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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 흘려 일궈낸 가업, 상속세로 휘청"…경제6단체, 제도개편 촉구
-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최근 자산 가격 상승과 국내 기업들의 경영 세대 교체 가속화로 국민·기업들의 상속·증여세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계가 한 목소리로 상속·증여세제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한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우리나라 현행 상속·증여세제의 문제점과 개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27일 ‘상속·증여세 개편, 백년기업 키우는 열쇠’ 자료집을 공동으로 발간했다고 밝혔다. 다음달부터 이 자료집을 정부, 국회, 회원사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자료집은 먼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과세체계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상속·증여세 부담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한국은 상속인과 피상속인 간 관계 구분 없이 일률적인 세율로 상속·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5개국은 상속세가 없으며, 나머지 23개국 중 절반 이상인 15개국이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에는 과세를 면제하거나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시 60%)로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위(할증평가 포함 시 1위)이며, 실질적인 세부담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율도 OECD 2위이다.무엇보다 한국은 현행 과세체계를 1999년 이후 24년 간 유지해왔으며 이는 OECD 국가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한 것과 대비된다.자료집은 다음으로 상속·증여세 과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근거를 제시했다. 경제계가 지적한 상속·증여세 과세의 문제점은 △부(富)에 대한 이중과세 △부의 재분배 기여 미흡 △경제 손실 야기 △기업가치 저해이다.특히 높은 상속·증여세 부담은 기업 승계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기업의 투자·고용 등 경영 활동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또 상속·증여세 납부 재원 마련이 어려운 기업들은 승계를 포기하거나 기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수많은 일자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경제 6단체는 자료집을 통해 상속·증여세제의 바람직한 개편 방향을 제언했다. 경제계가 제시한 상속·증여세제 5대 개선과제는 △과세체계 개편 △일률적 주식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과세방식 전환 △가업상속공제 개선 △공익법인 과세 완화다.그중에서도 원활한 기업 승계 지원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외 주요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세율 인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해 과세원칙에 부합하는 과세체계 구축을 위해 상속·증여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또 상속세 과세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개별 상속분을 먼저 분할하고 각자의 상속분에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설명했다.
- “과학기술 정책 일관성 필수, 中과 윈-윈할 협력·교류 늘려야”
-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중국 첨단기술 진단’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대미 수출액은 533억달러로 대중 수출액(526억9000만달러)를 앞질렀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아닌 미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중국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수출액에 영향을 미치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기술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술 경쟁력을 키운 중국이 내수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확대하면서 한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이데일리는 중국 현지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좌담회를 열고 중국 첨단 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좌담회에는 △김기환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양자기술 부문) △김정식 베이징항공항천대 중국-프랑스 공학부 교수(수소 부문) △김종명 상하이과기대 화학과 교수(이차전지 부문·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서행아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반도체 부문) △정용삼 난징농업대 수의대 교수(첨단바이오 부문) 6명(이상 이름 가나다순)이 참석했다.전문가들은 우리도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이나 보조금 등에서 일관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적 영향이 덜한 분야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한·중이 공동 이익을 이룰 수 있는 분야에서는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국이 신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향후 국제 표준을 세울 때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기술 발전에는 인재 양성도 필수다. 중국의 고급 인재 유치 정책인 ‘천인계획’이나 지일파(知日派)를 키울 수 있는 일본의 ‘사쿠라사이언스’ 같은 인적 교류·육성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김정식 북경항공항천대 중국-프랑스 공학부 교수-중국의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 결국 세계 무대에서 한국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 되는 것인가△김정식=수소에너지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해서 수소 분야의 경우 중국은 내수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면 자동으로 세계 일류가 될 것이라는 게 주류 의견이다. 워낙 생산을 많이 하고 소비도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시작부터 수출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수소에너지 특성상 어디에서 수소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기술이나 가격이 많이 달라진다. 수소라는 최종 제품을 만들기 위해 돈이 들어가는 과정부터 시작이 서로 다르다. 또 한국은 현재 소수 대기업만 수소에너지 개발을 하고 있어서 정부가 지원할 경우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표준화인데 최근 유럽연합(EU)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다. 국제 기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담당하는데 현재 한국 교수가 수소에너지 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어 입지를 많이 다진 상태다.△김기환=양자 기술은 기초과학 분야여서 산업과 큰 연관은 없다. 다만 한국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투자에 굉장히 신중한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사람도 많고 자원도 많다. 많은 중국 학자들이 연구만 잘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사람을 만나 설득하고 투자도 활발한 편이다. 양자 기술 분야에서 격차라고 말할 수 있는 건 학계에 중요한 가치의 논문을 얼마나 많이 내느냐인데 중국은 대규모로 내는 편이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시작하는 단계다. 실제 학계에서도 중국권이 점점 주목을 받고 있다.서행아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미국 등 서방은 관세 인상, 수출 제한 등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한국 영향은 어떻게 보나△서행아=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미국의 블랙리스트를 살펴봤는데 중국의 웬만한 기술기업은 거의 다 들어가 있을 정도다. 여기서 중국이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에게도 반사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중국이 제재받지 않는 분야에서는 우리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좁은 마당, 넓은 장벽’(첨단·전략 부문만 집중 견제) 정책을 펼치는데 사실상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도 기술 경쟁력이 없으면 피해를 입을 것이다.△정용삼=첨단바이오 부문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중 갈등에서) 한국이 얻을 이익이 있는 편이다.바이오파운드리를 보면 국제협약이나 표준이 없다. 표준은 먼저 공장 지은 사람이 제정을 젱나할 수 있는데 한국이 당장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협업하면 공동으로 제안이 가능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해서 서방에 대응이 가능하고 우리는 중국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김기환=내가 알고 있는 중요한 중국 기관·회사들이 대부분 (미국의) 제재 대상에 들어갔다. 중국도 심리적으로는 굉장히 많이 위축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미국의 제재가) 금방 끝날 것 같진 않다고 한다. 미국이 제재를 새로 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 기술이 미국에게 실질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기한 것은 미국 제재 때문에 사려고 했던 해외 장비를 들여오지 못했는데, 중국 내에서 괜찮은 성능의 장비를 5분의 1 정도 가격에 팔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제재에도 중국은 버텨나갈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중국과의 기술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또 우리가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익은 무엇인가△이우근=반도체는 한·중간 기술 유출이나 첨예한 부분이 많아 쉽지 않지만 ‘한국식 쌍순환’ 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 글로벌 밸류체인을 서방과 중국으로 나누는 것이다. 중국부터 동남아, 중동, 멀리는 아프리카까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표준화해서 시장을 양분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중요한 것은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물꼬가 터질 것이다. 다만 미국 대선이 지난 후에나 그런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서행아=한·중 협력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우리가 중국을 잘 모르는 것이다. 막연한 중국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없애려면 정부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한·중간 협력이 가능한 기술, 일명 ‘블루존’을 만들어서 민간에게 서방의 제재를 받지 않고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아마 중소기업에게도 이러한 블루존이 필요할 것 같다.△김정식=한국과 중국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수소를 제일 많이 만들고 사용하는 나라이고, 또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좋은 파트너십이 구축된 것이다. 한국이 가진 기술 중 특화된 것이 있고 중국이 갖고 있는 수소 기술도 다양하다. 시장을 같이 보고 협력하는데 타이밍이 중요할 것 같다.△정용삼=중국 정부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을 자주 초대하는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중국에 물건 파는 이야기만 한다. 그러면 기술 협력을 원하는 중국측과 제대로 된 협상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는 상황이 반복된다. 모든 기업 CEO들이 중국을 찾을 때 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데 이는 아무도 중국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시장을 노리자면 기업 개인에게 맡길 수만은 없으니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모델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인적 인프라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용삼 난징농업대 수의대 교수-우리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무엇일까△이우근=중국의 포괄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에 크게 놀랐다. 한국 반도체는 7~8년 전만 해도 반도체에 대한 정책이 제대로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점검한 계기가 몇 년 전 일본의 수출 제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국회 등을 보면 보면 반도체가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실제 정책엔 반영하지 않는다.대만·일본·미국은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고 하면 산업용수 대주고 길을 닦아주고 하는데 우린 대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내야 하는 게 코미디다. 우리도 중국처럼 공무원들이 과학기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중국은 전문가들이 정책을 세우면 거기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칭화대 총장 서기가 과학기술 원로들을 초청했는데 두시간 넘게 앉아있으면서 단 한번도 의자에 기대지 않는 모습에 놀란 적이 있다. 우리 고위 관료들도 그럴 수 있을까.△김기환=중국은 과학기술에 대해 굉장히 장기간에 걸쳐 일관된 계획을 갖고 계속해서 추진하는 시스템이다. 과학기술은 정권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인데 우리나라는 정권에 따라 변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정권과 상관 없이 합의가 잘 이뤄져서 중장기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김종명=올림픽을 보면 1등만 아니라 2등도 칭찬하라고 하는데 그게 과학기술에도 적용해야 한다. 이차전지를 보면 삼원계(한국의 주류 방식)가 최고라고 하지만 가성비는 인산철(중국의 주류 방식)이 낫다. 중국에서 보면 무수히 많은 음극재와 양극재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말은 어디에서 무언가 또 (신기술이)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은 1등을 안해도 상관없다는 기조가 강하다. 그래서 꾸준히 투자를 계속한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2등이 뭔지 보고 중요성을 인지하고 피드백을 계속할 통로는 만들어야 한다.김종명 상해과기대 화학과 교수(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정용삼=변하지 않는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을 개발 중인데 모든 사람들이 실패할 것이라고 만류했다. 실제로 두 번이나 실패했는데 중국에서 문책을 하지 않았다. 결국 세 번째 개발에서 매우 고무적 성과를 냈다. 중국에선 실패하는 이유만 확실하면 된다. 우리도 실패 가능성이 다분히 기술 개발에 다른 사람과 똑같은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안된다. 최근 한국도 그런 기조가 생겼다는 건 알고 있는데 분야에 따라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김정식=얼마 전 중국에서 우리나라 연료전지 1세대 교수를 만났는데 중국에서 자유롭게 연구하고 있다. ‘학부생 뽑아 2~3년 가르쳤더니 이만큼 성장했다’고 평가하더라. 민간 차원에서 교류가 많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에 정보가 있다고 하지만 뻔하다. 직접 서로 다녀가서 보면 협력할 타이밍도 잡힐 것이다.△서행아=중국을 잘 알기 위해선 중국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중국은 해외 연구자를 찾기 위한 천인계획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아시아 학생들이 일본에서 유학하는 프로그램인 ‘사쿠라사이언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지일파를 만든다. 우리도 중국 등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유학생, 한국에서 해외를 나가는 유학생을 많이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길 바란다.김기환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
- "사기치고 횡령한 가족, 친족이라 처벌 불가?".. 오늘 결론
-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친족간 절도, 횡령 등 재산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오늘(27일) 나온다. 친족상도례 규정은 2년 전 방송인 박수홍 씨 재산을 친형이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 이후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방송인 박수홍 씨(사진=연합뉴스)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형법 제328조 1항과 2항, 제344조, 제361조 등을 대상으로 하는 위헌 확인 사건 선고기일을 연다. 친족상도례 관련 헌법소원 심판 청구 4건을 병합해 심리하고 이날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친족상도례는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법은 가족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법언에 맞춰 친족 사이의 재산 범죄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 벌어진 절도·사기·횡령 등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그 외 친족의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한다.그러나 핵가족화가 심화하고 친족간 유대감 및 교류가 줄어든 현대 사회에서 친족상도례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2년 전 방송인 박수홍 씨 친형이 박씨의 재산을 횡령한 사건을 계기로 친족상도례 관련 논란이 부각된 바 있다. ‘직계혈족’인 박씨 부친이 나서서 “내가 횡령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친족상도례를 통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됐다.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 규정 개정 검토 여부를 묻는 의원 질의에 “지금 사회에서는 예전 개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친족상도례 규정 개정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2012년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헌법재판소
- [안종범의 나라살림]인구전략기획부에 바란다
-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 인구문제는 인류 역사에서 등장한 힘든 문제 중 하나다. 늘 많아서 걱정이었는데 20세기 말부터는 적어서 큰일이 된 특이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도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산아제한에 총력을 기울였던 적이 있었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은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을 놓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본격적인 저출산 추세가 시작된 1980년대 초반이 훨씬 지난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할 정도로 늦은 것이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지난 20여 년간 모든 대책을 ‘묻지 마 예산’으로 투입하고도 소용이 없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그동안 여러 나라가 시행했던 대책 모두를 한국이 이미 다 해봤는데 우리 같은 전문가들의 조언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라는 농담을 하는 해외 석학도 있었다. 지난주 이데일리-페리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던 위스콘신 대학교 티모시 스미딩 교수가 한 말이었다. 그는 이제 남아 있는 정책으로 이민정책을 제대로 만들어서 해보는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그동안 우리는 모든 부처가 앞다투어 할 수 있는 정책은 다 해봤다. 2006년부터는 5년 단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도 수립해서 내년에 4차 계획이 마무리된다. 이제 마지막 처방으로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서 모든 저출산 정책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관련 법안은 야당 중심 국회에서도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이 부처가 출범하면서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인구문제를 갖고 3일간 개최된 지난주의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토론한 내용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저출산의 당사자인 젊은 층의 참여와 호응도 뜨거웠다는 점에서 인구전략기획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발표와 사회로 참여했던 필자가 이 중에서 몇 가지를 추려서 주문하고자 한다.첫째, 서둘지 말아야 한다. 원인분석부터 시작해야 한다. 결혼하고 출산을 해야 하는 당사자인 20~30대가 왜 결혼을 꺼리거나 늦추고, 결혼하고도 왜 늦게 자녀를 갖거나 아예 갖지 않으려 하는지를 차분히 제대로 읽어 내야 한다. 그동안은 많은 전문가가 저마다 그 원인을 한마디씩 강하게 내세웠다. 집값 때문에, 교육비 때문에, 직장에서의 불이익 때문에 등등 진단이 달랐고 처방 또한 달랐다. 사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복합적이라도 어느 원인이 더 많이 작용했나를 가려내는 것은 전문가와 과학의 몫이다. 저출생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원인을 과학적으로 가려내는 연구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둘째, 지금 뭘 잘못하고 있는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고 또 하는 모든 저출생 정책을 체계적으로 사후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을 취하고 버린 건가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할 대상 정책을 고르는 작업이 필요하다.셋째, 집중할 정책에 대해서 언제 어떻게 할 건가를 결정해야 한다. 집중할 대상 정책과 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새로운 정책에 대해서는 반드시 과학적인 사전평가가 진행되어야 한다. 저출생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놓고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조급함보다는 시간을 갖고 철저히 근거를 갖고 사전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이러한 근거기반 정책평가(Evidence-Based Policy Evaluation)는 데이터와 평가방법론이라는 두 가지 평가 인프라에 의존해야 한다. 특정 정책에 대해 일회성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을 물어보고 이를 기초로 시행 여부와 시행 방향을 정하는 어리석음을 더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데이터는 패널데이터이다. 동일한 개인이나 가구를 매년 추적조사해서 이들이 어떤 행태변화를 보이는가의 정보를 데이터로 축적하는 것이 패널데이터이다. 미국은 미시간대학이 PSID (Panel Study of Income Dynamics)라는 패널데이터를 1968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처음 이 조사에 포함된 가구에서 당시 갓 태어난 아이가 이제 56세가 된 지금까지 보육과 교육을 받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키우고 다시 결혼시키는 등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 데이터를 이용한 경제학계와 사회학계의 수많은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또 이를 정책평가와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우리도 노동패널, 청년패널, 여성패널 등등 많은 패널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를 저출생 원인분석과 기존 저출생 정책의 사후평가 그리고 새로운 정책의 사전평가에 활용해야 한다. 이번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위스콘신대 바바라 울프 교수의 발표가 주목받았는데, 이는 새로운 데이터를 활용하여 우리 여성의 저출산 원인을 분석 발표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2010년~2022년 기간의 미국지역사회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로부터 미국 거주 한국계 여성과 한국 거주 여성의 출산 성향을 비교하여 미국 거주 한국계 여성들의 출산율이 한국 거주 여성보다 0.5명이나 더 높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사회문화적인 차이가 출산 성향을 결정한다고 주장하였다.정책평가 방법론으로 무작위대조시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est) 역시 이번 포럼에서 주목받았다. 한국에서 앞으로 실행될 수 있을 다섯 가지 이민정책의 RCT 방안을 미국 MDRC에서 참여한 두 연구자가 수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제안했다. 새롭게 시행될 이민정책을 임의로 적용하는 실험집단(Treatment Group)과 그렇지 않은 대조집단(Control Group)으로 구분해서 이들의 행태변화를 관찰해서 정책 효과를 사전에 분석하는 실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젠더갈등’이다. 이번 행사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에 대한 지나친 배려와 남성에 대한 역차별에 불만을 토로하는 남성들의 글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커지고 있는 젠더갈등도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해소하는 노력과 함께 정책논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 소지가 없도록 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우리 역사에서 인구전략기획부가 마지막 저출산 대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안상훈 “10년, 20년 걸리더라도 100년 갈 연금개혁해야”[만났습니다①]
- [이데일리 김기덕 이도영 기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 특히 청년층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숫자만을 바꾸는 모수 개혁이 아니라 노후 소득보장제도의 근간이 되는 전체 연금의 틀을 바꾸는 구조 개혁이 필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앞으로 100년이 갈 수 있는 연금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연금개혁 방향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생산 가능인구가 갈수록 줄고 연금을 받는 노인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다층 구조로 이뤄진 연금제도 전반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안 의원은 “연금개혁은 기존보다 보험료를 더 내든지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받는 평균 수령액 비율)을 낮추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좋을 수 없고,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다”며 “전반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를 확 바꾸는 구조개혁을 위해선 스웨덴과 같이 2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어 “우리나라의 노후소득 보장용 기재라 할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 및 농지연금 등이 다층 구조로 위아래로 쌓여 있는데다 그 옆엔 특수 직역으로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엮여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처럼 연금 모수 개혁만 하면 당장 고갈 시점이 뒤로 미뤄지는 착시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고갈 이후 급진적으로 빚만 늘어나면서 후퇴한 개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20년 넘게 일했던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연금·복지 전문가다. 역대 정부에서도 여야를 넘나들며 사회복지 정책의 틀을 짰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냈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뒤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현 윤석열 정부에서는 초대 사회수석 비서관을 맡으며 사회복지제도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런 그는 현 정부의 연금개혁 의지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현 정부 임기 동안 연금개혁을 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라도 반드시 달성하자는 진심이 있다”며 “22대 국회서 여야가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최소한의 합의안을 만들어 놓으면, 앞으로 정권 교체 여부가 상관없이 차기 국회에서 발전된 방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무산됐다. 청년층은 연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연금 개혁을 성공한 나라를 보면 어떤 한 정파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서 된 적은 없고 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방식으로 됐다. 연금개혁은 거의 모든 국민들이 자기 살을 깎을 정도로 힘든 것이다. 국민들을 설득하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여야가 모수개혁이라도 합의하고, 22대 국회에서 추가로 구조개혁을 논의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을 숫자만 바꾸는 모수 개혁만 얘기했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선 다른 연금과 연동을 통해 모두 바꿔 100년이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연금 고갈 시점만 몇 년 뒤로 미루는 것은 흡사 조삼모사와 같은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연금 개혁을 논의했지만 실패한 이유가 뭔가. △역대 거의 모든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대통령들이 연금 구조개혁을 실제로 하지 못한 이유는 국민들로부터 인기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연금 고갈은 수십 년 후의 문제이기 때문에 건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윤 정부는 그걸 한다고 약속한 첫 정부다. -각론으로 들어가 구조개혁을 한다면 어떤 식의 대안이 있을지 궁금하다. △예컨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현재 40%에서 50%로 크게 올리면 퇴직연금 지급을 낮추거나 소득 하위 70% 노인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대상자를 가난한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국민연금만 바꿔서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연금 구조개혁을 하려면 이해관계자가 많아 반발이 상당할 수 있다. △무조건 반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라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연금 개혁이라는 콘셉트 속에는 인구 정책, 노동시장 정책, 청년에 관한 이슈까지도 모두 포함돼 있다. 처음에는 국민들이 반대하더라도 꾸준한 설득 과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 여론을 수렴하는데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정권이 바뀌면서 정책 연속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를 끝낸다고 해도 남은 대통령 임기를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가 끝난 이후다. 결국 행정부 주도가 아니라 의회 주도로 가야 한다. 새로 집권하는 정부가 선거 재료로 쓰거나 전임 정부의 흔적 지우기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서 정파를 떠나 국민을 설득하고 합의를 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무르익으면 23대 국회로 넘어갈 수 있다. -국회 논의를 위해 연금개혁 특위 상설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금개혁에 진심이었다면 여야 연금특위를 당장 가동해야 한다. 특위를 22대 국회 4년간 상설 운영해야 한다.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연금 고갈을 대비할 방안이나 미래세대를 위한 자금이 있을지 궁금하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동해 포항 영일만 일대에서 가스·석유가 터지면 2200조원 상당의 가치로 추정된다. 이를 국부펀드로 활용해 미래세대 복지기금으로 쓸 수 있다. 북유럽에 속한 노르웨이도 농·어업 등 1차 산업에 의존해 주변 국가에 비해 잘 살지 못했는데 북해 유전이 터져 산유국이 되면서 여유로워졌다. -야당에서는 동해 유전에 대해 부정적이다. △가장 걱정되는 건 동해 유전이 터진 이후에도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면) 국채 발행이나 대한민국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돈은 그대로 두고 복지 잔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금 석유·가스 시추에 들어가는 비용을 이유로 이를 반대했던 정당은 실제 유전이 확인되는 순간 아예 손도 대지 말아야 한다. 그 돈은 미래 세대를 위해 써야 한다. -현 정부에서 사회수석을 지낼 당시 발생한 의정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법은 없는가. △의료개혁은 의사 정원을 늘려 필수 의료분야나 지방 의료취약 지역에 의사들을 투입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당장 증원 문제는 내년 의대 모집 입시요강 마무리돼 끝난 상황이다. 앞으로 의사들이 기피하는 진료 분야나 취약 지역에 증원된 인력을 활용할 문제에 집중할 때다. -의사들이 늘어난다고 해도 소위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라는 인기과목에 쏠림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적다. 이렇게 의사가 모자란 상황에서 의사들이 굉장히 자유롭게 움직이게 돼 있으니 돈을 잘 버는 수도권이나 인기 과목에 몰리는 것이다. 이런 것을 제한할 수 있는 정책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마련돼 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
- 안도걸 "종부세 국민적 현안 아냐…강남 '똘똘한 한채' 몰릴 우려"
-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비과세 기준인 기본공제가 현실화되면서 실질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분들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곳은 주로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정도죠. 이런 의미에서 종부세를 추가적으로 감세하는 건 특정 계층과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고 봅니다.”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안도걸 의원실 제공)광주 동구남구을 지역구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윤석열 정부가 추진 방침을 밝힌 ‘1주택자 종부세 폐지’와 관련해 “범국민적인 현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가 6억원에서 9억원,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라가는 등 이미 시장 상황에 맞는 조정이 이뤄졌기에 현 시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 “특정 납세 그룹 안에서 제도가 과한 측면이 있다면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지, 국민적 이슈로 띄워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이미 각종 공제로 1가구 1주택자의 세수 비중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종부세 완화 기조는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부추겨 강남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이제야 주택시장이 점차 안정기에 들어서고 있으나 서울 같은 경우는 아직 집값이 불안하다”면서 “입지 조건이 좋은 서울 지역에 아파트 수요가 몰릴 경우 가격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안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그가 34년간 공직 생활을 했던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안 의원은 1989년 행정고시 33회로 입직한 뒤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 전신) 사무관부터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기재부 예산실장까지 주요 실무 보직을 두루 거쳤다. 현재는 이런 전문성을 기반으로 민주당 내 세제 개편 연구모임을 이끌며 정기국회 세법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안 의원은 상속세 감면에 대해서도 부자감세 논란, 세수 중립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낮췄을 때 이를 적용받는 대상은 2022년 기준 955명으로, 전체 피상속인의 0.3%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이들이 내는 세금이 전체 상속세 세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현실인 만큼, 이 세입이 빠져버리면 상속세 자체의 기능이 형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예산통’의 우려…“SOC 늘리고 R&D 줄인 건 큰 실책”문재인 정부 시절 안 의원은 우리나라 예산과 재정을 총괄하는 기재부 2차관을 지내면서 국책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650조원 규모의 나라살림을 꾸렸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위기 3년 동안 무려 10차례나 예산 편성을 지휘하는 전례 없는 경력을 얻기도 했다.자타공인 ‘예산통’으로 평가받는 안 의원은 R&D 예산 배정을 두고 빚어진 최근 2년의 논란을 돌아본 뒤 “세수가 줄어들어 지출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는 사회간접자본(SOC)에서 공사 기간 조정을 조정하는 식으로 집행 여건상 충격을 최소화했는데, 올해는 SOC 예산을 5.3% 늘렸다”면서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중장기 프로젝트인 R&D 관련 예산을 일방적으로 축소해버린 건 매몰비용이 크게 발생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정부는 ‘과학계 카르텔 타파’를 명분으로 올해 R&D 예산을 4조 6000억원 대폭 삭감했다가, 1년 만에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폐지해 내년 관련 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안 의원은 “일방적으로 뒤흔든 R&D 예산을 다시 복구한다 해도,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여야 하기에 만만치 않은 일”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적재산권·기술 보호 등이 과제로 남은 국제협력 R&D에 대해서도 올해 관련 예산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난 만큼 집행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안도걸 의원실 제공)◇“기재부 출신 훈련 돼있어…기획·조정해 과녁 만들 것”그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속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기재부 출신 관료나 경제통으로 불릴 만한 인물이 드물었다. 안 의원은 이번 상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일찌감치 기재위로 전진 배치됐다. 벌써 이달에만 착한임대인 세액공제 상시화(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 및 직장인·자영업자 체육시설 이용료 세액공제(소득세법 개정안) 등 3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안 의원은 “국가의 의사 결정이 여의도로 넘어오는 추세가 가속화됐는데, 정확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했다”며 정치 입문 계기를 밝혔다. 이어 “17개 개별부처의 역량이 국가 발전을 향해 집중될 수 있도록 기획·조정해 하나의 과녁을 만드는 게 기재부가 하는 일이고, 나도 그런 훈련이 잘 돼 있다”면서 “우리 경제 현실을 냉정히 진단해 현재 여건에서 가장 필요한 일에 국회가 ‘올인’할 수 있도록 18개 상임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