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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608건

"시리아 반군 '제2도시' 알레포 진입…도시 절반 장악"
  • "시리아 반군 '제2도시' 알레포 진입…도시 절반 장악"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시리아 반군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시리아 제2도시인 알레포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29일(현지시각) 시리아 반군 세력이 알레포 외곽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29일(현지시간) BBC와 CNN 등에 따르면 반군은 이날 오후 알레포 시내 중심부에 도달, 도시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시리아 현장 소식통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영국의 인권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정부군도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과 그 동맹 세력의 공격 이후 알레포와 아들리브 주 여러 도시를 탈환했다고 전했다.또한 알레포에 지원군이 도착했고, 반군을 몰아내고 있다고도 밝혔다.SOHR은 시리아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전투기가 알레포에 23차례 공습을 감행했다고도 밝혔다.또한 SOHR은 이번 전투로 25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했다. 이는 수년간 지속됐던 반군과 정부군 사이 전투 중 가장 많은 사망자다.알레포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고 공항도 폐쇄된 것으로 전해진다.2011년 정부가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면서 시작된 내전으로 시리아에서는 현재까지 5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러시아는 2015년부터 전쟁에 개입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반군 측에서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 민주군(SDF)을 지원하고 있다.
2024.11.30 I 하상렬 기자
레바논 전역이 불바다…각국 자국민 대피로 확보 부심
  • 레바논 전역이 불바다…각국 자국민 대피로 확보 부심
  • 3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이스라엘이 쏜 미사일로 연기가 나고 있다. (사진=AFP)[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중심부에 폭격을 가하는 등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서의 지상군간 교전도 이뤄지고 있다. 레바논 전역이 전화(戰火)에 휩싸인 가운데, 각국은 서둘러 자국민들을 레바논에서 탈출시키고 있다.2일(현지시간) AP통신·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아침 베이루트에 중심부 아파트 건물을 폭격했다. 공습은 유엔본부, 총리실, 의회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헤즈볼라의 알마나르 TV방송국은 이번 공습이 헤즈볼라의 보건시설을 표적으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레바논 국영 방송은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중부 바슈라 지구에 국제적으로 금지한 인산 폭탄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백린(白燐)을 사용하는 폭탄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발화돼 매우 높은 온도로 타며 인체에 닿을 경우 심각한 화상을 입히고 심할 경우 뼈까지 녹일 수 있다. 또 폭발이 일어난 이후에도 환경에 남아 지속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기다. 베이루트 주민들은 AP통신에 “이스라엘 공습 후 도시 전역에 유황 냄새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3일 이른 시간에, 헤즈볼라 시설을 타격할 것이라며 베이루트 남부의 여러 인구 밀집 지역을 떠나라고 주민들에게 경고했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 아비차이 아드라이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당신들은 헤즈볼라에 속한 시설 및 이익 근처에 있으며, 군은 곧 이들을 공격할 예정”이라며 하렛 흐레이크, 부르즈 알-바라즈네, 하다스 가르브 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레바논 남부로 진격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군대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20여개 이상의 마을 주민들에게 이스라엘 국경에서 15마일(24km) 이상 떨어진 아왈리강 북쪽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레바논과 헤즈볼라간의 전투가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날 이스라엘은 전면전 시작 이후 이스라엘군 8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이 레바논 전역에 이뤄지면서 수천명의 레바논인들과 시리아인들은 시리아로 피난하고 있다. 시리아인 상당수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레바논으로 피난 온 이들이다. AP통신은 “시리아로 들어가는 관문 중 하나인 주시헤르 국경검문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다바 마샬 국경관리인은 최근 며칠동안 1만명의 시리아 난민과 7700명의 레바논 난민이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대해서도 공습을 하고 있다.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은 이날 저녁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메제 지역에 미사일이 날아와 3명이 사망하고 최소 3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전화의 격화에 각국은 서둘러 자국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미국은 레바논을 떠나기 위한 비행기 좌석을 확보하고 있다. 호주 역시 자국민이 레바논이 떠날 수 있도록 수백 개의 비행기 좌석을 확보했으며 캐나다는 하루에 1000명을 수송하기 위해 상선을 계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는 대피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비상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프랑스는 향후 며칠 안에 항공모함이 지중해 동부에 도착할 예정이다. 일본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 50명을 대피시키 위해 자위대 비행기 2대를 파견했다. C-2 수송기 2대가 4일 요르단과 그리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통신사인 신화통신은 정부 당국이 200명 이상의 중국인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역시 레바논에 130여명의 한국인이 체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수송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2024.10.03 I 정다슬 기자
이스라엘은 어떻게 지하 18m 벙커에 있는 나스랄라를 알 수 있었을까?
  • 이스라엘은 어떻게 지하 18m 벙커에 있는 나스랄라를 알 수 있었을까?
  • 29일 이라크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위한 사흘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한 후, 바그다드 동부 사드르 시티에서 이라크 여성이 하산 나스랄라의 사진이 새겨진 프린트물을 들고 있다. (사진=AFP)[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지하 18미터(m) 깊이의 지하벙커에서 찾아내 사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십년에 거쳐 축적된 정보자산이 바탕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즈볼라가 약점을 노출하기 시작한 시점이 시리아내전에 개입하면서부터라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2012년 같은 시아파인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지상군을 직접 파병했다. 시아파 공동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조직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워싱턴에 있는 중동연구소의 프로그램디렉터인 란다 슬림은 “시리아는 헤즈볼라 확장의 시작이었다”며 “이는 그들의 내부 통제 메커니즘을 약화시키고 대규모 침투의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헤즈볼라 조직을 꿰맞출 수 있는 많은 단서를 제공했다. 헤즈볼라가 자주 사용하는 ‘순교자 포스트’가 대표적인 것이었다. FT는 “전사자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서 죽었는지, 그의 친구들이 소셜 미디어에 소식을 올렸다는 등의 작은 정보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며 “장례식은 이같은 정보가 더욱 드러났고, 비록 잠깐이긴 했지만 고위 간부들을 그림자 속에서 끌어올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전직 레바논 고위 정치인은 헤즈볼라가 부패한 시리아 정보기관이나 미국이 정기적으로 감시하던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락한 것이 헤즈볼라의 정보를 더욱 노출시켰다고 평가했다.이스라엘의 사이버 해킹 능력도 빛을 발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을 첨령한 초기에 티레에 있는 이스라엘 첩보기관(신베트) 본부를 2번 폭파시켰다. 이 문제를 잘 아는 2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1990년 후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암호화되지 않은 드론 촬영을 해킹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은 사이버 해킹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영상자료 판독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폐 장애청년들을 채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9900부대’가 대표적이다. 이 부재는 테라베이트 규모의 시각적 이미지를 걸러내 사소한 변화라도 잡아내 길가의 폭발장치, 터널 위의 통풍쿠, 벙커를 암시하는 콘크리트 보강재 공사 등을 찾아냈다. 헤즈볼라 요원이 확인되면, 이스라엘은 그의 동선을 다양한 경로에서 추출해낸다. 헤즈볼라 요원 아내의 휴대전화, 스마트카의 주행거리계, 머리 위를 나는 드론, 해킹된 CCTV, TV리모콘의 마이크에 잡힌 그의 목소리 등에서다. 헤즈볼라 요원의 일상적 동선이 파악되면, 그 일상을 벗어나는 것은 정보장교가 조사해야 할 ‘경고’로 인식됐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지휘분대의 중간 지휘자와 헤즈볼라가 언제 공격에 나설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이스라엘 정보부는 수년에 걸쳐 헤즈볼라 군사시설로 추정되는 수천개의 목표물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한 이스라엘 전직 관리는 “이스라엘은 많은 역량과 정보를 저장해두고 사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특히 몇 년동안 이스라엘 정보부는 나스랄라를 간헐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기술도 완성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공격을 한 며칠 뒤, 이스라엘 정보부는 나스랄라를 발견해 사살 작전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의 반대로 이 공습은 취소됐다. 그러나 지난 27일 공습에서는 미국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에 참여하고 있는 도중 이스라엘군은 주거용 건물 18m 지하에서 회의 중이던 나스랄라를 ‘벙커버스터 폭탄’인 BLU-109를 이용해 사살했다.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폭탄 100여발이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어버렸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9일 나스랄라의 시신이 발견됐다. 두 소식통은 그의 몸에 직접적인 상처는 없었으며 사망원인은 폭발에 따른 둔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4.09.30 I 정다슬 기자
이스라엘이 제거한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는 누구?
  • 이스라엘이 제거한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는 누구?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는 30년 넘게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이끌었다.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 세력으로 탄생한 헤즈볼라를 강력한 무장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28일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시돈에서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초상화를 들고 그의 암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AP)2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1960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동쪽 부르즈 하무드의 난민촌 이슬람 시아파 가정에서 태어났다. 15세에 시아파 정당인 아말운동에 가입한 그는 이라크 나자프에 있는 시아파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던 중 헤즈볼라 공동 창립자인 압바스 알 무사위의 영향으로 1982년 헤즈볼라에 합류했다. 나스랄라는 1992년 무사위가 이스라엘 암살로 사망한 뒤 32세의 젊은 나이에 지도자로 등극했다. 나스랄라는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헤즈볼라를 막강한 군사 조직으로 성장시켰다. 헤즈볼라는 1980년대 초반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침공에 저항하는 무장 세력으로 이란의 지원 아래 탄생했다. 이스라엘 안보단체 알마연구·교육센터에 따르면 2만5000~3만명 병력에 헤즈볼라가 미사일 15만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헤즈볼라 대원들은 시리아 내전에서 활동하면서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헤즈볼라는 현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보다 월등한 군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헤즈볼라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히 무장한 비국가 군대 중 하나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0년 이스라엘군이 18년 만에 레바논에서 철수한 것도 나스랄라가 이끈 헤즈볼라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의 철군은 그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2006년에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죽이고 2명을 납치해 34일간 전쟁도 치렀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 실제 전투 능력을 더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헤즈볼라는 이란과 함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했다.나스랄라는 1997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당시 18살이던 아들을 잃었지만 의연한 모습을 보여 레바논인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다른 많은 레바논 사람들처럼 순교자의 아버지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암살을 우려해 오랫동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나스랄라는 지난해 10월 TV 연설에 깜짝 등장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친이란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투가 시작된 데 대해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공격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전선”이라며 레바논이 주된 전쟁터가 되는 전면전을 피하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쳤다.지난 17~18일 레바논에서 연이틀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 19일 TV 생중계 연설에 또 다시 나서 이스라엘에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기도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를 잃게 된 헤즈볼라는 조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후계자로 떠오른 하셈 사피딘은 27일까지는 생존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암살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2024.09.29 I 양지윤 기자
이스라엘·헤즈볼라, 겉으론 "전면전 원치 않아"…뒤에선 전쟁 준비
  • 이스라엘·헤즈볼라, 겉으론 "전면전 원치 않아"…뒤에선 전쟁 준비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본격적인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물밑에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BBC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측이 내놓은 성명을 보면 전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공군이 25일(현지시간) 북부 국경지역 상공에서 레바논 헤즈볼라가 발사한 무인기를 요격한 모습. (사진=AFP)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4시 30분 경 전투기 100여대 등을 동원해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등을 타격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 조짐을 포착했다. 헤즈볼라가 30분 후인 오전 5시에 대규모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오전 5시께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300발이 넘는 로켓과 무인기 등을 쏟아부었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대해 성명을 내고 “7월 30일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습해 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암살한 데 따른 ‘첫 번째’ 대응”이라고 밝혔다. BBC는 “이스라엘군이 공격에 대해 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 이후 최대 규모 공격”이라고 짚었다. 다만 “공습 규모에 비해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양측 모두 사상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양측이 공방을 주고받은 뒤 내놓은 입장이다. 헤즈볼라가 이번 공격이 첫 번째 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데 이어, 헤즈볼리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는 TV연설을 통해 “공격 결과를 평가한 뒤 추가 공격을 개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른 시간에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스라엘의 선제 대응 주장에 대해 나스랄라는 “명백한 침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도 “전면전까지는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지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습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와 북부 레바논 국경에서 전쟁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추가 공격은 물론 전면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BBC는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병력이나 무기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하마스와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은 “헤즈볼라는 약 15만개의 로켓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는 이스라엘 전역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며 “하마스에는 시리아 내전을 경험한 전투원도 다수 포함돼 있어 하마스보다 훈련도 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다른 주요 외신들과 전문가들도 확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이란이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자국 수도인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것과 관련해 예고했던 보복을 아직 단행하지 않은 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새로운 휴전 협상안을 거부해 군사적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완충지역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하겠다는 말을 뒤집었다. 또 휴전 이후 가자지구 북부로 귀환하는 피란민들을 검문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기존에 합의된 사안을 철회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더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이집트 측에 거부 의사를 통보하고 휴전 협상 대표단을 철수시켰다. 이와 관련, 나스랄라는 이날 연설에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늘까지 (보복) 대응을 미뤄왔다”고 설명했다. 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도 헤즈볼라의 공격을 환영하며 “보복이 확실히 다가오고 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동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앞으로의 미래도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에후드 야리 연구원은 NYT에 “헤즈볼라는 보복의 첫 단계라고 밝히며 이란의 승인을 받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뒀다”며 “(다음 전쟁) 단계가 있을 수 있다. 점진적인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과 요르단 등 국제사회는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요르단 외무장관인 아이만 사파디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를 이룰 모든 기회를 죽이는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내각에 대해 억제력과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4.08.26 I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시리아 난민 최소 10명 사망
  •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시리아 난민 최소 10명 사망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해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갈등 종식을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는 가운데 공격이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이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크파르 하맘 마을 외곽을 공습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에 나바티예 지역에 있는 헤즈볼라 무기 저장 시설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들은 모두 내전을 피해 레바논에 입국한 시리아 난민들로, 어머니와 두 딸도 포함돼 있었다. 부상자는 시리아인 3명, 수단인 1명, 레마논인 1명으로, 시리아인 2명은 중태여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공습에 대응해 이스라엘 북부 아엘렛 하샤하르에 로켓 공격을 퍼부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발사체 55개가 날아와 해당 지역에 다수의 폭발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인명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중부 알자와이다에도 로켓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2~11세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일가족 등 1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들 공습과 별도로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를 공격해 헤즈볼라 사령관을 사살했으며, 레바논이 대응해 쏜 로켓으로 자국군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도 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은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종료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아울러 블링컨 장관이 갈등 봉합을 위해 18일 이스라엘 방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다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해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휴전 협상을 염두에 두지 않은 도발로 비춰지고 있어서다. 다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거듭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휴전할 의지가 없다는 중동 내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의 주장도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미국의 새로운 제안에 따라 휴전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에 신중한 낙관론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2024.08.18 I 방성훈 기자
"더이상 심각한 생명위협 없어"…獨 시리아 난민 지위 불허
  • "더이상 심각한 생명위협 없어"…獨 시리아 난민 지위 불허
  •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독일 법원이 시라아 출신 난민을 더이상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더이상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연합뉴스는 23일 디차이트 등 독일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고등행정법원이 지난 16일 시리아 출신 원고가 보충적 보호를 요구하며 연방이민난민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난민 지위를 부여하라는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독일에서 14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 출신 난민에 대한 보호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충적 보호는 한국의 인도적 체류 허가와 비슷한 조치로, 정치적 박해 등 난민 인정 조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부당한 위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내린다. 재판부는 재판에서 시리아 북부 하사카 지역에서 여전히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지만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할 위험이 상당히 큰 상황은 더 이상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사카를 비롯한 시리아 다른 지역도 민간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보충적 보호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봤다. 유럽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가장 많은 난민이 유입됐다. 지난해 기준 독일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은 97만2000여 명으로 2011년 3만2000여 명에서 30배 늘었다. 독일은 시리아 출신이 자국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내전으로 인한 치안 상황을 이유로 고국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이번 판결로 시리아 출신 난민 보호에 대한 논란이 고조될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예상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선 인도적 체류를 폭넓게 적용하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자가 흉기로 경찰관을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난민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체코 등 유럽연합(EU) 8개 회원국은 최근 외무장관 회의에서 시리아 난민의 자발적 귀환을 위해 특사 파견 등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EU는 무력진압과 인권탄압, 금지무기 사용 등을 이유로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2024.07.23 I 이선우 기자
이스라엘군, 레바논 공격 계획 승인…18년 만의 전면전 우려
  • 이스라엘군, 레바논 공격 계획 승인…18년 만의 전면전 우려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 계획을 승인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전면전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가 공개한 이스라엘 북부 드론 촬영 영상. (사진=CNN, 알마야딘뉴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레바논과 맞닿은) 북부 국경에서 사령관과 작전참모가 전황 평가 회의에서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며 “계획이 유효해지면서 모든 병력의 전투준비태세를 지속 강화하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장관인 이스라엘 카츠도 전면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헤즈볼라와 레바논을 상대로 경기 규칙을 바꾸기로 결정하는 순간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며 “전면전에서 헤즈볼라는 파괴될 것이며, 레바논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 승인은 이날 헤즈볼라가 드론으로 촬영한 9분짜리 영상을 공개한 직후, 또 미국의 아모스 호슈타인 특사가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영상엔 이스라엘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파의 북부 크라요트와 하이파 인근 및 항구의 군사시설 모습이 담겼다. 크라요트는 레바논과의 국경에서 남쪽으로 28㎞ 떨어진 곳으로 민간인 주거 지역으로 쇼핑몰과 고층 건물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 지역을 공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이파의 요나 야하브 시장이 드론 영상 공개를 “심리적 테러”라고 규정하며 이스라엘군에 도시에 대한 보호 계획을 촉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영상을 촬영한 드론은 이란산 Qasaf-2k 모델로 현지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 지원 등을 명목으로 북부 국경에서 이스라엘군과 무력 충돌을 지속해 왔다. 5000발 이상의 로켓, 미사일, 드론을 쏟아부으며 팔레스타인 국민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모두 이란을 배후로 둔 무장단체다. 지난 1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지휘관 탈레브 사미 압둘라가 사망한 뒤 양측 간 교전은 격화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보복을 경고하며 지난 13~14일 이틀 동안 수백발의 로켓과 드론을 이용해 이스라엘 북부를 타격했다. 헤즈볼라는 가자 전쟁이 중단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레바논 국경에서 철군을 요구하며 대치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2006년 34일 전쟁을 치른 전력이 있는 만큼, 전면전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은 “그동안 양국에서 수만명의 이재민과 사상자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예비역 준장 슐로모 브롬은 뉴욕타임스(NYT)에 “전면전 발생시 엄청난 수의 헤즈볼라 드론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다. 또 헤즈볼라 병력은 시리아 내전 등으로 전투 경험이 풍부하다”며 “이스라엘 국경 지역은 물론 더 깊숙한 내부 지역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 역시 헤즈볼라 거점으로 알려진 베이루트 남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 경우 민간인들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4.06.19 I 방성훈 기자
푸틴 후계자 거론됐던 '상의 탈의' 친구, 이젠 토사구팽?
  • 푸틴 후계자 거론됐던 '상의 탈의' 친구, 이젠 토사구팽?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 집권했을 때부터 그를 밀착 보좌했던 쇼이구 장관의 퇴진을 두고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2017년 휴가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당시 러시아 국방장관.(사진=AFP·연합뉴스)◇겉보기는 ‘영전’ 실재는 ‘경질’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13일(현지시간) 신임 국방장관에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가, 국가안보회의(NSC) 서기에 쇼이구가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국방장관이 교체된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크렘린은 NSC 서기가 “매우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매우 높은 정부 직책”이라고 설명했지만 서방 언론은 ‘영전’이란 형식만 취했을 뿐 쇼이구에게 퇴진 수순을 밟도록 하는 것 아니냐고 평가하고 있다. 군수 산업이나 군사기술 개발 같은 후방 지원이 NSC 서기의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다. NSC엔 직원도 적고 행정적 실권도 약하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선임연구원은 푸틴이 NSC를 버릴 순 없지만, 갈 곳 없는 전직 핵심 인사를 위한 ‘저장소’로 여긴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 안에서 쇼이구를 보좌하던 측근들도 벨로우소프 체제하에서 대거 물갈이될 것으로 예상된다.푸틴과 쇼이구.(사진=AP·연합뉴스)◇옐친·푸틴 옮겨가며 2인자까지 부상쇼이구는 20년 넘게 푸틴과 정치적 영광을 함께 했던 인물이다. 시베리아의 몽골계 소수민족인 투바족 출신인 그는 토목기사로 일하다가 1990년 모스크바주 건설·건축 부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되며 중앙정계에 발을 디딘다.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급속히 가까워진 그는 36세에 일약 비상사태부 장관에 발탁된다. 쇼이구의 아버지인 코즈게트 쇼이구와 옐친 간 친분이 쇼이구의 고속 출세를 뒷받침했다는 평가도 있다.비상사태부 장관이 된 쇼이구는 1993년 의회가 옐친을 탄핵하자 의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하며 옐친 신임을 얻었다. 옐친은 예비역 중위였던 쇼이구를 장군으로 승진시켜줬다. 쇼이구는 또한 인질 사태, 비행기 추락, 산불 등 각종 재난 현장에 군복을 입고 나타나면서 대중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쇼이구의 모습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인들이 갈망하던 자신감을 발산했다”고 평가했다.한때 옐친의 후계자로도 거론되던 쇼이구는 자신이 선수로 뛰는 대신 푸틴의 심복이 되기로 한다. 1999년 옐친의 인기가 급락하자 쇼이구는 ‘통합’ 당을 만들어 푸틴을 외곽에서 지원한다. 이듬해 대선에서 푸틴이 승리하자 쇼이구는 실질적 여당인 ‘통합 러시아’ 당의 초대 대표로 선출된다. 크렘린 고문이었던 글렙 파블로프스키는 쇼이구는 ‘통나무 하나에 곰 두 마리가 서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푸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 푸틴의 친구와 동맹군이 됐다고 호주 ABC 방송에 말헀다.쇼이구가 푸틴 정권의 이인자로 부상한 건 국방장관을 맡으면서다. 푸틴은 2012년 부패 혐의를 받던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당시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모스크바 주지사였던 쇼이구를 발탁한다. 국방장관을 지내며 쇼이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과 시리아 내전 개입을 주도한다. 러시아 국내에선 이 같은 행보는 서방 제재 속에서도 ‘패권국가’로서 러시아의 ‘위상’을 과시했다는 호평이 나왔다.푸틴과 쇼이구의 개인적 관계도 원만했다. 쇼이구는 푸틴의 휴가 때마다 그를 자기 고향인 시베리아로 초대했다. 그곳에서 푸틴은 웃통을 벗고 말을 타거나 차가운 강물에서 수영하는 등 ‘강한 남자’ 이미지를 구축했다. 쇼이구 역시 푸틴 곁에서 사냥이나 낚시를 함께하며 친분을 다졌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마크 홀링스워스는 영국 일간지 스펙테이터 기고에서 “푸틴과 쇼이구는 모두 소련 시절을 동경하는 인물이다”며 “그들은 스스로를 스포츠와 사냥을 좋아하는 ‘무지크’(진짜 러시아 남자)로 여긴다”고 말했다. 또한 쇼이구는 푸틴에게 ‘코니’란 개 한 마리를 선물했는데 코니도 둘 사이에서 우정의 가교 역할을 했다.이런 요소들이 결합되며 쇼이구는 푸틴의 유력한 후계자로 떠올랐다. 2022년 러시아 여론연구센터(VTsIOM) 조사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정부 인사’를 묻는 물음에 쇼이구(7%)는푸틴(28%) 다음으로 지지를 많이 받았다. 고향인 시베리아에선 몽골제국의 전설적 장군인 수부타이가 환생했다는 극찬도 받았다.(사진=EPA·연합뉴스)◇우크라 전쟁 주도하며 위상 하락탄탄대로 같던 쇼이구의 행보가 꼬이기 시작한 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서부터다. 당시 쇼이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론을 주장하며 푸틴의 침략 결정을 이끌었다. 금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듯했던 전쟁 초반 기세와 달리 러시아군은 졸전을 거듭하며 점령지를 우크라이나에 내줘야 했다. 니콜라이 페트로프 지정학센터 소장은 “2022년 2월 24일(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일) 쇼이구는 끝났다”고 러시아 반정부 매체 노바야가제타에 말했다. AFP통신도 “2022년 2월 침략이 시작된 이후 쇼이구는 푸틴에게 중얼거리며 보고하거나 푸틴이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화면만 바라보는 역할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이런 상황에서 쇼이구와 갈등을 빚던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23년 6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는 하루 만에 무위에 그치고 두 달 후 프리고진은 의문의 항공사고로 사망했지만 쇼이구의 위신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 와중에 군수업계와의 사이도 악화하고 측근인 티무르 이바노프 차관도 뇌물 스캔들에 휘말렸다.푸틴이 이번에 쇼이구를 경질한 것도 이 같은 실책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쿠데타 등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푸틴의 수십년 친구이자 쇼이구 전임자였던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전 NSC 서기가 그보다 한직인 조선업 담당 대통령 보좌관으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러시아 정치평론가 블라디미르 오세크킨을 인용해 푸틴이 바그너그룹 쿠데타가 반복되는 걸 두려워한다며 선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지배층 내에 균열이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러시아 독립매체 인사이더의 알렉세이 레브첸코 에디터는 “정권이 노쇠화하면서 권위주의적 지도자는 내부에서도 신뢰를 잃어간다”며 “이 때문에 독재자는 주기적으로 엘리트층을 빈약하게 만들고 흔든다”고 말했다.
2024.05.18 I 박종화 기자
트럼프·시진핑이 사랑한 남자…'독재자계 핵인싸' 헝가리 총리
  • 트럼프·시진핑이 사랑한 남자…'독재자계 핵인싸' 헝가리 총리
  • 세계엔 다양한 지도자가 있습니다. 같은 정치를 두고도 누군간 독재, 누군간 강력한 카리스마로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쎈캐’(스트롱맨)들을 통해 그 나라를 알아보고 한국을 돌아봅니다.<편집자주>[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9일(현지시간) 헝가리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정상회의를 맺은 후 양국 관계를 ‘전천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외교에서 헝가리가 북한, 러시아 다음으로 중요한 우방국이 됐다는 뜻이다. 시진핑은 “양국 관계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르반도 “우린 항상 중국을 친구로 여겼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순방에 앞서 헝가리 일간지 ‘마자르 넴제트’ 기고에서 “우리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도 함께 고난을 겪었고, 강권 정치에 함께 맞서 왔다”며 헝가리와 오르반에 대한 ‘동지애’를 과시했다. 벨기에 싱크탱크 러시아·유럽·아시아연구센터의 테레사 팔론 소장은 “오르반은 EU에서 중국이 원하지 않는 것을 막거나 무력화하는 사람이 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을 맞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유럽 국가와는 티격태격, 중·러와는 케미 과시오르반과 가까운 ‘스트롱맨’은 시진핑만이 아니다. 오르반은 국제사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하는 몇 안 되는 정상(頂上)이다. 트럼프도 오르반을 “유럽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오르반은 올 3월엔 미국을 찾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패싱’하고 트럼프만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 등을 논의했다. 오르반은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론 보기 드물게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했다. 푸틴은 정상회담 이후 다른 유럽 지도자와 달리 국익을 위할 줄 아는 용기를 갖고 있다며 오르반을 칭찬했다. 오르반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 쪽에 기울어져 있다. 그는 올해 푸틴이 5선에 성공하자 축하 서한도 보냈다. 이 같은 ‘케미’는 미국이나 서유럽 주류 정치인·언론이 ‘푸틴의 트로이 목마’, ‘유럽의 변절자’라고 오르반을 혹평하는 것과 상반된다. 특히 오르반은 반(反) 이민 정책이나 소수자 탄압,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두고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와는 수시로 티격태격하고 있다. 올 초 오르반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제동을 걸자 다른 EU 회원국들이 헝가리에 대한 경제 지원 중단을 검토한 일도 있었다.2000년 미국 방문 당시 축구하는 오르반.(사진=AFP)◇왕년엔 공산독재 종식 영웅·유럽 최연소 정상오르반이 처음부터 ‘독재자계의 아이돌’ 역할을 했던 건 아니다. 오르반이 처음 헝가치 정치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80년대 후반이다. 그는 1989년 헝가리 내 소련군 철수를 요구하는 연설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26세 청년 법학도였던 오르반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힘을 믿는다면 공산주의 독재를 끝낼 수 있다”고 부르짖었다. 후에 그는 자신이 “자유선거와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헝가리를 원하는 모든 사람의 암묵적 갈망을 표출했다”고 회고했다.오르반은 1990년 청년민주동맹(피데스)를 창당하고 현실 정치에 뛰어든다. 당시만 해도 피데스는 중도우파 자유주의 정당이었다. 헝가리 출신으로 ‘헤지펀드계의 전설’이자 자유주의 정치의 후원자를 자처했던 조지 소로스가 오르반과 피데스를 도왔다.1998년 오르반은 헝가리 총리에 오른다. 35세로 당시 유럽 최연소 정상이었다. 집권 후 오르반은 헝가리를 나토에 가입시키고 EU 가입을 위한 기반도 닦는다. 서방과는 냉랭한 지금의 외교 노선과는 다른 행보다. 연평균 5%에 이르는 경제 성장률도 이뤄냈다. 하지만 2002년 선거에서 오르반과 피데스는 정권을 내줘야 했다.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빈부 격차가 커지고 사회 안전망이 부실해진 게 패인으로 꼽힌다.2010년 오르반은 8년 만에 권좌에 복귀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 속에 오르반은 전보다 훨씬 극단적인 민족주의·극우 정책을 내세워 표심을 잡았다.(사진=AFP)◇“촉망받는 민주주의 옹호자서 민주주의 종말 주범으로”집권 이후 오르반은 법원과 검찰을 장악했다. 대법원 정원을 늘리고 법관·검찰 정년을 낮춰 빈 자리를 친정부적 인사로 채워넣었다. 헌법을 고쳐 정부가 대법관을 해임할 수 있는 규정까지 마련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은 규제기관에 의해 폐쇄되거나 친정부 기업에 인수됐다. 가뜩이나 게리맨더링(선거구를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유리하게 짜는 것)이 극심한 상황에서 헝가리에서 오르반과 맞설 정치세력을 찾기 어려워졌다.오르반의 친인척이나 후원자가 이권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오르반의 사위도 EU 지원금을 착복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오르반은 소수자 탄압으로도 악명이 높다. 리비아·시리아 내전 등으로 중동 출신 난민이 급증하자 오르반을 난민을 ‘독’(毒)으로 부르며 난민 수용을 거부했다. 한때 국경에 전기 울타리를 치고 한때 난민들이 헝가리를 거쳐 다른 나라로 가는 것까지 막아섰다. 2018년엔 난민을 도운 헝가리인도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는 ‘반이민법’을 제정했다. 헝가리 교육당국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교과서에 넣었다. 이와 함께 오르반 정부는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을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성소수자 차별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강경한 민족주의·기독교 보수주의적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헝가리 출신 언론인 폴 렌드바이는 “오르반이 헝가리 민주주의의 가장 촉망받는 옹호자 중 한 사람에서 민주주의 종말의 주범이 됐다”고 비판했다. 오르반 자신은 자신이 자유 민주주의의 대안인 ‘비자유 민주주의’를 구축했다고 자부하고 있다.오르반은 재집권 이후 연평균 4%에 이르는 경제적 성과를 자신의 또 다른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헝가리는 EU의 주요 정책 결정에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용, 거부권을 무기 삼아 각종 EU 지원금을 끌어오고 있다.또한 일대일로(현대판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동참 등 오르반의 친중국 외교 덕에 CATL, BYD 등 중국 기업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타마스 마투라 유럽정책분석센터 선임연구원은 “오르반은 (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르반이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러시아에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다만 반대파에선 이 같은 경제적 성과가 루마니아나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이웃 국가와 비교하면 대단한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3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빅토르 오르반(왼쪽) 헝가리 총리와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AFP)◇다른 스트롱맨들에 모델 역할일각에선 오르반이 전 세계 스트롱맨에게 일종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얀-베르너 뮐러 프린스턴대 교수는 “탈자유주의·비자유주의·반자유주의 지식인들은 오랫동안 오르반의 헝가리를 민족주의-보수주의의 디즈니랜드라고 칭송해 왔다”고 말했다. 스티븐 콜린슨 CNN 선임기자도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면 미국에서 오르반과 비슷한 것을 시작할 것이라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오르반은 극우·반이민 진영의 영수가 되길 바라고 있다. 오르반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 유세장에서 “우리는 브뤼셀(EU 본부 소재지)을 점령하고 브뤼셀 관료들을 밀어내고 문제를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4.05.11 I 박종화 기자
웨이브, 5월 신작 라인업 공개 -유연석-지코로 이어간다
  • 웨이브, 5월 신작 라인업 공개 -유연석-지코로 이어간다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웨이브가 먼슬리 웨이브 영상을 통해 5월 신작 라인업을 공개했다.웨이브는 5월을 채울 신규 예능 라인업을 공개했다.우선 올라운더 뮤지션 지코가 ‘더 시즌즈’의 새 MC로 나선다. ‘이효리의 레드카펫’ 종영 이후 새 단장을 마친 ‘더 시즌즈’의 다섯 번째 시즌은 ‘지코의 아티스트’. MC로 데뷔한 지코와 함께 다이나믹듀오, 최백호, 키스오브라이프, 비, 이용진, 크러쉬가 첫 화 게스트로 함께하며 힘찬 포문을 열었다. 방구석 음악 페스티벌 ‘더 시즌즈-지코의 아티스트’는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에 만나볼 수 있다.SBS 신규 예능 ‘틈만나면,’은 일상 속 마주하는 잠깐의 틈새 시간 사이에 행운을 선물하는 ‘틈새 공략’ 버라이어티다. ‘런닝맨’의 최보필 PD, ‘사이렌: 불의 섬’ 채진아 작가가 선보이는 유쾌한 매력의 예능으로, 유재석과 유연석이 2MC로 나선다. ‘돌싱글즈’ 역시 새롭게 돌아왔다. 국내 최초로 돌싱들의 연애와 동거 생활을 그린 MBN ‘돌싱글즈’는 드라마틱한 서사와 수많은 현실 커플들을 탄생시킨 연애 리얼리티다. 이혜영, 유세윤, 이지혜, 은지원, 오스틴 강까지 시즌4의 MC들이 또 한 번 호흡을 맞추며 재치 있는 입담과 케미로 이들의 여정을 응원한다. ‘돌싱글즈5’는 오는 9일 첫 방송된다.‘함부로 대해줘’, ‘우리, 집’, ‘커넥션’… 지상파 신작 라인업KBS ‘함부로 대해줘’, MBC ‘우리, 집’, SBS ‘커넥션’까지 지상파 3사의 신규 드라마 역시 연이어 공개된다.철벽 대 돌직구, 극과 극의 로맨스. KBS 새 월화드라마 ‘함부로 대해줘’가 오는 13일 첫 공개된다. 인의예지를 장착한 21세기 MZ선비 신윤복과 함부로 대해지며 삶에 지친 여자 김홍도의 무척 예의 바른 로맨스 드라마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모든 플러팅을 막아내는 철벽남 신윤복 역에 김명수,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는 직진녀 김홍도 역에 이유영이 고백과 거절을 반복하는 ‘밀당 케미’를 선보인다.‘수사반장 1958’의 후속작으로 오는 24일 공개될 MBC ‘우리, 집’은 자타 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가정 심리 상담의인 노영원이 정체 모를 협박범에게 자신의 커리어와 가정을 위협받게 되면서 추리소설 작가인 시어머니와 공조해 가족을 지키는 휴먼 블랙코미디다. 지성, 전미도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SBS ‘커넥션’도 24일 공개된다.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가 친구의 죽음을 단서로 20년간 이어진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중독 추적 서스펜스 드라마로, 금토드라마의 장르극 흥행 공식을 이어간다. 영화&해외시리즈… ‘씽’-‘트랜스플랜트’ 시즌4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 ‘씽(SING)’이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씽(SING)’은 한때 잘나갔던 극장의 주인 코알라 버스터 문이 극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을 개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오디션 우승 상금이 실수로 1000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바뀌게 되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매튜 맥커너히, 리즈 위더스푼, 스칼릿 조핸슨, 태런 에저튼 등 유명 배우들이 직접 더빙에 참여해 화제를 끌었으며, 특히 스칼릿 조핸슨과 태런 에저튼의 수준급 실력의 가창력과 풍성한 사운드 트랙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시리아 난민 출신 의사의 휴먼 메디컬 드라마로, 캐나다를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트랜스플랜트’의 네 번째 시즌이 10일 국내 최초 공개된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고국을 떠나 캐나다로 온 의사 하메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에 취직한 그는 여러 환자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노골적인 인종차별과 난민 출신이라는 꼬리표에도 함께 맞서 싸운다. ‘트랜스플랜트’의 전 시즌은 웨이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24.05.01 I 김현아 기자
플랜코리아, 코이카와 함께 이집트서 '시리아 난민 회복력 강화 사업 종료식' 진행
  • 플랜코리아, 코이카와 함께 이집트서 '시리아 난민 회복력 강화 사업 종료식' 진행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제구호개발NGO 플랜코리아는 지난 21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지역에서 코이카와 협력해 ‘이집트 내 시리아 난민 회복력 강화 사업 종료식’을 성료했다고 23일 밝혔다.종료식에는 코이카 이집트 사무소 임직원과 플랜코리아 및 플랜 이집트 임직원,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플랜코리아가 코이카와 함께 그간 이집트 내 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펼친 사업 활동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이어 사업 수혜자들이 직접 다양한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아이들이 참여하는 아동권리 보호 주제 연극이 공연되는 등 그 동안의 사업 성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시간이 마련됐다.시리아는 10년 이상 계속된 내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 위기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로, 이집트 등 주변 5개국에서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및 기타 재난이 복합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난민과 지역사회의 위기 대응에 대한 수용국 정부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집트 내 등록된 난민 중에서 시리아 난민은 전체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이들 대부분은 이집트 도시 내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지역주민과 섞여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된 코로나 19의 여파 및 이집트의 심각한 경제위기 등으로 대다수 시리아 난민은 실업 상태이거나, 일용직과 같은 비정규 노동에 의존하고 있어 가정 경제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며, 이로 인한 조혼, 아동노동, 학업중단 등 아동 몇 여성의 권리침해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이에 플랜코리아는 코이카와 손잡고 이집트 내 시리아 난민과 이집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인도적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통해 두 기관은 사회경제적 취약성 증가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가정폭력, 아동노동, 조혼 등 여성과 아동인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긴급현금지원과 창업지원으로 생계능력을 강화 △이주로 인한 정서적 문제를 겪는 아동과 난민을 대상으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제공 △아동권리 교육과 포괄적 성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의 아동권리, 성평등에 대한 지식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아동권리 침해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2021년 8월부터 시작된 본 사업을 통해 시리아 난민 및 이집트 지역주민 2500여 명이 직접 지원을 받았으며, 교육에 참석한 지역주민 및 인식 개선 혜택을 받은 지역주민은 지금까지 약 1만2800여명에 이른다.사업에 참여한 시리아 난민과 이집트 가정은 창업을 통해 가계 수입이 증가하고 경제문제로 인한 가정 내 긴장과 불화가 감소했으며, 절반이 넘는 창업지원 참여 가정이 다양한 사업모델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등 지원을 통해 심리적·경제적 안정이 증가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2024.04.23 I 이윤정 기자
이스라엘, 시리아 수도 공습…민간인 2명 사망
  • 이스라엘, 시리아 수도 공습…민간인 2명 사망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이스라엘이 2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카프르 소우자 지역의 주거용 건물을 공격해 2명이 사망했다.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아파트 건물.(사진=로이터)로이터통신은 시리아 국영 언론과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날 오전 9시40분쯤 이 지역을 공습해 2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모두 민간인으로 확인됐다.시리아 국영 미디어가 공개한 사진에는 다층 건물이 불에 탄 모습이 담겨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지역에는 주거용 건물, 학교, 이란 문화 센터가 있다. 보안 기관이 사용하는 대규모 복합 건물도 위치해 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2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군사 고문 등이 사망하기도 했다.목격자들은 여러 차례 연속적인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폭발로 인해 인근 학교에 있던 어린이들은 겁에 질려 구급차가 이 지역으로 달려왔다고 목격자들은 로이터에 말했다.이스라엘 군부는 공습과 관련해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이란은 12년여에 걸친 시리아 내전 기간 동안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였다. 다마스쿠스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했고, 이스라엘은 테헤란의 군사력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공습을 감행했다. 이러한 공습은 작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증가했다. 같은 해 12월 이후 시리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 6명 이상이 사망했다.
2024.02.21 I 양지윤 기자
'이스라엘 파괴가 사명'…이스라엘 등뒤 노리는 헤즈볼라 수장
  • '이스라엘 파괴가 사명'…이스라엘 등뒤 노리는 헤즈볼라 수장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우리는 아랍과 이슬람 국가 국민들, 그리고 전 세계 자유인들이 팔레스타인 국민과 저항운동에 대한 지지·후원을 선언하고 피와 말과 행동으로서 단결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직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낸 성명이다. 반미·반이스라엘을 고리로 하마스와 우호 관계를 맺어온 헤즈볼라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북부와 인접한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며 하마스를 돕고 있다.레바논 수도 외곽에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 연설을 보고 있는 헤즈볼라 지지자들.(사진=AFP)헤즈볼라의 공격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엔 50발이 넘는 미사일을 이스라엘에 날렸다. 이스라엘은 포격과 공습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헤즈볼라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여 중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이날 “세계와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향한 공격을 막고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몰아내는 데 나서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헤즈볼라를 막으라고 레바논을 압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이 이·팔 전쟁 발발 직후에도 헤즈볼라를 선제공격하려다가 미국 만류로 뜻을 접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얼마나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1994년 연설하는 나스랄라.(사진=AFP)◇“나스랄라는 전쟁의 산물”“나스랄라는 거친 전쟁 세계의 산물이다” 레바논 일간지 로리앙르주르는 나스랄라를 이렇게 설명했다.나스랄라는 1960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근교에서 태어났다. 나스랄라가 태어날 당시 베이루트는 ‘동방의 파리’로 불릴 정도로 번성했지만 나스랄라와 같은 시아파는 레바논 사회에서 소외돼 있었다. 당시 레바논의 부와 권력은 마론파 기독교와 수니파가 과점하고 있었다.1975년 기독교도와 무슬림 세력 충돌로 레바논 내전이 발발하면서 나스랄라 일가는 레바논 남부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나스랄라는 시아파 신앙에 심취했다. 매일 모스크를 찾던 나스랄라는 그곳에서 시아파 지도자 무사 알 사드르와 압바스 알 무사위을 만난다. 1975년 사드르가 시아파 민병조직 아말을 만들게 되자 나스랄라도 여기에 합류, 군사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아말의 군사 훈련을 도왔다.1982년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던 PLO를 섬멸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을 침공했다. 엘리아스 사르키스 당시 레바논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위해 구국위원회를 꾸렸는데 아말 지도자 나비 베리도 위원회에 합류했다.여기에 반발한 강경파가 아말에서 떨어져서 만든 조직이 아랍어로 ‘신의 당’이란 뜻을 가진 헤즈볼라다. 무사위가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고 나스랄라는 그 밑에서 조직 살림을 맡았다. 1985년 조직을 공개하면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파괴’가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천명했다. 이 같은 사명대로 헤즈볼라는 게릴라전을 벌이며 이스라엘을 괴롭혔다. 시아파 종주국이자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진영의 좌장격인 이란이 헤즈볼라를 물밑에서 지원했다. 나스랄라는 레바논 신문 니다알와탄과 한 인터뷰에서 “1982년 이후 우리의 젊음·삶, 우리 시대는 헤즈볼라에 합쳐졌다”고 말했다. 1987년 전쟁 상황이 소강되자 나스랄라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으로 유학 갔다. 이때 나스랄라는 자신도 레바논을 이란처럼 시아파 신정(神政) 국가로 만들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1992년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던 무사위가 이스라엘군 헬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폭사했다. 나스랄라가 그 뒤를 이어 32살 나이에 헤즈볼라를 이끌게 됐다. 나스랄라는 무사위가 죽은 지 한 달 만에 아르헨티나 주재 이스라엘대사관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해 이스라엘에 복수했다. 당시 테러로 29명이 사망했다. 그때부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지겨운 싸움이 본격화했다. 이스라엘은 나스랄라를 제거하려고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대신 나스랄라는 1997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당시 18살이던 아들 하디를 잃었다. 나스랄라는 아들의 죽음에도 “다른 많은 레바논 사람들처럼 순교자의 아버지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1997년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아들 하디의 시신을 만지고 있다.(사진=AFP)◇2000년 이스라엘 철군 이후 ‘영웅’ 부상2000년 국내외 압력에 이스라엘군은 18년 만에 레바논 땅에서 철수했다. 그간 저항을 주도해 온 나스랄라와 헤즈볼라는 영웅이 됐다. 나스랄라의 팬들은 그의 연설을 벨소리로 사용할 정도다. 이후 헤즈볼라는 장관직을 맡는 등 레바논 제도권 정치에서도 주류로 부상했다. ‘국가 안의 국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시리아 정치평론가 사미 무바예드는 국제정치평론 기고에서 나스랄라와 헤즈볼라의 인기 요인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학교·병원·모스크 등에 대한 적극적인 기부 활동이다. 전 세계 시아파 공동체에서 걷은 기부금은 나스랄라 서명이 담긴 봉투에 담겨 전달된다. 또 다른 인기 요인은 능숙한 미디어 활용이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알마나르 방송은 헤즈볼라의 승리한 모습만을 보도하고 패배는 외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또 한번 전면으로 맞붙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하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을 넘어 맹공격을 퍼부었다. 당시 공격으로 레바논인 1125명과 이스라엘인 164명이 숨졌다. 전쟁은 34일 만에 이스라엘이 군대를 물리면서 끝났다. 미국 저널리스트 가이 라즈는 “아랍 세계에서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 고통을 줄 수 있는 영웅적 지도자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예멘의 후티 등 다른 시아파 무장단체가 나스랄라와 헤즈볼라를 롤모델로 여기는 이유다. 하지만 헤즈볼라가 촉발한 당시 전쟁으로 레바논 남부는 쑥대밭이 됐다.27일(현지시간) 레바논 빈트 즈베일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동료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사진=AFP)◇미사일 15만기 보유…하마스보다 훨씬 강력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껄끄러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훨씬 강한 군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단체 알마연구·교육센터는 2만5000~3만명 병력에 헤즈볼라가 미사일 15만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더욱이 헤즈볼라 대원들은 시리아 내전에서 활동하면서 실전 경험도 쌓았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헤즈볼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히 무장한 비국가 군대 중 하나다”고 말했다.다만 투쟁 일변도 헤즈볼라로 인해 레바논 경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테러단체로 지정된 헤즈볼라 때문에 레바논 경제까지 후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2020년 베이루트항 폭발 사고로 드러난 부패 스캔들에도 헤즈볼라가 얽혀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친(親)헤즈볼라 세력이 과반 의석 수성에 실패한 배경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현재 내각 공백과 최악의 경제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이·팔 전쟁에 휘말린다면 레바논을 폐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12.30 I 박종화 기자
학습하는 직업 외
  • [200자 책꽂이]학습하는 직업 외
  • △학습하는 직업(유재연|208쪽|마음산책)사회적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밴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인공지능(AI) 분야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첫 산문집이다. AI 전문가로서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과 자신만의 결을 지켜나가기 위해 분투해온 이야기다. 인문계 출신 AI 전문가로 테크 업계의 최전선에서 창업자들과 함께 고민한 흔적, 챗GPT로 대표되는 AI 기술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담았다.△전쟁과 학살을 넘어(구정은·오애리|280쪽|인물과사상사)오랫동안 언론사에서 국제 뉴스를 다뤄온 저자들이 전쟁과 분쟁으로 얼룩진 21세기의 단면을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이다. 1부에선 지구 전체에 그늘을 드리운 우크라이나 전쟁을, 2부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뤘다. 3~5부에선 21세기 주요 전쟁인 시리아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을, 마지막 장은 전쟁 뉴스를 오래 들여다본 저자들의 고민과 바람을 담았다.△사랑해서 미워하고(김창경 외|280쪽|책구름)70대 엄마와 40대 두 딸이 각자의 삶을 글로 풀어내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독자에 소개한다. 가족이라서 사랑하고 미워하게 되는 복잡한 관계를 전한다. 어린 시절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동생 다리에 연필심을 박아 넣고 비밀로 하자며 타이르던 언니, ‘낀’ 둘째라서 누구보다 설움을 잘 알았던 동생, 그리고 이들을 열심히 길렀지만 상처를 줘야 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만족한다는 착각(마틴 슈뢰더|304쪽|프런티어)저자는 1984년부터 독일에서 8만 5000명의 독일인을 대상으로 64만 건의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만족의 조건’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저자는 만족도가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고, 동시에 통계적 부정확성도 언급한다. 사람이 언제 만족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냉철하고 재미있는 분석이다.△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이명현·장대익|272쪽|사이언스북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천문학자인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을 새로 번역한 진화학자 장대익 가천대 석과교수의 책이다. 그동안 과학이 일차적으로 맡아 온 임무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삶과 거리가 멀었던 과학이 이제는 ‘위안’을 주고 ‘행복’을 가능케 하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분야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신을 죽인 여자들(클라우디아 피녜이로|424쪽|푸른숲)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아르헨티나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대표작이다. 각자 다른 종교에 대한 신념으로 무너지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저자가 천착해온 주제가 집대성돼 있다. 사회의 압제가 여성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종교가 개인에게 어떤 합리화의 명분을 주는지, 맹목적 진실 추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거장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2023.12.27 I 장병호 기자
하마스도, 미국도 모두 친구…'중동 비둘기' 카타르 왕실
  • 하마스도, 미국도 모두 친구…'중동 비둘기' 카타르 왕실[글로벌 스트롱맨]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나흘간 교전 행위를 중단했다. 지난달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지 48일 만이다. 하마스에 억류됐던 인질 50명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사진=AFP)◇파투날 뻔한 협상 살린 숨은 공신이 같은 긴장 완화엔 숨은 공신이 있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을 비롯한 카타르 정부다. 이번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미국, 카타르는 카타르 도하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병원 공격으로 협상이 파투날 위기에 처했을 때 타밈 국왕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운데서 협상 불씨를 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 타결 후 발표한 성명에서 타밈 국왕을 언급하며 사의를 표했다.카타르가 국제사회에서 대화를 이끌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타르는 2021년에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사이에서 미군의 아프간 철군 협상을 중재했다. 이 같은 중재 외교를 두고 카타르를 ‘중동의 제네바’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타밈 국왕은 지난해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과 한 인터뷰에서 “카타르의 외교 정책은 이견을 하나로 모으고 도움이 필요한 모든 당사자를 돕고 중동과 다른 지역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지난해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타밈 국왕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하마스에도, 미국에도 버릴 수 없는 우방카타르가 중동 외교의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었던 건 서방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모두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덕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안드레아스 크리그 교수는 “카타르는 다른 어떤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방식으로 양측(미국·하마스)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관계와 갈등을 독점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CNN에 설명했다.카타르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간 밀월은 수십년 간 이어져 왔다.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라고 불리는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탄압을 받을 때 이들을 품어준 곳이 카타르다. 20세기 초만 해도 가난한 어업국가였던 카타르는 1939년 석유 발견 이후 빠르게 성장했는데 국가 교육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데 무슬림형제단 엘리트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카타르 왕실의 스피커라고 할 수 있는 알자지라 방송에도 무슬림형제단 출신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 팔레스타인 지부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하마스와도 긴밀한 관계다. 2007년 팔레스타인 내전으로 가자지구를 차지한 하마스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손을 내민 나라가 카타르다. 2012년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당시 카타르 국왕은 가자지구를 방문, 4억달러(약 52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팔레스타인 내전 이후 가자지구를 방문한 외국 정상은 하마드 국왕이 처음이었다. 하마스가 대외 교섭을 위한 정치사무소를 도하에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다.미국에도 카타르는 없어선 안 될 나라다. 카타르는 1996년 알 우데이드 기지를 지어 미군에 무료로 제공했다. 과거 중동에서 미군 작전 중심지는 사우디였지만 2000년대 초반 관계가 경색되면서 카타르로 병력을 대거 이동했다. 그 결과 알 우데이드 기지는 중동 최대 미군기지가 됐다.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카타르와 끈끈한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전 카타르 국왕.(사진=AFP)◇소국 카타르, 소프트파워로 홀로서기카타르가 ‘중동의 비둘기’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타르의 인구는 270만명, 그중에서도 카타르 국적을 가진 사람은 32만명에 불과하다. 면적은 1만1581㎢로 한국의 전라남도(1만2344㎢)보다 작다. 주변엔 사우디나 이란 등 지역 맹주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현재 카타르 외교의 기틀을 닦은 인물은 하마드 전 국왕이다. 그는 1995년 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 할리파 빈 하마드 국왕을 쫓아내고 즉위했다. 사우디와 가까웠던 아버지와 달리 하마드 전 국왕은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추구했다. 물리력으론 사우디에 정면으로 맞서기 어려우니 막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에 기반한 경제력과 함께 외교·학문·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는 게 하마드 전 국왕의 생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사우디를 위시한 수니파 아랍 왕국들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앙숙처럼 지냈지만 하마드 전 국왕은 이란과의 화해를 택했다. 카타르는 이란과 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천연가스 수출을 위해선 이란과 관계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마드 전 국왕의 통치하에서 카타르는 수단·리비아·예멘·시리아 등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위기가 생길 때마다 중재자로 나서며 외교적 존재감을 과시했다.하마드 전 국왕은 2013년 당시 33살이던 아들 타밈 현 국왕에게 왕위를 넘겨줬다. 한번 왕좌에 오르면 죽을 때까지 권력을 지키는 중동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마드 전 국왕이 후원한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정권 몰락의 후폭풍이란 해석도 있지만 타밈 국왕은 아버지의 ‘소프트파워 강화 정책’을 계승했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아프간 전쟁 등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하마스가 도하에 정치사무소를 연 게 타밈 국왕이 즉위한 해다. 곧이어 탈레반에 도하에 대외창구를 개설했다. 최근엔 미국과 이란의 포로 교환 협정도 중재했다.컨설팅 회사 스트랫포의 에밀리 호손은 “카타르는 땅도 작고 군대도 적다. 지정학적으로 분쟁이 잦은 지역에 있기 때문에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바데르 알사이프 쿠웨이트대 교수도 “역내 안정은 모두의 이익이며 특히 카타르처럼 큰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소국의 이익”이라고 설명했다.카타르의 소프트파워 강화를 주변 나라는 그리 반기지 않고 있다. 특히 자국의 패권이 도전받는다고 생각한 사우디는 1996년 하마드 전 국왕을 겨냥한 역(逆)쿠데타를 사주한 데 이어 2017년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이집트 등과 함께 아예 카타르와의 국교를 끊었다. UAE 등도 카타르가 자국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보도를 하는 카타르를 언짢게 생각하고 있었다. 단교 사태 당시 사우디 등은 알자지라가 테러를 부추긴다며 카타르에 알자지라 폐쇄를 요구했다.카타르의 소프트파워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단교 사태로 식량 수입길이 막힌 카타르에 이란과 튀르키예가 손을 내밀었다. 카타르 자본의 투자가 활발한 튀르키예는 카타르가 사우디 등에 군사적 위협에 맞설 수 있도록 카타르에 군대까지 파병해줬다. 2021년 카타르와 사우디 등은 미국의 중재로 외교관계를 복원했는데 압둘칼레크 압둘라 뉴욕대 교수는 “단교는 카타르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그런 의미에서 카타르는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2014년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 마흐무드 압바스(왼쪽부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타밈 카타르 국왕, 칼레드 메샤알 당시 하마스 수장.(사진=AFP)◇이·팔 전쟁 이후 하마스와의 관계 설정 과제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카타르엔 새로운 과제다. 교전 중단 협정을 중재하는 성과를 내긴 했지만 하마스에 자금을 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카타르가 하마스와 가자지구에 지원한 자금은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가 넘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카타르가 이·팔전쟁이 끝나면 하마스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우린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국민의 중요한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하마스를 테러단체라고 부르는 우리 친구들과는 생각이 다르다.…하마스는 평화를 믿고 평화를 원하지만 상대방도 평화를 믿고 더 현실적이어야 한다.” 2014년 타밈 국왕이 CNN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23.11.25 I 박종화 기자
거침없는 일본 축구, 시리아에 5-0 대승...A매치 8연승 행진
  • 거침없는 일본 축구, 시리아에 5-0 대승...A매치 8연승 행진
  • 일본 축구대표팀의 쿠보 다케후사가 시리아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일본 축구 대표팀이 시리아를 완파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승을 거뒀다.일본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B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16일 미얀마와 1차전 홈 경기에서 5-0으로 승리했던 일본은 2경기 10득점 무실점으로 2연승을 수확, B조 선두(승점 6)를 지켰다. 1승 1패(승점 3)의 북한과 시리아가 뒤를 잇고 있고 미얀마는 2연패로 최하위(승점 0)에 머물러있다. 아울러 올해 6월 기린 챌린지컵 엘살바도르와 경기부터 A매치 8연승 행진도 이어갔다..이날 경기는 시리아 내전 상황으로 제3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렸다. 일본은 전반 32분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가 중거리슛 득점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3골을 몰아쳤다. 전반 37분과 40분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가 연속골을 터뜨렸다.후반전에도 일본은 득점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후반 2분 스가와라 유키나리(알크마르), 후반 37분 호소야 마오(가시와 레이솔)가 추가골을 기록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D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대만을 1-0으로 눌렀다. 키르기스스탄과의 1차전 4-3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선두(승점 6)에 올랐다.같은 조의 키르기스스탄은 오만을 1-0으로 꺾었다. 키르기스스탄과 오만은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 말레이시아에 이어 나란히 승점 3을 기록했다. 대만은 2연패로 최하위(승점 0)다.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필리핀과 F조 원정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1차전 이라크에 1-5로 패했던 인도네시아는 첫 승점을 따냈으나 승점 1로 조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F조에선 베트남을 1-0으로 물리친 이라크가 선두(승점 6)를 달리고 있다. 승점 3의 베트남은 2위에 자리했다.한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지휘한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아랍에미리트(UAE)는 바레인과의 H조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이로써 네팔과의 1차전(4-0)에 이어 무실점 2연승으로 선두(승점 6)에 올랐다. UAE에 이어 바레인과 예멘이 각각 1승 1패 승점 3으로 조 2위를 지켰다.
2023.11.22 I 이석무 기자
화약고 중동…이 "가자지구 통제" 이슬람 "핵무기 조사"
  • 화약고 중동…이 "가자지구 통제" 이슬람 "핵무기 조사"
  •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향한 이슬람 국가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구상과 다른 가자지구 통제권을 갖겠다고 할 정도다. 이런 와중에 백악관 고위 참모가 또 중동을 찾으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가자 재점령 시사한 네타냐후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TV 연설을 통해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가자지구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군은 무장 세력을 수색하기 위해 자유롭게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확대·재편해 가자지구를 서안지구와 묶어 PA 통제 하에 두자는 미국의 ‘포스트 하마스 구상’과 배치되는 것이다.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극에 달해 있는 중동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은 더 극심하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한 셈이다. 안보 통제권은 경우에 따라 가자지구 재점령으로 해석할 수 있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한때 이스라엘 정착촌까지 건설했지만 결국 2005년 철수했다. 그 뒤 PA가 가자지구를 통제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2007년 내전 끝에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을 따르던 파타 세력을 축출하면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이스라엘이 재점령을 추진한다면 ‘중동의 화약고’ 가자지구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 대해서는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인질 239명이 모두 석방돼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즉각적인 휴전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맨 왼쪽) 등 이슬람권 국가 지도자들이 11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 정상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AFP 제공)◇이스라엘 성토 나선 이슬람권그러나 이스라엘이 별다른 저항 없이 가자지구를 통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이 상당한 탓이다.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 정상회의는 이스라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앙숙인 이란이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번 전쟁의) 유일한 해법은 요르단강(river)으로부터 지중해(sea)까지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할 때까지 이스라엘의 폭압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판매를 중단하고 이스라엘군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공격에 연루된 이스라엘인과 미국인을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란은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이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포함해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 이라크 시아파 무장 정파 등을 포함한다. 이란이 움직일 경우 확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핵무기 보유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동안 핵무기 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 장관들은 핵무기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피한 핵무기가 있다면 이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하마스를 향해 인질 석방을 요구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가해진 피해의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조건 없는 휴전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 (사진=AFP 제공)◇중동 찾는 美 핵심 참모 ‘주목’이런 가운데 중동 문제를 담당하는 백악관 고위 참모가 다시 중동을 찾기로 해 주목된다.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은 오는 14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 등을 만날 것이라고 현지 매체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보도했다. 맥거크 조정관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인질 석방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인사다.그는 이스라엘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등을 방문한다. 카타르는 인질 석방 문제를 놓고 미국, 이스라엘, 하마스가 관여하는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나라다. 맥거크 조정관은 또 중동에 가는 길에 벨기에 브뤼셀에 들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설리번 보좌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중동 문제를 직접 챙기는 셈이다.이스라엘이 마이웨이를 외치는 상황이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은 즉각 휴전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동 확전 양상으로 가는 것도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2023.11.12 I 김정남 기자
출구전략 마땅찮다…'포스트 하마스 구상' 진퇴양난
  • 출구전략 마땅찮다…'포스트 하마스 구상' 진퇴양난
  •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포스트 하마스 구상’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전쟁 이후 가자지구 처리 방안을 놓고 각자 이견만 노출한 채 뚜렷한 대안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주도의 관리, 이스라엘의 재점령, 다국적군 임시 배치 등이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전후 무질서 속에 테러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사진=AFP 제공)◇무능한 PA, 가자 통치할 수 있을까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 방식에 대해 “팔레스타인 주도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산하 서안지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PA를 효율적으로 확대·재편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공존해야 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한때 이스라엘 정착촌까지 건설했지만 결국 2005년 완전히 철수했다. 그 뒤 가자지구는 PA가 통제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2007년 내전 끝에 서안지구에 근거지를 둔,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을 따르던 파타 세력을 축출하면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미국이 주장하는 PA 재편안이 과연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팔레스타인 주도의 재건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저항은 다소 덜할 수 있겠지만, 잿더미로 변한 가자지구를 복구하는 일부터 PA가 감당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론 탓이다. 서안지구도 제대로 통치하지 못하는 무능한 PA가 가자지구까지 떠안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2005년부터 PA를 이끈 압바스는 1935년생으로 87세의 고령이다. 최근 블링컨 장관과 만나는 등 친미·친이스라엘 성향에 기울어 있다는 평가다. 그런 만큼 가자지구 주민들은 PA를 향해 끊임없이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블링컨 장관은 포스트 하마스 구상의 원칙으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키지 않을 것 △가자지구가 테러리즘 근거지로 쓰이지 않을 것 △가자지구를 봉쇄·포위하려고 하지 않을 것 △서안지구에서 테러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거론했는데, 이는 다소 이상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이 재점령 시나리오, 가능성 더 낮다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더 낮다. 주변 중동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맹방들마저 반대하는 탓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ABC와 만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정해지지 않은 기간에 걸쳐 전체적인 안보 책임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직후 미국 인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1만명 이상이 숨지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반이스라엘 정서는 극에 달해 있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스 유엔 특별인권보고관은 가디언과 만나 “가자지구 기반시설의 절반이 파괴됐고 아직도 1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건물 잔해 속에 깔려있다고 한다”며 “그것이 어떻게 평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한다고 해도 가자지구에서는 또 다른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스라엘이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것은 팔레스타인의 끊임 없는 저항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CNN 보도까지 나왔다.이스라엘 측은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인 일론 레비는 이날 “하마스 이후를 논의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고 했다. 그는 다만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다양한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있다”며 “공통 분모는 다시는 가자지구가 테러의 온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이외에 다국적군을 가자지구에 임시 배치하는 방안도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으로 다국적군을 구성해 가자지구에 배치한 이후 이들이 지원하는 중동 국가, 이를테면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가자지구를 임시 통치하는 방식이다. △1979년 체결된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을 모델로 한 평화유지군 신설 △유엔의 가자지구 전체 임시 통치 등의 방안 역시 거론된다. 다만 서방 진영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논의는 일시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회의론이 없지 않다.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전후 무질서 속에 테러 세력들이 활개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4~2017년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를 점령했던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대표적이다.
2023.11.09 I 김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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