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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은 멀쩡한데, 뻣뻣하게 굳고 속이 병든 젊은 허리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살면서 80%가 겪는다는 요통.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에서 201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5억 4천만명이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흔한 병이라 만성적인 통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다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러나 통증이 심해도 일반 방사선 검사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외과 이병회 부장은 “척추의 외형적인 변화나 구조적인 이탈이 없다면 X-ray 검사에서 정상으로 보인다”며 “특히 젊은 요통 환자들은 근육이 튼튼한 편이라 겉으로 티가 나지 않지 않기 때문에 이상을 발견하기 어려운 디스크내장증이나 강직성척추염 등의 질환이 통증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주 담이 들고, 뻣뻣하다고만 여기면서 지내기 쉽다”고 말했다.◇허리 아파 고생하는 젊은층, 디스크내장증 의심디스크내장증은 척추뼈 사이에서 쿠션역할을 하는 구조물인 디스크가 변성을 일으켜 요통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척추 기둥의 퇴행성 변화로 생기지만 좋지 못한 습관 때문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선천적인 요인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20대에서 50대까지 젊은 층에서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주 걸린다.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무지근한 만성 통증이 특징이며, 교통사고와 같은 갑작스러운 외상이나 무거운 물건을 든다거나 허리를 자주 삐끗하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 속 사소한 외상들이 축적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MRI를 촬영하면 속에 병이 든 디스크는 검게 변성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검게 보이는 디스크가 다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70%는 별 다른 통증 없이, 이상을 모르고 살지만 30% 정도는 만성적인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젊더라도 여러 부위가 검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어느 곳이 통증을 유발하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추간판 조영술이 필요할 수 있다. 디스크의 성질이나 모양이 변하면 허리에 실리는 무게를 감당하는 능력이 떨어져 조금만 무리해도 허리가 아프기 쉽다. 그래서 디스크내장증은 허리디스크나 요추 염좌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큰데, 허리 디스크와는 다르게 디스크가 탈출되지 않고 제자리를 유지한 채 안쪽만 병든 상태이므로 허리디스크에서 보이는 감각마비나 근력 약화 등의 신경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누워서 다리를 편 채로 들어올려도 정상소견을 보인다. 디스크내장증은 수술적 치료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젊은 층은 호전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단 비수술적 요법으로 요통을 다스리면서 시간을 두고 관찰한다.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로 통증을 관리하고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요법을 실시한다. 꾸준한 주사치료나 시술 등 비수술적인 치료로 통증이 호전되지 않으면 변성된 디스크 내로 통증을 유발하는 압력이 전해지지 않도록 하는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는 있지만 흔하지 않다.◇척추에 염증 발생, 뻣뻣하게 굳는 강직성척추염강직성척추염은 이름 그대로 척추에 염증이 생겨 뻣뻣하게 굳는 질환을 말한다. 특별한 외상은 없지만 기상 후 허리 뻣뻣함이나 골반 통증이 있고 3개월 이상 증세가 지속되는 경우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보통 20~30대 남성들에게서 많이 발병하며,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HLA-B27 유전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면역력 저하, 세균 감염, 외상, 과로 등의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이병회 부장은 “강직성척추염은 염증이 서서히 진행되는 편이고 통증이 간헐적으로 왔다가 사라지는 양상을 보여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해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젊은 남성 중 이유 없는 허리와 골반 통증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경우, 가족 중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가벼운 증상이라도 병원을 찾아 초기에 운동치료를 적극적으로 받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나이가 젊거나 평소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허리 통증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자신의 증상 및 통증의 기간과 정도를 살피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강직성척추염은 대게 허리 아래쪽이나 엉덩이 부위에서 통증이 시작된다. 움직일수록 통증이 심해지는 일반적인 척추 질환과는 달리 가만히 있으면 통증이 심해지고 움직이면 완화된다. 척추와 골반뿐 아니라 무릎관절이 붓거나 발꿈치, 갈비뼈 등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면 통증 관리와 증상 개선을 목표로 치료한다. 약물 치료와 물리치료, 운동치료를 병행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물리치료나 운동요법으로 척추관절을 풀어주고, 소염제 등의 약물과 주사 치료로 염증을 감소시키면 치료 효과가 상승된다. 운동은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길러 주는 스트레칭이 큰 도움이 된다. 다만 허리를 심하게 비트는 동작은 삼가야 한다. 강직성척추염을 방치해 악화되면 심한 경우 허리, 등, 목이 굽은 채로 굳어 허리를 펼 수가 없으며, 완전히 굳지 않더라도 허리가 뻣뻣하고 통증이 지속적이어서 오랜 기간 고생할 수 있다.
- [문화대상 추천작_뮤지컬]CJ ENM '비틀쥬스'
-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장면(사진=CJ ENM)[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브로드웨이를 휩쓸고 한국에 상륙한 신작 뮤지컬 ‘비틀쥬스’(7월 6일~8월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개막을 두 차례나 연기하면서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컸지만, 뚜껑을 열자 브로드웨이 명성 그대로 ‘환상의 쇼타임’을 펼쳐냈다. 화려한 무대 기술과 특수효과로 150분 내내 신선한 충격과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며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위로를 선물했다. 컬트영화의 고전이 된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1988)가 원작이다.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하고, 그해 미국 토니상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화제작이다. 불꽃, 공중부양, 퍼펫 등 화려한 볼거리에 한국 정서에 맞게 잘 번역한 재치 있는 대사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브로드웨이의 최신 기술에 우리 배우, 스태프들의 노력이 결합돼 만들어진 또 한 편의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CJ ENM은 브로드웨이 최신작을 불과 2년 만에 성공적으로 국내에 선보이며 뮤지컬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한줄평=“팀 버튼 영화에 서사와 흥을 더해 완성한 뮤지컬 코미디의 정석”(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음악, 무대, 앙상블, 번역의 노력까지 나무랄 데 없는 웰메이드 코미디”(박병성 공연칼럼니스트),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무대기법과 조화를 잘 이룬 작품”(김준희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힘든 일상에서 한줄기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 정통 뮤지컬 코미디”(조용신 뮤지컬 연출가)
- 빗썸 등 21개 가상자산거래소 ISMS 인증 획득…나머지는?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빗썸, 업비트 등 21개 가상자산거래소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를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신청 중이거나 신청하지 않아 미등록인 상태의 가상자산 거래소는 42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금융위원회)25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ISMS인증 획득 등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상) 신고 준비 상황별로 63개 가상자산거래업자사 명단을 발표했다. 이는 다음달 24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금융위를 포함한 범부처가 실시해온 특별단속 중간점검 결과이다. ISMS 인증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정보시스템의 관리적·기술적·물리적 보호조치가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절차를 뜻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유예기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폐쇄에 따른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 우려, 관련 불법행위 기승으로 이용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준비 현황을 최대한 쉽게 확인하고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에 유의할 수 있도록 신고 진행 상황별 가상자산 거래업자 명단 및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 실적을 공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총 21개사가 ISMS를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로는 고팍스, 보라비트, 비둘기 지갑, 빗썸, 아이빗이엑스, 업비트, 에이프로빗, 오케이비트, 지닥, 캐셔레스트, 코빗, 코어닥스, 코인빗, 코인앤코인, 코인원, 텐앤텐, 포블게이트, 프로비트, 플라이빗, 한빗코, 후오비코리아 등이다. ISMS를 미획득한 가상자산거래업자는 총 42개였다. 이 중 18개 업체는 신청 중인 상태이다. DBX24, KODAQS, 달빗, 브이글로벌, 비트레이드, 비트로, 비트소닉, 빗크몬, 오아시스거래소, 와우팍스, 제이비트, 체인저, 코인아이비티, 코인통, 프라뱅, 플랫타익스체인지, 핫빗코리아가 있다. 신청하지 않은 업체로는 DOCOIN, COCOFX, Ellex, UKE, 그린빗, 바나나톡, 나인빗, 뉴드림, 데이빗, 디지파이넥스코리아, 본투빗, 스포와이드, 알리비트, 비트니아, 비트체인, 비트베이코리아, 비트탑, 케이덱스, 코인이즈, 비트프렌즈, 빗키니, 워너빗, 올스타메니지먼트, 코인딜러가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ISMS 인증을 획득한 사업자의 경우라도 금융정보분석원 심사과정에서 신고 불수리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ISMS 인증 신청을 한 사업자의 경우에도 한국인터넷진흥원 심사과정에서 심사 탈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4월부터 진행해온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실적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3503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가상자산사업자의 집금 계좌를 전수조사했다. 이 중 11개 사업자가 운영 중인 14개 위장 계좌를 발견하고 거래 중단 및 수사기관에 참조토록 제공했다. 검찰과 경찰은 가상자산 관련 사기·유사수신 사건을 수사해 총 141건, 520명을 수사·검거했다. 수사과정에서 발견된 범죄수익에 대해 2556억원 상당의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이밖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관세청, 국세청 등이 중간 실적을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ISMS 미신청 가상자산사업자의 폐업, 영업중단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거래에 각별히 유의해달라”면서 “필요한 경우 사전에 예치금, 가상자산을 인출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표=금융위원회)(표=금융위원회)(표=금융위원회)
- 24개 가상자산거래소, 폐업 '초읽기'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63개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 가운데 24곳은 사업자 신고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따라 다음달 24일 이전에 인증을 얻지 못한 업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사진=연합뉴스)25일 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암호화폐 거래업자 신고진행 현황을 보면 7월 말 기준으로 ISMS 인증을 획득한 사업자는 21곳이다. 은행의 실명계좌까지 확보한 업비트를 비롯해 빗썸, 코인빗, 코인원, 고팍스, 보라비트, 비둘기 지갑, 프로비트 등이다.현재 신청 중인 사업자는 DBX24, KODAQS, 달빗 등 18곳,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업자는 24곳으로 집계됐다. 신청하지 않은 거래소는 DOCOIN, 바나나톡, 비트니아, 비트체인 등이다.ISMS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정보시스템의 관리적·기술적·물리적 보호조치가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절차다. 통상적으로 인증 획득엔 신청 이후 3~6개월이 소요된다. 아직 신청하지 못한 업체는 사업자 신고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다음달 24일 이전에 인증 획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울러 이미 ISMS 인증을 획득한 사업자의 경우라도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과정에서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ISMS 인증 신청을 한 사업자의 경우에도 KISA 심사과정에서 심사 탈락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금융당국 관계자는 “특금법상 다음달 24일까지 FIU에 신고하지 않으면 가상자산사업자는 폐업·영업중단을 할 수 밖에 없다”며 “ISMS 미신청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하는 이용자의 경우 폐업·영업중단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당국은 ISMS 미신청 가상자산사업자의 폐업, 영업중단 등에 따른 피해를 감안, 거래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필요한 경우엔 사전에 예치금·가상자산을 인출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권고했다.예치금·가상자산의 인출 요청을 거부·지연하거나, 갑작스러운 영업중단 등의 사례가 발생할 경우 FIU나 금융감독원,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한편 ISMS 인증을 확보해 FIU에 신고한 거래소라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다음달 25일부터는 원화 거래를 할 수 없다. 암호화폐간 사고파는 코인간 거래만 운영 가능하다.
- 중소거래소 “이러다 업비트만 남고 전멸”
- [이데일리 김미영 김국배 기자] 과연 몇 곳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지금처럼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까. 거래소들의 존폐가 사실상 한 달 안에 결정된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시행이 9월 25일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거래소 신고의 필수 요건인 실명계좌를 확보한 곳은 업비트뿐이다. 이외 대형거래소들은 물론 중소형 거래소들의 구사일생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단 분석이 많다. 거래소의 생사여탈권을 쥔 금융당국의 새로운 수장 취임, 내년 봄 대통령선거 등 변수들이 막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대선전야에 MZ세대 다 등돌릴라”…‘빅4 + 알파’로 가나22일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금융기관 계좌로 거래대금을 입출금하는 거래소는 모두 79곳이다. 특금법 시행 후에도 원화 입출금 거래를 계속하려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계좌 발급증명서가 필요하다.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는 19곳이고, 은행권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인데 9월 24일 계약 종료 예정이다.일단 업비트가 지난 20일 요건들을 갖춰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거래소 신고 신청을 마치면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업비트는 국내 시장 시장점유율 80%이 넘는 1위 사업자로, 제휴 은행인 케이뱅크가 최근 자체 심사를 통해 실명계좌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 자금세탁방지 체계 관련한 미비점이 발견되면 심사 과정에서 보완케 할 방침이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업계에선 업비트 외에도 최소 두어 곳 사업자가 기한 내 신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압도적 1위 사업자인 업비트만 영업을 지속하게 할 경우 독과점 문제가 심화하고 타 거래소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 서너 곳에 구색을 갖추기 위한 중소 거래소 한두 곳이 신고 가능하게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이러한 전망의 가장 큰 이유는 내년 3월 9일 열리는 대선이다. 최근 급격한 집값 상승 등으로 ‘벼락거지’가 됐다고 한탄하는 2030세대, 이른바 MZ세대들이 암호화폐를 ‘계층 이동의 마지막 사다리’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정부여당도 알고 있다. MZ세대는 암호화폐 투자자 660만명 중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거래소 신고요건 강화로 인한 거래소 줄폐업이 현실화하면 암호화폐 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대선전야에 2030세대 민심이 악화할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에 새 수장이 들어서는 점도 분위기 전환의 기회다. 은성수 현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 이슈에 소극 대응하면서도 암호화폐 투자자를 ‘잘못된 길로 가는 투기꾼’으로 규정하는 등 부정적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비해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6일 내정 직후 “(암호화폐 규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고 시간도 많지 않다”며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할 것”이라고 적극적이고 발빠른 대응을 예고했다. 고 후보자는 오는 27일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암호화폐거래소 줄폐업 문제에 관한 입장과 대응방향 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미신고 거래소 어떻게…코인마켓 전환, 소송전 나설 수신고 신청조차 하지 못한 중소 거래소들 중심으로는 극도의 불안감이 번지는 중이다. 한 거래소 대표는 “사형 선고일이 다가오는 기분”이라며 “실명계좌 심사를 해주겠단 은행이 한 곳도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성토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인거래소들은 머지포인트보다도 더 위험한 곳”이라며 “자금세탁 사고의 책임을 은행이 져야 한다면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이 때문에 한국블록체인협회 등 업계에선 특금법 시행 유예기간을 내년 3월 말까지 6개월 더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에 발맞춰 특금법 시행을 늦추고 거래소 신고 거래 절차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특금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하지만 유동수 민주당 가상자산특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해보지도 않고 미룰 순 없다”고 했고, 금융당국 역시 “시장 신뢰 측면에서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이 9월 25일 시행을 고수하는데다,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법 개정을 위한 시간도 촉박해 ‘6개월 연장안’은 불발될 공산이 크다.특금법 시행 전 신고를 마치지 못한 거래소들은 원화 거래를 하지 않는 코인 마켓(원화가 아닌 코인으로 거래하는 시장)으로 거래소를 살려두고 후일 도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최악의 경우에 코인간 교환 거래소로 전환하더라도 실명계좌 확보 노력을 지속해서 원화 거래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법 시행으로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거래소나 투자 원금을 빼지 못한 투자자들이 소송전에 나서는 등 진통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은 “자본금 20억원, 80억원인 거래소들도 있는데 심사 한번 제대로 못 받고 문 닫으라면 가만 있겠나”며 “사법부로 계속 끌고 가는 거래소들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선 넘는’ 농협銀…기울어진 코인 운동장 만드나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업비트 라운지 (사진=이데일리DB)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4사 대표가 트래블 룰에 공동 대응할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 위한 MOU를 지난 6월 체결했지만, 결국 업비트는 지분을 넣지 않기로 했다.실명계좌를 확보한 국내 4대 거래소.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케이뱅크), 빗썸(NH농협은행), 코인원(NH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순이다.NH농협은행이 금융당국 입장과 달리,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 룰(Travel rule)’ 체계 구축 전까지 가상자산 입·출금을 중단해달라고 제안하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농협의 케이뱅크·신한과 다른 법령 해석2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트래블 룰 적용 시기를 내년 3월 25일이라고 밝혔지만, 농협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 기한이 끝나는 9월 25일부터 당장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빗썸과 코인원의 ‘은행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실명 계좌)’ 확인서 발급에 제동이 걸렸다.업계 2위인 빗썸과 3위인 코인원이 가상자산 계좌를 막으면 거래 회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인 계좌 고객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입출금을 막으면 거래소 내에서 지나친 가격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시세조종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반면, 업계 1위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순조롭게 확인서 절차를 진행,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0일 금융당국에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농협이 케이뱅크나 신한은행과 달리 트래블 룰 적용시기를 9월 25일로 작위적으로 해석하는 걸 고집한다면 국내에서는 사실상 하나의 거래소가 가상자산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업계 4위인 코빗의 경우 신한은행이 농협처럼 코인 계좌 입출금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농협이 빗썸과 코인원에 확인서를 빌미로 속을 태우면서 1등 업체인 업비트만 점점 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트래블 룰 시스템 9월 25일까지 구축 못 해…업비트에 대한 원망도트래블 룰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암호화폐 송금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거래소가 파악하도록 한 자금이동규칙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강력 권고사항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해당 규정이 들어갔다.거래소들도 트래블 룰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9월 25일부터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존 금융권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표준화된 코드 기반으로 트래블 룰을 적용하고 있으나, 가상자산 업계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트래블 룰 솔루션을 도입해 사업자 간 정보 전송 및 공유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나 시장 표준이 필요하다”면서 “4대 거래소가 조인트벤처까지 추진했는데, 업비트가 참여 양해각서(MOU)를 맺은뒤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탈퇴하면서 혼란을 줬다”고 비판했다. 업비트는 지난 6월 빗썸·코인원·코빗 등과 트래블 룰 관련 조인트벤처를 만들기로 했다가, 7월 말 담합 이슈로 볼 여지가 있다며 조인트벤처에 참가하지 않고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시스템으로 자체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