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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만원짜리 숙소 3만원 할인…'반값' 가을여행 꿀팁 셋
-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코로나로 집콕했던 그대여, 떠나라” 가을의 끝자락. 노랗게 빨갛게 물든 가로수를 보고 있자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평소 눈여겨봤던 호텔을 찾아 호캉스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글램핑을 예약해 불멍을 하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고도 싶다. 늦가을 찬바람에 싱숭생숭한데 이때 들려온 희소식.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과 함께 정부가 숙박쿠폰을 대거 푼다는 소식이다. 지갑 걱정 덜어주는 쿠폰 받아 가을여행 계획해보자. ◇ 9일 오전 10시부터 숙박 할인 쿠폰 살포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ESG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숙박대전’ 사업의 ‘전국편 1부’가 오는 9일부터 시작된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경기를 살리기 위해 작년 8월과 11월에도 시행했지만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중단됐다가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되자 약 1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숙박대전 쿠폰 발급은 오는 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쿠폰이 소진될 때까지 이어진다. 47개 여행예약 플랫폼에서 1인당 1회에 한해 선착순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인당 1장만 사용할 수 있는데다 무려 130만장을 푼다고 하니 클릭전쟁 치르지 않고도 쿠폰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호텔·야놀자·마이리얼트립·여기어때 등과 같은 여행앱 뿐 아니라 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지마켓·옥션·11번가·H몰 등 온라인 쇼핑몰까지 그동안 숙소 예약을 위해 사용했던 웬만한 플랫폼에서 쿠폰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쿠폰은 하루살이다. 받아둔 쿠폰은 그 다음날 오전 7시까지만 유효하다. 오전 7시가 지나면 받은 쿠폰은 소멸되지만 쿠폰 사용 이력이 없다면 오전 10시부터 다시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예약하는데 실수했거나 예약하고 났더니 더 멋진 숙소가 눈에 들어온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약을 취소하면 쿠폰을 다시 발급받아 예약할 수 있다. 쿠폰은 두 가지다. 2만원과 3만원권. 숙박료가 7만원 초과일때 3만원 쿠폰을, 이하면 2만원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쿠폰으로 예약해 머물 수 있는 기간은 11월 9일부터 12월 23일까지다. 연말연시는 쿠폰 아니어도 여행업계 성수기로 북적거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 대목이다…예약사이트마다 추가 혜택 ‘경쟁’정부에서 주는 숙박쿠폰이 끝이 아니다. 이번 대전에 맞춰 예약플랫폼마다 중복사용 가능한 쿠폰이나 적립금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전략만 잘 짜면 숙박비를 대폭 아낄 수 있다. 야놀자는 중복 사용할 수 있는 7%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이 쿠폰으로 최대 1만8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또 8일까지 사전등록을 하고 9일 이후에 쿠폰을 받을 경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야놀자 코인 2021개를 제공하고 첫 구매 고객에게는 최대 1만 코인을, 100% 당첨 코인뽑기를 통해 최대 50% 페이백 등을 실시한다. 토스나 삼성카드로 10만원 이상 결제할 경우 2만원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위메프의 경우 5% 쿠폰과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10% 카드할인을 중복해서 적용받을 수 있다. 데일리호텔에서는 혜택알림 동의하고 휴대폰 인증을 완료해 골드 회원이 되면 숙박쿠폰 사전인증시 총 5000포인트를 받아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인터파크에서도 사전인증하면 10만원 이상 결제시 중복 사용할 수 있는 2000원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고 여기어때는 숙박대전 쿠폰 사용 고객에게 결제금액의 최대 10%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마이리얼트립은 사전 예약 서비스를 통해 쿠폰을 다운 받는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마이리얼트립 포인트 2만원, 1만원, 7000원권을 지급한다. 다만 숙박쿠폰을 쓸 때에는 숙박대전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가격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숙박쿠폰을 감안해 미리 가격을 올린 곳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각종 혜택을 적용한 최종 결제가격을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쿠폰으로 예약할 수 있는 숙박시설은 2만8000여개로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내가 꼭 가고 싶은 숙소는 해당 안 될 수 있으니 미리 선택지를 넓혀놓는 것이 좋다. 출처=한국관광공사◇ 투어상품도 할인…찾아볼수록 여행경비 절감숙박쿠폰 외에 여행상품 할인행사도 예정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여행예약 사이트인 투어비스를 통해 국내여행상품에 대해 최대 50%까지 할인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오는 9일 공개된다. 지자체별로 별도 프로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부산시의 경우 11월 중에 대한항공, 에어부산 등 항공편과 KTX 부산행 편도 50% 할인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며 시티투어버스와 태종대 다누비 열차, 낙동강 생태탐방선을 묶은 부산관광 패스포트 상품을 하나투어 온라인 사이트에서 43% 할인 판매한다. 인천관광공사 역시 지난 4일부터 야놀자와 제휴된 인천지역 숙박시설 350여곳을 대상으로 7만원 초과 숙박상품 예약 시 결제 금액의 30% 특별 할인쿠폰을 지원한다. 최대 할인한도는 5만원이다. 입실일 기준 12월11일까지 제공된다. 또 ‘인천투어패스’ 할인 이벤트와 ‘강화섬쌀 막걸리와 사자발약쑥전’, ‘전통시장 먹거리 스탬프 투어’ 등을 즐길 수 있는 인천미식관광상품 기획전을 11월 한 달간 쿠팡에서 진행하고 있다.
-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레저보험 꼭 챙기세요
-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가을을 맞아 나들이 인구가 늘면서 관련 사고를 보장하는 레저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골프, 등산 등의 레저스포츠는 물론 캠핑 및 킥보드 사고에 대비하는 보험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레저보험은 운동이나, 어떤 활동, 여행 중 관련된 사고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여행자보험을 한 분야로 특화해 저렴한 가격에 보장을 받도록 한 것이다. 레저보험은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하루짜리 보험으로 보험료는 1만원 미만으로 대부분 저렴한 편이다. 먼저 가을 스포츠를 즐긴다면, 한가지 운동을 선택해 저렴하게 가입 가능할 수 있는 레저보험을 추천한다. 하나손해보험의 ‘원데이 레저보험’은 선택한 운동에 맞춘 담보만 골라 가입 가능하다. 하루 1000원 미만의 저렴한 보험료로 상해사망, 상해후유장해, 상해입원일당, 골절진단비, 골절수술비 등을 보장한다. 선택가능한 운동 종류는 △스키 △스노보드 △자전거 △등산ㆍ야구ㆍ축구 △배드민턴ㆍ테니스ㆍ탁구 등의 5가지 플랜이 있다. NH농협손해보험도 ‘하루보장 레저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도 레저활동의 종류에 따라 △골프보험 △자전거보험 △등산보험 △생활스포츠보험으로 상품 종류를 4가지로 구분했다. 레저활동 중 사고로 인한 상해 사망과 후유장애에 최대 1000만원까지 보험금을 보장하고, 상품 종류에 따라 골절진단비, 상해 수술비, 배상 책임, 홀인원 비용 등을 보장한다. 차안에서 캠핑을 즐기는 ‘차박’족을 위한 보험도 존재한다. 에이스아메리칸화재해상보험(에이스손해보험)은 Chubb 국내여행 차박보험을 판매 중이다. 해당 보험은 카카오톡의 선물하기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미니보험이다. 차량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보험기간 중 자동차사고 발생 시 교통사고 처리지원금을 최대 5000만원 한도로 보장하는 것은 물론, 상해로 인한 골절수술비·깁스치료비·응급실 내원 치료비 등을 보장한다. 보험기간은 2일이며, 보험료는 2200원이다.킥보드 사용자를 위한 전용 보험도 존재한다. 하나손해보험은 보험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을 위한 ‘원데이 전동킥보드 보험’을 지난 9월 출기했다. 이 보험은 퍼스널모빌리티(PM)를 탑승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보장하며 자가 소유 전동 킥보드 뿐만 아니라 공유, 타인 소유의 전동킥보드 탑승 시에도 보상이 된다.가입연령은 만19세에서 만60세 이며 상해사망 2000만원, 상해후유장애 2000만원, 배상책임 500만원, 골절진단비, 골절수술비, 상해입원일당이 보장된다. 하루짜리 보험이기 때문에 1일 보험료 1480원으로 저렴하다. 가입 즉시 효력이 발생되기 때문에 필요 시 모바일로 1분 내외로 간편하게 가입하면 된다.
- 같은 카페, 같은 여인…붓은 다르다 말하네[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9>
- 빈센트 반 고흐가 1888년 그린 ‘밤의 카페’. 파리에서 아를로 이주한 반 고흐가 그 유명한 노란집에 들어가기 전 잠시 머물던 ‘카페 드 라 가르’의 풍경을 그렸다. 사흘밤을 자지도 않고 그렸다는 밤 카페 풍경, 특히 빨강·노랑·초록의 강한 대비에 “밝은 아를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과로 때문에 점점 과민해가는 반 고흐의 육체적·정신적 상태를 표현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즈음 반 고흐는 “간혹 낮보다는 밤이 더 생동감이 있어 색채가 넘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고도, “카페는 스스로를 망쳐버리거나 미치거나 범죄를 저지르기에 걸맞은 장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캔버스에 유채, 72.4×91.1㎝, 미국 뉴헤이븐 예일대갤러리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학예연구관이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일 없이도 혹은 일을 가지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집 밖의 장소는 ‘카페’다. 음악이나 옆 테이블의 소음을 배경으로 해서 홀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거나 지인을 만나 잡담을 나누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다. 달랑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낮부터 저녁까지 앉아 있는 손님을 보면 주인은 속이 터지겠지만, 사실 이러한 패턴은 요즘 생긴 게 아니라 19세기에도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카페의 천국인 프랑스에선 당시, 문인이나 화가, 사상가들이 카페에 모여 토론을 하고 동지를 만들고 생각을 나누는 일이 다반사였다. 화가들은 비좁은 작업실에서 벗어나 카페의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렸고, 사상가들은 신문을 돌려 읽으며 세태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얻었으며, 문인들은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한 찬탄이나 신랄한 비평을 했던 장소가 카페였던 것이다. 그때의 카페가 오늘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서민이 갈 수 있는 저렴한 카페에는 당구나 체스 등 오락거리가 마련돼 있고 부르주아가 가는 카페에는 음악이나 무용 등 고급문화를 즐길 무대가 있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 시절에도 커피와 음료가 주류였지만 저녁에는 술도 팔았고 심지어 밤새워 영업도 했다니, 요즘 카페보다 폭넓은 활동이 가능했던 셈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주로 모였던 곳은 그 유명한 ‘카페 게르부아’ ‘라 누벨 아테네’ 등이었다. 파리의 카페 게르부아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존경했던 마네의 집 근처였고, 바로 그곳에서 서로 동지가 돼 첫 전시를 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약속을 하지 않아도 그곳에 가면 항상 누군가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전시를 도모할 때는 한 주에 한번 무슨 요일에 다같이 만나기로 일시를 정하기도 했다. 마네는 말이 많고, 드가는 자주 화를 냈으며, 피사로는 주로 듣는 편이었다고 하니, 시간을 거꾸로 돌려 그 시절 카페 게르부아에 가서 그들의 토론을 엿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다. 물론 카페는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전역에 퍼져 있었고, 작은 도시에도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가 있었다. 덕분에 풍속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남긴 다양한 카페 그림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카페를 고르라면 단연 이곳,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와 폴 고갱(1848∼1903)이 한때 같이 작업을 했던 프랑스 남부 아를의 ‘카페 드 라 가르’를 빼놓을 수 없다. ◇예술가들의 공동체를 꿈꾼 고흐 네덜란드 사람이던 반 고흐는 당시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로 가서 인상주의를 접하고 화풍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네덜란드 시절과는 달리 원색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인상주의자들보다 길게 뻗어나가는 붓터치로 자신만의 독자성을 구축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파리의 화가들과 평범한 교우관계를 유지하기에는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그림이 팔리지 않아 가난했으며, 대도시 생활에서 오는 우울감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반 고흐는 파리를 떠나 햇살이 가득한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를로 이주하기로 결심했다. 동생에게 자금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늘 궁핍했던 반 고흐는 아를의 작은 집에 세를 얻어 그곳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활기찬 삶을 꿈꾸었다. 폴 고갱의 ‘밤의 카페, 아를’(1888). 빈센트 반 고흐의 초청으로 아를로 온 고갱이 그린 ‘카페 드 라 가르’의 풍경. ‘같은 공간 다른 표현’ 덕분에 반 고흐가 그린 ‘밤의 카페’와 자주 비교되는 작품이다. 손님이 빠져나간 공간을 퀭한 시선으로 그려낸 반 고흐에 비해, 차라리 북적이는 인물들로 꽉 채운 고갱의 그림이 ‘현실적’이란 평도 있다. 캔버스에 유채, 73×92㎝, 러시아 모스크바 푸시킨미술관 소장.이 시기에 그는 ‘예술가들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꿈을 꾸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자의식이 강한 예술가들이 어울려 무슨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그가 공동체를 꿈꾸며 열정적으로 초대했던 인물이 다른 이도 아니고 고갱이란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갱은 반 고흐와 전혀 다른 기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반 고흐는 화상이던 동생으로 하여금 고갱의 빚까지 탕감해주며 초대를 했지만, 고갱은 오자마자 좁아터진 숙소에 실망을 드러냈고 반 고흐의 열렬한 환영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곳 시골마을의 사람들과 반 고흐는 진심을 담아 친근하게 지냈지만, 고갱은 오자마자 그곳을 뜨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거다. 이 시절 반 고흐가 그린 ‘밤의 카페’(1888)는 고갱이 도착하기 한 달 전쯤 동네의 카페를 사흘 밤낮으로 그려 완성한 작품이다. 그림 속 저 멀리에 있는 시계를 보면 시간은 밤 12시 15분쯤이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는 이들은 누구며, 특히 흰옷을 입고 서 있는 남자는 누구일까. 당구대 옆에 선 흰옷의 남자는 카페주인 ‘지누’다. 주인 외에 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모두 다섯 명. 그중 문 옆에 있는 두 인물 가운데 한 명은 여성이다. 이 여성은 밤늦게까지 카페에 머물며 호객을 하는 매춘부로 해석된다. 테이블에는 치우지 않은 술잔이 가득하고, 전면 의자들은 마구 흐트러져 있으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술에 취했거나 졸리거나 침울해 보인다. 배경은 또 어떤가. 붉은 벽면에 켜져 있는 등불은 당구대에 진한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환하게 켜져 있지만, 노란색과 녹색이 어우러져 퍼져나가는 빛의 곡선들은 어쩐지 속이 울렁거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붉은 벽과 노란 바닥, 녹색 천정은 강한 보색대비를 이루지만 강렬하고 화려하기보다는 암울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반 고흐가 그린 이 밤의 카페 풍경은 한밤중 갈 곳 없이 떠도는 사람들의 외로움, 적막감에 더해 그들에 대한 반 고흐의 연민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지누 부인을 대하는 두 화가의 시선 하지만 한 달 후 아를에 도착한 고갱이 그린 카페 드 라 가르는 조금 달리 보인다. 물론 술에 취해 테이블에 엎드린 사람도 있지만 고갱은 기본적으로 활기를 띠는 곳으로 ‘밤의 카페, 아를’(1888)을 그렸다. 멀리 한 테이블에서 세 명의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수염 기른 남자는, 아를 시절 반 고흐의 절친한 친구 우체부 조셉 룰랭이다. 반 고흐는 룰랭의 단독 초상화를 여섯 점이나 그렸고, 그의 부인을 비롯한 가족을 수없이 그렸다. 룰랭의 친절함과 따스함에 큰 용기를 얻었고 그의 지혜에 늘 감동했으며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고갱은 반 고흐의 절친 룰랭을 밤늦은 시간 매춘부들과 수다나 떠는 인물로 그려놨던 것이다. 고갱이 파놓은 함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화면 앞쪽에 턱을 괸 채 그림을 그리는 고갱을 바라보며 묘한 눈웃음을 짓는 이 여인은 카페 주인 지누의 부인이다. 부인의 앞에는 술병과 잔, 안주 접시가 놓여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여인, 지누 부인의 초상’(1888∼1889). 반 고흐가 머물던 카페의 주인 지누의 부인을 그린 작품. 반 고흐 특유의 신비로움을 띤 인물화 중 한 점으로, 배경이 된 노란색은 지누 부인의 모습을 부각하려는 의도적인 선택으로 해석한다. 반 고흐는 이외에도 지누 부인을 모델로 한 그림 5점을 더 그렸다. 캔버스에 유채, 91.4×73.7㎝,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그런데 이 그림의 모델인 지누 부인은 사실 고갱이 반 고흐와 작업실에서 함께 그린 것이다. 같은 공간 속 같은 인물을 그린 뒤 고갱은 그 배경을 카페로 변형시켰는데, 부인이 실제 앞에 뒀던 것은 술병이 아니라 책이었다. 실제로 반 고흐의 ‘아를의 여인, 지누 부인의 초상’(1888∼1889)에서 부인은 책을 읽고 있다. 이처럼 한 인물이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은 두 화가의 개성이기도 하지만 관점의 차이기도 하다. 고갱은 아를을 빨리 탈출하고 싶었고, 아를의 사람이라면 반 고흐의 친구든, 친구의 부인이든 존중이나 애정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카페 그림은 같은 장소를 그려도 화가의 시선에 따라 얼마나 달리 나오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물론 누구의 그림이 더 좋은가는 취향의 차이겠으며, 여기서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19세기 후반 반 고흐와 고갱이 아를의 허름한 카페에서 느끼고 본 것의 차이는, 같은 공간 같은 인물은 물론 비슷한 색이라도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윤희 학예연구관은…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지금은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으로 일한다. 일터에 나가면 미술작품들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전시기획을 하고, 글을 쓴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 '로코킹' 박형식, '해피니스'로 전역 후 배우 인생 2막 열까
- (사진=티빙)[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박형식이 전역 후 첫 복귀작 ‘해피니스’로 오늘(5일) 밤 시청자들을 만난다.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으로, 일찍이 ‘연기돌’의 길을 개척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은 박형식은 지난 2019년 6월 국가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 안방극장 ‘로코킹’으로 숱한 활약을 펼쳤다. 이에 군사경찰단 특임중대 특수임무병으로 복무 뒤 지난 1월 4일 만기 전역한 그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오늘(5일) 밤 티빙, tvN을 통해 공개되는 ‘해피니스’는 그가 전역 후 선택한 첫 작품이다. 특히 기존의 로맨스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강인한 모습으로 돌아온 만큼, 이 작품을 통해 그가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형사役 위해 몸까지 키워…만반의 준비티빙 오리지널 ‘해피니스’(Happiness)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계층사회 축소판인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생존기를 그린 뉴노멀 도시 스릴러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사는 대도시 아파트가 신종 감염병으로 봉쇄되면서 벌어지는 균열과 공포, 생존을 위한 사투와 심리전을 치밀하게 그릴 예정이다.특히 앞서 드라마 ‘청춘기록’ ‘WATCHER(왓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비밀의 숲’ 등을 통해 장르 불문 세밀한 연출의 힘을 보여줬던 안길호 PD가 ‘WATCHER(왓쳐)’ ‘굿와이프’를 집필한 한상운 작가와 ‘왓쳐’ 이후 또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한효주, 박형식, 조우진을 필두로 이준혁, 박주희, 백현진, 박형수, 배해선, 차순배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해 완성도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박형식은 한효주(윤새봄 역)와 함께 극 중 남자주인공 정이현 역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정이현은 고교 시절 야구 선수로 활약했던 세양경찰서 강력반 형사다. 야구 선출에 덩치 좋은 호남형으로 몸을 잘 쓰는 경찰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략으로 무장한 영리한 ‘곰같은 여우’ 타입의 인물이다. 그간 선이 곱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많이 맡아왔던 박형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강력한 에너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야구 선출 출신에 강력반 형사인 인물의 특성을 고려해 몸까지 키워 한층 남자답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박형식 역시 제대 후 첫 작품인 만큼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 보여주고자 ‘해피니스’를 택했다고 밝혔다. 박형식은 ‘해피니스’ 제작발표회를 통해 “여태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좋은 감독님, 배우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있을까 싶어 복귀작으로 택했다”고 출연 계기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또 몸을 키운 이유에 대해서는 “야구 선수도 그렇고 형사분들도 체격이 좋으시지 않나. 제대한 지 얼마 안됐을 때의 몸이 딱 좋더라”라며 “뭔가 듬직해야 할 것 같았다. 너무 힘이 없어보이면 안되니까 노력을 많이 했다”고 남다른 각오로 임했음을 강조했다.안길호 PD 역시 박형식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듬직하고 선한 눈빛이 정이현 역할과 너무 맞아 떨어졌다”며 신뢰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사진=티빙)◇촬영장에선 ‘비타민’…2년 6개월 성장 보여줄까박형식이 한효주, 조우진과 선보일 특별한 연기 케미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박형식은 한효주와 극 중 13년 지기 ‘찐’친이자 동료 케미를, 조우진(한태석 역)과는 극과 극 공조 케미를 발산할 전망이다. 극 중 정이현과 윤새봄은 고교 시절 잊지 못할 해프닝을 겪은 후, 13년 지기 ‘찐’친이 됐다. 윤새봄의 뜻밖의 제안으로 한집살이를 하게 된 두 사람은 폐쇄된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일 예정이다. 여기에 탄탄한 내공을 가진 조우진은 미스터리 감염병 사태의 ‘키’를 쥔 ‘한태석’으로 분해 힘을 더한다. 신종 감염병이 불러온 혼란 속에서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공조를 이어나가는 세 사람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특히 우직하고 강직한 카리스마를 지닌 뜨거운 남자 정이현이, 정반대의 차가운 카리스마를 지닌 한태석과 어떤 극과 극 공조 수사를 보여줄지, 박형식이 이를 어떻게 해석해 표현해낼지에도 궁금증을 자극한다. 실제 현장에선 촬영장의 ‘비타민’으로 톡톡히 활약 중이라는 후문이다. 한효주는 제작발표회를 통해 박형식에 대해 “비타민 공장에서 왔다고 표현하는게 맞을 것 같다”며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밝은 에너지가 느껴져서 항상 즐거웠다. 늘 편하게 해서 미안해할 정도”라고 칭찬했다. 한편 박형식은 2010년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그는 꾸준한 다작, 재간둥이 이미지와 출중한 연기력으로 금세 드라마 시장에서 주목 받는 ‘연기돌’로 부상했다. 그는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부터 SBS ‘상속자들’, KBS 2 ‘가족끼리 왜 이래’에 출연하며 서서히 대세로 성장했다. 이후 SBS ‘상류사회’, KBS2 ‘화랑’, JTBC ‘힘쎈여자 도봉순’, KBS2 ‘슈츠’ 등을 통해 명실상부 주연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물은 물론 사극과 멜로, 법정물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작과 도전으로 ‘연기돌’에서 배우 박형식으로 완전히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특히 ‘힘쎈여자 도봉순’은 그에게 ‘로코킹’이란 수식어를 가져다 준 작품이다. 이후 전역 적 마지막 작품인 영화 ‘배심원들’을 통해 문소리와 호흡해 진짜 배우로서의 호흡을 찾았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배심원들’ 이후 2년 6개월 만에 대중 앞에 서는 그가 ‘해피니스’를 통해 신(新) 한국형 장르물 히어로로서 변화와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해피니스’는 오늘(5일) 밤 10시 40분 티빙, tvN을 통해 첫 방송된다.
- '수출·운송·배당'이 이끈 경상흑자…올 경상흑자 900억달러 돌파하나(종합)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폭이 한국은행이 전망한 820억달러를 훌쩍 넘어 900억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00억달러 돌파가 현실화되면 2015년, 2016년에 이어 역대 3위 수준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악화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란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출, 운송, 배당 등 3대 요인이 경상수지 흑자를 탄탄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기업들이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 수출 밀어내기가 나타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커질 유인도 있다. (출처: 한국은행)◇ 운임·본원소득수지, 역대 최대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01억3000만달러로 2015년(777억9000만달러), 2016년(752억1000만달러) 다음으로 역대 3위다.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흑자폭은 270억9000만달러 더 커졌다. 9월에는 100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넉 달 만에 100억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4분기 동안(10~12월) 최근 3년 평균 수준인 230억달러 규모의 흑자만 달성해도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930억달러를 넘어선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8월 한은이 전망한 82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뿐 아니라 2015년(1051억달러), 2016년(979억달러)에 이어 역대 3위의 흑자 달성이다. 경상수지 흑자를 좌우하는 것은 통상 상품수지였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3년 이후 작년까지 상품수지 흑자폭이 경상수지 흑자폭을 넘어섰고 만년 적자 신세인 서비스 수지가 경상수지 흑자폭을 깎아 먹는 형태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올해는 9월까지 누적으로 보더라도 경상수지 흑자폭(701억3000만달러)이 상품수지 흑자폭(58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다. 이는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등에서도 적자폭이 축소되거나 흑자폭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원자재 가격 급등 등에도 수출이 늘어나고 운임지수가 상승하고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배당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상품 및 서비스 무역, 해외 투자 등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운임·여행·가공서비스 등이 포함된 서비스 수지의 경우 올 들어 누적으로 2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138억5000만달러 적자를 낸 것에 비해 적자폭이 약 7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주요국 항만 물류가 적체돼 운임비가 오른 것이 우리나라로선 운임수입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운송수지는 9월 20억6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누적 기준으로도 109억8000만달러를 보여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실제로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월 4590선으로 1년 전보다 230.2% 상승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만 적체 현상이 길어지자 8월부터는 일부 수요가 운임비가 비싼 항공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항공사의 화물운송량이 증가하고 운임비도 함께 오르고 있다. 상하이에서 미국을 오가는 항공화물운임지수(TAC)는 135.7% 올랐다. 이러한 운송수지 흑자폭 확대는 항만 물류 적체 현상이 단기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 투자한 것이 배당으로 유입되고 있다. 배당과 이자 등 투자소득수지는 누적으로 170억달러를 기록, 본원소득수지가 164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연간 기준으론 2019년 128억6000만달러가 최대인데 이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 4분기 상품수지 흑자, 다른 분기보다 높은 편경상수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의 향방도 중요하다. 상품수지는 수출입 결과로 우리나라로 얼마나 달러가 유입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기 때문에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야 흑자폭이 커진다. 올 들어 누적으로 보면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음에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입이 더 빨리 늘어났다. 수출은 4647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5.4% 증가했고 수입은 4057억7000만달러로 27.1% 급증했다. 그렇다면 4분기 흐름은 어떨까. 통상 4분기는 수출이 수입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황상필 국장은 지난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 4분기엔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순수출쪽에서 플러스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연간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말로 갈수록 밀어내기식 수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품수지 흑자폭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4분기 상품수지 흑자 평균치는 257억달러로 3분기 평균(272억달러)보다 소폭 작았으나 1분기(189억달러), 2분기(188억달러)보다 높은 편에 속했다. 황 국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주요 리스크 요인이지만 수출과 운송수지 흑자 추세 들을 고려하면 조사국 전망대로 올해는 820억달러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 조사국은 이달 25일 경상수지 전망치를 포함한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재산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 9월 경상수지 100억달러 흑자…누적으론 흑자폭 역대 3위(상보)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9월 경상수지가 넉 달 만에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 들어 누적으로 흑자폭이 700억달러를 넘으면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이달 경상수지는 100억7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1년전보단 2억7000만달러 흑자폭이 축소됐으나 1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전달(75억1000만달러) 대비로는 25억6000만달러 흑자폭이 커진 것이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으로 보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701억3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흑자폭이 270억9000만달러 확대됐다. 2015년(777억9000만달러), 2016년(752억1000만달러) 이후 최대 흑자폭이자 역대 3위다. 9월 상품수지를 보면 흑자규모가 94억5000만달러를 기록, 전년동월(121억1000만달러)보다 26억5000만달러 축소됐다. 누적으론 589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9월 상품수지 흑자폭이 축소된 것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수출은 564억4000만달러로 전년동월보다 14.5% 증가했으나 수입은 469억8000만달러로 무려 26.3%나 급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석유제품, 철강제품, 화공품, 정보통신기기,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11개월째 증가하고 있지만 수입 측면에서 천연가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9월 통관수입으로 보면 원자재가 가격 상승에 수입액이 커지면서 61.5% 증가했다. 서비스수지의 경우 운송수지가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찍으면서 적자규모가 2000만달러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전년동월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20억6000만달러 축소된 것이다. 여행수지가 4억7000만달러 적자, 가공서비스수지가 4억6000만달러 적자를 보였으나 운송수지가 20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흑자폭이 17억7000만달러 더 커진 것이다. 운송수입이 4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주요국 항만 물류 적체가 이어지면서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9월 4590선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1년 전보다 230.2% 급등했다. 항만 물류 적체 장기화에 일부는 비싼 운임료를 감수하고 항공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항공화물운임지수(TAC, 상하이-미국)까지 12.1로 135.7%나 상승했다. 국내 항공사의 화물운송량도 증가했다. 배당수지를 포함한 본원소득수지는 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자소득이 7억8000만달러 가량 증가하는 등 본원소득수지는 1년 전보다 6000만달러 더 증가했다. 올 들어 누적으로 보면 본원소득수지는 164억9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전소득수지는 9월 1억1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와 내국인의 해외 투자를 비교한 금융계정은 97억8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으로 보면 559억9000만달러 순자산 증가세를 보였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외국인의 국내 투자보다 더 빠르게 급증한 영향이다. 9월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43억5000만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3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주식, 채권 등 증권 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77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주식은 48억6000만달러 증가, 2019년 9월 이후 2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9월까지 누적으로 보면 525억1000만달러를 기록, 역대 1위 규모다. 채권 투자는 29억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78억3000만달러 늘어나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주식은 24억2000만달러, 채권은 54억2000만달러 증가세를 보였다. 채권 투자는 8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올 들어 누적으로 보면 634억8000만달러로 집계, 역대 1위 규모다.
- [책]만년설부터 와인까지, 조지아의 모든 것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구 소련의 그루지야로 더 많이 알려진 나라 조지아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소개하는 책 ‘소울풀 조지아’(마인드큐브)가 최근 출간됐다.조지아는 러시아 남서부 지역인 코카서스의 스위스로 불릴 정도로 아름답고 때묻지 않은 자연을 자랑하는 나라다. 소박하고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등으로 최근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코카서스 산맥과 카스피해 및 흑해로 둘러싸인 조지아의 자연은 스펙터클한 것으로 유명하다.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고산준령들,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는 풍요의 땅, 황량한 광야와 부드러운 바람에 일렁이는 바다까지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곳이다.또한 조지아는 고대 그리스 신화 ‘아르고 원정대’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간직한 신화의 땅이며, 인류 역사상 포도주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아르메니아의 뒤를 이어 4세기 초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이래 ‘정교’의 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그러나 조지아에 대한 자료나 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소울풀 조지아’는 조지아에 대한 궁금했던 사람들이나 조지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단비 같은 책이다. 저자인 변영숙 작가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여행기를 바탕으로 조지아의 아름다운 풍광에 얽힌 신화, 검소하고 소박한 종교관, 이런 정서와 잘 어울리는 와인의 풍미들을 집중해 소개한다.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의 고풍스러운 거리, 므츠헤타의 문화유산들, 쿠타이시의 프로메테우스 동굴, 오카체 협곡, 그리고 쉬굴리의 만년설과 빙하 트레킹, 해발 2000미터 고원의 황금빛 자작나무 숲 등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수백 장의 사진도 수록했다.변 작가는 한국외대 노어과를 졸업하고 러시아 국립모스크바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장기간 러시아 관련 일을 해오다 작가로 변신했다. 여러 인터넷 매체에 여행글과 에세이 글을 게재하고 있다. 수원국제사진축제 같은 사진전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 [여행] 성곽 휘감은 ‘빛’ 물결…정조의 '꿈', 다시 그리다
- 14일까지 경기도 수원 화성에서 열리고 있는 ‘만천명월(萬川明月) 정조의 꿈, 빛이 되다’ 미디어아트쇼.[수원 화성=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천이 흐르면 달도 흐른다/천이 멈추면 달도 멈춘다/천이 고요하면 달도 고요하다/그러나 천이 소용돌이치면 달은 어지러진다.’ ‘만천명월’(萬川明月). 달빛이 모든 냇물을 가리지 않고, 다 비추듯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베풀겠다는 뜻이다. 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의 철학이 담긴 문구다. 그는 노비제도를 없애고, 신분해방을 통한 평등사회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런 그의 정치 철학은 거의 혁명에 가까웠다. 강력한 개혁 정치를 펼치고자 했던 정조는 자신의 꿈을 주도할 도시가 필요했다. 수원 화성이 바로 정조의 꿈과 이상이 깃들어 있는 도시다.◇빛으로 다시 그려진 정조가 꿈꾼 이상향미완의 역사로 남은 화성. 그 성벽에 정조의 꿈이 다시 새겨졌다.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 가 지난 1일 재개하면서다. 지난 9월,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일원을 빛으로 수놓아 관심을 받았지만,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상연이 중단됐다. 그로부터 1개월 뒤,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다시 돌아왔다. 정조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한 것처럼. 아트쇼의 주제도 ‘만천명월(萬川明月): 정조의 꿈, 빛이 되다’. 오는 14일까지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매일 6회 상연한다.기존 운영되던 행행산책로가 만천명월 화성행궁 빛의 거리로 탈바꿈했다첫 상연이 있었던 지난 1일 저녁, 수원 화성의 서문인 화서문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재개된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를 보기 위해서였다. 화서문 일대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자 빛은 은은한 선을 그어 성벽과 공간에 경계를 만들어냈다. 화려한 이곳의 밤을 위해, 마치 숨 고르기 하듯 고요했다. 성벽 또한 차분한 모습으로 조금씩 색을 달리했다. 마침내 햇살이 사라지자, 밤의 색이 성벽 위로 깊고 짙게 스며들었다. 성곽은 특유의 무채색 빛깔의 캔버스로 잠시 머물렀다.얼마 후 화서문 일대가 화려한 빛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갖가지 색들이 성벽 위로 겹겹이 덧칠하듯 입혀지더니, 성벽은 어느새 화려한 밤빛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팔레트에 떨궈진 갖가지 색들은 완벽한 테크닉으로 성벽에 깊게 스며들었다. 완벽한 조합으로 세상에 뿌려진 수만가지 빛들, 때로는 차분히, 때로는 강렬하게 오가며 바라보는 이들의 오감을 생생하게 자극했다. 빛의 붓칠이 한번, 두번 더해질수록 빛의 움직임은 점점 더 고조되었다. 그렇게 24분간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어둠을 삼켜버린 빛은 어느새 정조가 그렇게 꿈꿨던 이상향이 되어 있었다. 화성 성벽에 새겨졌던 정조의 꿈이 사람들 뇌리에 깊게 박혀 드는 순간이었다.14일까지 경기도 수원 화성에서 열리고 있는 ‘만천명월(萬川明月) 정조의 꿈, 빛이 되다’ 미디어아트쇼.14일까지 경기도 수원 화성에서 열리고 있는 ‘만천명월(萬川明月) 정조의 꿈, 빛이 되다’ 미디어아트쇼미디어아트쇼는 정조의 문무예법(文武禮法) 리더십을 재주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문치·무치·예치·법치로 나눠 24분짜리 영상쇼로 꾸몄다. 개혁 신도시를 표현하는 프롤로그쇼(연출 홍유리)를 시작으로 백성을 위해 희망의 빛을 밝히는 ‘문치’(공동작가 김진란&바루흐 고틀립), 밝음으로 비추는 질서·평화의 시대를 표방한 ‘무치’(작가 남상민), 천지만물을 살피는 정조의 마음을 아우른 ‘예치’(작가 신도원), 그리고 피날레로 수원화성을 통한 정조의 유토피아 구현의 꿈을 그린 ‘법치’(작가 이예승)가 이어졌다.화서문 안쪽의 성안마을에서도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미디어파사드가 끝나면 행궁동카페거리인 행리단길에서 신진 작가 7팀의 뉴미디어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또 기존 운영되었던 빛의 거리 ‘행행산책로’, 뉴미디어아트 작품 전시 ‘성안마을 미디어아트 전(展)’, 스마트액자 디지털 전시 ‘정조가 그린 달빛’ 등도 성안마을을 밝힌다.◇가을색 물든 성곽따라 정조의 숨결을 느끼다 수원 화성을 제대로 즐기는 법 하나는 성곽길을 걷는 것이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길은 운치 있고, 옛 성벽과 도심의 빌딩이 어우러진 경치도 볼만하다. 과학적이고 실용적으로 건축된 수원 화성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서 독보적인 건축물로 꼽히는, ‘성곽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빼어난 모습을 보여준다.정조의 꿈이 담긴 수원화성의 장안문화성은 정조의 명을 받아 실학자 정약용이 설계하고, 채제공이 축성 책임을 맡았다. 1794년에 착공해 1796년에 완공했다. 둘레 약 5.7km, 성벽 높이 4~6m에 땅속 깊이 1m로 기초를 다졌다. 동서남북에 놓인 창룡문·화서문·팔달문·장안문, 군사를 지휘하는 서장대와 동장대, 5개 포루, 봉돈, 치(치성), 공심돈, 수문, 각루, 노대, 적대, 암문 등 성벽과 모든 건물까지 불과 2년 9개월(장마 등 공사를 못 한 기간을 제하면 약 2년 6개월)에 완공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당시 정약용이 거중기를 만들어 성곽 건축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정쟁을 거치면서 성곽의 많은 부분이 파괴됐지만, 건축설계서인 ‘화성성역의궤’가 남아 있어 복구가 가능했다.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 시내첫걸음은 화성행궁에서 시작한다. 행궁을 둘러본 뒤, 동장대(연무대)로 이동한다. 행궁은 왕이 전란을 피해 잠시 머물거나 나들이할 때 묵는 임시 궁궐. 화성행궁은 화성을 정기적으로 방문한 정조를 위해 지은 궁궐이다.수원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은 4대문 중 북문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남문을 정문으로 삼는데, 정조가 한양에서 올 때 북문에 먼저 닿아 장안문이 정문이 되었다. 문밖으로 항아리처럼 둥글게 옹성을 쌓아 견고함을 더했다. 장안문에서 서쪽으로 가면 화서문을 지나 팔달산 정상에 세운 서장대에 이르고, 동쪽으로 가면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지나 동문인 창룡문에 닿는다. 남문인 팔달문 밖에는 팔달문시장, 수원영동시장, 지동시장 등이 발달했다. 이중 팔달문시장은 정조가 팔도의 장꾼을 불러들여 만든 시장이라 특별하다.화서공원과 화서문성곽길은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더라도 원점 회귀가 가능하다. 성곽을 모두 걸어도 좋고, 여의치 않다면 일부만 걸어도 좋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늦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길에서 정조가 품었던 ‘개혁의 꿈’을 느껴본다.◇여행팁△먹거리=수원화성 성안마을에는 다양한 먹거리 많다. 대표적인 먹거리 중 하나는 수원통닭. 남녀노소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먹거리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가마솥에 튀긴 푸짐한 옛날통닭과 양념통닭이 각양각색의 맛을 낸다. 지동시장의 순대타운에는 20여개 순대 전문점이 모여 있다. 순대볶음과 순대국밥 등을 부담없는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행궁동 카페거리는 수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거리 중 하나다. 행궁 옆으로 비좁은 골목에 젊은 감성들이 모이면서 이색적인 카페나 음식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공간이다.창룡문으로 가는 벽길
- "여행가자했는데"…'마포 데이트 폭력 사망' 유족들 법정서 오열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힘들어하지 말고 엄마, 아빠 믿고 하늘나라 가라고 했는데, 가지 못하고 자꾸 꿈에 나타납니다. 아이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의 연인 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말다툼하다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의 첫 공판이 눈물바다가 됐다. 고(故) 황예진(25)씨의 어머니는 이날 “코로나19 끝나고 여행 가자고 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지난 15일 오전 10시 52분쯤 서울서부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A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안동범)의 심리로 4일 상해치사 혐의를 받는 A(31)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재판 도중 천장을 바라보거나, 손으로 이마와 눈 주위를 감싸며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이날 법정에는 황씨의 유가족이 참여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A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에서는 “사형시켜야 한다”, “사람을 죽여놓고 사과를 하느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A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변호인은 “백번이라도 사과할 의사가 있지만, (피해자 측에) 접근이 어려웠다”며 “피해자 변호인을 통해 합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 직후 황씨의 어머니는 취재진 앞에서 “곧 아이가 사망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코로나 끝나면 여행 가자고 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없다”며 “아이가 너무 보고 싶은 것이 힘들다”고 오열했다. 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것에 대해 유족은 “다른 사람이 우리 딸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개했다”며 “다시는 우리 아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가중처벌해주시고, 관련 법안을 마련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통곡했다. A씨 측의 합의 의사에 대해서도 황씨 어머니는 “사과를 하려면 3주간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을 동안 병원에 와서 사과를 했어야 했다”며 “사과를 하겠다고 했는데 본인의 형량을 줄이는 의도와 다름없어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다음 공판기일에는 검찰 측의 요청으로 황씨의 어머니가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또 법정에서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될 방침이다. 피해자 변호인 측은 “피해자 가족이 이 사건을 감당하면서 얼마나 큰 고통에 있었는지 소명할 예정”이라며 “실체적 진실과 양형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A씨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연인 관계였던 황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황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과 연인관계라는 것을 알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폭행 이후 A씨는 119에 ‘(황씨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것 같다’는 취지의 거짓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의식을 잃은 황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3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 지난 8월 17일 결국 사망했다.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황씨가 거주하던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말다툼하던 중 황씨를 세게 밀어 몸과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게 했다. 황씨가 의식을 잃었음에도 몸 위로 올라타 폭행을 이어가고 오피스텔 1층과 8층 등을 오가며 황씨를 끌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마포경찰서는 애초 A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 지난 7월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A씨의 가족과 직장 내 유대관계가 뚜렷해 도주할 가능성이 낮고, 수사가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이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등 보완 수사를 거쳐 A씨에 대한 혐의를 상해치사로 바꿔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결국, A씨는 지난달 6일 구속상태로 기소됐다.한편 황씨의 모친은 지난 8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딸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약 53만명이 동의했다.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영상 (사진=SBS 8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