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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 예타 문턱 낮춘다…“통곡의 벽 허물어” Vs “재정지킴이 무력화"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 개편안에 대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이 적기 추진되도록 최대한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기획재정부 제공][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문재인 정부가 20년 만에 추진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전면개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예타에 막혔던 지역숙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을 풀어 지역균형발전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가재정 수문장(守門將)’ 역할을 해온 예타가 무력화돼 무분별한 난개발, 예산낭비만 부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확정된 ‘예타 제도 개편방안’의 핵심은 평가 가중치 조정이다. 수도권의 경우 지역균형 평가를 없애고 경제성·정책성만 평가만 받는다. 비수도권의 경우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지역균형 평가 비중을 높였다. 가점·감점을 부과했던 비수도권 지역낙후도 평가에서 감점 평가가 없어진다. ◇내달 1일 지침 개정, SOC 18건 직접적 영향현재 평가 항목은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으로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동일하다. 경제성 평가 비중이 높다 보니 지자체 사업이 예타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았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차관보)는 현행 예타에 대해 “지자체 입장에선 ‘통곡의 벽’이라고 불릴 정도로 낙후지역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예타 문턱을 낮추는 추가 조치도 포함됐다. 현재는 정책성 평가에 환경위험, 직접적인 고용효과 평가만 포함돼 있다. 앞으로 일자리, 주민생활여건 영향, 환경성, 안전성 등 사회적가치 평가가 반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더라도 사회적가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사업이 통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 사업도 예타를 순조롭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 재정지출 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복지·소득이전 사업의 경우 예타를 진행 중이다. 예타 결과는 ‘시행·미시행’으로 결론내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앞으로는 사업을 탈락시키는 ‘미시행’ 결정이 없어지게 된다. 이승철 차관보는 “복지 사업에 SOC 평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앞으로 예타 결과는 대안 제시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내달 1일 관련 지침이 개정되면 지자체 SOC 사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예타를 신청했거나 예타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은 총 18건(3월 말 기준)이다.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사업,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사업,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경전선 전철화(광주송정~순천 단선) 등 국토교통부가 신청한 사업만 10건에 달한다. 우선 광역시가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이전까지는 지역낙후도 평가에서 감점을 주로 받았는데 감점 평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수도권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페널티처럼 감점을 부과했던 지역균형 평가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역균형 항목 때문에 점수가 깎였던 수도권 사업의 경우 예타 커트라인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수도권 중 접경·도서지역, 농·산·어촌은 비수도권으로 분류돼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정책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다. 임영진 기재부 타당성심사과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제도개편으로 대구·대전·부산·광주광역시 등 지방 거점도시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며 “수도권의 GTX-B 사업도 플러스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 “토건부양책으로 지역균형 힘들어”그러나 지역균형발전 효과는 미미한데 혈세낭비 등으로 미래세대 부담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 1월 예타 면제 이후 또다시 예타를 무력화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월 16개 시도, 23개 사업(사업비 총 24조1000억원)에 대한 예타 면제를 발표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김대중정부 당시 예타가 도입된 것은 공공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낭비를 막는 취지였다. 지역균형발전 미명 하에 예타를 계속 후퇴시키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대규모 토건부양책으로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얻기 힘들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예타 신청·선정사업 리스트(3월말 기준).[출처=기획재정부]
- 20년만의 예타 개편…대구·대전 등 광역시가 가장 크게 웃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제12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주요 사업 추진에 앞서 시행해 온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20년 만에 개편했다. 비수도권 지역 균형발전평가 가중치를 높이면서 대구, 대전, 부산, 광주, 울산 등 비수도권 광역도시가 수혜를 볼 전망이다.정부는 3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예타조사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정부는 1999년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의 추진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규모 500억원 이상 사업에 대해 예타를 시행해 왔다. 지난 20년 동안 386조3000억원 규모 849개 사업에 대해 예타를 시행해 이중 154조1000억원 규모 300개 사업에 대해선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개편은 제도 시행 20년이 지난 만큼 경제·사회여건 변화를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다.가장 큰 특징은 국가균형발전 요소를 강조한 것이다. 비수도권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타 때 지역균형 가중치를 현재보다 5%포인트(p) 높였다.현재는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 25~35%인데 이를 비수도권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한해 경제성 30~45%, 정책성 25~40%, 지역균형 30~40%로 바꾼다. 또 비수도권 균형발전 평가 때의 지역낙후도를 마이너스 9점~플러스 9점까지의 가·감점제에서 1~9점의 가점제로 바꾼다.기획재정부 제공자연스레 지역낙후도 평가에서 감점을 받아 온 대구나 대전, 부산, 광주 등 광역도시가 최대 수혜를 보게 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방 거점도시는 지금껏 마이너스 점수를 받아 왔는데 플러스가 되는 만큼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당장 현재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광주송정~순천 단선 경전선 전철화 △문경~김천 단선전철사업 △부강역~북대전IC 연결도로 사업 등이 있다.수도권 SOC 사업이 예타에서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다. 아예 지역균형 부분을 빼고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으로만 판단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수도권이라도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사업은 상대적으로 예타 통과가 어려워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기재부는 이 대신 민간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주무부처 의견을 좀 더 충분히 수렴키로 했다. 또 예타 조사기간도 지난해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로 단축기로 했다.현재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사업 중 수도권 사업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사업이나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사업,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등이 있다.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수도권 예타 사업에는 기본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광역시 사업엔 플러스 요인이 강하게 있지만 전체적으로 예타 통과가 현저히 높아지거나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복지·소득이전 사업도 수혜가 예상된다. 원래는 500억원 이상 사업은 SOC와 같은 조건으로 예타를 받고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 왔으나 가급적 대안 제시나 조건부 추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이 평가기준은 현재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에도 당장 적용된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역균형발전을 더 고려해 비수도권에 대한 지역균형 비중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지난 2일 기획재정부 세종청사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