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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의 창과 방패] 긴 침묵은 깊게 침몰할 뿐
-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 미국 연방총무청(GSA)이 어제서야(23일) 조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정했다. 에밀리 머피 GSA청장은 곧바로 대통령직 인수인계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수위원회는 630만 달러(70억원) 예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바이든은 당선인 자격으로 국가안보 및 외교 관련 정보를 공식 브리핑을 받는다. 자연스러운 정권 이양이 시작된 것이다.GSA 결정이 갖는 함의는 간단치 않다. 트럼프가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또 자신에게 반기를 든 관료들을 줄줄이 자르고 있다. 하지만 머피 청장은 자리대신 진실과 민주주의를 선택했다. 미국 민주주의는 이처럼 소신 있는 관료와 언론, 국민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미국 국민은 지난 4년 동안 트럼피즘에 지쳤다. 반 이민, 반세계화, 반 워싱턴 정치에 신물이 났다. 그리고 트럼프를 버렸다. 또 소신 있는 관료들은 위기 때마다 브레이크를 걸었다. 지난 10일 해임된 에스퍼 국방장관도 그중 하나다. 지난 6월 트럼프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자 군 투입을 명령했다. 하지만 에스퍼는 과감하게 ‘아니오’를 외쳤다. 덕분에 큰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예스맨’을 자처하고 군을 투입했다면 대량 유혈사태로 번질 수 있었다. 또 남부연합 깃발을 군부대에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도 트럼프와 맞섰다. 에스퍼는 남부연합은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도를 지지했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최근 트럼프가 해임한 관료 중에 크리스토퍼 크렙스란 인물도 있다. 그는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 국장이다. 트럼프는 대선 직후 “자고 일어나니 표를 도둑맞았다”며 해킹을 통한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사이버업무를 책임진 크렙스는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했다. 한 표도 틀린 게 없다”며 정면 반박했다. 다음날 트럼프는 그를 잘랐다.에밀리 머피 GSA청장, 크리스토퍼 크렙스 CISA국장, 에퍼스 국방장관. 이들은 하나같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소신을 밝혔다. 뒷담화가 아니라 자리를 걸고 분명한 소신을 밝힌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가 부러운 이유는 이런 관료들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는 살아 있는 언론이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주류 언론은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다. 오로지 진실로 승부한다.미국 언론은 지지 정당은 공개적으로 밝힌다. 대신 사실보도에는 충실하다. 겉으로는 불편부당을 앞세우지만, 뒤로는 온갖 기교를 부리는 한국 언론과 비교된다. 이번 대선 기간 중에도 미국 방송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인터뷰를 중단했다. 심지어 트럼프 방송을 자처한 폭스 뉴스조차 트럼프 인터뷰를 끊었다.미국이라고 갈등이 없는 건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으로 갈려 극단적인 갈등을 빚었다. 언론 또한 CNN과 폭스 뉴스로 나뉘어 서로를 가짜뉴스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래도 많은 국민들은 균형 잡힌 시각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판단한다. 영혼 있는 관료, 살아 있는 언론은 앞으로도 흔들릴 때마다 미국 호를 바로 잡아줄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가덕도 신공항으로 급선회하고, 월성 원전을 중단해도 ‘아니오’라고 외치는 관료를 찾아보기 어렵다.동남권 신공항은 이미 6년 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사안이다. 프랑스 공항 전문 업체에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가덕도는 최하위를 기록한 곳이다. 그런데도 예비타당성조사 생략, 특별법 제정 등 밀어붙이고 있다. 월성 원전 또한 감사원 감사 결과 수치를 조작해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관은 자료를 폐기한 공무원을 감싸고, 민주당은 적극적 행정이라며 두둔했다.정부 정책이 180도 바뀌었다면 ‘아니오’라고 외치는 관료가 한 명쯤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침묵하고 있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내년 보궐선거를 성인지 학습기회라고 했다. 공직자가 영혼을 잃어버릴 때 어떤지 보여준 좋은 본보기다. 소신 있는 관료를 찾기도 힘들지만, 소신을 겁박하는 정치가 더 큰 문제다. 예스맨으로 가득 찬 정부, 건전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 이익에 급급한 언론은 해악이다. 긴 침묵은 깊게 침몰할 뿐이다.
- 대한상의, 日 스가 집권기 '한일관계 개선 적기'…대응방안 논의
-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는 법무법인 율촌과 공동으로 26일 ‘제6회 대한상의 통상 포럼’을 개최해 스가 집권기에서의 한일 통상관계 전망과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최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 법무법인 율촌 외에도 △정부 △학계 △업계 △연구기관 등에서 전문가 13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동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한일 통상관계에 대해 “지난 9월 부임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실용주의자로서 한일 경제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스가 정부는 한국 수출규제 강도를 높이기보다는 당분간 현재 상황을 유지·관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어 “일본 정부도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성공적인 도쿄올림픽 개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어 양국관계 개선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다만 “스가 정부도 한일관계를 징용공 배상문제, 일본 정부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문제 해결 등과 결부시키고 있어 단기간에 양국이 타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만약 2차 한국 수출규제가 감행된다면 △첨단소재 △소재가공 △센서 등 상대적으로 비민감한 전략물자 또는 대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정밀화학원료와 같은 기초소재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제조업은 갈라파고스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대일본 무역역조는 계속되고 있으며 대일 무역수지 적자 60% 이상은 소재·부품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시 기존 포괄허가(3년간 유효)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하는 규제조치를 시행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다”며 “그동안 수출규제 3대 품목 중 불화수소를 제외하면 대일본 수입의존도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대한상의 통상포럼 참석자들은 새롭게 출범한 스가 정부는 실용적이고 안정적 대외관계를 지향하는 점에서 그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한일관계도 전환의 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데에 공감했다.다만 스가 정부도 아베 정부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먼저 일본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타협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일본도 한국 관광객 급감,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한국 수출 타격 등 역풍을 맞고 있어 관계개선의 목소리가 높아 지금이 양국관계 개선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일 통상관계 개선방안으로 △관광객 등 민간 교류 활성화 △한일 기업인 간 출입국 제한 완화 △정치권의 비공식적 협의와 우호적 분위기 조성 등이 제시됐다.이번 회의를 주재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한일 통상관계가 1년 반 가까이 경직되면서 불확실성에 따른 우리기업의 경영애로도 그만큼 가중돼 왔다”며 “한국과 일본 공동 번영의 가치 추구를 목표로 양국 정부가 전향적 태도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 주요 경제권 통상현안을 점검하는 ‘대한상의 통상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 [톡톡!금융]동학개미 쓸어담은 한화손보‥무슨 일이?
-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지난 24일 한화손해보험 주가가 갑자기 요동쳤다. 전일(23일) 3040원에 마감된 주가는 이날 오전부터 상승세를 보이더니 장중 26.9% 금액으로 3860까지 치솟으며 52주 최고가까지 새로 썼다. 주가를 상승시킨 주체는 개인들이었다. 개인들은 이날 한화손보 주식 18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억, 9억원을 순매도했다.갑작스레 주가가 상승하자 한화손보 사무실에는 이유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실적 발표일도 한참 지났고, 특별한 공시 사안도 없었는데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소문 당사자인 한화손보도 정확한 이유를 몰라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증권가는 이날 ‘한화손보 매각설’과 관련한 일명 ‘지라시(소문)’가 일부 증권투자방에서 흘러나오면서 주가를 상승시켰다고 보고 있다. 한화손보 매각설은 지난 9월부터 잊을만하면 흘러나오던 얘기지만, 이날 돌았던 ‘지라시’에는 ‘한화손보 대주주인 한화생명이 매각을 위해 준비 중이고, 매각자로는 카카오페이가 거론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손보 매각설이 처음 흘러나온 건 한화손보가 지난 8월 보유하고 있던 캐롯손해보험 지분 전량(68%)을 그룹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에 매각한다는 공시를 내면서 시작됐다.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보,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가 합작 설립한 디지털 손보사로, 지난해 10월 출범했으며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을 히트시키며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지분 관계는 SK텔레콤과 알토스벤처스가 각각 지분 9%대를, 현대자동차가 4%대를 보유하고 있다.캐롯손보 지분 매각 공시가 나오자마자 금융권에서는 한화손보의 대주주인 한화생명이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전환하면서 ‘관련 계열사인 캐롯손보를 유지하고, 한화손보는 매각하는 계획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한화손보의 수년째 악화된 실적은 그 이유를 뒷받침했다. 한화손보는 2017년 당기순이익 1492억원을 기록하는 등 좋은 실적을 냈다. 그러나 불티나게 판매했던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과 장기보험 사업비 과다 집행 등이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다. 그러자 2018년 당기순이익이 823억원으로 줄었고, 2019년에는 -61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불과 2년만에 순익이 적자를 내자 금융감독원은 한화손보를 경영관리 대상에 편입했다. 경영관리 대상에 들어가면 경영상황을 금감원에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받아야 한다. 만약 개선이 안 되거나 건전성(RBC, 지급여력비율)에 문제가 생기면 적기시정조치의 제재가 내려져 임직원징계 및 신규업무 진출 제한 등의 경영상 제약이 생기게 된다. 대주주인 한화생명의 실적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화손보까지 책임지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 분석이다.카카오와 일부 금융지주들이 손해보험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매각설이 나온 한 배경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올해 삼성화재와 추진하던 합작 디지털손보사 설립이 무산된 뒤 자체 손보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에 투자업계(IB)에서는 지난 AXA(악사)손해보험 매각 추진, 이번 한화손보 매각설에도 카카오페이를 유력 인수자로 거론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한화손보 매각인수는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물론 대주주인 한화생명도 한화손보 매각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매각설 이슈보단 ‘손해율 정상화와 실적 회복에 따른 주가의 정상화 과정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지분율도 지난달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올해는 흑자전환과 더불어 배당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9월 6%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7.31%대까지 올라갔다. 또한 올해 한화손보에 대한 에프앤(Fn)가이드 예상 순익은 933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손보는 과거 2년간 대폭 감익과 적자 전환 등 부진한 흐름을 보였으나 올해 흑자 전환 후 내년에는 24% 증가 등 정상화될 전망”이라며 “손보업종 전체적으로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데다가 실손 요율 인상 등이 한화손보의 회복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대상 이 작품]자아를 찾은 향단이와 씬스틸러 고수를 보는 재미
- [현경채 음악평론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지난 9월 선보인 이승희의 신작 ‘몽중인-나는 춘향이 아니라’는 ‘향단’이라는 인물을 선명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 이렇게 딱 세 사람이 무대에 등장하지만 그들의 완벽한 합과 극의 치밀한 구성은 그동안의 그 어떤 공연과도 비교불가하다. 소리꾼 이승희가 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DAC artist) 국악창작자로 선정된 배경에는 ‘입과손스튜디오’에서 작가로 작창자로 꾸준히 쌓은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승희는 DAC 아티스트로 선정된 후 3년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몽중인’ 연작을 만들었다. 이승희는 ‘꿈’을 매개로 ‘춘향가’를 재해석했다. 춘향의 꿈에서 향단의 꿈으로, 고전의 삶에서 현실의 삶으로, 시공간을 이동하는 과정을 작품화했다. 첫해에는 춘향의 내면을 다뤘는데, ‘춘향’ 중심으로 사고를 하다가 그의 곁에 있는 향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통판소리 ‘춘향가’에서 향단의 비중이 거의 없다. ‘몽중인’은 향단의 존재를 끄집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밀리지 않는 사랑을 담고 있고, ‘햄릿’에 필적할 만큼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춘향전’을 ‘몽중인’으로 재구성하면서 이승희가 향단이를 지금 우리가 사는 곳과 비슷한 시대로 오도록 설정한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극은 관객들로 하여금 ‘춘향이의 그네를 밀기만 하던 그녀가 만약 그네에 오르면 기분이 어떨까? 그게 가당한 일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더욱 극 안으로 끌어당겼고, 마지막에 향단이가 그네를 타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선사했다.이승희의 ‘몽중인’은 시대에 억눌린 인물들을 동시대 감각으로 불러왔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그들의 자아를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선택해 나아가는 모습을 향단이를 통해 보여줬다. 판소리는 옛것이고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지만 자아가 없는 향단이와 같이 전통 판소리 사설 속에는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와 시선이 존재했다. 향단에게 투영된 인물에는 노동과 인권 부분에 대한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2020년 도시에 살게 된 향단이는 직장과 카페를 무대로 일을 한다. 출근 전 청소용역을 맡은 ‘향단’의 ‘쓸고 닦고 비우고’는 세련미의 음악으로 귀에 착착 감긴다. “그린티프라푸치노에 자바칩 추가로 같이 갈아주시고, 통자바는 따로 토핑으로 올려주세요. 시럽은 2번 펌프…”라며 커피를 주문하는 장면은 관객들을 숨통 트이게 하는 웃음 포인트로 희극적 요소지만,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의 현장을 고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몽중인’ 공연 모습(사진=두산아트센터)소리꾼 이승희가 하는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다. 이번 ‘몽중인’에서 소리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꿈과 현실을 오가기도 하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소리꾼을 유연하게 따라나서는 고수로서 역할을 담당한 이향하는 향단의 상대역으로 주문받은 커피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북과 북채 둘로 완벽하게 재현한다. 음악구성과 베이스 연주로 함께한 장혁조는 판소리 ‘사천가’와 ‘억척가’를 함께한 분으로 생각이 말과 소리 어우러지고, 그것이 배우인 듯 찰떡으로 음악으로 표현했다. ‘몽중인’의 서사의 완성은 이승희와 이연주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졌다. 하나의 이야기를 이원화하여 판소리계 소설(이연주)과 판소리계 사설(이승희)로 작업을 진행하여 ‘판소리에에 적합한 이야기 창작’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승희는 판소리 창본 구성과 작창을 했고, 무대 위의 배우로서 소리와 연기로 2020년 오늘을 살아가는 향단에게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했다. 판소리계 소설을 담당한 이연주는 ‘꿈’ ‘언니’ ‘그네’의 중요한 키워드를 통해 극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이승희는 ‘몽중인’을 통해 판소리 사설의 작가로서의 구성 능력과 작곡가로서의 작창, 그리고 소리꾼으로서 배우 이승희의 역량이 얼마나 출중한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고전이 위대한 것은 바로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를 담고 있어 수많은 해석과 재창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승희의 ‘몽중인’으로 2020년의 향단을 처음 만나게 된 것도 판소리라는 긴 이야기의 힘과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악계의 흐름은 연주자들이 직접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거대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실연자이며 동시에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작가로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는 젊은 국악인 중에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부분은 판소리이고, 이러한 흐름의 선두그룹에 이승희가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증명했다. 소리꾼 이승희가 하는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고, 완성도 면에서도 출중했다. 소외됐던 인물인 향단에게 집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참신했으며, 시대를 담아냈다는 점에서도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다.‘몽중인’ 공연 모습(사진=두산아트센터)
- "빅딜 무산되면 아시아나 넘길 곳은 중동 오일머니 뿐"
-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국내 항공산업의 틀을 바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25일 오후 5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선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주축인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이 열린다. 이번 딜의 핵심적인 분기점이다. 소송을 제기한 KCGI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넘기는 대가로 한진칼 지분 약 10%를 취득,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거라고 주장한다. 지분 경쟁을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벌이고는 한진그룹은 조 회장 우호지분이 41.4%로, 3자 연합 지분율(46.7%)에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만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기존 주주인 KCGI 입장에선 불리한 결과라는 것이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쟁점은 법원이 이번 유상증자를 주주간의 분쟁의 연장선상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경영상의 목적으로 인정하느냐의 여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이 어떤 결과를 내릴 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법원이 이 사건을 단순히 주요 주주간 경영권 분쟁 측면에서만 보지는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영전략을 전공한 황 교수는 항공산업 재편과 문제와 관련해 국내 대표적인 전문가다. 현재 한진칼 정관(8조 2항 3호)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 30% 내 범위 내에선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제3자인)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산은은 정관을 근거로 한진칼에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원이 정관상의 ‘긴급한 자금조달’ 사유로 받아들이면 KCGI 측 주장은 기각될 수 있다. 황 교수는 “한진칼에 들어간 자금이 대한항공에 유입되고 이후 아시아나 인수로 이어져 항공산업에서 규모의 경제 달성과 시너지 발생을 야기한다는 게 한진과 산은 주장”이라며 “법원이 단편적 부분(한진칼의 제3자 배정)을 볼 지, 전체 부분(항공산업 재편)을 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판례는 경영권 분쟁에 제3자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판단이 많았지만, 이번 건은 산업의 명운이 걸려 있다”며 “법원이 이 점을 가볍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황 교수는 만약 이번 빅딜이 무산되면 “남은 아시아나의 잠재적 인수자는 중동 오일머니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성사되야 하는 딜이라는 게 황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빅딜 반대 쪽에선 아시아나를 채권단 관리체제로 두고 구조조정을 통해 새 회사로 만들자고 하지만, 그런 방안은 항공업이 호황일 때도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아시아나가 채권단 관리체제를 거쳐 정상적인 회사로 거듭날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산은이 그동안 STX나 대우조선해양 등 거대 부실기업 관리를 맡아 좋은 결과가 없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황 교수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노딜’ 이후 아시아나의 신속한 재매각 추진에 대해 “산은 내부에서 인수합병이나 관리문제와 관련해 위기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에 다른 접근법으로 나선 것 같다”고 했다.빅딜이 무산되면 산은이 대략 앞으로 5년간 수조원을 투입하겠지만 매각협상대상자를 찾는 건 어려울 거라고 했다. 실제 산은은 아시아나 매각을 위해 국내 주요 재벌그룹 상당수를 타진했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그는 KCGI에서 중동계 오일머니의 인수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나는 외국계 자금에 매각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다만, 황 교수도 이번 거래에 대해 조원태 회장도 큰 리스크를 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이해관계가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고도 말했다. 산은이 한진칼에 대해 갖는 ‘7대 의무조항’과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에 대한 담보설정, 임의처분권, 경영진 교체 등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조 회장에게 현재 가장 위협적 존재는 3자연합이지만 자칫하면 산업은행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은 다음달 2일이다. KCGI 측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법원 판단은 늦어도 그 전날까지는 나올 전망이다.(사진=이데일리DB)
- 공수처장 추천위 재소집에 변협 회장 발끈한 까닭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치적 중립을 생명을 하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국회에서 합의했으니 오라면 가는 그런 단체인가.”국회의장 중재로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한 23일,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 작심발언을 날렸습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 2명의 최종후보 명단을 추리기 위해 열린 3차에 걸친 회의는 여·야 추천위원들의 ‘정치적 셈법’으로 공전하며 사실상 추천위 존재 이유 자체에 물음표가 따라 붙은 마당이었죠. 작금의 상황을 주도한 정치권에서 추천위 재가동을 결정하자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쓴소리’를 감추지 않은 건데요. .다만 이 회장은 24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발언이 추천위 재가동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25일로 예정된 추천위 4차 회의에 “일단 참석하겠다”며, 이를 앞두고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입바른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그러면서 그는 “앞서 상식 이하의 추천위 회의가 진행되면서 ‘이게 법률가들이 할 행위인가’라는 의문까지 들었다. 만약 이런 과정을 통해 공수처가 출범을 한다면 매 사건마다 정치적 시비에 걸리는 등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걷겠나”라며 “추천후보 뿐 아니라 추천위원들도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켜야한다는 의미에서 총대를 멘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추천후보를 왜 국회가”…첫 단추 잘못 끼웠나실제로 초대 공수처장 추천후보 명단 면면은 물론 추천위 회의 과정 하나하나를 두고 정치적 잡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추천위는 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추미애 범부부 장관, 이찬희 회장을 비롯, 여·야 측 추천위원 4명(여당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박경준 변호사, 야당 이헌·임정혁 변호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됐으며, 각각의 추천을 받아 지난 9일 총 11명의 초대 공수처장 1차 후보 명단을 확정했는데요. 야당 측 추천후보인 손기호 변호사는 곧장 후보직 사의를 밝혔고, 나머지 10명의 후보들 가운데에도 여럿이 시작부터 ‘정치적 중립성’ 등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야당 측 또 다른 추천후보인 석동현 변호사는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4·15 총선 무효소송 대리인단 대표를 맡고 있는데다 명단 확정 다음날인 10일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될 괴물기관”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여당 측 추천후보인 전종민 변호사의 경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어 마찬가지로 논란이 일었구요. 2명의 최종 추천후보를 추리기 위한 추천위 회의가 본격화되니 잡음은 더욱 커졌습니다. 2차 회의는 추천후보들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신중론’에 부딪혀 마땅한 성과없이 마무리됐고, 재차 열린 3차 회의에서는 또 다시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비토권’ 행사로 최종 추천후보를 추리지 못했습니다.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을 받아야 최종 추천후보 2명에 들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번번히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의 반대표에 부딪혔죠. 1차 기명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는 대한변협 추천후보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2차 무기명 투표 최다 득표자는 김 연구관과 추 장관 추천후보인 전현정 변호사였는데 모두 5표를 받아 최종 추천후보 선정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이 회장은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공수처장을 뽑는 자리에 정치가, 정치인이 개입하니 안되는구나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라며 “국회, 정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고 견제하면 되는 것이지 임명 자체에 관여하는 것도 삼권분립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률가로서 이같은 과정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고 분노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조재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3차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목은 추천위 4차 회의로…野 태도변화냐, 與 개정안이냐추천위 재가동 결정에도 전향적 결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은 매우 낮습니다. 앞선 추천위 회의 과정을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야당이 열쇠를 쥐고 있지만, 역시나 ‘신중론’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재차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비토권 행사가 이어진다면 다음 공은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해당 개정안은 초대 공수처장 최종 추천후보 2명 선정을 위한 찬성표를 기존 6명에서 5명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최종 추천후보 선정이 가능해 집니다. 3차 회의 당시 투표 결과를 놓고 보면 김 연구관과 전 변호사가 유력하다는 평가입니다. 이 회장은 “정치라는 게 안되는 것도 되거나, 되는 것도 안되는 경우가 많아 추천위 4차 회의 역시 당일 열려봐야 알 수 있다”며 일말의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당초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가졌지만, 기왕 출범하기로 결정된 만큼 추천위에서 최종 추천후보를 뽑지 못하더라도 회의라도 합리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왼쪽) 원내대표와 주호영(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공수처법 해법을 논의한 뒤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카카오워크, 모바일 화상회의·휴가표시 기능 추가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종합 업무 플랫폼 카카오워크의 1.06 버젼 업데이트를 통해 △모바일 화상회의 △워라밸 강화(휴가표시)△워크 스페이스 전환 기능 등을 추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카카오워크 모바일 화상회의우선 PC에 이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에도 화상회의 기능을 추가했다. 모바일 화상회의 기능은 모바일 채팅방과 카카오워크 3탭에서 화상회의 아이콘을 클릭해 이용할 수 있다. 구글 캘린더, 구글 드라이브 등 기존에 사용하던 타 업무 서비스도 카카오워크와 연결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일과 일상을 분리하기 위해 프로필·대화 입력창에 휴가 상태 표시 기능도 추가 탑재했다. 만약 휴가 중이거나 퇴근 후 등 업무시간이 아니라면, 프로필·대화 입력창에 휴가 표시가 나타난다. 기존에는 비 업무시간에 메시지 알림을 받지 않는 기능이 있었지만, ‘워라밸’을 지키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추가한 기능이다. 또 ‘워크스페이스’를 편리하게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별도의 로그인 과정 없이 업무를 할 때는 A 워크스페이스로 진입해 업무를 처리하고, 동문회 행사나 주요 소식들을 보고 싶으면 B 동문회 워크 스페이스로 진입해 동문들과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식이다. 일반적인 기업용 업무 플랫폼은 같은 기업·조직에 소속된 사람 간에만 이용 가능하지만, 카카오워크는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워크스페이스를 개설할 수 있다. 타 기업이나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업, 동문회 운영 등 카카오워크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대화방 별 알림음, 배경화면 설정 기능과 관리자를 위한 튜토리얼 및 사용 가이드도 추가했다.카카오워크 휴가 표시.카카오워크는 앞으로도 기업 고객 및 이용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 적용할 예정이다. 카카오워크 앱 내 버전 정보에서 업데이트 예정 기능을 공지하며 지속적으로 사용자에게 업데이트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사내 시스템과 연계한 다양한 봇 서비스를 제작해 카카오워크에 연동할 수 있는 ‘커스텀 봇 제작’ 기능을 비롯해 메시지 삭제, 메시지 번역 기능 등을 추가한다. 이미지 워터마크 표시, 채팅창 자동 잠금·암호잠금 설정 등을 적용해 보안 기능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워크의 무료 서비스 제공 기간을 오는 12월까지 연장한다. 향후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결재, 근태관리 등 업무에 꼭 필요한 기능들을 담은 무료 플랜과 함께 다양한 유료 플랜의 구체적인 스펙도 공개할 예정이다.한편, 지난 9월 출시한 카카오워크는 두달 만에 워크스페이스 개설 수 7만여개를 돌파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회사측은 △카카오톡처럼 편리한 사용성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유연한 연결 △인공지능(AI)·통합 검색 기술 △화상회의 △전자결재·근태관리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