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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결산]김민선·차준환·유영...MZ세대, 밀라노를 부탁해
- 차준환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13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다음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밀라노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 경기였어요.”‘제2의 이상화’로 불리는 김민선(23·의정부시청)은 지난 13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를 7위로 마친 뒤 당차게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쉬움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2000년대에 태어난 ‘MZ 세대’가 대표팀 주요 선수로 발탁됐고 이들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겁없는 활약을 펼쳤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차준환(21·고려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트리플 악셀 점프를 뛰는 유영(18·수리고), 스노보드 이채운(16·봉담중),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21·의정부시청) 등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선수들은 4년 뒤 열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특히 차준환은 전용 링크장도 없어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톱5’를 달성했다. 4년 전 평창에서 17세에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던 차준환은 지난달 열린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총점 273.22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282.38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써내며 5위에 올랐다.공중에서 4회전을 도는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차준환은 점프와 스핀뿐만 아니라 남자 선수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력이 강점이다. 캐나다에 베이스캠프가 있지만 코로나19로 국내에서 홀로 훈련했음에도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확인시켰다.차준환은 “평창의 경험이 내가 피겨를 더 좋아하는 터닝 포인트가 됐고 이번 대회를 통해 그런 느낌을 다시 맛봤다”며 “당장 다가온 세계선수권, 또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마음이 커졌다”고 밝혔다. 오는 3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준비를 이어갈 예정인 차준환은 “다음 올림픽에는 우리 선수가 3명 나갈 수 있도록 더 높은 곳을 향해 노력하겠다”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유영이 1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개인전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스파이럴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서 3회전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에 성공한 유영은 2010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 이후 여자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인 6위(213.09점)을 기록했고, 김예림도 9위(202.63점)로 톱 10에 성공했다.특히 유영은 여자 선수로는 고난도 점프인 트리플 악셀을 연마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코로나19 시기와 겹쳐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 착지에 성공하며 최고의 경기를 선보였다.‘도핑 파문’을 일으킨 카밀라 발리예바(4위·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순위가 아직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아 향후 유영의 올림픽 최종 순위가 5위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영은 “6위든 5위든 상관없다. 올림픽에서 내가 펼친 경기에 만족한다. 부족하지만 많이 성장했다. 더 노력해서 오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이 느낌 그대로 다음 올림픽에 나가서 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16세로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 참가국 전체를 통틀어 두 번째로 어린 이채운은 추가 쿼터를 통해 ‘베이징행 막차’를 탄 선수다. 한국 스노보드 미래라고 불리는 이채운은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18위를 기록했다. 25명 중 상위 12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출전권을 아쉽게 놓쳤지만 그는 “‘스노보드 하면 이채운이 있구나’ 할 정도로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처럼 1위를 절대 놓치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 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단에 마지막 메달을 안긴 정재원도 밀라노를 바라본다. 4년 전 평창에서 맏형 이승훈(34)의 금메달을 돕는 ‘조연’이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당당히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25세가 되는 밀라노에서는 충분히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MZ 세대는 과거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과정을 중시하며 자신이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치면 더이상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이는 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팬들은 스포츠맨십을 보이는 성적 외적인 모습에 열광했다.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23·성남시청)은 금메달 후보였지만 7위에 머물러 고개를 숙이고 우는 듯한 닝중옌(중국) 옆자리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박장혁(24·스포츠토토)과 이준서(22·한국체대)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황대헌(23·강원도청)이 금메달을 따자 얼싸안고 기뻐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MZ세대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정재원이 19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함께 동메달을 획득한 이승훈과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올림픽 결산]목표 성적 거뒀지만...세대교체 숙제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폐회식으로 17일간 열전을 마감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하며 국가별 메달 순위 14위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대한민국 선수단은 20일 막을 내린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4위를 차지했다.4년 전 안방에서 열렸던 평창 대회(금5 은8 동4, 종합순위 7위)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2006년 토리노 대회(금6 은1 동1, 종합 7위), 2010년 밴쿠버 대회(금6 은6 동2, 종합 5위), 2014년 소치 대회(금3 은3 동2, 종합 13위)와 비교해도 아쉬운 결과였다.대한민국 선수단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이하에 그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금2 은2, 종합 14위) 이후 20년 만이다.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 1∼2개로 종합 15위 내 진입’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내걸었다. 너무 보수적인 목표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노골드’가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특히 대회 초반 한국의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에서 편파판정과 홈텃세가 불거지자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하지만 대회 개막 후 5일 만인 8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김민석이 한국 선수단 첫 메달(동메달)을 선물하면서 우울했던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쇼트트랙남녀 대표팀 에이스 황대헌(강원도청)과 최민정(성남시청)이 금메달을 획득, 한국 동계스포츠의 자존심을 지켰다.기대했던 스노보드나 여자 컬링 등에선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선전으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이번 대회 결과에는 한국 동계스포츠의 과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이번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른 최민정, 황대헌(이상 쇼트트랙), 차민규, 정재원, 김민석, 이승훈(이상 스피드스케이팅)은 모두 4년전 평창 대회 메달리스트였다. 쇼트트랙 남녀 계주에 참가한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새로운 선수가 없었다. 평창의 유산이 아니었다면 베이징 대회는 참사로 끝날 뻔했다.설상, 썰매 종목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스노보드 이상호, 스켈레톤 윤성빈, 여자 컬링 ‘팀 킴’, 봅슬레이 원윤종 조 등 이번 대회에 기대를 걸었던 메달 후보들 대부분 평창에서 빛난 주인공들이었다.그나마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동반 톱10에 진입한 유영과 김예림(이상 수리고) 정도가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기량을 빛낸 뉴페이스였다.박세우 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이번 올림픽은 우리가 오랫동안 쌓아온 기반에서 성장한 기존 에이스들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 대회였다”면서 “이번에 메달을 딴 주인공들이 다음 올림픽까지도 잘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동계스포츠의 전망은 밝다고 볼 수 없다. 당장 코로나19 대유행은 가뜩이나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직격탄이 됐다. 선수들은 그나마 있는 훈련장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국제대회에 나서는 것도 어려움이 따랐다.코로나19만 탓할 수도 없었다. 대한민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다양한 동계스포츠 경기장과 훈련 시설을 마련했다. 이 시설들은 한국 동계스포츠 발전의 훌륭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하지만 정작 이 시설들은 축제가 끝나자 대부분 문을 닫았다. 비용문제와 관심 부족 때문이었다. 동계스포츠 환경이 평창 이전보다 더 열악해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선수를 키워야 할 각 종목 연맹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고질적인 파벌 싸움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새로운 선수 육성은 뒷전이 됐다. 평창 대회 당시 일회성으로 추진했던 다양한 지원책도 사라졌다.올림픽에서 나타난 화려한 모습과 달리 풀뿌리 기반은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현장에선 ‘선수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로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졌다. 그나마 있던 어린 재능들마저 잇따라 포기를 선언하고 있다.박 감독은 “스케이트장이 폐쇄되면서 스케이트에 관심을 가진 어린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 두는 바람에 저변이 많이 약해졌다”며 “다시 밑바닥부터 기틀을 다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공백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종목을 가리지 않고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어린 유망주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며 “지금 선수들이 힘들게 운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종목단체에서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베이징올림픽]한국 선수단, 금2 은5 동2개로 마무리...종합 14위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 열전을 마감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국가별 메달 순위 14위(19일 기준)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번 올림픽 대한민국 메달리스트들. 왼쪽 위부터 쇼트트랙 남자 1000m 금메달 황대헌, 쇼트트랙 여자 1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 최민정,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 차민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은메달 정재원-동메달 이승훈,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동메달 김민석,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 곽윤기, 김동욱, 박장혁, 황대헌, 이준서,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은메달 김아랑, 최민정, 이유빈, 서휘민.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대한민국 선수단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최종 성적은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 종합 14위다.한국 선수단은 대회 폐막일인 20일 남자 봅슬레이 4인승 종목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대회를 마쳤다.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이하에 그친 건 역대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던 1992년 알베르빌 대회(금2 은1 동1)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금2 은2)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메달 순위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30년 만에 역대 최저 타이기록이다. 1992년 대회 이후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에서 14위를 기록한 바 있다.한국은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래 1988년 캘거리 대회 때까지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부터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본격적으로 메달 사냥을 시작했다.금메달 개수로 정하는 메달 순위에선 노르웨이(금16 은8 동13)가 1위를 차지했다. 독일(금12 은10 동5), 중국(금9 은4 동2), 미국(금8 은10 동7)이 뒤를 이었다.다만 미국은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도핑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면 중국을 누르고 종합 3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미국은 피겨 단체전에서 ROC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 출전한 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도핑 양성을 받으면서 메달 수여식이 미뤄진 상태다.만약 추후 조사 결과 ROC의 금메달을 박탈된다면 2위인 미국에 금메달을 차지하게 된다.여자 컬링 결승에선 영국(스킵 이브 뮤어헤드)이 일본(스킵 후자시와 사쓰키)을 10-3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영국은 평창동계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패한 아쉬움을 씻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영국이 올림픽 여자 컬링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대회 마지막 날 경기에선 핀란드가 최고 인기종목인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핀란드는 결승에서 만난 ROC를 2-1로 꺾고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첫 금메달을목에 걸었다.남자 봅슬레이 4인승 금메달은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팀에게 돌아갔다. 현존 최고의 파일럿으로 불리는 프리드리히는 남자 2인승과 4인승에서 평창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2관왕 기록을 세웠다. ‘썰매 최강’ 독일은 이번 올림픽에 걸린 썰매 종목 금메달 10개 가운데 9개를 쓸어 담으며 절대 강자임을 입증했다.
- 3040 젊은 부자들이 수백억 한강뷰 주택에 사는 이유[찐부자 리포트]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명품은 누구나 만들 수 없음과 가질 수 없음의 교차점에 있습니다. 집도 마찬가지죠.” (박현철(43) 피아크건축사사무소 대표)▲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내 위치한 ‘라누보 한남’ 1차 건설 현장에서 바라본 한강 야경. 단 4세대로 구성된 1차 단지는 오는 3월 입주 예정으로 현재 분양 중인 2차는 총 7세대만 거주할 수 있는 단지로 2023년 완공 예정이다. (사진=백주아 기자)3040 젊은 부자들이 서울 한강변 고급 주택으로 모이고 있다. 사는 지역과 주택 형태가 부의 척도로 자리 잡으며 10가구 내외의 분양가 200억~300억 수준의 희소한 집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신흥 부촌 한남 더힐·나인원 등 고가의 다세대 아파트·빌라조차 이들에게는 ‘매스티지(대중과 명품 합성어)’인 셈이다. 찐부자들은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최근 샤넬 기피 현상처럼 사치재 구매에서 나타나는 ‘차별화’ 시도가 집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명품 가방, 시계, 자동차를 구매하는 건 어느 정도 경제력만 있어도 가능하나 집은 그렇지 않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해 거주지가 사회 경제적 부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 요즘 부자들은 집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간다. 다른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설계, 디자인, 가전 등으로 부의 수준을 한층 부각하는 식이다.▲라누보 한남 1차 조감도. (사진=피아크건설)12년 이상 고급 주택을 건축해온 박현철 피아크건축사사무소 대표를 19일 만나 요즘 젊은 부자들이 사는 집은 어떤 집인지, 기존 주택과 무엇이 다른지를 물었다. 현재 박 대표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라누보(LANUVO) 한남’을 건설 중이다. 라누보는 유엔빌리지 내 소규모 고급 주택 최초로 200억원대 분양가를 기록하며 주택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박 대표는 고급 주거지 요건으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조건, 뷰가 있는 장소’를 꼽았다. 그는 “장소가 집 평수를 이기는 시대가 되면서 조망을 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단순히 창문으로 한강 뷰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사계절의 풍경이 생활 공간으로 연장될 때 다른 집과 대체할 수 없는 ‘구별짓기’가 된다”고 말했다. 장소를 집 안으로 끌어들인 설계를 할 때 가장 최적의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강이 보이는 넓은 테라스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옥상 정원에서 석양을 보며 친구들과 가든 파티를 즐기는 식이다. 부자들이 아파트가 아닌 소규모 주택을 찾는 것도 구별짓기의 연장이다. 박 대표는 “대기업 관점에서 만든 고급 아파트 역시 다수에게 환호받는 대중적 형태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 취향을 반영한 비스포크를 구현하기 어렵다”며 “공간적으로 주인이 집에 종속되지 않고 오롯이 주체가 되려면 집에는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경을 심플하게 구현하는 미술관처럼 집의 디자인은 눈에 거슬리는 장식을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란 설명이다. 그는 “하이엔드의 최고점은 보이지 않는 디테일과 완성도로 이를 구현하려면 설계자의 숙련도와 이해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박현철(43) 피아크건축사사무소 대표.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학·석사를 지내고 동 대학원에서 현재 건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한민국 건축사(KIRA)로 지난 2010년 데뷔 후 국내 14곳의 고급 주택을 비롯해 미술관, 병원, 대형빌딩 등의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피아크건설)부자들 연령대에 따라 주택 선호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50대 이상 부자들은 아방궁과 같은 전원주택을 선호하지만 최근 젊은 부자들은 개인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고 분양가 규제가 없는 20호 이하 최고급 빌라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젊은 신흥 부자들이 서울의 대표 부촌 강북 성북동과 평창동, 강남 압구정동 대신 한남동과 청담동을 거주지로 택하는 것도 이 같은 경향에 따른 것이다. 라누보 한남과 비슷한 콘셉트의 고급 주택에는 에테르노 청담이 있다. 영구적인 한강 뷰 입지의 에테르노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488㎡) 분양가는 300억원으로 국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페인 건축 거장 라파엘 모네오가 설계한 이 집은 현대건설이 2023년 9월 완공할 예정이다.▲에테르노 청담 조감도. (사진=에테르노 청담)최고급 주택에는 그에 걸맞은 하이엔드 리빙 제품이 탑재된다. 소파와 침대 등 이동식 가구는 각자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집이 만들어질 때부터 거치된 요소 중 흉내 낼 수 없는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은 부엌, 화장실, 드레스룸 등을 구성하는 리빙 옵션이다. 패션과 자동차가 브랜드 별로 계급이 나뉘듯이 고급 주택에는 럭셔리 리빙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최고급 제품들이 적용된다. 대표적인 럭셔리 주방 가구 브랜드에는 독일 에거스만(Eggersmann)과 불탑(Bulthaup), 이탈리아 보피(Boffi)가 있다. 이들 브랜드 제품의 세트당 가격은 1억~2억원을 호가한다. 가전 브랜드에는 독일 300년 역사의 가게나우(Gaggenau)와 100년 역사 밀레(Miele)와 미국 서브제로 등이 있다. 드레스룸은 이탈리아 리마데시오(Rimadesio), 바닥은 리스토네 조르다노(Listone Giordano) 등 일반인이 들었을 때는 생소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브랜드로 이 같은 제품은 리빙 계의 ‘에르메스’로 통한다. ▲위는 독일 하이앤드 주방가구 브랜드 에거스만(Eggersmann)과 아래는 이탈리아 국보 브랜드 리마데시오(Rimadesio). (사진=공식 홈페이지 캡처)이 외에 집 내부를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부자들의 취향과 성격도 드러난다. 최신 운동 기구는 물론 수 억원대의 오디오, 수십억대 미술 작품 등 부자들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자신만의 공간을 완성한다. 거실 한가운데 120인치 4K 초고해상도(UHD) 텔레비전을 두는 사람도 있지만 벽 전면에 거대한 미술 작품을 걸어두고 자신의 문화적 소양을 뽐내기도 한다. 집은 껍질일 뿐 그 안을 채우고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개인의 순수한 역량이고 자유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자들의 주택 선호 경향에서 드러나는 구별 짓기가 결국 ‘차별화’ 심리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들에게 드러내놓고 과시하기보다는 극소수만 누릴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자신이 선택된 사람이라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부자들은 자기가 속한 그룹에 진입 자체를 쉽게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를 시도한다”며 “명품 가방과 수입차처럼 이동성이 있는 재화는 과시적 속성이 두드러지지만 진짜 부자들은 집에서 자본주의와 물질주의 속에서 만끽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을 누리는 것에 오히려 초점을 둔다. 이들에게 과시하는 것은 오히려 촌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 피겨여왕 배출→아동학대 논란…투트베리제 코치는?[베이징올림픽]
-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왼쪽)가 1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개인전 프리스케이팅 후 울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가운데)를 달래고 있다.(사진=AFPBBNews)[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도핑 파문이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에게 집중되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챔피언을 연이어 배출했지만 발리예바 사건으로 인해 이것이 아동학대 수준이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누구인가.17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개인전에서 발리예바의 처참한 경기가 끝난 뒤, 투트베리제 코치가 발리예바를 꾸짖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에 노출되면서 투트베리제 코치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어났다.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이고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에 따라 올림픽 출전 자격이 유지된 발리예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번을 넘어진 데다가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경기를 펼치며 최종 4위(224.09점)에 그쳤다.만 15세의 어린 나이에 ‘도핑 스캔들’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발리예바가 경기를 마치고 링크 밖으로 나오자 투트베리제 코치는 “왜 싸움을 완전히 멈췄니? 설명해봐. 왜 그랬어?”라며 발리예바를 다그쳤다.미국 USA투데이는 투트베리제 코치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그가 허리 부상으로 인해 일찍 선수 경력을 끝내고 아이스쇼 투어를 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 아이스 발레 쇼의 러시아 대표단 일원으로 미국으로 향했다.미국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168명의 희생자가 나왔던 1995년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에서 살아남은 그는 이 테러의 희생자로 간주되어 단돈 1200 달러(약 143만원)를 받아 4년 동안 전국을 운전하며 다니다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정착해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이후 러시아로 돌아온 투트베리제 코치는 삼보-70이라 불리는 모스크바의 유명한 링크 소속으로 러시아 선수들을 지도했다.그는 세 명의 올림픽 챔피언을 배출한 명망한 코치가 됐다. 그가 지도하는 여자 선수들이 보기 드물게 4회전 점프를 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투트베리제 코치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15세였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의 코치를 맡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당시 리프니츠카야는 빨간 원피스 코스튬을 입고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맞춰 연기를 펼치는 유대인 소녀 콘셉트에 경이로운 유연성으로 전 세계 피겨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단체전 금메달에 일조했다.2018년 평창 대회에서는 당시 15세인 알리나 자기토바와 18세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를 올림픽에 출전시켰다. 이들은 금, 은메달을 획득했다.이번에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안나 셰르바코바를 데리고 이번 베이징 대회에 왔고 셰르바코바가 금메달을, 트루소바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발리예바는 4위를 기록했다.최근 가장 많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긴 했지만, USA투데이는 “피겨스케이팅계는 투트베리제 코치의 선수들을 ‘One and Done’ 올림픽 선수들로 간주한다”고 지적한다. 한 번의 올림픽을 위해 노력하다가 그 올림픽이 끝나면 선수도 반짝하고 끝이라는 뜻이다.투트베리제 코치의 제자들이 유달리 선수 생활이 짧고 어린 나이에 은퇴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2018년 평창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자기토바는 2019년 만 17세의 나이에 동기부여가 사라졌다며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 매체는 “메드베데바가 평창 올림픽에서 2위를 한 것은 발 뼈에 금이 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99년생인 메드베데바는 2020~21시즌부터 사실상 은퇴했다. 또한 리프니츠카야는 만 19세에 은퇴했다.알렉산드라 트루소바(왼쪽)와 안나 셰르바코바(오른쪽)가 1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개인전 간이 시상식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AFPBBNews)러시아 매체 러시아 비욘드는 “투트베리제 코치는 선수들을 서로 겨루게 함으로써 그들의 성공을 고무시킨다”고 설명했다.이 때문일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트루소바는 팀 동료인 셰르바코바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모두가 금메달을 갖고 있는데 나만 없어!”라며 코치진을 향해 오열했다. 계속 선수 생활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두고봐야 할 문제”라며 답변을 피했다.이렇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며 성공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반면에 탈락하는 선수도 많다.일본 잡지 프라이데이는 “투트베리제 코치는 연습장을 ‘공장’, 선수를 ‘재료’라고 부르며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관리, 지도한다. 화장, 걷는 것, 말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며 “연습을 가혹하다. 선수들에게 하루에 12시간씩 연습시키는 것은 당연하고 원하는 대로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면 ‘짐 싸서 고향으로 돌아가!’라며 큰 소리로 꾸짖는다”고 설명했다.자기토바도 한 번 쫓겨난 적이 있으며, 리프니츠카야와 거식증에 시달리다가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그는 소치 올림픽 중 셰이크만 섭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메드베데바 또한 섭식 장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드베데바는 후에 평창 올림픽 당시 몸무게가 43kg에 불과했다(키가 158cm)고 말했다.이는 투트베리제 코치가 선수들의 체중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과거 다큐멘터리를 통해 선수들의 체중이 100g 단위로 관리되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독일 빌트지에 따르면 투트베리제 코치의 지도를 받았던 폴리나 슈보데르바는 “발가락 2개가 부러져도 하루에 100번씩 똑같은 것을 연습시킨다. 필요하면 200번 시킬 때도 있었다”고 연습 문화에 대해 폭로했다.프라이데이는 스케이트 연맹 관계자의 말을 빌어 “러시아는 선수 양성 시설을 국가가 전면적으로 지원한다. 투트베리제 코치도 국가적 사명을 받아 선수 트레이닝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을 관리한다. 발리예바의 도핑 의혹에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나 CAS의 판단에 따라 투트베리제 코치에게도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지도 모른다”고 전했다.WADA 측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약물 투여에 관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판명되면 코치나 의료진은 영구 추방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감옥 수감까지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발리예바의 도핑 위반도 승리 지상주의가 가져온 결과다. 외신들은 100g 단위로 체중을 관리하는 투트베리제 코치가 선수가 복용하는 약을 모른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발리예바가 약물을 복용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학대’다.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왼쪽)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오른쪽)가 점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인스타그램)투트베리제 코치의 제자들 중 그를 옹호하는 선수들도 있다.메드베데바는 “올림픽 직전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투트베리제 코치의) 강경한 면이 도움이 됐다. 코치가 부드러운 성향이었다면 100%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투트베리제 코치의) 코칭 방식은 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매년 견디기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사고 방식을 바꾸고 정신 건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다른 옵션은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대다수의 피겨 관계자들은 투트베리제의 방식을 비판한다.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투트베리제 코치가 발리예바가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 그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발리예바가 그의 캠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볼 수 있는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며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캐나다 아이스댄스 선수였던 케이틀린 위버는 투트베리제 코치는 선수들을 일회용 취급한다고 했고 피겨 전설 카타리나 비트(독일)는 “발리예바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영구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평창 올림픽 페어 챔피언인 러시아 출신 알리오나 사브첸코(독일)는 “너무 마음이 아파 울었다. 15세 어린 아이(발리예바)를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고 보호했어야 했다. 코치는 아이를 그런 식으로 대하면 안됐다. 관련 없는 나조차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