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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러 추가제재 '푸틴 이너서클' 정조준..러 "美국내용"
-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시리아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러 추가제재를 단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 핵심인사들을 정조준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가장 강력한 대러 제재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제재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미 재무부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미디어·통신 감독기관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 대표 알렉산드르 좌로프 등 정부 관료 17명과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 7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재벌 기업인 제재 목록에는 푸틴 대통령에 가까운 에너지 분야 재벌 이고리 로텐베르크와 푸틴의 사위인 키릴 샤말로프, 대표적인 올리가르히인 올렉 데리파스카, 빅토르 벡셀베르크, 술레이만 케리모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사장 알렉세이 밀레르, 세르게이 고르코프 등이 포함됐다. 알루미늄계 큰손 올렉 데리파스카는 트럼프 대선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와 연계 의혹을 받는 인사다. 매너포트는 자금 세탁 등 혐의로 로버트 뮬러 러시아 스캔들 수사 특검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은행가인 세르게이 고르코프는 대선 다음 달인 2016년 12월 트럼프 타워에서 ‘실세 사위’ 제르드 쿠슈너를 만났던 인물이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시리아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방산 제품 거래 중계 국영회사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 거대 알루미늄 기업 ‘루살’ 등 올리가르히가 소유한 무기거래, 은행, 에너지 분야 12개 기업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러시아 정부는 올리가르히와 정부 엘리트들의 불균형적인 이익을 위해 일한다”며 “이 부패한 시스템에서 이익을 얻는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와 엘리트들은 더는 러시아 정부의 불안정 활동의 결과로부터 격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지난 1월 ‘크렘린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과 연계된 러시아 고위관료와 올리가르히 명단, 그들의 소득원과 부패 문제 등을 공개했으며, 이번 제재는 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복수의 미 정부 인사는 “러시아의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행동, 바사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사이버 해킹, 서구 민주주의 전복 시도 등을 포함한 일련의 행동을 조사했다”고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미 정부는 푸틴 대통령을 직접 타깃으로 삼진 않았으나 그의 핵심 이너서클 인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늘 조치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서 “행위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는 러시아 정부가 그동안 했던 결정과 지속해서 대립의 길을 선택하는 것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제재에 대해 “크렘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가장 공격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제재는 미 대선 개입과 사이버 해킹 등 혐의로 미국이 대러 제재가 있은 지 채 한 달이 안 돼 나온 추가 조치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189개 러시아 관련 개인과 기관을 제재했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달 15일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소속 해커 등 19명, 그리고 GRU와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등 5개 기관을 제재했다. 그러나 그 직후인 같은 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에게 축하전화를 하고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미 국내에서 강한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정부가 서둘러 러시아 추가제재에 나선 것은 비판 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러시아는 미국의 추가제재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미 국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 알렉세이 체파는 “(러시아의) 국가적 손실은 아무것도 없다. 개인적 손실을 보자면 기업인들은 해외에 어떤 계좌도 갖고 있지 않고, 미국을 왕래하지도 않았으며 그러지도 않을 것”이라며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자들이 미국으로 가서 돈을 쓰지 않으면 누가 더 손실을 보겠는가”라며 “미국의 행동은 자국 내 문제 해결과 군비 경쟁, 반러시아 정서 조장 등을 위한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했다. 또 제재 대상에 오른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번 일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의 경제협력을 위한 좋은 기회”라며 “그들(제재 대상 기업인들)은 이번 위협을 보상할 대안들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미국의 추가제재가 러시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 2분기 부산 8520가구 분양대전…청약조정대상지역v 비조정대상지역 ‘맞불’
- △4월 부산 기장군 일광도시개발사업 B1블록에서 분양하는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2차’ 투시도[그림=동원개발][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방 부동산 시장을 주도했던 부산이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유망단지 분양에 나서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6일 부동산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2분기 부산에서는 총 12단지, 8520가구(임대 포함)가 일반에 분양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청약조정대상지역인 해운대구·연제구·수영구·동래구·남구·진구·기장군에서 4206가구가 준비 중이고 비조정대상지역에서는 4314가구가 분양 예정이다.청약조정대상지역은 세대주가 아니거나 5년 이내 당첨자나 그 세대에 속한 자, 2주택 이상 보유자나 그 세대에 속한 자는 청약할 수 없으며 1순위 자격 역시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에서 24개월로 변경된다. 또 중도금대출보증도 6억 이하 세대당 2건에서 1건으로 변경되며 전매도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제한된다.부산 청약조정대상 지역은 분양만 했다 하면 수십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현수막을 내걸던 인기 지역이다. 그동안 높은 청약 경쟁률로 번번이 기회를 놓쳤던 실수요자들에게는 인기 지역으로 입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동원개발은 4월 기장군 일광도시개발사업 B1블록에서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2차’를 분양한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1층, 11개 동, 전용면적 96~159㎡, 총 917가구로, 지난해 분양한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1차(701가구)’와 함께 1618가구 규모의 브랜드 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단지 바로 앞에 동해선복선전철 일광역이 위치한 초역세권 입지로 해운대까지 10분, 서면을 포함한 부산 도심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단지 바로 옆에 상업시설용지가 있어 다양한 편의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이케아(IKEA)의 오픈이 예정된 오시리아 관광단지와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 롯데몰 동부산점 등도 가깝다.대우건설은 4월 해운대구 우동에서 ‘해운대 센트럴 푸르지오’를 분양할 예정이다. 해운대를 대표했던 복합쇼핑몰 ‘스펀지’ 자리에 조성되는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49층, 3개 동, 전용면적 84㎡, 총 548가구 규모로 구성된다. 해운대 중심상업시설 밀집지에 위치해 해운대구청, 해운대백병원, CGV, 우체국 등 편의시설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으며 부산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도 도보 거리에 있다.현대건설은 오는 6월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서 ‘연산3구역 힐스테이트(가칭)’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18개 동, 전용면적 59~84㎡, 총 1663가구로 조성되며 이 중 1025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부산지하철 3호선 배산역과 물만골역이 가깝고 초·중·고는 물론 부산시청과 동의의료원 등이 근거리에 있다.반면 비조정대상지역의 민간 분양은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 이상이면 1순위가 되며 주택 보유 수에 따른 1순위 자격 제한도 없다. 분양권 전매도 6개월로 짧기 때문에 규제로 인한 풍선 효과가 기대된다.대림산업은 6일 부산광역시 북구 만덕동 만덕5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내 2블록에 공급하는 ‘e편한세상 금정산’의 주택전시관을 개관하고 본격 분양에 나선다. 지하 4층~지상 28층, 11개 동, 총 1969가구 중 전용면적 59~84㎡ 1,216가구가 공공분양으로 일반에 공급된다. 단지 인근에 부산지하철 3호선 만덕역이 위치해 대중교통 이용이 수월하며 향후 만덕3터널(2020년 예정)과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2023년 예정)가 개통되면 도심 접근성이 향상될 전망이다. 이 단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공공분양으로 무주택 세대주에만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지며 전매 제한은 1년이다.중흥건설은 사하구에서 ‘구평 중흥S-클래스’를 4월 분양할 예정이다. 부산 사하구 구평택지개발지구 A3블록에서 지하 4층~지상 최고 29층, 전용면적 59~84㎡, 총 665가구 규모이다. 인근에 산업단지가 위치해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대우건설은 북구 화명동 1554-4번지 일대에 화명2구역을 재개발하는 ‘화명 센트럴 푸르지오’를 4월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35층, 9개 동, 총 886가구 중 전용면적 39~84㎡로 642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단지 인근에 화잠초, 화명초, 화신중, 대천리중, 화명고 등 학교가 있어 교육 여건이 우수하다. 부산 지하철 2호선 화명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 동원개발, 부산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2차' 이달 분양
- 일광신도시 비스타 동원 2차 투시도. 동원개발 제공.[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동원개발이 부산의 사실상 마지막 택지지구인 기장군 일광신도시에서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2차’를 이달 분양한다.4일 동원개발에 따르면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2차’는 일광도시개발사업 B1블록에 지하 2층~지상 31층, 11개동, 전용면적 96~159㎡, 총 917가구로 조성된다. 작년 분양한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1차(701가구)’와 함께 1618가구 규모 브랜드 타운을 형성한다.단지 바로 앞에 동해선복선전철 일광역이 위치하는 초역세권 입지다. 일광역을 이용하면 해운대까지 10분, 서면을 포함한 부산 도심까지 3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단지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기장IC(나들목)를 통하면 부산~포항 고속도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월 부산외곽순환도로도 개통했다.단지 바로 옆에 상업시설용지가 있어 편의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글로벌 유통기업인 이케아(IKEA) 오픈이 예정된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물론, 신세계 프리미엄아울렛과 롯데몰 동부산점 등도 동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면 10분 내 도착할 수 있다. 일광해수욕장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이 단지는 동해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인근 정관산업단지, 장안산업단지, 기룡산업단지, 명례산업단지, 정관농공단지, 오시리아(동부산)관광단지 등이 있어 배후 주거수요가 풍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광신도시 도시개발사업이 내년 6월 조성 공사를 마무리하고 개발이 완료되면 총 9654가구, 2만5000여명이 거주하게 된다. 동원개발 분양관계자는 “일광신도시는 향후 해운대 신시가지, 정관신도시와 더불어 동부산권을 대표하는 신흥주거지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산의 사실상 마지막 택지지구인 일광신도시의 핵심 입지에 조성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2차’ 모델하우스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1522번지에 조성된다. 입주 시기는 2020년 12월 예정이다.
- 인권문제 수세에서 공세 나선 中…떨떠름한 유엔
-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기자] 중국이 인권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기본 합의를 흔들려는 의도를 드러내며 공세에 나섰다.이달 23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 제37차 총회 마지막 날 회의에는 중국이 주도한 결의안이 의제로 상정됐다.인권은 그동안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거론 자체를 꺼리는 주제였지만 이날 중국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UNHRC에 결의안을 제출했다.‘인권 분야의 호혜 협력 증진’이라는 A4 용지 2장 짜리 결의안은 인권 영역에서 각국이 상호 호혜를 위해 협력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절대 보편 가치인 인권에 다분히 정치적 목적이 담겼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호 호혜’ ‘다양성 존중’이라는 내용이 담기자 많은 국가가 비판 의견을 냈다.중국이 주도한 이 결의안에는 중국을 포함해 앙골라, 부룬디, 캄보디아, 에리트레아, 미얀마, 파키스탄, 수단, 시리아, UAE,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 20개국이 이름을 올렸다.에리트레아, 부룬디 등은 인권문제로 악명 높은 국가들이고 베네수엘라, 시리아, 미얀마 등도 전쟁과 정정불안에 따른 인권침해, 난민 학대로 국제사회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이 안이 상정되자 미국 대표부는 즉시 표결을 요구했다.제이슨 맥 서기관은 “중국이 이 결의안을 통해 유엔 인권 시스템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너무도 뻔하다”라며 “상호 호혜라는 그럴듯한 표현은 똑같이 존중돼야 할 독재국가 국민의 인권을 희생시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그는 “중국 대표부는 국제 인권과 관련된 어휘 목록에 중국 지도자의 사상을 주입하고 찬양하려는 의도를 그동안 계속 드러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비판 발언도 했다.그는 이어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력의 본보기는 중국이 억류하고 있는 민간인들을 석방하거나 종교적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이 안건은 47개국 중 28개국이 찬성하면서 채택됐다. 한국과 일본,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17개국은 기권했고 미국은 반대했다. 호주는 “개인의 인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데다 균형감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당일에는 미국에 대응을 자제했던 중국은 26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 대표의 발언은 매우 비이성적이며 미국 쪽의 무지와 오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 '맞짱맨' 위한 항변 "이래도 다 푸틴 탓이야?"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실시한 대선에서 76.7% 지지율로 압도적으로 승리한 뒤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집회에서 감사연설을 하고 있다. 저자 후베르트 자이펠은 “푸틴을 악의 화신, 독재자 등으로 몰고가는 서방의 편협하고 일방적인 시각이 문제”라며 “러시아 지도자가 러시아 국민의 이익대로 행동하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박한다(사진=AFP/연합뉴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푸틴은 어디 있나.’ 2015년 초. 세계 언론이 단 하나의 헤드라인 아래 미친 듯이 떠들어대고 있는 중이다. 며칠째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그는 예정한 카자흐스탄 방문을 취소했고, 특히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의 연례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비밀경찰조직(KGB) 출신인 그가 ‘가족행사’에 빠졌다? 이건 대형사건이었다. 러시아산 독감에서 시작한 추측은 갈수록 불어났다. 뇌출혈? 쿠데타? 크렘린궁 지하실 감금? 별별 의혹과 짐작이 난무한 가운데 애꿎은 괴롭힘을 당한 건 백악관 대변인이었다. ‘미국은 알고 있지?’ ‘오바마 대통령은 사전에 대비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질문이 쏟아졌지만 대변인의 답변은 참으로 궁색했다. 어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고, 오늘은 “대통령이 바쁘니 관련 부서에 물어보라”고 했다. 이 소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얼마 뒤 그가 멀쩡하게 나타났다. 그러곤 해명을 늘어놨다. “감기몸살로 바깥 활동을 자제했다”고. 여기까지도 얄미운데 한마디를 꼭 더 붙인다. “나와 관련한 추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아내 혹은 연인이 스위스에서 출산해 휴가를 냈다는 얘기”라고. 미국과 유럽연합의 비난은 하늘을 찔렀다. 기함할 노릇이 아닌가. 점잖게 말해도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서방언론의 호들갑이 더 과하다고. 조금이라도 그와 연관됐다 싶으면 늘 이런 식이라고. ‘도를 넘어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며 몰아간다고. 하지만 그는 그걸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이 목소리는 러시아에서 나온 게 아니다. 자칭타칭 ‘그’와 연결고리를 갖는 유일한 서구 언론인이란 독일 방송기자 후베르트 자이펠(68)의 입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66) 러시아 대통령. ‘그’가 대통령직 6년을 더 보장받았다. 2000년 대통령에 첫 당선된 뒤 재선까지 8년, 총리 4년, 다시 대통령으로 6년, 또 이번 재선까지, 총 24년간 장기집권의 길을 놨다. 러시아로만 볼 때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최장기 통치기록을 좇는 모양새다. 스탈린은 30년을 머물렀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도 대단하다. 이번 대선에선 76.7%를 챙겼다. 그런데 이전인 2015년 푸틴은 지지율을 89%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가 뭘로 그런 인기를 얻는지 정리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를 살렸다’였다. 푸틴이 첫 취임하던 때만 해도 국민의 33.3%가 가난에 허덕였다는데 이 비율은 15년 새 11%로 하락했다. 기대수명은 늘고 강도·살인사건은 줄었으며, 러시아인을 괴롭히던 ‘우린 멸종할 거야’에 대한 두려움도 뚝 떨어뜨렸다. 그렇다면 서방은 왜 푸틴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책은 바로 그 논란을 풀어보자고 덤벼든 저자 자이펠의 주장을 정리한 것이다. “전혀 속지 않고 진짜 모습에 근접해” 알아냈다는 푸틴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서방 여론형성가들의 편협한 논조”에 대한 이의제기인 셈이다. 한마디로 푸틴을 위한 항변이다. △악의 화신? 일방적인 서방시각이 문제 수식도 많다, 이 남자는. ‘스트롱맨’ ‘독재자’ ‘비정상’ ‘문제적 인물’ 등. 압권은 ‘골칫거리’다. 골칫거리는 저자가 가장 혈압을 높인 부분이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이게 다 푸틴 때문이야”로 몰고가면서 골칫거리란 타이틀까지 붙였단 거다. 이유도 많다. 선거조작부터 반체제인사 탄압, 탈레반 등 테러국에 대한 무기지원, 주변국에 대한 군사공격 등등. 자국은 물론 유럽·중동에서 벌어지는 긴장상황 전부다. 그러다 그 끝은 새로운 냉전의 서막을 연 ‘악의 화신’으로 끝난다고 했다. 사실 서방의 트집이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푸틴의 일대기 사이사이엔 굵직한 사건·사고가 줄줄이 꽂혀 있다. 핵잠수함 크루스크호 침몰(2000), 러시아령이던 조지아·우크라이나 혁명(2003), 조지아와 전쟁(2008), 전직 CIA 요원이자 내부고발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피신(2013), 우크라이나 내 크림반도 무력병합(2014), 이에 미국·유럽연합의 제재 발동(2014). 또 그 사이 298명을 태운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피격됐고(2014), 틈틈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고. 그럼에도 저자의 입장은 단호하다. 서방이 시키는 대로가 아닌, 러시아 지도자가 러시아 국민의 이익대로 행동하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는 거다. 특히 미국에 ‘맞짱뜨는’ 이미지는 러시아인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거다. 저자가 가장 비중 있게 다룬 우크라이나 사태만 보자. 처음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구획한 ‘선과 악 구도’는 서방의 일방적인 시각일 뿐이란 거다. 푸틴은 러시아인이 영토통합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걸 알았고, 이를 위해 ‘강한 러시아’의 외피를 동원했다는 거다. 나아가 ‘악의 축’이니 ‘악의 화신’이니 하며 자신들의 인기몰이에 푸틴을 끌어들인 미국 대통령들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쏘아붙인다. 그나마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저자에게 꽤 시의적절했다. “푸틴을 악마로 만드는 건 전략이 아니다. 그건 전략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알리바이일 뿐”이라고 했더랬다. △“러시아인이 뭘 원하는지 아는 사람” 저자가 미리 알았다면 기꺼이 보탰을, 옆길로 잠깐 새자. 독재자 운운하지만 사실 푸틴은 ‘세계 장기독재자’들 앞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역대 최장기 기록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가지고 있다. 장장 49년. 2위는 장제스 대만 총통의 47년, 3위는 북한 김일성의 46년이다. 푸틴은 20위 안에 들까 말까. 한 가지 더. 원저를 출판한 2015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기 이전이다. 두 ‘비정상’의 드라마틱한 대결구도가 책에는 빠져 있단 얘기다. 아쉬운 지점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푸틴의 ‘맞짱맨’ 기질은 더 생생하게 살아났으니. 5년을 푸틴에 딱 붙어 “모든 걸 취재했다”는 저자는 어쨌든 착한 결론에 공을 들였다. 푸틴에 대한 서방의 기대는 오래 다듬어온 허상의 연속이라고. 궁극의 세계평화를 위해선 타협이 필요하고, 그 타협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두 문화에 대한 주권을 상호인정할 때 가능하다고. 러시아와 유럽·미국·중동 간의 정치·외교, 긴장·갈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흥미로울 대목이 적잖다. 아니더라도 크렘린궁을 축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황을 읽는 데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다. 하여튼 저자의 ‘다른 푸틴 보이기’는 성공한 듯싶다. 굳이 정치적 입장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책을 출간한 이후 서방이 겨냥한 ‘공공의 적’이 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원톱에서 투톱이 됐단다. 푸틴과 쌍벽까진 아니지만 저자 자이펠이 부상했단 뜻이다. 죄목은 ‘러시아정부를 위한 프로파간다’라고. 기왕 이리 됐으니 조만간 책 한 권을 더 내야 할 듯하다. 이번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이 마지막 선거유세를 한 곳’까지 포함해서. 우크라이나 영토이던 크림반도다. 푸틴, 정말 간단치 않다.
- [런던에서 온 편지] 34.스파이 암살공격에 영·러 'tit for tat'..그 다음은?
-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출처=BBC캡쳐)[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얼마 전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이 당한 신경작용제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 당국이 지목되고 있습니다.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조사 결과 스크리팔 부녀에게 쓰인 신경작용제가 1970~1980년대 러시아가 개발한 화학무기인 점을 들어 러시아 당국, 즉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스크리팔 암살을 지시했거나 아니면 러시아 정부가 화학무기 통제에 실패해 이 신경작용제가 암살자의 손에 들어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러시아 측에 이 상황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고, 러시아가 거부하자 영국 내 들어와 있던 러시아 외교관 추방, 영국 입국 러시아인에 대한 검색 강화 등 일련의 제재를 단행했죠. 이에 대해 러시아도 러시아 주재 영국 외교관 추방 등으로 맞받아쳤고요. 영국은 외교관 추방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에 대해 높은 수위의 제재를 단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영국이 내놓은 제재는 러시아 당국에 크게 타격을 줄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이제 관심은 영국 정부가 과연 푸틴의 측근으로 분류되면서 금융, 부동산 등 영국 경제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를 제재 타킷으로 삼을지 여부에 쏠려있습니다. 측근을 옥죄면 푸틴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예상에 근거한 시나리오죠.러시아에서 사업에 성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푸틴과의 사이가 돈독해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업에 성공해 신흥재벌로 올라선 이들은 푸틴과 자금거래 등에서 관계가 있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들 러시아 신흥 재벌들이 사업이나 재산을 확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눈을 돌리는 서방 국가 가운데 한 곳으로 영국이 꼽힙니다.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영국 런던까지는 비행기로 약 4시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영국령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돈을 출처나 신분을 밝히지 않고도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로 알려진 런던 부동산을 손쉽게 사들이거나(동시에 돈세탁도 하고), 영국 내 금융 시장 등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푸틴과 관계가 깊은 러시아인이 소유한 영국 부동산 규모는 알려진 것만해도 11억파운드(약 1조6405억원)에 달합니다. 대부분 런던에 집중돼 있고요.합법적으로 돈을 번 러시아 재벌들도 있겠지만 각종 범죄행위 등을 통한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불린 러시아 재벌들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스크리팔 사건을 계기로 영국 당국이 푸틴과 연관성 높은 러시아 기업인이나 정치인이 영국 내 자산 구입에 쓴 돈의 출처를 꼼꼼히 따져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축적한 돈으로 영국 내 자산을 사들인 경우 자산을 동결하거나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영국이 러시아 부호들의 자금 동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러시아 자금의 영국 내 투자, 러시아 기업인들과 영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 러시아 자금이 런던 부동산 가격을 지지해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드는데 기여한 것 등을 고려하면 러시아 자금을 막는 것은 자칫 영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이후 당시 영국이 회원국으로 있던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전방위 제재를 강구하고 있을 때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끌고 있던 영국 정부가 장관회의 이후 작성한 문건에는 EU 제재에서 영국의 금융 섹터는 예외로 해야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향후 문건이 노출되면서 드러났죠. 즉 러시아 관리에 대한 비자 허용이나 여행 금지 등을 하는 EU 제재에는 동의하지만 런던 금융섹터는 러시아 제재로 인한 타격을 받지 않도록 러시아인들의 자유로운 접근을 계속 허용해 이들의 거래로 런던 금융섹터와 회계, 법률서비스 등 관련 전문 서비스 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계속 유지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었죠.영국 노동당이 이후 특정 러시아인의 영국 입국을 거부하거나 그들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해왔지만 보수당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기술적인 문제’를 들어 거부했습니다.결국 2006년 영국으로 망명와 살고 있었던 러시아 전직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독살,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 등 러시아 당국의 노골적인 영국 국내외 안보 위협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은 맞대응은 하되 집권 정당이나 영국 경제에는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제재 수준에서 그쳤습니다. 이번 스크리팔 사건을 두고도 영국 경제에 역풍을 불러올 만큼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는 단행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장기적인 관점에서 영국과 러시아 관계를 봐야한다는 제언도 있습니다. 2004~2008년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토니 브렌튼은 가디언 기고에서 “러시아는 주요 핵보유국 중 한 곳이자 시리아, 이란, 이슬람 극단주의 문제, 군비 규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하는 국가”라며 “이번 스크리팔 사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되 동시에 테러리즘 예방 등 러시아와 무너진 관계 회복을 위한 협력 가능한 부분을 찾는 노력도 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러시아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적대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스크리팔 사건 같은 일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서울, 세계서 6번째로 물가 비싼 도시…빵·와인 가장 비싸
-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e뉴스 이재길 기자] 서울이 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6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로 조사됐다.15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전세계 생활비’(Worldwide Cost of Living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조사 대상 133개 도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와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했다.EIU는 미국 뉴욕의 물가를 기준점인 100으로 잡고 식품, 의류, 주거, 교통, 학비 등 160여 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반영한 ‘세계생활비지수’(WCOL index)에 따라 도시 물가 순위를 매겼다.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빵과 와인 가격이 주요 도시 중 가장 비쌌고, 담배와 휘발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했다. EIU는 “2013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쌌던 일본 도쿄는 낮은 인플레이션 덕에 지난 1년간 7계단이나 하락하며 최상위 10개 도시에서 빠졌다”며 “반면 5년 전 21위였던 서울은 6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는 싱가포르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는 상하이, 서울, 도쿄와 식품 물가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의류가 비싸고 자동차를 구입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취리히가 공동 2위에, 홍콩이 4위에 각각 올랐다. 다음으로는 노르웨이 오슬로(5위), 서울·제네바(6위), 덴마크 코펜하겐(8위), 이스라엘 텔아비브(9위), 호주 시드니(10위)가 뒤를 이었다.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싼 도시는 시리아 다마스쿠스였다. 이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카자흐스탄 알마티, 나이지리아 라고스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 [런던에서 온 편지-안보 딜레마]③대낮 신경가스 공격에도..러 제재, 안하나 못하나
- 세르게이 스크리팔 암살 의혹 현장 감식 중인 영국 수사당국(출처:세일즈버리 저널/인디펜던트)[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얼마 전 영국 남부 소도시 솔즈베리 한 쇼핑몰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남녀가 러시아군 정보부 출신으로 영국 국외담당 첩보기관인 MI6에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던 러시아 정보원 등의 정보를 팔아넘긴 세르게이 스크리팔(66) 대령과 딸(33)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을 중태에 빠트린 데 신경가스가 쓰인 것으로 드러났고요. 스크리팔은 이중 첩자 행위가 발각돼 러시아에서 2006년 징역 13년을 선고받았지만 2010년 미국에서 붙잡힌 러시아 스파이들의 본국 송환 조건으로 풀려나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망명와 살고 있었죠. 스크리팔 사건은 영국 땅에서 방사능 독극물이 들어간 차를 마시고 사망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사건과 비교되면서 배후가 러시아 당국, 즉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을 것이라는데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리트비넨코는 1998년 FSB 근무 시절 반정부 성향의 기업인 암살 지시를 거부하면서 러시아 당국에 찍혀 징역을 살고, 이후 영국으로 망명해 러시아 비판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왔었죠. 2006년 런던 한 호텔에서 옛 FSB 동료를 만나 차를 마신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약 한 달 뒤 사망했습니다.당시 영국이 리트비넨코 암살에 쓰인 물질을 밝혀내고, 러시아 당국이 배후에 있을 ‘상당한 가능성’(Strong probability)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데는 10년이 걸렸습니다. 러시아가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스크리팔 사건의 경우도 누가 암살을 지시했는지 배후를 찾아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또한 설령 러시아가 배후로 드러나더라도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적어 영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BBC는 리트비넨코 때처럼 영국 당국이 러시아 외교관 추방이나, 러시아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방안, 러시아인의 영국 비자 취득을 전반적으로 더욱 어렵게 하는 방안 등을 시행할 수 있지만 일부는 러시아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킬만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일부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영국 당국은 당시 리트비넨코 사건이 러시아의 소행으로 드러나자 주영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지만 이 같은 조치가 러시아에 타격을 줬다는 평가는 못 받습니다. 스크리팔 암살 시도 배후가 러시아 당국으로 밝혀질 경우 EU 와 연대해 러시아 개인과 기업에 대해 일괄적인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이미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 때문에 EU와 틀어져 있는데다 몇몇 EU 회원국들은 이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및 협력 증진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EU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앞서 만약 스크리팔 독살 시도가 러시아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올여름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영국 측 고위대표단 파견을 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조치가 과연 러시아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또한 이미 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시리아 독재정부 지원, 서방에 대한 사이버공격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러시아와의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문제, 북핵 문제, 이란 핵문제 등 중요한 안보 문제를 두고 러시아와의 협조가 절실해 스크리팔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로 밝혀지더라도 양국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정도의 강한 보복 제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무엇보다 스크리팔 사건으로 영국의 안보 능력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스크리팔 부녀가 대낮에 사람들이 다니는 거리에서 신경가스 암살공격을 당했다는 것은 영국 당국이 자국 땅에서 보호해야 할 인물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미 영국 의회 일부 의원들은 영국에 협조하느라 정치 망명자가 된 스크리팔 같은 인물들에 대한 보호 정책에 대해 영국 정부에 전반적인 리뷰를 요구한 상태입니다.스크리팔 사건은 현재 런던 경찰 내 대테러전담반이 수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나,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해 자행된 테러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죠.영국은 최근 수년간 유럽 내에서도 가장 빈번히 테러가 발생하면서 영국 당국의 자국민 보호 능력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었죠. 스크리팔 사건으로 이 같은 비판이 또 한번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