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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한 개혁 줄이고 소소한 민생 챙겨야…인적 쇄신 시급
- [이데일리 김기덕 박종화 기자]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합니다.”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위기인 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해 정치의 복원과 과학과 기술, 혁신을 주창했지만 임기 절반인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정국은 꽉 막혀 있다. 윤 정부 출범 첫 해 2.6%였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4%로 반토막나면서 팬데믹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으며, 올해는 우리 경제 주축인 수출이 부진한 탓에 연간 성장률 전망치에 한참 밑도는 2%대 초반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4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의료)은 국회에서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실종되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원전 생태계 복원, 한미·한일 관계 개선 등 외교적 성과는 분명하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이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지켜봐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전문가 평가, 尹정부 ‘D학점’…거야 협치 실패·김 여사 불신 팽배 6일 이데일리가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정치학자 5인에게 설문을 한 결과, 평균 학점은 0.9점(A학점 4점 만점)으로 D학점을 면치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전 정부에서 단절했던 원전 산업을 재가동하며 체코 원전 수주, 한미 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 한일 관계 복원에 따른 셔틀 외교 재개 등 외교 분야는 주요 성과로 거론된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무대응, 저성장 속 고물가로 시름하는 민생 경제, 일방통행식 개혁 추진 등은 현 정부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내세웠던 노동·연금·교육 등 이른바 3대 개혁에 더해 올 2월부터는 의료개혁을 본격 추진하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 실패와 야당과의 협치 실패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은 고갈 시기를 늦추는 구조 개혁을 포함한 정부 안을 마련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멈춰선 상황이다. 교육 개혁은 돌봄학교 정책 확대를 주요 성과로 제시했지만 만 5세 조기 초등학교 입학, 킬라 문항 폐지 논란으로 정작 중요한 획일적 고교평준화 정책 개선, 수능 제도 개편 등은 손도 못 대고 있다. 노동 개혁도 임기 중 추진했던 주 69시간 프레임에 발목이 잡히며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특히 역대 정부에서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던 의대 증원 문제는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됐지만, 협상력 부재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불편이 동시에 나타나는 문제에 직면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정책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선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이 기억에 남지만, 현 정부는 대통령실을 옮긴 것 외에는 기억이 남는 것이 없을 정도”라며 “감세·규제 개혁도 내세웠지만 세수도 부족하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4대 개혁 역시도 이젠 뜻대로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직전 정부에서 파탄 수준이었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한미 동맹을 강화시킨 것은 장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4대 개혁도 아직 제대로 시동도 못한 게 많기 때문에 남은 기간엔 노동시장 이중화 문제 해소, 비정규직 임금 차별 완화 등 쉬운 개혁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여론 반응성 높여야…대통령실·내각 교체 핵심 남은 임기 동안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로는 불편한 거대 야당과의 관계 회복,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소통 강화 행보다. 국회의 협조 없이는 아무리 명분이 높은 개혁과제라도 사실상 추진할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가장 여론의 불신이 높은 김 여사를 둘러싼 문제를 풀려는 노력 없이는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올 9월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도 한덕수 국무총리 대독으로 갈음하며 2013년 이후 11년 만에 불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성과라는 것은 김 여사 문제로 다 덮어졌고, 이런 부정적인 여론에 대응을 잘 못했다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며 “국민적인 지지를 받거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여론에 대한 반응성을 높이고 소소한 민생을 더욱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이 명태균 씨의 녹취록 이슈로 탄핵 소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이르렀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나온다고 해도 이 기간 직무집행정지가 될 것이고, 이후에도 레임덕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다”며 “야당이 원하는대로 인사 혁신을 제대로 해 전화위복을 기점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정치”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도 필수다. 윤 정부의 대통령실 2실 5수석으로 출범하면서 작지만 강하고 민첩한 대통령실 지향했지만, 현재는 3실 8수석로 비대해졌다. 당연히 대통령실 인력 30% 축소 공약도 역행했다. 내각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교체와 장수 장관이자 윤 정부의 핵심 실세로 불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을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권이나 국민적 요구를 넘어선 더 큰 수준의 국정 쇄신 개혁을 해야 한다”며 “우선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하고, 총리부터 대통령실까지 탕평 인사를 하고 이미 앞세웠던 개혁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꽉 막힌 정국, 활로가 안 보인다…정부 입법 10건 중 3건 폐기
-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임기 절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2년6개월이 남았다.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 실패, 무리한 개혁 추진, 영부인을 둘러싼 의혹 등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남은 기간 실수를 되풀이할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계기가 될지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임기 후반전을 앞두고 날개 없는 지지율 추락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윤 대통령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변화, 달성 가능한 국정 과제 재설정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6일 정치권과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 업체에 따르면 임기 절반을 보낸 윤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2분기 국정 수행 지지율은 25%로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중 최저 수준이다. 주간 기준으로는 10월 마지막 주 지지율이 19%로 정부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10%대로 주저앉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국을 뒤흔드는 사태가 없는 상황에서 복합적인 악재로 집권 이후 줄곧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현 지지율은 국정 농단 사태로 재임 대통령이 첫 탄핵으로 물러난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분기에 속한 2016년 10월 한달 간 평균 지지율(24%)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정치인 출신인 윤 대통령은 진보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단기간에 높은 기대와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검찰 출신으로는 첫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반감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당선인 신분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이슈로 국정과제를 설정할 가장 중요한 시기를 실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극단적인 여소야대 정국에서 출발한 정부는 역대 최악의 야당과의 관계로 정국이 꽉 막힌 상황이다. 특히 올 4월에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야권에 192석을 내주면서 입법 활로를 모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정부 출범 이후 11월 6일 현재까지 정부 입법 통과율은 29%(613건 정부 입법안 중 법안 통과 175건)에 불과하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인 노무현 전 정부(80%), 이명박 전 정부(78%), 박근혜 전 정부 (72%), 문재인 전 정부(64%)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여기에 의대 증원을 포함한 무리한 4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의료) 추진, 임기 후반기를 앞두고 터진 정치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의 인사 개입 의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극한 갈등으로 여권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탄핵과 개헌 저지선인 200석에 근접한 야권에선 임기 단축 개헌, 탄핵마저 주장하고 나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여사 문제가 온갖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개혁 추진이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 레임덕에 접어들 수도 있다”며 “우선 대통령실 참모를 대규모로 바꾸고, 장수 장관 등 내각도 교체하려면 야당에 추천권을 주는 대연정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악재 직접 뚫는다”…尹, 끝장 회견 3대 쟁점은 ‘명태균·김 여사·인적쇄신’
- [이데일리 김기덕 김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진행하는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이 집권 후반기 운명을 가를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더불어민주당의 녹취록 공개로 정국을 휩쓸고 있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공천 개입 논란, 갈수록 국민적 반감을 높이는 김건희 여사 의혹 전면 해소 및 사과 수위, 대통령실 참모 및 내각에 대한 과감한 인적 쇄신 내용이 포함될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국민 눈높이’를 수차례 언급하며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지도 지켜봐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尹대통령 부부·명 씨 의혹 해소가 핵심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이후 70여일 만에 다시 기자회견 단상에 서는 것은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대통령실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과 명 씨의 육성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10%대로 주저앉았다. 야권에서는 임기 단축 개헌, 김건희 여사 특검 재추진,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상 공격을 퍼붓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가천대·한국외대· 한양대·숙명여대·인천대 등에서 각 대학 교수들이 윤 정권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잇따라 발표하는 상황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시간이나 질문 분야·개수 등에 제안 없는 끝장 회견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5월과 8월 열린 대국민 담화·회견은 국정 성과 위주 담화를 발표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외교·사회·경제 등 분야를 나눠 질의응답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엔 국민적 의혹을 모두 해소하기 위해 한 사안에 대해 질문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질의응답을 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다. 지난 대선 당시 김 여사와 긴밀히 연락한 것으로 알려진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보고 했는지, 대통령실 해명과 달리 취임 이후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 사실 여부, 2022년 재보궐 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 개입 여부다. 윤 대통령이 앞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이어 한남동 7인회·공천 개입 등 각종 논란이 중심에 서 있는 김 여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윤 대통령이 “박절하지 못해서”, “현명하지 못한 처신 사과”라는 표현을 썼지만, 김 여사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영부인 외부 활동 중단 등 대외 활동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도 나온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은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을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28일 국회에서 재표결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4일 특검법 재표결에서 이탈표 4표가 나왔는데 친한계 반발 등 여권 이탈표가 추가로 나올 경우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여권 내 의견 갈려…“대폭 인적 쇄신” vs“대통령의 시간” 임기 후반전을 시작하는 윤 대통령이 새 돌파구 마련을 위해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 전면 교체, 내각 개편 등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 인사는 없다”고 밝혀왔지만, 당장 불어닥친 위기 타개를 위해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한 대표도 이날 당내 5·6선, 3·4선 중진 의원들과 차례로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하고 향후 대응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인위적인 인적 쇄신에 회의적인 입장인 것에 대해 “인적 쇄신은 원래 인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임기가) 2년 반 남았는데 신뢰를 다시 받는 차원에서 (쇄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이날 한 대표와 중진의원 간담회에서는 인적 쇄신을 두고 의견이 다소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인적 쇄신을 대폭, 가능하면 크게 했으면 좋겠는데 인사권자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질의응답도 하는데, 대통령의 모습과 태도가 기대치 이하로 나오게 되면 국민이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 내 대통령실을 향한 지나친 압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 혹은 대통령이 주도해서 여러 가지 쇄신이나 개혁안들을 만들어서 필요하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담화를 앞두고)지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고 우리는 기다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