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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 모자살인사건…인면수심 범죄 vs 가족 잃은 억울한 가장(종합)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아내와 아들을 죽인 인면수심 행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검찰,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마당에 자백까지 강요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장.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은 범행도구나 지문, 족적, CCTV 등 결정적 증거가 일체 발견 되지 않은 이례적 사건인 만큼, 선고를 앞두고 진행된 결심 절차에서도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주장은 사형과 무죄, 양극으로 갈렸다.1심 선고를 앞둔 가운데 법원의 판단은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 인정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이데일리DB)◇사망 추정 시간이 관건 떠오른 이유검찰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 심리로 진행된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의 결심공판에서 살인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씨(42)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2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해 줄 것을 재판에 요청했다.조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후 8시 56분에서 22일 오전 1시 35분 사이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박모씨(41)와 아들(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아내와 별거 중이던 조씨는 해당 시간에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 “22일 오전 1시 35분께 집을 나설 당시 아내와 아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고 주장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사건 직후 수사기관은 범행도구, 지문 등 직접적인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고 족적이나 물건이 옮겨지는 등의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이 조씨가 현장에 마지막으로 머문 오전 1시 35분 이전 또는 이후인지가 사건 해결의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사망 시간과 관련 법의학자들의 추정을 두고 양측은 팽팽하게 대립했다.검찰은 피해자들의 검안의와 부검의 등 법의학자들이 위 속 내용물을 통해 마지막 식사 후 6시간 이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씨와 피해자들이 저녁 식사를 한 시간은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로 추정되는 만큼, 조씨가 머문 시간 사망했을 것이란 주장이다.조씨 측은 “위 내용물에 의한 사망 시간 추정에 대해서는 국내·외 법의학서에서 모두 부정적으로 기재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집에서 나온 오전 1시 35분부터 아침 7시까지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검 “남편 수상한 행적” vs 변 “수사 기본 이행 못해”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조씨의 ‘수상한 행적’들을 일일이 지목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조씨 측은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 탓에 피고인에 대한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뿐더러 오히려 진범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반박했다.검찰은 “피고인의 최근 1년간 전화 통화 발신 내역을 살펴보면 아내에게는 106회에 불과했지만,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낸 내연녀에게는 무려 2640여회에 이르고, 누나와의 통화에서 아들의 친자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말하는 등 가족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결여 됐는지 알 수 있다”며 “또 피고인은 경마가 열리는 날마다 경마장을 찾아 하루 100만원 내지 50만원을 탕진하는 등 도박에도 중독돼 사건 당시 계좌 잔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조씨가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영화 ‘진범’이나 예능방송 ‘도시경찰’ 등을 수차례 다운 받은 점을 주목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현장에 증거가 남지 않은 사건으로, 일반인이 이같이 과감한 범행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피고인의 범행 전 행적을 보면 살인 사건 수사물이나 경찰의 수사기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영상물을 다수 시청했다”고 밝혔다.조씨 측은 “피고인은 내연관계를 정리 중이었으며 아내와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이는 등 별다른 문제 없었다”며 “경마 역시 지난해 5월에 시작해 금액도 몇 백만원에 지나지 않는 등 도박에 빠졌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이어 “강력 사건은 현장감식이 매우 중요한데 다행스럽게도 부엌칼에서 혈흔이, 화장실 세면대에서 제3자의 유전자가 발견됐지만 이에 대해 어떤 수사를 했는지 묻고 싶다”며 “제3자의 출입 가능성에 대한 수사에서도 집 주변에 설치된 3대의 CCTV뿐 아니라 그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해야 했지만 미진했다”고 지적했다.끝으로 조씨는 “나는 아내와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이 억울함이 풀리고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조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 [경마이야기]코로나19 충격, 360조원 세계 경마시장 생존법
-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각 국이 잇따라 경마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경마시장과 연관된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해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일본, 홍콩 등은 온라인 발매가 수반되는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 미국 뉴욕주·영국·프랑스·아일랜드 줄줄이 경마 취소미국 뉴욕경마협회는 이달 19일부터 뉴욕주 애퀴덕트 경마장에서 열리는 모든 경주를 무기한 연기했다. 250년 남짓한 미국 역사에서 145년의 역사를 가진 켄터키더비도 5월2일에서 9월5일로 변경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처음이다. 75년 동안 흔들림 없던 켄터키더비 일정을 세계대전과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코로나가 바꿔버린 것이다. 무기한 연기, 잇따른 경주취소는 플로리다주의 오칼라 브리더스 경매(OBS)에도 영향을 미쳤다. 291마리의 말들이 경매장에 나왔지만 40%의 말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갔다.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다. 이달 18일부터 4월 30일까지 영국 내 모든 경주가 취소됐다. 영국경마협회는 경주 취소가 20조원 경마시장에 미칠 부정적 파급 효과를 우려해 경주 재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9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프랑스도 4월 중순까지 경주를 전면 취소했다. 11조원 규모의 경마 매출이 반 토막 날 위기에 처했다. 아일랜드는 경마 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발매 기반 무관중 경마를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확진자 급증가로 결국 4월 19일까지 경주를 취소했다. ◇ 북미·아시아·오세아니아, 온라인 발매 기반 무관중 경마 일부 국가들은 비대면 시대로의 전환에 걸맞게 온라인 발매로 코로나 19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켄터키주, 플로리다주는 온라인 발매에 기반한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이달 28일 개최하는 플로리다더비는 상금규모를 100만달러에서 75만달러로 축소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대상경주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도 지역경제는 한숨 덜었다. 경매시장도 비대면 시대에 맞게 변신했다. 텍사스 2세마 경매는 취소되었지만, 텍사스더러브렛협회는 온라인에 카탈로그를 올려두고 잠재적 구매자가 개인적으로라도 좋은 말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맞서 오프라인 중개자에서 온라인 구매 플랫폼으로 발 빠르게 진화한 것이다.사진 위는 지난 22일 무관중 경마를 시행한 일본 경마장의 시상식 모습. 사진 아래는 지난해 2월 시상식 모습. 출처 JRA홈페이지일본도 온라인 발매 기반 무관중 경마를 시행 중이다. 관중이 없는 대신 경마전용 채널이 있어 경주를 생중계하고, 경마팬들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마권을 살 수 있다. 일본의 2018년 총 매출 중 68.8%(22조원)가 온라인을 통해 발생했다. 넓게 온라인으로 구분되는 계좌발매 매출 약 20%까지 합하면 더 많다. 일본 중앙경마회 관계자는 “경마산업이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의 농축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마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행히도 온라인 발매 덕분에 매출이 종전대비 90%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과 마카오 역시 ‘비대면’ 발매로 ‘대면’ 발매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홍콩은 무관중 경마 시행 초기에는 매출이 25% 감소했으나 최근 20% 정도로 감소폭이 줄었다. 오프라인 발매 감소분을 온라인 발매가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 덕택에 홍콩자키클럽은 연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BMW홍콩더비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수 없는 홍콩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경마산업 비대면 시스템 도입 검토해야”호주의 가장 성대한 경마 축제인 ‘골든슬리퍼데이’도 관중 없이 진행됐다. 2세마들이 뛰는 지구상의 가장 비싼 경주인 골든슬리퍼데이는 총 상금이 26억원에 달한다. 말산업뿐만 아니라 레저산업, 패션산업 등 호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경마팬들은 화면으로만 경주를 볼 수 있었지만 9억원 이상을 베팅했다. 전년대비 15% 감소했으나 위축된 경기를 감안하면 아쉽지 않은 매출이라는 평가다. 2020년 국제경마연맹(IFH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마매출 규모는 143조에 달한다. 경마산업에 말 생산·판매, 승마산업, 말 관련사업 등을 포함한 전 세계 말산업 시장 가치는 무려 360조원으로 추정된다. 여타 산업이 가치사슬 내에서 다른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듯 경마산업도 말 생산, 경매, 승마산업과 함께 돌아간다. 즉 경마시장이 흔들리면 연관된 1차(생산·사육), 2차(사료·설비제조), 3차(경마, 승마, 관광) 말산업이 함께 흔들린다.경마업계 관계자는 “말산업 가치사슬에서 경마부문은 중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마 매출 감소는 고스란히 종사자, 생산농가, 연관업체의 몫”이라며 “경마시장과 연관된 1차, 2차, 3차 산업을 생각한다면 우리 경마산업에도 비대면 시스템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사진 위는 지난 22일 무관중으로 진행된 홍콩경마장 BMW더비 모습. 사진 아래는 지난해 같은 경주 시상식. 한국마사회 제공
- 코로나19에 경마장도 '셧다운'…마사회 창립 71년만에 적자 예고
- 코로나19로 휴장하고 있는 서울 경마공원의 텅빈 고객 경마 관람대 풍경. 한국마사회 제공[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경마 휴장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말산업 전체로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창립이후 사상 첫 적자 경영이 예상되고, 경마관련 종사자의 소득 피해도 커지고 있다. 마사회 창립일은 해방 이듬해인 1949년 9월 29일이다.3월 한 달 휴장으로 8000억원의 매출이 허공으로 날아갔고, 4월 9일까지 휴장기간을 연장하면서 발생할 매출 피해를 합하면 총 피해규모는 1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말산업의 경제 규모는 3조4125억 원에 달하고 약 2만5000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경마산업은 말산업 전체 경제규모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말산업의 허브역할을 맡고 있다. ◇ 과천, 부산경남, 제주 경마공원, 휴장피해 눈덩이한국마사회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2월 23일 임시휴장에 돌입한 이후 휴장기간을 4월9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루 평균 8만5000명이 찾던 과천, 부산경남, 제주 경마공원과 30개 지사는 개점휴업 상태다. 경마 상금이 주 소득인 기수, 조교사, 관리사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경마상금을 주된 수입으로 삼고 있는 경마 관계자들은 1110여명이다. 한 달에 평균 200억원 가량의 경마상금이 발생한다. 경마 중단으로 수입원이 사라진 탓에 생계를 걱정해야할 처지다. 경마일에 근무하는 근로자 5000여명도 수입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마일에 근무하는 경비·환경미화 근로자들은 줄어든 일거리 덕에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경마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달보다 월급이 30% 줄었다.말 생산농가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마 중단으로 인해 3월 초 예정된 경매가 무기한 연기된 탓이다. 한국마사회의 경매 낙찰 경주마 우대정책에 대한 기대로 이번 경매에는 작년 133마리보다 크게 늘어난 168마리의 말들이 경매에 상장될 예정이었다. 경매 상장마의 약 50%가 낙찰되고, 평균 낙찰가가 약 40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35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허공에 뜬 셈이어서 자금난을 겪는 말 생산농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씨수말 ‘오버애널라이즈’를 고가에 수입하는 등 우수한 국산마 생산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이번 3월 경매 무산으로만 약 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마 팬들에게 우승마 추리를 위한 경마정보를 제공하던 경마전문지 판매업자들과 ARS와 SMS로 정보를 제공하던 통신매체들도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경마전문지 및 통신매체 예상 시장은 연간 약 3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번 휴장으로 25억원 가량의 매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 경마공원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 인근 상권도 ‘깊은 시름’과천, 부산경남, 제주 3곳의 경마공원은 총 26개의 식당이 매 주말마다 고객을 받고 있는데 이번 휴장으로 인해 약 8억6000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당뿐 아니라 과천, 부경, 제주 경마공원과 30개 지사에 입점한 71개 편의점의 평균 월매출은 약 14억에 달한다. 경마공원 내 식당과 편의점은 소상공인과 사회적 약자가 주로 운영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생계 피해가 우려된다. 과천 경마공원 인근에 위치한 식당들도 경마일인 금·토·일요일에 식당을 찾는 손님이 80% 급감했다.농수산물 직거래 장터인 바로마켓도 멈췄다. 바로마켓은 연간 147만 명이 찾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코로나로 인해 바로마켓도 일시 휴장함으로써 참여하는 140개 농가의 판로가 막혔다. 3월 한 달 동안 11억원의 매출이 증발할 것으로 추정된다.민간승마장의 교관들과 마필관리사들도 당장의 생계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이다. 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460여개의 승마장 연 매출은 600억원에 달한다. 세수부족도 걱정거리다. 경마 매출액 중 73%는 구매자들에게 환급되고, 16%는 레저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로 납부한다. 지난해 마사회의 매출액은 7조3572억원으로 그 중에서 레저세로 7357억원, 지방교육세로 2943억원, 농어촌특별세로 1471억원을 납부했다. 이번 경마 중단으로 세수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 달 휴장으로 1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증발하는 것이다. 특히 레저세, 지방교육세 등 지방세가 감소함에 따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세수차질이 우려된다.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말산업은 하나의 생태계와 같아서 어느 한 부분이 교착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부분도 불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내부적으로는 경마매출 하락에 따른 경영위기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경마를 비롯한 말 산업 전반의 회생을 위해 협력업체·임대업자·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한국마사회 제공
- [경마이야기]'혈통의 스포츠'..어미말 몸값 170배 높인 효자말
- 지난 2월 사우디컵을 우승한 ‘맥시멈시큐리티’.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라고 한다. 좋은 DNA를 가진 부마와 모마로부터 우수한 자마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좋은 유전자를 가진 ‘씨수말’과 ‘씨암말’을 전략적으로 교배하고, 그 자마가 높은 몸값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반대로 자녀의 좋은 성적으로 부마와 모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지난 2월 20일 단일경주 세계 최고 상금 240억원이 걸린 제1회 사우디컵의 우승마인 미국의 ‘맥시멈시큐리티(Maximum Security)’가 이런 효자에 해당한다. ‘맥시멈시큐리티’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상금은 약 1200만 달러(약 141억원)에 달한다.경주마 한 마리가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수득상금에 다른 생산자들 역시 제2·제3의 ‘맥시멈시큐리티’ 생산을 목표로 그의 부마와 모마에 주목하고 있다.◇ 아들 ‘맥시멈시큐리티’ 덕에 몸값 170배 뛴 엄마 ‘릴인디’‘릴인디(Lil indy)’는 미국 현역 경주마시절 19번 경주를 뛰어 2회 우승, 2회 준우승, 입상 4회의 성적을 거두며 3만7000여달러의 상금을 수득했다. 자신의 성적으로만 봤을 때에는 평범한 일반 경주마라고 할 수 있다. 씨암말로 용도변경 후 2013년 첫 자마를 배출했으나 자마들의 성적 역시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릴인디’를 눈여겨본 한국의 생산자는 임신한 그를 국내에 도입한다. 지난해 3월, ‘릴인디’의 자마인 ‘맥시멈시큐리티’가 미국 대상경주(G1)인 플로리다 더비에서 우승하며 경마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릴인디’의 유전·생산능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외국의 생산자가 높은 가격에 그를 다시 데려가기에 이른다. ‘맥시멈시큐리티’의 지속적인 활약에 한국에 들어올 당시 1만1000달러 가량이던 임신한 ‘릴인디’의 몸값은 지난해 11월 185만달러까지 치솟았다. ◇ 아빠 ‘뉴이어즈데이’ 리딩사이어 왕좌로 수직상승‘맥시멈시큐리티’의 부마 ‘뉴이어즈데이(News year’s day)’ 역시 아들 덕에 리딩사이어(Leading Sire) 왕좌에 올랐다. 리딩사이어는 한 해 동안 자마들이 거둔 상금의 총합이 가장 많은 부마로 씨수말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올해 리딩사이어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딥임팩트’와 ‘맥시멈시큐리티’의 부마 ‘뉴이어즈데이’의 경쟁으로 좁혀지고 있다. 엄청난 자마수를 자랑하는 ‘딥임팩트’와 달리 ‘뉴이어즈데이’는 ‘맥시멈시큐리티’ 한 두의 ‘하드캐리’라는 사실이다. ‘맥시멈시큐리티’의 사우디컵 우승상금 1000만 달러가 ‘뉴이어즈데이’ 자마 수득상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경주마 ‘릴인디’. 한국마사회 제공자마의 연이은 활약으로 부모마를 ‘마생역전’시킨 것은 비단 ‘맥시멈시큐리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씨수말의 가치는 보통 1회 교배로의 300배로 계산한다. 1년에 약 100회 교배를 하고, 평균 3년 이상 활동하기 때문이다.현역 경주마는 수득상금으로 가치를 증명하고, 씨수말은 교배료로 가치를 증명하는 셈이다. 자마들이 잘 뛸수록 씨수말들의 교배료 또한 천정부지 치솟는다. 대표적인 예로 ‘타핏(Tapit)’을 들 수 있다. 현역 경주마 시절 약 55만7000달러의 상금을 수득했고, 씨수말로 데뷔한 2005년 1회당 1만4000달러의 교배료를 받았다. 그러나 자마들의 지속적인 활약을 통해 2017년에는 무려 1회당 30만달러로 증가하며, 전미 최고의 교배료를 자랑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타핏’의 교배료로 벌어들인 돈만 9000만달러를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 잘 지은 자마 농사가 최고의 재테크‘릴인디’처럼 미리 한국의 생산자들이 유전·생산능력을 알아보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들여왔다가 자마의 활약으로 높은 가격에 되파는 사례는 종종 있다. 암말 ‘월들리플레저(Worldly pleasure)’는 2009년 1만5000달러에 한국의 목장에 들어와 씨암말로 생활하고 있었다. 2011년 그의 자마 ‘게임온두드(Game on dude)’가 미국 주요 대상경주(G1)인 ‘산타아니타 핸디캡’에서 우승을 거두며 ‘월들리플레저’ 역시 각국 생산자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 일본으로 거취를 옮긴 바 있다.‘월들리플레저’는 2019년 다시 국내로 돌아와 올해 교배를 준비 중이다. 특히 ‘파워블레이드’와 교배할 예정으로 눈길을 끈다. ‘파워블레이드’는 한국경마 최초 서울·부경 통합 삼관마로서,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에서도 국산 경주마의 저력을 보여줬고, 그랑프리까지 제패한 전설적 국산 경주마다.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주마가 결승선 통과하면 그 경주는 끝나지만, 우수 경주마가 배출되면 그 종마의 가치가 올라간다”면서 “이는 경마산업 전체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한국 삼관마 ‘파워블레이드’. 한국마사회 제공
- [경마이야기]경주마 교배시즌 돌입, 혈통있는 씨수말 몸값 천정부지
- 경주마.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봄은 말 생산농가와 목장이 분주한 교배와 생산 시즌이다. 경주마는 국제적으로 혈통서를 가진 말들끼리의 자연교배만으로 생산된다. 따라서 경주마 생산은 해외 고가 브랜드의 로열티처럼 ‘교배료’라는 수익이 창출된다. 자마들이 우승을 거듭할수록 그 종마의 교배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일본, 아일랜드 등 경마선진국의 종마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해외 유명 씨수말의 1년 교배료 수익은 어마어마하다. 암말 1두당 교배료가 5억원인 씨수말을 보유하고 있다면 매년 100두의 암말과 교배를 한다고 가정할 때, 그 씨수말 소유주는 연간 500억원의 교배료 수익을 얻게 된다. 20세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씨수말이 많음을 생각할 때, 우수한 말 한 마리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불세출의 명마 ‘노던댄서(Northern Dancer, 1961~1990)’는 처음에 아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외면받은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 삼관마 경주인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스테이크스를 잇달아 우승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노던댄서는 현역에서 은퇴 후에는 씨수말로서 1971부터 1983까지 미국과 영국에서 총 다섯 번이나 리딩사이어(Leading Sire)의 왕좌를 차지하며 경마계의 명문가를 구축했다. 리딩사이어는 한 해 동안 자마들이 거둔 상금의 총합이 가장 많은 ‘부마’로, 이 순위는 곧 씨수말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노던댄서의 교배료는 1만달러로 시작해 전성기 때는 100만달러(12억원)까지 치솟아 종마의 정액 한 방울이 다이아몬드 1캐럿 값과 같다는 말을 유행시켰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노던댄서’의 영향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현재 활동 중인 2000여마리의 국내산 경주마명을 검색하면, 두 마리 중 하나는 족보(혈통표)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수년간 한국 경주마의 리딩사이어 1위를 차지했고, 세상을 떠난 2019년에도 리딩사이어를 수성한 한국마사회의 씨수말 ‘메니피’ 역시 ‘노던댄서’의 자손이다. 반면 ‘더 그린 몽키(The green monkey, 2004~2018)’는 3대조가 ‘노던댄서’인 명문가의 후예답게 태어날 당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세 때 경매로 거래된 가격이 무려 약 190억원으로, 21년만에 세계 경매시장 최고가를 갱신하면서 경주마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와는 달리 출전하는 경주마다 졸전을 거듭했다.형편없는 성적에도 명문 혈통에 대한 기대로 씨수말로 활동할 기회도 주어졌다. 하지만 결국 교배료 5000달러의 평범한 씨수말로 생애를 마쳤다. 현재까지도 경주마 한 마리가 벌어들인 역대 최고 상금액이 1500만달러(약 170억원)에 못미치는 것을 고려할 때,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더 그린 몽키’의 사례는 경마산업에 있어서 종마시장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제주 이시돌목장의 ‘엑톤파크’가 현재 1회 교배료만 1200만원이다. 높은 교배료에도 엑톤파크의 자마이자 대통령배 4연패를 달성한 ‘트리플나인’ 같은 명마 탄생을 바라는 생산자들이 암말들을 줄 세워 대기 중이다. 2014년에 데뷔한 트리플나인의 누적 수득상금이 역대 최다인 42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말 생산농가도 어느때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더욱 우수한 국산마를 생산하기 위해 뜨거운 교배시즌을 보내는 가운데 어미 뱃속에서 330일을 기다린 망아지들도 세상을 향해 속속 고개를 내밀고 있다. 특급 씨수마로 불리는 매니피. 한국마사회 제공
- [피용익의 록코노믹스]우드스탁의 저주②
-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피용익의 록코노믹스]우드스탁의 저주①에서 계속)‘우드스탁의 저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우드스탁 페스티벌 50주년을 맞아 2019년 8월16일 미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우드스탁 50’은 투자자 이탈과 장소 변경 등을 겪다 결국 취소됐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리지널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기획자 가운데 하나인 마이클 랭은 2018년부터 우드스탁 5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했다. 뉴욕주 북부 왓킨스글렌에 위치한 포뮬러원(F1) 레이싱 트랙에서 3일간 15만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획사들을 섭외했다. 그러나 기획사들은 회의적이었다. 먼저, 공연 날짜까지 준비 시간이 촉박했다. 게다가 수많은 록 페스티벌로 공연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우드스탁’이라는 추억의 이름이 먹힐지도 의문이었다. 랭의 설득 끝에 기획사들은 선불 지급을 조건으로 공연 개최를 돕기로 했다. 일본 광고회사 덴츠의 투자도 약속받았다. 랭은 곧바로 뮤지션 섭외에 들어갔다. 제이 지, 마일리 사이러스, 더 킬러스, 산타나, 이매진 드래곤스 등 약 80개 팀이 출연하기로 했다. 랭은 2019년 1월 드디어 대망의 우드스탁 50 페스티벌 개최 소식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무대에 세우려고 했던 비욘세, 브루스 스프링스틴, 드레이크, 켄드릭 라마가 출연 확정을 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티켓 판매가 지연됐다. 4월22일로 예정됐던 티켓 오픈 날짜가 계속 바뀌면서 공연이 실제로 열리는 것 맞느냐는 의문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4월29일 덴츠는 우드스탁 50 개최가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덴츠는 “아티스트들과 협력사, 참석자들의 안전 보장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랭은 덴츠가 공연을 무산시킬 권리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랭의 손을 들어줬다. 가까스로 공연 계획이 다시 발표됐지만, 이번엔 장소가 문제였다. 주최측이 고용한 이벤트 프로듀서 슈퍼플라이가 왓킨스글렌 공연 장소를 조사한 결과 6만5000명의 관객만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계획의 절반에 그치는 규모였다. 또한 뉴욕주는 공연 허가의 조건으로 공연장 인근에 도로와 다리, 물 저장 시스템 등을 건설할 것을 요구했다.주최측은 공연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왓킨스글렌 대신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이번엔 뉴욕주 남서부에 있는 시러큐스 인근 버논이라는 작은 마을의 경마장이었다. 그러나 해당 지역 관료들은 안전 등의 이유로 공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랭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장소를 물색한 끝에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에 위치한 메리웨더 포스트 파빌리온을 공연장으로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문제가 생겼다. 왓킨스글렌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던 아티스트들은 그곳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지역 무대에 서는 것을 꺼렸다. 제이 지, 산타나, 마일리 사이러스 등은 차례로 공연 불참을 선언했다. 우드스탁 50주년을 기념하려던 랭의 꿈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NYT는 우드스탁 50의 무산을 ‘룰이 바뀐 게임에 전직 선수가 복귀해 실패한 스토리’에 빗댔다. 랭이 50년 전과는 전혀 다른 공연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는 얘기다. 랭의 친구이자 공연 프로모터인 존 쉐어는 랭에 대해 “그는 몽상가”라며 “순수한 동기를 갖고 한 일”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돈을 벌 계산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쉐어는 1년 반 전 랭이 처음 우드스탁 50 계획을 언급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네는 우드스탁을 세 번이나 하고도 한 푼도 못 벌었는데, 네번째를 또 하겠다고?”그러나 랭은 친구의 걱정을 외면한 채 공연을 추진했고, 결국 우드스탁의 저주는 50년이 되도록 풀리지 않았다. 앞으로 누군가가 ‘우드스탁’이란 이름을 내걸고 공연을 여는 일은 다신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1969년 8월 미국 뉴욕주 베델평원에서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사진=우드스탁닷컴)
- [경마이야기]승용마 차세대 주자들의 향연, 스포츠말 품평회 '성황'
- 한국마사회가 지난 7월25일 스포츠말 품평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승용마 차세대 주자들의 향연인 제3회 스포츠말 품평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승용마 품평은 전문 스포츠말의 자질을 갖춘 말을 평가하는 것이다.한국마사회는 지난 7월 25일 전북 장수군 장수승마장에서 지난 4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품평회를 개최했다. 한국마사회는 2015년부터 시범 품평회 개최에 이어 그간 축척된 경험을 바탕으로 평가결과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스포츠말 품평회를 지난해 11월 최초로 시행했다. 이후 생산 농가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는 연 3회로 개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승용마 품평 체계 구축은 말산업 선진국 도약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판단에서다.참가대상은 2~3세의 국내산 말이며, 체형, 보행, 프리점핑 3개 항목을 종합 평가해, 1·2·3·등외 등급으로 나누어 조련지원금을 차등 지급한다. 이번 품평회에는 총 22두의 말이 참여해 19두가 3등급을 획득해 총 2000만원 규모의 상금을 지급했다.한국마사회는 국내 승용마 품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17년, 2018년 프랑스 현지 연수를 통해 자격을 획득한 국내 심사원 4명을 품평관으로 위촉해 심사를 진행하여 공정성을 높였다. 또한 7월 마지막 주를 승마 이벤트 주간으로 설정하고, 스포츠말 품평회(7월 25일 시행), 레저말 품평회(7월 23일~24일), 어린말 승마대회(7월 26일~7월 28일)를 연이어 개최해 말산업 관계자들의 네트워크 현장을 마련했다.스포츠말 품평회는 2~3세의 국산 승용마 참가 대상이다. 이와 연계해 개최한 제3회 국산 어린말 승마대회는 4~7세의 국산 승용마, 레저말 품평회는 2~7세가 참가대상이다. 스포츠말 품평회에 참가한 생산농가가 2~3세 말을 자연스럽게 승마대회와 레저말 품평회 참가자에게 보여주고 판매할 수 있는 거래의 장이 점차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오는 10월 ‘영홀스컵’을 개최하며, 올해 마지막 스포츠말 품평회를 함께 시행할 예정”이라며 “국산 승용마의 유통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승용마 품평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