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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맵인터뷰] 민경남 "부동산 투자 뛰어들기 위한 조건"
- [이데일리 재테크전략팀 기자]부동산 전업투자자가 된 지 1년이 되는 민경남 KN Properties 대표(필명 : 시네케라)를 이데일리맵에서 만났다.그는 자신의 실전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투자 원칙과 방식을 공개, 공유하고 매일매일 부동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부동산 전업투자를 업으로 삼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을까?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투자의 경우는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투자가 가능하다. 평일 저녁과 주말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로 투자하는 구분 상가와 꼬마빌딩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근무시간 중에 현장에 수차례 나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투자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직장인이 그렇게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운다면 아마도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게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직장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직장생활할 때와 부동산 투자를 할 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12년간 자산운용회사 부동산운용팀에서만 근무했다. 연기금이나 보험사들의 투자를 받아 대형 오피스 등을 매수하고 운용하는 일을 했는데, 직장생활을 할 때는 거래하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자산관리회사 등이 많이 있어 편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하나하나가 비용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시장 조사부터 계약서 검토까지 웬만한 것은 직접 다 해야 하다 보니 쉽지가 않았다.시네케라 민경남 KN Properties 대표▶다시 직장생활로 돌아가고 싶 을때는 없었는지.아직 만 1년 밖에 안 돼서 함부로 이야기하기가 좀 부담스럽지만 아직까지는 전혀 없다.(웃음)▶913대책 이후 거래 절벽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하는가?거래 절벽의 핵심은 대출 규제, 양도세 중과 그리고 주택임대 사업자의 등록이다. 질문 주신 내용은 결국 위의 규제가 언제 풀릴 것이냐를 묻는 것과 동일한 것인데, 글쎄다. 정책 입안자들이 결정하는 문제라 그 시점은 정말 모르겠다. 다만 며칠 전 한국은행에서 2019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발표했지만 아직 정부에서는 건설업이나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의 뜻이 전혀 없음을 밝힌 것으로 볼 때 빠른 시일 내는 아닐 것 같다.▶주변으로부터 부동산 상담도 많이 들어올 거 같은데 사연들 중에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투자의 3요소는 분석력, 자본력 그리고 실행력이다. 대부분 특히 여의도에 있는 많은 지인들 중에는 분석력과 자본력이 뛰어난 분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직장생활 때문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겨서인지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실행력을 확보하려면 결국 놀 시간, 잠잘 시간 등 시간을 아껴 현장도 수차례 방문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했다.<그림1(이데일리맵 홈페이지 이미지)> 강의를 진행하는 답변에서 그의 솔직함을 엿볼 수 있었다▶이데일리맵 강의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직장 생활을 안 하니 월급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늘어나고, 생활비는 줄일 수가 없다. 그게 솔직히 강의를 하는 이유이다.물론 강의 자체도 재미있다. 경험하면서 보고 배운 것들을 수강하시는 분들에게 전수해 주고 손해 보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재미있고 거기다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니 더욱 좋다.하지만 앞으로 강의는 줄여나갈 생각이다. 아마 현금 흐름이 완성되면 강의는 완전히 중단할지도 모른다. 노하우를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시장에 경쟁자가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이 강의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 어떤 분들이 들으면 가장 유익하다고 보는지. 6시간 동안 워낙 많은 내용들을 다룰 것이다 보니 핵심을 집어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다. 굳이 말씀드리면 ‘강의 내용을 70~80% 이해하기 전에는 함부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면 안 된다’ 정도일 것 같다.강의 레벨은 아마도 등기를 1~2번 정도 해 본 사람들 수준에 딱 맞는 강의일 것 같다. 물론 거래 경험이 없지만 이해력이 빠르고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불타고 있는 젊은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다.▶다른 부동산 강의와의 차별화를 말해달라. 강의 중에 특정 지역이나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즉, 찍어주는 강의를 절대 하지 않는다. 다만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그 본질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또한 KB자산운용 등에서 정통의 부동산 금융을 배웠고,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부동산을 거래해봤기 때문에 머릿속이 부동산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아직 젊지만 지난 10여 년간을 잠자는 시간 빼고 부동산에 올인했기 때문에 1만 시간이 아니라 3만 시간 이상의 노하우가 쌓여있다. 그리고 강의 중에 나오는 사례들은 대부분 경험한 사례들일 것이다.▶부동산 투자자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작년에 상가를 매매할 때 있었던 일이다. 최초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넘어야 할 산들을 넘어가며 2~3번의 변경 계약을 더 체결했던 적이 있었다. 각각의 계약 또는 변경 계약 때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매도자와 만나 4~5시간가량의 협상을 벌였다. 계약에 대해서 원인 무효 조항을 넣고, 계약금을 매도인에게 입금 후, 해당 계좌에 예금 질권을 설정해 놓기까지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딜이 마무리되었다. 그때의 기억은 아마도 머릿속에서 평생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과 같이 1년에 딱 1건의 거래만 할 생각이다. 빌딩 등을 부지런히 사고, value-add 하고, 팔아 빠른 시간 내에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이후의 부동산 투자는 생존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해보는 것이 계획이자 꿈이다. 투자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면, 수익 자체에 대한 1차적인 즐거움이 있고, 내 판단이 맞았다는 2차적인 짜릿한 즐거움이 있다.
- [전문]文대통령 "신한반도체제,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되는 일"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신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사진=청와대)[이데일리 원다연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7일 “촛불혁명의 영웅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힘이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출판부가 출판 예정인 기고문집에 “평범함의 위대함-새로운 세계질서를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기고는 FAZ 출판부측에서 올해 ‘새로운 세계질서’(가제)의 출간 계획을 알려오며 문 대통령의 기고문 수록을 요청하며 이뤄졌다. FAZ 출판부는 약 5년에 한 차례씩 전 세계 주요 정상, 재계 지도자, 종교계 주요 인사들의 기고문을 수록한 기고문집을 발간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으로는 △김영삼 대통령 ‘21세기를 위한 아젠다: 도전으로서의 미래’(1998) △김대중 대통령 ‘21세기를 위한 아젠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길, 정치와 경제’(2000) △노무현 대통령 ‘권력자의 말’(2007) △이명박 대통령 ‘변혁의 시대’(2013)이 앞서 기고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부활로서의 2017년 촛불혁명을 평가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기고문 전문이다. “평범함의 위대함”- 새로운 세계질서를 생각하며1. 광주광주는 한국 현대사를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한국인들은 광주에 마음의 부채를 갖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한국인이 광주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스스로 정의로운지 되묻고 있습니다.1980년 봄, 한국은 대학생들의 민주화운동으로 뜨거웠습니다. 유신체제는 막을 내렸지만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장악해가고 있었습니다. 신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비상계엄령을 발동해 정치인 체포와 정치활동 금지, 대학교 휴교령과 집회·시위금지, 언론보도 사전검열과 포고령 위반자 영장 없는 체포 등 가혹한 독재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역에 모인 대학생들은 신군부의 무력진압을 우려해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이때 광주의 민주화 요구는 더 활활 불타올랐습니다. 공수부대를 투입한 신군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학살을 자행했고, 국가폭력으로 수많은 시민이 사망했습니다. 5월 18일 떨어지기 시작한 광주의 꽃잎들은 5월 27일 공수부대의 도청진압으로 마지막 꽃잎마저 지게 되었습니다. 광주의 비극은 처절한 죽음들과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두 개의 자각(自覺)과 한 개의 의무를 남겼습니다. 첫 번째 자각은 국가폭력에 맞선 사람들이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폭력의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를 낸 사람들은 노동자와 농민, 운전사와 종업원들,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사망자 대부분도 이들이었습니다. 두 번째 자각은, 국가의 폭력 앞에서도 시민들은 엄청난 자제력으로 질서를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항쟁의 기간동안 단 한 차례의 약탈이나 절도가 없었다는 것은 이후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자부심이며 동시에 행동지침이 되었습니다. 도덕적 행동이야말로 부정한 권력에 대항해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행동이라는 것을 한국인들은 알고 있습니다. 도덕적 승리는 느려 보이지만 진실로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남겨진 의무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광주에 가해진 국가폭력을 폭로하고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곧 한국의 민주화운동이었습니다. 저도 부산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광주를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바치고 끊임없이 광주를 되살려낸 끝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찾아왔고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가 되었습니다.외로운 광주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린 사람이 독일의 제1공영방송 일본 특파원이었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였다는 사실이 매우 뜻깊습니다. 한국인들은 힌츠페터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뜻에 따라 그의 유품이 2016년 5월, 광주의 5.18묘역에 안치되었습니다.2. 촛불혁명, 다시 광주제가 1980년의 광주 이야기를 되새긴 것은 지금의 광주를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2016년 혹독한 겨울 한파 속에서 이뤄진 한국의 촛불혁명은 ‘나라다운 나라’란 과연 무엇인가를 물으며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제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 되었습니다. 금융과 자본의 힘은 더 강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으로 노동환경은 악화되었습니다. 여기에, 특권계층의 부정부패는 국민의 상실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급기야 한국의 남쪽 바다, 진도 맹골수도를 지나던 세월호에서 금쪽같은 아이들이 구조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갔고, 슬픔을 안은 채 한국의 국민들은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촛불혁명은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엄마와 유모차에 앉은 아이들이 함께,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노동자와 기업인이 함께 광장의 차가운 바닥을 데우며 몇 개월 동안 전국에서 지속되었습니다. 단 한 번의 폭력사건 없이 한국의 국민들은 2017년 3월 헌법적 가치를 위반한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렸습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습니다. 1980년 광주가 2017년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던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촛불혁명을 노래와 공연이 어우러진 ‘빛의 축제’로 묘사하며,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의식을 보여줬다고 극찬한 독일 언론을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지금의 한국 정부는 촛불혁명의 염원으로 탄생한 정부입니다. 저는 한시도 ‘정의로운 나라, 공정한 나라’를 원하는 국민의 뜻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공정하게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정의로운 국가의 책임과 보호 아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촛불혁명이 염원하는 나라라고 믿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행복할 때, 한 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가능합니다. 포용국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과 국가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그 결실을 골고루 누리는 나라입니다. 한국은 지금 ‘혁신적 포용국가’를 지향하며 누구나 돈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공부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꿈을 위해 달려가고, 노후에는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토대 위에서 이뤄지는 도전과 혁신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리 경제를 혁신성장으로 이끌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포용국가는 사회경제체제를 포용과 공정, 혁신의 체제로 바꾸는 대실험입니다. 한국에서는 고용 부문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청년의 일자리 예산을 확대하고, 퇴직 이후에도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중년의 재취업 훈련을 지원했습니다. 기초연금을 인상했고, 어르신 일자리 예산을 늘렸습니다.경제 부문에서는 그간 한국경제의 대들보였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혁신 창업·중소기업이 쑥쑥 커갈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금융도 혁신친화적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복지 부문에서는 생애주기에 맞춘 사회보장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의료보험의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돌봄 서비스를 국가 차원에서 확충해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세우고,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는 한편 성차별에 단호히 대처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교육 부문에서는 입시경쟁과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중시하는 혁신 교육으로 전환해 나갈 예정입니다.그러나 익숙해진 관습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과정에는 갈등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 대화하고, 조정하고, 타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를 통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찾아가야 합니다. 대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식민지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불과 70여 년 만에 세계 11위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이런 성과를 우리는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면서 이뤄냈습니다. 농업에서 경공업, 중화학공업, 첨단 ICT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변화를 스스로 이뤄내며 2차 세계대전 후의 신생 독립 국가 중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한국은 맨손에서 성공을 이룬 저력이 있습니다. 한국 국민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국민입니다.이즈음 광주에서 의미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졌습니다. 적정임금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동자와 사용자, 민간과 정부가 각자의 이해를 떠나 5년이 넘게 머리를 맞댔습니다. 노동자는 일정 부분의 임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사용자는 일자리를 보장하면서 노동자의 복지를 책임지는 가운데 비용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지키고자 하는 민간의 요구가 강했고, 각종 법규를 조정하고 안정적인 기업운영을 지원해야 하는 정부 또한 타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양보와 나눔으로 결국 대타협을 이뤘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를 ‘광주형 일자리’라고 부릅니다. 한국인들은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광주정신’이 이뤄낸 결과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가 사회적 대타협의 모범을 만들었고, 경제민주주의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보다 성숙해진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산업구조의 빠른 변화 속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지역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지 보여주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조금 느리게 보여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 결국은 빠른 길이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1980년 5월의 광주가 민주주의의 촛불이 되었듯,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타협으로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보여주었고 포용국가의 노둣돌이 되었습니다.포용은 평범함 속에서 위대함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평범함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금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포용과 혁신을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통일을 이뤄낸 역사와 포용과 혁신으로 사회통합을 이룬 사례는 우리에게 언제나 영감을 주었습니다. 한국의 광주도,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길 희망합니다.3.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한국에서는 정확히 100년 전,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 모여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던 사람들이 1919년 3월 1일부터 독립만세운동을 시작했습니다. 202만 명, 당시 인구의 10%가 참가한 대규모 항쟁이었습니다. 나무꾼, 기생, 맹인, 광부, 머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앞장섰습니다. 한국에서 3.1독립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 운동을 통해 시민의식이 싹텄다는 것입니다. 국민주권과 자유와 평등, 평화를 향한 열망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왔고 이를 통해 계층, 지역, 성별, 종교의 장벽을 뛰어넘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왕정의 백성에서 국민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웠습니다. 임시정부는 일제에 대한 저항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꿈꿨습니다. 1919년 4월 11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임시헌장’을 공포하며 대한민국은 군주제가 아닌 민주공화국임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임시헌장 3조에서 “대한민국 인민은 남녀·귀천·빈부·계급을 막론하고 평등하다”고 명시했습니다. 여성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보장했습니다. 당시 임시정부 구성에 참여했던 한국의 독립운동가 안창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에 황제는 한 명이었지만, 금일은 2000만 국민이 모두 황제입니다.” 민주공화국에 대한 참으로 명쾌한 표현입니다. 임시정부는 27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망명지에서 식민지해방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세계 식민지해방운동사에서 전무후무한 사례입니다. 임시정부가 있었기에 열강들이 카이로선언을 통해 한국의 독립을 보장하게 됩니다. 둘째는,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를 믿으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나아갔다는 것입니다. 당시 3.1독립운동에 참여했다가 일제의 감옥에 갇힌, 한국의 근대 소설가 심훈은 어머니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어머님! 우리가 천번 만번 기도를 올리기로서니 굳게 닫힌 옥문이 저절로 열려질리는 없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목을 놓고 울며 부르짖어도 크나큰 소원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도 없겠지요. 그러나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습니다. 한데 뭉쳐 행동을 같이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그 큰 힘을 믿고 있습니다.”한국의 근현대사는 도전의 역사였습니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가난을 넘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향해 전진해왔습니다. 그 역사의 물결을 만든 이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3.1독립운동 이후 100년의 시간 동안 한국인 모두가 저마다의 가슴에 샘 하나씩을 품고 살아왔습니다. 위기마다 함께 행동했습니다. ‘잘살고 싶지만 혼자만 잘살고 싶지는 않다’, ‘자유롭고 싶지만 혼자만 자유롭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들이 모여 역사의 힘찬 물결이 되었습니다. 저는 민주주의가 제도나 국가 운영의 도구가 아니라 내재적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민으로서의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찾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 우리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존 듀이의 말처럼 민주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존중되고 보완되며 확장되고 있습니다. 제도적이고 형식적인 완성을 넘어 개인의 삶에서 일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민주주의로 실천되고 있습니다. 평범함의 힘이고, 평범함이 쌓여 이룬 발전입니다.100년 전 식민지의 억압과 차별에 맞서 싸웠던 평범한 사람들이 민주공화국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자유와 민주, 평화와 평등을 이루려는 열망은 10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뜨겁습니다. 나라가 나라답지 못할 때 3.1독립운동의 정신은 언제나 되살아났습니다. 4. 평범함을 위한 평화동양에서는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난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가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영웅은 탄생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불행에 빠지는 시대입니다.중국의 고전 ‘사기’의 ‘손자오기열전’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人曰, 子卒也, 而將軍自?其疽, 何哭爲” 사람들이 말하기를 “아들이 졸병인데 장군이 몸소 아들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주었소. 어째서 우는 것입니까?” 울 필요가 없는데 왜 우느냐는 뜻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장군의 행동에 감격해 전쟁터에서 죽기살기로 싸우다가 죽을까봐 운 것입니다. ‘사기’에는 그 어머니의 남편 또한 똑같은 일을 겪고 죽기살기로 싸우다가 죽었다고 나옵니다.‘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장군 오기의 훌륭한 행동을 이야기하려는 것이지만, 이 이야기에는 남편을 잃은 부인의 안타까운 처지가 행간에 숨어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웅담에는 항상 스스로의 운명을 빼앗긴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이 감춰져 있습니다.한국 분단의 역사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눈물과 피가 얼룩져 있습니다. 분단은 개인의 삶과 생각을 반목으로 길들였습니다. 분단은 기득권을 지키는 방법으로, 정치적 반대자를 매장하는 방법으로, 특권과 반칙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이용됐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분단이라는 ‘난세’ 동안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사상과 표현, 양심의 자유를 억압받았습니다. 자기검열을 당연시했고, 부조리에 익숙해졌습니다.이 오래되고 모순된 상황을 바꿔보고자 하는 열망은 한국인들이 촛불을 들은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민주주의를 지켜냄으로써 평화를 불러오고자 했습니다. 촛불이 평화로 가는 길을 밝히지 않았다면 한국은 아직도 평화를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을 것입니다. 촛불혁명의 영웅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힘이었습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동양의 옛말은 “평범한 힘이 난세를 극복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계절이 변화하는 것처럼 인간사에도 과정이 있다고 믿습니다. 동ㆍ서독 간 철의 장막이 유럽을 관통하는 거대한 생명띠 ‘그뤼네스 반트’로 완전히 변모한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가 동서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에만 머물지 않고 남북으로 뻗어 나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 유럽까지 번져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한반도 전역에 걸쳐 오랜 시간 고착된 냉전적 갈등과 분열, 다툼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해체되어 평화와 공존, 협력과 번영의 신질서로 대체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것을 ‘新한반도 체제’라 이름 붙였습니다.‘新한반도 체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대전환을 의미합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단층선에 있습니다. 유럽의 발칸반도와 비슷합니다. 이로 인해 역사적으로 잦은 전쟁의 수난을 겪어왔습니다. 특히, 남한과 북한이 비무장지대를 경계로 나눠진 이후 한국은 사실상 대륙과의 연결이 가로막힌 ‘섬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은 섬과 대륙을 연결하는 연륙교를 만드는 일입니다. 작년 4월 저는 판문점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한국전쟁 이래 남한 땅으로 처음으로 넘어온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서로 간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멈추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첫 번째 조치로 비무장지대의 초소 일부를 철수하고, 주변 지역의 지뢰제거 작업도 실시했습니다. 비무장지대 안에서 남과 북을 잇는 도로가 개설되었고, 13구의 유해도 발굴하여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던 중 작년 11월에는 각각 남쪽과 북쪽에서 출발한 군인들은 한국전쟁 마지막 격전지였던 화살머리 고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총구를 내린 채 서로 악수하며 뜻밖의 조우를 즐겼습니다. 정전협정 65년 만에 이렇게 비무장지대에 봄이 왔습니다. 한반도의 봄은 베를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베를린 선언’에 이어 다시 한번 2017년 7월, 촛불혁명의 열망을 담아 베를린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얘기했습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은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반도의 겨울은 좀처럼 물러날 것 같지 않았고, 북한은 계속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위기를 조성하고 있었습니다. 주변국들도 제재의 강도를 점차 높여가면서, ‘4월 위기설’, ‘9월 위기설’이 돌았고 한국인들은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까 염려했습니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저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언가 시작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열망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작은 꿈을 꾸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힘이 없다’고 했던 괴테의 글을 떠올렸습니다. 겨울을 뚫고 봄의 새싹이 올라오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는 큰 꿈을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국민들과 함께 이룰 수 있는 큰 꿈이어야 했습니다.북한은 2018년 1월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용의를 표했고, 한국의 큰 꿈에 화답해 왔습니다. 이어 평창동계올림픽의 참가 의사를 전달해왔습니다. 주변국들과 유럽의 국가들까지 한반도의 해빙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었습니다. 한국의 국민들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뜻을 모았습니다. ‘베를린 선언’에서 저는 북한을 향해 “쉬운 일부터 하자”고 하며 4가지를 제시했습니다. 평창올림픽 참가,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상호 적대행위 중단 그리고 남북 간 대화와 접촉을 재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4가지는 2년이 지난 지금 모두 현실이 되었습니다. 작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대표선수단은 세계인들이 보는 앞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습니다. 이산가족들이 다시 만났고 이제 언제든지 화상상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하늘과 바다, 땅에서 총성은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북한 땅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개소하면서 일상적으로 서로가 대화하고 접촉하는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한반도의 봄이 이렇게 성큼 다가왔습니다.그동안 제가 안타깝게 생각했던 일은 한국의 국민들이 휴전선 그 너머를 더 이상 상상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화해하고, 철도를 깔고, 물류를 이동시키고, 사람을 오가게 한다면, 한국은 ‘섬’이 아닌 해양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대륙에서 해양으로 나아가는 관문이 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력이 넓어진다는 것은 곧 이념에서 해방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민들의 상상력도, 삶의 영역도, 생각의 범위도 훨씬 더 넓어져서 그동안 아프게 감내해야 했던 분단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남북의 문제는 이념과 정치로 악용되어서는 안 되며, 평범한 국민의 생명과 생존의 문제로 확장해야 합니다. 남과 북은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입니다.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병충해가 발생하고 산불이 일어납니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조업권을 위협하거나 예상치 못한 국경의 침범으로 어민들의 운명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 바로 항구적 평화입니다.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평화를 넘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한 평화입니다.‘新한반도 체제’는 수동적인 냉전질서에서 능동적인 평화질서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과거 한국 국민은 일제 강점과 냉전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일입니다.한반도와 동북아의 기존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동시에 동북아에 심어진 ‘냉전 구조’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전후처리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의사와 다르게 분단이 결정되었고, 비극적 전쟁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때 한미일의 남방 3각 구도와 이에 대응하는 북중러의 북방 3각 구도가 암묵적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냉전구도는 1970년대 데탕트와 1990년대 구소련 해체,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으로 상당부분 해소되었지만, 아직 한반도에서만은 그대로입니다. 남북한은 분단되어 있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정상적 수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은 작년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통해 서로 간의 적대행위 종식을 선언함으로써 항구적 평화정착의 첫 번째 단추를 채웠습니다. 동시에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문제와 함께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북미대화가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수교를 이뤄내고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완전히 대체된다면 비로소 냉전체계는 무너지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계가 들어설 것입니다평화는 또한 함께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입니다. ‘新한반도 체제’는 평화경제를 의미합니다. 평화가 경제발전으로 이어져 평화를 더 공고히 하는 선순환적 구조를 의미합니다. 남과 북은 항구적 평화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미 끊어진 철도와 도로 연결에 착수했습니다. 한국의 기술자들이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한의 철도 현황을 실사했습니다.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도 개최했습니다. 남북경제교류 활성화는 주변국과 연계하여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와 유라시아의 경제회랑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남북한과 러시아는 가스관을 잇는 사업에 대해 실무적인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저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모델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동북아시아의 에너지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나아가 이 공동체는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경제는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신북방정책은 유라시아와의 경제협력 물꼬를 트는 것입니다. 북한은 작년 6월 처음으로 유라시아 국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국제철도협력기구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을 찬성했습니다. 부산에서 베를린까지 철도로 이동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한국은 남북화해를 기반으로 동북아 평화의 촉진자가 될 것입니다.신남방정책은 한반도가 아세안, 서남아시아와 함께 새로운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사람(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의 공동체를 핵심 가치로 삼아 주변국과 인적, 물적 교류를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아시아가 지닌 잠재력을 함께 실현하고,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한국 국민은,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힘은 마지막 남은 ‘냉전체계’를 무너뜨리고, ‘新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평범한 한 사람이 자기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행에 빠지는 일을 막는 일입니다. 평화를 이루는 것도 결국 평범한 국민들의 의지에 의해 시작되고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게 되길 희망합니다.5. 포용적 세계질서를 향하여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역시 냉전의 한복판으로 휩쓸려갔습니다. 각국 정부들은 새로운 동맹전략을 모색했습니다. 냉전으로 분단된 독일은 평화를 향해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디며 유럽의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베를린 장벽으로 하루아침에 생이별한 45만 명의 독일 시민들이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가지고 1963년 6월, 서독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모였습니다. 그 해, 빌리 브란트 시장은 크리스마스 기간에 헤어진 가족과 친척을 만나게 하자는 협상을 제안했습니다. 동방정책의 시작이었습니다. 동서독이 서로를 경쟁과 봉쇄의 대상이 아닌 협력과 상생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동독의 라이프치히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월요일마다 작은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이 작은 기도회는 1989년 10월 9일, 선거와 여행의 자유, 독일 통일을 요구하는 평화행진으로 발전했습니다. 처음 7만 명으로 시작된 평화행진은 불과 2주 만에 30만 명을 넘었습니다. 한 달 후인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유럽의 평범한 시민들이 평화를 만드는 일에 나섰고, 적극적으로 각국 정부를 움직였기에 유럽의 질서가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시민들의 의지와 행동은 1952년 유럽연합의 모태가 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발족시켰고, 1975년 현재 유럽 안보 질서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안보협력회의’를 태동시켰습니다. 유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국가 간 관계에서 포용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국경과 분야를 넘어 포용하고, 공정한 기회와 호혜적 협력을 보장할 때 세계는 함께 잘 살고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후 질서의 근간인 자유무역주의와 국제주의가 현저히 약화되면서 다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이기주의가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위기는 포용과 협력의 정신을 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각국의 책임과 규범을 강조하는 협력의 정치가 절실합니다. 다시, 평범한 사람들이 중요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바꿀 수 있는 것은 국내 문제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국가를 바꾸면, 세계질서도 바꿀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국가 운영을 자신의 권리와 책임으로 여기고, 세계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과 연결지어 생각할 때 새로운 세계질서는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국경과 인종,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할 때, 세계는 더불어 잘 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것입니다.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고, 일한 만큼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안정적인 복지로 다수가 성장의 과실을 누리는 세계가 포용적 세계입니다. 이미 우리는 한국과 유럽, 세계 곳곳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포용을 통해 만들어온 성취를 알고 있습니다.독일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하면서 고용불안, 임금격차, 빈곤, 노후불안 등 각종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장을 함께 제공하여 사회통합을 이뤄냈습니다. 북유럽의 국가들은 높은 비용을 수반하는 복지체계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끊임없는 교육 투자를 통해 국가의 혁신역량을 보전했습니다. 특정 국가나 공공부문의 노력만으로 기후변화 같은 지구 전체의 의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 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에 그치면 2도 올랐을 때보다 1천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예견합니다. 국제적 지원과 협력으로 기후변화에 모든 나라가 공동 대응해야 이룰 수 있는 목표입니다. 세계적으로 포용성을 수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원전 2000년부터 아시아 국가들은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성공적인 국가운영의 첫 번째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산과 물을 다스린다’는 의미 안에는 ‘자연을 존중한다’는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나무를 가꿔 산사태를 방지했으며 물을 가두기보다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여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인간과 자연, 개발과 보전을 둘로 나누어 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세계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를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역지사지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미래 세대들이 함께 살아갈 지구를 위하여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포용의 힘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그럴 때 새로운 세계질서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꿈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각 나라가 포용성을 강화해 국가 간 격차를 줄이고, 국민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평범한 시민이 이룬 유럽의 통합과 번영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인류에게 의지와 용기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6. 평범함의 위대함평범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것, 일상 속에서 희망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여기에 새로운 세계질서가 있습니다. 역사책에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 이름이 아니라 노동자나 나무꾼, 상인이나 학생 등 일반명사로 나오는 사람들, 이 평범한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이름으로 불려야 합니다, 세계도, 국가도, ‘나’라는 한 사람으로 비롯됩니다. 일을 하고 꿈을 꾸는, 일상을 유지해가는 평범함이 세계를 구성한다는 것을 우리는 소중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삶이 존중받아야 합니다. 한 사람의 삶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스스로도 알아나가야 하겠지만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또 어떤 행동이 확산되며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야기되고 기록에 남겨져야 할 것입니다.평범함이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 못지않게 정의와 공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인류의 모든 이야기는 “착한 것을 권하고, 악한 것을 벌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깁니다. 동양에서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합니다. 이 간명한 진실이 정의와 공정의 시작입니다. 무한경쟁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의와 공정이 더 보편화 된 질서가 되어야 합니다. 정의와 공정 속에서만 평범한 사람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진행 중인 듯하지만, 인류가 지난 온 길에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해법이 있습니다. 동양의 옛 글은 “곡식 창고가 넉넉하면 예절을 알고, 옷과 음식이 풍족하면 영예와 치욕을 안다” 말하고 있습니다. 정의와 공정으로 세계는 성장의 열매를 골고루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모두에게 권한이 주어지고 의무가 싹트며 책임이 생길 것입니다. 세계가 지금 위기라고 여기는 것들은 평범한 삶이 해결해야 할 것들입니다. 이것은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한 사람의 위대한 정치인의 혜안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입니다. 힘든 이웃을 돕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연을 아끼는 행동이 쌓여야 합니다. 이 행동들이 한 사람에게 한정될 때,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이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 물줄기가 크게 변합니다. 결국 우리는 세계를 지키고 서로의 것을 나누면서, 평화의 방법으로 세계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그러하듯, 괴테가 남긴 경구처럼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
- [여행] 연둣빛 물감 쏟은 듯…물빛도 풀빛도 신록 일색일세
- 경남 남해 갈곡저수지의 반영. 연둣빛 신록이 우거진 숲들이 저수지 물 위로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남해=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피고 지고 날리는 희고 붉고 노란 것들만 꽃일까. 이맘때 산과 들판은 다 꽃밭이다. 연둣빛 뭉게구름으로 뭉실뭉실 피어나 천지사방으로 번져가는 여린 새순들의 자태가 온통 꽃답다. 수백 가지 나무들이 수십 가지 빛깔로 산을 덮어, 오만 가지의 봄 풍경을 그려낸다. 신록의 구름 더미 사이로 뻗어 오른 산길 따라 기암괴석 널린 바윗길을 돌아, 연초록 그늘 드리운 절집 들머리 숲길로 접어들고 싶어지는 때다. 경남 남해 금산이 지금 그런 봄빛에 감싸여 있다. 절집 품은 산자락엔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했고, 저수지를 품은 산자락은 연둣빛 치마를 둘러 입었다. 봄빛 가득한 남해로 떠난다.남해 금산 상사암에서 바라본 남해 앞바다와 상주해수욕장◇ 비단을 두른 산 ‘금산’에 올라 남해를 굽어보다남해 금산 상사암에서 바라본 금산의 신록과 남해 앞바다.남해군은 섬이다. 남해도와 창선도의 두 섬을 비롯해 유인도 3개와 무인도 65개로 이뤄졌다. 마치 나비가 활짝 날개를 편 모양새다. 왼쪽 날개가 남해도라면 오른쪽 날개는 바로 창선도다. 왼쪽 날개 남해도의 한복판에 솟아있는 산이 바로 금산(錦山)이다. 비단(錦)을 이름으로 삼았으되 그 이름처럼 부드럽지는 않다. 그 대신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절경을 빚어낸다. 애초에 금산은 보광(普光)이라 불렸다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금산으로 이름을 바꿔 붙였다. 연유는 이렇다. 보광산에 들러 조선 개국을 열망하며 기도를 하던 이성계가 ‘개국의 꿈을 이루면 비단으로 산을 감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산 하나를 어찌 다 비단으로 감을 수 있었을까. 조선 개국 후 이성계는 산에 비단을 두르는 대신 ‘비단 금(錦)’자를 이름으로 삼는 편법으로 공약을 지켰다. 비단의 본질적 의미를 부드러움이 아닌 화려함 쪽에 둔다면 금산이란 이름은 썩 잘 어울리는 것이다.금산 정상 턱밑쯤에는 암자 보리암이 있다. 보리암이란 이름도 이성계가 붙인 것이라지만 일찍이 암자는 신라시대부터 해수관음도량으로 이름 높던 절집이었다. 줄잡아 150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의 저편에서부터 보리암이 지금의 명성에 못지않을 만큼 성지 중의 성지로 꼽혔던 것은 단연코 금산의 치솟은 암봉과 그 암봉이 뿜어내는 기운 때문이었을 터다. 지금이야 보리암의 어깨까지 차로 오를 수 있는 길을 새로 내고, 법당도 새로 지어 말끔하게 단장했지만, 암봉 아래 매달린 암자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광이야 어찌 달라졌겠는가.남해 금산 상사엄에서 바라본 보리암금산을 찾은 이들은 대개 보리암만 들렀다가 내려가곤 하지만, 보리암 종루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비로소 금산의 웅장한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금산에는 모두 38경(景)이 있다. 하나하나 헤아릴 필요는 없다. 숫자를 매겨본들 곧 그것이 쓸모없는 일이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풍광이 빼어나니 구태여 거기에 순서를 매길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그 암봉들의 형상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보리암 뒤쪽의 절하는 모양을 한 바위 형리암이며, 고승 대덕들이 앉아서 불법을 닦았다는 좌선대, 바위 모양이 화엄(華嚴)이란 한자의 모습을 닮았다는 화엄봉…. 그 중 빼어난 것이 바로 보리암에서 이어진 능선의 서남쪽 끝자락에 솟아있는 상사암이다. 금산을 통틀어 가장 웅장하고 큰 암봉인 상사암에는 조선 숙종때 전남 여수 사람이 남해로 이주해왔다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상사암에 서면 270도 전망이 펼쳐진다.경남 남해 갈곡저수지의 반영. 연둣빛 신록이 우거진 숲과 저수지 관리소가 잔잔한 저수지 위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봄빛 가득한 남해에서 심신을 위로받다독일마을 앞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연둣빛 신록으로 물들었다.금산을 둘러싼 바다와 작은 마을에도 봄빛은 가득하다. 물미해안도로는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해안도로다. 미조항에서 싱싱한 회 한접시를 먹고 출발해 꾸불꾸불한 해안도로의 경치를 만끽하면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초전~항도~가인포~노구~대지포~은점~물건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지나는 마을마다 빼어난 경치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내항도와 외항도의 쌍둥이 섬을 가진 항도마을에 있는 전망대는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 전망대 앞으로 사량도, 두미도, 욕지도는 물론 가까이에 마안도·콩섬·팥섬 등 남해의 온갖 섬들이 펼쳐진다.이 길 끝에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50호다. 원래 태풍과 염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고기를 모이게 하기 위해 만든 인공림이다. 길이는 1.5㎞, 너비는 30m에 이른다. 연둣빛에 물든 방조어부림은 이미 봄빛이 완연하다. 팽나무·상수리나무·느티나무·이팝나무·푸조나무인 낙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 등 무려 300살이 넘은 40여 가지의 수종들이 새순이 돋아 연둣빛 숲을 이루고 있다. 국립편백자연휴양림의 편백숲물건리 마을 뒤편에는 독일마을이 있다. 50여년 전 독일로 건너간 광부와 간호사에게 노년을 보내고, 정착할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해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다. 건축방식에서부터 생활여건을 독일식으로 꾸며 이국적인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예쁜 카페와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며 소위 ‘인싸’ 명소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노구에서 대지포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도 환상적이다. 아홉 등 아홉 굽이로 일컬어지는 수많은 고개를 넘어설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지고도 남는다.금산 동북쪽 자락에 자리한 삼동면의 편백 자연휴양림은 전체 207㏊(62만평) 중 절반이 편백이다. 섬마을 남해에 편백나무가 본격적으로 심어진 것은 1960년대. 수령 40년이 넘은 편백이 빼곡히 들어선 이곳에는 알싸한 나무향이 가득하다. 비오는 날이면 그 나무향이 짙어진다. 편백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피톤치드가 많아 삼림욕에 좋다. 그림엽서에 등장하는 ‘숲속의 집’을 연상시키는 통나무 집 등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사철 푸르지만 봄이 무르익으며 이곳의 편백은 한결 더 산뜻한 녹색을 띠기 시작했다.독일마을 앞 물거마을 전경.◇여행메모△가는길=대전통영선을 타고 진주갈림목에서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면으로 갈아타서 하동나들목에서 내려 좌회전해 19번 국도를 타고 가는 길이 가장 편하다. 하동나들목에서 11㎞만 가면 남해대교다. 진교나들목에서 내려 1002번 지방도를 따라가도 남해대교에 이를 수 있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출발한다면 대전∼통영고속도로의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어 사천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삼천포 방면으로 달리다 창선대교를 건넌다.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여수공항과 사천공항에서는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잠잘곳= 남해의 숙소로는 펜션이나 리조트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아난티 남해’가 최고로 꼽힌다. 150여개 객실과 18홀 골프코스 야외 수영장, 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특히 지난해 8월 오픈한 이터널 저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미식을 혼합했다. 총 350평 규모에 두 개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는 레스토랑과 식료품 판매대가 있다.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식료품과 남해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층에는 총 8000여권의 책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섹션에는 40여 개의 브랜드 아이템들이 모여있다. 여기에 아이들과 책과 함께 휴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키즈 섹션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경남 남해 갈곡저수지의 반영. 연둣빛 신록이 우거진 숲들이 저수지 물 위로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고용·창업효과도 막대
- [이데일리 임정우 기자] 다음은 30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 -[정부·업계 ‘비메모리반도체’ 올인 이유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고용·창업효과도 막대-[소비자 입맛 변화 못 따라간 소고기등급제 개편] 맛보다 지방이 등급 좌우…‘마블링 함정’에 빠진 한우-반기문 “동북아 미세먼지 공동대응, 유럽식 협약 추진”-의견 청취 한다더니 주먹구구 공시가 산정…서울 공동주택 14%↑-[사설] 여야 정당이 파국을 피하는 방법 없는가-[사설] 미세먼지 해결 첫발 뗀 국가기후환경회의△줌인&-[내일 나루히트 일왕 즉위…‘레이와’ 시대, 한·일 관계 어디로] 책임 강조한 부왕, 반성 거부한 수상 사이…새 일왕 ‘첫 일성’ 주목-반기문 “다양한 국제 대회 채널 활성화 주력”…6월 중국 재방문해 2차 미세먼지 회담△비메모리 힘 주는 ‘반도체 코리아’-팹리스 글로벌 톱50에 韓기업 1곳뿐…전문인력 年2000여명 부족해-홍남기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 대책 마련하겠다”-“비메모리 반도체 인재 육성”…대학과 손잡고 계약학과 만드는 기업들△개정 ‘소고기등급제’ 시행 앞두고 비판 목소리-수십년째 ‘마블링’ 많은 한우 생산 집중…외국 사료업체만 배불린 꼴-“3등급 소고기, 냉장 숙성하면 육질 부드러워져”-[인터뷰-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정부가 소고기 등급 나눠선 안돼…시장에 맏겨라”△文정부 2년…여전한 분열 정치-야당 탓만 하기엔…‘국정 무한책임’ 정부여당이 적극 설득 나서야-도둑놈들 VS 한 줌 좌파…진영논리 매몰돼 ‘아무말 대잔치’-여야 5당 모두 참여, 협의 불가능…영수회담 등 새 형식 고민해야△진화하는 로펌-<4> 법무법인 화우-[릴레이 인터뷰-정진수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비즈니스 이해하는 변호사’가 모토…사업·지배구조 원포인트 처방”-[법조시장 포화…해법은] “사내 변호사 시장 확대는 기회…업무 영역 넓어질 것”△정치-[패스트트랙 정국…여야 지지충도 ‘장외 난타전’] “한국당 해산” 국민청원 53만 돌파…“민주당 해산” 맞불청원도-김관영 ‘권은희 공수처案’ 승부수…민주당 전격수용-文 “SK하이닉스·삼성 투자 반가워”-中·러와 밀착…비핵화협상 판 흔드는 北-‘판문점 도보다리’ 내일부터 민간 개방△경제-고속도로 휴게소, 공유주방 시험대 활용…야간엔 청년 창업자에 개방-韓中日+아세안, IMF 연계자금 지원기한 없앤다-괴산·서천·고흥·상주에 청년 농촌보금자리 만든다△금융-깐깐해진 수익성 심사…‘혜자카드’ 사라지나-KB금융, 5년간 2조 규모 창업지원 펀드 조성-우리금융, MBK 손잡고 롯데카드 인수전 뛰어든다△산업&기업-‘밀레니얼 정조준“ 세로TV 띄우는 한종희-칠레 대통령 만난 정의선…현대차 중남미 공략 가속도-툭하면 공장 멈출 판…산안법 개정안 반도체산업에 직격탄-CJ그룹, 미래먹거리로 IT사업 키운다△산업-“동영상 없으면 만족못해”…이통 3사 ‘보이는 AI스피커’ 대전-AI비서 ‘빅스비 보이스’ 탑재…삼성 태블릿, 애플 추격 박차-백화점·신사업에 집중…한화 갤러리아 ‘면세사업’ 접는다△소비자생활-‘편의점 한끼로 딱’…펄펄 끓는 컵라면 시장-수제맥주 ‘인증마크’ 붙인다-성인용품 텐가, 한국서 잘 나가네△건강-당장 결혼, 임신 계획 없어도…‘난소 나이 검사’ 꼭 해보세요-‘찌릿’ 다리에 줘!…힘빼고 몸통쪽으로 당겨야-[전문의 칼럼] 류머티즘관절염 환자, 심혈적 질환 발병률 높아 주의를△증권&마켓-올들어 수익률 3.9%에도…국민연금, 웃지 못하는 이유-무너진 ‘인보사의 꿈’…코오롱티슈진, 시총 1조로 ‘털썩’-中·日 황금연휴에 인바운드株 신바람△증권-‘돈보다 네트워크’…국내 벤처사, 글로벌VC에 잇단 러브콜-트리플 호재에…증권사. 1분기 만에 ‘대반전 드라마’-현대차證, IRP 적립금 5400억 돌파…2년새 두배 넘게 성장△문화-‘마블 영웅 네버 엔드’…스포 안당하려 연차 냈죠-[마블의 성공전략] 한국 막강팬덤 업은 현실적인 어른동화, 적수가 없다-예술의전당, 어린이예술단 폐지…학부모들 “아이들만 상처 받아△4년 만에 태평무 보유자 지정 재개…또 갑론을박-무용계 “新무용 계승자에 주면 정통 훼손”vs문화재청 “절차 문제없어”-[무용계 엇갈린 시선] “내부 파벌싸움 비치면 무용계 신회 잃을 것”-문화재청이 알음알음 구성…전문성 부족, 정치권 엮이기도△스포츠-[휴젤=에어 프레미아 LA오픈 정상…LPGA 투어 통산 5승 달성] 이민지 “암 투병 중인 캐디 어머니 힘내세요”-이경훈, 맷 에버리와 취리히클래식 공동 3위 합작…PGA 투어 최고 성적-[1일 새벽 4시 ‘젊은 돌풍’ 아약스와 챔스리그 4강 1차전] 토트넘 레전드 “케인보다 손흥민 부재가 더 치명적”-사구 맞은 두산 정수빈, 늑골 골절에 혈흉도 확인△피플-[변창흠 LH 사장 취임] 도시건설, 주택공급 넘어…‘사람 중심 주거복지’ 펼치겠다-박희재 서울대 교수, 英 맨체스터대 ‘공학원사’-김창완 “어른, 아이 모두 동시로 삶의 해방감 느끼길”△오피니언-[목멱칼럼] 성희롱을 희롱하지 말라-[생생확대경] 위기의 ‘충청권 제1 도시’ 대전-[기자수첩] 홍 부총리 목소리에 힘 실리려면…△부동산-“보유세 늘었지만 다주택자들 버틸 체력 충분…거래 소강상태 이어질 듯”-계약금 낮추고, 발코니 무료 확장…건설사들 ‘계약률 높이기’ 대작전-5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 1만 9562가구…전년比 23.51%↓△사회-[중고거래앱 사기피해 주의보] 카톡 쿨거래 하자더니…돈만 받고 사라져-허위 공시로 수백억 모아 횡령…코스닥 상장사 경영진 일당 덜미-15차례 조사…警 ‘승리 수사’ 이번주 마무리한다-코레일, 송규관공사 재난관리 ‘낙제점’
- [전문]"강원 '평화경제' 비전, 한반도평화 새로운 이정표"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강원도 고성 DMZ박물관에서 열린 평화경제 강원 비전 전략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대한민국은 강원도의 희생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원 고성 DMZ박물관에서 ‘평화경제 강원비전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그동안 강원도민은 우리의 안보와 깨끗한 물, 공기를 위해 많은 규제를 견뎌오셨고, 어려움 속에서도 ‘평화의 시대’를 묵묵히 준비해왔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부터 이어온 전국경제투어 8번째 일정으로 강원도를 찾았다. 다음은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강원도민 여러분,반갑습니다. 강원도는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곳입니다.소박한 마음으로 이웃을 생각하고 자연을 돌보는 곳입니다.산들도 굽이굽이 서로 어울려 태산준령을 이룹니다.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치악산처럼강원도에 오면 우리도 서로 어울려 산맥을 이룹니다.지난 4월 4일, 강원도를 덮친 화마 앞에서‘우리’의 힘이 발휘되었습니다.강원도민들은 위험한 순간에도 이웃의 안전을 먼저 챙겼습니다.스스로 돕는 도민들의 모습을 보며 전 국민이 호응했습니다.내 일처럼 서로 돕는 마음이 있다면불가항력의 재해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강원도민 여러분께 위로와 함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한민국은 강원도의 희생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휴전선 중 5분의 3이 강원도에 속해있고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도민들이 희생해왔습니다.2천5백만 수도권 주민이 마시는 물도 강원도에서 흘러가고,강원도의 82%를 차지하는 산은 대한민국의 허파가 돼주었습니다. 그동안 강원도민은 우리의 안보와 깨끗한 물, 공기를 위해많은 규제를 견뎌오셨고,어려움 속에서도 ‘평화의 시대’를 묵묵히 준비해왔습니다. 1998년 전국 최초로 남북교류협력 전담조직을 만든 곳이 바로 강원도입니다.2014년부터 시작한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는 남북관계가 단절된 시기에도 중단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오는 대표적인 평화교류 사업입니다. 2018년 9월에는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제정했고,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해 평화의 한반도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지난 2018년 겨울마침내 강원도가 대한민국에 평화의 봄을 불러왔습니다.평창동계올림픽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이었습니다.남과 북은 마음속 분단의 철책을 거두고,서로 손을 맞잡았습니다. 공동으로 입장하고, 단일팀을 구성해 함께 땀 흘렸습니다.20년에 걸쳐 축적된 남북교류 협력의 경험과 평화를 향한 강원도민의 염원이 오늘 발표하는 ‘평화경제, 강원 비전’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이제 정부가 강원도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겠습니다.정부는 평화경제를 향한 강원도의 도전을 힘껏 도울 것입니다.강원도민 여러분, 지역경제인 여러분, 강원도가 꿈꾸는 평화경제의 핵심축은 평화관광입니다. DMZ 최북단인 이곳 고성은 남과 북이 만나는 평화지역으로 탈바꿈되고 있습니다.철원 ‘화살머리 고지’에는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가 연결됐습니다.강릉의 ‘바다부채길’과 속초의 ‘바다향기로’는 국민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정부는 지난 4월 2일 ‘확대 관광전략회의’를 열어평화관광, 환경생태관광 전략을 발표했습니다.감시초소가 철수된 비무장지대는안보와 평화를 함께 체험하는 ‘평화의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DMZ 국제평화음악제와 다큐영화제를 개최하고,역사·생태·문화가 함께하는평화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세계인들이 ‘한반도 평화’를 떠올리면 함께 생각나는 지역,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습니다.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강원도의 땅과 하늘, 바다는한반도를 넘어 국제적으로도‘평화의 길’을 열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합니다. 지난주 저는 우즈베키스탄 의회에서 21세기 ‘철의 실크로드’를 향한 꿈을 말씀드렸습니다. 중앙아시아와 태평양이 만나는, 가슴 설레는 희망을 얘기했습니다.우리는 동해북부선을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할 수 있습니다.대륙 반대편의 사람들이 강릉 바다를 찾아오는 날이 올 것입니다.동해북부선 남측 구간인 강릉~제진 간 철도를 조속히 연결하겠습니다. 동해북부선은 강원도 발전의 대동맥이 되고, 한반도는 ‘철의 실크로드’를 통해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수도권과 강원도를 잇는 제2경춘국도는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었습니다.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민간 항공사 ‘플라이강원’도 지난 3월 국제항공운송 면허를 받았습니다.또한 강원도는 크루즈를 타고 대륙과 연결할 꿈도 갖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땅길과 하늘길, 바닷길을 통해평화경제 시대가 활짝 열릴 것입니다. 오늘 발표될 ‘평화경제, 강원비전’에는강원도의 꿈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강원도민의 역량이라면,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평화가 경제라는 말을 강원도만큼 실감하는 곳이 없을 것입니다.이미 강원도는 금강산 관광으로 평화가 경제임을 체험했습니다.정부가 든든하게 지원하겠습니다. 이미 지난 2월,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을 확정했습니다.2030년까지 5조9천억 가까이 강원도에 투자될 예정입니다.춘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의 문화·체육·복지시설 등 생활 SOC를 대폭 확충하여 접경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습니다.이제 우리 장병들이 평일에도 외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출한 장병들이 휴식과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공간을 조성하는데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강원도의 지역경제를 살리는 힘이 될 것입니다.강원도 구석구석까지 경제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혁신도시와 첨단의료기기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 원주권을 중부권 거점지역 중 하나로 육성하겠습니다. 이모빌리티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횡성의 강원형 상생일자리 사업에 힘을 보태고, 춘천 수열에너지 데이터 센터, 삼척 수소시티 사업에도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강원도민과 지역경제인 여러분, 내일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1년 전 남과 북은 전 세계 앞에서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했습니다. 오늘 강원도가 발표하는 ‘평화경제, 강원 비전’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담대한 여정 속에서 강원도와 함께, 한반도 평화경제의 시대를 준비하겠습니다.‘강원도의 힘’을 보여줍시다.서로를 돕는 힘, 참고 견디며 멀리 내다보는 힘,자연을 아끼고 평화를 사랑하는 힘,‘강원도의 힘’이 새로운 한반도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 정태춘 "시대에 저항해온 40년…난 행복한 사람이었다"
- 가수 정태춘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신간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40년간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같은 꿈, 젊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감을 가지고 함께 활동할 수 있어서 난 행복한 사람이었다.”1978년 자작곡집 앨범 ‘시인의 마을’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후 40여년간 부조리한 시대에 맞서 시로, 노래로 저항의 목소리를 내왔다. 서슬 퍼런 유신 체제 아래 모두가 몸을 사릴 때에도 정태춘(65)의 노래는 멈춤이 없었다. 지금은 아내가 된 음악동지 박은옥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1979년이고, 올해는 두 사람의 ‘활동 40주년’이 되는 해다.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신간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태춘은 “노래 만드는 일도 접었고, 시 쓰는 것도 그만두면서 세상을 향한 이야기를 끊었다고 생각했다”며 “40주년을 맞이해 주변에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제안해와서 ‘내가 가진 의미가 있다면 모두 가져가라’는 마음으로 다시 대중 앞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시대 모순에 대한 울분 노래로이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4년 발간했던 첫 시집 ‘노독일처’의 복간본을 재출간함과 동시에 15년 만에 새 시집 ‘슬픈 런치’, 노래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헌정출판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등 4권을 동시에 선보인다. 정태춘은 “말로는 입을 닫았다고 했지만 개인 블로그와 붓글씨로 나름의 소통을 해왔다”며 “시만 해서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노래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당시의 상황, 변해가는 과정 등을 설명하는 산문집도 같이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쓰면서는 회고록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이번에 나온 책들 중에서는 가장 각별하다. 내 작업 과정들을 총정리하고 마감한다는 무게감이 들어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감정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썼다.”원로 가수이자 사회 운동가, 싱어송라이터, 시인으로 활동하며 ‘대중음악계의 음유시인’ ‘한국의 밥딜런’ 등의 별칭도 얻었다. ‘떠나가는 배’ ‘촛불’ ‘사랑하는 이에게’ ‘북한강에서’ 등 서정적인 노래로 사랑을 받았다. 한국 사회의 모순과 저항을 온몸으로 담아낸 실천적 예술가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이유에 대해 그는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서두에 이렇게 밝혔다.“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내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져야 할 시대적인 책무라고 본다. 예술을 한다는 이유로 여기서 면책받을 순 없다. 개인적으로는 시대 모순에 대해서 느끼는 울분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이 그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8페이지)△“이 시대의 ‘리틀 포레스트’”정태춘의 음악적 삶은 개성적인 포크 가수로 살았던 시기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개입에 적극 나서며 노래운동가로 살았던 시기로 나눠볼 수 있다. 1991년 ‘아, 대한민국’ 등 비합법 음반을 내면서 ‘가요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전개했고,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 ‘전교조 지지 순회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헌정출판’에 참여한 임순례 감독은 “정태춘 선생이야 말로 이 시대의 ‘리틀 포레스트’”라며 “등산로에 길을 알려주는 표지가 있듯이 우리가 어느길로 가야할지 노래와 시로 알려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정 선생의 노랫말은 시대사적인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는다”며 “이번 시집을 통해 연민과 슬픔의 감정, 시간의 흐름 등 더욱더 원숙해진 세계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 구주매각·유상증자 동시 진행…아시아나 매각 속도낸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이데일리 장순원 김정남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량자산 아시아나항공을 팔기로 결단한 것은 매각 외에는 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적항공사가 매물로 등장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알짜 자회사다. 박 전 회장이 특별히 아꼈던 분신과도 같은 회사다. 그런데도 박 전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15일 오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을 즉시 팔겠다”고 한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이번 아시아나항공 사태는 ‘욕심이 부른 화(禍)’로 요약할 수 있다. 주목받은 건 아시아나항공의 특이한 자금조달 방식이다. 은행 대출, 회사채 발행, 기업 어음 등이 아니라 미래에 수령하게 될 매출채권을 유동화해 판매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규모가 조 단위였던 것이다. 올해 2월 기준 ABS(1조502억원) 비중은 전체 차입금의 34.0%에 달한다. 장단기 차입금(15.5%), 회사채(6.8%) 등보다 높다. 항공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대외 변수가 크다는 리스크에도, 어쨌든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에 ABS를 적극 활용했다.문제가 된 건 ABS 발행 조건에 포함된 ‘트리거(추가 제재가 가해지는 자동개입 조항)’. 당장 오는 25일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매겨진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무등급 트리거 우려가 제기됐다. 새로 신용등급을 받지 못하면 1조원 규모의 유동성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추후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하향돼도 역시 조 단위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된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만기가 임박한 빚을 막는다고 해도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컸다”고 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규모는 3조895억원이다.그와 더불어 산은과 박 전 회장간 ‘악연’도 새삼 거론된다. 박 전 회장이 2002년 그룹 회장에 오르며 무리하게 공격 경영을 하는 와중에 인수한 대우건설은 현재 산은의 관리 하에 있다. 2017년 산은의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생긴 감정의 골도 깊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박 전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도 무너졌다. 금호는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수직계열화해 지배하는 구조다. 매출 60% 이상을 책임지는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면 중견그룹으로 위상 추락이 불가피하다. 남은 사업군은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리조트뿐이다. ◇매각 절차 어떻게 진행되나향후 관심사는 어떻게 매각할지, 또 누가 살 지다. 금호 측이 이날 산은에 제출한 수정 자구계획안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호산업이 가진 구주(33.47%, 6868만8063주)를 제3자인 특정 대기업집단에 매각하는 동시에 구주를 사들인 대기업집단이 신주도 인수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증자를 통해 자금이 확충되면 조 단위의 빚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 채권단은 이같은 절차를 통해 새로운 주인이 5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넘겨받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구주매각과 유상증자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M&A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복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후 금호그룹에서 완전 분리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SK, 한화, 신세계, CJ, 애경 등 유력 후보군의 이름이 거론된다. 금호 측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를 묶어 ‘통매각’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주목된다. 애초 시장에서는 아시아나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분리매각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와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 이는 자회사들이 아시아나항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자회사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통매각이 회사 가치를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는 판단의 결과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까지 통매각하면 전체 매각가가 1조원 안팎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인수자가 요청할 경우 별도 협의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둬 길은 터놨다. 한두개 자회사를 놓고 이견이 생겨 전체 M&A를 그르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구주에 대한 드래그얼롱(Drag-along, 동반매각요청권) 조항이 삽입된 점도 눈에 띈다. 드래그얼롱은 주식을 매각하면 다른 주주도 같은 조건으로 지분을 넘겨야 하는 조건이 걸린 옵션이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틀어졌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 성격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M&A를 조건으로 신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인데, 이번에 매각이 불발된다면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지분을 일부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드래그얼롱 조항을 넣어두면 소수지분으로도 다시 M&A를 추진할 수 있다.금호 측은 그 대신 당장 닥치는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채권단에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채권단 자금이 추가로 투입되면 유동성 위기는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에서는 영구채 방식의 지원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채권단은 일단 금호 측의 자구계획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은은 자구계획안을 받은 직후 채권단 회의를 소집했고, 10개 채권은행들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금호그룹은 어떻게 되나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M&A 시장의 대어로 떠오르고 있다. 거론되는 기업들은 “사실 무근이다” “계획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인수전이 본격화하면 상당수가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막강한 자금력의 재계 순위 3위 SK그룹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7월 이후 불거진 인수설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왔지만, 최근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SK그룹이 최남규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인수설의 배경이다. 한화그룹도 유력 후보다. 방위사업을 하는 데다 국내 유일 항공엔진 제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서다. 항공운송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면세점 사업과 시너지가 가능한 신세계그룹, 물류업계 강자인 CJ그룹 등도 언급되고 있다.(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갑자기 분위기 배낭여행] 나미비아에선 '24시간이 모자라'
- 은하수를 두 눈으로 보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지 않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살면서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악기 배워보기, 여행 떠나기,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 공부하기 등등. 누군가에겐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게 그것일 수 있다. 그 은하수를 찾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미비아(Namibia)’로 한 번 가보는 건 어떨까. 나미비아는 2016년 ‘꽃보다 청춘’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바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라는 점 때문에 아직 많은 사람이 찾는 인기 여행지는 아니다.하지만 나미비아는 당신이 간절히 찾던 은하수를 만날 수 있는 바로 그곳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과 지칠 줄 모르고 밀려오는 대서양의 파도가 당신을 기다리는 곳이다. 일상에서 찾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경험들이 가득한 곳 나미비아. 왜 더 일찍 이곳을 찾지 못했을까란 생각을 하기 전에 어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해보자.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바위산 스피츠코페에선 인생 은하수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노마드 아프리카 홈페이지)'스피츠코페', 은하수 아래서 꿈같은 캠핑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으로 뻗어 있는 길. 이 길 위에서 해가 지면 땅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별로 가득 찬다.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Windhoek)’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3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스피츠코페(Spitzkoppe)'에선 가능한 일이다. 독일어로 ‘뾰족한 돔’이란 뜻의 스피츠코페는 그 이름처럼 드넓은 자갈 평원에 화강암 봉우리들만 우뚝 솟은 형상이다. 독특한 모양새 덕분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눈에 잘 띄며 ‘나미비아의 마테호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스피츠코페 곳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개성 있는 모양의 바위들이다. 가장 유명한 아치 모양 바위부터 버섯 모양, 공 모양의 동그란 바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땅에 붙어 있는 뾰족하고 각진 바위들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의 바위들은 스피츠코페에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한다.스피츠코페 주변은 숙소 하나를 제외하곤 아무 건물도 없는 평원이다. 말 그대로 자연 한가운데다. 일출과 일몰을 보기에 안성맞춤이고 특히 밤하늘의 별을 보기에 딱인 이곳에서의 1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텐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바위산의 너른 바위에 침낭만 깔고 눕는 게 베스트다. 해가 떨어지면서 세상은 이미 지평선 바로 위까지 별로 가득 차 있는데 그 하늘을 이불 삼아 누워 있노라면 감당할 수 없는 별빛의 무게에 할 말을 잃는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잠깐 눈을 뜨면 달은 보이지 않고 이전보다 더 밝게 빛나는 별들만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밤에 은하수를 구경하던 자리에서 아침을 맞으면 그대로 해맞이의 시작이다. (사진=공태영)아침 해가 밝을 때쯤 침낭에서 상체만 일으키면 그대로 해돋이를 볼 준비가 끝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바다에서 뜨는 해만 봤었는데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바위산과 넓은 평원을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해를 맞으며 간단히 요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환한 낮이다.먼 옛날 ‘부시맨(Bushman)'들이 살았던 흔적을 보는 것도 스피츠코페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바위산 위쪽에 있는 '부시맨 파라다이스(Bushman Paradise)'는 부시맨들이 벽에 그려놓은 기린, 코뿔소, 하마 등의 그림이 있는 원형극장 모양 동굴이다. 비록 관광객들의 부주의로 그림들이 많이 손상되긴 했지만 동굴에 앉아 부시맨들의 삶을 상상해보기만해도 직접 부시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위산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작은 부시맨 파라다이스(Small Bushman Paradise)'가 있는데 이곳의 큰 바위 벽면에도 코뿔소, 얼룩말, 사람 등이 비교적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옛날 부시맨들의 삶과 그들이 수렵하고 기르던 동물들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스피츠코페 가는 길수도 빈트후크에서 280km, 해안도시 스바코프문트에서 150km 정도 떨어진 스피츠코페는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따로 투어를 신청해서 가야 한다. 차를 타고 가면 빈트후크에서 3시간, 스바코프문트에서 1시간40분 정도 걸리는데 도착 전 40km는 비포장도로라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고, 가로등 없는 허허벌판이기 때문에 해가 진 이후의 운전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투어는 여행사나 숙소를 통해 신청 가능하며 당일치기는 인당 20만 원, 1박2일은 30~40만 원 정도 지불해야 한다. 붉은 모래 언덕의 바다는 비현실 그 자체다. (사진=공태영)'나미브 사막', 모래 언덕 위에서 보는 인생 일출나미비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붉은 빛이 감도는 모래사막일 것이다. 붉은 사막을 보려면 빈트후크에서 남서쪽으로 4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나미브 나우클루프트 국립 공원(Namib Naukluft National Park)'으로 가야 한다. 가는 길의 상당수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이고 공원 입구에서 모래 언덕들이 있는 안쪽까지는 사륜구동차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도 사막이 보여주는 풍경은 모든 수고로움을 잊게 만든다. 양 옆으로 쭉 이어져 있는 모래 언덕들과 그 중간에 나 있는 한 줄기 길은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 비현실적인 느낌이 물씬 들게 한다.사막에서 즐기는 일몰은 이전에 없던 색다름을 선사한다. 공원의 길은 서쪽으로 뻗어 있어서 해질녘 지평선 너머로 저무는 해를 쫓아 달리면 모래 언덕을 돌 때마다 질듯 말듯 지지 못하고 지평선에 걸쳐 있는 해를 볼 수 있다. 모래 언덕 위에서 맞이하는 일출 또한 예술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차가운 모래에 발을 푹푹 담그며 모래 언덕 ‘듄45(Dune45)’의 능선을 오르면 어느새 다른 여행자들이 앉아 있는 언덕 꼭대기에 이른다. 그 옆에 앉아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구석구석을 밝히며 떠오르는 해를 보면 잡생각은 사라지고 눈앞의 광경에 탄성만 흘러나온다.일출을 봤다면 햇빛이 뜨거워지기 전에 어서 ‘소수스블레이(Sossusvlei)'로 이동하자. 소수스블레이는 '빅마마(Big Mamma)’, ‘빅대디(Big Daddy)' 같은 높은 모래 언덕에 둘러싸여 강물이 들어오지 못해 말라버린 습지인데 바싹 마른 점토처럼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다. 나미비아인 친구가 말하길 가끔 비가 많이 올 때 이곳에 물이 차는데 그러면 땅 밑에 숨어 있던 물고기들이 위로 올라온다고 한다. 실제로 바닥의 흙이 의외로 쉽게 부서지는 마른 진흙이었다. 근처의 데드블레이(Deadvlei)도 많은 이들이 사진 찍는 필수 코스다. 습지가 마르기 전에 자라던 '낙타가시나무(Vachellia erioloba)'들이 습지와 함께 그대로 말라서 썩지도 않고 서 있는 기괴한 풍경을 연출한다. 차우차브 강이 흐르던 모습이 그대로 남은 세스리엄 캐니언. (사진=공태영)사막을 다 보고 나가는 길에 있는 '세스리엄 캐니언(Sesriem Canyon)'도 놓치면 아까운 코스이다. 예전에 이곳을 흐르던 '차우차브 강(Tsauchab River)'이 만든 길이 1km, 깊이 30m 퇴적암 협곡은 물살이 흐르며 만든 곡선과 퇴적물이 쌓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모래 사막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이라도 이곳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며 협곡 곳곳을 모험가처럼 누빌 것이다.*나미브 나우클루프트 공원 가는 길나미브 나우클루프트 공원 또한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아서 자가용을 타고 가거나 여행사를 통해 투어 형식으로 가야 한다. 빈트후크나 스바코프문트에서 차를 타고 가면 공원 캠핑장까지 동일하게 4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데 가는 길의 3분의 2 이상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이다. 또 캠핑장 안쪽의 사막으로 들어갈 때는 사륜구동차만 입장이 가능하다. 사륜구동이 아닌 차를 몰고 온 사람은 캠핑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캠핑장 숙소에서 운영하는 사륜구동차를 타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투어는 이동거리상 당일치기가 거의 없고 1박2일 코스는 인당 20만 원 이상이다. 빈트후크에서 출발하여 빈트후크로 돌아오는 코스 외에도 스바코프문트로 가는 것도 있으며 그 반대도 있다. 스바코프문트에선 해변에 나가 대서양의 파도를 만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다.(사진=공태영)'스바코프문트', 대서양이 와서 부딪히는 휴양지나미비아에서 바다를 보고 싶으면 '스바코프문트(Swakopmund)'로 가보자.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휴양 도시인 스바코프문트는 빈트후크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시기 독일풍의 건물들이 상당수 남아 있어 시내를 걸으며 유럽의 느낌을 느끼기 좋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해변에는 대서양의 파도가 쉼없이 와서 부딪히는데 낮에는 생동하는 에너지가 느껴지고 저녁에는 석양과 어울리면서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해가 지면 해변을 따라 난 식당이나 펍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술잔을 부딪히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활동적인 걸 하고 싶은 사람은 여행사에서 '쿼드 바이크(Quad Bike)'나 '샌드보드(Sandboard)' 등의 액티비티를 신청해 모래 사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스바코프문트 근처에는 물개와 홍학을 볼 수 있는 곳들도 있다. 해변을 따라 차로 1시간 반 정도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물개들이 서식하는 ‘케이프 크로스(Cape Cross)'가 나오고 반대 방향으로 30분 정도 내려가면 홍학을 볼 수 있는 ‘버드 파라다이스(Bird Paradise)'가 있다. 참고로 버드 파라다이스가 있는 도시 '월비스 베이(Walvis Bay)' 근처엔 높이 383m로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모래언덕 ‘듄7(Dune7)’이 있으니 한 번 올라가서 대서양과 사막이 만나는 광경을 눈에 담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스바코프문트 가는 길빈트후크에서 스바코프문트는 차로 3시간 20분가량 걸린다. 차가 없는 사람은 두 도시를 오가는 버스 '인터케이프(Intercape)'를 이용해서 이동이 가능하다. 요금은 14달러(한화 약 1만6000원)이며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스냅타임
- 확 바뀐 BMW 아이콘 '3시리즈'..인테리어 총괄 디자이너는 한국인
- BMW 7세대 ‘뉴 3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김누리 디자이너(사진=BMW코리아)[양평(경기)=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1975년 출시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550만대 이상 판매한 BMW의 아이콘인 ‘뉴 3시리즈’의 내부 디자인을 총괄한 주인공은 BMW 그룹 디자이너 김누리(34) 씨다. 7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선보인 BMW 7세대 뉴 3시리즈가 한 번 더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손길을 거쳐서다. 김 디자이너는 BMW 그룹 소속 내부 인테리어 디자이너 중에서 최초 동양인이자 유일한 한국인으로 활약해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지난 10일 경기 양평에서 진행한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 행사’에 참석한 김 디자이너는 “3시리즈 프로젝트 경쟁 당시 BMW 인테리어 팀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자 아시아 사람이었다”며 “3시리즈는 BMW의 핵심 모델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상당히 까다로운 경쟁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BMW 7세대 ‘뉴 3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김누리 디자이너(사진=BMW코리아)김 디자이너가 BMW 뉴 3시리즈 실내 디자인 총괄을 맡기까지 과정은 치열했다. 2014년부터 5년여간 경쟁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했다. BMW 본사에서 인테리어 팀과 LA와 상하이 디자인 웍스 스튜디오 등 초기에 30명 디자이너가 경쟁에 참여했다. 스케치 형태로 디자인을 제출해 경합 끝에 4명을 선발했다. 이후 두 달간 컴퓨터로 디지털 모형화하는 작업을 거쳐 디자이너 2명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는 찰흙소재로 만드는 작업을 해 실제 크기로 차를 만들었다. 엔지니어팀, 인체 공학팀 등과 협업해 실제 양산할 수 있는 차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김 디자이너는 최종 BMW 실내 디자이너 1인으로 선발됐다.김 디자이너는 최후의 1인 실내 디자이너로 선발될 수 있었던 비결에 관해 “열심히 한 것은 기본이고 BMW DNA(유전자)를 갖고 있으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게 목표였다”며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포인트가 회사에서 원하는 요구와 잘 맞았다”고 말했다.BMW 3시리즈 실내 디자인 변천사..위에서 왼쪽부터 7세대(2019), 6세대(2012), 5세대(2004), 4세대(1998), 3세대(1990), 2세대(1982) 순(사진=이소현 기자)실제 7세대 뉴 3시리즈는 6세대에서 외관은 물론 내부에서도 확 바뀐 느낌이 들기에 충분하다. 김 디자이너는 ‘정밀함’과 ‘우아함’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BMW만의 디자인 언어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뉴 3시리즈 실내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앙 디스플레이가 계기판 위치로 내려오면서 하나로 연결된 듯한 모습이다. 김 디자이너는 “중앙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눈높이에 맞춰 설정해 보다 운전에 집중할 수 있고 차량과 운전자 간 더 나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며 “디스플레이가 계기판 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형상으로 ‘운전자 중심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곡선 형태로 생산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되지만, 3시리즈가 BMW의 핵심 차종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도입했다.김 디자이너는 BMW와 만남은 ‘운명’이라고 했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포르츠하임 대학원 운송디자인학과 석사를 마쳤다. 이후 BMW 인턴십 과정 중 취직이 돼 2012년부터 지금까지 BMW 본사 인테리어 디자인 팀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다.BMW 7세대 ‘뉴 3시리즈’(사진=BMW코리아)자동차 디자이너를 시작하게 된 것도 운명의 연속이었다. 예술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순수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조형까지 다양한 미술 공부를 했다. 이를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디자인은 운송수단이었는데 그중에서 단연 우주선이었다. 그는 “나사(NASA)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현재까지 우주선 디자인은 엔지니어들이 담당하는 부분이 컸다”며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탈 수 있는 운송수단에 대해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됐다”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우주선 디자인에 대한 꿈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실제 우주선을 디자인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영화 및 광고 콘셉트 디자인 회사에 잠깐 일하기도 했다”며 “미래에는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거고 자연스럽게 우주선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도 필요해질 텐데 그때 나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 디자이너의 이력 속에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적용하려면 누구보다 자동차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취득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우아하게 밑그림을 그리며 꾸미는 정도의 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실상은 자동차 구조를 설계하는 엔지니어와 논쟁의 연속이다. 김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자격증이 꼭 필수로 요구되는 건 아니지만, 정비사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기본 지식은 아무래도 디자인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나 디자인 포인트를 피력하기 위해 논쟁할 때 기술적 지식을 기본적으로 아느냐, 모르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BMW 7세대 ‘뉴 3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김누리 디자이너(사진=BMW코리아)디자인을 ‘게임’에 비유한 그는 앞으로도 자동차 실내 디자인을 꾸준히 해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디자이너는 “자동차 외부 디자인은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본다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작은 제품이 모여서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일종의 ‘게임’ 같다”며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찾아내고 보완을 하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며 “디자인은 경력이 쌓이고 연차가 늘어난다고 해서 실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감각이 떨어질 수 있어 스스로 리프레시할 수 있는 디자이너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경험’과 ‘오픈마인드(열린 사고)’를 갖추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디자이너는 “한국에도 좋은 자동차 회사가 많지만, 규모나 숫자 면에서 사실 많은 부분이 한정돼 있어 자동차 디자인을 꿈꾸는 모두에게 기회가 갈 수가 없다”며 “외국에도 많은 기회가 있으니까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오픈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