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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이수동, 20년 만에 日미술시장 진출…"완판보단 '개척자'로"
- 일본 첫 개인전을 앞두고 작가 이수동이 표제작 ‘소원을 말해봐’(2022)를 비롯해 출품작 45점이 든 도록을 꺼내보이고 있다. 오사카 사사키갤러리서 23∼28일 여는 ‘이수동 전: 일상에서 행복의 조각을 찾는다’는, 작가가 20년 만에 오랜 꿈을 이루는 첫 여정인 동시에, 국내 인기작가가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일본 미술시장이란 점에서 관심을 키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서울로 갈 것인가, 일본으로 갈 것인가. 대구에서 오랜 세월을 무명작가로 지낸 그이는 그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가 연달아 한반도는 물론 바다 건너 일본열도까지 뒤흔들고 있을 때였다. 두 드라마에서 톡톡히 조연을 담당한 ‘그림’과 ‘글씨’는 물론, ‘원작가가 누구냐’는 관심이 들끓었더랬다. 하지만 서울이든 일본이든 어차피 그이에게는 ‘먼 산’이었다. 꽃길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살기 위해 나서야 하는 길이었으니까. 비로소 세상이 그이의 붓을 알아봤다지만 생활고를 해결하는 데는 어림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그저 딱 한 번, 이제껏 쥐어본 적도 없는 그 작은 행운에 못 이기는 척 기대면서 말이다. 뭐가 됐든 수를 내야 했던 거다. 지난한 고민 끝에 그이가 향한 곳은 서울이다. 아니다. 일산쯤에서 멈췄다. “18평짜리 오피스텔을 마련하고 죽기살기로 그림만 그리기” 시작했다. 2004년 일이다. 작가 이수동(64). 화랑이든 아트페어든 내다 거는 족족 그림이 팔려나가 아예 ‘완판작가’란 별칭이 자동으로 붙는 작가. 그이가 참으로 암울했던 20년 전, 이미 아득한 옛일이 돼버린 그 시절을 새삼 다시 들추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쯤이던, 그래서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기만 했다던” 다른 한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바로 일본 미술시장이다. 일본 오사카 사사키갤러리에서 여는 ‘이수동 전’에 출품한 45점 중 한 점인 ‘가을의 찻집’(2022·53.0×72.7㎝). 작가 작업에서 가히 시그니처라 할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 쌍의 연인’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다정하게 마주보고 앉았다.◇2000년대 초반부터 “때를 기다려온” 숙원 이뤄일본 오사카 사사키갤러리는 지난해 가을 일찌감치 ‘이수동 전’을 예고했다. 23일부터 28일까지 닷새간 열리게 될 이 작가의 개인전에 달린 부제는 ‘일상에서 행복의 조각을 찾는다’. 100호 규모의 대작을 앞세워 신작 45점으로 전시장을 채운다. 무엇보다 이 작가 개인으로는 일본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첫 개인전이라는 데 의의가 크다. “결정 직후, 20년 전 때를 기다린다는 마음으로 일본이 아닌 서울로 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는 작가는 “그만큼 일본전시는 계속 꿈꿔왔던 숙원을 이룬 일이기도 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일본 오사카 사사키갤러리에서 여는 ‘이수동 전’에 걸린 ‘초대합니다’(2020·53.0×72.7㎝). 피아노는 이 작가의 작품에 자작나무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주요한 소재기도 하다.하지만 ‘숙원’이란 게 그렇듯 그리 평탄한 과정은 아니었나 보다. “이번 전시는 일본 여행·외식업체 스기타그룹의 아티스트 후원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이담문화예술재단이 힘을 보태고. 여기에 뮤지컬 ‘태양의 서커스’의 물류를 담당해온 유티엘엔터로지스가 전시 진행을 맡았다.” 덤덤하게 말했지만 이 작가의 이번 일본 개인전은 국내 조력자를 끼우지 않고 가히 글로벌한 ‘외인부대’로 꾸려낸 ‘드문 성과’다. 바꿔 말하면 작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확보해야 할 만큼 그 통로가 대단히 좁고 척박했다는 뜻도 된다. 일본 오사카 사사키갤러리에서 여는 ‘이수동 전’에 출품한 ‘달도 밝다’(2022·53.0×72.7㎝). 이 작가가 선별한 “일본 컬렉터가 좋아할 만한 색과 형체가 도드라진 작품”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사실 일본 미술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국내에 전무하다. 게다가 국내 작가의 활약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중견부터 차세대까지 일본 작가들이 국내 미술시장을 휩쓸고 있는 경우와는 아주 대조적인 형국인 거다. ‘호박’이든 ‘무한그물망’이든 작품으로 컬렉터를 몰고 다니는 쿠사마 야요이(94)를 선두로, 최근 부산에서 14만명을 훌쩍 넘긴 관람객들을 동원한 무라카미 다카시(61), 젊은 세대에게 아이돌 스타 대접을 받으며 작품가를 올리고 있는 록카쿠 아야코(41)조차 일부일 뿐이니까. 이 작가의 일본 미술시장으로의 진출은 덕분에 ‘딴마음’도 들게 한다. 작가 이수동을 위시로 국내 작가가, 그간 제대로 성적을 낸 적 없는 새로운 해외시장에 먹힐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말이다. 일본 오사카 사사키갤러리에서 여는 ‘이수동 전’에 걸린 ‘서남풍’(2020·53.0×72.7㎝). 꽃송이 하나하나를 범벅으로 채운 캔버스에 손톱만한 ‘한 쌍의 연인’을 들여 만든 현실에는 없을 장면. 이 작가의 작업은 스스로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써내려간 연서기도 하다.◇국내작가 활약 없어…日서 통할지 가늠할 분수령그간 이 작가는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시적인 서정성을 무장한 ‘감성그림’을 그려왔다. 탄탄한 바탕에 문학적 상상력, 회화적 기교를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채로 융합한 작품들. 이번 일본 개인전 전시작도 다르지 않다. ‘한 쌍의 연인’ 연작을 비롯해 꽃·달·계절·구름·차·음악 등을 소재로 사랑·꿈·위로를 전하는 테마작을 두루 내놓는다. “일본 컬렉터가 좋아할 만한 색과 형체가 도드라진 작품을 따로 골라봤다”고도 했다. 이 작가 작업·작품의 강점이라면 ‘무장해제’라 할 거다. 으레 미술작품 앞이라면 따라붙기 마련인 긴장감·부담감을 훌훌 털어버리게 하는 일 말이다. 과연 일본인의 감성을 뒤흔들고 지갑까지 열게 해 ‘완판신화’를 이어갈 건가. 작가는 “첫술에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며 웃는다. 그저 “시장을 개척하는 입장”으로 겸손하게 다가서겠다고 했다. 일본 오사카 사사키갤러리에서 여는 ‘이수동 전’에 출품한 ‘안단테 안단테’(2020·112.1×162.2㎝). 자작나무가 숲에 피아노 치는 남자를 지켜보는 여자. 작가의 오랜 아이템인 자작나무가 거대한 배경을 이루고 그 속에 숨다시피 한 ‘한 쌍의 연인’이 만드는 ‘극단의 행복’은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키는 작가만의 무기다.
- 노재헌 원장 "동아시아 화합의 장 만들겠다"...아시아주류페스티벌 열려
- [이데일리TV 문다애 기자] “동아시아의 젊은 리더들이 ‘술’을 매개체로 국경을 넘어 화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시아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습니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지난 13일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애비뉴 아트스탠드홀에서는 ‘아시아주류페스티벌(Asia Liquor Festival)’이 열렸다.‘우애를 위한 건배’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행사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화합은 서로를 알아가는데 있다’는 취지에서 열렸다. 아시아리더스클럽과,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주최했으며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CS), 주한중국문화원, 주한일본대사관공보문화원이 후원했다.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과 어우보첸 TCS사무총장, 추조 주한일본공보문화원장, 심효강 주한중국문화원장이 참석했으며 연예계에서는 정준호, 김성령 배우, 소녀시대 유리 등이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행사에는 보해양조, 화강주류, 용성통상, 니혼슈코리아 등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주류사들이 한국스페셜티커피 협회장 조유동 바리스타와 협업해 소주와 백주, 사케 등 각국의 전통주를 활용한 색다른 칵테일을 선보였다. 3국의 현대미술 전시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노 원장은 술이 가진 화합의 힘을 강조했다. 노 원장은 “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며 “단순히 즐긴다는 개념을 넘어 술을 통해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청년들의 화합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보자는데서 시작한 행사”라고 말했다.노 원장은 “한국의 술은 정, 일본의 술은 배려, 중국의 술은 여유라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3국의 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주류 페스티벌로 시작한 이번 행사는 앞으로 아시아 문화 페스티벌로 확대된다. 노 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원아시아’ 문화창조 협력의 첫 발걸음을 뗐다”며 “한국을 시작으로 앞으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며 교류의 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요소를 융합해 확대, 발전시켜 아시아의 매력을 발굴하고 전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한편, 아시아리더스클럽은 글로벌 업계 리더들로 구성된 청년 네트워크로, 2021년부터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을 통해 아시아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한 수익금은 발런티어 코리아(Volunteer Korea)에 기부된다.
- 노재헌 원장 "동아시아 화합의 장 만들겠다"...아시아주류페스티벌 열려
-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지난 13일 열린 아시아주류페스티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이데일리TV 문다애 기자] “동아시아의 젊은 리더들이 ‘술’을 매개체로 국경을 넘어 화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시아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습니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지난 13일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애비뉴 아트스탠드홀에서는 ‘아시아주류페스티벌(Asia Liquor Festival)’이 열렸다. ‘우애를 위한 건배’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행사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화합은 서로를 알아가는데 있다’는 취지에서 열렸다. 아시아리더스클럽과,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주최했으며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CS), 주한중국문화원, 주한일본대사관공보문화원이 후원했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과 어우보첸 TCS사무총장, 추조 주한일본공보문화원장, 심효강 주한중국문화원장이 참석했으며 연예계에서는 정준호, 김성령 배우, 소녀시대 유리 등이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행사에는 보해양조, 화강주류, 용성통상, 니혼슈코리아 등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주류사들이 한국스페셜티커피 협회장 조유동 바리스타와 협업해 소주와 백주, 사케 등 각국의 전통주를 활용한 색다른 칵테일을 선보였다. 3국의 현대미술 전시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아시아주류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3개국 주류로 만든 칵테일을 시음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노 원장은 술이 가진 화합의 힘을 강조했다. 노 원장은 “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며 “단순히 즐긴다는 개념을 넘어 술을 통해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청년들의 화합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보자는데서 시작한 행사”라고 말했다.노 원장은 “한국의 술은 정, 일본의 술은 배려, 중국의 술은 여유라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3국의 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주류 페스티벌로 시작한 이번 행사는 앞으로 아시아 문화 페스티벌로 확대된다. 노 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원아시아’ 문화창조 협력의 첫 발걸음을 뗐다”며 “한국을 시작으로 앞으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며 교류의 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요소를 융합해 확대, 발전시켜 아시아의 매력을 발굴하고 전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아시아리더스클럽은 글로벌 업계 리더들로 구성된 청년 네트워크로, 2021년부터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을 통해 아시아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한 수익금은 발런티어 코리아(Volunteer Korea)에 기부된다.
- 정상 간의 10배 무게 희귀병 환자, 세브란스에서 간이식 성공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간 무게가 정상 간의 10배 이상(12.1kg) 나가던 다낭성 간질환 환자가 무사히 이식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되찾았다.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이재근 교수(이식외과)는 다낭성 간질환 환자 김옥희씨(여· 61)에게 생체 간이식수술을 무사히 마쳤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수술 결과는 부산 BEXCO에서 열린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주관 국제 학술대회 ‘HPB Surgery Week 2023(HPB 수술 주간)’에서 발표됐다. 10여 년 전 간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김씨는 2020년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튀어나온 배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다. 혈색도 안 좋고 배를 빼고는 눈에 띄게 말라 있었다. 검사결과 다낭성 간질환 진단을 받았다.다낭성 간질환(polycystic liver disase)은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뭉쳐져 물혹처럼 덩어리를 이루는데 이런 덩어리가 간 전체에 20개 이상 생기는 희귀병이다. 물혹은 계속 커져 간 기능을 떨어뜨린다. 건강한 성인에서 간 무게는 1.2~1.8kg 정도지만 다낭성 간질환을 앓으면 물혹이 간에 붙어 간 무게가 10배 이상 늘어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복수가 차거나 복통, 구토 등을 유발한다.초기에는 약물로 물혹 크기를 줄이지만, 물혹을 직접 터트리거나 체액을 빼는 배액술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물혹이 커져 다른 장기를 압박해 호흡곤란이나 소화 불량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경우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지나치게 커진 물혹으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호흡이 어려워진 김씨에게 의료진은 이식을 결정했다. 하지만 기증을 기다리기엔 김씨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자녀들을 상대로 생체 간이식이 가능한지 확인했다.검사결과 아들은 다낭성 간질환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기증할 수 없었다. 딸은 생체 이식이 가능했지만, 혈액형이 달랐다.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위해 감염내과와 진단검사의학과가 협력해 각종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항체 분비량을 떨어뜨려 이식 거부 반응을 낮췄다. 그래도 당장 이식은 불가능했다. 간 이곳저곳에 생긴 물혹으로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보통의 간이식은 간에 이어진 하대정맥(다리에서 올라오는 혈관)을 막고 간을 떼어내며 진행한다. 하지만 혈관이 약해진 김씨는 하대정맥을 막을 경우 혈압과 심박수가 불안정해지고, 심한 경우 혈관이 터져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이재근 교수는 에크모(인공심폐기 · ECMO)를 이용해 하대정맥에서 올라오는 혈액을 직접 심장으로 돌렸다. 간이식에서 에크모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에크모 이용 시 도관을 삽입해야해 혈관 손상 위험이 있어 수술 난도가 올라간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나 김씨는 지난해 12월 퇴원했으며, 최근 검진을 통해 이식 간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했다.다낭성 간질환에서 간이식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일본 게이오 의과대학에서 다낭성 간질환 환자의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환자의 간 무게는 10kg으로, 수술에만 18시간이 걸렸다. 사용한 혈액의 양은 4만 8,800㏄였다.김씨의 경우 간 무게(12.1kg)가 체중의 25%에 달할 정도로 커져 있었지만, 이 교수의 수술은 11시간으로 짧았고 수혈도 200㏄ 정도에 불과했다. 일본 최고의 의과대학으로 평가받는 게이오 의대와 비교했을 때 수술 시간은 40%, 혈액의 양은 99.6% 감소시키며 환자의 부담은 낮추고 수술의 안정성은 높였다.이재근 교수는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희귀 질환인 다낭성 간질환은 국내 수술 케이스가 적다”며 “성공적으로 마친 이번 수술의 경우 공여자와 혈액형이 다르고 에크모까지 사용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의료진이 협진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믿고 따라줘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한편,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김덕기 교수(이식외과)는 올해 초 세브란스병원에서 7.7kg에 달하는 두 번째 다낭성 간질환 환자 간이식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13시간 동안 400㏄의 혈액을 투여해 수술에 성공했는데, 이 또한 일본 기록보다 좋은 성적이다.이재근 교수가 수술 당시 환자에게서 제거한 간을 들고 있다.
- '리턴 투 서울' 박지민, 어서와 연기는 처음이지 [인터뷰]
- 배우 박지민(사진=엣나인필름)[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신선한 발견이다. 영화 ‘리턴 투 서울’로 스크린에 데뷔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아티스트 박지민의 얘기다. 거대한 스크린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있다 보면 2시간 동안 그에게 흠뻑 빠져든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단지 비주얼이 매력적이어서만은 아니다. 그의 연기를 보다 보면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모호한 경계선 위에 선 그의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떤 감정인지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그의 표정 연기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 기존 배우에게선 볼 수 없는 매력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박지민은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아티스트다. 영화 ‘리턴 투 서울’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사실 그는 준비된 배우가 아니다. 배우 꿈을 꾸고 있던 것도 아니다. 데이비 추 감독의 제안을 받고 1년 정도 고심 끝에 ‘그래, 나 한 번 연기 해볼까?’란 생각으로 겁도 없이 스크린에 몸을 던졌단다.그런데 그 선택이 그의 인생에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줬다. 첫 작품으로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것이다. 한 평생 연기를 했어도 단 한 번도 못 간 배우가 수두룩한데, 박지민은 데뷔작으로 당당히 칸에 입성했다. “첫 연기한 작품으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는데요. 너무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한데, 아직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요. 오죽하면 주변에서 ‘너가 칸을 갔다고? 이해가 돼?’라고 말할 정도에요(웃음). 그만큼 칸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고요. 그저 ‘칸이라는 지역에 다녀왔구나’ 정도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중이에요.”박지민은 ‘리턴 투 서울’에서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여성 프레디 역을 맡았다. 프레디는 당초 계획했던 일본 여행이 기상악화로 불발되면서 우연히 서울을 방문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겉은 한국인인데 속은 프랑스인인 프레디는 모국인 한국에 왔는데도 이방인 같은 모습을 지울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생부를 만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더 겉돌게 되는 복잡한 인물인 프레디의 모습이 다채로운 감정으로 표현됐다.박지민은 칸에서 이 영화를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 것 같으냐는 물음에 ‘공감’이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입양이란 주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습이 수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배우 박지민(사진=엣나인필름)“전 세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프랑스를 넘어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 입양된 분들이 참 많잖아요. 프랑스 사회에서도 입양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면 이 영화는 입양뿐 아니라 한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어요. 프레디란 여성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느끼는 정체성 문제를 다룬 영화로도 접근할 수 있는데요. 누구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은 하잖아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해요.”스토리만큼이나 박지민이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박지민은 설치미술, 회화, 조각 등으로 프랑스와 유럽을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비주얼 아티스트다. 현재 직업에 엄청 만족하고 있고, 빼곡한 전시 일정으로 ‘본업’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던 중 데이비 추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았고, 1년 뒤에야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캐스팅이 성사됐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은 특별하게 없었어요. 지금 제 일에 만족하고요. 이 일을 하는 게 제일 행복해요. 제겐 아트가 전부거든요. 데이비 추 감독과는 2019년 한 영화제에서 알게 됐는데요. 제 친구와 데이비 추 감독이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저는 그때 데이비 추 감독을 소개받은 것뿐인데 이후 출연 제안을 받게 된 거예요. 데이비 추가 제게 ‘카메라 테스트 한 번 받아보지 않을래?’라고 수차례 물었지만, 코로나19도 터졌고 전시 일정도 바빠서 한동안 답을 못 줬거든요. 오랫동안 답을 못 준 미안함도 컸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출연이 성사됐어요.”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박지민은 데이비 추 감독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프레디라는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마치 논문을 써 내려가듯 데이비 추 감독과 캐릭터에 대한 열띤 연구를 이어갔고, 때론 즉흥 연기를 펼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박지민은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하지 않았다면, 프레디를 이렇게까지 진실되게 연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배우 박지민(사진=엣나인필름)박지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한국 냉장고를 여는 신이라고. 프랑스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생경한 풍경이란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프레디에게도 흥미로웠다고 했다.“냉장고 문을 열면 그 안에 수많은 반찬통과 고추장, 된장 등이 있잖아요. 정말 한국적인 모습이에요. 프랑스 사람들의 냉장고엔 우유, 계란, 치즈, 햄 정도밖에 없거든요. 반찬 문화가 없어서 외국 사람들에겐 생소한 장면으로 보였을 거예요. 냉장고 문을 연 프레디에겐 한국 문화가 펼쳐진 순간이잖아요. 어쩌면 한국에 스며들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혹은 ‘이게 뭐지?’라는 놀라움의 감정도 있었을 수도 있고요. 여러모로 많은 감정을 들게 하는 장면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반면 박지민은 한국말을 이해 못 하는 장면을 찍을 때 가장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만난 박지민은 여느 한국인처럼 능통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그런 그가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연기를 해야 했으니, 그의 고충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제가 알고 있는 언어를 모르는 언어로 바꿔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냥 놔 버려야 하는데요. 이게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눈과 귀는 저절로 반응하더라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의 습관과 언어가 특별하다는 걸 몸소 체감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땐 마치 외계어를 듣는 것처럼 하긴 했는데, 참 힘들게 연기했습니다. 하하.”그야말로 박지민에겐 도전의 집약체가 바로 ‘리턴 투 서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박지민은 이 영화가 본인의 인생사에 오래 남을 한 페이지가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코 재밌는 영화는 아니라고 단언하기도 했다.“사실 깔깔대며 웃을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달콤한 맛도, 쓴맛도 있는 영화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술을 처음 마시면 쓰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술맛에 익숙해지면 달콤한 맛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리턴 투 서울’도 그런 영화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쓰지만 깊게 들어가면 단맛이 나는, 아주 맛있는 술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라고 표현하고 싶고요. 연기적으로는 자연주의 영화라고 하고 싶어요. 마치 생 육회 같다고나 할까요?(웃음) 그런 날 것 같은 느낌을 관객분들께서도 꼭 한 번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바른언론시민행동, ‘30대 가짜뉴스’ 선정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시민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바른언론)과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11일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의 30대 가짜뉴스’를 선정해 발표했다. ‘일광 횟집 친일 논란’,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괴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논란 등을 가장 심각한 뉴스로 꼽았다.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바른언론과 공언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30대 가짜뉴스’를 발표했다.두 단체는 ‘가장 심각한 가짜 뉴스 5’로 △윤석열 대통령이 만찬 행사를 했던 부산 ‘일광’ 횟집 두고 친일몰이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괴담 △마약과의 전쟁, 정치적 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청담동 심야 술자리 △윤석열 대통령 뉴욕 발언 조작 보도 등을 꼽았다.두 단체는 ‘가짜뉴스 25개 리스트’로 △‘윤석열 대통령, 넷플릭스에 왜 투자’ △‘윤 대통령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 발언,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 보도 등을 꼽았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해선 1년간 가짜뉴스를 세 차례 이상 생산했다며 ‘더 워스트 뉴스 페이커’로 선정했다.오정근 바른언론 공동대표는 “가짜뉴스가 있으면 국민이 대표를 잘 뽑을 수 없어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김형철 바른언론 공동대표는 “균형을 맞추는 보도가 아니라 한쪽에 편향된 패널에 의해 가짜뉴스나 조작된 정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이것이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는 원인이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바른언론과 공언련은 가짜뉴스 선정 기준과 관련 “자체 검증센터와 모니터 단을 비롯해 KBS노조, MBC 제3노조, 연합뉴스 공정보도노조 등을 통해 지난 1년간 보도된 가짜뉴스 150여개를 수집했다”며 “두 단체의 운영위원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3차례 회의를 열어 뉴스의 사실관계, 의도적 왜곡 및 조작, 국내외 미친 영향력과 폐해를 기준으로 가짜뉴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 정대철 "尹, 이재명 만나라…그래야 극한대결 끝난다"
- [대담=이승현 정치부장·정리=박기주 기자] “이재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죠. 그런데 정치 지도자라면 포용해야 하고, 그래야 극한 대결이 끝나요.”민주당계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헌정회장을 맡게 된 정대철 신임 헌정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전한 조언이다. 정파를 떠나 서울대 법학과 선배로서 윤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정 회장은 협치와 포용, 상생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첫걸음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 지도자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대철 헌정회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盧, 귀찮을 정도로 野 대표 만났다…요즘 정치는 전쟁 같아”정 회장은 1977년 첫 당선을 시작으로 5선을 역임한 정치 원로로, 지난 46년간 가장 가까이서 한국 정치를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국민의힘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헌정회에서 계파 가릴 것 없는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을 향해서도 ‘협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요새 정치의 극한 대결을 보면 전쟁처럼 보인다. ‘너와 내가 다를 수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는 데서 끝나는 것 같다”며 “그래서 대화와 설득, 타협이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야당은 국회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사정 권력이나 거부권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상통의 정치 없이 모든 걸 힘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서로 너무 진영논리에만 빠져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윤 대통령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게 정 회장의 판단이다. 대통령이 국내 모든 정치의 궁극적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 지도자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형사 피의자라고) 이 대표를 싫어할 수도 있지만, 아직 피의자지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며 “확정 판결 전까진 당당하게 그를 만나 정치를 의논해야 하는데, 그걸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설득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 대표를) 만나기만 해도 된다. 만나게 되면 자기 얘기만 할 수 있겠나. 이 대표가 양보해야 할 수도 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라도 이 대표를 만나야 하는데, 대통령과 여당이 ‘치지도외’(置之度外), 있는데도 (이 대표를)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내가 당 대표였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 대표가 귀찮아할 정도로 많이 만났고, 너무 많이 만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소통을 많이 했었다”고도 했다.또한 이 대표뿐만 아니라 여당 내 반대 세력을 향해서도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회장은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을 차례로 언급한 뒤 “(남들이 보기엔 윤 대통령이) 제거한 사람들로 보인다”며 “자신에게 반대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전부 제거하는 건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이들을 포용하고 함께 나가는 것이 훌륭한 민주주의 지도자”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치권 문화 개선을 위해 이재명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역할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함과 동시에 야당과 대화를 통해 협치의 정치를 복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는 ‘내 문제는 내가 할 테니 당은 당대로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밀도 있게 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여야 정치인들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요새는 상대 당뿐만 아니라 자기 당 국회의원끼리도 잘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히 상대 당 소속 의원들과 저녁을 먹거나 술을 함께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며 “만남이 줄어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진다. 정치는 결국 사람의 모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尹, 정치 서툴러…원로·전문가 조언 많이 들어야”정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가장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는 미국·일본 외교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이와 관련한 소통의 문제, 러시아·중국을 배제한 편중된 외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정 회장은 “한일 관계를 재건한 것은 특별히 잘했다고 본다. 하지만 사전·사후 소통 과정에서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데, 정치를 하지 않았던 인물이라 서툴렀던 것 같다”며 “과거사 인식문제, 독도 문제 등은 우리의 입장을 계속해서 떳떳하게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미 관계 구축도 잘했다.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따른 안보 우려를 경감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다만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강요하거나 반도체를 포함한 대중국 기술 봉쇄 참여하는 것 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회장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발로 찰 순 없다. 너무 친미 일변도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선 조언 그룹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한 점, 검사에 편중된 인사 등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특히 정치 원로나 지혜로운 사람들의 조언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걸 잘 안 하는 것 같아 두렵고 걱정스럽다”며 “경제·안보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전문가, 원로들의 의견이 필요하다. 넓은 시각으로 폭넓게 사람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경기중·고 △서울대 법학과 학사·석사 △미주리대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9·10·13·14·16대 국회의원 △민주당 부총재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 "이렇게 처참한 적 처음"…'이태원참사 반년' 상권 여전히 '휑'
-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영민 수습기자] “점심시간에 테이블 3~4개만 있어도 감사하죠. 이태원에서 오래 장사했지만 이렇게 처참한 적은 처음이에요.”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조모(54)씨는 “반년이나 지났으면 뭐하느냐”며 “요즘은 주말이 평일 수준이라 그냥 상권 자체가 ‘꽝’”이라며 한숨 쉬었다. 이태원 상권이 흥하던 시절, 주말마다 머리만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히 지나다니던 모습이 그립다는 그는 참사 이후엔 아침부터 나와서 장사를 시작한다. 조씨는 “원래 저녁에만 해도 충분했는데 참사 이후에 매출이 바닥이라 아침 장사도 한다”며 “코로나 땐 그래도 나아질 기미가 보였는데 지금은 회복될 때까지 3년은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참사’ 현장의 인근 상점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10·29참사’ 6개월 후…‘임대’ 현수막 가득지난 8일 이데일리가 찾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참사’ 현장엔 ‘임대 문의’ 문구가 크게 쓰인 현수막들이 건물 곳곳에 붙어 있었다. 참사를 기리기 위해 해밀톤 호텔 벽에 빼곡히 붙은 메모지는 그대로지만, 참사 직후 문을 닫고 자리만 지키던 상점들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없었다. 대로변 큰 건물부터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는 임대 현수막은 이태원을 더욱 휑하게 만들었다. 상인들은 “코로나 시절 유령도시였던 ‘명동’과 다를 바 없다”고 입을 모은다.참사 현장 인근에서 40년째 맞춤양복점을 운영하는 나용순(75)씨는 “이 대로변 전체가 임대가 안 된 걸 보라”며 “(참사 이후) 상권 변화는 거의 없다”며 토로했다. 상권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기대하던 이웃 상인들은 모두 보증금을 손해 본 채로 울면서 이태원을 떠났다고 한다. 나씨는 “옷 장사는 결혼철인 지금이 딱 성수기인데 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며 ‘하늘길’이 열렸지만, 비교적 서양권 외국인이 많이 찾았던 이태원은 외국인 관광객 효과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 화장품 가게에서 근무하는 백모(30)씨는 “홍대점과 명동점은 사람이 터지고 매출도 이태원점에 비해 4배 많다고 하더라”며 “이태원은 중국, 일본, 동남아 관광객이 의미가 없다. 영어권 외국인들이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인근 세계음식거리의 모습.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없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지자체 ‘이태원 상품권’ 발행…상권회복엔 한계이태원을 즐겨 찾던 시민도 공실이 늘고 예전처럼 클럽과 헌팅포차 등 인기 있던 술집들이 과거 명성을 되찾지 못하면서 “이태원에 가기가 눈치 보인다”는 반응이다. ‘밤 문화’를 즐길 땐 무조건 이태원에 갔다는 김모(27)씨는 “사실 이태원만큼 재밌는 데가 없었는데 술집들도 다 안 여니까 안 가게 된다”며 “간다고 해도 뭔가 죄짓는 기분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좀처럼 이태원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자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자체는 상권 회복을 위해 상품권 배포, 문화행사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액면가보다 1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이태원 상권회복상품권’을 발행한 용산구는 3월 2차 판매에선 할인율을 20%로 대폭 키웠다. 그 밖에도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이태원 치유, 회복, 화합 프로젝트 ‘녹사평역 음악회’가 열리고 있으며, 오는 11일부터 4일간 ‘앤틱&빈티지 페스티벌’도 진행한다.상인들은 ‘이태원참사’를 ‘10·29참사’로 바꿔 부르고, 이태원 상권회복상품권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지 않도록 지자체의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조씨는 “상품권을 담배나 술도 살 수 있게 해서 체감이 안된다”며 “상품권 사용 범위를 참사 현장의 인근 가게로 제한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한편, 서울시는 올 1분기(1~3월) 이태원 상권회복상품권 결제액은 94억6729만3000원이라고 밝혔다. 업종별 결제액 점유는 음식점(31%)이 가장 많았으며, 운동·레저용품(26%), 식품도소매(11%), 의류·패션잡화(11%), 편의점(4%) 순이었다.
- 윤종규 KB금융 회장 “아시아 대표 금융그룹으로 거듭날 것”
-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전 세계 금융 핵심 인사들과 만나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을 지속하고 함께 성장·발전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지역 선도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윤종규(왼쪽에서 세번째) KB금융그룹 회장과 제임스 퀴글리(왼쪽에서 두번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국제 기업·투자금융 부문 부회장 등이 지난 4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칵테일 리셉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KB금융)윤 회장은 지난 4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칵테일 리셉션’에 참석해 “KB금융은 대한민국에서 검증된 금융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에서도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KB금융이 8일 전했다. 이번 리셉션은 인천 송도에서 개최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를 기념하고 한국 금융의 우수성과 KB금융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행사장에는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인도 최대은행 인디아스테이트은행(SBI)의 디네쉬 카라 회장, 대만 최대은행 중국신탁상업(CTBC)은행의 모리스 리 회장, 제임스 퀴글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국제 기업·투자금융 부문 부회장, 안주 아브롤 ING은행 아시아태평양 대표, 테츠로 이마에다 일본 SMBC은행 부행장 등 전세계 50여개 기관에서 금융정책·투자 의사 결정 담당자 200여명이 참석했다.KB금융은 윤 회장을 비롯해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등 그룹·계열사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70여명이 자리했다.윤 회장과 주요 경영진은 리셉션에 앞서 미국 BoA, ING그룹, 중국 농업은행, 인도 SBI, 일본 다이와 증권, 대만 CTBC은행 등 6개 글로벌 금융사 경영진들과 만나 글로벌 경영 환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디지털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기업투자금융(CIB)과 자본시장 부문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KB금융은 CTBC은행과 글로벌 시장 한국-대만기업 대상 채권발행시장(DCM)·증권발행시장(ECM)·신디케이션론, BoA와는 증권·자산운용 중심으로 미국 내 우수한 상품을 한국의 투자자에게 공급하는 OTD 모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인도 SBI와는 원화-루피아화 상호 커미티드 라인 약정을 체결했다.리셉션은 총 4개 부문으로 진행됐다. 웰스 파고, 맥쿼리, 블랙록, 소시에테 제네랄(SG), 미쓰비시 UFG 등 16개 글로벌 금융사는 KB금융과 별도의 비즈니스 미팅도 실시했다.리셉션에 참석한 한 글로벌 금융기관 임원은 “KB금융 경영진들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금번 행사처럼 대한민국 금융을 소개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KB금융 관계자는 “이번 리셉션이 대한민국 금융의 우수성과 KB금융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널리 알릴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원한다”며 “앞으로도 KB금융은 역량 있는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 발굴해 대한민국 금융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한편 KB금융은 이번 ADB 연차 총회 기간 중 송도 컨벤시아에서 KB금융의 주요 플랫폼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한-인도네시아 50주년 기념 경제협력 비즈니스 포럼’ 행사를 후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