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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 속 단비' 같은 77조…산업계 '제2 중동붐' 기대감
- [이데일리 이준기 함정선 김형욱 김관용 하지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40조원), 아랍에미리트(UAE·37조원) 등 중동의 부국들을 상대로 한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세일즈 외교가 제2의 중동붐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 속에 우리 산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에 따른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로선 이를 극복할 가뭄 속 단비처럼 향후 후속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이번 투자 유치 대부분이 구속력이 거의 없는 양해각서(MOU) 단계인 만큼 실제 오일머니를 흡수하기 위해선 정부·기업 간 유기적인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중동 지역 맹활약 예고한 K-원전·K-방산이번 UAE로부터의 37조원 투자 유치는 이명박(MB)정부 때인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출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우리 기업들이 안전확보·약속이행 등 모든 면에서 UAE의 찬사를 받으며 신뢰를 끌어낸 게 결정적이었다는 의미다. 당장 원전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윤 대통령 UAE 순방을 계기로 에미리트 원자력에너지공사(ENEC)와 제3국 원전 공동진출 등 내용을 담은 넷제로(탄소중립) 가속화 프로그램 추진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더 나아가 아직 공식화한 건 아니지만 UAE 내 추가 원전 수주 가능성도 거론된다. UAE는 바라카 1~4호기 상업운전이 이뤄지면 자국 전력 수요의 최대 25% 정도만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바라카 원전 사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내 유일한 원전 주기기 제작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소형모듈원전 뉴스케일파워의 초도원전 주기기 제작을 맡는 등 SMR 분야의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원자력 수출 허가도 빨라지는 점도 호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UAE 연방원자력규제청의 행정 약정 체결로 핵연료 공급사업, 원전 유지보수 사업 등 수출허가 시간이 최대 6개월 줄어든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앞 왼쪽)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모하메드 알 하마디 UAE원자력공사 사장과 넷 제로(탄소중립) 가속화 전략 협력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전)수소·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수혜가 예상된다. 2021년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의 블루 암모니아 사업 지분 10%를 확보해 공동사업자에 선정된 GS에너지 등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현지 2개 기업과 수소와 신·재생에너지 사업, 송전·가스발전 사업을 추진키로 했고 ㈜대한이앤씨는 현지 폐기물관리국(WMA)와 폐기물을 발전용 고형연료화하는 시설의 현지 건설을 추진한다.K방산의 활약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한·UAE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에 대한 MOU’ 체결을 계기로 UAE가 ‘한국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과 T-50 고등훈련기 등을 수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미 UAE는 작년 1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에 대해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수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UAE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별도로 수송기 국제공동개발센터 운영 협력 등을 포함한 ‘다목적 수송기 국제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맺은 만큼 KAI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다목적 수송기(MC-X) 개발에 UAE가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관계자는 “UAE가 K방산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코리아) 2022’를 통해 한국형 다목적 수송기 모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이데일리DB)◇우주·과학·바이오, 전방위 협력 물꼬 텄다과학·ICT 분야에서도 전방위적 협력 물꼬가 트일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이 우주탐사와 위성항법, 발사서비스 등 우주 전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만큼 UAE 모하메드빈라시드 우주센터(MBRSC)는 2026년 달에 보낼 달 탐사 차량(30kg급 로버)에 한국천문연구원 장비(탑재체)를 탑재할 가능성이 커졌다.ICT 분야에선 클라우드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중동아프리카 법인(MEA)을 설립, UAE.사우디 지사를 둔 베스핀글로벌의 활약이 기대된다. 작년 12월 UAE의 디지털 선도 기업인 이앤엔터프라이즈로부터 1400억원 상당의 신규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모기업인 이앤의 클라우드 사업부를 통합해 합작법인(JV)을 설립할 예정이다. 중동 지역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MSP)로 도약하는 게 베스핀글로벌의 목표다.바이오 업계에서도 화색이 돌고 있다. 한·UAE 간 바이오산업 최초로 메디톡스와 두바이사이언스파크가 ‘톡신 완제품 공장 건립에 관한 MOU’를 체결함에 따라 메디톡스는 두바이 현지에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유일 비동물성 액상 톡신 제제 ‘MT10109L’ 기반의 생산시설을 건립한다. 장기적으로 35조원에 달하는 아랍권 미용, 의료 시장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지난 16일 UAE 아부다비 릭소스 마리나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우)와 두바이사이언스파크 마르완 압둘아지즈 자나히 대표(좌)가 톡신 완제품 공장 건립 MOU를 체결하고 있다.(사진=메디톡스)◇“AAM 주요 전략지”…“유통 주도권 강화”수년 전부터 UAE와 친환경차 분야에서 협력을 다져온 현대차그룹은 UAE를 수소차.전기차 등 친환경을 비롯해 미래 항공모빌리티(AAM)의 주요 전략지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대차는 2018년 UAE 두바이에 ‘LF 쏘나타 하이브리드’ 택시 공급을 시작으로 다음 해 UAE 두바이 도로교통청(RTA) 산하 디티씨(DTC)와 현지 최대 규모 택시 업체 카즈 택시에 역대 최대 규모인 쏘나타 하이브리드 택시 1232대 공급 계약을 따낸 바 있다. 2021년에는 UAE 아부다비 경찰청과 업무수행 차량을 위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100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UAE 내에서 꾸준히 현대차 브랜드를 알려왔다.전자업계도 ‘중동 특수’에 발을 걸치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중동 지역이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본격적인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쿠웨이트 외에도 이집트, 이란, 레바논, 요르단, UAE, 사우디 등 중동 주요 국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샵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별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지속 늘려간다는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현지 유통 주도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제조업과 원전, 수소 산업 등 기술 집약 산업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UAE가 협력을 강화한다면 한국은 중동 지역 진출의 강력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고 UAE는 지식과 기술 기반 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며 “양국이 상호 윈·윈 하는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 스튜디오미르·삼기이브이, IPO 시장 얼어붙은 투심 녹일까
- [이데일리 양지윤 김응태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로 공모주에 대한 업종별 선호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 가운데 삼기이브이와 스튜디오미르가 코스닥 상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침체된 IPO 시장에서 그나마 돈이 몰리는 2차전지와 콘텐츠 분야지만, 최근 기업가치를 고평가하는 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2차전지 부품 전문기업 삼기이브이와 애니메이션 제작 총괄 제작사인 스튜디오미르는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나란히 기자간담회를 열었다.삼기이브이는 지난 2020년에 모회사인 삼기(122350)에서 물적분할로 설립된 고진공 다이캐스팅 기술 기반 2차전지 부품 업체다. 주요 제품은 엔드플레이트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엔드플레이트는 2차전지 셀 하우징 양쪽 끝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경량 알루미늄 부품이다. 외부 충격으로부터 셀을 보호하고, 내부 셀 팽창으로 인한 모듈 손상을 최소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373220)에 엔드플레이트를 납품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마세라티,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에 공급된다. 폭스바겐에 적용되는 삼기이브이의 엔드플레이트 부품 점유율은 67%를 차지하는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삼기이브이는 IPO를 통해 총 355만2037주를 공모한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1만3800원에서 1만6500원이다. 공모금액 최대는 586억원이다. 특히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총 공모 주식수 중 신주모집이 60%, 구주매출이 40%다. 구주매출은 모두 모회사인 삼기 지분으로 196억~234억원을 가진다. 전체 상장예정주식수 1428만614주 가운데 유통가능물량은 3890만505주로 27.2%다. 보호예수 가능 물량은 1039만109주로 72.8%다. 보호예수물량 중 8.3%가 1개월 후에 풀리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삼기이브이는 오는 17~18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같은 달 25~26일에는 일반청약을 거쳐 오는 2월3일 상장한다. 상장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스튜디오미르는 2010년 설립한 애니메이션 제작 전 공정을 내재화한 애니메이션 총괄제작 기업이다. 지난 2019년 넷플릭스와 장기 계약 체결에 성공한 국내 최초 애니메이션 제작사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이외 디즈니, 드림웍스, 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미국 TV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1위 ‘코라의 전설’을 비롯해 미국 지상파와 케이블 전체 기준 시청률 1위 ‘분덕스’, 넷플릭스 콘텐츠 종합 순위 6위 ‘도타: 용의피’, 넷플릭스 시청률 3위 ‘볼트론: 전설의 수호자’ 등 주로 해외시장에서 굵직한 작품들을 수주했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와 장기 계약 체결하며 주목 받았다. 스튜디오미르는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책임지는 제작시스템인 프리 프로덕션이 가능하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최근 게임, 엔터,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지식재산(IP) 콘텐츠들이 원소스 멀티유즈(OSMU)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스튜디오미르는 스토리텔링 역량인 프리 프로덕션에 강점이 있는 만큼 IP를 활용,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할 계획이다. 스튜디오미르는 IPO를 통해 10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1만5300~1만9500원이다. 공모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788억~1004억원이다. 전체 상장 예정 주식수 515만550주 가운데 유통 가능 물량은 126만8900주(24.64%)다. 보호예수 물량 388만1650주 가운데 기관투자자 물량 6.16%는 상장 1개월 후에 풀린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이날부터 17일까지 진행한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은 26~27일 진행한 후 2월 중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스튜디오미르는 최근 증시에서도 콘텐츠주가 주목받고 있고, 넷플릭스 장기계약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 수요예측 결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삼기이브이의 경우 높은 구주매출 비중과 더불어 더블유씨피 같이 앞서 IPO에 나섰던 2차전지 기업들이 부진했던 만큼 흥행은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혈세 퍼부어 쌀값 안정시킨다지만…수급 불균형 해소없인 역부족
-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정리=조용석·김은비 기자] 쌀 시장격리(정부 매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수확기 초과생산량이 예상생산량의 3% 이상 또는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떨어지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 마디로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다 사들이라는 것이다. 쌀값 안정을 통해 벼 재배농가의 쌀값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쌀 산업의 안정적 기반을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법안이다. 하지만 매년 1조원 이상의 혈세를 투입해 쌀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재정 부담이 너무 큰 데다, 공급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이날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김도읍 법사위원장(국민의힘)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한 후 법안심사 2소위로 회부하자 항의하며 회의장을 떠났다.(사진 = 연합뉴스)◇돈 쓰는데 쌀 소비량 더 줄이는 양곡관리법 개정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간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시 정부가 넘쳐나는 쌀을 매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2022~2030년 연평균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매년 조(兆) 단위 혈세를 투입에도 1인당 쌀 소비량은 격리 조치가 없을 때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쌀 소비가 계속해서 줄어드는데,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니 소비자들로부터 더 외면받게 되기 때문이다. 시장격리 의무화 시 2030년 1인당 쌀 소비량은 45.5㎏(2022년 54.4㎏)으로, 정부 개입이 없을 때 전망치(47.1㎏)보다 1.6㎏ 더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쌀을 제외한 다른 작물의 낮은 자급률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주요 곡물들의 자급률을 살펴보면 △밀 0.8% △콩 30.4% △보리 38.2% 등으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상황이 이런데도 자급률 100% 내외인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할 경우 농민들이 벼농사를 더 지으라는 신호로 받아들여 밀·콩 등의 곡물 재배를 벼농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식량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늘어난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미래농업에 투자할 예산이 쌀값 안정에 집중돼 다른 농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쌀 시장격리에 투입될 약 1조원의 예산은 농식품부의 2022년 농업생산부문 투입 예산(성과관리 사업 기준, 12조원)의 8.3% 수준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조차 “쌀 농가만을 위해 매년 1조원을 투입해선 안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들도 쌀 시장격리 예산 지출 확대로 인한 피해에 직면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농식품바우처사업(89억원)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지원사업(158억원)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사업(72억원) △학교 우유급식사업(470억원) △장부양곡 할인지원사업(508억원) 등의 예산 일부가 쌀 시장격리 예산으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쌀 재배면적 줄이고, 가공산업 육성도 필요” 쌀값 하락의 근본 원인인 수급 불균형부터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 맞춰 재배면적 감축 등을 통해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벼 대신 다른 작물의 생산을 유도하도록 직불제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밥상용 쌀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가공용 쌀의 재배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분절미) 재배면적을 늘리기 위한 정책 외에 양조용 쌀 품종 개발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관행재배(일반적 재배방법) 쌀과 비교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떨어지긴 하지만, 식품 안전성 및 환경 보존성이 큰 친환경 쌀 재배 촉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쌀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가공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간 쌀 가공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이 시행됐지만, 떡·쌀과자 등 일부 전통식품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한계가 뚜렷했다. 아울러 최근 전 세계적 관심을 받는 푸드테크(food-tech)를 쌀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개발(R&D)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능성 쌀, 가공 적성에 맞는 쌀 육종사업과 연계할 것을 제안한다. 민간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사업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자료 = 국무조정실)◇해외소비 확대 방안도 ‘모색’…ODA에 쌀 활용해야아쉽지만 국내 쌀 소비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쌀의 해외 소비를 더 늘려야 한다. 쌀 수출 전략상품을 개발해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공적개발원조(ODA)에 쌀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의 경우 PL 480(농업수출진흥 및 원조법)을 통해 밀 등의 잉여농산물을 대량으로 국제 원조에 사용했는데, 한국도 상당 기간 수혜를 입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제 원조 수혜국에서 수여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향후 해외 원조 사업규모가 계속 늘어나야 하기에 잉여 쌀을 원조 품목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저개발 국가의 주식(主食)이 쌀인 경우가 많아 대상국 쌀 품종이 한국과 달라도 국제 원조 활용 가능성이 크다. 올해 우리나라 ODA 사업 예산은 4조 5000억원 수준으로 세계 10위권 진입이 목표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벼 생산의 경쟁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다른 곡물 생산 및 채소·과일 생산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예산 투입을 제한하게 된다. 이미 유럽, 태국 등에선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흡사한 쌀 가격 지지 정책을 시행했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벼 재배 농민의 소득 지지를 위해선 쌀 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보다는, 직불제를 등의 정책 수단이 훨씬 더 유용하다. 흔히 농업경제학에서는 ‘3농’이라고 해서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연구·정책을 분명하게 나눈다.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과 농민 복지·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섞이면 효과가 떨어져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3농이 뒤엉킨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시 한번 진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 가루쌀·밀·콩 등 재배땐 지원금…'전략작물직불제' 양곡법 대안으로 주목
-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농식품 유통·정책 전문가인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가 쌀값 하락의 근본 원인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전략작물직불제’다. 이는 쌀 대신 가루쌀, 밀, 콩 등 전략작물을 재배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쌀 시장격리(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처럼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없이도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있고, 주요 작물들의 자급률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농림축산식품부는 기존 쌀을 재배하던 농가가 겨울철에 밀·조사료를, 여름철에 콩·가루쌀을 이모작 할 경우 1헥타르(ha) 당 50만~43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전략작물직불제’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작물 전환을 유도해 쌀 재배면적을 줄여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가루쌀·밀·콩에 대한 자급률을 끌어올려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는 구상이다.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올해 쌀 재배 면적을 전년(17만7000ha)대비 3만7000ha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 예측대로 쌀 재배면적이 줄어든다면 올해 쌀 생산량은 예상 수요량인 347만톤(t)에 부합해 공급과잉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농식품부는 시행 첫해인 올해 112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특히 가공용으로 개발된 가루쌀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밀의 대체품으로 안성맞춤이다. 현재 주요 곡물 별 자급률을 보면 콩 30.4%, 보리 38.2%인데 비해 밀은 0.8%에 그친다. 가루쌀은 일반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갈아서 빵 등으로 활용 가능한 품종이다. 주로 빵을 만들거나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밥보다는 빵 등으로 간편한 한 끼를 먹으려는 변화한 식습관 문화에 적합하다.재배 시기도 밀과 이모작 하기에 유리하다. 밀은 주로 6월 중순에 수확하는데, 기존 쌀은 6월 초·중순에 모내기를 한다. 이 때문에 농업인은 밀과 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반면 가루쌀은 6월 말에서 7월 초에 모내기를 한다. 밀 재배가 끝난 후에 가루쌀을 생산하기에 적합하다.이런 특성 때문에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 외에 전문생산단지 39개를 신규 지정하는 등 가루쌀 생산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가루쌀 재배면적은 100ha로 전년(25ha)에 비해 4배 늘었다. 정부는 가루쌀 재배면적을 2000ha로 확대할 방침이다. 민간기업의 가루쌀 신제품 개발 과정도 지원한다. 가루쌀로 만든 면류, 빵류, 과자류 등을 개발하는 식품업체에 제품당 최대 2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 25억원을 투입한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2027년까지 국내 밀가루 수요의 10%를 가루쌀로 대체한다는 목표다.일각에서는 작물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쌀은 콩·밀·가루쌀보다 기계화율이 높아 재배하기도 수월하고, 수익성도 높기 때문이다. 같은 면적에 벼·콩을 재배하더라도 벼의 ㏊당 순수익이 콩보다 약 290만 원 많다. 콩 농사로 전환 시 받는 전략작물직불금(100만원)보다 많기 때문에 쌀농를 대체 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이미 예산이 편성됐지만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내년도 예산을 마련할 때는 단가를 올리는 방향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가루쌀은 단위면적당 낮은 생산성과 벼 이삭에서 싹이 나는 수발아 피해가 심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가루쌀 생산량은 ha당 4750㎏으로 일반미 5700~5900㎏보다 1000㎏가량 적다. 이에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올해 첨단기술을 적용해 가루쌀 전용품종인 ‘바로미2’의 단점을 개선한 고품질의 신품종을 육성·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성대, AK아이에스와 산학인력 교류 위한 업무협약
-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한성대가 지난 11일 오후 상상관 9층 대회의실에서 AK아이에스와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한성대가 지난 11일 상상관 9층 대회의실에서 AK아이에스와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 (사진=한성대 제공)이번 업무협약은 한성대와 AK아이에스 간의 SAP 컨설팅과 ICT 영역에서의 산학인력 교류 확대를 위해 진행됐다. 이들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열고 필요한 세부사항을 정해 AK아이에스의 업무성과 향상과 한성대 학생의 현장중심교육 강화에 상호 기여함을 목적으로 마련됐다.협약식에는 한성대 이창원 총장, 하성욱 교무처장, 노광현 산학연구처장, 홍승린 학생처장, 박현성 스마트경영공학부 교수와 AK아이에스 김재영 대표이사, 전용규 비즈니스솔루션본부장, 박진범 경영관리본부장, 김정훈 경영지원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이번 협약식을 통해 △SAP·ICT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생 대상 교육과정 공동 개발 △한성대학교의 현장실습 기관으로 참여 △SAP·ICT 관련 교육을 이수한 학생의 취업에 적극 협조 △SAP·ICT 관련 기업연계교육(인턴십, 캡스톤디자인 등)에 참여 △AK아이에스에서 요구하는 교육 내용을 교육과정 및 교과목에 반영 등 산업현장에 필요한 전문기술 인력양성 구축에 대한 상호협력에 합의했다.김재영 AK아이에스 대표이사는 “AK아이에스 구성원의 평균나이가 34세정도 되는 젊은 회사”라며 “젊은 회사인 만큼 젊은 사고방식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산학협력의 좋은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창원 한성대 총장은 “한성대 학생들의 취업률은 최근 10년 이래 최고인 68%를 달성하였고, 트랙제로 입학하여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78.1%에 달한다”며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AK아이에스와 압축혁신을 추구하는 한성대학교의 이번 협약으로 양기관의 업무성과 향상과 현장중심의 교육이 더 높은 취업률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JW중외제약,'리바로·종합영양수액' 쌍끌이 매출1조 클럽 눈앞
-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JW중외제약(001060)이 종합영양수액(TPN)과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 패밀리’를 앞세워 견고한 실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이 성장추세가 이어지면 늦어도 3년 뒤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할수 있을 전망이다.올해 JW중외제약의 실적은 매출 7470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한다. 이 회사의 최근 3개년(2021년~2023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0.9%로 집계됐다. 이 성장폭이 유지된다면 오는 2026년이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매출 성장은 2제 복합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젯’이 이끌고, 영업이익 개선은 종합영양수액(TPN, Total Parenteral Nutrition)이 이끄는 ‘투 트랙’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그래프=김정훈 기자]◇“올해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젯’ 매출 두 배 성장”견조한 실적을 이끄는 차세대 주자로는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젯’이 꼽힌다. JW중외제약은 올해 리바로젯이 작년 매출의 두 배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바로젯은 2제 복합 고지혈증 치료제로 2021년 하반기에 출시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 실현한 매출 성장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지난해 리바로젯의 매출은 3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올해는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약 두 배인 6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대한다는 게 JW중외제약의 설명이다. 이나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작년 실적은 리바로젯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며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JW중외제약의 고지혈증 치료제 ‘라비로젯’ (사진=JW중외제약)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고지혈증 치료제는 많다. 단일제로 널리 쓰이는 고지혈증 치료제로는 ‘스타틴(-stain)’이 널리 쓰인다. 다만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콜레스테롤’을 떨어트리기 위해 스타틴 계열의 치료제 고용량을 처방하게 되면 부작용의 문제가 있다. 스타틴의 용량을 줄이는 대신 ‘에제티미브’를 병용으로 처방하면 LDL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어 최근에는 병용으로 쓰이는 추세다. 리바로젯은 에제티미브와 피타바스타틴의 복합제라는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별개의 약을) 두 알 먹는것보다 한 알 먹는 것이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도 앞서고, 가격을 낮출 수 있어 건보재정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환자 개인의 부담금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에제티미브와 피타바스타틴이 복합제로 시판된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 리바로젯이 유일하다. 국내 1위 복합제는 한미약품의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머크의 아토젯(아토르바스타틴+에제티미브)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리바로젯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강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바로 패밀리 작년 매출 1000억원…가족 늘어난다JW중외제약은 리바로젯외에도 피타바스타틴 단일제인 ‘리바로’ 발사르탄과 피타바스타틴 복합제인 ‘리바로브이’를 시판중이다. 지난해 이들 리바로 제품군의 매출을 더하면 1000억원이 넘는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리바로젯이 계획대로 매출이 늘어나면 단순 계산으로 올해 리바로 패밀리 매출은 130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제품군 확대도 예고돼 있다. JW중외제약은 2제 복합제인 ‘리바로젯’에 이어 3제 복합제도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피타바스타틴에 고혈압 치료제인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을 더해 만든 것이다.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복합제 시장이 단일제와 달리 매년 5 % 이상 성장하는 시장임을 고려하면 3제 복합제가 출시된다면 실적 기대는 더 커질 수 있다.원료를 자체 생산 체제로 변환하면서 영업이익률 개선도 기대된다. JW중외제약은 “리바로의 경우 원료를 자체 생산 시스템으로 바꿨다”며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며 실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영양수액으로 이익의 질 높인다JW중외제약은 전통적인 수액 강자다. 수액은 크게 기초수액과 영양수액으로 나눌 수 있다. 기초수액의 경우 JW중외제약이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익률이 높지 않은 것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JW중외제약이 수액 수익성 강화를 위해 뛰어든 분야는 종합영양수액(TPN, Total Parenteral Nutrition)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초수액의 겨우 한자리수 영업이익률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TPN의 경우 20%가 넘는다. 그중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 TPN인 ‘위너프’가 리바로와 함께 매출 성장을 이끌 차세대 기대주로 꼽힌다. 위너프는 보관·이동 시 구분한 체임버를 유지하고, 사용 시 체임버를 터뜨려 성분을 혼합해 투약하는 JW중외제약의 3세대 TPN 브랜드다. 위너프 매출은 △2020년 566억원 △2021년 569억원 △2022년 589억원으로 꾸준히 성장세다. 기초수액 매출도 8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TPN 시장 규모는 약 1400억원이다. 위너프외에 다른 제품군까지 하면 700여억원의 매출로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TPN-3라인을 작년 말에 증설했다. 여기에 발맞춰서 국내 최초로 200㎖대 TPN을 생산했다. 입원 환자가 아니어도 외래환자도 영양수액을 맞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올해 연말 허가를 목표로 아미노산 함량을 높인 ‘위너프 에이플러스’도 임상 중이다. 시장 점유율 1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JW중외제약 TPN 위너프 (자료=JW중외제약)
- 역사상 가장 빠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사실상 막 내렸다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빠른 기준금리 인상기가 사실상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올해 1월까지 1년 반 동안 지속되면서 연 0.5%였던 금리는 3.5%로 무려 3%포인트나 인상됐다. 1999년 콜금리 목표제 채택 이후 사상 처음 7회 연속 금리 인상과 한꺼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도 두 번이나 이뤄졌다. 5%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부담이지만,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 등 경기침체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은 금리가 3.75%로 인상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이라며 금리 인상기에 ‘마침표’를 찍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채권 시장에선 금리 인상기 종료를 넘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넘보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물가’ 직진에서 성장·물가 동시 고려 필요”한은은 지난 13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3.5%로 높였다. 다만 금리 인상 결정에 ‘주상영, 신성환’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내며 반대표를 던졌다. 여전히 5%대로 높은 물가상승률이 한은이 7회 연속 금리 인상을 결정한 이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 전년동월대비 5%를 기록한데 이어. 올 1~2월에도 5% 내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물가상승폭이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 목표치(2%)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작년 7월 6.3%에 달했던 물가가 5%로 낮아 진 뒤로 실물 경기 위축, 부동산 시장 경착륙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통위 내 이견이 생기는 이유다. 한은은 2021년 8월, 자산 버블과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로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작년부턴 높아진 물가상승 경계감에 금리 인상의 고삐를 빠르게 죄기 시작했다. 그 영향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며 2년 반 만에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아직은 경기침체가 아닌 ‘침체 경계선’에 있다”면서도 “작년 4분기엔 음(-)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다”고 언급했다. 4분기 성장률(전기비)이 마이너스가 된다면 코로나19 확산이 극에 달했던 2020년 2분기(-3.0%) 이후 처음이다. 이에 이 총재는 “연말에는 3% 가깝게 물가가 하락 기조를 보일 전망이라 이전에 비해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을 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작년 한 해는 ‘물가 안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금리 인상에 직진했다면 올해는 물가, 성장 등을 모두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통화정책방향 문구를 조정해 향후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라는 문구가 삭제되고 ‘긴축 기조’ 유지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3.5%는 중립금리(2~3%)를 넘어서는 수준이라 3.5%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경기를 갉아먹고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긴축’ 수준이다. 또 ‘그간의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점검하겠다는 문구도 추가했다. ◇ “금리 인상은 이제 끝”…국고채 금리, 기준금리 하회도 용인금리 인상기가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이면서 연말까지 ‘금리 동결기’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추가 인상 없이 연말까지 금리를 3.5%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금리 종료 선언을 꺼렸다. 금통위 내부에서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3명의 위원은 지금의 3.5%를 금리 정점으로 보는 반면 나머지 3명은 앞으로 1~2개월 사이에 3.75%가 될 가능성도 열어 놓자고 했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를 동결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선 3.75%를 바라보는 위원들도 무조건 금리를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만 열어두자는 것이어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이 총재의 생각도 비둘기(완화 선호) 위원들에 가까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진욱 씨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가 본인의 의견을 밝히길 꺼렸지만 정부와의 정책 공조 역할을 강조해왔고 데이터 의존적인 접근 방식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비둘기파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이 총재는 3년물 국고채 금리가 3.3%대로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현 상황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앞으로 2~3년 뒤 금리 수준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지금처럼 초단기 금리보다 2~3년 물금리가 역전할 것”이라며 “시장이 과잉 반응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우량 채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어음(PF-ABCP) 등에 대한 경계감이 크다며 필요시 환매조건부매입채권(RP)을 추가 매입,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금융시장의 긴축 상황이 완화되길 바랐다.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도 여전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연속 금리 인상의 시대’는 끝났으며 4분기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연말 3.25%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부터 금리 인하기가 시작돼 내년 상반기까지 1.5%포인트 인하돼 내년 상반기 금리는 2%로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르포] “얼마나 재고를 쌓아야 할 지 감이 안잡혀 답답합니다”
- [이데일리 함지현 백주아 기자] “명절을 앞두고 준비한 물량을 다 못 팔면 평소보다 피해가 ‘따따블’이 됩니다. 대목을 위해 재고도 많이 쌓아두고 인력도 구하면서 비용이 많이 늘어나잖아요. 그래서 예측이 중요한데 지금은 물가가 너무 올라 도저히 감이 안 잡혀서 겁이 날 정도입니다.”(전통시장 상인 김모씨)지난 12일 서울에 있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만난 상인과 소비자 모두 깊은 한숨을 이어갔다. 고물가의 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져서다.소비자들은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상차림을 하려면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푸념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명절상을 차리려면 50만원은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부담이 크다고 느껴 상차림을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다보니 상인들 역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모습을 보였다.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함지현 기자)◇“4인 차례비용 50만원 넘을 듯…최대한 간소화할 것”이날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에 있는 전통시장은 고객들로 붐비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설날이 임박한 1월 셋째주에 차례상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손님들이 많아서라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반면 서울 송파구와 성동구에 있는 대형마트에는 일찌감치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설날 임박해서는 상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만큼 사둘 수 있는 제품은 미리 사둬 지출을 줄이려는 알뜰족들이 일찌감치 장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요일별·품목별 할인 등을 꼼꼼히 따져가면서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는 꼼꼼한 소비자들도 많았다.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찾은 명절을 앞둔 소비자들은 “물가가 너무 비싸 명절 준비가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서울 마포구의 A전통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최모씨는 “명절 제수용품을 사려고 나온 건 아니지만 작년보다 물가가 비싸다는 것은 확연히 느껴진다”며 “다른데 들어갈 돈이 많아 명절 준비는 최대한 간소하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를 찾은 50대 송모씨도 “아무리 차례상을 간단하게 차린다고 해도 매년 5만원씩은 더 쓰는 것 같다”며 “고기가 싸면 야채가 비싸고 야채가 싸면 고기가 비싸다보니 결국 비용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차례상 비용은 예산은 40만~50만원(4인 가족 기준)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도 이같은 소비심리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해 큰 대목 중 하나인 설날 장사를 망치면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서울 마포구 B전통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강모씨는 “지금도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일 수준에 불과하다”며 “명절을 앞두고는 손님이 더 많아야 하지만 명절 분위기도 나지 않을뿐더러 다음주에도 손님이 늘어날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어 “아무래도 손님들의 지갑이 얇아지다 보니 시장에 나오더라도 좀 더 싼 물건을 찾으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그래픽= 김정훈 기자)◇발품 팔아야 싸게 구입…전통시장이 유리차례 비용 지난해보다 늘어…전통시장이 좀 더 저렴장바구니 물가가 지속 상승하다보니 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품목별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판매가격을 비교하면서 발품을 더 파는 모양새다.사단법인 한국물가정보는 12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접근성과 편의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고 조언했다.실제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직접 찾아 같은 품목의 비용을 살펴본 결과 품목별로 다르긴 하지만 전통시장의 가격이 좀 더 저렴한 편에 속했다.전통시장에서는 설 차례상 주요 품목 중 하나인 한우 양지머리(600g)가 평균 3만원 가량에 판매됐다. 이밖에 계란(30개 1판) 7000원, 파(1단) 1500원, 돼지고기 다짐육(200g) 2000원, 오징어(1마리) 6500원이었다. 대형마트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세 곳의 매장을 찾아 평균을 낸 결과 전통시장과 같은 용량의 한우 양지머리 가격은 7만5553원으로 전통시장보다 2배 이상 비쌌다. 계란은 8040원, 파 3586원, 돼지고기 다짐육 3026원, 오징어 7740원이었다.특히 양지머리의 경우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전통시장은 ‘1+’, 대형마트는 ‘1++’로 등급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격 격차가 매우 컸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축산물이력제 도입 이후 전통시장 판매상품보다 개체, 산지, 사육지, 도축, 구제역 등 정보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정상가 차이는 있지만 각종 행사 등을 이용하면 가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명절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합리적인 소비에 나서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전통시장을 찾는가 하면 대형마트 할인 시기를 파악해 미리부터 대비하기도 한다.A전통시장에서 과일을 한 아름 구매한 50대 여성 곽 모씨는 “마포구에서 최근 용산구로 이사를 했다. 용산구에 있는 대형마트를 가보니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며 “전통시장이 가격도 30~40%가량 저렴하고 품질도 좋아 올해 명절 준비도 여기서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판교에 거주하는 맏며느리 이모씨는 수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 송파구에 있는 대형마트를 찾았다고 했다. 이씨는 “4~6인 기준으로 상차림 하려면 가장 저렴하게 준비한다 해도 최소 30만원은 필요하다”며 “한꺼번에 가서 구매하면 3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요일별로 마트 할인하는 제품 파악해서 미리 구매하는 방식으로 실속있게 구매를 하는 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