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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체 더 하고 오래요" 새출발기금, 문턱 낮추고 채무탕감해야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김영은 수습기자] “주변 카페 사장님들 말 들어보면 ‘새출발기금’ 혜택을 받은 사람이 없어요. 신청받으러 가면 신용도 떨어뜨리고 연체 더 하고 오라고 한대요.”(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위한 정부 지원 방안이 있지만, 현장에선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을 위한 채무조정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선보였으나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참여연대 등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사진=황병서 기자)참여연대 등은 24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의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빚 연체 문제를 개인의 부채 부담으로만 보는 정부의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에 따른 영업제한 및 금지로 이들이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는 점을 되짚기도 했다.이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가 유례없이 확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참여연대가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을 통해 확보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차주 수는 307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중 약 55%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약 1020조원으로, 이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말(684조 9000억원) 대비 약 335조원이 증가한 규모다.소상공인 등의 부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자영업자 부채가 전체적으로 연 10%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이는 가운데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율은 2020년 22.3%, 2021년 17.3%, 2022년 18.1%를 기록해 평균 20%에 육박하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 중 비은행권 대출 비율은 2022년 말 39.3%를 기록, 2020년에 비하면 불과 2년 만에 6%p 증가했다.단체들은 정부가 새출발기금을 선보였음에도, 그 효과가 소상공인 등에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새출발기금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연체가 있는 부실 차주뿐만 아니라 부실 가능성이 있는 소상공인들까지 포함된다고 했는데 현재는 연체가 없으면 아예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연체를 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은 건전하다고 보고 손을 놓아버린 격인데 오히려 새출발기금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아울러 부채탕감 등의 과감한 정책 수립 요구도 나왔다. 박현근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장은 “올 하반기엔 자영업자들 중 한계채무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환대출 방식의 지원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만, (소상공인의 대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시간만 늦추는 폭탄 돌리기가 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을 중심으로 한 공적 채무조정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채무자 구제가 경제적 이익…전세사기 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
-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회생법원으로 새로 전입 온 판사들에게 민·형사 재판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재판에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민사 재판 시 판사가 채권자를 위한 집행권원 작성 업무를 한다면, 회생법원은 반대로 채무자들의 신속한 재기와 경제활동 복귀를 위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채무자를 위한다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안병욱(사법연수원 26기) 서울회생법원장은 지난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취임 후 가장 먼저 했던 업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안 법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과 동시에 1990년 제25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199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7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대구지법 포항지원 판사,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 서울행정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올해 2월에는 제4대 서울회생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안 법원장은 “과거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면책시켜주는 것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회생법원 판사로 지내며 회생법원을 찾는 채무자들의 재기를 도우면서 이들의 구제가 사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 전세사기 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전세사기 관련 회생사건이 접수되기 시작하면서 서울회생법원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시작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으로 번진 전세사기는 현재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정부가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해 구제에 나서기로 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안 법원장은 “서울회생법원에서는 전세사기 문제의 심각성과 피해자 구제의 필요성에 관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주시하고 있었다”며 “법관들 사이에 여러 피해 유형에 대해 공통적인 피해자 구제책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회생파산사건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전세사기의 경우 사건의 유형과 피해자에 따른 피해 경위와 내용, 적절한 구제책의 내용이 달라서 선제적으로 일률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안 법원장은 “향후 서울회생법원에 전세사기 사건 관련 신청이 다수 접수돼 사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유형화할 수 있게 되면, 내부 논의를 거쳐 공통적으로 다루어야 할 요소들을 추출해 통일적인 구제책이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수립 자료로 활용…첫 개인도산 통계 발표서울회생법원은 개인도산 통계자료를 개인도산 제도의 개선 또는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서 활용하자는 의견을 들어 올해 처음으로 통계자료를 공개했다. 안 법원장은 “채무자의 재산과 소득에 관한 일정한 자료, 파탄원인, 채무의 종류, 신청인들의 연령대, 주거형태 등에 관한 다양한 통계자료를 데이터화해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이에 2019년에 구성된 테스크포스(TF)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해 2020년부터 구체적인 실시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게 됐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 개인도산 사건에 관한 통계자료를 취합해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작성한 개인도산 관련 통계결과 보고서는 작년까지 법원 내부의 참고자료로써만 활용됐으나, 개인도산과 관련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법원 외부의 기관들에게 정책결정 내지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 자료로 활용하게 할 목적으로, 2022년 통계결과보고서부터 서울회생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안 법원장은 “향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년 상반기 중에 전년도의 개인도산 관련 통계결과보고서를 연 단위로 작성해 공개할 계획이다”며 “올해부터는 법인 도산에 대한 통계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2년 연령대별 개인회생 통계(자료=서울회생법원)◇ 지난해 개인회생 2030세대가 절반…“신청건수 증가는 오히려 긍정적”서울회생법원이 공개한 개인도산 통계자료를 보면 2030세대가 46%로 절반에 육박한다. 2022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결과를 보면 30~39세(1983년부터 1992년) 건수는 4658건으로 전체의 31.4%를 차지한다. 이어 40~49세(1973년부터 1982년) 건수가 4132건(27.9%)로 뒤를 이었고 50~59세(1963년부터 1972년) 2784건(18.8%), 29세 이하(1993년 이후 출생자) 2255건(15.2%) 순이다. ‘30세 미만 청년’ 신청 추이는 2020년 10.7%, 2021년 14.1%, 2022년 15.2%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30세 미만 청년’의 가상화폐, 주식 투자 등 경제활동 영역의 확대로 보인다. 그 이외 연령대 비율은 전년도와 비슷했으나 40대 비율은 27.9%로 2021년 29.9% 보다 다소 하락했다. 안 법원장은 “최근 경제활동의 영역이 확대된 청년층에서 재정난에 빠지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반증으로 볼 수 있겠지만, 30세 미만 청년의 변제기간을 3년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실무준칙(2021년 8월 1일)과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산입하지 않도록 하는 실무준칙(2022년 7월 1일)이 청년층에 홍보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청년층의 개인회생 신청 확대 경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재정난에 빠진 채무자들을 신속하게 구제하고 조기에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복귀하게 하므로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다만 안 법원장은 “절차를 지나치게 남용해 개인도산 제도를 더 위험한 투자를 위한 도구로써 활용하고 채권자들에게 과도하게 수인을 감내하도록 하는 행위는 제어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일부 사건에 관해서는 신청기각 내지 면책불허가 결정 등을 통해 절차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한편 정부 지원의 축소, 물가와 금리 인상, 경기 불황 등으로 회생파산 신청건수는 향후 더 늘어날 수 있어 서울회생법원은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안 법원장은 “법인파산 사건의 증가에 대응해 서울회생법원에서는 올해 4월부터 법인파산관재인 후보자명단의 갱신 작업을 시작했고, 총 33명의 법인파산관재인 후보자를 올해는 더 증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늘어나는 개인회생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과도한 보정권고 지양, 보정권고 메시지 알림 제도 등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도입 가능한 적절한 방안을 서울회생법원 판사들과 논의해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 프로필△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제25회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대구지법 판사 △대구지법 포항지원 판사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 △서울행정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제4대 서울회생법원장
- 1분기 전국 도산사건 5만건…법인파산 전년비 51%↑
-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올해 1분기 전국 도산사건이 5만건이 넘어섰다. 특히 법인 파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51%나 늘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2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법원에 총 5만727건의 도산사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1분기 4만390건 대비 25.6% 증가했다. 법인회생, 법인파산, 개인회생, 개인파산, 면책 등 도산절차 전 유형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법인회생사건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7.3% 늘었고, 법인파산사건의 경우 50.9%, 개인회생사건의 경우 47.7% 증가했다. 2023년 1분기 기준 전국 법원 가운데 도산사건 접수건수가 증가한 상위 3개 법원은 부산회생법원(38.1%), 대구지방법원(31.2%), 수원회생법원(30.9%)으로 조사됐다. 부산회생법원 1분기 도산사건 접수건수는 336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했고, 이 가운데 개인회생사건은 전년 동기 대비 63.7% 늘어 전국 법원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부산회생법원의 중복관할이 인정된 2023년 3월 개인회생사건 접수건수는 818건으로 이는 전년 동월 접수건수 대비 94.8% 증가한 수치다. 부산 지역의 도산사건 증가뿐 아니라, 같은 부산고등법원 관내에 있는 울산과 경남 지역의 일부 사건도 중복관할 인정으로 도산전문법원인 부산회생법원에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늘어나는 도산사건에 대한 전문적인 도산사법서비스 제공과 도산사건 이용 수요에 대한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구, 광주, 대전 등에도 도산전문법원인 회생법원의 확대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법원행정처는 조속한 시일 내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사법연수원 22기)을 팀장으로 하는 종합대책팀을 구성해 도산사건 증가 추이와 처리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법원행정처는 “도산사법서비스의 지역적 편차를 극복해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도산사법서비스를 고르게 향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