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6,211건
- "尹, 조폭같다"던 '페미 신지예' 국힘 합류에 홍준표 "잡탕밥!"
-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남겼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돌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 준비위원회에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되자 당내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신 대표 영입을 통해 ‘2030 여성 표심 공략’에 나선 행보로 풀이되나, 그간 신 대표와 젠더 논쟁을 벌였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및 젊은 남자 유권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환영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20일 홍 의원은 신 대표의 영입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자신이 만든 청년플랫폼 ‘청년의꿈’ 청문홍답에서 한 누리꾼이 “신지예가 왔네요.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잡탕밥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비꼬았다.홍 의원은 지난 달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3김(金)윤 후보의 선대위를 두고도 ‘잡탕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신 대표의 영입 역시 보수진영이 추구하는 지향점과는 맞지 않는 인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앞서 신 대표와 각종 토론 방송 등에서 남녀갈등 관련 논쟁을 벌여왔던 이 대표도 이날 선거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적극적 입장은 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다만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 또한 합류하면서 페미니스트라는 점과 관련 발언으로 당내 논란이 인 바 있다.하태경 의원 또한 이날 페이스북에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윤석열 선대위의 시선이 우려스럽다”며 “젠더 갈등 격화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그는 “페미니즘을 추가하면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이 더 오를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각일 것”이라며 “젠더 갈등의 심각성을 잘 몰라서 그런것이다. 어른들이 보기엔 아이들의 남녀 갈등이 촛불처럼 바람 한 번 훅 불면 쉽게 꺼지는 줄 안다. 그런데 젠더 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다. 산불에 바람을 불어넣었으니 갈등은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지금 페미니즘은 국민적 공감대를 완전히 잃어버린 반성평등주의 사상으로 변질됐다. 학자나 정치인 등 비교적 합리적인 페미니스트들도 극단적 여성우월주의단체 워마드를 두고서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위해선 폭력·혐오가 좀 있어도 된다’는 식으로 주장한다”며 “이러한 극단성을 고치는 일이 당으로서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윤 후보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사무실에서 신 대표 영입 환영식을 열었다. 신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러 고민 있었지만 여성폭력 해결, 기후위기 대응 등 좌우를 넘어 전진하는 대한민국 만들기로 약속하며 합류하기로 했다”며 “윤 후보는 새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윤 후보와 함께 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길에 서기로 하였다”는 포부를 밝혔다.윤 후보는 “기존 국민의힘과 생각 다른 분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정치 세계와 정당 안에서 토론하고 결론 도출해야 민주주의 실현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또 “신지예씨도 대화해보면 국민의힘 분들과 큰 차이가 없다”며 “그런 선입견 거둬내고 국민들의 요구를 저희가 다 들여다 봐야하고, 다양한 활동하는 분들이 오셔야 실제로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되기 때문에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한편 신 대표는 불과 한 달 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국힘은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죠”라고 적었고, 그간 국민의힘과 이 대표의 행보를 공개 비판해온 바 있다. 지난 8일에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두 후보의 이미지만 봤을 때는 한 분은 조폭(윤석열), 한 분은 양아치(이재명) 같다”며 양대 정당의 두 후보 모두에게 날을 세운 바 있다.또 9일에는 페이스북에 윤 후보 선대위가 과거사 망언을 한 노재승씨를 영입한 행태를 두고 “술자리에서 국민은 개돼지, 재난지원금은 개밥, 김구는 국밥 땜에 사람을 죽였고, 518 유족 명단을 공개해야 하며, 검정고시 본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한다고? 국민의힘 술자리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의 자리인 듯”라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던 바다.1990년생으로 올해 31살인 신 대표는 2004년 한국청소년모임 대표로 정치 활동을 시작해 2016년 녹색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선거,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지난해 제21대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 등에 출마했다. 당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홍세화 작가 등이 후원회 ‘팀서울’로 지원해 화제가 됐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 오늘도 나는 '낙원'을 가꾼다[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15>
- 고대 부유한 로마인의 별장이 있던 스타비아에의 아리아나빌라 한 침대에서 1759년 발견된 프레스코화 ‘플로라 혹은 봄’이다. 빌라를 지은 서기 15∼45년부터 화산재에 묻힌 서기 79년 이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작가미상의 작품이다. 오른손으로 꽃을 따 왼손에 든 바구니로 옮겨담는 맨발의 여인이 홀로 등장하는데, 여인의 모델이 사람인지 요정인지는 확실치 않다. 당시 정원을 엿볼 만한 배경 외에도,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노란색 키톤, 머리의 티아라, 팔의 브레이스 등 의복사에서도 중히 여기는 작품이다. 프레스코, 38×32㎝, 이탈리아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큐레이터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큐레이터·미술평론가] 천국, 낙원, 극락…. 무엇이라 부르든 간에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면, 그곳은 적어도 초고층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장소는 아닐 것 같다. 가장 세련된 도시도, 가장 멋들어진 건물도, 호화찬란한 인테리어가 있는 방도, 잠깐은 좋을 수 있겠으나 근본적이고 영원한 행복의 이미지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사람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지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장소는 아무래도 자연이다. 물론 행복한 상상 속 자연은 사람을 집어삼킬 듯한 컴컴한 밀림이거나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위로 꼼짝도 못하게 하는 곳이 아니라, 꽃이 피고 물이 맑고 그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닐 수 있는, 말하자면 창세기의 에덴동산 같은 곳이 아니겠는가. 밥벌이를 찾아 도시의 좁은 공간에 구겨져 살더라도 우리가 화분에 식물을 키우고 거기서 꽃이 피면 즐거워하는 이유도, 자연의 일부를 내 공간에 들여 숨 쉴 구석을 만들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도시를 떠나면 간단해지는 문제인가 생각해보면, 물론 도시인의 환상을 자극하는 농촌이라고 해도, 어디서나 삶의 방식은 마찬가지라는 것, 이상은 환영일 뿐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그저 삶의 터전이 어디든 가능하기만 하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싶은 것이다. ◇고대부터 이어진 정원을 향한 갈망정원에 대한 갈망은 고대인에게도 있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순식간에 화산재에 덮여버린 폼페이는 로마 귀족들의 별장이 있던 고급스러운 도시였지만, 건축물의 실내는 어두컴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벽의 두께와 기둥으로 천장을 지탱해야 하는 건축구조라, 창을 뚫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래서 그들은 벽에 그림을 그려 창밖으로 보고 싶은 풍경을 대신했다. 고스란히 묻혀 있다가 1700년대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발굴된 폼페이의 가옥들에 그려진 벽화에는 여러 가지 소재가 있었지만, 그중 정원을 표현한 벽화, 일명 ‘플로라’라고 불린 ‘플로라 혹은 봄’(서기 79년 이전)이 그 하나다. 회벽에 프레스코기법으로 그린 ‘플로라’는 맨발로 사뿐히 걸어 다니며 꽃을 꺾어 모으는 여인의 뒷모습을 그린 것이다. 발걸음을 옮기다가 지나친 꽃을 돌아보기 위해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힌 여인의 뒷모습은, 살랑거리는 바람 한 자락을 보여주는 옷깃과 더불어 조용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처음 그려졌을 때는 지금보다 더 선명했을 이 그림의 주인공을 두곤 여러 추정을 했지만, 실제 인물인지 아니면 신화 속 꽃의 요정 플로라인지는 정확하게 판단할 근거가 없다. 다만 그림에서 우리는 적어도 고대 로마 사람들이 벽 너머 무엇을 보고 싶어 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들도 현대의 우리처럼, 정원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이며 그리운 풍경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중세인은 벽으로 담을 둘러친 밀폐된 정원을 가꾸며 이를 성모 마리아의 순결함에 대한 상징으로 종종 그림에 담았다. ‘라인강 상류의 대가’라고만 알려진 독일화가가 그린 작은 정원 속에는 책을 읽고 있는 성모마리아와 악기를 가지고 놀고 있는 아기 예수, 날개 달린 천사, 마리아의 시중을 드는 이들이 고루 등장한다. ‘천국의 작은 정원’(1410∼1420)이라 불리는 이 그림에는 얼핏 봐도 쉽게 알아맞힐 수 있는 갖가지 꽃과 열매가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 이보다 풍요로운 정원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화면 왼쪽의 오렌지색 치마를 입은 여성은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따서 한바구니를 모았고, 그 아래 장방형 우물은 바닥의 자갈이 다 보일 정도로 맑다. ‘천국의 작은 정원’(1410∼1420). 라인강 상류의 대가로만 알려졌을 뿐 작가가 정확치 않은 작품에서 눈여겨볼 것은 역시 정원이다. 담장이 둘러쳐지고 그 안에서 키우던 온갖 꽃과 식물은 중세 수도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 천국에 대한 암시로 지상에 구현한 천국을 의미한 낙원의 정원, 마리아의 정원이란 의미를 품었다. 꽃과 열매, 우물 등 정갈하고 풍요로운 전경으로 성모 마리아의 미덕을 상징했다. 나무패널에 템페라, 26.3×33.4㎝, 독일 프랑크푸르트 역사박물관 슈타델미술관 소장.◇마리아의 내면 담은 ‘천국의 작은 정원’ 이 모든 풍요와 깨끗함은 성모 마리아의 미덕을 상징하는 것이라, 이 정원의 주인공은 당연히 책을 읽고 있는 마리아다. 한 손으로는 책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책장을 넘기며, 책의 내용에 푹 빠져든 듯 마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옅은 미소까지 띠고 있다. 손에 든 책은 성경일 것이다. 실제 마리아의 삶에서 이렇게 평화로운 날은 결코 없었으리라. 영아 살해를 피해 임신한 채 이집트로 가서 남의 집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았고, 범상치 않은 아들의 치다꺼리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며, 아들의 비참한 죽음을 가까이서 목격해야 했는데, 꽃피는 정원에서 책장을 넘길 여유가 언제 있었을 것인가. 하지만 중세의 모든 그림은 상징의 총체다. 마리아의 삶이 고난의 여정이었을지라도 그 정신은 누구보다 온화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아 ‘풍요로운 정원’ 속에서 영원한 복을 누리는 성모의 모습으로 그린 것이다. 다른 한편 귀족들에게 정원은 자신이 가진 권세와 부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저택의 정원을 배경으로 한 단독 초상화나 가족 초상화를 당대 유명화가에게 주문·제작했으며, 인기 있는 작가에게는 줄을 서서라도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화 겸 초상화를 받아내 자랑삼아 걸어두곤 했다. 앙겔리카 카우프만(1741∼1807)이 그린 ‘나폴리공국의 왕 페르디난도 4세와 그의 가족’(1783) 초상이 바로 정원을 배경으로 한 가족 초상화의 예다. 스위스 태생이지만 이탈리아 여행으로 일찍이 고전을 습득했고, 영국으로 건너가 로열아카데미 창립 회원이 됐으며, 종국에는 로마에 정착한 카우프만은,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만난 귀족과 왕족뿐 아니라 괴테와 헤르더 같은 문인으로부터 ‘유럽에서 가장 교양 있는 여인’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당대를 휩쓸던 인물이었다. 4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글로벌 인재’였을 뿐 아니라, 상업적인 재능도 뛰어나 어느 지역에 정착하든 고객을 줄 서게 해 단기간에 부를 축적하곤 했다. 나폴리공국의 왕 페르디난도 4세는 마침 이탈리아에 머무는 카우프만에게 가족 초상화를 의뢰했고, 정원 풍경을 배경으로 한 왕가의 가족 초상을 완성한 것이다. 앙겔리카 카우프만의 ‘나폴리공국의 페르디난도 4세와 그의 가족’(1783). 여성화가를 인정해주지 않던 18세기에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쥘 만큼 재능과 수완이 좋았던 카우프만은 12세부터 화가로 이름을 알렸다. 프레스코화가던 아버지와 다닌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화풍에 다졌는데, 영국에서 초상화가로 큰 성공을 거뒀으나 역사화로 인정받으려 한 꿈이 좌절되자 다시 이탈리아로 떠났고, 그때 페르디난도 4세에게 가족 초상화를 의뢰받았다. 인물들과 어우러진 장엄한 자연 그대로의 꾸미지 않은 정원이 돋보인다. 캔버스에 유채, 310×426㎝, 이탈리아 나폴리 카포디몬테박물관 소장.◇계몽주의 영향…자연스러움 중시한 18세기 정원 그림의 배경은 얼핏 보면 사람의 손길이 별로 닿지 않은 자연처럼 보이지만, 손대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한 인공 정원이다. 당시는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이 이탈리아에도 영향을 미쳐, 정원을 인공적으로 꾸미지 않는 게 유행이었던 것이다. 대신 커다란 석조 좌대와 그 위에 함께 조각한 항아리가 이 정원의 품격을 인증하고 있다. 이 가족 초상화는 동일한 그림으로 몇 개의 버전을 더 제작했고, 어떤 작품에는 왕과 왕비, 여섯 명의 왕자와 공주 외에, 이즈음 사망한 요셉 왕자까지 포함해 그렸다. 정원을 배경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당시 유행이기도 했지만, 프랑스혁명 소식에 민감한 나폴리 시민들의 눈을 의식해 그린 이 초상화는 위엄있는 왕가보다는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가족으로 그려졌다. 울타리조차 보이지 않는 꾸밈없는 정원은 이 초상화의 의도를 한층 북돋우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자연스럽든 질서정연하든, 담을 높게 치든 담이 없든, 사람이 만든 정원은 자연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곁에 두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한 것이다. 물론 정원에 담아내고자 하는 이상은, 실제로는 더 먼 곳으로 나아가야 맞닥뜨릴 수 있는 자연의 어떤 순간일 것이다. 그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사람은 정원을 가꾼다. 자랑할 정원이든 비밀의 정원이든, 광대하든 손바닥만 하든, 예나 지금이나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서민의 삶에서는 만만히 누릴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정원이 있다면 그것을 현세의 작은 낙원이라고 부를 만하지 않을까. △이윤희 큐레이터는…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 [줌인]`사할린 한인 3세` 워킹맘은 왜 대선에 뛰어들었나?
- 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이데일리 권오석 김보겸 기자] “윤석열 후보는 자세도 고쳐가며 나를 비롯한 다른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청년 전문가들이 제안한 정책이 대다수 공약에 반영되기도 했다.”정치권에 모처럼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동포 3세이자, 생후 15개월 아이를 키우는 30대 워킹맘이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세간에 화제가 됐다. `꼰대` 이미지로 점철돼왔던 보수 정당에서는 보기 힘든 그림이다. 이름만 들으면 외국인인 스트류커바 디나(사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15일 서울 압구정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그에게 언론 인터뷰는 다소 생소해 보였다. 러시아에서의 생활을 회상하던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점차 긴장을 풀고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매년 김장을 하고 명절엔 세뱃돈도 받았다던 그는, 러시아인 아버지의 외모를 물려받았지만 내면은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그의 외조부모는 일제강점기 당시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한 노동자 부부였다. 2007년이 돼서야 적십자의 `사할린 동포 영주 귀국사업`을 통해 그의 외조부모가 고향에 돌아왔다.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그로부터 5년 후 한국에 들어와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정치·경제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최근에는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직장도 다녔지만, 지금은 외국인 남편과 함께 어엿한 무역 컨설팅 업체의 대표로 있다.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그는 “대학원 졸업 후,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힘든 취준생 시기를 보냈다”면서 “석사 학위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만큼 경쟁은 무척 심했고 서류 전형에서부터 수차례 떨어지길 반복했다”고 기억했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30 청년세대와 똑같은 어려움과 좌절을 경험했다.결국, 적은 월급이지만 한 성형외과에 취업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통·번역과 마케팅 전략 개발을 맡았다. 이후에는 마케팅 관련 스타트업으로 옮겨 외국 회사의 한국 시장 진입을 도왔고, 조금 더 큰 규모의 무역 회사로 이직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이를 임신하고 일을 그만뒀다. 해외 출장과 야근이 많은 무역 회사 특성상 도저히 일을 계속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욱 좋은 일자리들을 찾으며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이제 한국 생활 10년차인 그가 초창기에는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었을까.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내가 태어난)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과 가까워서 어렸을 때부터 동네 가게에 초코파이, 김치 같은 한국 제품들이 있었다”면서 “라면을 좋아했던 외할아버지는 한국을 다녀오는 친구에게 부탁해 라면을 사달라고 했다. 신라면을 많이 먹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매년 겨울에는 외할머니와 엄마를 따라 김장을 했고, 설날만 기다리면서 세뱃돈을 받았던 추억이 있었다고 한다.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아이를 키우고 회사를 운영하는 데 바빴던 그에게 `정치`란 그저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었다. 상상도 못했던 `여의도 입성`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남편의 대학원 동기 소개로, 지난 8월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 경선 캠프의 장예찬 청년특보가 주최한 ‘상상 23’ 청년 싱크탱크 세미나에 참석하면서다. 사실 아이를 돌보느라 직접 현장엔 못 가고 화상회의를 통해 참여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윤 후보가 자신의 열정적인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고 한다.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윤 후보가) 내게 워킹맘이자 한 명의 청년, 사할린 한인 3세로서 경험해왔던 일과 어려움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공유해 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물론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이제 민간인이 아닌 공인의 신분이 됐다. 온라인 뉴스 댓글을 꼼꼼히 챙겨본다는 그는 “아직 날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며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전라도 출신 외할머니의 손에 `한국인`으로 자랐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30대 여성이면서 워킹맘이자 이주 동포인 그녀가 대변해야 할 목소리가 많다는 점에서도 어깨가 무겁다. 특히 워킹맘인 그에게 육아·보육 문제는 민감하다. 그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중소·중견기업 대상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 지원 △육아 수당 확대 △워킹맘·대디들을 위한 직장 내 문화 조성 △자영업자 부모들을 위한 긴급 돌봄 서비스 확대 등을 당의 주요 정책 방향으로 꼽았다.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워킹맘, 워킹대디 모두 육아와 자기 자신의 꿈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정치권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청년·여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구호가 경쟁적으로 튀어나오곤 했다. 그러나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들은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윤 후보가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을까.그는 윤 후보에게서 말로 형용하지 못하는 진심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내가 겪은 윤 후보는 가끔 친절한 동네 아저씨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하게 해줬다”며 “거짓이라면 느끼지 못하는 진정성이 있었다. `립 서비스`에 능한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고 확언했다. 실제로 윤 후보는 선대위 안에 청년보좌역을 설치함은 물론, 당선 후에도 모든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배치해 청년을 `국정 파트너`로 삼겠다고 했는데 이는 지난 8월 상상23 세미나에서 나온 제안이었다.매주 월요일마다 국회를 찾아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다는 그는,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솔직한 의견을 내고 있다. 그는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아온 이들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쉽지 않은 일이고,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카드뉴스] 2021년 12월 14일 ‘오늘의 운세’
- 2021년 12월 14일 오늘의 운세입니다.△물병자리 : 칭찬 받고 즐거운 마음…얼굴에 화색이 도는 날입니다. 멀리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니 마음이 온통 기쁘네요. 윗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도 있는 날입니다. 그간 불편했던 선후배 사이가 급반전될 수도 있고요.커플인 분의 경우 큰 다툼이 일어날 수 있는 날입니다. 사랑은 이타적이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이 챙김을 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재물운은 약간 하강 국면에 있는 날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돈이 나가거나, 갑자기 목돈이 필요할 수 있어요. 밖으로 다닐 때에도 어느 정도 현금을 지니고 다니세요. 현금이 없어 난처할 수도 있으니까요.△물고기자리 : 잔소리는 짜증나…자신의 생활을 성실하게 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에게 잔소리를 듣기 쉽습니다. 이러한 잔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짜증이 일어나니 하루가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습니다.애정운이 정점을 달리고 있습니다. 신비로운 꿈을 꾸듯 로맨틱한 연애가 시작될 수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일찍 봄이 찾아온 형국이네요.재물운이 좋은 편이니 적극적으로 돈을 쫓는 것이 좋습니다. 그저 얌전하게 예금만 할 것이 아니라, 투자나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 보세요. 일확천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지갑에 차곡차곡 재물이 쌓일 것입니다.△양자리 : 이런 행운이…되도록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면 행운이 따르는 날입니다. 이번에 만나게 되는 사람은 당신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커플인 분의 경우 상대방이 토라질 수 있는 날입니다. 사소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당신이 먼저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싱글인 분의 경우에는 첫인상을 믿지 마세요. 첫인상은 별로지만 차차 당신의 마음에 차오르는 상대를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재물운이 매우 좋은 날입니다.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형국이니 횡재수도 있습니다. 로또를 구매하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어딘가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황소자리 : 계획대로 하면 굿!!조금은 힘들게 진행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그 결과가 아주 좋으리라 기대됩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니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할 것입니다.커플인 분이라면 상대방을 의심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상대방은 당신에게 의심을 살만한 일을 하고 있지 않네요. 불필요한 의심 때문에 오히려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재물운이 매우 좋은 날입니다. 그동안 당신이 뿌린 것을 이제 거둬들이게 됩니다. 물건을 구매하기에도 적당한 때입니다. 당신의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살 수 있게 되겠네요.△쌍둥이자리 : 적당한 타협이 필요…주변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게 될 수 있는 날입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너무 크게 나무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지 않으면 관계가 깨질 수 있으니까요.커플인 경우 상대방에게 고민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도록 하세요. 당신에게조차 말을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싱글인 분의 경우 갑작스런 대시를 경험하게 될 수 있으니 항상 대비하세요.재물운은 평이한 수준입니다. 갑자기 큰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평소의 씀씀이만 유지한다면, 금전적으로 걱정할 일이 없겠네요.△게자리 : 어수선해, 어수선해…주변이 굉장히 어수선해지는 날입니다. 감상적인 날이기도 해서 괜스레 마음이 울적하거나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도 하네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커플인 경우 상대방의 속마음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세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싱글인 분이라면 애정운이 좋은 편입니다. 너무 가벼운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돈과 관련해서 실수를 할 수 있는 날입니다. 자칫 손해를 볼 수 있으니, 무슨 일이든 꼼꼼하게 따져 보세요.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주관을 지키셔야 합니다.△사자자리 : 보충의 기회…당신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면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날입니다. 운동도 좋고 학업도 좋고 당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분야를 정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세요.커플인 분이라면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자유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너무 속박당한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세요. 싱글인 분이라면 온라인의 공간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재물운이 계속해서 좋은 수준을 유지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 돈을 쓰더라도 곧 회복이 될 거에요. 사람들에게 베풀면 나중에 보답이 돌아오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턱 쏘는 것도 좋습니다.△처녀자리 : 계획적으로…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지는 날입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설 뿐 그만큼 추진력이 안 생길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계획을 세워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야 합니다.싱글인 분이라면 유머러스한 상대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습니다. 커플인 분의 경우 삼각관계에 휘말릴 수 있으니 주의가 요구됩니다.재물운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만남이 있을 수 있겠네요. 게자리 사람과는 돈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상승 중에 있는 당신의 재물운이 다시 하락할 수 있어요.△천칭자리 : 돌다리도 두들기며…당신 주변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는 날입니다. 당신은 모든 상황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막중한 책임을 느끼게 될 수도 있고, 어떤 일의 리더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애정운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이별의 수가 있으니 커플인 분이라면 염두에 두세요. 하지만 혹시 헤어질 작정이라면 지금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싱글인 분이라면 미팅보다는 소개팅을 하는 것이 좋겠네요.재물운은 비교적 좋은 편이에요. 특히 직장운이 좋으니 취업 준비생이라면 행운이 따를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얻기에도 좋은 날입니다. 이번에 얻은 자리는 몸은 고되지만 그만큼 대우가 좋을 거에요.△전갈자리 : 자신감의 회복…약간의 슬럼프가 있었지만 이제 서서히 자신감이 회복되는 날입니다. 만약 실수가 있었다면 이제 그것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니 마음껏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됩니다.커플인 분이라면 상대방과 조금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자주 만나다 보면 그만큼 빨리 권태기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싱글인 분이라면 연애보다는 일에 몰두해야 하는 때입니다.재물운은 상승 국면에 들어가 있습니다. 물건을 구매하기에도 좋고, 투자를 해도 좋은 날입니다. 돈을 수중에 안고 있기 보다는, 밖으로 돌려서 키워보세요.△사수자리 : 독립심을 가져라!!!생각에 변화가 생기게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당신을 발전시키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당신이 깨닫지 못하던 것을 깨닫게 되니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될 것입니다.커플인 분의 경우 상대방과 다툼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싸움도 어느 때는 필요합니다.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합니다. 싱글인 분의 경우에는 애정운이 좋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푹 빠지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연애를 하게 될 것입니다.재물에 있어서는 조금 주의가 필요한 날이에요. 공격보다는 수비와 방어를 우선하세요. 뭔가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하기 보다는, 현재 가진 것부터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염소자리 : 자기 PR의 시대!!행운을 잡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 눈에 잘 띄는 패션과 스타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묵보다는 수다가 어울리는 하루이니, 다른 사람과의 대화 중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겠네요.직접 대화를 하도록 하세요. 문자를 주고받거나 온라인 채팅을 하다보면 짜증이 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싱글인 분이라면 지금까지 당신이 좋아하던 스타일과는 다른 스타일의 상대를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재물운은 아주 좋은 편입니다. 뭔가 색다른 일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기대하지 않은 작은 행운이 당신을 찾아올 수 있어요. 경품에 응모하면 작은 상품을 타게 될 수 있는 운도 있네요.
- '괴짜' 이광형의 KAIST, 美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 만든다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반세기 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던 ‘작은 학교’가 발전을 거듭해 미국의 경제·문화 수도에 둥지를 마련한다.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10일 발표했다. KAIST는 국내에 △대덕캠퍼스, 문지캠퍼스(대전) △홍릉, 도곡캠퍼스(서울)를 설립했고, 평택캠퍼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경이공대와 협력해 국제 교육협력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아프리카 케냐에는 KAIST를 벤치마킹한 과학기술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이번 뉴욕 캠퍼스 건립은 중국이나 아프리카 등 외부 요청이 아니라 학교 의지로 글로벌 경제·문화의 중심지에 본교 수준의 캠퍼스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KAIST가 1971년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서 600만 달러의 차관을 바탕으로 개교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뉴욕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나스닥을 비롯해 미국 주요 증권회사, 거래소가 밀집해 있어 학생뿐 아니라 기업인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도 될 수 있다. AI(인공지능)전문가를 채용하거나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이광형 KAIST 총장(왼쪽)이 배희남 Big 투자그룹 회장(오른쪽)과 KAIST 뉴욕 캠퍼스 설립 양해각서를 서명하고 있다.(사진=KAIST)◇한인 교포 배희남 회장, 부지와 건물 제공뉴욕 캠퍼스 설립은 이광형 KAIST 총장과 배희남 Big 투자그룹 회장 작품이다. 이 총장은 올해 50주년을 맞은 KAIST가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경쟁하는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려면 학생들이 꿈을 크게 갖고, 세계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실력보다 글로벌 감각을 키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이 총장의 비전에 배 회장이 공감하면서 뉴욕캠퍼스 구축이 급물살을 탔다. 배 회장은 1981년 미국에 와서 1995년부터 부동산에 투자해 성공한 한인 교포다. 그는 뉴욕에 있는 1만평 상당의 부지와 건물을 학교에 제공하기로 했다. 뉴욕에 있는 명문대인 컬럼비아대, 뉴욕대 등이 상대적으로 이공계열이 약하다는 점, 세계의 경제·문화 수도라는 점도 고려됐다. 학생은 물론 기업체 임직원들이 현지 AI 등 IT 관련 기업과의 협업하고, 지리적 여건으로 어려웠던 우수 교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이 총장은 “뉴욕이 전 세계 수도로 경제, 문화의 중심이고 보스턴과 밀접해 바이오산업에 중요한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뉴욕에서 문화기술, 인공지능, 금융 분야에서 KAIST가 두각을 보일 수 있다고 봤다”고 언급했다.◇형태 어떻게? 본교 학생 보내고, 현지 학생 뽑을 계획뉴욕 캠퍼스 설립의 구체적인 형태, 구축 시기는 학교 이사회에서 논의한 뒤 결정된다. 현재로선 복수의 본교 캠퍼스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법에 따라 학교를 설립하고, 여기에 KAIST 교육 철학, 운영방식 등을 넣는 형태다.대상은 한국에서는 재학생, 기업인이며, 미국에서는 현지 학생들이다. KAIST 재학생들이 교환학생, 연구, 해외 인턴십 등을 위해 현지에 파견되고, 국내 기업들이 현지 캠퍼스에 입주해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미국법에 따라 현지 학생들도 새로 뽑는다. 기존에 없거나 인류적으로 필요한 학과 신설이 추진된다. 미국에서 학생들을 뽑아 미국에서 교육하는 방식이다.이 총장은 “연세대가 인천 송도에 캠퍼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한국 학생을 뽑아 한국에서 교육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며 “본교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교육하지 않는 것과 달리 미국 현지에서 학생들을 뽑고, 본교 학생들도 현지로 보낸다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뉴욕캠퍼스 개교는 앞으로 3~5년뒤가 될 전망이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내 캠퍼스 부지 등을 사는데 1년, 건물 보수 등에 1~2년 소요될 전망이다. 이후 운영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마련하고, 미국법에 따라 강의실, 기숙사, 연구실, 식당 등 제반 시설도 구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이광형 총장은 “카이스트 뉴욕캠퍼스를 기업들의 미국 진출 교두보이자 학생들이 한국과 미국에서 두 개의 시야를 보며 꿈을 키우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 [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제페토로 미리 보는 메타버스 세상
-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제페토는 피노키오의 할아버지다. 그런데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제페토가 있다. 네이버에서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소프트뱅크와 미래에셋캐피탈 등 투자가들이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 평가와 함께 2200억원을 투자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18년 출범하여 3년밖에 안된 회사가 메타버스로 유니콘이 되었다니 주목을 받을만하다. 제페토는 아바타로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 친구도 사귀고 게임도 하고 여행도 즐기는 메타버스 공간이다. 그런데 그 정도는 메타버스를 표방하는 앱이라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이다. 도대체 어떤 점이 특별했기에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투자가들이 2200억원을 투자했을까. 그 이유는 이용자 기반에서 찾을 수 있다. 제페토는 전 세계에서 2억명이 사용하고 있고 일 이용자 수가 200만명에 이르고 있는데 90%가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등 외국인이고, 무엇보다도 이용자의 70%가 13세에서 24세 사이의 여성이다. 다른 대부분의 메타버스가 게임을 즐겨하는 남성 유저 중심인데 반해 대부분의 유저가 10대 여성들인 제페토가 투자가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제페토가 1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독특한 아바타 만들기 기능 때문이다. 우선 자신의 사진을 스캔해서 입력하면 자기를 닮은 아바타가 만들어진다. 취향에 맞게 수정도 가능하다. 카메라에 얼굴을 대고 표정을 지으면 아바타가 그 표정을 따라 한다고 하니 가히 분신이라 할 수 있다. 아바타를 만들고 나면 다음은 옷과 가방, 액세서리, 화장, 헤어 등으로 아바타를 꾸미게 된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나이에 자기 분신인 아바타를 꾸미고 친구들과 비교하고 칭찬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할지 쉽게 상상이 간다. 현재 앱에 5000만개 이상의 아이템이 등록되어 있고, 아이템을 팔아 월 15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도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구찌, 디올이 제페토에 매장을 열고 옷과 가방을 팔고 있다. 물론 진짜 옷과 가방이 아닌 아바타를 꾸미는 디지털 명품이다. 현실에서 몇 백만원씩 하는 가방을 3000원 정도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순식간에 매진이 되었다고 한다. 비록 아바타를 통해서지만 현실에서는 꿈도 못 꿀 구찌 가방을 들고 친구들 앞에 나타날 수 있었던 10대 소녀에게 제페토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단지 인형놀이 같은 게임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의 친구 대부분을 만날 수 있고,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친구도 만날 수 있고, 현실의 자신을 꼭 닮은 아바타가 있고, 현실의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의 아바타가 있는 곳이 제페토이다. 현실의 확장이자 이상향이다. 이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에 뛰어 넘고, 추가하고, 완성한다는 의미의 접두사 ‘메타’를 붙인 신조어 ‘메타버스‘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 자신을 닮았지만 더 예쁘고, 옷도 더 잘 입고, 인기도 많은 아바타로 대리만족을 얻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 깊은 실망감으로 자기혐오에 빠지지는 않을까. 2007년 스탠퍼드 대학 교수 제러미 베일렌슨은 아바타가 현실의 자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가상 현실에서 개인에게 주어진 아바타의 특성에 따라 현실에서의 행동이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키가 작은 사람이 키 큰 아바타를 받으면 현실에서도 키 큰 사람처럼 행동하고, 영웅 아바타를 받은 사람은 현실에서도 남을 돕는 등 정의로운 행동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베일렌슨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변신의 귀재 이름을 따 프로테우스 효과라고 불렀는데, 프로테우스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자신에 대해 기대하는 행동을 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메타버스에서 얻은 자신감이 현실로 돌아온다고 무너지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의 자신감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기술이 그랬듯이 메타버스도 순기능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빈부격차나 차별, 거짓과 폭력이 싹틀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이제 태동 단계에 있는 신기술이다.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현실 세계에 도움이 되는 메타버스로 발전해가길 기대한다.
- 공부는 누가 하나[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14>
- 앙드레 앙리 다르겔라스가 1860년 그린 ‘세계여행’. 한바탕 난리법석인 교실풍경을 그려냈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붓선으로 도시 안팎의 정겨운 전경을 그렸던 다르겔라스가 유독 몰입했던 소재는 ‘아이들’이었다. 동네 골목길 또 언저리 숲에서 놀이를 하거나 집안에서 사고를 연신 쳐대던 장난기는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또래의 왕성한 에너지 집합소가 된 학교를 그린 작품에선 자유스러운 교실 분위기까지 입혀 누구나 떠올릴 유년시절의 서정성을 짙게 풀어놨다. 캔버스에 유채, 46×37.5㎝, 개인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큐레이터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큐레이터·미술평론가]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큰소리로 서로를 불러대는 모습이 요즘처럼 그리울 때가 있을까. 영원히 변치 않을 풍경인 줄 알았는데, 전쟁도 천재지변도 아닌 지나가는 역병에 그 풍경은 너무 쉽게 바뀌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건대 인간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멈춰 본 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더 어린 이들을 모아 가르쳐 왔고, 1000년 전부터 공적인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왔으며, 지금은 학교를 다니는 일이 당연한 삶의 과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반드시 학교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 믿는다. 학교의 교실 풍경은 이전 시대에도 오늘날과 매우 비슷했다는 것을 옛 그림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14세기 전반기, 그러니까 중세 후반기에 양피지에 그린 이탈리아 화가 라우렌티우스 데 볼토리나의 ‘헨리쿠스 데 알레마니아의 윤리학 수업’(1300s)에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학생들이 보인다. 어려운 화가의 이름이나 교수의 이름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또 수염을 기르거나 중후한 모자를 쓴 나이 지긋한 학생들이란 사실을 뒤로 하고 그림을 바라보면, 피식 웃음이 날 정도로 학창시절의 장면이 떠오르게 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셋째 줄 맨 앞에 보이는 학생이다. 도저히 졸음을 참을 수 없는지 팔을 베고 그만 잠들어버렸다. 너그럽게 봐주자면 전날 밤을 새우면서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눈이 초롱초롱한 학생들은 앞줄에 앉는 법, 펼친 책을 똑바로 쥐고 교수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배움의 기쁨에 뭔가 질문을 쏟아낼 것 같은 학생들은 앞줄과 둘째 줄에 모여 있다. 하지만 둘째 줄 끝으로 보이는 학생부터 턱을 괸 자세 등 상태가 좀 달라지기 시작해, 세 번째 줄에서의 산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 학생은 아예 잠들었고, 가운데 두 학생은 교수가 뭐라 하거나 말거나 천연덕스럽게 얼굴을 맞대고 대화 중이다. 마지막 줄에도 아예 일어나 수업을 빼먹으려는 학생과 멍하니 딴 곳을 쳐다보는 학생, 또 ‘나는 누구며 여기는 어디인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든 것 같은 얼굴도 보인다. 헨리쿠스 데 알레마니아 교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수업이 어떤 내용인지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우나, 중세의 대학이란 특수하게 허락된 공간에서도 공부하는 학생은 하고, 노는 학생은 놀고, 조는 학생은 졸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수염이 덥수룩한 어른들의 교실이라도 말이다. 라우렌티우스 데 볼토리나의 ‘헨리쿠스 데 알레마니아의 윤리학 수업’(1300s). 중세 말 강의실의 풍경. 교수나 학생의 외양만 보고 기대했던 엄숙한 수업 분위기는 ‘반전의 디테일’에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졸고 떠들고 무념무상에 빠진 학생들을 캐치한 화가의 재치가 보인다. 양피지에 채색, 18×22㎝, 독일 베를린 쿠퍼슈티히카비네트미술관 소장.◇18세기 서민에게도 교육 길 열렸지만…근대 이전 시기에 귀족은 훌륭한 가정교사를 들여 자녀를 교육했지만, 먹고사는 일에 급급했던 일반 서민에게 교육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지역에 따라서는 신분제가 완화됐고,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서민층 어린 학생들이 교육 받는 일도 가능해졌다. 약간 여유가 있는 부모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지면서 계층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랑스 화가 앙드레 앙리 다르겔라스(1828∼1906)의 ‘세계여행’(1860)은 19세기 중반 프랑스 시골학교 교실의 생생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교실 천장에 학습용으로 매달아 놓은 지구본에 기어코 한 아이가 올라탔고, 다른 한 아이는 지구본을 밀고, 또 다른 아이는 잡아당기는 중이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줄을 단단히 잡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지구본에 두 다리를 단단히 붙인 이 아이는 보나마나 이 학급에서 최고의 말성꾸러기일 것이다. 그림에는 일곱 명의 아이가 등장하는데, 가장 멀리 보이는 아이는 이 신나는 일탈의 놀이보다 야단맞을 일이 더 걱정인지 교실 문을 열고 황급히 뛰어들어오는 선생님을 쳐다보고 있다. 거의 일어서듯이 지구본을 탄 아이를 바라보는 붉은 옷의 아이는 이 광경을 꿈꾸는 듯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혼날 것을 각오하고 지구본에 올라탄 친구가 부러워서일 수도 있고, 저 동그란 구에 붙어 있는 이국의 세계에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용기가 샘솟는 중일 수도 있을 것이다. 교단에 앉아 얌전하게 책을 펼친 아이도 이 시끄러운 놀이에서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 사태를 진정시키러 들어오는 선생님이 아니라면 아이들은 줄을 서서 이 ‘세계여행’을 한 번씩 즐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앙드레 앙리 다르겔라스의 ‘세계여행’(1860) 부분. 교실 천장에 학습용으로 매달아 놓은 지구본에 올라탄 한 아이와 밀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이 장난에 동참하지 못한 붉은 옷의 아이는 이 광경을 꿈꾸는 듯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이 교실 풍경에서 여학생은 보이지 않는다. 19세기 중반인 이 시기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 비해 교육의 수혜를 덜 받았다. 학교를 다니더라도 여자아이에게는 세계여행을 꿈꾸게 하기보다 기존의 좁은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게 성장하는 게 목표였다. 물론 글자와 숫자를 익히고 책도 읽겠지만, 양재 같은 실용적인 과목을 배워 장차 현숙한 여인으로 성장해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을 장려했던 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도 특출난 재능으로 모든 방해물을 스스로 제치고 어떻게든 공부할 길을 찾아 후에 노벨상을 받게 된 마리 퀴리 같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에 깔린 성별의 차등 외에 각 분야의 전문영역에서는 뭐가 좀 달랐을까. 미술 분야만을 보자면 별로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 미술대학의 전신인 유럽의 미술아카데미들, 특히 왕립으로 운영하던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아예 허락되지 않거나 소수 인원으로 한정해 기회가 주어졌다. 영국의 로열아카데미는 처음 설립한 1768년에 34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40명까지 허락됐는데, 여성회원으로 스물네 살이던 메리 모저와 스물일곱 살이던 앙겔리카 카우프만이 창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초상화로 자리한 모저·카우프만의 비운이들은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작품을 품평하고 전시하고 수업을 만들어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이 함께한 수업의 모습은 독일 화가 요한 초파니(1733?∼1810)의 ‘로열아카데미 회원들’(1771∼177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체를 탐구하기 위한 누드교실이 그림의 배경이다. 오른쪽으로 남성 두 명이 옷을 벗고 포즈를 취하거나 잠시 쉬는 모습이 보이고, 회원들은 이들을 관찰하거나 토론을 하고 있다. 그림은 당시 흔했던 집단 초상화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회원들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그려져 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도 모델을 포함해 전부 남성으로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어이없게도 여성 화가의 얼굴은 오른편 벽에 걸린 두 점의 초상화 속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요한 초파니의 ‘로열아카데미 회원들’(1771∼1772). 남성들끼리 ‘그들만의 수업’을 꾸려가던 18세기 영국 한 미술아카데미의 교실을 들여다봤다. 수업에 참석하는 여부를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하지 못했던 당시 여성들은 벽에 걸린 초상화에 걸린 채 수업에 참석 중이다. 캔버스에 유채, 101.1×147.5㎝, 영국 런던 왕가 컬렉션 소장.두 명의 여성 회원 중 모저는 정물화를 그리는 화가였고, 카우프만은 영국 귀족의 가족초상화를 그려 이미 명성이 높은 화가였다. 하지만 카우프만은 초상화에 만족하지 않고 역사화에 지속적으로 도전해 역사화가로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야심찬 화가였다. 따라서 역사화에 필수적인 인체 탐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남성의 누드를 관찰한다거나 위대한 장르인 역사화에 도전하는 것은 여성의 미덕에 해를 끼치는 일이란 판단에 의해, 두 명의 여성 회원은 이 수업에서 배제당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초기 로열아카데미 회원의 초상화를 전부 그려야 했던 초파니는 고민 끝에 이들의 얼굴을 벽에 걸린 초상화로 넣어준 것이다. 미술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이 균등한 교육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여자아이도 교실에서 지구본을 망가뜨리고 대학 강의에서 전날의 숙취로 정신을 못 차리는 세상이 됐다. 눈을 반짝이거나 졸거나 떠드는 교실의 오래된 풍경 속에 여학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 것, 이는 과거의 그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이윤희 큐레이터는…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 '복지 강국' 외친 윤석열·안철수·심상정…"지속가능 시스템 필요"
-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야권 대선 후보들이 10일 복지 강국 도약을 위해 한데 모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속 가능한 사회 복지 시스템을 통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자”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약속했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회복지비전선포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세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회복지 비전선포대회에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각자의 정책 구상을 공개했다.먼저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노인 빈곤율과 높은 자살률은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며 “최근 코로나 대응 실패로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윤 후보는 사회 복지 분야 일자리 창출, 국민 중심의 서비스 전달 체계 구축 및 종사자 처우 개선, 지속 가능한 복지 국가 건설 등 세 가지 방향성을 약속했다.이어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의 재원을 확충해 두터운 사회 안전망이 다시 성장의 바탕이 되는 선순환 복지국가를 이루겠다”며 “윤석열표 복지 국가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안 후보는 “제19대 국회 전·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배운 것들이 많다”며 “역대 정부에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복지 예산은 매년 늘어왔지만 사회 복지 종사자들의 처우는 열악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또 “선거 때만 되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선심성 복지 공약이 쏟아지는데, 이와 같은 퍼주기식 복지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며 “후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전략적인 조합을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심 후보는 “난 보편적 복지 국가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정치를 시작했다”며 “정의당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기초연금 등 복지 정책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고, 당시엔 ‘현실로 내려오라’며 비웃음도 샀지만 결국 우리가 주장한 제도가 도입됐고 이게 내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지난 세월 동안 정부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사회 복지를 해결하려 했고 그 부담을 민간에게 오롯이 떠넘겨 왔다”며 “환경, 지역, 소득에 따라 삶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국가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나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 행사를 공동 주관한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는 10대 사회복지정책 아젠다를 만들어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사회복지부 신설 및 부총리 승격, 대통령 직속 사회복지서비스위원회 운영, 보편 복지 예산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세 후보는 “최대한 공약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당초 참석이 예정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부터 3박 4일 동안 대구경북 지역을 순회하는 ‘매타버스’ 일정을 소화하는 바람에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 윤여정·이승기 소속사 후크, 초록뱀과 합병…"새 도약 위한 도전" [공식]
-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초록뱀미디어 CI)[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윤여정, 이선희, 이서진, 이승기가 소속된 엔터 기획사 후크엔터테인먼트가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와의 인수 합병 소식을 공식 발표하며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한 포부와 계획 등을 전했다. 권진영 후크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0일 공식입장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콘텐츠 시대에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펼치고 싶은 바람으로 초록뱀미디어와 합을 이뤄 결단을 내렸다”며 “2002년 처음 소속사의 문을 연 후 굳건한 신뢰와 의리로 회사를 지켜준 소속 아티스트, 그리고 직원들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한 도약의 기회로 삼고,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와 초록뱀미디어의 합병 소식은 지난 9일 공시로 처음 알려졌다. 초록뱀미디어는 1998년 설립 이후 ‘주몽’ ‘거침없이 하이킥’ ‘추노’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나의 아저씨’ ‘펜트하우스’ 등 수많은 히트 드라마를 만들어낸, 23년 업력을 지닌 국내 대표 콘텐츠 제작사다. 공시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는 지분 100% 보유 형태로 후크엔터테인먼트를 440억 원에 인수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되기도 한 배우 윤여정, 최근 JTBC ‘싱어게인’2에서 예리한 심사평을 전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가수 이선희,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드는 극과 극 변주의 매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배우 이서진, 드라마 ‘마우스’에서 배우로서 성공적인 변신을 완성한 것은 물론 가수, 예능 등 브라운관 안팎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 이승기 등 대한민국 대표 아티스트들을 보유한 소속사다. 특히 후크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배우 매니지먼트 뿐만 아니라, SBS ‘편먹고 공치리’시즌2, KBS 여행다큐멘터리 ‘한 번쯤 멈출 수밖에’ 공동 제작은 물론 소속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기획에 꾸준히 참여하며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쏟아 왔다.후크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케이블채널 K-스타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23년 동안 흔들림 없이 드라마 제작을 진행해온 초록뱀미디어의 제작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합병을 결정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합병을 발판으로 K-콘텐츠가 해외 글로벌 OTT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콘텐츠 IP 확보가 중요하게 된 요즘, 전속 아티스트들의 IP와 콘텐츠 제작이 조화를 이루는, 더 새롭고 업그레이드된 뉴미디어 사업 개발에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한편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엔터업계 ‘미다스 손’으로 평가받는 권진영 대표가 2002년 회사를 창립했다. 윤여정-이선희-이서진-이승기 등 대한민국 대표 아티스트들과 최규리, 서범준, 김민수 등 신선한 루키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다.
- [여행] 석양 물든 ‘백제의 꽃밭’서 1400년 전 무왕의 꿈 엿보다
- 전북 익산 미륵산 아래에 자리한 미륵사지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미륵사는 백제 무왕의 광대한 꿈과 섬세한 예술혼이 느껴지는 사적지다. 지금은 천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탑 두기와 당간지주만이 남아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은 백제문화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검소하면서도 화려했던 백제문화의 마지막 페이지를 찾아 전북 익산 땅으로 향한다. 익산은 무왕의 도시다. 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4구체 향가 ‘서동요’의 고장이다. 서동요는 백제 무왕 서동과 선화의 사랑 노래. 이 노래의 주인공인 무왕은 백제 법왕이 재위 2년 만에 숨을 거두자,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이후 무왕은 익산을 발판삼아 백제 부흥을 꿈꿨다. 하지만 그의 꿈도, 백제의 운명도 야속하게도 끝이 났다. 전북 익산 미륵산 아래에 자리한 미륵사지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미륵사는 백제 무왕의 광대한 꿈과 섬세한 예술혼이 느껴지는 사적지다. 지금은 천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탑 두기와 당간지주만이 남아있다.◇백제 최대 가람으로 위용을 떨친 미륵사지미륵산 남쪽 아래에는 무왕의 흔적이 있다. 바로 미륵사지(사적 150호)와 왕궁리유적이다. 익산 금마(金馬)의 미륵사지는 시인 신동엽이 ‘백제의 꽃밭’이라고 노래한 곳. 미륵사지 입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알리는 인증서 석비가 우뚝서 있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의 광대한 꿈과 섬세한 예술혼이 느껴지는 사적지로 동서로 172m, 남북으로 148m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가람이었다. 미륵사에는 원래 탑이 셋이었다. 부처님을 모신 금당(金堂) 또한 셋이었다. 가운데는 목탑이었고, 양쪽은 석탑이었다. 하지만 천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지금 남은 건 탑 두기와 당간지주뿐. 이 빈터만 보고 있어도 한눈에 사찰의 크기가 대단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익산 미륵사지 동탑과 서탑, 그리고 미륵산이 연못에 반영된 모습서탑은 그 유명한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이다. 국내 현존하는 최고(最古)·최대(最大)의 석탑이다. 절은 오래전 사라졌지만, 탑은 여전히 남아 우리 앞에 서 있다. 석탑은 과거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다. 석탑 위쪽 부분이 허물어져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덕지덕지 시멘트로 발라놓았다. 식민지 조선의 운명을 떠안 듯 백제의 석탑은 무거운 시멘트를 제 몸에 붙인 채 수십년 세월을 견뎌야 했다.석탑을 본격 해체하고 보수를 시작한 것은 2001년이었다. 이때만 해도 석탑의 복원에 20여 년의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19년에 와서야 미륵사지 석탑은 다시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었다. 복원 과정에 뜻하지 않은 선물도 발견되었다. 탑의 1층 심주석 아래에서 사리장엄구가 나왔다. 미륵사 창건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가장 확실한 열쇠였다. 사리장엄구는 국립익산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동탑은 현대에 와서 복원한 탑이다. 아랫부분에는 동서남북 방향으로 네 개의 출입문을 달아놓았다. 허리를 깊이 숙여 탑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불교에서 탑 내부는 성역과 같은 곳이다. 부처의 진신사리나 불경 등을 비밀스럽게 이곳에 모시기 때문이다. 국립익산박물관에 전시된 금제사리내호미륵사지 왼쪽 입구에는 국립익산박물관이 있다. 익산의 귀한 보물들을 모신 곳이다. 입구 로비에는 지금은 사라진 미륵사지의 목탑 축소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최소 높이가 40m에 이르렀다는 탑이다. 목탑 전체에 정교한 장식이 조각돼 있어 백제 시절 높은 수준의 기술을 그대로 담아냈다. ‘화려하다’는 표현은 미륵사 목탑을 위해 아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륵사지 서쪽 석탑과 왕궁리 오층석탑의 사리장엄구를 이곳에서 알현할 수 있다. 정밀한 세공 기술과 고운 빛깔 앞에 백제 문화재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쌍릉 대왕릉에서 나온 나무널도 볼 수 있다. 대왕릉에 묻힌 이는 백제 무왕으로 미륵사 건립을 지시했던 바로 그 주인공이다.무왕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왕궁이 있었던 자리에는 지금 왕궁리 오층석탑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천년전 무왕의 흔적을 따라가다 무왕의 흔적은 미륵사지 뒤편의 미륵산에도 남아 있다. 산 정상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사자암. 사자암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미륵산 정상 바로 아래에 사자사가 있다. 이 사자사 자리가 무왕 부부가 다녔던 사자암이 있던 자리다. 사자암에서 내려다보는 미륵사지와 익산 들녘의 풍광도 멋있지만, 더 멋진 전망을 보겠다면 정상까지 오르면 된다. 정상에서는 미륵사지의 전경과 함께 익산 땅의 장쾌한 전망도 조망할 수 있다.익산 미륵산성여기까지 왔다면 미륵산성에도 들러야 한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백제시대 미륵사지를 중심으로 익산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산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왕은 나라의 중심을 익산으로 옮기려 했고, 수도를 방어할 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어진 게 바로 미륵산성이라는 것이다. 성의 둘레는 1.8㎞ 남짓. 전체 성곽 중 3분의 1 정도만 복원됐지만, 구불구불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성곽의 규모가 대단하다.무왕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왕궁이 있었던 자리에는 지금 왕궁리 오층석탑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무왕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는 왕궁도 이곳에서 멀지 않다. 정확한 지명은 왕궁면 왕궁리. 이곳에 왕궁리유적(사적 제408호)이 있다. 지명만 보더라도 이곳에 왕궁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증거다. 백제가 멸망한 이후에는 왕궁터에 사찰을 세운 독특한 유적으로, 1889년부터 지금까지 발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유적에서는 동서 245m, 남북 490m에 이르는 왕궁의 규모와 담장뿐 아니라 왕궁 내부의 건물지와 석축, 백제 최고의 정원 유적, 금과 유리를 가공, 생산했던 공방터, 화장실 유적을 발굴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층석탑(국보 제289호)이다. 이 탑은 사찰이 언제 세워졌는지 알려진 바가 없어 탑이 세워진 시기도 의견이 분분하다. 시대가 어떻든 8.5m에 이르는 위풍당당한 이 석탑은 왕궁리 유적을 사방으로 돌아가며 둘러봐야 제맛이다. 특히 서편으로 해가 떨어질 때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석탑의 실루엣이 가히 장관이다.익산 쌍릉으로 알려진 백제 무왕의 무덤백제 무왕의 무덤도 인근에 있다. 익산쌍릉이라 알려진 고분이다. 규모가 다른 고분 두개가 있는데, 이름은 대왕릉과 소왕릉이다. 문헌에는 무왕과 그의 왕비 능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려시대 도굴된 기록이 있다. 이 두 고분은 1917년 일본인 학자 야쓰이 세이이쓰에 의해 발굴되었는데, 당시 유리건판 사진이 남아 있어 발견 당시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이때 대왕릉의 목관이 발견됐다. 대왕릉에서 출토된 목관은 출토 이후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 전시됐고 광복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됐다. 지난 2020년 국립익산박물관으로 이관돼 현재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
- 답답했던 한 해…'꿈' '위로' '재테크' 읽었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021년 서점가의 화두는 ‘꿈’ 그리고 ‘위로’였다. 올해도 계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의 답답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에 대한 관심이 예년보다 높아졌다. 재테크 도서 또한 현실 속 꿈을 반영하며 올해 인기를 이어갔다. 국내 대표 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가 각각 발표한 ‘2021년 도서 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을 통해 2021년 서점가를 사로잡은 책들을 정리해봤다.교보문고·예스24가 발표한 ‘2021년 베스트셀러’ (디자인=김일환 기자)◇‘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등 소설 강세교보문고와 예스24가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 종합 부문 1위는 이미예 작가의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차지했다. 꿈을 파는 백화점을 무대로 동화 같은 상상력을 담은 책으로 지난해 7월 종이책으로 정식 출간된 뒤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에 올라 독자들의 사랑을 이어갔다.인기에 힘입어 지난 7월 출간된 속편 ‘달러구트 꿈 백화점 2’도 교보문고와 예스24 베스트셀러 각각 8위와 6위에 올랐다. 최근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70만부, ‘달러구트 꿈 백화점 2’가 30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두 권을 묶은 ‘100만부 기념 합본호’가 새롭게 출간되기도 했다. 출판사 팩토리나인 관계자는 “독자들이 만들어준 결과라 이미예 작가도 얼떨떨해 하고 있다”며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소재이기에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소설의 강세도 예년보다 두드러졌다. 예스24의 경우 소설 분야 도서 판매가 전년 대비 6.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올해 베스트셀러 종합 100위권 내에 포함된 소설도 총 22종으로 경제경영 서적과 함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함께 ‘힐링 판타지’ 소설 열풍을 이끈 메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국내 장르소설을 대표하는 정유정 작가의 신작 ‘완전한 행복’ 등의 인기를 통해 독자들이 현실을 잊게 하는 상상의 세계를 찾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2021년 베스트셀러 주요 도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왼쪽부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주린이가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77’, ‘메타버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사진=각 출판사)◇메타버스 관련 서적 84종 출간재테크 열풍으로 경제경영 서적의 인기도 이어졌다. 경제경영 서적 중 제일 많이 팔린 책은 ‘주린이가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로 교보문고 2위, 예스24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상현실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 관련 서적도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김상균 교수의 ‘메타버스’를 필두로 올해만 총 84종의 메타버스 관련 도서들이 출간됐다.힘든 현실에 조언이 될 사회 각 분야 멘토들의 에세이도 인기였다.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는 예스24 베스트셀러 4위에 랭크됐다. 가수 양희은의 ‘그러라 그래’, 유튜버 ‘밀라논나’로 활동 중인 장명숙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도 높은 판매고를 보였다.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올해 베스트셀러는 힘든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잃고 싶지 않다는 독자들의 염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판타지 장르는 크게 ‘현실 회피’와 ‘위로’라는 두 가지 코드를 지니고 있는데, 올해 서점가에서 인기를 끈 판타지 소설은 위로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희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서적과 내년 대선 관련 서적은 올해 베스트셀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정치 팬덤의 영향력을 보여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교보문고 3위, 예스24 2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현실 사회를 반영한 책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그만큼 독자들이 현실에 대해서는 큰 기대가 없음을 보여준다”며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사회의 분위기가 올해 베스트셀러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