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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의 눈]개헌 서둘러야 하는 진짜 이유
-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나라가 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으로 떠들썩하다. 국방부가 23일 공개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대비계획 세부자료’에는 보도검열과 언론사 등록 취소, 미국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활동,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 대비 의원 체포 방안 등이 담겨있다. 이 문건은 작성 주체는 차치하고라도 합동참모본부가 2년 마다 수립하는 계엄절차 가이드라인인 ‘계엄실무편람’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국회 관련 내용은 충격적이다. 기무사는 현 국회는 여소야대로 의결정족수가 충족돼 계엄해제가 가능하다고 분석한 뒤 계엄해제 안건 직권상정 차단, 현행범 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 유도,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정세균 전 의장 설득 및 사법처리 대책을 수립했다. 헌정질서를 무력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고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시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에 불과했다. 야권이 계엄해제를 의결하면 막을 수 없는 구조였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고 대통령이 촛불 집회에 대처하기 위해 실제 계엄을 선포했다면 어떠했을까. 당시 야권인 민주당(123석)과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의 의석이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수를 넘었지만 표결에서 이 숫자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 조항은 1972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구집권의 길을 터준 유신헌법에 처음 들어간 이래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낸 87년 체제 헌법에도 온존해 있다. 그 이전 헌법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도록 했다. 현 체제를 정치민주화를 달성한 87년 체제라고 하지만, 실상은 박정희 유신독재의 잔재가 남아있는 체제다.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무산됐지만, 이제라도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 것도 기회다. 개헌논의에 소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이 개헌연대까지 띄우며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바른미래당은 여야 영수회담까지 제안하고 나섰다.그런데 여당이 소극적이다. 올 하반기는 경제 민생입법에 성과를 내야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개헌을 논의하면 불필요한 정쟁을 촉발하고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이 야권의 정략을 탓해서는 개헌도 경제 민생입법도 이뤄낼 수 없다. 직접 개헌안까지 발의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이 변하지 않았다면 여당은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한다. 야권이 개헌에 적극적인 만큼,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던 권력구조 문제도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하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여야는 국민들의 여론을 존중해 대통령제를 채택하더라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예산권한과 헌법기관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은 박정희 체제의 잔재다. 50년 가까이 된 헌 옷을 버리고 새 옷으로, 새 헌법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다.
- 기무사 문건, 계엄실무편람과 비슷…'국회 무력화'는 문건에만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청와대가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하면서 합동참모본부의 ‘2016 계엄실무편람’과 전혀 상이한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편람을 확인한 결과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시 조치 사항을 제외하고는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출입기자단 요구에 따라 23일 합참이 열람을 허가한 계엄실무편람은 합참 계엄과에서 통상의 절차에 따라 2년 마다 수립하는 일종의 계엄 절차 가이드라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신속한 계엄 선포, 계엄군의 주요 길목 장악, 육군참모총장 계엄사령관 임명, 언론·출판 검열, 국정원 통제 및 국회 무력화 계획 등을 거론하면서 “계엄실무편람과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무사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계엄실무편람을 상당 부분 참고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대변인은 “통상의 계엄 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 추천하는 판단 요소와 검토 결과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계엄실무편람 역시 육군참모총장의 계엄사령관 임명 가능 부분을 적시하고 있다. 편람 부록에는 ‘합참의장을 계엄사령관으로 명시할 수 있도록 계엄법 개정이 가능하느냐’는 질의가 있는데, 이에 대해 “계엄사령관을 현역 장성급 장교 중 누구로 임명할 것인가는 추천권자인 국방부 장관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판단하에 정할 사항이므로 이는 법률 문제가 아닌 통치행위 내지 정책 판단의 문제”라고 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에 따르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지만, 이 역시 편람과 부합하는 내용이다. “계엄법 7조1항 및 8조1항에 의거해 비상계엄의 경우 정부 및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국정원도 계엄지역 안의 행정기관으로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한다는 내용만 없을 뿐이다. ‘언론·출판·공연·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 공고문’과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 계획’ 역시 편람에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보도검열단을 몇 개 운영하고 몇 개의 언론사에 통제요원을 편성하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을 뿐이다. 계엄실무편람은 비상계엄선포문과 포고문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지적한 국회 무력화 관련 내용은 합참 계엄실무편람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기무사가 당시 20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상황을 고려해 국회가 계엄 해제 표결을 못하도록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 방안을 제안한 것이란 얘기다. 특히 기무사가 계엄을 검토한 것 자체가 부대 임무에 벗어난 것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에 따라 관련 사안을 수사하고 있는 특별수사단은 기무사가 누구의 지시로 왜 계엄 검토 문건을 만들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민간인이 된 전직 군 수뇌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와 관련, 국방부와 법무부는 이날 특수단과 민간 검찰이 함께 ‘군·검 합동수사기구’(가칭)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군 특별수사단은 현역 군인과 군무원에 대해선 수사할 수 있지만, 민간인에 대해선 참고인 조사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민간인이 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기무사 문건 의혹의 중심 인물에 대한 수사는 민간 검찰이 담당하게 된다. 군·검 합동수사기구의 구성은 1999년 병무 비리 합동수사, 2014년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에 이어 세 번째다. 한편,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과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이 대동소이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문서가) ‘같다’고 하려면 (청와대가 공개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67쪽과 편람을 놓고 비교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이를 부인했다. 또 “제가 공개하지 않은 (대비계획 세부자료) 내용과 (합참 계엄) 실무편람과는 내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 예하부대 계엄 준비 정황 없어…朴정권 軍수뇌부 향한 '칼날'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국방부가 청와대에 제출하기 위해 예하 부대를 돌며 위수령·계엄 검토 관련 문건을 수집하고 있지만, 군 병력 동원 정황이 담긴 자료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국방부 전투준비태세검열단은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에 등장하는 20개 부대를 방문해 위수령·계엄 검토 관련 문서를 수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미있는 문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군 관계자는 “각급 부대의 키리졸브(KR) 등 전시 비상사태를 가정한 훈련 관련 문서 외에 촛불정국 당시 계엄 준비 정황이 담긴 문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전비태세검열단이 실제 수집해 간 자료는 미미하다”고 전했다. 문서 수집 대상부대는 기무사와 합동참모본부,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제1·3·7·9·11·13공수여단, 707대대, 8·11·20·26·30사단, 수도기계화보병사단, 2·5기갑여단 등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기무사, 국회 무력화 제안…헌정질서 훼손하지만 기무사가 보안·정보기관임을 망각하고 국군통수권 보필 임무에 치중한 나머지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계획을 세운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헌정질서 훼손이라는 평가다. 청와대가 지난 20일 공개한 67쪽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에 따르면 기무사는 20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상황을 고려해 국회가 계엄 해제 표결을 못하도록 의결정족수 미달 유도 방안을 제안했다. 계엄사령부가 반정부 시위와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여당(現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사법 처리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치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당정협의를 통해 여당(現 자유한국당)의원들이 계엄 해제 국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무사 ‘윗선’이 계엄 검토 사항을 보고받았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 군 수뇌부에 대한 내란예비음모죄 등 위법성과 실행계획 여부 등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석구 현 기무사령관은 지난 20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촛불집회 계엄 검토 문건 관련, “(문건 작성 당시) 기무사령관 이상으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당시 기무사령관은 조현천 예비역 중장이었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측은 한 전 장관이 이를 보고받은 이후 추가조치 없이 종결시켰고, 청와대나 총리실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 전 사령관이 따로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기무사가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대통령경호실장 등 군 수뇌부 출신 인사들과 교감 아래 계엄 검토 문건을 만들었을 것이라는게 군내 분위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시위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 [사진=연합뉴스]◇송영무 장관, 넉 달 뭉갠 뒤 일부만 제출특히 송영무 현 국방부 장관의 문건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올해 3월 16일 기존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과 함께 이 세부자료를 송 장관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송 장관은 4월30일과 6월28일 모두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알리지 않다가 최근에야 이를 건넸다. 그것도 기무사 특별수사단에 등 떠밀려 제출한 것이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16일 출범 직후 기무사로부터 제출받은 USB(이동식저장장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건을 인지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국방부는 18일 특별수사단에 세부자료를 보낸 다음 19일에서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유야 어쨌든 송 장관은 지난 16일 문 대통령이 계엄 관련 모든 문서와 보고를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한 이후에도 이를 뭉개고 있었던 셈이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관련 문건들을 송 장관에게 보고할 당시에 대해 “(송 장관이) 놓고 가라고 해서 (사무실에) 놓고 갔다”고 말했다. 송 장관이 4·27 남북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 등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에 따라 보고를 미뤘다고 해명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무사 개혁의 근거로 활용하려 했다는 변명도 궁색하다. 송 장관은 이달 초 성차별적 발언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20일엔 ‘해병대 헬기사고 유가족들이 의전 문제로 짜증이 났다’는 취지로 말해 유족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물론 송 장관의 유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조만간 단행될 개각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