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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소형주택 인기 이어갈까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강남,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중심업무지구를 중심으로 10억원에 육박하는 초소형 주택이 늘고 있다. 셋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일 정도로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가는 가운데 고소득 전문직 비율이 높은 지역 위주로 초소형 주택 몸값이 오르는 분위기다.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일 “서울 중심가일수록 주택이 들어설 땅 자체가 적고 1인 가구 비율이 높아 아파트·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부동산 종류에 따른 선호도 차이보다는 ‘새 집’이란 메리트 자체가 더 크게 작용한다”며 “서울에선 강남, 강북할 것 없이 10억 원을 웃도는 초소형 주택이 증가세”라고 했다.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의 ‘삼성동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31㎡는 작년 6월 10억원에 매매되며 첫 10억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11월에는 실거래가가 최고 11억4500만원까지 올랐다.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전용 39㎡도 지난해 7월 9억757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강북에서는 종로구 교북동의 ‘경희궁 자이4단지’ 전용 37㎡가 지난해 12월 8억2800만원, 올 3월 8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초소형 10억 클럽 진입을 앞두고 있다.고급 초소형 주택의 가치가 오르면서 청약시장으로 열기가 번져가는 흐름이다. 지난해 여의도에서 전용면적 29~59㎡ 849실 규모로 공급한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은 3.3㎡당 약 4000만원대 분양가에 2만2462건의 청약이 접수돼 26.46대 1의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2월 서울 중구 중림동에 선보인 ‘쌍용 더플래티넘 서울역’ 오피스텔 역시 전용 17~32.74㎡ 총 576실을 분양해 평균 4.2대 1, 최고 91대 1의 청약성적을 냈다.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조감도(사진=대우건설 제공)이달에도 초소형 주택 청약이 진행돼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가장 주목할 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중십업무지구에서 14년을 기다린 세운재정비사업이다. 이번 분양지인 중구 일대는 1인가구 비율이 50%에 육박하는데다 광화문·을지로·명동 등 서울 강북 중심지와 직결되는 업무·상업의 핵심 요지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세운지구의 첫 분양은 지난달 29일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연 대우건설의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다. 세운6-3구역인 서울 중구 인현동2가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지하 9층~지상 26층, 전용면적 24~42㎡, 총 614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으로 조성된다. 아파트 281가구와 도시형생활주택 293가구로 공급되며, 도시형생활주택 293가구를 먼저 분양한다. 이번 분양은 도시형생활주택이어서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개인, 법인 모두 청약이 가능하다. 분양가는 가구당 4~ 5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분양 관계자는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을지로4가역 역세권 자리인데다 가까이에 지하철 2· 3호선 환승역인 을지로3가역과 지하철 3·4호선 환승역인 충무로역도 이용할 수 있는 쿼드러플 역세권”이라며 “단지 옆엔 대우건설이 신사옥을 이전한 을지트윈타워가 위치해 배후수요도 탄탄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 [르포]"예견된 일".. 투기지역 추가 지정에도 주택시장 '덤덤'
- [이데일리 김기덕 경계영 기자] (투기지역 지정 이전과)별반 달라지는 게 없는데 굳이 신경쓸 필요 있나요? 오히려 집주인이 물건을 전부 거둬들여 매물 자체가 더욱 귀해질 판입니다.” (서울 종로구 홍파동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입지가 좋아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방증 아닌가요. 이미 학습효과로 규제가 강해질수록 되레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C 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서울 동작·동대문·종로·중구를 부동산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다음날인 28일. 이날부터 이들 주택시장은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규제가 즉각 가해졌지만, 대부분 중개업소는 하루 종일 조용하기만 했다. 간간이 대출이나 세제 변화 등을 묻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에 이내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됐던 자치구가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됐고, 이들 지역은 이미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돼 있어 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심리적 압박은 거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전문가들은 투기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에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 등 투기 수요가 원천 차단되고,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재편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매물 잠금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매물 희소성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경 안써요”… 투기지역 덤덤 이번에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동작·동대문·종로·중구 등은 기존 11개구(강남4구·마포·용산·성동·양천·영등포·강서·노원구)와 같이 주택담보대출이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되고, 2건 이상 대출이 있는 경우 만기 연장이 제한된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예견된 일”이라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종로구와 중구는 상업업무지구가 많고, 아파트 비율이 높지 않아 거래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종로구 교남동 S공인 관계자는 “강북권에서 최초 30평대(전용면적 84㎡)가 10억원을 넘어서면서 주목받은 ‘경희궁자이’ 외에는 올 들어 분양한 단지도 없는 데다 기존 아파트 거래도 한 달에 한 건도 체결하기 힘든 상황인데 정부는 수요자 옥죄기만 하고 있다”며 “최근 이 아파트 전용 59㎡형(옛 24평)도 12억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지만, 이것도 5개월 만에 이뤄진 첫 매매계약”이라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추가 대책을 예상하고 이미 빠져나갈 사람은 다 나간 상황이라 규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H공인중개사는 “지난 주말에만 십수명이 와서 언덕배기에 있어 인기가 없던 극동아파트까지 다 사갔다”며 “7억~8억원을 현금으로 준비해오는데 대출 조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대문구 전농동의 K공인중개업소는 “(이번 조치는)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기보다 이 지역에 더 관심 두라고 불 붙이는 셈”이라며 “이 일대 30평대 매물은 지난해만 해도 7억원에 거래됐는데, 최근엔 10억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도 그보다 더 오를 것이라면서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매물 잠금 현상 더욱 심해질 듯…공급 확대 등 근본 대책 필요다만 이번에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지역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층 강화된 청약과 대출, 세제, 제건축과 관련한 20여개 규제를 한꺼번에 적용받아 주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와 하남시는 당장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0%로 낮아지는 데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및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로 재건축과 재개발 시장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청약시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가 적용되고, 3억원 이상 주택 매입 시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가 적지 않게 있고 올 연말까지 아직 분양 물량이 남아 있는 광명·하남시 등은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 안양시 동안구, 광교신도시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양도소득세 중과(2주택자 10%포인트·3주택자 20%포인트 추가 과세), 비과세 요건 강화(1가구 1주택 2년 거주해야 양도세 비과세) 등의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구리시 인창동 K공인 관계자는 “지난주 중개업소마다 하루에 4~5건씩 매매가 성사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해 이미 매물이 바닥난 데다 이번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에 걸려 앞으로 매매 거래는 뚝 끊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 이후 과열 진원지로 꼽히던 서울과 일부 경기도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주택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연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투기지역 추가 지정, 재건축 연한 강화(30년→ 40년), 양도세 비과세 요건 확대(2년→ 3년)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당장 시장 겁주기 식으로 추가 규제를 내놓으면 주택시장이 잠깐 주춤할 수 있지만, 오히려 매물 품귀현상 심화로 집값이 더 뛸 수 있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이 빨리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미운오리서 백조로' 은평구 집값 훨훨, 왜?
- 서울 은평구 일대 전경.[사진=은평구][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요즘 서울 은평구 아파트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울 변두리 지역에 속해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집값이 최근 고공행진을 하며 이달 서울 평균 상승률 보다 두배 가까이 훌쩍 뛰었다. 신분당선 연장, GTX-A 노선 등 개발 사업 가시화로 그동안 단점으로 지목됐던 교통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데다 수색·증산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수년간 표류하던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수색·증산뉴타운이 인근 마포구 상암동과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뛰어 넘은 ‘서북권 주거 1번지’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실수요자가 많고 서울에서도 비교적 집값이 싼 은평구 일대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서대문구와 마포구 지역과 ‘갭 메우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정비사업 호재가 많고, 교통망 개선 기대감이 몰린 만큼 주택시장 규제에도 당분간 국지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평균과 은평구 아파트값 상승률 비교.(단위:%)[출처=한국감정원]◇이달 아파트값 0.72%↑… 서울 평균 두배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아파트값은 7월 한달 간 0.7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0.39%)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7월 셋째 주(16일 기준)와 넷째 주(23일 기준)에는 각각 0.22%, 0.24% 오르며,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상승률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지난해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4.91% 오르는 동안, 3.02% 상승에 그치며 부진했던 것과는 영 딴 판인 모습이다. 수색·증산뉴타운 사업 기대감이 은평구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은평구 수색동 일대 총 9개 구역에 1만1300여가구의 대규모 주거타운을 조성하는 이 사업은 수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달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취임한 이후 증산5구역과 수색8구역이 연이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데 이어 수색13구역이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는 등 사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수색4구역(롯데캐슬 DMC더퍼스트)은 지난해 6월 가장 먼저 일반분양을 마쳤으며, 올 하반기에는 수색9구역과 증산 2구역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사업 구역별 속도와 위치, 규모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겠지만 이 일대 조합원 입주권은 평균 3억원 안팍으로 보면 된다”며 “트리플 역세권인데다 DMC역 대로변에 붙어 있는 증산2구역 전용 84㎡형 입주권이 최근 4억2000만원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고 전했다. 증산2구역 전용면적 84㎡ 기준 조합원 분양가 5억1000만원임을 감안하면, 이 일대 30평대 아파트값은 10억원에 근접한 것이다. 이는 인근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값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달 현재 상암동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2313만원으로, 30평대 아파트는 7억~8억원 수준이다. 서울 은평구 수색역세권 일대 전경.[사진=은평구 제공]◇수색역세권 개발 속도… 호가 뛰고 매물 자취 감춰 수색·증산뉴타운이 인기를 끄는 데는 수색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달 수색역세권 종합개발 구상도를 발표할 예정이다. 수색역 일대 준주거지역을 일반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문화·쇼핑·상업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경의 중앙선에 의해 단절됐던 마포구 상암 DMC와 은평구 수색재정비촉진지구를 연결할 지하차로를 신설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레일과 진행한 수색역 일대 종합개발 관련한 용역이 마무리된 만큼, 조만간 개발 계획을 내 놓을 것”이라며 “지하도로를 신설해 남북을 연결하면 은평구 지역 경제가 보다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통망 개선 기대감도 은평구 집값을 끌어 올리는 요인이다. 은평구는 서울에 속해 있지만 그동안 강남이나 도심 중심가로 연결되는 교통이 좋지 않아 직주근접 단지를 선호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던 주거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서울 용산~은평뉴타운~경기 삼송지구)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에 포함되고, 파주에서 동탄까지 연결되는 GTX-A 노선이 연신내역 경유가 확정되면서 교통난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지지부진하던 서부 경전철(은평구 새절역~관악구 서울대입구) 사업의 적격성 조사 결과도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다. 은평구 녹번동 G공인 관계자는 “교통망 개선 호재로 마포구와 서대문구 인접한 곳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뛰고 있다”며 “녹번역과 가까운 ‘북한산 푸르지오’ 전용 84㎡형은 두달 전보다 5000만원 가량 오른 8억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추가 가격 상승을 노리고 매물을 내 놓고 있지 않다. 인근 서대문역에 붙어있는 ‘경희궁자이’ 아파트의 같은 평형대가 13억~14억원을 호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최소 10억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개발 이슈와 교통망 개선 기대감, 인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에 은평구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다만 교통망 개발이나 재개발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사업이 장기화될 변수도 많은 만큼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무리한 접근은 삼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춘추관에서] ‘文의 친구’ 노무현 vs ‘盧의 선물’ 문재인
- 실내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노무현 의원과 문재인 변호사(사진=노무현재단)[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다시 5월입니다. 2009년 5월은 누군가에게 눈물조차 흘리지 못할 정도로 슬펐던 시절입니다. 2017년 5월과 2018년 5월은 만약 또 다른 그 누군가가 살아있었다면 너무나도 기뻐했을 것입니다. 누군가와 또 다른 그 누군가는 36년 전인 1982년 운명처럼 만났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이었지만 둘은 잘 통했습니다. 민주화운동의 동지로 뜨거운 시대를 함께 했습니다. 6살의 나이 차가 나는 선후배였지만 ‘친구’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2003년과 2017년 각각 14년의 시차를 두고 나란히 대한민국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바로 노무현과 문재인입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돌베개)와 ‘문재인의 운명’(가교출판)을 참고해 두 사람의 인연을 정리해봤습니다. ◇인생이 뒤바뀌다 ‘부림사건’ vs 로펌 스카우트 거절하고 ‘부산으로’ 1975년 3월 제17회 사시에서 ‘고졸’ 합격자가 탄생합니다. 그는 “벌레가 사람이 된 것만큼이나 큰 사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훗날 회고에서도 대통령 당선보다 더 기뻤다고 밝혔습니다. 사법연수원을 거쳐 대전에서 짧은 판사생활을 마쳤습니다. 부산에서 개업한 뒤 세속의 변호사로 잘 나갔습니다. 승소율도 높았고 돈도 잘 벌었습니다. 1981년 9월 ‘부림사건’을 만나며 인생이 뒤바뀌었습니다. 구타와 고문으로 초췌한 젊은 청년들을 접견한 뒤 “분노로 머릿속이 헝클어지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노무현입니다. 1982년 인생의 동지이자 친구로 부르게 되는 한 사람을 만납니다. 모르는 사이였지만 곧 의기투합했습니다. 노무현의 기억에 그는 정직하고 유능하고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1980년 5월 서울의봄 당시 구속된 한 경희대생이 서울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에서 사시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1982년 8월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시위전략 탓에 판사에 임용되지 못했습니다. 변호사로 방향을 바꾸자 ‘김앤장’을 비롯해 유수의 로펌들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에 나섰지만 모두 거절합니다. 보통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하고 부산으로 낙향합니다. 사법고시 동기의 소개로 부산 부민동에 위치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갑니다. 그는 문재인입니다. 그 곳에서 평생의 운명으로 이어질 한 사람을 만납니다. 나이 차도 적지 않고 고시도 5년 위의 대선배였지만 상대는 깍듯한 높임말로 존중해줬습니다. 문재인의 기억에 그는 아주 소탈했고 솔직했고 친근한 사람이었습니다. 1987년 6월 18일 부산 민주항쟁 시위중 부상으로 사망한 고 이태춘 열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부산 거리를 행진하는 노무현 변호사와 문재인 변호사 등 부산지역 민주인사들과 시민들.(사진=노무현재단)◇청문회 스타에서 노사모 탄생까지 vs 떠나고 남은 자리를 홀로 지키다시국사건인 ‘부림사건’과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을 변호하면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기입니다. 대학 운동권 새내기처럼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고 부산에서 6월항쟁을 주도했습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사람사는 세상’을 선거구호 내걸었습니다. 당선 이후 치열한 의정활동으로 ‘청문회 스타’가 됐습니다. 주먹을 불끈 쥔 오른팔을 들고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 해야 합니다”고 3당합당 반대를 외치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후 기나긴 좌절의 연속입니다. 지역주의에 도전했지만 벽은 높았습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를 버린 채 모두의 반대 속에 부산 출마를 고집합니다. 또 실패였습니다. ‘바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노무현입니다. 친구를 국회로 보내고 홀로 남았습니다. 일이 많았지만 삶에서 가장 안정된 시기였습니다. “꼭 인권변호사가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지만 어느덧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노동·인권변호사가 됐습니다. “젊은 나에게 영감님 호칭은 거북하다. 앞으로 변호사로 불러 달라”고 직원들에게 말할 정도로 소탈했습니다. 독재정권에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 “스스로 깨끗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골프도 배우지 않았고 폭탄주도 멀리 했습니다. 1995년 법무법인 부산을 설립했고 노동운동 지원에 집중했습니다. 사실상 80·90년대 부산경남 지역의 노동관련 소송은 혼자 도맡았습니다. 큰돈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연이은 낙선으로 어려웠던 친구의 정치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도왔습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바보 노무현’의 기적을 도왔습니다. 그는 문재인입니다. 2007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노무현재단)◇대선승리 후 파란만장 靑생활 5년 vs 친구에서 참모로 ‘민정수석에서 비서실장까지’2002년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을 꺾었습니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 후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습니다. “대통령 자질이 없다” 노골적인 후보교체론도 나왔습니다. 2002년 11월 2일 부산선대위 발족식에서 격정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나이는 적지만 믿음직한 문재인을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대통령 감이 됩니다.” 정몽준과의 단일화와 대선 전날 파기라는 우여곡절 끝에 기적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청와대 생활 5년은 파란의 연속이었습니다. 대북송금 특검, 열린우리당 창당, 재신임, 탄핵,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파병, 대연정, 수도이전 위헌, 종부세, 한미 FTA, 개헌, 남북정상회담 등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집권 내내 ‘경제를 망친 대통령’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MB집권의 일등공신이라는 조롱도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는 노무현입니다. ‘친구’라는 표현은 과분한 것이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아준 후배에 대한 고마움이었습니다. 사실 정치는 늘 불편한 옷이었습니다. 13대 총선에 이어 2002년 부산시장 선거와 2004년 총선 출마도 거절했습니다.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도 “민정수석으로 끝내겠다”, “정치하라고 하지 마십시오”라는 다짐 끝에 받아들였습니다. 청와대 생활 1년 만에 치아 10개를 뽑았습니다. 17대 총선 직전인 2004년 2월 네팔로 건너갔습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고교 때부터 피워온 담배도 끊었습니다. 현지에서 대통령 탄핵안 발의 기사를 접하고 귀국했습니다. 운명의 끈은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탄핵 기각 이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복귀했습니다. 다시 민정수석으로 일했다가 2007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습니다. 친구에서 참모로 청와대 생활을 5년을 고스란히 함께 했습니다. 그는 문재인입니다. 손녀를 태우고 봉하벌판을 달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사진=노무현재단)◇“야∼ 기분좋다” 짧았던 화양연화 vs 2009년 5월 23일 가장 고통스러웠던 하루퇴임 이후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야∼ 기분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화양연화(花?年華). 그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청와대를 떠나올 때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낙인에 시달렸지만 고향은 따뜻했습니다. 국민들도 박수와 웃음을 보내줬습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의 ‘아방궁’이라는 비판에도 사저로 몰려드는 방문객들은 날이 갈수록 늘었습니다. 모두들 집밖으로 나오라고 소리쳤습니다. 낮에는 방문객 인사를 하느라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손녀와 자전거를 타거나 마을 쉼터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상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상황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외출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습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으로 생애 마지막 외출을 했습니다. 5월 23일 모든 것을 내던졌습니다. 그는 노무현입니다. 봉하마을과 가까운 경남 양산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몇 달간 외출하지 않고 마당을 돌보고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가끔은 봉하마을에도 들렀습니다. 2009년 5월 23일 새벽부터 전화 벨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실장님, 저 경수입니다. 지금 빨리 와주셔야겠습니다” 가장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었던 하루였습니다. 마지막 비서실장을 했던 게 후회됐습니다. 시신확인에 이어 서거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대단히 충격적이고 슬픈 일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 9시 30분경 이곳 양산 부산대 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봉화산 바위에서 뛰어내리신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들 앞으로 짧은 유서를 남기셨습니다”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국민장 영결식 때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순서 때 백원우 의원이 “정치보복 사죄하라”고 울부짖었습니다. 영결식이 끝날 때 “조문 오신 분한테 예의가 아니게 됐다”며 고개 숙여 사과를 했습니다. 그는 문재인입니다.2009년 5월 23일 봉하마을회관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들고나와 임시분향소로 이동하는 문재인 비서실장과 이병완 비서실장(사진=노무현재단)◇운명으로 묶인 두 사람…‘사람사는 세상’ vs ‘사람이 먼저다’유서는 짧았습니다. 단 14줄의 문장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 오래된 생각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노사모 때부터 참여정부 마지막까지 지지했던 이들도, 이라크파병·대연정·한미 FTA 때문에 지지를 철회했던 이들도, 폭등하는 아파트 가격에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채 비난을 퍼붓었던 이들도, 모두가 한마음이었습니다. 해마다 5월이면 봉하에는 노란 물결이 일렁입니다. 돌이켜보면 열정의 과욕과 준비부족도 한계였지만 참여정부가 그토록 박한 대접을 받았어야 했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처럼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외롭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원했던 그는 노무현입니다. 친구 문재인은 그를 부활시켰습니다. 유서 전문을 출력한 최초 원본을 늘 지갑 속에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버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고 추모사업에 매달렸습니다. 정치는 여전히 어색한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늘 피해 다녔지만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 정치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2012년 대선실패 이후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국정농단을 시작으로 탄핵을 거쳐 조기대선까지.위대한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소수파 정권의 탄생에 걱정이 쏟아졌습니다. 요약하면 ‘참여정부 시즌2가 아니라 노무현을 뛰어넘어야 한다’였습니다. 1년이 흘렀습니다. 모든 건 기우였습니다. ‘사람이 먼저다’고 외쳐왔던 그는 문재인입니다. 어쩌면 그는 노무현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2002년 12월 6일 부산 구덕체육관에서 열린 ‘새정치를 실천하는 부산시민후원회’에서 꽃다발 전달하는 어린이들을 안고 활짝웃는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사진=노무현재단)
- [현창용의 공간·공감] 기다림 위에 필 꽃, 돈의문 박물관마을
- 서울 종로구 교남동 일대 돈의문 박물관마을 전경.(사진=서울시청 시정종합월간지 서울사랑 홈페이지 캡처)서울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 전시장 2층에서 내려다본 한옥의 풍경.(사진=서울디자인재단)[현창용 Architects H2L 대표] ‘돈의문 박물관마을’이란 단어를 놓고 뉴스를 검색해 보면 ‘유령마을’ 혹은 ‘유령도시’, ‘졸속행정’, ‘예산낭비’ 등의 키워드로 작성된 비판이 주를 이룬다. 도시공간을 조성해 내는 국책사업들은 엄청난 규모의 혈세가 들어가기에 기획부터 설계, 시공, 운영까지 국민과 여론의 감시를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돈의문 박물관마을 역시 이러한 공적 영향력 하에 있어야 함도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난 4월 10일 개관 이후 방문자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이유로 마을 조성의 취지마저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돈의문 박물관마을은 서울 종로구 교남동 일대 ‘돈의문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시작되면서, 경희궁 자이 아파트단지를 짓는 사업조합이 종로구에 기부채납한 부지에 위치한 마을이다. 현행법상 기부채납하는 ‘공원’의 경우 자치구에 귀속된다. 그러나 ‘문화시설’을 기부채납하는 경우 소유권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으며 전례조차 없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경우 마을의 조성과 운영은 서울시가, 토지는 종로구에 위치하는 상황에서 두 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모호한 법적 근거 위에 놓이게 됐다. 소유권이 법적으로 불명확하니 임대인 설정이 불가능하고 기존에 계획했던 공방, 한옥게스트하우스, 갤러리 등의 문화시설로서의 임차계약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지난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성료된 후 대부분의 마을 내 건축물이 사용자를 찾지 못해 비어있다.법제적 미숙함 위에 놓여 ‘유령마을’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곳. 그렇다면 이 마을의 건축적 가치는 어떨까.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1800년대의 조선 지적체계가 그대로 남아 도시 맥락을 이루고 있는 마을이다. 쉽게 말하면 200년 전 도로였던 곳이 아직 도로로 남아 있고, 건물과 필지단위 역시 그대로 유지돼 온 희소성 높은 마을이란 뜻이다. 서울과 같이 전쟁을 겪어 초토화 된 역사를 가진 도시에서 ‘도시조직(urban tissue)’이 보존된 곳이 남아 있다는 점은 건축적으로 또 도시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원이라 할 만 하다. 게다가 이러한 유구한 도시 맥락 위에 비교적 잘 보존된 한옥과 근대 건축물들이 군집해 있기에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다른 도시재생 대상지에 비해 그 가치가 높다. 이런 가치를 이해하고 재개발조합으로부터 기부채납 형식으로 이곳을 보존해 낸 것은 문화적으로 완숙한 도시행정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시와 종로구의 다툼 역시 서울시와 종로구의 불찰은 아니다. 모법(母法)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각 구민 혹은 시민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자치구의 입장에서 굳이 물러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간 수많은 재개발과 아파트단지 신축이 반복되어 왔지만 보통 최소 비용으로 조성한 공개공지나 공원 정도를 형식적으로 사회에 환원해 왔을 뿐 ‘문화시설’을 기부채납한 전례도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면밀히 검토하고 법규를 개정해 합리적인 전례를 만들어 놓을 기회로 삼아야한다. 역사적인 장소에 문화를 담아 키워나가는 일엔 인내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시간’이 필요하다. 합리적 비판의 범주를 넘어서는 압박이 반복된다면 여론에 못이겨 졸속히 해결하려다가 귀중한 건축, 도시자원을 잃을 수 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공간에 ‘방문자 수’라는 일차원적이고 정량적인 조건을 만족시키려 멀티플렉스 극장, 스타벅스, 맥도날드, 주점을 입점시킨 공간이 결국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목격해 왔다. 몇 남지 않은 도시의 원형과 맥락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관대해 질 수 있길 바란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아직 우리의 기다림이 필요하다.현창용 Architects H2L 대표.☞현창용 대표는?- 현(現) Architects H2L 대표- 현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건축사/건축학박사/미국 친환경기술사(LEED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