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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슬기로운 투자생활]로빈후드·동학개미 '원픽' TVIX 왜 상폐되나
-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미국 로빈후드 뿐만 아니라 한국의 동학개미로부터도 큰 사랑을 받았던 TVIX 상장지수증권(ETN)이 상장폐지됩니다. 발행사는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고려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글로벌 증권가에선 다른 이유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혼란스러운 장에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ETN의 운용이 쉽지 않아졌다는 이유입니다.◇ 美 ETN 9종 돌연 상폐…잘나가던 TVIX까지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TVIX ETN(VelocityShares Daily 2x VIX Short-Term ETN)이 다음달 12일 상장폐지 됩니다. 발행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2~3배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ETN 7종과 VIX관련 ETN 2종 등 총 9개의 ETN 종목을 한꺼번에 상장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UGAZ, DGAZ 2종을 제외한 TVIX 등 나머지 7종 ETN은 다음달 2일까지만 거래가 가능하고요, 순자산가치를 바탕으로 상환되지 않고 OTC 시장으로 전환됩니다. 즉 2일까지 팔지 않으면 OTC 시장에서 팔아야 돈을 건질 수 있단 얘긴데, OTC 시장은 유동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팔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거래가 가능할 때 다 매도하는 게 낫다고 모두가 얘기하는 이유입니다.이번 상장폐지 리스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TVIX ETN입니다. 이 ETN은 빅스 단기선물 상승폭의 2배를 추종하는 ETN인데요, 미국서 코로나19 이후 유입된 개인투자자 ‘로빈후드’와, 한국의 개인투자자 ‘동학개미’들의 편애를 받았던 종목입니다. 로빈후드 어플에는 매수 상위 종목에 종종 뜰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요, 한국에서도 5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 매수결제액이 7번째로 많았던 미국종목이었습니다. 이 기간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결제액만 1억 9000만달러(2300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그만큼 주가 상승이 가팔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TVIX ETN은 하루에도 주가가 76%나 오르기도 했고, 2월 말 대비 3월 고점(종가기준) 주가 상승률은 627%에 달했습니다. 해당 ETN의 규모(Total net assets)는 현재 9억 21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합니다. 운용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고 당최 상장폐지 할 이유가 없었던 종목인 셈입니다.크레디트스위스 측은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고려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단순하게 설명합니다. 별다른 이유를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증권가에서는 ‘진짜 이유’ 찾기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 “레버리지 수익 맞추기 어려웠을 것”…향후 주의 필요유추되는 이유로는 운용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는 ETN 상장폐지에 있어 발행사의 자율성이 높고, TVIX의 경우에도 상장폐지 이유를 뚜렷이 밝히지 않은 채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며 “과거에 상장폐지된 ETN 등의 사례를 보면 보통 운용상 어려움이 있을 때 상장폐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TVIX 역시 일간 단위로 2배의 수익률을 맞춰줘야 하는 상품으로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버는 돈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판단 하에 상장폐지를 결정한 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습니다.미국에서도 비슷한 이유가 언급됩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상장폐지되고 있는 ETN 대부분은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상품들인데, 이는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 그만큼 파생상품을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제품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코로나19으로 인한 혼란한 시장 상황 속에서 검토 대상이 되고 있고 이번에 상장폐지된 ETN 역시 이러한 결정에 의거한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혼란한 장세에 2배 레버리지 수익을 맞춰주기 위한 헤지가 여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이밖에 ETN이 부채로 분류되는 만큼 대차대조표 정리를 위해 ETN을 상장폐지 시킨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약 이러한 추측이 맞다면, 앞으로도 레버리지를 끌어 쓰는 ETN 등 상품은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가 됩니다. 향후 대차대조표 정리를 위해, 리스크 회피를 위해, 위험성이 높은 레버리지 상품들은 상장폐지 할 회사가 나올 테니까요. 특히 ETN의 경우 증권사가 발행하는 채권 같은 상품인 만큼 증권사 재량으로 상장폐지 시키는 게 더 쉽습니다.이런 상황이라면 이후 2배~3배짜리 상품을 통해 ‘한 탕’ 해보려는 투자자의 바람은 이뤄지기 힘들 겁니다. 잘 나가는 종목이라 해서 안정적이라고 착각해서도 안됩니다. 증권사는 그런 종목도 언제든지 상장폐지 시킬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보여줬으니까요. 앞으로 투자자들은 ‘화끈한’ 투자의 리스크로는 이런 것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더욱 조심해야 할 겁니다.
- "미·중 무역합의 깨졌다", "아니다"…美정치에 놀아난 시장
- △5월 29일(현지시간)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캐비넷 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자회견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 국장이 바라보고 있다.[사진=Afp제공][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중 무역합의’를 둘러싼 미국 백악관 고위관계자들의 엇갈린 메시지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한순간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22일(현지시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하기로 했다고 발언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일제 하락했으나,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며 수습에 나섰다. 이번 해프닝에서 최소한 나바로 국장은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다분히 계산적인 발언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증시·채권·원유·상품·비트코인까지 출렁 사건의 발단은 나바로 국장이 폭스뉴스 ‘더스토리’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정보 당국자들이 중국 우한 바이러스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내놓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무역합의를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진행자인 마샤 맥칼럼이 “대통령은 중국과의 합의가 잘 진행되길 바랐지만, 당신이 열거한 이유들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나바로 국장은 “그렇다. 그것은 끝났다”(It‘s Over, Yes)라고 답했다.이 발언은 즉각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파기됐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발언이 알려진 직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은 1.6% 떨어졌다.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는 미국 국채, 금 가격은 올랐다. 흔히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지수 7월물은 순식간에 8.5%나 상승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던 옥수수, 대두, 밀 선물도 흔들렸다. 이들 농산물은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수출품이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1월15일 이뤄진 1단계 무역합의에서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2년간 2000억달러 규모로 구매할 것을 약속했다.개장 중이었던 아시아 증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1%대 강세로 시작해 안정적으로 2150 중반대를 유지했던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반락하며 2110.51까지 내렸다. 같은 시각 코스닥도 전일보다 0.46% 오른 755.12를 나타내고 있었지만, 곧바로 분위기를 바꿔 744.26까지 내려앉았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홍콩 항셍지수 역시 일제 하락 장면을 연출했다. 심지어 가상화폐조차도 출렁이는 시장의 흐름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장 초반 9800달러에 거래된 비트코인은 9610달러로 0.4% 가량 하락했다.금융시장이 출렁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진압에 나섰다. 그는 이날 밤 10시22분께 트위터를 통해 “미·중 무역합의는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그들은 합의를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 역시 성명을 내고 “내 발언이 맥락에 맞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내가 했던 말은 현재 가동 중인 1단계 무역합의와 전혀 관계가 없다. 무역합의는 계속 지켜지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다 끝났다’고 했던 것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아닌 ‘중국 공산당에 가지고 있던 신뢰’였다는 것이다. ◇11월 대선·연준 견제론 美정치리스크 커져2시간 가량 벌어졌던 이번 사건을 두고 미국 언론은 대중 강경파인 나바로 국장의 돌출행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대사관은 의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바로 국장 발언이 나온 후,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비롯한 백악관 주요 관계자는 미·중 무역협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커들로 국장은 대중 온건파로 분류된다. 나바로 국장 발언은 다분히 대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인터뷰에서 “11월 대선이 ‘일자리, 중국, 법과 질서’라는 세 가지 이슈로 귀결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을 끝내겠다는 결정은 이 세가지 이슈 모두를 노린 것, 특히 중국”이라고 덧붙였다. 미 대선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샅바싸움’이 격해지는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변동성에 취약한 증시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각국 중앙은행들이 풀어놓은 유동성의 힘으로 비이성적인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22일 나스닥 지수는 1만선을 탈환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지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다. 홍콩의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의 아시아 거시전략 책임자인 패트릭 베넷은 “시장 유동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시장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먼저 움직이고 그 다음에 해석을 하는 식으로 반응한다”며 작은 이슈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문제는 앞으로도 미국의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시장이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오는 9월 30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마련한 채권구입프로그램(SMCCF) 만기가 다가온다. 연준과 미국 재무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연장할 수 있지만,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연준과 재무부의 구제 프로그램이 대기업에만 집중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앞으로 주가가 올라가고 회사채 등에 대한 자금이 쏠릴 수록 의회가 연준의 권한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BNP파리바 증권의 나카조라 마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앞으로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