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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어제(1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방송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공영방송이 사실상 노영방송이 돼 편파 보도를 일삼는다고 비판하면서 공영방송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영방송에 대해선 승인·재승인 심사 간소화 등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YTN 민영화 속도낼 듯…KBS2·MBC도?
이 같은 생각은 ‘1공영다민영’ 체제를 언급하며 MBC에 정명(자기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그에 맞춰 살아야 한다)을 요구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발언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취임하면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1공영다민영’ 체제로의 전환 논의를 다시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방송체제 개편을 묻는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질의에 “사실은 선진국 어느 나라도 공영방송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없다”며 “공영방송도 책무를 다하고 있다면 좋다고 보지만 (공영방송이란)명분을 걸고 밖에서 노영방송이라 하듯이 ‘우릴 건드리지 마라’라면서 편파방송을 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위해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민영화라는 표현은 좋지 않지만, 정보의 유통도 경쟁 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게 올바르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자의 언급으로 준공영으로 평가받던 보도전문채널 YTN에 대한 한전KDN의 지분 매각에 속도가 붙고, KBS2나 MBC 민영화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의 역할 중 하나로 글로벌 무대에서 중심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번에 BBC월드, NHK 국제 뉴스를 말한 건 저희도 이제 뭔가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가져야할 때가 왔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맨날 여기서 이념 편향 방송하는 걸 넘어 한류, K-컬쳐를 비롯한 우리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중심적 역할을 공영방송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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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유료방송은 규제 완화 의지
이동관 후보자는 공영방송의 개념, 역할, 거버넌스 등의 방안을 새롭게 만드는 것과 함께, 현재 공영방송 수준으로 규제받는 민영방송(SBS·종합편성채널 등)이나 유료방송(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에 대해선 과감한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이 후보자는 ‘엄청난 정보통신기술 발전 속에서 공영방송 수준의 규제를 받는 민영방송과 유료방송 때문에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의 지적에 “말씀하신대로라고 생각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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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어쩌나
다만, 이동관 후보자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의 방만 경영 해결과 공정성 회복을 외쳤지만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한 해법에도 말을 아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KBS와 MBC에 대해 이사장과 집행부 교체를 작업 중인데 이런 것들은 MB정부 때도 똑같이 진행됐다”면서 “(공영방송의 문제는)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신하게 유리하게 이사 등을 내려보내는 제도 자체가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려면 정치권력으로부터 분리해야 하고, 자본으로부터도 분리돼야 한다”며 “최시중 위원장 때에도 YTN뿐 아니라 KBS2 민영화 시도가 있었는데, 재계·자본가에게 방송을 주면 보수화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후보자는 “(민영방송의 자본 종속은)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만 봐도 다 민영 방송이지만 색깔과 지향성이 모두 다르지 않나. CNN과 폭스가 그렇다”면서 “지금 방송법에도 자산 10조 이상 대기업은 경영 소유권 갖지 못하게 하는 제한 요소도 있다”고 답했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로 운영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질의에는 “여러모로 바람직한 거버넌스에 대해 저희도 생각하지만, 앞으로 공론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을 아꼈다.