무 잘 나간(?) 탓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의 출연작 가운데 세계 유명 영화제에 출품되거나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이 유독 많아요. 오죽하면 신인감독이 김태우랑 작업하면 해외 영화제 나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다 생겼을까요. 물론 좋은 일이긴 한데 저한테는 약간의 부작용도 있는 게 사실이에요. 소문 좀 내주시죠. 저 드라마도 하고요, 코믹 연기도 맡겨만 주시면 잘할 수 있다고 말예요."(웃음) 김태우는 자신과 같은 연예인은 특히 `선입견`이 많을 수 있다고 봤다. 극 중 유세진(이정진 분)이 과거 단 한 번의 잘못으로 마을주민의 마녀사냥에 희생양이 되듯 말이다. 그러면서 최근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타블로 사건을 언급했다. "가수든, 배우든 사람들은 연예인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요. TV로 영화로 늘 보아온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들어서, 보아서 아는 사람과 내가 직접 경험한 사람은 다르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타블로 씨 사건도 그래서 생겨났고요. 저도 작품을 하며 감독, 배우 등에 대한 선입견은 될 수 있으면 안 가지려 하는데 그래서 이 영화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배우와 실제 모습이 지극히 일관적이다. 전형적인 모범생 타입이랄까. 올해만 해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영화 `인플루언스`를 시작으로 4일 개봉한 `돌이킬 수 없는`, 12월 개봉을 앞둔 `여의도` 같은 상업영화를 비롯해 총 24부작 중 고작 1회 출연이 전부인 드라마(SBS `대물`)에도 얼굴을 비췄다. 이렇듯 그는 매체나 장르, 규모 등에 편견 없는 길을 걷고 있다. 그런 그에게 배우로의 목표가 무엇이냐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 였다. "배우에겐 만점이 없잖아요. 100점 맞으면 최고인 시험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연기를 잘했다 쳐요. 하지만 그것은 `잘했다`이지 `만점`은 될 수 없어요. 전 그냥 달릴 뿐이에요. 중2 때 배우 되겠다고 떼쓰며 반대하는 아버지 앞에서 머리 빡빡 깎고 시위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만점이 없으니 계속 도전할 게 생기네요. 배우, 그래서 더 매력적이지 않나요?"(웃음) (사진=권욱 기자)▶ 관련기사 ◀☞김태우 "동생 태훈이, `아저씨`로 이름 알려 기뻐"(인터뷰③)☞김태우 "고현정, 독해? 실제론 여리고 정도 많아"(인터뷰②)☞김태우 "`대물` 보다 `도망자` 잘됐으면···이정진 응원"☞`돌이킬 수 없는` 이정진 "타블로, 극중 유세진과 비슷해"☞정인기 "`돌이킬 수 없는` 라면 같아···`나, 너, 우리라면'"
- '조영수 페르소나' 숙희가 사는 법(인터뷰)
- ▲ 가수 숙희[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김수현 작가의 페르소나(Persona) 배우 김희애',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 배우 김상경' 라틴어로 마스크 혹은 얼굴이란 뜻의 '페르소나'는 방송·영화가에서 작가 혹은 감독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배우라는 의미로 쓰인다. 유명 작가와 감독들에게는 이같은 '페르소나'가 작품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최근 데뷔 음반 '더 퍼스트 익스피어리언스'(The First Experience)를 발매한 가수 숙희(본명 진정연·28)는 작곡가 조영수의 '페르소나'로 불린다. 조영수는 SG워너비 '내사람'·'라라라, 티아라 '너 때문에 미쳐', 김종국 '제자리걸음', 이승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 히트곡을 만든 스타 작곡가. 조영수가 발굴한 숙희는 가녀리면서도 구슬픈 한국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어 조영수 특유의 복고풍 음악을 잘 살릴 가수로 주목받았다. "아마도 (조)용수 오빠를 만난 게 제 인생의 기적이 아닐까 싶어요. 스무 살 때 데뷔 준비를 하다가 여러모로 회의가 들어 가수는 안 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음반을 내게 된 계기는 다 용수 오빠에 대한 음악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신뢰 때문에 가능했죠." 가수 거미, 쥬얼리 박정아, 버블시스터즈 강현정, 빅마마 이지영 등이 나온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데뷔앨범 준비하기 전까지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한 숙희. 그녀를 만나 10년 넘게 키워온 음악에 대한 짝사랑과 우여곡절 가수 데뷔 후일담을 들었다. -데뷔 전 가수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스무 살 때 한 기획사에서 R&B 가수로 데뷔할 뻔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여자 가수들의 외모를 중요시할 때라 스트레스가 컸다. 또 가수 데뷔 전 기획사의 보호가 구속같이 다가와 부담도 심했고. 또 보컬 강사와 다른 가수들의 코러스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수 데뷔에 대한 욕망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다 (조)용수 오빠를 만나 가수 제의를 받았고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조영수라면 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내 강점을 너무나도 잘 아는 분이라 내 장점을 잘 끌어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인 믿음도 컸다. 몇 년간 용수 오빠와 음악 작업을 같이하면서 신뢰를 쌓았기에 '이 사람(조영수)이라면 나를 이용해 이익만을 챙기려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기성 가수들의 코러스 활동이 음반 작업에 도움이 됐을 법하다 ▲먼저 뮤지션 분들과의 교류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무대 경험 도움도 많이 됐고. 김동률, 이적, 유희열, 박정현, 빅마마 선배들의 콘서트에서 코러스를 했는데 그분들의 공연을 보며 많이 배운 것 같다. 이적 오빠의 무대 장악력과 김동률 오빠의 완벽주의. 가수로서의 열정을 보고 느꼈다. -활동명이 숙희다. 마음에 드나 ▲처음에는 정말 싫었다. 안 한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음악 스타일과 함께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가기위해서'라는 용수 오빠와 주위 분들의 끝없는 설득에 결국 받아들이게 됐다. 처음에는 '소울 시스타'나 이런 이미지로 가려고 했는데...(웃음) 이름 때문에 '트로트 가수냐'는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이름이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장점이 있어 좋은 것 같다. ▲ 가수 숙희-숙희라는 이름에 대한 주위 반응은 어땠나 ▲이적 오빠가 내가 가수 준비한다는 걸 알고 전화로 이름이 뭐냐고 묻더라. 당시만 해도 내가 창피해서 끝까지 안 알려줬는데 어떻게 알아냈더라. 그런데 '우리 와이프 이름은 옥희야. 그러니까 힘내'라는 농담을 건네더라. -음반 수록곡이 트렌디한 음악은 아니다. 타이틀곡 '원 러브'를 비롯해 '라라라' 등 수록곡이 복고적인 느낌이 강하다. ▲첫 음반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음악'보다 '잘할 수 있는 음악'에 주력했다. 연차가 쌓이고 가수로 좀 더 자리를 잡으면 R&B 등 다양한 장르도 해보고 싶다. -음반을 가장 먼저 준 사람은 누군가 ▲부모님이다. 가수 한다고 했을 때 반대도 많이 하셨다. 대학도 실용음악과 간나고 하니 ''딴따라'하려고 하냐'며 아버지 반대가 심했다. 어머니가 당시에는 많은 힘이 돼 줬다. 숙희는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데뷔했다는 게 실감이 날 때는 언젠가 ▲길거리에 내 음악이 들릴 때가. 한 번은 가로수길에서 차를 마시는데 어떤 사람의 차 안에서 들리는 음악이 내 노래더라. 신기했다. -가수로서의 꿈은 뭔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보다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기쁘거나 슬플 때 찾아 듣게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
- '시' 제작사, 영진위 침묵 비난에 "적반하장"
- ▲ 영화 '시'[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이창동 감독이나 '시' 제작사는 처음부터 이 문제로 인해 논란이 야기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사실 관계를 교묘히 호도하면서 오히려 제작사와 감독의 친묵을 적반하장격으로 비난하고 있다."영화 '시'의 제작사 파인하우스에서 영진위의 '해명 및 정정보도 요청'에 대해 이같이 공식입장을 밝혔다.영진위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9년 영진위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사업 심사에서 '시'가 0점을 받아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제작사와 감독이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깊은 유감을 표하며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 바 있다.파인하우스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작사와 감독은 이 문제가 처음 논란이 되기 시작한 1차 심사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먼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항의를 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이어 "최근에 '시'가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뒤에 이 문제가 다시 논란을 불러온 것은 제작사가 아니라 네티즌과 언론의 문제제기에 의한 것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고 덧붙였다.파인하우스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한 것은 이창동 감독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파인하우스 측에 따르면 이 감독은 이런 논란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원치 않았다. 한때 문화예술정책의 책임자로 있었던 사람으로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문화예술지원정책이 야기하고 있는 숱한 논란과 문제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한 자신의 영화 문제를 스스로 거론하기를 원치 않았다는 게 제작사 측의 해명이다.다음은 영진위의 '시' 0점 논란에 대한 해명 요구에 대한 파인하우스필름의 입장 전문이다.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어제(6월 15일)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관련 보도 내용에 대한 해명 및 정정보도 요청”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영화 ‘시’와 관련한 그간의 논란에 대하여 영진위의 마스터제작지원사업에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의도적으로 탈락 시킨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였습니다. 또한 영진위는 이 문제에 관한 논란에 대해 제작사와 감독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영화 ‘시’의 제작사인 파인하우스는 이 문제가 처음 논란이 되기 시작한 1차 심사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먼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항의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최근에 영화 ‘시’가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뒤에 이 문제가 다시 논란을 불러온 것은 제작사가 아니라 네티즌과 언론의 문제제기에 의한 것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제작사가 처음부터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한 것은 영진위의 말대로 ‘억울한 피해자인 척’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창동 감독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감독은 일부 언론의 질문에 답한 것처럼, 이런 논란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원치 않았고, 한때 문화예술정책의 책임자로 있었던 사람으로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문화예술지원정책이 야기하고 있는 숱한 논란과 문제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한 자신의 영화 문제를 스스로 거론하기를 원치 않았던 것입니다. 이감독의 그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영진위가 이 문제에 대해 감독과 제작사의 입장을 밝히기를 공식적으로 요구하였으므로 이에 영진위의 주장에 대해 제작사의 입장을 밝힙니다.영진위는 “당시 ‘시’의 신청사인 <나우필름(대표 이준동)>은 동 지원사업에 신청하면서 사업 공고 시 제시한 제출서류 요건이었던 ‘시나리오’가 아닌 ‘트리트먼트’(시나리오의 줄거리)를 제출”하였다고 해명하였습니다. (영화 '시'의 신청사이자 제작사는 나우필름이 아니라 파인하우스필름입니다.) 이것은 사실관계가 틀린 말입니다. 제작사 파인하우스필름은 '트리트먼트(시나리오의 줄거리) 가 아니라 시나리오로 제출하였습니다. 트리트먼트란 영진위의 규정대로 '시나리오의 줄거리'만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제출한 '시'의 시나리오는 대사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진 완성된 형태의 시나리오였습니다. 감독이 문학적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신번호만 붙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또한 그러한 형식의 시나리오를 제출할 당시, 영진위는 시나리오 형식이 아닌 경우 결격사유가 될 수 있으니 제출서류를 제대로 구비하라고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에서 무리하게 접수를 진행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제작사의 입장에서 영진위가 인정하는(?) 관습적인 시나리오로 고치는 데 불과 한두 시간이면 충분한 작업을 굳이 마다하고 ‘무리하게’ 제출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이미 영진위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과 낮’에 트리트먼트로 서류를 접수했고, 심사를 해서 지원을 한 전례가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애초에 시나리오가 없고, 촬영당일 날 최종대본이 나온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홍상수 감독의 작업방식을 존중한다면 시나리오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트리트먼트를 심사하는 것이 지원사업의 정신에 부합합니다. 그런데 영화 ‘시’의 경우에는 홍상수 감독처럼 트리트먼트도 아니었고, 완성된 시나리오였습니다. 다만 ‘시’의 주제에 걸맞게 씬 번호를 붙이지 않은 형식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트리트먼트(줄거리)’만 제출했으니 ‘서류미비’로 당연히 탈락시켰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트리트먼트인지, 형식이 다른 완성된 형태의 시나리오인지는 지금이라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진위는 보도자료에서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사업은 ‘사전’ 제작지원 사업으로서 ‘제작예정인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데, “‘시’는 이미 2차 심사 당시 촬영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그래서 접수, 심사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심사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영화 ‘시’가 사전제작의 자격요건이 되지 않았는데도 배려해주었다는 듯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2차 지원사업의 접수는 8/17~8/21일이었으며 심사는 12/2~12/4에 이루어졌습니다. '시'의 크랭크인은 8/25일 입니다. '제작예정'이란 요건이 심사일 기준이 아니라 접수일 기준이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심사일 기준이라면 영진위의 심사가 시작될 때까지 무한정 촬영을 미뤄야할 것이므로, 영진위가 영화 ‘시’를 배려한 듯이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제작사는 어떤 특혜도 원치 않습니다. 오히려 영진위는 왜 접수가 시작되고 4개월이 지나서야 심사를 했는지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진위 말처럼 그런 배려와 심사 끝에 결국 이감독의 ‘시’가 2차에도 탈락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심사에서는 영화 ‘시’가 영진위가 원하는 형태의 시나리오가 제출되었고, 심사 결과 “지원 작품들의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영진위가 실시하는 다른 시나리오 공모 사업에 비해 떨어지는”(영진위 심사평) 전체 지원작 중 3위의 평가를 받고 결국 탈락했습니다.영진위는 “전 세계가 주목해 온 감독 이창동의 영화세계와 연출역량, 그의 신작 ‘시’가 지니고 있는 작품성과 예술성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지원 방법을 모색한 바 있습니다.”고 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시'가 작품성과 예술성이 좋아 별도의 지원방법을 모색할 정도였으면 1차 심사 때 2위를 한 '시'를 규정에 따라 지원작으로 결정하면 그만이었을 것을 왜 위원회 전체 회의까지 열어 기어이 떨어뜨렸을까요? 또한 영진위는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성영화 투자조합>과 <중형영상전문투자조합>을 통해 간접지원”을 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시’가 마스터지원사업에 탈락한 것과 다양성펀드 등에서 투자를 받은 것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입니다. 다양성펀드는 '시'의 투자사인 유니코리아에 3억원, 중형투자조합에서 2억원을 투자했을 뿐 제작사인 파인하우스필름에 투자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그것은 마스터지원사업처럼 조건 없는 지원이 아니라 엄연한 투자입니다. 영진위의 논리대로라면, 펀드나 조합이 투자한 모든 한국영화는 영진위가 지원하는 영화라는 말입니까? 펀드나 조합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영진위의 지시가 아니라 독립적인 자체 심사위원회를 통하여 결정합니다. 영진위는 펀드나 투자조합의 심사위원회를 무시하고 영진위의 결정대로 투자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인지 해명하기 바랍니다. 영진위는 해명서에서 마치 이창동감독이 마스터지원사업에 서류미비로 탈락된 것이 안타까워서 펀드나 투자조합을 통해 간접 지원하도록 배려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은혜를 입은 감독과 제작사가 일부러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이다’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밝힌 대로 영화 ‘시’의 이창동감독이나 제작사는 처음부터 이 문제로 인해 논란이 야기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영진위는 사실 관계를 교묘히 호도하면서 오히려 제작사와 감독의 ‘침묵’을 적반하장 격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영진위는 이 문제가 영진위의 영화지원 정책과 사업운용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야기되고 있는 합리적이고 근거 있는 의심과 불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직시하고, 진지하게 성찰해야만 할 것입니다. 영진위는 “당시 ‘시’의 신청사인 <나우필름(대표 이준동)>은 동 지원사업에 신청하면서 사업 공고 시 제시한 제출서류 요건이었던 ‘시나리오’가 아닌 ‘트리트먼트’(시나리오의 줄거리)를 제출”하였다고 해명하였습니다. (영화 '시'의 신청사이자 제작사는 나우필름이 아니라 파인하우스필름입니다.) 이것은 사실관계가 틀린 말입니다. 제작사 파인하우스필름은 '트리트먼트(시나리오의 줄거리) 가 아니라 시나리오로 제출하였습니다. 트리트먼트란 영진위의 규정대로 '시나리오의 줄거리'만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제출한 '시'의 시나리오는 대사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진 완성된 형태의 시나리오였습니다. 감독이 문학적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신번호만 붙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또한 그러한 형식의 시나리오를 제출할 당시, 영진위는 시나리오 형식이 아닌 경우 결격사유가 될 수 있으니 제출서류를 제대로 구비하라고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에서 무리하게 접수를 진행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제작사의 입장에서 영진위가 인정하는(?) 관습적인 시나리오로 고치는 데 불과 한두 시간이면 충분한 작업을 굳이 마다하고 ‘무리하게’ 제출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이미 영진위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과 낮’에 트리트먼트로 서류를 접수했고, 심사를 해서 지원을 한 전례가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애초에 시나리오가 없고, 촬영당일 날 최종대본이 나온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홍상수 감독의 작업방식을 존중한다면 시나리오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트리트먼트를 심사하는 것이 지원사업의 정신에 부합합니다. 그런데 영화 ‘시’의 경우에는 홍상수 감독처럼 트리트먼트도 아니었고, 완성된 시나리오였습니다. 다만 ‘시’의 주제에 걸맞게 씬 번호를 붙이지 않은 형식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트리트먼트(줄거리)’만 제출했으니 ‘서류미비’로 당연히 탈락시켰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트리트먼트인지, 형식이 다른 완성된 형태의 시나리오인지는 지금이라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진위는 보도자료에서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사업은 ‘사전’ 제작지원 사업으로서 ‘제작예정인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데, “‘시’는 이미 2차 심사 당시 촬영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그래서 접수, 심사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심사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영화 ‘시’가 사전제작의 자격요건이 되지 않았는데도 배려해주었다는 듯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2차 지원사업의 접수는 8/17~8/21일이었으며 심사는 12/2~12/4에 이루어졌습니다. '시'의 크랭크인은 8/25일 입니다. '제작예정'이란 요건이 심사일 기준이 아니라 접수일 기준이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심사일 기준이라면 영진위의 심사가 시작될 때까지 무한정 촬영을 미뤄야할 것이므로, 영진위가 영화 ‘시’를 배려한 듯이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제작사는 어떤 특혜도 원치 않습니다. 오히려 영진위는 왜 접수가 시작되고 4개월이 지나서야 심사를 했는지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진위 말처럼 그런 배려와 심사 끝에 결국 이감독의 ‘시’가 2차에도 탈락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심사에서는 영화 ‘시’가 영진위가 원하는 형태의 시나리오가 제출되었고, 심사 결과 “지원 작품들의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영진위가 실시하는 다른 시나리오 공모 사업에 비해 떨어지는”(영진위 심사평) 전체 지원작 중 3위의 평가를 받고 결국 탈락했습니다.영진위는 “전 세계가 주목해 온 감독 이창동의 영화세계와 연출역량, 그의 신작 ‘시’가 지니고 있는 작품성과 예술성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지원 방법을 모색한 바 있습니다.”고 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시'가 작품성과 예술성이 좋아 별도의 지원방법을 모색할 정도였으면 1차 심사 때 2위를 한 '시'를 규정에 따라 지원작으로 결정하면 그만이었을 것을 왜 위원회 전체 회의까지 열어 기어이 떨어뜨렸을까요? 또한 영진위는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성영화 투자조합>과 <중형영상전문투자조합>을 통해 간접지원”을 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시’가 마스터지원사업에 탈락한 것과 다양성펀드 등에서 투자를 받은 것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입니다. 다양성펀드는 '시'의 투자사인 유니코리아에 3억원, 중형투자조합에서 2억원을 투자했을 뿐 제작사인 파인하우스필름에 투자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그것은 마스터지원사업처럼 조건 없는 지원이 아니라 엄연한 투자입니다. 영진위의 논리대로라면, 펀드나 조합이 투자한 모든 한국영화는 영진위가 지원하는 영화라는 말입니까? 펀드나 조합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영진위의 지시가 아니라 독립적인 자체 심사위원회를 통하여 결정합니다. 영진위는 펀드나 투자조합의 심사위원회를 무시하고 영진위의 결정대로 투자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인지 해명하기 바랍니다. 영진위는 해명서에서 마치 이창동감독이 마스터지원사업에 서류미비로 탈락된 것이 안타까워서 펀드나 투자조합을 통해 간접 지원하도록 배려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은혜를 입은 감독과 제작사가 일부러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이다’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밝힌 대로 영화 ‘시’의 이창동감독이나 제작사는 처음부터 이 문제로 인해 논란이 야기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영진위는 사실 관계를 교묘히 호도하면서 오히려 제작사와 감독의 ‘침묵’을 적반하장격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영진위는 이 문제가 영진위의 영화지원 정책과 사업운용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야기되고 있는 합리적이고 근거있는 의심과 불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직시하고, 진지하게 성찰해야만 할 것입니다. ▶ 관련기사 ◀☞영진위, "'시', 부당평가 없었다…이창동 감독에 유감"☞영화 '시', 국제적 찬사 vs 국내선 논란 '씁쓸'☞'칸 각본상' '시', 10월 미국 개봉 확정☞윤정희 "향후 2년간 작품 활동 어려울 듯"☞이창동 "'시' 盧 연상 반응 자연스러워"
- 63회 칸 국제영화제, 14박 15일의 기록
- ▲ 칸[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비행시간까지 합쳐 14박 15일. 기자 생활 중 최장기 출장 일정표를 앞에 두고 막막한 두려움이 밀려온 것도 잠시, 경쟁부문에 진출한 '시'와 '하녀'를 비롯해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한 한국영화 다섯 편과 함께 한 취재일정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7시간에 달하는 한국과 프랑스 간 시차를 느낄 틈도 없이 진행된 지난 2주간의 칸 영화제 여정을 기억에 남는 몇 장면과 함께 돌아보았다. 영화제 기간 칸 거리 곳곳은 선남선녀 물결…상위 1%급수?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승자는 혼자다'에는 영화제 기간 칸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영화 제작자의 눈에 들기 위해 1년 내내 모은 돈으로 산 가장 비싼 옷으로 치장한 배우 지망생, 그런 이들을 노리고 비싼 스포츠카를 몰고 거리를 배회하는 유럽의 부자들,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영화제를 찾은 잊혀진 왕년의 스타 등.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넉넉히 도시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프랑스 남부 해안의 작은 도시 칸의 거리 곳곳을 거닐다 보면 저절로 이 소설이 떠오른다. 거리를 가득 메운 잘 차려입은 늘씬한 체격의 선남선녀들과 밤마다 정박해 있는 요트에 불을 밝힌 채 파티가 열리는 칸의 모습을 보면 말이다. 실제로 거리에서 마주치는 이들은 유난히 미남미녀들이 많아 걷다 보면 공연히 기가 죽는다. 칸 영화제에 10년째 왔다는 한 영화관계자는 "패션의 도시라는 파리보다 오히려 칸이 미남미녀들이 많기로는 최고"라고 들려주었다. 또, "밤이면 부자인 듯해 보이는 남자들과 팔짱을 끼고 걷는 미녀들도 종종 눈에 띈다"며 소설 속 이야기가 사실임을 뒷받침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칸이 1년 내내 선남선녀들로 북적이는 도시일 것이라는 오해는 금물. 영화제 기간을 제외하고는 '휴양도시'를 넘어 '요양도시'란 단어가 더 어울릴 정도로 조용하고 거리에는 주로 노인들만 눈에 띈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다. ▲ 영화 팬들이 모여든 칸 마르티네즈 호텔 앞'영화 팬들의 성지' 마르티네즈 호텔 배우 전도연을 비롯한 영화 '하녀'팀의 숙소로도 잘 알려진 칸 마르티네즈(MARTINEZ) 호텔은 칸에 있는 여러 고급 호텔 중에서도 가장 좋은 호텔로 꼽힌다. 영화제 기간 이 호텔 근처에 가면 매일같이 팬들이 호텔을 둘러싸고 입구에서 스타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장사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호텔에 묵는 스타들도 자신을 향해 터지는 플래시 세례나 팬들의 외침에 당황한 기색 없이 당연한 의례인 양 손을 흔들거나 기꺼이 사진을 찍혀준다. 스타의 입장에서는 돈 안들이고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장이자 영화제 쪽에서 볼 땐 훌륭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곳이 바로 마르티네즈 호텔이다. 위치상으로도 이 호텔은 칸을 가로지르는 크로와제트 거리의 가장 끝에 있어 자동차로 영화제 장소에 입장할 때 가장 오랫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도 하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헵번 등 전설적인 스타들이 찍힌 사진을 유심히 보면 마르티네즈 호텔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사진을 꽤 여럿 발견할 수 있다고. 우연찮게 마르티네즈 호텔 야외 테라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기회를 얻은 기자도 고급 세단에서 내리는 스타들을 흘깃거리며 볼 수 있었다. 나오미 와츠, 우디 앨런-순이 부부, '아바타'에 출연한 여배우 로드리게스 등을 눈앞에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순간이었다. ▲ 홍상수 감독 예지원 유준상(왼쪽부터)밤 12시 음주 인터뷰, 배우들의 맨얼굴과 친해지기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한 영화 '하하하'가 상을 타던 날, 인터뷰는 시상식과 간단한 파티가 끝난 후인 밤 열 두시께에야 이뤄졌다. 칸 밤거리에서 홍상수 감독, 배우 유준상, 예지원과 만나 얘기할 장소를 찾다 한 취재진의 숙소인 아파트 발코니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파티에 다녀오느라 술에 얼큰히 취한 배우들과 밤거리를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건 서울에서는 느껴보기 힘든 정취라고나 할까. 높은 하이힐에 발목이 아팠던 예지원씨는 급기야 신발을 벗어들고 밤거리를 걷는 과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드디어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선물로 하사한 샴페인을 한잔씩 돌리며 이어진 인터뷰는 웃음과 졸음이 섞인 채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인터뷰를 마친 시각은 새벽 한시 반. 기사 쓸 생각에 부담감은 천근 만근이지만 두고 두고 얘기할 추억거리 하나 챙겼다는 생각에 뿌듯한 새벽이었다. ▲ 윤정희-이창동 감독갈라 상영, 고단한 여정 끝의 감동 칸 영화제 공식 상영을 뜻하는 갈라 스크리닝(Gala screening)은 배우들에게는 영광이지만 취재 기자들에게는 고단한 여정 중 하나다. 일단 갈라 스크리닝에 입장하려면 남성은 나비 넥타이 차림의 정장, 여성은 스커트 차림이 필수다. 기자도 물론 예외는 없다. 아침부터 이어진 영화제 일정 중 맨 마지막에 자리하는 공식 스크리닝을 위해 아침부터 스커트 정장을 입고 뛰어다니는 일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경쟁 부문 진출작 중 하나인 '하녀'는 상영 시간이 밤 10시 30분이었다!) 또, 기자들은 이미 한국 시사회 때 관람한 영화를 칸에 와서 기자시사회, 공식 갈라 상영까지 총 3회를 보게 된다. 아무리 좋아하는 작품이라도 같은 영화를 연속해서 3번 보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피곤이 겹친 나머지 '시'의 갈라 스크리닝 때는 잠시 졸기도 했다. 그런데 졸던 기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장면은 '시'의 상영이 끝날 무렵 펼쳐진 광경이었다. 5분 넘게 이어진 박수 물결도 인상적이었지만 노배우 윤정희의 눈에 어느덧 맺힌 눈물방울은 보는 사람의 눈가도 촉촉해지게 만들었다. 화려한 전성기를 뒤로하고 택한 프랑스행에 이어 16년 만에 스크린 복귀, '제 2의 데뷔'라고 스스로 평했을 만큼 쉽지 않았을 촬영 과정 등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쳐가지 않았을까. 인생의 황혼기에 처음 칸 영화제에 온 여배우의 눈물은 고운 한복과 어우러져 다른 어떤 장면보다 아름다운 한 컷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