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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 난제 풀 수 있는데..” 민간사절 '재계' 손발 묶는 정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평창 알펜시아에 위치한 평창동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를 방문해 내.외신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복잡한 외교·통상 분야 난제 해소에 기여할 ‘민간 외교 사절’인 재계를 오히려 옭아매고 있다. 경제단체와 삼성 등 대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이용하지 못한 채 이전 정권과 협력한데 대한 딴지만 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2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과 롯데, KT(030200),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재계 주요 그룹과 경제단체에 대한 압박으로 경제분야 민간 외교 채널이 위축되고 있다.◇올림픽 유치 앞장섰지만 돌아온 건 홀대삼성은 삼성전자(005930), 삼성물산(028260) 등이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올림픽 공식후원 등 스포츠 외교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부자의 개인 네트워크 등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기여해왔다. 이건희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가장 앞장선 경제계 인사이기도 했다.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는 등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외 붐 조성에 기여했고, KT 등 통신업체들은 5G(5세대) 이동통신 신기술과 이를 활용한 VR(가상현실),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전경련도 역시 해외 경제단체들과 교류하며 올림픽 유치에 앞장섰고, 올림픽을 전후해 평화 올림픽 선언식 등 각종 부대행사도 마련했다.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이들에 대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른바 ‘패싱(Passing)’ 논란이다. 특히 이전 정권과 협력했던 점을 문제삼아 올림픽 기간 중 신동빈 회장은 구속됐고 KT는 압수수색을 당했다. 삼성도 역시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가 불거지며 움츠리기에 급급한 모양새다.KT와 함께 역시 정부가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고 있는 포스코(005490)의 경우 미국의 철강 분야 통상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준비로 바쁜 와중에 자국 정부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 ‘한국 기업에게 돈과 정치는 불편한 올림픽을 만들고 있다(For Korea Inc., Money and Politics Make an Awkward Olympics)’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한국 기업들이 홀대 받으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996년 미국 애틀란타 하계올림픽 당시 미국 기업인 코카콜라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코카콜라 올림픽’이라 불렸던 사례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기업들의 활발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의 침체된 분위기와 비교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한국의 후원 기업들이 과거 다른 대형 스포츠 행사에 비해 마케팅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재계의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적으로 활용해야재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무조건 압박만 가할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재계가 쌓아 온 무형의 자산과 노하우, 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외교·통상 분야 난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길 바라고 있다. 실제로 전경련이나 대한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는 해외 경제단체와 교류하며 국가간 경제협력을 논의해왔고, 이에 따라 외교·통상 문제에서도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기업들도 세계 각 국의 주재원과 거래선 등을 통해 정부간 직접 대화가 어려운 부분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해왔다.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이나 최태원 SK(034730) 회장의 경우 최근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현지 오피니언 리더와 만나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현대아산을 세우고 남북간 대화 분위기를 만든 사례를 되새겨봐야 한다”며 “기업도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외교 관계가 안정돼야 사업도 잘 되는만큼 정부가 기업을 민간 외교 채널로 인정하고 파트너로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 삼성 경영 시계는 아직 `멈춤`…평창 폐막식도 불참
-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석방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수사에 휘말리면서, 사업 및 경영 활동이 또다시 위축되고 있다. 검찰이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벌였던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데일리DB][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이어 오는 25일 폐막식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이재용 부회장은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보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서울 삼성 서초사옥 41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은 여전히 텅 비어있다. 이 부회장이 석방된 지 불과 사흘 뒤 불거진 삼성의 다스(DAS) 소송비 대납 의혹으로, 서초사옥은 검찰로부터 나흘에 걸쳐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건희 회장이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삼성전자가 메인스폰서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개막식에서도 주요 경영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의 경영 시계는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지난해 2월 17일 이후 1년 넘게 여전히 멈춰있다.◇경영 정상화 길목서 마주친 ‘다스’ 수사삼성은 지난 1년간 ‘총수 부재’ 상황 속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M&A(인수합병)이나 사업 재편 작업 등이 사실상 올스톱 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5일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면서 삼성 내부에선 경영 정상화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석방 바로 다음날인 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간담회에 참석했던 윤부근 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은 “스피드경영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며 총수 복귀를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에선 이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유치를 위해 노력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 복귀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수사와 연계해, 서초사옥과 수원 본사 등 삼성전자 사업장 3~4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삼성 내부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검찰은 삼성이 2009년 3월부터 10월까지 3~4번에 걸쳐 350만 달러(약 40억원)의 다스 소송비용을 미국 로펌에 지급한 경위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지난 15일 피의자 신문으로 검찰에 출석해 당시 청와대의 대납 지시를 받았고,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뒤 지원을 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소송비 대납이 이건희 회장의 2009년 12월 대통령 단독 특별사면 및 복권의 대가인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삼성 고위 관계자는 “거의 1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난 사안이라 당시 근무했던 주요 관계자나 임원들이 모두 회사를 떠나서 사실 여부 확인이 어렵다”며 “검찰의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 외에는 따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평창동계올림픽 스포츠마케팅도 최소화이재용 부회장은 석방 직후부터 시작된 검찰의 다스 관련 수사와 잇따른 압수수색으로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1월 첫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당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곧바로 서초사옥으로 향해 회사 일을 챙겼던 이 부회장이지만, 이번에는 석방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초사옥이 8일부터 13일까지 나흘 연속 압수수색을 당한 것으로 전해져, 회사에 나오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머물며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 등에게 주요 경영 사안을 보고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가 메인스폰서로 참여한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적극적인 스포츠마케팅은 자취를 감췄다. IM(인터넷 모바일)부문을 이끌고 있는 고동진 사장이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 등을 방문해 일부 일정에 참여했지만, 개막식엔 삼성 측 인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오는 25일 열릴 폐막식에도 참가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도 그렇고 폐막식에도 삼성의 주요 경영진이 참석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밝힌 다스 소송비 대납 시점(2009년)과 그해 말 이건희 회장 사면 간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는 2008년 삼성 특검으로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 등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비상경영 체제였다. 또 이건희 회장 사면은 당시 경제5단체장이 모두 건의했던 사안이라는 지적이다.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불과 몇달 만에 특별사면을 받기 위해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사면 요청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처음 했고 이어 강원도의회, 경제5단체장 등의 요청이 연이어 나왔는데 이들 모두에게 청탁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 '최고의 압박'..美트럼프, '역대급' 對北제재 단행
- 사진=AP뉴시스[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기업·선박·개인을 총 망라한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해 해상 무역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의 방한 기간 나온 것인 만큼, ‘최고의 압박’이라는 미 정부의 ‘대북전략’에 변화가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됐던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은 요원해질 것으로 관측된다.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날 발표한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을 보면, 북한과 중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파나마 등 국적·등록·기항 선박 28척과 해운사 등 기업 27곳, 개인 1명 등 총 56개 대상이 포함됐다. 재무부는 “북한과 관련된 해운 무역 회사와 선박을 제재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밝혀 이번 조차가 ‘해상봉쇄’에 맞춰졌음을 시사했다. 미 언론은 “군사행동을 빼고는 가장 강력한 압박조치”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이번 제재는 북한의 에너지와 자금의 원천을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재무부는 전 세계에서 북한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선박과 해운사, 기관들을 차단하기 위한 단호한 행동을 포함해 제재회피를 위해 북한에 의해 이용되는 모든 불법적 수단들을 공격적으로 겨냥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최대 후원단체인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한 나라에 대한 전례 없는 가장 무거운 제재들”이라고 표현하면서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제재 대상에 오른 해운회사 27곳 중 9곳은 북한의 석탄 수출과 유엔이 금지한 공해 상 선박 간 환적 방식을 통한 정제 석유제품 거래에 직접 관여한 곳들로, 주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마샬제도 선적인 선박이나 이들 지역에 본부를 둔 고들이었다. 16곳은 북한회사였으며, 나머지 2곳은 개인 제재 대상에 오른 유일한 인물인 대만 국적 기업인 ‘장영원(張永源)’의 회사였다. 장 씨는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북한 브로커와 함께 북한의 석탄 수출을 막후 조장하는 한편, 이미 대북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회사와 100만달러가 넘는 석유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28척 가운데 9척은 중국, 파나마, 코모로, 탄자니아의 선적이었으며, 나머지 19척은 북한 선적이었다. 재무부는 “북한 정권은 석탄 수출을 대량파괴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을 대는 수입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며 “이들 선박은 한 번에 550만달러 초과 상당의 석탄을 나를 수 있다”고 했다.일각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연일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각하는 등 대북압박을 이어가고 가운데 사상 초유의 대북제재까지 단행되면서 북미접촉은 물론 남북 간 대화분위기에 치명타를 안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펜스 부통령은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북한 독재자의 여동생’이라고 지목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폭군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의 중심기둥”이라고 맹비난했다. 로이터통신은 “더욱 강력해진 제재들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대화가 준비되는 가운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에서 드러난 남북 간 최근의 화해 기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