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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규제지역 내 역세권 아파트, 규제 한파에도 ‘방긋’
- ‘시흥월곶역 블루밍 더마크’ 아파트 조감도.[이데일리 박민 기자]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서울 등 주요 지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수도권 비규제지역은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22일 업계에 따르면 비규제지역 단지는 조정대상지역이 집 소유 및 세대주 여부에 따라 청약에 제한이 생기는 것과는 달리 만 19세 이상이라면 유주택자나 세대원이라도 누구든 자유롭게 청약 신청할 수 있다. 또 규제지역과 달리 전매제한기간도 6개월~1년으로 짧다.이러한 비규제지역에서 역세권 입지를 갖춘 곳이라면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보다 지하철 여건이 좋지 않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주택구매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꼽힌다. 역세권 주거지는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훨씬 수월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인천 서구 가정동에 분양한 ‘루원시티 SK리더스뷰’에는 총 3만5443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24.48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 단지는 비규제지역이면서 더블역세권 입지를 갖춰 냉각된 부동산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최근에는 경기도 시흥이 비규제지역이자 여러 개발 호재가 더해져 각광 받는다. 그중 월곶-판교선(월판선) 교통 호재가 주목된다. 월판선 건설사업은 수도권 서남부 지역인 시흥, 광명, 안양, 성남 판교를 동서로 연결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월판선이 개통되면 광명역(KTX)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송도역과 시흥시청역, 광명역, 인덕원역, 판교역에서 주요 철도 노선과 환승이 가능해 주민들의 교통편의성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주택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지다 보니 보니 비규제지역 단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게다가 역세권, 개발 호재 요소가 덧붙여진다면 주거편리성과 높은 미래가치까지 지녀 가치가 더 뛸 것”이라고 말했다.벽산엔지니어링은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에서 ‘시흥월곶역 블루밍 더마크’를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39층, 2개 동, 전용면적 55~65㎡ 총 27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단지는 비규제지역에 들어서 전매제한기간이 6개월로 짧다. 특히, 수인선 월곶역이 도보 3분 거리내 에 있는 초역세권 입지다.대림산업은 다음 달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서 ‘안산원곡 e편한세상(가칭)’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하 2층~지상 35층, 12개 동, 총 1357가구로 지어진다. 단지는 지하철 4호선 안산역이 도보권에 있으며 주변으로 원곡초o중o고, 관산초 등 다수의 학교가 위치한다. 같은 달 동양건설산업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A-40블록에 들어서는 ‘고덕 파라곤 2차’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사 1층~지상 20층, 10개 동, 전용면적 84㎡ 총 654가구 규모다. 단지 인근에는 지하철 1호선 서정리역이 위치하며 단지 북쪽이 대규모로 조성중인 함박산 중앙공원으로 연결돼 있다.
- 트와이스, 컴백 당일 '팬시' 뮤비 티저로 '팬심' 자극
- (사진=JYP엔터테인먼트)[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걸그룹 트와이스가 타이틀곡 ‘팬시’(FANCY)를 앞세워 22일 오후 6시 컴백한다. 이에 앞서 ‘팬시’의 하이라이트 음원 및 안무가 공개돼 ‘팬심’을 자극하고 있다.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이날 0시 트와이스의 각종 SNS 채널에 미니 7집 앨범 ‘팬시 유’(FANCY YOU) 타이틀곡 ‘FANCY’의 주요 포인트 음원 및 안무가 담긴 뮤직비디오 티저를 깜짝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티저 속 트와이스는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에 “누가 먼저 좋아하면 어때”, “지금 너에게로 갈래” 등의 가사로 그동안 선보인 적 없던 도발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단체 칼군무를 뽐냈다.‘팬시’는 트렌디한 감성과 우아한 플루트 사운드의 조화가 돋보이는 멜로 무드 팝 댄스곡이다. 트와이스는 신선한 사운드, 파워풀한 군무, 멤버들의 물오른 매력을 합쳐 새로운 콘셉트를 완성했다. 데뷔곡 ‘우아(OOH-AHH)하게’부터 ‘치어 업’(CHEER UP), ‘TT’(티티), ‘라이키’(LIKEY)‘ 등 트와이스의 대표 히트곡을 탄생시킨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이 작곡과 작사를 맡아 다시 한 번 ‘트와이스 열풍’을 기대하게 한다.이번 미니 7집 ‘팬시 유’는 총 6트랙으로 ‘Charli XCX’를 비롯한 해외 유수의 작곡가들과 지효, 모모, 사나, 채영의 작사 참여로 음악적 완성도와 진정성을 더했다. 트와이스는 새 앨범 발매와 함께 2019 월드투어로 전 세계 팬들과 만난다. 5월 25~26일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6월 15일 방콕, 29일 마닐라, 7월 13일 싱가포르, 17일 로스앤젤레스, 19일 멕시코시티, 21일 뉴어크, 23일 시카고, 8월 17일 쿠알라룸푸르까지 북미 4개 도시를 포함, 전 세계 9개 도시에서 10회 단독 공연을 펼친다.
- [프로듀서 시스템]③김건홍CP “프로듀서의 덕목은 소통…치열한 설득이 일상”(인터뷰)
- 사OCN 드라마 ‘플레이어’의 배우 정수정, 고재현 PD, 김건홍 CP, 배우 송승헌.(왼쪽부터)(사진=송승헌 SNS)[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작가들의 집 주소를 수첩에 적어 다닐 때가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일정을 올스톱하고 현장을 간다. 당사자를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해결 방법이기 때문이다.”인터뷰 내내 휴대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방영 중인 드라마와 관련된 연락이었다. 담당 작품이 방영 중일 땐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도 “좋아서 하는 일”라고 웃었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김건홍(43) 스튜디오드래곤 2CP였다. 스튜디 오드래곤의 힘은 프로듀서로 꼽힌다. 지상파와 달리 프로듀서의 권한을 확대된 조직이다. 시청률을 떠나 작품성을 강조한 유니콘 팀, 기획에 집중하는 크리에이터 팀 등 특색있는 조직 구성이 인상적이다. 김 CP는 2팀을 이끄는 수장이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사이코메트리’, OCN ‘빙의’를 담당한다. OCN ‘라이프 온 마스’(2017), tvN ‘K2’(2016) 등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외주제작사(올리브나인, 아이윌미디어)와 채널(CJ E&M, 현 CJ ENM)을 두루 거친 것도 그의 강점이다. 15년 차 베테랑 프로듀서인 그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소통’을 꼽았다. “드라마는 감독, 작가, 스태프, 배우가 함께 하는 작업이고, 프로듀서는 그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 움직인다”는 그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로듀서란 무엇인가.△프로듀서는 캐스팅부터 제작까지 전 영역을 총괄한다. 누군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바로 잡기도 한다. 치열한 설득의 과정이 전제된다. 방향성이 합의되면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보통 프로듀서는 동시에 2~3개 작품을 병행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결합시킨다.―프로듀서는 왜 중요한가.△객관적인 시선으로 중심을 잡아준다. 최소한 1년 정도 한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나 감독은 더 이상 객관적이기 어렵다. 그럴 때 냉철한 조언을 하는 사람이 프로듀서다. 작가나 감독의 미움을 받을 수밖에. (웃음) ―작품을 고를 때 기준이 궁금하다. △시청자의 시선을 따라가기 위해 시놉시스 보단 대본을 집중해서 읽는다. 이해가 안되서 시놉시스를 읽게 하거나 대본을 앞뒤로 뒤적여야 하는 대본은 결국 덮는다. 캐릭터가 명확할 때 술술 잘 읽히는 편이다. 채널의 특성을 일부러 의식하진 않는다.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은 이유가 분명한 게 중요하다. 그 다음에 편성을 위해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을 거친다. OCN ‘블랙’과 ‘플레이어’는 주변에서 반대했지만, 끊임없이 설득해 제작까지 이어졌다. 글로벌 OTT의 시장 진입 등 드라마 시장의 경쟁은 전보다 치열해졌다. 미디어 환경의 급변에도 현장은 주먹구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도 김 CP의 몫이었다. 그는 “고착화돼 주먹구구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고 일침하면서 “서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와 일하면 적어도 제작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제작비 지급 방식 등에서 지상파와 차이가 있다. 그에 비하면 지상파는 여전히 제작비 지급을 제한하고 있다. 글로벌 OTT도 드라마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제 돈 받고 콘텐츠를 팔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무하는 입장에선 어려움도 있다. ‘나홀로 그대’, ‘좋아하면 울리는’ 등 넷플릭스를 드라마를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하는데, 현지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프로듀서 육성은 어떻게 이뤄지나. △아직은 도제 시스템이다. 내부적인 훈련과 현장 경험을 토대로 신입 프로듀서들을 육성하고 있다. 스타 PD와 작가는 있지만 스타 프로듀서는 없지 않나. 후배들에게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다. 전사 차원에서 프로듀서의 브랜드화를 고민하고 있다.
- [갑자기 분위기 배낭여행] 킬리만자로에 표범은 없지만...
-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누구나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사진=공태영)‘킬리만자로(Killimanjaro)’. 누군가는 ‘표범’을 연상하겠지만 사실 킬리만자로에서 표범이 관측된 건 1926년 딱 한 번뿐이다. 표범이 없는 그곳엔 대신 화보집에 나올 법한 풍경, 고도가 변하면 따라 변하는 갖가지 풀과 나무들,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있다. 킬리만자로에 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절친한 동료가 되는 사람들도 킬리만자로가 주는 선물이다. 짧게는 5일, 길게는 10일 이상 걸리는 '킬리만자로 트레킹'은 그 안에 다양한 장소와 경험, 희로애락을 담은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고도에 따라 풍경도 바뀌고 산소는 떨어지고킬리만자로에 오르는 길은 총 일곱 가지 루트(route)가 있는데, 그 중 '마랑구 루트(Marangu Route)'는 전체적인 난이도가 높지 않고 다른 루트와 다르게 텐트가 아닌 오두막 모양의 ‘헛(hut, 산장)’에서 숙박할 수 있어 가장 대중적인 루트로 ‘코카콜라 루트’라고도 불린다. 마랑구 루트의 제일 짧은 4박5일 일정은 첫 3일 동안 해발고도 4700m까지 오른 뒤 넷째 날 자정부터 해발 5895m의 정상으로 올라가서 일출을 보고 다시 출발점으로 내려오는 식이다.첫 날 트레킹을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날까지 주변 풍경은 매일 바뀐다. 트레킹 시작점인 ‘마랑구 게이트(Marangu Gate, 해발 1980m)’에서 첫 날 숙소인 ‘만다라 헛(Mandara Huts, 2720m)’까지는 키 큰 나무와 초록풀이 우거져 정글을 방불케 하는 열대우림이다. 그 다음 목적지 ‘호롬보 헛(Horombo Huts, 3720m)’으로 가는 길에는 키 작은 나무들이 서 있고 한국에서 못 보던 다양한 꽃들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여기부턴 구름보다 높은 곳을 걷게 된다. 고도가 더 높아질수록 키가 점점 작아지던 나무들은 3일차 숙소인 ‘키보 헛(Kibo Huts, 4700m)’을 앞두고는 아예 자취를 감춘다. 대신 눈앞엔 황량한 고원사막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해발 5000m를 넘어 정상에 가까워지면 주위에 만년설이 깔리고 빙하도 볼 수 있다. 산 하나를 올랐을 뿐인데 여러 지역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트레킹 1일차에는 풀과 나무가 우거진 열대우림을 걸어간다. (사진=공태영) 3일차에 고도 4000m를 넘어가면 식물이 점점 사라진다. (사진=공태영)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생명체를 찾기 힘들다. (사진=공태영)마랑구 루트는 대체로 완만하다. 정상에 이르기까지도 급격한 경사 없이 한 줄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묵묵히 걸으면 그날그날의 목적지에 도착한다. 하지만 급경사가 없다고 해서 트레킹이 쉬울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실제로 킬리만자로의 정상 등정 성공률은 50% 미만에 불과하다. 이런 낮은 성공률의 원인 중 하나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소가 부족해져서 생기는 ‘고산병(altitude sickness)’이다.고산병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해발 4000m를 넘어가는 3일차 일정부터는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두통, 메슥거림, 구토 등의 고산병 증상을 호소한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움직이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때문에 산을 오르는 내내 트레킹 가이드는 ‘천천히’를 의미하는 스와힐리어 “폴레(pole)”를 연발하며 물을 충분히 마시라고 매일 권한다. 또한 같은 루트라도 일정이 더 길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고산에 적응하는 기간을 따로 추가한 것이다. 물론 이런 예방책들이 고산병을 완전히 막아준다는 보장은 없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의지와 상관 없는 고산병으로 힘들어한다. 죽을 고생을 하며 올라간 '우후루 피크'에선 아프리카 대륙을 깨우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공태영)킬리만자로의 일출과 은하수, 그리고 사람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키보 헛에서 정상으로 오를 때다.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면 산장에서 자정에 출발해야 하는데, 깜깜한 밤, 부족한 산소, 온몸이 얼어붙는 기온에 1000m의 고도를 6시간 동안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고산병까지 더해지면 걸어다니는 시체가 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상을 눈앞에 두고 이 구간에서 포기해서 발걸음을 돌린다.그럼에도 꾸역꾸역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다 보면 주위가 조금씩 밝아지고 어느새 표지판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우후루 피크(Uhuru peak), 5895m’. ‘우후루(Uhuru)’는 스와힐리어로 ‘자유’를 뜻한다. 이곳 자유의 봉우리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은 없다. 여기가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다. 때마침 운해를 뚫고 떠오르는 태양은 지난 6시간 군림하던 어둠을 한순간에 내몰고 온 주위를 그 빛으로 물들인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이 장면을 만끽하며 사진을 찍기도, 서로의 등정을 축하하기도 한다.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광경도 킬리만자로 트레킹의 매력 중 하나다. 고도가 낮은 만다라 헛과 고도가 너무 높아 고산병이 심해지는 키보 헛 사이에 있는 호롬보 헛은 별 구경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구름보다 높은 곳이라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긴 해도 그만큼 하늘에 더 가까워서 별이 선명하게 빛나는데, 때문에 한 번 보면 추위도, 시간도 잊고 서서 별구경만 하게 된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은하수는 가까이에 펼쳐져 있다. 트레킹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걷는 가이드와 포터. 이들 없이는 트레킹도 없다. (사진=공태영)킬리만자로를 오르다 보면 꽤 많은 사람과 친해진다. 전 일정 동안 바로 옆에서 함께 걷는 가이드는 매일 컨디션을 점검해주고 일정을 알려주며 말동무까지 해주기 때문에 안 친하기가 더 어렵다. 숙소에서 만나는 다른 여행자들과도 꽤 쉽게 친해진다. 국적과 쓰는 말이 달라도 같은 곳을 목표로 같은 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로를 가까워지게 한다. 특히 고산병이 심한 사람끼리는 동병상련의 감정이 흘러넘쳐서, 고난의 6시간을 거쳐 정상에 같이 오르기라도 하면 세상이 갈라놓을 수 없는 끈끈한 사이가 된다. 산을 오르고 내리며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과 주고받는 가벼운 인사, 격려의 말도 작지만 귀중한 힘이 된다. 혼자라면 절대 오르지 못했을 킬리만자로를 다양한 이들과 함께 정상까지 오른다. 짧은 순간의 동행이지만 킬리만자로에 있는 순간만큼은 다들 ‘공동체’를 경험한다./스냅타임
- 케이시 "높은 음원 순위 실감 안나, 얼떨떨하고 감사한 마음"
-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자신의 경험을 담아 직접 가사를 쓰고, 몇 번째 무대건 마치 첫 무대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케이시. ‘그때가 좋았어’와 ‘진심이 담긴 노래’로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케이시와 bnt가 만났다.비앤티 꼴레지오네(bnt collezione), 프론트(Front), 스텔라 마리나, 위드란(WITHLAN) 등으로 구성된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화보에서 그녀는 플라워 패턴 셔츠에 화이트 오버롤로 생기발랄 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도로 한복판에서 촬영한 민트색 원피스와 블랙 원피스의 믹스매치 룩으로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갈대밭에서 오리엔탈 패턴의 레드 팬츠로 어쿠스틱 무드를 발산하며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촬영 후 마주 앉은 그녀에게 먼저 최근에 연달아 두 곡을 히트시키며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높은 음원 순위가 여전히 얼떨떨하다는 그녀는 동시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작가 비법으로는 “경험 20%에 상상을 80% 더해서 가사를 쓴다. 사소한 일에 살을 많이 붙이는 편”이라며 실감 나는 가사의 작사 노하우를 들려줬다.히트곡 ‘그때가 좋았어’ 역시 경험담이냐고 묻자 “맞다. 실제 이별 후 쓴 곡이다. 나이가 어려 많은 사랑을 해 본 건 아니지만 처음으로 사랑 같은 사랑을 하고, 이별한 기억을 토대로 썼다”며 “재미있게도 ‘그때가 좋았어’가 과거를 추억하는 내용이라 그런지 발매 후 옛날 남자친구들에게 모두 연락이 오더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했다.최근 롤모델 윤미래와 함께 작업해 화제가 되기도 한 그녀는 “내 노래 ‘잊어가지마’를 윤미래 선배님이 리메이크하셔서 인연이 닿았다. 그 후 듀엣 작업을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셔서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고 말하며 “워낙 윤미래 선배님의 팬이고 윤미래 선배님의 곡을 가이드했던 적이 많아서 그런 에피소드를 말씀드렸더니 안 그래도 내가 녹음한 가이드 곡을 듣고 너무 열심히, 잘 불러서 부담됐다고 하시더라. 날 알고 있으셨단 말에 감동했다”며 성공한 팬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친한 동료로 ‘언프리티 랩스타3’ 출연으로 인연을 맺은 하주연과 자이언트 핑크를 꼽은 그는 의외의 친분으로 윤도현을 꼽기도 했다. “과거 윤도현 선배님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이를 찾는 이벤트를 통해 연이 닿았고 그 후로 나를 좋게 봐 주셔서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나에게 칭찬도, 조언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하게 따르고 있다”며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도.처음 대중들에게 얼굴을 비춘 무대가 랩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그녀에 대한 오해도, 편견도 많은 것이 사실. 케이시는 랩을 못 해 노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에 “그럴 수도 있다”고 의연하게 답하며 “처음부터 랩과 노래를 같이 하는 사람이었지만 첫 시작이 래퍼였으니 한쪽으로 이미지가 치우친 것도 이해가 간다. 앞으로도 랩으로 내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랩을 할 것”이라는 소신을 전했다.음색 여신이라는 호칭으로 사랑받는 그녀는 의외로 자신의 낮은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단 말을 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어릴 적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는, 낮은 목소리가 콤플렉스였지만 여러 노래를 통해 내 음색을 좋다고 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할 뿐”이라며 뿌듯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솔로 여가수 중 자신만의 강점으로 감정 표현력을 꼽으며 누구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출연하고 싶은 예능을 묻자 여전히 MBC ‘복면가왕’을 꼽은 그녀는 “가면을 벗었을 때 ‘우와!’ 같은 반응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내 인지도가 부족해 망설여진다”며 겸손한 답을 전한 그녀는 “꼭 한 번은 출연하고 싶었던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대에 오르는 꿈은 이뤘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청심환을 다 먹었다”는 일화로 귀여운 한 면모를 보여줬다.소속된 회사가 작곡가 회사인 탓에 가이드 곡을 녹음할 기회가 많다는 케이시는 “100곡이 넘게 가이드 곡을 녹음한 것 같다. 보통 가이드 곡을 녹음할 때는 가수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내가 여기서 최선을 다하면 혹시나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겠냐는 1%의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한다”는 말로 그녀만의 진심 어린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녀는 의외의 다이어트 전문가였다. “먹는 대로 살이 찌는 스타일이고 키가 커서 조금만 살이 붙어도 덩치가 커 보인다. 그래서 안 해 본 다이어트가 없다. 최근에는 킥복싱에 빠져 있는데 땀도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이어트 효과도 좋다”며 킥복싱 삼매경을 늘어놓기도 했다.25살, 한창 사랑할 예쁜 나이인 케이시는 “이상형은 말을 예쁘게 하는 남자다. 회사에서는 연애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시는데 집-작업실을 오가는 스케줄이라 연애할 기회가 없다. 1년 6개월 넘게 솔로다”라며 연애를 하고 싶은 청춘의 한 면을 보여주기도.케이시의 얼굴, 이름은 몰라도 노래만은 대중 곁에서 항상 머물며 노래가 익숙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소하면서도 원대한 포부를 밝힌 그녀. 10년 후 목표를 묻자 “어렵겠지만 ‘지금’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여전히 순수하고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가수”라고 답한 그녀를 보니 10년, 20년 후에도 우리 곁에서 순수하게 노래할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 [신동민의 인생영업]오컴의 면도날
- [신동민 머크 생명공학 R&A 컨트리헤드·‘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세상이 복잡해졌다. 하루에 노출되는 정보의 양이 19세기 사람들이 일생동안 받는 정보량보다 많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이 쏟아진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3G가 엊그제 같은데 LTE(4G)를 넘어 5G가 나오고, 손바닥만 한 핸드폰에 인공지능(AI)이 적용되고, 외부에서 집안의 전등도 끄고 켜는 세상이 됐다. 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편리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면서 변수도 많아지다 보니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통신의 발달로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가 확대되고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는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숙명아래 무차별적인 정보를 쏟아낸다.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살고 있다. 좀 더 단순하게 살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지만 이런 질문조차도 복잡함을 더한다. 그러면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영국의 작은 마을 오컴(Ockham)에서 출생한 논리학자 윌리엄(William)의 주장에서 유래된 ‘오컴의 면도날’에서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윌리엄은 어떤 사실을 설명하는데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여러 가지 가설이 있을 때 가정의 개수가 가장 적은 가설을 채택해야 본질을 잘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불필요한 가정들은 면도날로 잘라내듯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단순성의 원칙 또는 논리 절약의 원칙이라고 하기도 한다. 복잡함을 이겨내는 좋은 조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윌리엄(1285년~1349년)은 복잡하게 살아가는 현대의 사람이 아니라 중세말기 14세기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이다. 중세시기에도 복잡함 때문에 고민을 했던 것이 틀림이 없다. 그가 말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 것과 불필요한 존재와 가정을 버려야 한다는 점은 좋은 힌트가 된다. 불필요한 가정을 면도칼로 잘라내고 단순화해야 본질이 보인다는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복잡함을 더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반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소위 말하는 안 되는 100가지 이유를 더하고, 슬쩍 그럴듯한 논리를 펼치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근본적인 목적은 별로 관심이 없고 적극 참여한다는 미명 아래 애매한 의견을 더함으로써 본질을 흐린다. 여기서 핵심은 그들은 분명히 다른 목적이 있다는데 있다. 근본적인 목적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어떤 조직의 논쟁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관찰해보면 분명히 이런 사람들이 있다. 제발 쓸데없는 가정이나 논쟁을 하지 말자고 아무리 설득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상에 갑론을박하는 논쟁 중에 과연 얼마나 원래 취지나 목적에 부합한 논쟁을 하고 있는가? 반대를 위한 반대 또는 핵심에서 벗어난 반대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볼 때이다. 우리는 이런 핵심에서 벗어난 논란에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회사에서 얼마 전 일사분기를 마치고 비즈니스 결과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다음 분기에는 어떻게 비즈니스를 진행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실적이 저조한 팀에서 자료를 발표하는 동안 논쟁이 있었다. 그 팀의 발표자료 첫 번째 페이지는 경제성장율(GDP),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작은 비즈니스의 분기 실적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거시경제지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변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했다. 현상에 부수적인 그럴듯한 가정들을 더해서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슬며시 화가 나서 비즈니스 실적으로 화제를 집중하려고 하니 또다시 산업전망 등을 들고 나온다. 이렇게 본질이 아닌 헛도는 논리에 시간을 소비하고 만다. 이 팀의 다음분기 실적은 어떨까? 결과를 보지 않아도 실적은 어렵지 않게 예상이 된다. 조직의 리더라면 이런 논란을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쟁만 하는 조직이 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분명히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는 상관없이 논쟁에 논쟁만 한다. 이런 논쟁으로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든다.오컴의 면도날의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타이어 펑크 이야기가 있다. 타이어에 펑크 난 것을 보고 ‘타이어에 못이 박혔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누군가가 주차장에 와서 펑크를 냈다’라고 가정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진다. 못을 뽑고 타이어 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찾고 펑크 낸 이유를 찾아야 하고, 어떻게 펑크를 내었는가 하는 복잡한 추론에 빠져든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지나친 가정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의혹과 의심을 촉발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가 힘들어 진다. 최근 회자되는 뉴스들을 보면 본질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렵고 가정에 가정을 더하여 문제가 실타래처럼 꼬인 경우가 많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원하는 목적을 선명하게 하고 그곳에 집중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반대에 반대를 하는 것인가?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영업을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문제를 선명하게 알고 있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잘 찾는 사람들이다. 말 많은 사람, 특히 이유가 많은 사람치고 영업 실적이 좋은 사람은 없다. 목적달성이 절박하지 않고, 문제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안다면 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고객은 통상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한두 가지를 얻고 싶어 한다.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안다면 아무리 복잡한 실타래도 술술 풀린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알면 그렇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안 되는 100가지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주변에서 딴지 거는 사람들은 멀리해야 한다. 진정한 목적 달성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뉴턴은 “진리는 항상 단순함에서 찾아 진다”고 했다.
- [르포]공구렌탈·시공상담 한곳에서…에이스홈센터 용산점 가보니
- 에이스 홈센터 직원들이 자재용 목재를 운반하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DIY(Do It Yourself) 인테리어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에게는 부분시공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영세 시공업자를 고객과 연결해줘 지역 상생 확대를 위한 노력도 할 것입니다.”17일 찾은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홈 인테리어·건자재유통 전문매장 ‘에이스 홈센터&홈데이’ 용산점. 유진그룹 계열사인 이에이치씨(EHC)가 운영 중인 이곳은 지상 2층 2704㎡(약 818평) 규모로, 인테리어 자재를 비롯한 공구·철물·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에이스 홈센터와 인테리어 리모델링과 신개축을 전문으로 하는 홈데이가 한 데 모인 결합형 매장이다.매장에는 인테리어용 전동드릴과 같은 각종 공구와 페인트, 인테리어 자재, 자동차 용품에서 소형 가전, 전기·조명까지 집안을 꾸미고 보수하는 데 필요한 4만여가지 상품을 갖추고 있다. 매장 안내를 돕는 직원들은 모두 건축 자재 업계의 경력자들로, 사내 교육을 받고 매장에 배치된다. 매장 1층은 공구·철물·배관 등 건축자재 코너로, 2층에는 생활 및 가전용품을 비롯해 인테리어 자재 구입과 상담이 가능한 공간으로 마련됐다.매장 1층에 들어서니 건축 현장에서 볼 법한 전기톱, 미니 발전기, 진공청소기 등 중(重)공구들이 있었다. 그 옆에는 2~3m 상당에 이르는 건축용 목재들이 기자의 허리 높이만큼 쌓여있었다. 목재를 잘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켠에는 전기톱이 설치돼있었다. 이에이치씨 관계자는 “절단목재의 경우 컷팅 요금 500원만 지불하면 원하는 간격으로 잘라준다”며 “이외에도 1층에는 전동 공구부터 수동 공구까지 다양하게 비치돼있다”고 설명했다.쇼룸 형태로 옮겨놓은 욕실. (사진=권오석 기자)금속이나 목재·석재를 평편하게 만들어주는 그라인더도 보였다. 고(高)속도로 회전하는 연삭 숫돌을 이용해 면을 깎아내는 기계로, 자칫 작동을 했다가 손을 다칠 수 있는 전동 공구들은 안전하게 캡을 씌워놓고 있었다. 이에이치씨 관계자는 “직원들이 DIY 공사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자재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으며, 직접 시공이 어려운 경우에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부분 시공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구임대 존(zone)’이었다. 각종 작업 현장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매하지 않고 렌탈해 주는 서비스다. 예초기부터 엔진톱, 용접기 등 20여종의 특수장비들을 소정의 대여료(일일 2만 5000~10만원)만 지불하면 최대 1개월까지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 이에이치씨 관계자는 “인테리어 같은 소규모 공사에 필요한 공구는 렌탈을 통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시공업자 외에도 일반 고객들도 렌탈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한쪽에는 페인트를 조색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있었다. 기본 1600가지 색상의 페인트 중에서 고객이 원하는 색상을 골라 믹싱기에 넣고 회전시키면 최대 5분 이내에 원하는 색상의 페인트가 만들어진다. 색상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이 가능하기 위해 미량의 페인트를 발라볼 수도 있었다.고급 조명 코너에서 고객이 제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권오석 기자)1층은 시공을 위한 전문가용 공구들이 중점으로 진열돼있는 반면 2층에는 타일, 도어, 창호 등 상대적으로 익숙한 인테리어 자재들이 있었다. 2층에는 홈데이를 통해 인테리어 시공 견적을 상담 받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었다. 한쪽에는 변기와 욕조를 한 곳에 모아 쇼룸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이에이치씨 관계자는 “블라인드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길이와 폭으로 맞춤제작이 가능하다”며 “신청 고객에 한해 DIY 클래스 및 체험 프로그램도 실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2층에 마련된 수강실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DIY 클래스는 10~20명 정도의 수강생들이 모여 수납장 만들기와 같은 체험형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홈데이 상담센터에서 고객들이 시공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유진기업)아울러 에이스 홈센터&홈데이는 지역사회와 영세업체와의 공생을 위한 상생 모델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고객과 지역 시공업자를 연결해 주는 ‘에이스맨 서비스’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전문적인 인테리어 설치 및 시공을 어려워 하는 고객에게 지역 시공업자를 매칭시켜 주는 홈센터만의 프로그램이다. 개인 사업자라면 누구나 홈센터 매장에서 시공 전문가로 등록이 가능하며 등록된 업체는 제공 가능 서비스와 지역에 따라 관리된다. 전문 파트너가 되면 멤버십 가입을 통해 에이스 홈센터의 자재를 최대 10%까지 할인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 또 320여개 국내 중소 제조업체와 제휴해 판로개척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에이치씨 관계자는 “우리 매장이 소형가전이 위주인 반면 기존 상권은 대형가전 위주라 공생은 물론 시너지 효과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변 반응도 긍정적”이라며 “향후 중소기업 제품과의 제휴를 확장해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DIY 클래스에 참여한 수강생들. (사진=유진기업)
- 대림 'e편한세상' 소비자 맞춤형 플랫폼으로 재탄생
- 사진=대림산업[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대림산업이 대표 주거 브랜드인 ‘e편한세상’의 주거 플랫폼을 소비자 맞춤형으로 바꿔 선보인다. 대림산업(000210)은 17일 경기 하남시 신장동 모델하우스에서 간담회를 열고 e편한세상에 적용되는 새로운 주거상품 ‘C2 하우스(house)’를 공개했다. 이날 박상신 대림산업 대표는 “최근 변화하는 주거 트렌드를 반영하고 e편한세상만의 기술과 상품, 디자인과 철학이 총체적으로 집약함으로써 새 주거 플랫폼 C2 하우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C2 하우스는 창의적 생활(Creative Living)과 고객 맞춤형 공간(Customizing Space)의 결합어다. 이를 위해 대림산업은 내외 소비·주거 트렌드와 고객 행태 등 1200여만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성향을 이해하고 거주 환경의 잠재 수요와 개선점 관련 고객 목소리, 소비자 1000가구 이상의 거주 환경 등을 조사했다. 우선 C2 하우스는 디자인 면에서 ‘비움’을 콘셉트로 잡아 색감을 단순화하고 어떤 스타일에도 배경이 돼주는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의 인테리어로 거주자의 취향에 맞게 집안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아트월을 주방까지 확대해 인테리어에 통일감을 주는 동시에 공간을 더 넓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주방은 크고 넓은 창을 달아 채광과 실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C2 하우스 내 주방 모습. 사진=대림산업이뿐 아니라 대림산업은 C2 하우스에서 가족 누구나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를 최적화했다. 특히 요리와 청소, 세탁 등 집안일 담당을 위해 가사 관련 동선을 줄였다. 다용도실에 원스톱 세탁존을 마련해 세탁기와 건조기를 두는 동시에 애벌빨래를 할 싱크볼과 다림질 공간을 뒀다. 주방의 경우 6인용 식탁이 들어갈 수 있도록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 빌트인이 아닌 일반 대용량 냉장고도 쏙 들어가도록 냉장고장을 깊게 만들었다. 디바이드 서랍장 등 수납공간도 제공한다. 싱크대 높이를 89㎝로 종전보다 3㎝ 높이고 최근 늘어난 소형 가전을 고려해 주방 콘센트도 강화했다. 현관엔 자전거와 유모차, 계절용품, 레저용품 등 다양한 크기의 물품을 한꺼번에 넣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대형 팬트리를 마련했다. 실외기실은 후면으로 배치해 발코니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소음을 차단했다. 안방 드레스룸엔 화장대 대신 호텔식 건식 세면대와 스타일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자전거는 물론 유모차, 계절용품, 레저용품 등 다양한 크기의 물품을 한꺼번에 수납할 수 있는 현관 팬트리의 모습. 사진=대림산업아울러 대림산업은 다채로운 고객 성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평면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구현했다. 안방과 주방, 화장실 등 최소한의 내력벽 구조만 남기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가변형 구조로 설계하면서다. 또 C2 하우스엔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24시간 실내공기를 깨끗하게 자동 유지되도록 ‘스마트 클린&케어 솔루션’이 탑재된다. 이는 환기와 공기청정을 함께해 통합 공기 질 센서로 거주자가 신경쓰지 않아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한다. 단지 전체에도 △식재 △미스트 분사 시설물 △미세먼지 신호등 등으로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을 적용한다. 대림산업은 이같은 e편한세상만의 기술과 상품, 디자인, 철학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새 라이프스타일 맞춤 플랫폼 C2 하우스를 이달 말 하남 감일지구에서 분양 예정인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부터 적용한다. 이곳 모델하우스엔 C2 하우스 체험존과 유아 동반 전용 상담석 등이 마련된다. 대림산업은 올 하반기 C2 하우스 특허 등록을 마치고 추후 다른 분양사업장에도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정은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 대림이노베이션센터(DIC) 실장은 “지금까지 집에 나를 맞췄지만 이젠 집을 나에게 맞출 수 있다”며 “이번 C2 하우스 적용하더라도 분양가는 그대로로, 자체적으로 비용을 절감해 같은 분양가에서 고객이 더 혜택을 가져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자료=대림산업
- [등짐쟁이 기파리의 유랑] ⑦ 날것 그대로의 풍경,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걸음 두 번 째날, 아침이 되자 전날의 피로가 몰려왔다. 서울에서 첫 기차를 타고 포항까지 내려온 데다 버스까지 타고 이동해 걸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전날 걸은 거리가 겨우 13km 남짓. 길 위에 서면 늘 그렇지만 속도전보다 느긋한 걸음을 하는 스타일이라 마음의 여유는 있되, 시간적 여유는 없는 편이다. 등짐을 짊어지고 걸으면 하루 저녁 머무는 곳이 자유로울 것 같지만 이즈음은 야영객들을 보는 시선들이 곱지 않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아마도 머물렀다 간 자리가 쓰레기 홍수가 나듯 흔적이 남아서 그럴 터이다.목표했던 흥환간이해수욕장에 도착하니 텐트를 칠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한 동이면 어찌어찌 해보겠지만 알파인 텐트 네 동을 치는 건 무리이다 싶어 기억해 두었던 폐교를 찾아갔다. 폐교는 시즌 중에 캠핑장으로 이용되는 사유지로 이즈음은 영업하지 않았다. 점방에 들러 물건을 사면서 폐교 관리하시는 분을 수소문하니 마침 점방 사장님이신 당신이 그곳의 관리자란다. 저간의 사정을 말씀드리며 폐교 운동장에서의 야영 여부를 부탁드리니 동네 형님이시라는 주인과 통화 후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야영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바닷가 습기로 인해 축축한 아침을 맞이하며 야영 장비들을 배낭에 쑤셔 넣었다. 어제 마지막으로 걸었던 바닷길로 다시 내려섰다. 어제부터 걷고 있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포항의 청림종합운동장부터 시작해 호미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걷는 25km의 해안길로 동해안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 13, 14구간과 이어진다. 빨리 걷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다 걸어낼 수 있는 길이지만 해파랑길까지 더 포함시켜 걷는 계획이니 하루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임은 틀림없다.장군바위를 지나면서부터 해안에는 모감주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 해안가 사면에 자라는 모감주나무 군락지는 우리나라에서 최대의 크기이며, 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된 곳이다. 나무 전체가 노랗게 물든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의 노란 꽃이 피지만 아직 꽃을 보기에는 시기가 일렀다. 바다는 잔잔했고, 바람도 없었다. 다만 미세먼지가 심해 이곳의 맑은 하늘과 바다를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트래킹을 하는 일정 내내 비가 온다는 기상청 예보에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스러울 수가 없다.이곳의 바다는 걸음을 딛는 곳마다 풍경이 다르다. 어느 바다는 제주도의 물빛을, 어느 바다는 울릉도의 바다를, 또 어느 바다에서는 정동진 바다부채길을 만난다.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덕분에 걷는 이들도 적어 이 길을 전세 내듯 걸을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이 길의 매력이었다.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는 한반도를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보며 백두산은 호랑이 머리 중의 코, 호미반도는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 천하명당이라고 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호미곶을 일곱 번이나 답사를 한 뒤 이곳을 이 땅의 최동단으로 정했을 정도이니 이곳의 풍경을 감히 글로 써내려 갈 수 있을까.소박한 어촌 마을과 바닷가를 오가며 걷는 길은 내내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걷느라 멀미를 느끼고 지루할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생전 처음 보는 바닷가 기암절벽을 만나면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났고, 익숙한 풍경의 바다를 만나면 이제껏 다녀온 길들을 비교하며 서로 얘기하기 바빴다.바다 절벽은 해국 천지다. 겨우내 줄기가 얼어붙고 말랐지만 뿌리는 절벽에 착 붙어 그 생명력을 이어내며 보랏빛 꽃을 피워내는 시절을 기다리는 중이다. 보리수나무는 또 어떠한가. 척박한 바다 절벽에 뻣뻣하기 이를 데 없이 덩굴처럼 얼기설기 자라면서 아직 희끗희끗한 보리수가 한 움큼씩 열려 붉으스름 하게 익으면 나올 그 떨떠름한 맛을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고이며 목구멍으로 저절로 꼴깍 넘어갔다.해를 등지고 걷는 걸음은 내내 눈을 찌푸리지 않아 좋았고, 잔잔한 바닷가 해안은 갈매기가 주인이 되기도 했고, 미역을 따는 어부가 주인이 되기도 했다. 바람이 없으니 파도가 넘실대지 않아 바닷가 해안길을 걷기에는 최적이었다. 호수 같은 바다. 우리가 보고 있는 풍경이 그러했다. 바닷가 갯돌과 갯바위가 험해 걷기 힘든 구간은 해안가 돌로 정비를 하면서 인공미를 최소화했고, 바닷물 시간에 따라 갯바위에 물이 들어왔다 나가는 곳은 걷기 좋으라고 데크로드를 설치해 걷기가 수월했다.점심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을 하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식당이 나와 풍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회덮밥을 주문하니 자연산 회를 썰어 풍성하게 고명으로 올려주고, 생물 아귀를 넣고 끓인 아귀탕을 서비스로 내어주시니 걸으면서 이런 입 호사도 없다.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바다 조업을 끝내고 포구로 들어온 배에서는 밤새 애써 잡은 아귀를 포구 앞에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포구 앞에 허연 배를 뒤집고 죽은 수백 마리의 아귀를 보는 우리는 못내 불만이었다. ‘대체 저 비싼 아귀를 잡아서 버릴 거면 누구라도 가져가게 포구에 놔두기나 하지...’ 하지만 이건 여행자의 가벼운 마음이었다. 지나가는 우리를 보시던 어르신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이삿짐 플라스틱 1박스에 담긴 아귀의 경매가가 3천원이라는 소리에 신경질이 나서 마구 버리시는 거란다. 말씀을 듣는 순간 안쓰럽고 울컥한 마음이 들었고, 사연 모르고 욕을 해댔던 우리가 부끄러웠다.길은 그렇게 자연과 어촌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주며 드디어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 우리를 이끈다. 어제 오늘 걸으면서 만난 사람들보다 이곳에서 맞닥뜨린 사람은 몇 십 배나 많았다. 어제보다 제법 험한 길을 더 길게 걸은 데다 사람들까지 더하니 시끄러운 소음을 만난 듯 순간 정신이 까무룩 해졌다. 생각해 놓았던 숙영지는 더 가야하는데 놓쳐버린 정신줄은 어디쯤인지 돌아올 생각을 안 하니 원.해파랑길로 들어서면서 자동차도, 사람도 적어지고 숙영지가 가까워졌다. 설영을 하려던 넓은 장소는 거대한 캠핑용 텐트 몇 동이 이미 자리를 잡아 할 수 없이 바위 사이사이 비좁은 자리를 차지했다. 자리가 없으면 바닷가 몽돌 위에 치려고 했는데 평평한 땅이니 이것만도 어디인지. 다들 피곤했는지 라면 먹는 것도 귀찮아하더니 어느새 하루저녁 자신들의 집인 텐트에 몸을 눕힌다. 내일은 또 어떤 길을 걷게 될 지. 텐트 너머로 들리는 파도 소리야 안녕.
- 1조5천억원 매출 '다방'…오늘도 '스벅'을 피할 수 없나
- “대량 생산이 초래한 대량 외로움의 시대에 장인이니 유기농이니 만남이니 하는 낭만적 가치를 소환해 대중적으로 개조한 문화전략의 결과.” ‘스타벅스화’의 저자 유승호는 스타벅스가 세상의 거리를 지배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사진=AP/뉴시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스타벅스. ‘독주’란 표현이 딱이다. ‘외로운 레이스’하고는 거리가 멀다. 멀찌감치 추격자를 따돌리고 신나게 승승장구 중이니까.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1조 5523억원(영업이익 1428억원). 동종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2742억원, 이디야 2004억원 등 넘버2, 넘버3가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도 이미 경쟁 자체가 안 된다. 바다 건너 옆동네들까지 보태면 27조원쯤 된단다. 달랑 커피만 팔아, 시쳇말로 ‘물장사’로 벌어들인 돈이 어마어마한 거다. 물량공세라고? 한 집 건너 한 집이 스타벅스 매장이니까? 미안하지만 그 논리로는 약발이 딸린다. 지난해까지 스타벅스 매장 수는 1262개. 투썸플레이스가 1067개로 살짝 못 미친다지만 이디야는 2407개나 된다니. 이쯤 되면 진짜 이유가 슬슬 궁금하다. 왜 우리는 오늘도 인파로 바글거리는 스타벅스 매장의 긴 줄에 동참하고 있는 건지, 다방 매출 신기록 행렬에 기꺼이 쌈짓돈을 보태고 있는 건지. 때마침 그 영업비밀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스타벅스의 성공신화를 분석한 두 권이다. ‘스타벅스화’와 ‘스타벅스 웨이’. 앞엣것이 한국화한 스타벅스의 진지전을 들여다봤다면, 뒤엣것은 글로벌화한 스타벅스의 기동전을 살핀다. 앞엣것이 한국의 사회학자가 ‘낭만적 가치’란 잣대로 대도시인의 공동체적 욕망을 꿰뚫어냈다면, 뒤엣것은 미국의 조직컨설턴트가 ‘보편적 가치’란 틀에서 세계인의 취향을 줄 세운 비결을 엮어낸다. 한마디로 한국 소비자와 스타벅스가 밀착할 수 있던 배경이고, 그들 경영자가 세계 커피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던 전략이다. 결은 다르지만 양쪽 모두에서 눈여겨볼 것이 있다. ‘문화’란 거다. 세상이 감성과 이미지와 공간을 파는 ‘스벅문화’란 시스템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더란 건데. 맞다. ‘커피가 맛있다’로 뭉뚱그릴 게 아닌 거다. 이미 물장사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었더란 얘기다. △‘예의 바른 무관심’으로 취향 저격‘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뜻이란다. 그런데 참 엉뚱하게도 스타벅스가 잘나가는 게 복세편살 덕이다? 책 ‘스타벅스화’를 관통하는 논지가 그렇다. 설명이 좀 필요하다. 요즘 이들이 중시하는 취향이란 게 있다. 이것이 다분히 양면적이다. 대체로 나홀로 향유하는 게 일반적인데, 한편으론 은근히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거다. 취향의 딜레마라고 할까.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복잡한 심리구조가 바로 복세편살을 추구하는 과정이고 그 상황을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것이 스타벅스더라는 거다. 적당히 감추고 적당히 드러내는 줄타기가 여기서만큼 자유롭게 허용된다는. 어떤가. 꽤 그럴듯하다. 스타벅스가 한국사회에서 성공했다면 소외감 중증에 빠진 대도시의 위기를 정확하게 간파한 덕이란 뜻이 된다. 복세편살도, 취향도, 스타벅스도, 나아가 그들이 그리는 트라이앵글까지 한국에서만 먹히는 구조란 거다. 그게 아니라면 하루 평균 50만명이 들락날락하는 진풍경을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도 봐야 하는데, 그건 아닌 듯하니. 적절한 도피처. 스타벅스가 제공한 공간을 저자는 ‘낭만적 탈주’가 활성화한 곳이라고 했다. 압도적이고 몰인정한 문화로부터 몸과 마음을 피신시키는, 사회가 강제한 선택이 아니라 개인이 원하는 선택이 가능한. 그것이 커피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든 “우유 대신 두유!”를 외치는 것이든 말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스타벅스로? 그곳엔 ‘예의 바른 무관심’이 있으니까. 혼자이되 혼자 아닌 스타일을 공유하고, 익명의 무리와 서로 간섭하지 않는 연대감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결국 책은 취향 저격을 원하는 이들의 성지라 할 스타벅스가 이제껏 없던 욕망과 가치를 업고 한국의 거리를 지배한 시간을 ‘스타벅스화’란 개념으로 풀어낸 것이다. 격화하는 시장과 기술개발이란 ‘객관문화’, 그런 객관문화를 거역하는 개인의 ‘주관문화’가 충돌하는 역학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것일 터. 과연 이 그림이 소비자인 내가 스스로 그려낸 것인지, 문화자본이 된 그들이 또 강요한 것인지. △첨단 팔되 전통 놓치지 않는 전략 좀더 밀도 있는 스타벅스의 경영전략은 책 ‘스타벅스 웨이’가 제공한다. 한국의 커피문화로 통째 몰아세워선 해결이 안 되는 틈새를 글로벌한 정보로 채울 수 있다고 할까. 1971년 커피애호가 셋이 미국 시애틀 작은 카페에서 원두판매점을 열었던 시작부터 세계 78개 시장에 2만 9000개 매장을 거느린 거대기업이 되기까지. 책은 그 씨실과 날실에 끼어 있는 리더십과 기업문화를 끄집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중 저자가 꼽은, 스타벅스 성공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인간 중심의 ‘스타벅스 경험’이란 거다.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드 그 자체는 물론이고 신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직원 교육, 소셜미디어 운영까지,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물망처럼 펼쳤다는 그것 말이다. 그러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의 발언이 틀리지 않았다는 주장을 에둘렀다. “커피 한 잔에 너무 거창한 임무를 지우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잠재성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더랬다. 한 가지 더, ‘전통을 놓치지 않는’ 방법론도 있다. 광범위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되 현장·지역 맞춤화로 혁신할 것, 과거를 간직하되 얽매이지는 말 것 등. 이는 ‘스타벅스화’에서 저자가 감탄해 마지않던 ‘노스탤지어 자극하기’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인데. 가령 서울 인사동 매장에 큼지막하게 걸린 한글 간판이니, 강릉 커피거리에 한국식 기와를 얹은 외관이니 하는 게 다 어쩌다 나온 장면이 아니란 소리다. 중국에선 검은깨 녹차와 월병을 팔고, 인도에선 탄두리 오븐에 구운 닭까지 내놓는다니. 두 권의 ‘스타벅스’로 판을 짜면 대략 답은 나온다. ‘기왕이면 스타벅스!’를 고집해온 무의식적인 행태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말이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진 않다. 여전히 걸리적거리는 의구심이 남아서다. 커피문화든 도피문화든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데선 왜 안 된다는 건지. 커피값은 그들의 전략처럼 인간중심적으로 처리가 안 되는 건지. 결국 효율성, 예측·계산가능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맥도날드화의 세련된 변형이 아니라고 자신할 순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