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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한국 관광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힘써"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제주항공은 일본·중화권·동남아 등 제주항공이 취항하는 지역에 한국 관광을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동체외부와 내부 사이드월 패널, 트레이테이블 등 해외노선을 주로 운항하는 항공기 4대에 강릉시와 안동시의 광고를 진행해 탑승객은 물론 국내외 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에게도 한국 관광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해외 노선 항공기에 강릉·안동 등 동체 래핑한 모습. (사진=제주항공)제주항공 래핑광고를 가장 먼저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인 안동시는 지난 2023년 4월부터 관광거점도시 ‘안동’ 홍보를 위해 △병산서원의 만대루 △안동 전통 탈 △대한민국 안동·ANDONG, KOREA·安東 韓國 등 지역명을 한글, 영어, 한문 등으로 표기한 디자인을 사용해 래핑광고를 시작했다. 올해 5월부터는 항공기 기내 사이드월 패널에 안동의 유명 관광지인 △하회마을 △월영교 및 전통행사인 △선유줄불놀이 이미지 광고를 통해 안동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강릉시도 웰니스 관광 홍보를 위한 슬로건인 ‘힐링 시티 오브 아시아(Healing City of Asia)’라는 문구와 강릉의 대표 명소인 경포해변과 서핑체험, 커피 등 유명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이용한 일러스트로 동체래핑을 진행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23~2024 한국관광 100선 선정지인 ‘동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2023~2024 야간관광 100선 선정지인 ‘강릉 경포해변, 경포호’, ‘속초 영금정’ 홍보를 위해 기내 트레이테이블을 활용, 내외국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제주항공 국내·국제선에서 홍보하는 등 국내여행지를 알리고 있다.제주항공은 공식 유튜브 채널의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 관광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인 여행객과 제주항공 승무원이 국내 여행지를 소개하는 ‘안녕하세요 J플래너’ △국내 유명 관광지와 맛집을 소개해 주는 ‘감귤랭 가이드’ △아름다운 제주도를 배경으로 K-POP 아티스트와 함께 제작한 유튜브 콘텐츠 ‘에어스테이지(AIR STAGE)’ 등을 통해 외국인의 한국 여행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이 밖에도 제주항공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한국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관광공사를 중심으로 지자체, 숙박, 여행, 쇼핑 등 관광 관련 25개 회원사로 이뤄진 단체인 ‘VISITKOREA 얼라이언스’에도 지난해부터 국적 항공사 중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 제주항공 뮤직 페스티벌 HAVE A NICE TRIP 2024 외국인 초대 이벤트, 제주항공 유튜브 ‘안녕하세요 J플래너’ VK회원사 협업 콘텐츠 제작 등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외국인의 방한 여행 활성화 목적으로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를 활용해 국내 관광지를 해외에 알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의 외국인 대상 콘텐츠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며 “제주항공이 취항하는 일본, 중화권,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잠재된 한국 여행 수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 대응"…트럼프 2기+탄핵 정국에 머리 맞대는 재계
- [이데일리 김정남 김성진 기자] “한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어요.”미국 뉴욕 월가의 한 뮤추얼펀드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는 유대계 미국인 A씨는 최근 몇몇 한국 지인들에게 비상계엄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의 회사가 담고 있는 종목 중에는 한국 주식도 있다. 그의 고향인 이스라엘은 심지어 한국을 두고 여행주의령까지 내렸다. A씨는 투자한 한국 주식 외에 다른 주요 기업들이 받을 여파까지 알고 싶었으나, 계엄에 따른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미국 주요 싱크탱크의 한국지사에서 일하는 B씨는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미국 본부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과 기업 영향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한국은 사업하기 안전한지, 한국 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그래픽=김일환 기자)◇삼성·현대차·LG 잇단 사업회의미국 트럼프 재집권과 한국 탄핵 정국이 잇따라 현실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대내외 복합위기에 맞닥뜨렸다. 한국 자체의 브랜드 저하와 국내 주요 산업 지원 법안 폐기가 불가피한 가운데 기업들은 잇따라 묘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가뜩이나 트럼프 2기 대응이 어려운 와중에 행정부 마비까지 불가피해지면서, 기업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해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달 중순 예정대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과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 부회장의 주재 하에 내년 사업계획과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부문·지역별로 사업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이번 회의는 각종 악재가 적지 않은 가운데 열려 이목이 집중된다. 때 이른 ‘메모리 겨울론’에 더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등 과제까지 안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2기 정책 리스크와 국내 탄핵 정국까지 겹쳤다. 재계 한 인사는 “이번 비상계엄 이후 반도체 특별법 등 주요 산업 지원 법안들은 사실상 폐기됐다”며 “정책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을 가정해 내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현대차그룹은 이번달 중순께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열고 권역별 사업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상·하반기 한 차례씩 미주, 유럽 등 해외 권역본부장들과 함께 회의를 연다. 정의선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모두 참석한다. LG그룹 역시 구광모 회장 주재로 조만간 사장단 협의회를 연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외부 요인 변화 등을 고려해 수시로 내년 사업계획 관련 회의를 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 변화가 큰 만큼)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정책들의 시행 시기나 내용 등을 주시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석화 등은 고환율(달러화 강세·원화 약세)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주목된다.◇냉랭한 美, 정책 불확실성 더 커질라재계는 특히 미국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다소 부정적이라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반도체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른 해외 기업 보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기업들의 대관뿐만 아니라 정부의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미국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 고스란히 국내 기업들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첨단산업 전쟁에서 일본, 대만 등 경쟁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뜻이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행정 기능이 마비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실제 뉴욕타임스(NYT)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한미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며 “양국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고 보도했다.이번 사태가 수사 국면으로 접어들면 재계의 긴장감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과거 2016년 탄핵 정국 때 재계 인사들도 영향이 있었다”며 “이번 사태 역시 재계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만에 하나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 클룩, 中 무비자 발표 후 예약률 70%↑…"가장 높은 곳은 상하이"
- 상하이 야경 (사진=이미지투데이)[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중국 상품 예약률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여행 예약 플랫폼 클룩(Klook)의 예약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무비자 정책이 발표·시행된 11월 중국 여행 상품 예약 건은 10월 대비 약 70% 증가했다.11월 한 달간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중국 여행지는 상하이였으며 베이징, 청두, 심천, 샤먼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상하이는 예약이 80% 가까이 증가하며 한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상하이에서는 상하이 디즈니랜드, 황푸강 리버크루즈, 상하이 타워 118층 전망대 입장권 상품 예약이 많았다.베이징 자금성 (사진=이미지투데이)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도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장권이 가장 높은 예약을 기록해 테마파크에 대한 한국인 자유여행객들의 높은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무톈위 만리장성 일일 투어, 자금성 투어, 자금성 고궁박물관 입장권 등 역사 유적이 인기가 많았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8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시행한다고 발표해 내년 12월 31일까지 비즈니스, 관광, 친지 방문 시 최대 15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해졌다.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무비자 체류 기간을 30일로 연장하고 방문 목적에도 ‘교류 방문’을 추가한 바 있다.
- “내 작품의 근원은 사랑”…한강, 노벨문학상 강연[전문]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소설가 한강(54)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통해 지난 31년 간의 작품 세계를 회고했다.한강 작가는 이날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소설을 쓰며 삶에 대해 질문하고 통찰해온 시간들을 작가 특유의 낮고 잔잔한 목소리로 들려줬다. 그는 약 30분에 걸쳐 미리 준비해 간 원고를 한국어로 읽어내려갔다. 한강은 “나는 쓰는 사람”이라며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고 했다. 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어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란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다음은 한강의 강연 전문.빛과 실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한 것은 그 포개어진 일기장들 사이에서였다. A5 크기의 갱지 다섯 장을 절반으로 접고 스테이플러로 중철한 조그만 책자. 제목 아래에는 삐뚤빼뚤한 선 두 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왼쪽에서부터 올라가는 여섯 단의 계단 모양 선 하나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일곱 단의 계단 같은 선 하나. 그건 일종의 표지화였을까? 아니면 그저 낙서였을 뿐일까? 책자의 뒤쪽 표지에는 1979라는 연도와 내 이름이, 내지에는 모두 여덟 편의 시들이 표지 제목과 같은 연필 필적으로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페이지의 하단마다에는 각기 다른 날짜들이 시간순으로 기입되어 있었다. 여덟 살 아이답게 천진하고 서툰 문장들 사이에서, 4월의 날짜가 적힌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의 두 행짜리 연들로 시작되는 시였다.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사십여 년의 시간을 단박에 건너, 그 책자를 만들던 오후의 기억이 떠오른 건 그 순간이었다. 볼펜 깍지를 끼운 몽당연필과 지우개 가루, 아버지의 방에서 몰래 가져온 커다란 철제 스테이플러. 곧 서울로 이사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그동안 자투리 종이들과 공책들과 문제집의 여백, 일기장 여기저기에 끄적여놓았던 시들을 추려 모아두고 싶었던 마음도 이어 생각났다. 그 ‘시집’을 다 만들고 나자 어째서인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졌던 마음도.일기장들과 그 책자를 원래대로 구두 상자 안에 포개어 넣고 뚜껑을 덮기 전, 이 시가 적힌 면을 휴대폰으로 찍어두었다.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뛰는 가슴 속 내 심장.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 그걸 잇는 금(金)실- 빛을 내는 실.그후 14년이 흘러 처음으로 시를, 그 이듬해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 5년이 더 흐른 뒤에는 약 3년에 걸쳐 완성한 첫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시를 쓰는 일도, 단편소설을 쓰는 일도 좋아했지만-지금도 좋아한다- 장편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매혹이 있었다.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 바로 그 점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그 소설을 시작하던 시점과 같은 사람일 수 없는,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변형된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출발한다. 다음의 질문들이 사슬처럼, 또는 도미노처럼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게 된다.세번째 장편소설인 ‘채식주의자’를 쓰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나는 그렇게 몇 개의 고통스러운 질문들 안에서 머물고 있었다.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 그걸 위해 더이상 인간이라는 종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거부하고, 종내에는 스스로 식물이 되었다고 믿으며 물 외의 어떤 것도 먹으려 하지 않는 여주인공 영혜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매 순간 죽음에 가까워지는 아이러니 안에 있다. 사실상 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혜와 인혜 자매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악몽과 부서짐의 순간들을 통과해 마침내 함께 있다. 이 소설의 세계 속에서 영혜가 끝까지 살아 있기를 바랐으므로 마지막 장면은 앰뷸런스 안이다. 타오르는 초록의 불꽃 같은 나무들 사이로 구급차는 달리고, 깨어 있는 언니는 뚫어지게 창밖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이 소설 전체가 그렇게 질문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응시하고 저항하며. 대답을 기다리며.그 다음의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이 질문들에서 더 나아간다.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삶과 세계를 거부할 수는 없다. 우리는 결국 식물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정체와 이탤릭체의 문장들이 충돌하며 흔들리는 미스터리 형식의 이 소설에서, 오랫동안 죽음의 그림자와 싸워왔던 여주인공은 친구의 돌연한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과 폭력으로부터 온힘을 다해 배로 기어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쓰며 나는 질문하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는가? 생명으로 진실을 증거해야 하는 것 아닌가?다섯번째 장편소설인 ‘희랍어 시간’은 그 질문에서 다시 더 나아간다. 우리가 정말로 이 세계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면, 어떤 지점에서 그것이 가능한가? 말을 잃은 여자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는 각자의 침묵과 어둠 속에서 고독하게 나아가다가 서로를 발견한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촉각적 순간들에 집중하고 싶었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 손톱을 바싹 깎은 여자의 손이 남자의 손바닥에 몇 개의 단어를 쓰는 장면을 향해 이 소설은 느린 속력으로 전진한다. 영원처럼 부풀어 오르는 순간의 빛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신의 연한 부분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쓰며 나는 묻고 싶었다.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 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만지는 것- 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 가운데에서?그 질문의 끝에서 나는 다음의 소설을 상상했다. ‘희랍어 시간’을 출간한 후 찾아온 2012년의 봄이었다.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설을 쓰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삶을, 세계를 끌어안는 그 소설을 눈부시게 투명한 감각들로 충전하겠다고. 제목을 짓고 앞의 20페이지 정도까지 쓰다 멈춘 것은, 그 소설을 쓸 수 없게 하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그 시점까지 나는 광주에 대해 쓰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1980년 1월 가족과 함께 광주를 떠난 뒤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 이후 몇 해가 흘러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해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 총격에 살해된 시민들과 학생들의 사진들이 실려 있는, 당시 정권의 철저한 언론 통제로 인해 왜곡된 진실을 증거하기 위해 유족들과 생존자들이 비밀리에 제작해 유통한 책이었다. 어렸던 나는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나는 생각했다. 동시에 다른 의문도 있었다. 같은 책에 실려 있는,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었다.그러니까 2012년 봄, ‘삶을 껴안는 눈부시게 밝은 소설’을 쓰려고 애쓰던 어느 날, 한 번도 풀린 적 없는 그 의문들을 내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오래전에 이미 나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 어떻게 세계를 껴안을 수 있겠는가? 그 불가능한 수수께끼를 대면하지 않으면 앞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오직 글쓰기로만 그 의문들을 꿰뚫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그 후 1년 가까이 새로 쓸 소설에 대한 스케치를 하며, 1980년 5월 광주가 하나의 겹으로 들어가는 소설을 상상했다. 그러다 망월동 묘지에 찾아간 것은 같은 해 12월, 눈이 몹시 내리고 난 다음 날 오후였다. 어두워질 무렵 심장에 손을 얹고 얼어붙은 묘지를 걸어 나오면서 생각했다. 광주가 하나의 겹이 되는 소설이 아니라, 정면으로 광주를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9백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약 한 달에 걸쳐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 이후 광주뿐 아니라 국가폭력의 다른 사례들을 다룬 자료들을, 장소와 시간대를 넓혀 인간들이 전 세계에 걸쳐, 긴 역사에 걸쳐 반복해온 학살들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그렇게 자료 작업을 하던 시기에 내가 떠올리곤 했던 두 개의 질문이 있다. 이십대 중반에 일기장을 바꿀 때마다 맨 앞페이지에 적었던 문장들이다.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자료를 읽을수록 이 질문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는 듯했다.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오래 전에 금이 갔다고 생각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마저 깨어지고 부서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쓰는 일을 더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거의 체념했을 때 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읽었다. 1980년 오월 당시 광주에서 군인들이 잠시 물러간 뒤 열흘 동안 이루어졌던 시민자치의 절대공동체에 참여했으며,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이따금 그 묘지에 다시 찾아갔는데, 이상하게도 갈 때마다 날이 맑았다. 눈을 감으면 태양의 주황빛이 눈꺼풀 안쪽에 가득 찼다. 그것이 생명의 빛이라고 나는 느꼈다. 말할 수 없이 따스한 빛과 공기가 내 몸을 에워싸고 있다고.열두 살에 그 사진첩을 본 이후 품게 된 나의 의문들은 이런 것이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면 죽은 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린 동호가 어머니의 손을 힘껏 끌고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었던 것처럼.당연하게도 나는 그 망자들에게,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일어난 어떤 일도 돌이킬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뿐이었다.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당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식을 치르는 곳이었던 상무관에서 첫 장면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열다섯 살의 소년 동호가 시신들 위로 흰 천을 덮고 촛불을 밝힌다. 파르스름한 심장 같은 불꽃의 중심을 응시한다.이 소설의 한국어 제목은 ‘소년이 온다’이다. ‘온다’는 ‘오다’라는 동사의 현재형이다. 너라고, 혹은 당신이라고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그렇게 ‘소년이 온다’를 완성해 마침내 출간한 2014년 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다고 고백해온 고통이었다. 내가 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느낀 고통과,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느꼈다고 말하는 고통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생각해야만 했다. 그 고통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인간성을 믿고자 하기에, 그 믿음이 흔들릴 때 자신이 파괴되는 것을 느끼는 것일까? 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자 하기에, 그 사랑이 부서질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일까? 사랑에서 고통이 생겨나고, 어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인 것일까?같은 해 유월에 꿈을 꾸었다. 성근 눈이 내리는 벌판을 걷는 꿈이었다. 벌판 가득 수천수만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고, 하나하나의 나무 뒤쪽마다 무덤의 봉분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화 아래에 물이 밟혀 뒤를 돌아보자, 지평선인 줄 알았던 벌판의 끝에서부터 바다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왜 이런 곳에다 이 무덤들을 썼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래쪽 무덤들의 뼈들은 모두 쓸려가버린 것 아닐까. 위쪽 무덤들의 뼈들이라도 옮겨야 하는 것 아닐까, 더 늦기 전에 지금.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나에게는 삽도 없는데. 벌써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는데. 꿈에서 깨어나 아직 어두운 창문을 보면서, 이 꿈이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 꿈을 기록한 뒤에는 이것이 다음 소설의 시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그것이 어떤 소설일지 아직 알지 못한 채 그 꿈에서 뻗어나갈 법한 몇 개의 이야기를 앞머리만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2017년 12월부터 2년여 동안 제주도에 월세방을 얻어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바람과 빛과 눈비가 매 순간 강렬한 제주의 날씨를 느끼며 숲과 바닷가와 마을길을 걷는 동안 소설의 윤곽이 차츰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년이 온다’를 쓸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학살 생존자들의 증언들을 읽고 자료를 공부하며, 언어로 치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잔혹한 세부들을 응시하며 최대한 절제하여 써간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것은, 검은 나무들과 밀려오는 바다의 꿈을 꾼 아침으로부터 약 7년이 지났을 때였다.소설을 쓰는 동안 사용했던 몇 권의 공책들에 나는 이런 메모를 했다.생명은 살고자 한다. 생명은 따뜻하다.죽는다는 건 차가워지는 것. 얼굴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 것.죽인다는 것은 차갑게 만드는 것.역사 속에서의 인간과 우주 속에서의 인간.바람과 해류. 전 세계를 잇는 물과 바람의 순환.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이 소설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의 여정이 화자인 경하가 서울에서부터 제주 중산간에 있는 인선의 집까지 한 마리 새를 구하기 위해 폭설을 뚫고 가는 횡의 길이라면, 2부는 그녀와 인선이 함께 인간의 밤 아래로-1948년 겨울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민간인 학살의 시간으로-, 심해 아래로 내려가는 수직의 길이다. 마지막 3부에서 두 사람이 그 바다 아래에서 촛불을 밝힌다.친구인 경하와 인선이 촛불을 넘겼다가 다시 건네받듯 함께 끌고 가는 소설이지만,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진짜 주인공은 인선의 어머니인 정심이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뒤, 사랑하는 사람의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 장례를 치르고자 싸워온 사람. 애도를 종결하지 않는 사람. 고통을 품고 망각에 맞서는 사람. 작별하지 않는 사람. 평생에 걸쳐 고통과 사랑이 같은 밀도와 온도로 끓고 있던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묻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나는 다음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 책을 완성한 다음에 쓸 다른 소설도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내 삶을 잠시 빌려주려 했던,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다. 완성의 시점들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다.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내가 그렇게 멀리 가는 동안, 비록 내가 썼으나 독자적인 생명을 지니게 된 나의 책들도 자신들의 운명에 따라 여행을 할 것이다. 차창 밖으로 초록의 불꽃들이 타오르는 앰뷸런스 안에서 영원히 함께 있게 된 두 자매도. 어둠과 침묵 속에서 남자의 손바닥에 글씨를 쓰고 있는, 곧 언어를 되찾게 될 여자의 손가락도.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내 언니와, 끝까지 그 아기에게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이라고 말했던 내 젊은 어머니도. 내 감은 눈꺼풀들 속에 진한 오렌지빛으로 고이던, 말할 수 없이 따스한 빛으로 나를 에워싸던 그 혼들은 얼마나 멀리 가게 될까? 학살이 벌어진 모든 장소에서, 압도적인 폭력이 쓸고 지나간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밝혀지는, 작별하지 않기를 맹세하는 사람들의 촛불은 어디까지 여행하게 될까? 심지에서 심지로, 심장에서 심장으로 이어지는 금(金)실을 타고?지난해 1월 낡은 구두 상자에서 찾아낸 중철 제본에서, 1979년 4월의 나는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사랑이란 어디 있을까?사랑은 무얼까?한편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나는 줄곧 다음의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었다.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내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첫 장편소설부터 최근의 장편소설까지 내 질문들의 국면은 계속해서 변하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이 질문들만은 변하지 않은 일관된 것이었다고. 그러나 이삼 년 전부터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되었다. 정말 나는 2014년 봄 ‘소년이 온다’를 출간하고 난 뒤에야 처음으로 사랑에 대해- 우리를 연결하는 고통에 대해- 질문했던 것일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이었던 것은 아닐까?사랑은 ‘나의 심장’이라는 개인적인 장소에 위치한다고 1979년 4월의 아이는 썼다.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그 사랑의 정체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심장이 뛰고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걷고 달리고 바람과 눈비를 맞고 손을 맞잡는 모든 감각의 세부들을 사용한다.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한 뒤 축하받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 中관광객 유치 키워드는…덤핑근절·무비자·FIT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중의 관광 기관과 업계가 양국 간 관광교류 확대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지난 6일 열린 ‘중국 인바운드 활성화 포럼’은 코로나19 이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초저가 ‘덤핑 관광’ 상품이 활개치는 고질적인 문제와 더 나아가 상호 무비자, 개별여행객 수요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지난달 6일 ‘인바운드 국제경쟁력 강화 포럼’에서 한국 관광 국제경쟁력을 진단하고 강화 전략을 논의한데 이어 열린 두번째 행사다.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중국 인바운드 활성화 포럼’◇中 단체 관광객부터 무비자 정책 시행해야 첫번째 세션에서는 관광시장의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한중 협력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한중 정부 간 공조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중 전담여행사 간의 공정거래 윤리강령 체결과 한중 단체상품 표준계약서 개발 등의 방안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 양국은 지난 1998년 중국인의 한국관광을 위한 ‘한중관광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다이빈 중국여유연구원 원장은 “한국과 중국은 동아시아의 매우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시고 있다”며 “두 나라는 양국간 비자를 상호 면제하고 여러 도시아를 연계한 동아시아 문화관광 코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진 토론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시행 ▲덤핑 관광 상품 근절 ▲전담 여행사 정부 지원 확대 등을 제언했다. 먼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무비자 입국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유재 한국여행업협회 부회장은 “중국 전담 여행사가 유치한 단체나 VIP, 기업행사, 마이스, 의료관광 등 특수 목적을 가진 중국 관광객을 우선적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도록 정부에 요청한다”며 “이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관광 경쟁력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꼽히는 마이스(MICE) 시장 유치에 있어서도 무비자 정책이 유리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리주위엔 중국여행사협회 비서장은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마이스 송출국”이라며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양국 간 사증 면제 정책을 펼친 국가들이 아무래도 중국 인센티브 그룹을 유치하느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에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면 아무래도 중국 마이스 유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덤핑 관광 상품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여행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형곤 세종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초저가 여행상품은 불공정 거래 환경을 만들어낸다”며 “결국 관광객 불만으로 이어지고 국가 이미지 훼손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여행산업 이미지는 나빠지고 인재가 유입되지 않아 지속가능한 혁신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초저가 상품을 대처하고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여행업계의 노력이 필수”라고 덧붙였다.경북대학교 관광학과 송섭규 교수는 한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테마 체험형 여행상품의 개발이 시급하며, 전담여행사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김정훈 문체부 관광정책 국장은 6일 열린 ‘중국 인바운드 활성화 포럼’에서 “유커와 싼커로 나눠 맞춤형 전략으로 접근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써겠다”고 말했다.◇소규모·맞춤형·체험, 中 관광객 키워드이어진 두번째 세션에서는개별 여행객 대상 마케팅과 여행 편의성 제고를 위한 정책과제를 모색했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방한 중국인의 연령은 21~30세가 28%로 가장 많았으며 31~40세(23%), 60세(14%), 41~50세(12%), 51~60세(10%)인 것으로 나타났다.세계적 온라인여행사인 트립닷컴 그룹의 에디슨 천 부회장은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경향이 개별여행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소규모 ▲맞춤형 ▲체험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에디슨 천 부회장은 “이제 중국인들은 여행소비품질을 따지고 느리게 향유하며 깊게 체험한다”고 설명했다. 디븐 천 위쳇페이 글로벌사업부 이사는 “서울을 넘어 지방 도시로 개별관광객의 동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대중교통 예약·결제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며 “단순 관광이 아닌 쇼핑·뷰티·맛집·문화체험과 같이 소비로 연결될 수 있는 중소 여행 콘텐츠들의 지속적인 발굴과 확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한다”고 했다.문체부 김정훈 관광정책국장은 “중국은 올해 외래관광객 1위를 차지할 만큼 가장 큰 전략시장”이라며 “빠르게 회복하는 단체관광객(유커)과 이제는 대세가 된 개별관광객(싼커)을 나누어 맞춤형 전략으로 접근해 고부가 방한객 유치에 더욱 힘쓰겠다.”라고 강조했다. 주한중국대사관 심효강 공사참사관은 “중국 정부는 한중 간 관광협력을 중요시하고 있다.”라며 “우리 대사관은 업계 여러분과 중국 관광객의 권리를 합리적으로 보호하겠다. 중국 관광객에게 한국의 아름다움과 열정, 역동적 모습을 잘 알리고 많은 관광객들이 서로 다른 관광지를 방문하고 고품질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 '한국 안전하다' 설득했지만…"사우디 왕자도 방한 취소"
-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촉발한 후폭풍이 관광업계에 불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한국을 ‘여행 경보’ 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포함한 VIP 국내 단체 일정도 긴급 취소됐다.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사진=뉴스1)6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 관광객 신규 예약 접수율이 20% 감소했다. 기존 예약 취소율 또한 100% 증가한 상황이다.앞서,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선포 당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들은 한국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또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네덜란드, 필리핀, 독일 등도 한국에 체류 중이거나 방문 예정인 자국민에게 경계를 유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이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 중동 지역 전문 인바운드 여행사의 경우 계엄령 발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포함한 VIP 단체 일정이 취소되기도 했다.한 중동 전문 여행사는 “대규모 행사가 취소되고 다른 국가로 목적지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며, “이러한 취소 사례가 반복되면, 단기적인 타격을 넘어 장기적인 외교적 신뢰와 관광 경제에 치명타를 남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배상은 코리아트래블이지 대표는 “큰 행사가 연기되는 것은 물론 유치 목적지가 다른 나라로 유출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적으로 손해”라며 “국가적인 이미지 손실이 오기 전에 ‘한국은 안전하다’라는 간단한 공식적인 메시지를 관광부처에서 해외 언론 쪽에라도 던져주길 바란다”고 뉴스1에 호소했다.한 누리꾼이 태국 현지 환전소에 붙은 안내문이라며 온라인에 올린 사진.(사진=SNS 캡처)계엄령 파장으로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도 영향권에 들어갔다. 최근 태국의 일부 환전소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을 이유로 원화 환전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해외 여행객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외교부는 지난 5일 국내 모든 주한 공관에 외교공한을 보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것을 본국에 보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 대한항공, 美 '글로벌 트래블러' 2관왕…"고품격 기내서비스"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대한항공은 여행전문지 ‘글로벌 트래블러’(Global Traveler)가 주관하는 ‘2024 글로벌 트래블러 테스티드 어워즈(2024 GT Tested Reader Survey Awards)’에서 2관왕에 올랐다고 6일 밝혔다.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이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대한항공은 △최고의 기내 서비스(Best Airline for Onboard Service) △최고의 상용고객 우대 공제 제도(Best Frequent-Flyer Award Redemption) 등 2개 부문 1위에 선정됐다. 특히 상용고객 우대 공제 제도는 2년 연속 1위에 이름을 올렸다.글로벌 트래블러는 2004년 창간한 미주 지역 항공·여행 전문 월간지다. 매년 온·오프라인 구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각 분야별 항공사 순위를 발표한다.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본 소비자들이 설문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조사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올해는 프란시스 갤러거 글로벌 트래블러 대표가 직접 대한항공을 탑승해본 소감을 남겨 수상의 의미를 더했다. 갤러거 대표는 “2024년에 대한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서비스를 경험했고, 왜 우리 독자들이 대한항공에 투표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며 “대한항공의 고품격 기내 서비스는 충분히 수상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는 친절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기내식 옵션 등 고객들에게 편안하고 만족도 높은 여행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최근 샌드위치와 콘덕(핫도그), 핫포켓 등 간식 메뉴를 보강했다. 채식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전통 한식에 기반한 비건 메뉴를 선보였고, 사전 주문 서비스로 채식과 글루텐 제한식, 유아식 등 세심하게 구분된 특별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 승객들의 취향을 고려해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음악 등 기내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다양화한 것도 소비자들이 높게 평가한 요소다.대한항공의 상용고객 우대 제도 ‘스카이패스(SKYPASS)’는 고객들의 항공권 사용 실적 등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것은 물론, 적립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로 우선 발권할 수 있는 김포~제주 노선 특별기를 여섯 차례 띄울 계획이다. 항공권 금액 일부를 마일리지로 결제하는 ‘캐시 앤 마일즈’, 보너스 항공권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공제 마일리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보너스 핫픽’ 등을 상시 운영해 고객 편의를 높이고 있다. 항공여행 외 분야에서 마일리지를 쓸 수 있도록 타사와의 제휴도 강화하고 있다.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최고의 일등석 좌석 디자인’ 부문 2위를 차지했고 ‘최고의 기내식’, ‘최고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디자인’, ‘최고의 객실승무원’, ‘최고의 공항 직원’ 부문은 3위에 올랐다.대한항공의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업계 평가사 APEX의 ‘오피셜 에어라인 레이팅’ 평가에서 8년 연속 최고 등급인 5성 등급을 받았고, 미국 USA투데이가 주관하는 ‘2024년 10베스트 리더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2년 연속 비즈니스·일등석 부문 1위에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2024년 한국표준협회 주관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와 한국생산성본부 주관 국가고객만족도(NCSI) 평가에서 항공사 부문 1위를 차지했다.
- 10월 경상수지 97.8억달러 흑자…올해 누적 742억달러(상보)
-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우리나라 10월 경상수지가 100억달러 규모의 흑자를 이어갔다. 반도체, 철강제품, 승용차 등 수출이 13개월째 증가세를 보이며 성장을 견인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 5월부터 6개월 연속 이어지며 당초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했던 연간 전망치(730억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경상수지가 역대급 흑자를 보이면서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폭을 900억달러로 올려잡았다. 사진=연합뉴스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97억 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5월(89억 2000만달러) 흑자 전환한 이후 여섯 달째 흑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81억 2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1년 7개월째 흑자 기록을 유지했다. 상품수지를 구성하는 항목 중 수출은 600억 8000만달러로 전년동월비 4.0% 증가했다. 통관 기준 반도체가 39.8%, 철강제품이 6.8%, 승용차가 5.2% 증가하는 등 수출이 13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은 519억 6000만달러로 0.7% 줄어들며 하락 전환했다. 자본재(7.5%)와 소비재(8.8%)는 증가세가 지속되었으나 원자재가 4.7% 하락하며 감소세가 지속 됐다.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4억 59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경상수지 흑자를 뒷받침했다. 전월(30억 9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이 확대됐으며, 여섯 달째 흑자 흐름을 보였다. 배당소득수지가 24억 9000만달러 흑자로 전월(25억 80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자소득수지는 10억 5000만달러 흑자로 전월(6억 4000만달러)대비 확대됐다.서비스수지는 17억 3000만달러 적자로 전월(-22억 4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개선됐다. 2년 8개월째 적자 흐름이다. 해외여행 성수기가 끝난 영향으로 여행수지는 4억 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9억 40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두배가량 축소됐고,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가 5억 달러 적자를 기록, 전월(-6억 6000만달러) 대비 적자를 줄였다. 1월부터 10월까지 합계하면 경상수지는 742억 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했던 전망치인 730억달러 흑자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지난달 전망에서 성장률은 하향 조정된 반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상향조정된 이유다. 1~10월까지 상품수지는 780억달러 흑자를 보였다. 수출이 5791억 3000만달러로 9.3% 늘었고, 수입이 5012억 4000만달러로 1.8% 줄었다. 본원소득수지는 183억 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190억달러 적자를 보였다.외국인의 국내 투자와 내국인의 해외 투자를 비교한 금융계정은 129억 8000만달러 순자산 증가했다. 여섯 달째 증가세로 전월(126억8000만달러)보다 순자산 증가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항목별로 보면 직접투자는 2억 8000만달러 순자산 증가해 전월(10억 3000만달러)보다 규모가 축소됐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29억 1000만달러 증가해 전월(24억7000만달러)보다 확대됐고,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12억달러로 전월(14억 4000만달러)보다 축소됐다.증권투자는 17억 2000만달러 순자산 증가했다. 여섯 달째 증가세다.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17억 2000만달러 증가했다. 해외주식투자는 49억 1000만달러 줄었고, 채권 등 부채성증권투자는 33억 2000만달러 늘었다.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는 12억달러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세다. 국내주식투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실적 부진 우려 등으로 32억 2000만달러 줄어 전월(-54억 3000만달러)보다 감소폭은 줄어들었다. 반면 채권투자는 44억 1000만달러 늘었다.한편 기타투자는 146억 7000만달러 순자산 증가해 전월(12억 1000만달러) 대비 증가폭을 대폭 키웠다.
- “이브자리까르!’” 천의 얼굴 가진 환상 속 이 나라[여행]
- [바탐(인도네시아)=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쉼 없이 달려온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 공허함의 틈새로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2년 만에 떠나는 길이다. 목적지는 인도네시아의 보석 같은 섬, 바탐과 빈탄이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눈보라 속에 멈춰 선 비행기, 끝없는 기다림, 좁은 좌석에 웅크린 채 겨우 얻어낸 쪽잠. 모든 것이 여행의 문턱에 시련처럼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던 순간. 설렘이 다시 가슴을 채웠다. 아침이 열리는 시간에서야 바탐 항나딤 공항에 첫발을 디뎠다.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섬의 공기가 내게 속삭였다. “여기서 너를 위한 시간이 시작될 거야.” 예상치 못한 폭설도, 길어진 기다림도 이제 상관없다. 이번 여정에선 무엇이 남을지, 그리고 이 작은 섬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무엇일지 무척이나 기다려졌다.바탐의 랜드마크이자 이슬람 사원인 라자 하마다 대사원. 바탐 도심 곳곳에 자리한 이슬람 사원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바탐 시내권 관광지로 손꼽히는 중국식 불교사원 ‘마하 비하라 두타 마이트레야 수도원’. 목재건축이 대부분인 한국의 사찰과는 많이 다른 콘크리트 건물이다. 본당에 석가모니와 아미타불, 약사불이 모셔져 있고, 중정 사이로 좌우레 두 개의 불당이 있다. 한쪽에는 관운장, 다른 쪽에는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다.◇천 개의 얼굴, 천 개의 매력까지 품었다인도네시아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라고 불린다.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넓은 영토와 1만 7504개 섬이 빚어낸 다양한 풍경 때문이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혹적인데 여기에 섬마다 독특한 문화와 자연도 공존한다. 여행자는 그저 섬이 보여주는 얼굴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바탐과 빈탄도 그렇다. 인도네시아의 천 가지 얼굴 중 하나를 살짝 엿볼 뿐이다.바탐은 싱가포르 남쪽에 자리한 작은 섬이자 항구도시다. 과거엔 고요한 어촌마을이었다. 지금은 활기찬 도시와 고즈넉한 자연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으로 거듭났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에 더없이 좋은 섬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진정성 넘치는 섬에서 ‘나만의 작은 쉼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를 품고 섬으로 발을 디딘다.첫인상은 기대 이상으로 다채로웠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심 곳곳에 자리한 이슬람 사원. 화려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에 절로 몸과 마음이 경건해지는 곳이다. 그중 최근 새롭게 문을 연 라자 하마다 대사원은 바탐을 대표하는 이슬람 사원이자 도시의 랜드마크다. 모스크의 하얀 대리석 외벽과 짙은 남색 돔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펼쳐지는 넓은 광장은 세속의 분주함에서 벗어난 듯한 정적을 선사한다. 모스크 내부는 무슬림만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외관만으로도 이슬람 건축이 주는 경건한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사실 바탐은 여행객보다 골프 애호가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다. 정확하게는 골퍼들에게 천국 같은 곳이다. 섬 전체에 6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선택의 폭이 넓고 잔디 관리 상태도 뛰어나 많은 골퍼가 이곳을 찾는다. 합리적인 가격 덕에 주말마다 싱가포르와 호주, 심지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골퍼도 많다. “골프 하러 오셨나요?”라는 입국 심사원의 질문은 이곳에선 제법 익숙한 인사말이다.인도네시아 바탐의 부속섬인 라노에선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바탐 섬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섬은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온전한 ‘쉼’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라노섬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선택지다.인도네시아 바탐의 부속섬인 라노에선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바탐 섬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섬은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온전한 ‘쉼’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라노섬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선택지다.◇자연과 어우러진 작은 낙원 ‘라노섬’바탐은 ‘작은 발리’라고 불린다. 도심은 난개발로 어수선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순수한 자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섬 특유의 높은 습도와 후텁지근한 공기가 처음에는 무척 낯설다. 그래도 연중 온화한 기후라 여행자의 마음을 금세 편안하게 만든다. 지금처럼 몬순기(12~2월)에는 종종 비가 내려 시원하기까지 하다.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시기다.바탐 부속 섬인 라노에선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바탐 섬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 작은 섬은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남쪽 항구에서 배에 올라 잔잔한 바다를 가르는 동안 도시에서의 분주함이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다. 그렇게 20여 분 후 라노 섬에 발을 내디디자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여유가 여행자를 맞는다.고요한 섬 풍경에 잠시 넋을 놓는다. 가만히 다가가 야자수 아래에 자리 잡고 이 풍경 속으로 들어선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야자수 잎과 파도 소리가 선율을 이루며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달래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온전한 ‘쉼’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라노 섬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선택이다.바탐의 현재를 대표하는 번화가인 나고야 타운으로 향한다. 쇼핑몰과 레스토랑, 은행, 호텔 등이 밀집해 있어 도시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낮에는 쇼핑을 즐기고, 밤에는 화려한 야시장을 탐방하며 나고야 타운의 다양한 즐길거리에 흠뻑 빠질 수 있다.‘나고야’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일본의 지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이드에게 이유를 묻자 “인도네시아 역시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아픈 역사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 나고야에서 온 군인들이 이 지역에 자리 잡으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그 지명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그것 또한 역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바탐의 현재를 대표하는 번화가인 나고야 타운 야시장. 쇼핑몰과 레스토랑, 은행, 호텔 등이 밀집해 있어 도시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낮에는 쇼핑을 즐기고, 밤에는 화려한 야시장을 탐방하며 나고야 타운의 다양한 즐길거리에 흠뻑 빠질 수 있다.바탐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원주민마을 ‘발레발레’. 마을 앞 해변에는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덱이 놓여져 있어 여행객들이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 찾는다.원주민마을 발레발레의 전통춤 공연◇바탐의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발레발레’원주민 마을 발레발레에선 바탐의 과거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야자수와 맹그로브가 마을을 감싸고 있는 한적한 어촌 마을. 전통 가옥과 소박한 생활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마을 곳곳을 구경하고 마을 앞바다에 놓인 덱을 따라 걷다 보니 전통춤 공연이 시작됐다. 독특한 리듬에 맞춘 춤사위가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0분 남짓한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함께 춤을 추는 시간도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웃고 손을 맞잡으며 여행객과 주민 간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 주민들은 활짝 웃으며 “이브자리까르!”라고 외쳤다.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가이드가 설명해 줬다. “최고”라는 의미란다. 그들의 밝은 미소와 정겨운 말투는 내게도 ‘최고’로 남은 순간이었다.바탐에서 보낸 이틀간의 여정. 섬 크기만큼이나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라노 섬에서 느꼈던 고요함과 평온함, 나고야 타운에서의 활기, 그리고 원주민 마을에서의 따뜻한 환대와 그들의 순수함은 하나의 퍼즐처럼 맞물려 마음속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2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조화로움 속에서 여행의 본질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바탐을 넘어 빈탄으로 향한다. 빈탄은 또 어떤 이야기와 얼굴로 우리를 맞이할까.◇여행메모▶가는 길= 제주항공은 지난 10월부터 주 4회 일정(수·목·토·일)으로 신규 취항했다. 이 노선은 제주항공의 첫 번째 정기노선이자 단독 노선이다. 이제 단 6시간 30분이면 바탐 섬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작은 발리로 불리는 ‘투리비치 리조트’ 전경. 해변 바로 앞 작은 섬은 힌두사원 모양의 카페로 꾸몄다. 카페에서 바다로 길게 뻗은 선창이 또 사진 포인트다. 바다 건너 약 15㎞ 떨어진 싱가포르가 신기루처럼 아른거린다.작은 발리로 불리는 ‘투리비치 리조트’ 전경. 해변 바로 앞 작은 섬은 힌두사원 모양의 카페로 꾸몄다. 카페에서 바다로 길게 뻗은 선창이 또 사진 포인트다. 바다 건너 약 15㎞ 떨어진 싱가포르가 신기루처럼 아른거린다.
- 여행 기피국 된 한국 …문체부, 관광업계에 `韓안전` 전파 요청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정부가 세계 주요국들의 한국 여행 주의 조처에 따라 국내 관광업계에 “한국 관광이 안전하다”는 점을 각국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계엄령 사태 이후 일부 국가들의 한국 여행 우려 지적과 관련, “한국관광공사와 관광협회중앙회, 한국여행업협회, 한국호텔업협회, 한국MICE협회, 한국PCO협회 등 관광업계에 한국 정부의 조치 현황과 입장을 안내하는 공문을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문체부에 따르면 해당 공문에는 현재 한국의 주요 관광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운영 중이라는 상황을 해외 관련 업계와 방한 예정자들에게 전파해 달라는 요청 내용을 담았다.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건 이후 정국 불안과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인한 안전 문제 발생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주요국이 한국 여행 주의보·경보를 4일 발표했다. 사진은 5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모습.(사진=연합뉴스).또 우리 정부는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협회와 업계에서 관광객 유치 관리 등과 관련한 필요한 조처를 해나가겠다고 공지했다.아울러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과 관련해 안내나 통역, 불편 신고 등 상담이 필요한 경우 ‘관광통역안내전화 1330’ 서비스(8개 국어로 지원)를 이용하도록 안내했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문체부는 전날 외교부가 외국 공관에 보낸 외교 공한(공적 서한)도 공유했다. 외교 공한에는 현재 대한민국의 일상생활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고, 관광·경제 활동 등에 영향이 없으므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문체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2000만명으로 정한 바 있다.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은 6일 한국관광공사, 관광업계 등이 참석하는 관광 분야 현안 대책 회의를 개최해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현장의 건의 사항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한편 계엄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은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객과 자국민에 경고하거나 주의를 요청하고 있다.영국 외무부는 지난 4일 계엄 해제 후 “광화문과 대통령실(삼각지), 국회(여의도) 일대에서 시위가 예상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프랑스, 미국 등은 한국 방문 시 정치 집회 참석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 “연말 대목 장사 어떡해” 韓여행주의보에 관광시장 날벼락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이데일리 이선우·한전진·이민하 기자] 용산 대통령실발(發) ‘계엄사태’로 인한 후폭풍에 여행·유통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후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연말 성수기 대목 장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코로나 사태 이후 4년 만에 회복세로 돌아선 방한 관광시장이 또다시 ‘시계 제로’ 상태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9월을 기점으로 방한 외래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다. 여기에 연말연시가 포함된 동절기(11~2월)는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스키관광 수요가 높아 전체 방한 외래 관광객 비중이 30%가 넘는 ‘제2의 성수기’에 속한다. ◇여행주의보 발령… 일부 방한단체 계획 변경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계엄령 선포 이후 미주, 유럽 지역에서 한국을 찾으려던 일부 단체가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방한해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등을 방문하려던 단체는 지난 4일 여행사 측에 예약 취소를 통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내년 초 중화권 여행사 대표들로 답사여행(팸투어)을 진행하려던 단체도 해당 지자체에 “일정을 다시 잡자”며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체 인센티브(포상관광) 전문 여행사 대표는 “계엄사태에 이은 각국의 여행 주의보 발령 이후 방문을 해도 괜찮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일정을 막판 조율 중이던 중국, 동남아 등 단체는 계획을 바꾸진 않았지만 이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연락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계엄사태 이후 미국, 영국 등 각국은 앞다퉈 한국여행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영국 외무부는 계엄사태 직후인 지난 3일(현시시간) 한국 전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필수 경제활동을 제외한 여행 자제를 촉구하는 ‘황색’ 단계로 격상했다.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이스라엘,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은 여행경보 단계를 바꾸진 않았지만 ‘가급적 한국 여행을 자제하고 서울 명동, 광화문 등 시위가 예상되는 지역은 방문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주의보를 발령했다.여행 업계는 계엄사태가 당장 대규모 예약 취소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후 수요 감소 등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체 방한 시장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개별 여행객 감소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웨이보, 사오홍슈 등 중국 소셜 네트워크(SNS) 상에는 지금도 한국 여행을 가도 되는지 묻는 질문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마이스 업계도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행사 유치 경쟁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현재는 예약 취소가 평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후 대규모 시위로 이어질 경우 현지 정세에 민감한 구미주, 일본, 홍콩 등에선 방한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라고 했다. 여행·유통 업계가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연말 대목을 앞두고 ‘계엄사태’로 인한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관광객 감소·소비 위축 우려에 유통업계도 비상유통업계도 비상계엄 후폭풍에 대한 근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방한 관광객이 즐겨 찾는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이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주요 매장이 명동, 성수동에 위치해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려왔다. 뷰티 패션용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국 여행 관련 주의 경고와 안내를 내놓고 있다. 관광객이 감소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특이 동향은 없어서 사태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방한 관광 수요에 영향을 받는 매장이 많은 만큼 향후 정국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중소 K뷰티 업체들도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소 인디 브랜드의 급성장으로 100억 달러 수출 달성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비상계엄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넘어 정치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가 발길을 돌려 투자 유치 등 유동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한 중소 뷰티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비상계엄으로 한국 제품 구입을 철회하거나 하진 않지만, 고금리 등으로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만일 탄핵정국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대목을 앞둔 백화점 등 대형 유통판매 채널도 특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계엄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확산하고 정치적 갈등이 심화해 대규모 거리 시위로 이어질 경우 소비 위축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올 3분기 실적이 준 유통업계는 내심 연말이 낀 4분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었다. 신세계는 지난 4일 임영록 그룹 경영전략실장 주재로 전략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소비가 감소해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계엄사태로 정국이 불안해지면 소비심리가 움츠러들어 기대했던 유통업계의 연말 특수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