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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전차…우크라 전쟁 이후 외국인 1.9조 던졌다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코스피의 전차(電車·전기전자 자동차)군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신음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4개월 만에 6만전자로 추락했고 현대차(005380) 역시 올 들어 21만원대인 주가는 16만원대로 내려왔다. 외국인은 전차군단을 단 8일만에 무려 1조9189억원 팔아치웠다. 여기에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반격하기 위해 ‘비우호국가’ 명단을 발표하며 추가 손실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8거래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와 삼성전자우(005935)(우선주)를 각각 1조1575억원, 2658억원씩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팔아치우는 만큼, 주가도 떨어졌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달 28일부터 8일까지 4.7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하락세(3.57%)보다 과도한 수준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현대차(005380)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외국인은 지난 24일 이후 8거래일간 현대차(005380)의 주식 2949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현대차그룹의 기아(000270) 역시 2007억원을 순매도했다. 현대차는 8일 장에선 제자리를 지키며 16만8000원으로 마감했지만 전쟁이 발발한 후 8거래일간 6.93% 하락했다. 주가를 억누른 가장 큰 우려는 공급 문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러시아를 오가는 해상 운송 노선이 끊기고 러시아향 수출이 중단됐다. 글로벌 해상 물류 차질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인 네온, 크립톤, 제논 등의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수가스 자체가 반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지역 의존도가 높아 현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이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한 현대차(005380)는 9일부터 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었지만, 부품 수급 문제가 이어지며 재가동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판매사들에 대한 차량 인도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게다가 러시아의 ‘비우호국가’ 지정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러시아는 전날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일본,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대만, 우크라이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의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생산 중으로, 현재 러시아 스마트폰·TV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다. 기아(000270)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는 연간 23만대의 차량을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내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기준 22.6%로 현지 완성차업체인 아브토바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40여 기업 중에서도 전차군단의 비중은 매우 크다. 이미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해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은 최근 루블화가 빠르게 떨어지면 현지 제품가격 책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생산법인이 보유한 외화가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환산차손까지 감당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우호국가 지정으로 채무 상환도 루블화로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 경제 제재 이후 루블화의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지난달 24일 루블은 달러당 70~80루블 수준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55루블에 달한다. 한 국내주식 펀드매니저는 “비우호국가 지정은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를 막기 위해 루블화 가치 하락을 외국 기업에 전이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이슈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나 현대차(005380)에 호재라고 할 만한 이슈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기간 가파르게 주가가 하락한 만큼,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튼튼한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슈도 점점 잦아들 것이란 기대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악재가 상당 부분 반영돼 저평가 영역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메모리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할 것이고, 원가 상승 부담에도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와 환율 상승으로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러시아 내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도 현재 현대차(005380)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상태”라면서 현재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 러 디폴트에 달러유동성 위험까지…환율 1300원까지 뛸까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며칠새 환율이 1분기 고점으로 예상했던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1250원을 뚫는다면 팬데믹 초기 수준을 뛰어 넘는 1300원대까지 급등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외환시장에서 1분기 단기 고점으로 예상했던 1250원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러시아발(發)악재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에 환율 상단을 1300원대 수준으로 높여야 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8일 원·달러 환율이 1240원을 3원 가량 남겨둔 1237원에 마감했다. 사흘 연속 10원대 안팎의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날 장중 고점 기준으로 보면 1238.70원을 찍었다. 고가, 종가 모두 2020년 5월29일(1240.40원, 1238.50원) 이후 1년 10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이슈까지 겹친 영향이다.2월 이후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환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물가 급등과 경기 하락을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단 점이다. 국제유가가 140달러를 돌파한 것은 물론, 이날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이 전장 대비 111% 폭등한 10만1365달러에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이 여파로 중국건설은행(CCB) 자회사인 CCBI 글로벌마켓이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하자 LME는 수 억달러의 마진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니켈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면서 중국건설은행 자회사가 마진콜까지 받았고, 주식시장에서 니켈 가격에 거꾸로 베팅하는 2배 인버스 ETN(상장지수증권)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단 소식도 나오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다른 통화들 대비 원화가 이런 원자재 수급 영향에 유독 약한데다가 스태그플레이션, 오일 쇼크 우려도 커지면서 달러대비 원화 값 추락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달러유동성 지표의 악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달러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불과 2년 전 팬데믹 당시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단 가능성도 나온다. 원·달러 3년 만기 스와프 베이시스는 마이너스(-)85.50bp(1bp=0.01%포인트)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월24일(-62.50bp)대비 23bp 확대됐다. 백 연구원은 “아직은 달러 유동성 경색(crunch)이 나타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상황, 중국 등에서 나오는 마진콜 이슈, 미국 금리 인상기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그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향후 환율 흐름을 예상하기 위해 시장이 주목하는 이벤트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검토하는 가운데, 이 법안이 통과되는지 여부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를 제외한 미국의 독자 제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현재 140달러대를 기록한 유가는 더 뛸 수 밖에 없는데, 일부 투자은행(IB)에선 200달러대 전망까지 나온다 . 1970년대 이후 3차 오일쇼크 현실성도 거론되면서 환율의 상단은 1300원 혹은 그 이상일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러시아의 디폴트 위험이다. 경제 제재로 자산이 동결된 러시아는 16일 만기가 돌아오는 1억1700만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국채 이자를 내야 하는데, 계약상 루블화로는 지급할 수 없고 채권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러시아의 부분적 디폴트가 나타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군을 직접 배치한다면 환율이 1300원 이상으로 뛸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미 하원의 독자적 원유 제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달러 매수 세력을 보면 시장 불확실성을 열어두고 안전자산을 매집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현재 단기 고점은 1250원이나 오일쇼크,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 한다면 상단을 알 수 없을 것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 [최정희의 이게머니]러 디폴트 우려, 달러 유동성은 괜찮을까
- (사진=AFP)[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방권의 러시아 제재와 이에 따른 러시아의 보복 조치 파장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유동성 지표의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2020년 3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사태 전개에 따라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달러 유동성 지표 나빠졌다…3년물 스와프 베이시스 확대 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3년 만기 스와프 베이시스는 마이너스(-)85.50bp(1bp=0.01%포인트)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월24일(-62.50bp)대비 23bp 확대됐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등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던 작년 11월19일(-85.50b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출처: 마켓포인트, 서울외국환중개)스와프 베이시스는 통화스와프(CRS)와 이자율스와프(IRS)의 금리 차이로 마이너스 폭이 커질수록 달러 조달 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IRS금리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CRS금리가 낮아지면서 스와프 베이시스가 확대됐다.CRS금리는 원화를 빌려주고 달러를 빌릴 때 받은 원화 고정금리로, CRS금리 하락은 원화 이자를 덜 받더라도 달러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CRS금리는 1.46%(3년물)로 지난달 24일(1.62%)보다 0.16%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엔 CRS 금리(3년물)가 마이너스까지 갔었다. 달러를 빌리는 데 담보로 제공한 원화에 대해 이자를 받기는 커녕 달러 이자에다 원화 이자까지 얹어줘야 달러를 빌릴 수 있었단 얘기다. 2년 전 만큼 최악은 아니지만, 최근의 CRS금리나 스와프 베이시스 움직임은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로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이를 보여주는 스와프 포인트는 1년물 뿐 아니라 6개월물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년물 스와프 포인트는 -480원으로 스와프 레이트(스와프 포인트를 현물환율로 나눈 후 연율로 표시)는 -0.388% 수준이다. 2월 중순부터 마이너스를 보이기 시작했다. 6개월물 스와프 포인트는 -90원이고 스와프 레이트 역시 -0.145%를 기록, 지난달 말부터 마이너스 신세다. 이는 한국 투자자가 스와프시장에서 원화와 달러화를 6개월 간 바꿀 경우 1년 뒤 원금이 0.145% 만큼 깎인다는 얘기다. 스와프 레이트가 하락할수록 달러 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이주호 국제금융센터 외환분석부장은 “지난달 24일 러·우 전쟁 이후 달러 유동성이 점차 안 좋아지고 있다”며 “유로·달러 뿐 아니라 달러·엔 스와프 베이시스 등도 확대되면서 글로벌 전체적으로 달러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1개월물 스와프 레이트는 0.727%로 플러스를 유지하는 등 초단기 부문에선 달러 유동성이 잘 버티는 모습이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단 평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초단기 FX스왑이 급락하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2020년 4월처럼 증권사 등의 해외 거래소 마진콜 이슈가 부각될 경우 앞으로 현물 환율의 추가 급등, FX스왑 급락 가능성이 높다”며 “3월 말까지 외환시장에서 증권사 관련 달러 수급 동향에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패닉셀링에 러 디폴트까지…유동성지표 예의주시해야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등 추가 제재가 검토되면서 금융시장은 점차 패닉 상태로 가고 있다. CNN이 집계하는 공포와 탐욕지수(Fear and Greed Index)는 최근 13으로 `극도의 공포(Extreme fear)`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공포지수인 VIX(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는 36선으로 2020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출처: 마켓포인트, 서울외국환중개)러·우 전쟁 이후 주식, 채권 할 것 없이 펀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EPFR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월 2일까지 글로벌 주식펀드에선 50억달러가 순유출됐고 글로벌 채권펀드에선 106억달러가 빠져나갔다.러시아 디폴트 우려가 부각되면 패닉 셀링(panic selling·공포 매도)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달러, 유로로 발행한 외화 국채의 총 잔액은 약 396억달러이고 외화표시 회사채까지 합하면 총 2580억달러에 달한다. 달러화 국채의 경우 이달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이자 지급일이 도래하는데 이때 러시아가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 디폴트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3일 루블화 표시 국채 이자를 받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자를 지급했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외 고객에게 돈을 못 보내게 막으면서 투자자들은 이자를 못 받게 됐다. 관건은 달러화표시 국채 이자까지 미상환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김윤경 국금센터 자본시장부장은 “러시아 정부가 국채 이자를 상환하더라도 각종 제재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반출이 불가할 경우 기술적으로 디폴트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1998년과 같이 러시아 채무불이행이 재차 현실화되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 '안갯속' 러시아 증시, 일부 펀드 상각…속타는 투자자
-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일부 운용사는 거래 정지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러시아 관련 기초자산을 담은 펀드를 상각(회계상 손실 처리)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사진=AFP)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관련 기초자산에 대한 기준가를 재평가한 평가가격을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내용을 판매사와 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상각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은 현재 거래가 정지된 러시아 상장 주식들과 미국 상장 러시아 소재 주식들이다. 모스크바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다이아몬드 회사인 알로사, 어린이 소매업체인 데트스키 미르와 뉴욕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 전자 상거래 플랫폼 오존 홀딩스, 광산철강업체 메첼, 통신사업자 모바일텔레시스템스, 온라인 채용 플랫폼 헤드헌터그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상각률은 50%로, 기존 가격의 절반으로 적용됐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이들을 보유한 펀드는 러시아 주식형 펀드 뿐만 아니라 동유럽, 브릭스 펀드를 비롯해 TDF(타겟데이트펀드), 어린이 펀드 등 10여개가 넘는다. 보유 자산 규모에 따라 수익률이 깎이는 정도는 차이가 크다. 러시아 주식 비중이 현저히 낮은 ‘미래에셋전략배분TDF’의 경우 수익률 변화가 0.01% 아래에서 이뤄져 타격이 거의 없다. 반면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 펀드의 변동률은 -10%에 가깝다. 게다가 해당 펀드는 영국 런던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러시아 기업의 주식예탁증서(GDR)을 다수 담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만 해도 런던 증시에서 8달러대에서 거래되면 가스프롬 GDR은 현재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상각과 주가 급락이 맞물리면서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85.95%(3월 7일, 에프앤가이드 대표 클래스 기준)로 내려갔다. 이는 러시아 펀드 평균 -60.58%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동일 기준 -30~-60% 수익률을 기록하는 여타 운용사의 러시아 펀드가 ‘정상적인’ 가격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러시아와 미국 상장 종목 거래가 멈춘 데다 일부 유럽 증시에서 거래가 진행되고 있더라도 제재를 고려해 주문을 거부하는 해외 브로커들이 있어 정상적인 거래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미 지난달 28일부터 KB, 키움투자, 신한, 한화, NH아문디, 우리, 미래에셋 등이 러시아 펀드에 대한 신규 설정 및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러시아 펀드를 운용하는 타 운용사들도 상각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오는 16일 7억 달러 상당의 국채를 갚아야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러시아 비거주자에 대한 국채 상환은 서방 제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공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추이를 지켜본 후 상각 처리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앞서 지난 3일 지수 사업자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는 ‘시장 접근성’을 이유로 러시아를 신흥국(EM) 지수에서 단독 시장으로 재분류하고,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오는 9일 종가부터 0.00001 가격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수를 쫓는 ETF(상장지수펀드) 및 인덱스 펀드는 9일부터 러시아 관련 기초자산을 사실상 상각 처리할 예정이다.뒤늦게 저가 매수를 노리고 러시아 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한 투자자는 “환매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상각까지 이뤄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면서 “계좌에 찍힌 숫자를 보면서 속만 타들어갈 뿐”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